김도현 마스터는 말한다. "제가 공부하는 시간의 가장 핵심 목표는 어디가 부족한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수능 때 부족한 부분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시험을 치고 나서도 만점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죠." 그는 공부 기반을 다지고 난 후에는 항상 '공부 구멍'을 찾는 것을 핵심으로 공부했다. 공부를 하고 나면 반드시 공부 내용을 보지 않고 백지에 써 보면서 구멍 난 부분이 없는지를 찾았다. 그렇게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시험을 하루이틀 남기고는 머릿속에서 쓰지 않고도 내용이 정리되었다.

 

일반적으로 수능 만점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김도현 마스터는 자신의 공부 비결이 철저한 예습, 복습 덕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항상 부족한 점을 의식적으로 찾았던 것이 자신의 핵심 비결이라고 말한다. 특히 개념 공부보다 비교적 문제집 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문제집을 푸는 동안만큼은 철저한 리얼리스트가 되고자 노력했다.

 

"저는 문제집을 풀 때마다 제가 부족한 것을 계속 찾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부족한 점을 찾으면 바로 그걸 채웠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미적분을 푸는데, 전 과정에서 함수 그래프 그리는 게 잘 안 되거나 틀렸다면 바로 문제집을 덮고 함수 파트로 돌아가서 그 부분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김도현 마스터는 3년간 오답 노트를 만들지 않았다. 부족한 것, 모르는 것이 나오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날 부족하다고 깨달은 건 절대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곧바로 공부했습니다. 요즘은 해설지가 잘 나와서 해설지만 봐도 뭐가 틀렸고, 뭘 더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발견한 '공부 구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번은 고등학교 시절 한 중간고사에서 국어 시험을 봤는데, 70점대 성적을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철저하게 분석한 뒤 문학의 기본 개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로 문학 개념을 다질 수 있는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고 덕분에 기말고사에서 훨씬 향상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예전 단원을 다시 보는 것, 예전 진도로 돌아가는 것에 과감해야 합니다.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 부분을 채우지 않으면 언젠가 그 구멍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꾸준히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많은 공부 마스터가 클리셰처럼 얘기하듯 성급하게 쌓기만 하다 보면 그 건물에는 분명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물이 새게 마련이고 언젠가 그 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건물 자체를 무너뜨린다. 벽에 틈이 생기면 만사 제쳐두고 그곳부터 보수해야 하듯 공부의 빈틈을 발견하면 그것부터 채워 넣어야 한다.

 

삼수 끝에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이인환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틀린 문제가 나오면 정말 기뻤습니다. 문제를 틀렸다는 것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아주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보여 주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아내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틀린 문제는 언제나 대환영이었습니다. 단 한 번 틀렸다면 두 번 다시 틀리지 않도록 이 악물고 그 문제를 집요하게 공략해야 합니다. 틀린 것을 또다시 틀린다는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김도현 마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바둑기사는 이창호 9단이다. "이창호 9단은 바둑을 되게 단단하고 두껍게 두는 스타일입니다. 자기 형세와 상대 형세를 계속 비교하면서 자기가 부족한 점을 계속 찾아 나갑니다. 그래서 끝내기에 강한 스타일입니다. 저 또한 이창호 9단이 바둑 두는 걸 보며 따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몇 집 차가 나는지, 어디서 메우면 될지를 의식적으로 분석해 나갔습니다."

 

기초가 단단한 공부만이 진정한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니 항상 의식적으로 무엇이 부족한지를 찾고, 그것을 즉시 채우고 보완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부 마스터 플랜_ 조승우

by 미스터신 2019. 5. 23. 16:10

제 생각에 가장 쉽고 효과적으로 실력을 키우는 방법은 바로 책을 읽는 것입니다. 끊임없는 독서야말로 실력을 키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통찰력은 결국 독서를 통한 사고력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의사 결정자는 대체로 다독가입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으면서 간접적인 경험의 폭을 넓혀놓은 사람들이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독서는 관심의 영역을 확대하고 사고의 폭을 확장시켜줍니다. 생각의 근육도 키워줍니다. 판단력을 정교하게 만들어줍니다. 온갖 복잡다단한 상황 속에서 그 책의 주인공들이 어떻게 그 환경에 대처하는지를 보면서 상상력의 힘을 기르게 됩니다.

그래서 세계적인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들이 독서에 열중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읽는 책의 목록을 구해서 그 책을 골라 읽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방식입니다. 자신의 관점이 중요한데, 이런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관점을 따라 하려는 것입니다. 단순한 모방은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하는 요소입니다. 책을 읽는 습관은 모방하되, 책의 종류는 본인이 선택해야 합니다.


저는 특별히 어떤 종류의 책을 선호한다거나 한 방면에 대한 책을 집중적으로 읽는 스타일은 아닙니다. 여러 분야의 책을 읽는, 이른바 잡독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제게 통찰력을 주는 분야는 '진화'에 관한 책들입니다. 흔히 고전을 통한 지혜를 모색하기도 하지만 솔직히 고전을 이해하려면 옛 시대에 대한 이해가 충분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제가 진화에 대한 책을 탐독하는 이유는 그것이 대부분 생명체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체가 종족을 보존하고, 상황에 대한 최적화를 통해 생존을 영위할 뿐 아니라 점차 새로운 모습으로 진화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저는 진화에 관한 책을 통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제게는 이런 생명체의 진화가 조직이나 기업의 생존 및 성장의 과정과 많이 닮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생명체가 환경에 맞추어 진화하는 것과 한 조직이나 사회가 점진적으로 발전의 단계로 나아가는 것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떤 생명체나 최적의 환경에서 생존을 도모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모든 조직이 자신의 옵티멈, 즉 최적에 다가가려고 하지 않습니까? 물론 그런 노력이 맞을 때가 있고 또 틀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체나 사회, 그리고 조직과 기업은 옵티멈을 향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그 과정을 과학자들이 진화라 불렀던 것이지요. 생존에 적합한 시스템으로 가는 것, 그런 것에 저는 흥미를 느낍니다. 이런 진화에 대한 책들이 제게 경영의 지혜를 제공해주곤 합니다.


나머지 경제, 사회, 리더십 분야에 대한 책들은 그야말로 잡독을 하는 스타일입니다. 여러 분야에 관심이 많기 때문에 장르를 가리지 않고 읽는 편입니다. 저는 나아가 제 동료들과 직원들에게 독서를 장려해 왔습니다. 제 비서가 계산을 해보니 지금까지 제가 동료와 직원들에게 나누어준 책이 약 1만 권쯤 된다고 합니다. 저와 오랫동안 직장 생활을 했던 동료 중에서 지금까지 제게 약 100여 권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저 자신은 1년에 책을 몇 권 정도 읽을까 궁금했습니다. 비서의 도움을 받아 계산을 해보니 평균적으로 1년에 약 70~100권 정도 읽었다는 통계 결과가 나왔습니다. 보통 일주일에 1권 정도 정독을 한 것으로 기억됩니다. 연휴나 출장 갈 때 추가적인 독서 시간을 벌게 되면 30여 권 정도의 책을 더 읽었던 것 같습니다.


1년에 70~100권 정도의 책을 읽었습니다만 솔직히 그중에서 약 3분의 1 정도에서만 어떤 영감을 얻게 됩니다. 제가 읽었던 모든 책이 좋은 책은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많은 책들이 내용은 충분하고 좋은데 제시하는 방법이 부적절한 경우가 많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이런 책들은 50페이지 정도만 읽다가 중단해버립니다. 내용뿐만 아니라 제시하는 방법도 마음에 든다면, 그때부터 속도를 늦추면서 끝까지 정독합니다. 이것이 제가 책을 읽는 방식입니다.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라


사실 책도 경험이나 생각을 문자라는 매체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저자의 의도를 명확하게 전달하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책의 저자를 직접 만나서 들어보는 것이 그 책의 의도를 정확하게 이해하는 지름길입니다. 가끔은 그런 기회가 있겠지만, 항상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대신에 저는 다양한 방면에 종사하는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교류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한 사람과의 소중한 만남을 통해서 우리는 그 사람의 인생 이야기 전체를 듣게 됩니다.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아온 사람들과의 만남은 때로 신선한 충격을 주기도 합니다.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는 사람의 방식을 관찰하면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사고의 경직성을 발견하면 놀라기도 합니다. 필요하다면 외부 전문가와의 만남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그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생각의 실마리를 찾게 되고, 좋은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어떤 기준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사 결정자는 골방에서 혼자 고민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대화하고, 다른 분야, 다른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서 영감을 얻는 사람입니다.


이렇게 책도 읽고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들은 의미 있는 이야기를 종합해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리고 자기가 맡은 조직에 어떻게 활용해볼까 생각하고 적용해봐야 합니다. 최근에 많은 리더들이 인문학을 비롯한 수많은 강좌에 참석하고 있지만 단순히 자신의 교양만을 쌓는 것은 아닌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빌 게이츠 같은 탁월한 경영자는 매년 '생각 주간'을 보내면서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에 집중한다고 합니다. 직급과 직책이 올라갈수록 일하는 시간을 늘릴 게 아니라 실력을 늘려야 합니다. 소소한 일에 소모하는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책을 읽고 '생각하는 시간'을 더 많이 가지시길 바랍니다.


초격차_ 권오현









by 미스터신 2019. 4. 27. 11:28

종종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요? 책 읽어야 할 시간에 왜 나가서 놀고, 친구들과 놀까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학생들에게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독서를 습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학생 시절 수업 중 시를 배운 수업 시간을 떠올려보자.

한 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시인의 전기, 시인의 시적 경향, 시인의 시기별 작품 경향 등을 학습하고, 그 시에 나타나 있는 표현법, 시의 형태상 특성, 내용상 특성 등 선생님이 말한 것을 적는다. 그리고 그 시의 소재와 주제를 정리하는 순으로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있는 점은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감상의 기회가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교사는 전문적인 연구자들에 의해 결정된 해석 내용을 그대로 전수하고, 학생들은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암기하는 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최미숙외, <국어 교육의 이해>, 사회평론, 2008

 

중, 고등학교 시절 많은 시와 시적 표현, 작가들에 대해 배웠지만 정작 가슴이 울릴 정도로 감명받아 마음속에 담은 시는 손에 꼽는다. 우리가 지금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수업 시간에 시를 친구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샅샅이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시뿐 아니라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즉 우리들이 시 한 편, 문학작품 하나 읽지 않는 것은 독서가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책은 좋아. 많이 읽어야 좋아. 지금 빨리 읽어." 라고 우리 역시 학생들을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경험을 통해 독서가 생활화되기 어려운 이유를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겪은 과오를 반복하게 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에게 해결책을 구한다 해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으면 독서를 하게 만들 수 없다. 부모님과 선생님 앞에서 책을 읽는 시늉은 하지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없는 학생들은 금방 책을 덮는다. 덮인 책은 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결코 열리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펼쳐 읽을 수 있을까?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책을 친구로 만드는 것뿐이다. 학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책을 자신의 친구처럼 자주 찾게 하려면 책이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면 된다.

 

깊이 읽기를 통해 책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재밌다'

'국어가 더 재미있어졌다.'

'생각을 많이 한다. 조금 어렵다.'

'머리는 아프지만 더 똑똑해진 것 같고 더 책이 재미있어졌다.'

'전에는 정말 지루했는데 지금은 지루하지 않고 그 수업에 빠져든다.'

'그저 그렇다'

 

이렇게 학생들의 태도가 훨씬 더 능동적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질적으로 향상되는 독서 : 양에 치중하는 독서에서 벗어나기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진다. 아는 게 많을수록 텍스트를 빠르게 독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중략)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 2015, 79쪽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독은 분명 좋은 독서 방법이다. 그러나 다독의 전제는 책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닌 머리와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으로 읽는 책이 많아질 때 학생들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지금의 독서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머리와 마음으로 책을 읽게끔 하고 있을까?

 

독서 교육과 관련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로 장려하는 활동은, '도전 책 읽기 100권', '주1회 독서록 작성하기' 등이다. 학생들은 읽은 책의 수만큼 교실 뒤편에 스티커를 붙이고, 학교에서는 목표량을 달성한 학생들에게 상장을 준다. 1년 동안 100권을 읽은 학생이 다시 1년이 지났을 때 그중 몇 권이나 기억하고 있을까? 학생들의 심금을 울린 책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청성초등학교 6학년 한석훈 학생은 기존의 독서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독후감을 내야 하는 숙제 때문에 주말마다 책 뒤편에 있는 내용 요약과 그림만 대충 보고 독후감을 지어 내곤 했어요."

 

정량적 방식에 치중한 독후 활동으로는 학생이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책의 내용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 심지어 학생 본인도 잘 모를 수 있다.

 

책이 주는 감동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는 정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의 독서를 정량적인 척도로만 평가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감명받은 내용은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그것은 책이 우리들의 '삶'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독서의 질은 한 권의 책을 읽고 학생이 얼머나 자신의 삶을 돌아봤는가, 그리고 얼마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는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청성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는 독후감 숙제가 없다. 3월 첫 등교일, 독후감을 안 써도 된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학생들은 억압된 굴레에서 해방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 후로 1년 내내 나는 책을 읽으라는 강요도, 조언도 하지 않았다. 3월 첫 해방 이후 9개월이 지난 12월,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읽고 있다.

 

진정한 독서 교육은 학생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만큼 우리에겐 감동과 지혜가 쌓여 간다. 아이들에게 그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독서 교육의 방향이다.

 

이제는 깊이 읽기_ 양효준 교사

by 미스터신 2019. 2. 14. 15:15

교사로서 많은 학생을 관찰하시잖아요.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세요.

 

세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드릴게요. 만고의 진리 중의 하나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요. 왜냐하면, 시험이라는 건 결국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거든요. 시험을 잘 보려면 사회의 언어로 쓰여 있는 책들을 많이 봐야 해요.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데 사회적인 사고와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읽을수록 체계적인 사고에 익숙해져요. 내가 사회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사회적 갈등, 사회적 합의 등과 같은 사회 용어를 모르면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할 수가 없어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그런 어휘력을 배경지식처럼 공부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타고 나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를 지켜보면 대부분 책을 좋아해요. 어떤 지식과 세계를 접하기 위한 가장 쉬운 매체인 것 같아요. 책을 다양하고 즐겁게 읽는 습관으로 이 세계에 대한 풍부한 배경 지식을 쌓아 올리고, 그 배경지식으로 인해서 학습 능력이 한 단계 뛰어 올라가는 거죠.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관련된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책 읽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저는 만화책도 좋다고 이야기해요. 초등학생이 읽는 만화책도 좋아요. 우선 책을 만나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노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상에 오래 앉는 연습을 해야 돼요.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연습 없이는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수 없어요. 물론 학습은 양보다 질이라서 한 시간을 하더라도 제대로 집중해서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그 한 시간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연습이 필요해요. 책상과 의자를 아주 편하게 느끼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책상을 편하게 느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습관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께 저는 책상을 사주라고 권해요. 식탁이나 밥상이 아니라 내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좋아요.

 

고등학생이라면 학교에서 많은 공부를 하는 게 좋아요. 저는 독서실보다 교실의 공부 환경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서실이 어두워서 집중하기 편할 수도 있지만, 학교는 학생이 8시간 이상 머무르는 곳이잖아요. 여기서 공부가 안되면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잘 안되죠. 물론 100명 중에 한두 명은 정말 학교 이외의 장소가 더 편할 수도 있어요. 지하철같이 시끄러운 곳에서 공부가 잘 되는 학생들도 있잖아요. 그런 학생이 아닌 이상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게 중요해요.

 

세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건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가 체력이 약하다는 거죠. 엄마들이 놓치는 것 중 하나가 아이의 건강 상태예요. 몸이 안 좋아서 집중이 안 되는 건데, 무조건 공부하라고 학원에 보내고 과외 선생님을 붙여요.

 

미래의 공부 체력을 위해서 어렸을 때는 운동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 축구나 농구 등 몸을 많이 쓸 수 있는 운동을 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게 좋아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점심시간에 나가서 축구를 한 경기를 뛰고 들어와요.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죠. 체력은 체력대로 나빠져서 몸도 계속 비만해지고요. 그럼 혈액순환이 안 돼서 피곤하니까 수업 시간에 자는 악순환이 돼요.

 

자녀를 명문대학교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님께 드리는 조언은 이 세 가지예요. 책 읽고, 책상에 앉아 있는 연습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잘 먹고 잘 자라는 거죠. 사실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께서는 영양제나 보약도 권해요. 고3은 아무래도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없거든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뭐가 좀 특별한가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해야 돼요. 머리가 좀 독특한 것 같아요.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죠. 학습 몰입도도 굉장히 높아요.

 

그럼 공부는 노력이 아니라 재능에 가까운 건가요? 선생님의 개인적인 의견이 듣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는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투자 대비 효과로 나오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아무리 좋은 선생님께 훌륭한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도 김연아가 될 수 없어요.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투자를 안 했기 때문에 내가 김연아 같은 피겨 선수가 못된 게 아니라 김연아는 김연아로 태어난 거고 저는 저로 태어난 거죠. 그건 그냥 재능이에요. 부모님들께서 그 부분을 인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Job Propose 12) 긍정적이라면 중등교사_ 김선미 교사

by 미스터신 2018. 9. 28. 16:12

개인별, 능력별 학습의 부재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큰 문제는 아이들이 즐겁게 공부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3가지 큰 원인이 있다. 첫째, 개인별○능력별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한 한급에 30명 가까운 학생이 함께 공부해야 하는 교육 환경에서 개개인의 수준과 능력에 맞는 맞춤형 학습은 불가능하다. 학교 수업은 같은 학년이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나 똑같은 교재와 진도로 한 선생님에게 배운다. 하지만 학년이나 나이가 같아도 아이들의 능력과 수준은 각기 다르기 마련이라 잘하는 아이도 못하는 아이도 공부가 재미없고 지루할 수밖에 없다. 공부에 대한 의욕이나 성취감을 느끼기도 어렵다.

 

같은 교실에서 앉아서 수업을 듣고 있어도 어떤 아이는 이해하고 어떤 아이는 이해하지 못한다. 6학년 반에 앉아 있어도 어떤 아이는 특정 내용에 대해서는 4학년 수준밖에 모를 수 있다. 심한 경우, 잘 하는 아이 몇 명 빼고는 알아듣지도 못하는 대다수의 아이들을 상대로 헛되게 수업시간을 흘려 보내기도 한다.

 

교사들은 교육부에서 만든 학년별 프로그램에 따라 '잘하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가르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상위 그룹만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고 있는 셈이다. 초, 중, 고등학교 교사를 만나보면 "교사 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예전과 달라요"라는 고백을 듣게 된다. 이런 상황을 학부모들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번 진도를 놓치면 그것을 따라잡는 데 시간이 필요하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더 많은 시간이 든다. 가령 초등학교 3학년이 1학년 내용을 보충하려고 들면 금방 따라갈 수 있겠지만 6학년이 4학년 내용을 보충하려면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부족한 결손 부분을 채우지 못하고 계속 앞으로만 나갈 경우, 격차는 더 커진다. 특히 수학의 경우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수포자', 즉 수학을 포기한 사람이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모에 의해 억지로 하는 공부

 

둘째, 부모에 의해 억지로 과외 공부를 한다. 요즘 대부분의 아이들은 방과 후 2~3개의 학원은 필수다. "남들 다 보내니 안 보낼 수가 없어요." 아마 많은 부모들이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 마음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사회가 유달리 남과 비교하는 일에 민감한 건 아닌가 싶다.

 

중학교 1학년이 수학 미적분을 공부하고 초등학생이 TEPS 영어 공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진정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기보다는 "옆짚 아이가 하니까" 우리 아이만 뒤처질까봐" 무조건 가르치고 강요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부모들의 이러한 염려가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입히고 있다. 강제적이고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억지로 하다 보니 공부의 능률이 오르지 않고 집중력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스스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과 흥미를 잃게 된다.

 

학교보다는 낫지만 아이들을 모아놓고 가르치는 학원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각각의 아이가 지닌 개별성을 충분히 만족시키지는 못한다. 인간은 모두가 독립적이고 개별적인 존재다. 한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제각각 다르다. 내 아이의 사정이야 어떻든 일단 소문난 학원에 보내려고 하는 것은 어쩌면 부모의 자기위안이 아닐까? '우리 아이도 저 학원에 다녀' '학원 보냈으니 그래도 잘하겠지' 하면서 스스로 위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은 '국가론'에서 "강요로 얻은 지식은 마음에 남지 않는다. 어릴 때의 학습은 오락처럼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의 타고난 소질을 더 잘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시 한 번 새겨보았으면 하는 경구다.

 

단순암기식 문제풀이

 

셋째, 단순암기식 문제풀이 공부에 매몰되어 있다. 수학의 경우, 사고력을 키워줘야 하는 수학 학습지 중에서도 단순 연산 위주로 구성된 것들이 많다. 단순 연산 위주의 교재를 학습할수록 아이의 사고력은 저하되고 단순해진다. 기계적인 문제풀이 습관은 아이들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고민하며 창조적인 사고를 하는 과정을 배제시켜버린다. 창의력에서 멀어지고 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도 잃어버린다.

 

수학도 게임처럼 즐길 수 있어야 된다. 그러려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호기심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개념과 원리를 모른 채 문제풀이만 강요하는 것은 아이에게 수학의 즐거움을 빼앗는 일이다. '왜 그렇게 되는지' 원리를 모르고 공식만 달달 외우면 수학에 매료될 수가 없다. 수학은 잘 못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자신감이 사라지면 수학이라는 과목 자체가 싫어질 수밖에 없다. 수학에 대한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쉬운 수학 개념과 원리부터 차근차근 이해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의 저자이자 창의성과 독창성을 기리는 폴론스키상을 2번이나 수상한 유발 하라리 히브리대 교수는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은 한 세대 후면 아무 소용이 없다"면서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것 2가지를 제시했다. 아무리 세상이 변하고 디테일이 바뀌어도 절대 바뀌지 않는 기본 원리를 가르쳐야 하고, 평생학습 시대이므로 누구나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평생공부 시대이므로 앞으로 '최종 학력'이라는 말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위의 3가지 문제점들을 극복할 때 비로소 아이들은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할 수 있다. 개인별, 능력별 학습의 부재, 부모에 의해 억지로 하는 공부, 단순암기식 문제풀이에서 탈피하여 아이가 '좋아서, 쉬워서,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문제에 답을 제시하기 위해 스스로학습법이 탄생했다.

 

스스로학습이 희망이다_ 박성훈

by 미스터신 2018. 6. 3. 10:11
―왜 책 읽기가 중요한가. 

“언어는 ‘학습(studying)’을 통해 ‘습득(acquisition)’하는 게 아니다. 문법을 배우고 단어를 외우며 고통스럽게 노력할 필요가 없다. 남이 말하는 것과 자신이 읽은 걸 이해하는 게 언어 습득이다. 이를 위해서는 언어 입력이 필요한데, 45년간 연구한 결과 책 읽기가 가장 효과적인 언어 입력 수단이었다. 모국어든 외국어든 많이 읽을수록 더 잘 쓰고 어휘력이 풍부해지며 문법도 잘한다. 지식을 쌓고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이때 중요한 건 읽고 싶은 걸 읽어야 하며, 책 읽기가 즐거워야 한다는 점이다.”  

원문보기:
http://news.donga.com/3/all/20180524/90219219/1#csidx7a76d2ab95b7f82bbf62299031c00d5

 

 

 

by 미스터신 2018. 5. 25. 10:11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서 콕 집어 "이것을 해야 하고, 이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일 자체가 취재의 대상인데, 단순히 '이것만 하면 된다'는 게 있을 리 없잖아요? 그렇지만 너무 막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미래의 기자를 꿈꾸며 하나 둘 준비하기엔 학생 시절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깊은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기자가 되기 위한 초석을 어떻게 다질지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다양한 책을 읽자

 

"에잇, 또 책 읽기?" 하면서 김빠진 표정을 짓는 친구들 모습이 보여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무엇을 하든 어른들이 대체로 '독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니까요. 따라서 여러분에게는 시시하고 뻔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기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많습니다. 학교 성적도 관리해야 하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도 쌓아야 하고, 역사를 비롯한 상식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기자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아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저는 "단연코 책 읽기"라 대답하겠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세상이 더 잘 보이거든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도 책 읽기는 꼭 필요합니다. 좋은 문장이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 머릿속에 그 글들이 입력되었다가 적절한 순간에 자연스레 출력되거든요. 물론 기자가 되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하고요.

 

그러면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요? 어른들은 흔히 고전을 많이 강조하고 청소년 교양서로 추천되는 책을 강조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반드시 추천 도서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추천 도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책에 흥미를 붙이는 게 아닐까요? 그러려면 스스로 관심이 가는 책, 손이 닿는 책, 눈길이 가는 책부터 펼치는 게 좋습니다. 소설책이든 만화든 가리지 말고요. 소설책이나 만화에도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이 잘 담겨 있으니까요. 하나씩 섭렵해가면서 독서의 폭과 관심의 영역을 넓혀봅시다. 소설도 읽고 아름다운 수필도 읽고, 그러다가 조금씩 욕심이 생기면 고전도 읽고, 인문서적도 읽고, 과학책도 읽는 거예요.

 

특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은 청소년 시절에 읽어두면 정말 좋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동서고금에서 좋은 책이라고 인정받은 글을 읽음으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와 문제의식에 다가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폭 넓게 사고하게 되거든요. 고전 읽기의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다양한 어휘를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쓰인 것들이잖아요?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특정한 언어나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어른이 되어 관련 분야의 일도 할 수 있지요. 제 주변에도 학창시절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독일로 유학간 친구도 있답니다. 물론 고전을 읽는 데엔 인내심도 필요해요. 하지만 자랄수록 시간을 따로 내어 고전을 읽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방학 때처럼 시간이 많을 때 한번 도전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방학마다 대하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었어요. '토지', '태백산맥', '혼불'처럼 등장인물이 많고 구성이 복잡한 대하소설은 한두 권 읽다 말다 하면 흥미를 갖고 끝까지 읽기 힘들기 때문에 방학처럼 여유가 있을 때 쭉 읽어야만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답니다. 고전이 어렵다면 대하소설을 읽어보세요. 이 역시 읽고 나면 생각해볼 거리가 늘어난답니다.

 

신문과 TV 뉴스 보기를 생활화하자

 

기자가 되고 싶다면 기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신문 읽기는 필수이고, TV뉴스도 꼭 보아야 하지요. 요즈음에는 종이 신문을 잘 읽지 않는 추세지만, 사회의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어떤 이슈가 어떠한 쟁점으로 부각되는지 깊이 알 수 있는 최상의 교재는 종이 신문이라는 것, 꼭 명심하세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저는 중학교 때 학원을 안 다녔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집에 매일 배달되는 종이 신문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학교갔다 와서 한 일 중 아마 신문 읽기 비중이 가장 컸을 거예요. 그런데 아직 어릴 때였으므로 신문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쭉 읽는 정도였어요. 너무 어렵다 싶은 기사나 용어들은 지나쳤고,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답니다.

 

신문 특성상 처음에는 어려운 내용이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문화 관련 부분이 많아지고 재미있잖아요? 텔레비전 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도 나오고요. 또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광고도 나옵니다. 저는 특히 광고가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문구로 광고를 하는구나' 감탄하면서요. 그런 식으로 신문 1면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기사와 광고까지 정독하는 데 2~3시간 걸렸는데요. 그때는 그게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나중에 언론사 입사시험 면접 때 그 경험을 이야기하니 면접관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시간이 부족해서 신문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매일 신문을 읽었던 습관은 훗날 기자가 되는 데 여러 모로 좋은 영향을 주었답니다. 저절로 논술 공부를 마친 셈이니까요.

 

요즈음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신문 읽기가 워낙 강조되다 보니 "매일 신문을 읽으세요"라고 말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공부처럼 느껴질테니까요. 게다가 영상 세대인 여러분에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조판한 신문이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뉴스 하나를 보아도 TV나 인터넷이 더 편하지요? 그렇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질 것입니다.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은 큰 제목과 소제목만 읽고 지나쳐도 되고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신문 읽기에 흥미를 붙이다 보면 나중에는 관심조차 없던 부분에도 눈길이 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만일 신문 읽기가 정 어렵고 귀찮다면 TV뉴스를 꾸준히 보세요. 같은 뉴스를 다루어도 TV는 영상과 소리를 같이 제공하니까 어려운 내용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TV뉴스는 한 꼭지를 다루는 데 보통 1분 30초쯤 걸리는데요. 그만큼 압축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뜻입니다. 방송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지요. 여러분 경우에는 압축이 잘 된 TV뉴스를 먼저 보고 나서 같은 내용을 신문 기사로 찾아 한 번 더 읽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면 이해도 잘 되고 신문 읽기가 훨씬 편해지거든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흔히 "좋은 글을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주 고전적인 충고인데요. 제가 어른이 되어 보니 이 말이 진실이더라고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사색하고, 문체에 신경 써서 글쓰기를 연습하고, 독서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강조하는 바가 같은 걸 보면 '다독, 다작, 다상량'이야말로 좋은 글쓰기의 왕도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학교나 가정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거예요. 독서와 글쓰기를 숙제로 내주는 학교도 많고요. 또 어떤 친구들은 방문 교사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 지도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하기'는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특별히 강조하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특히 요즘처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가는 시대에는 혼자시 골똘히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생각하기라고 봅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할게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자 시험을 준비했는데요. 처음에는 언론사 공채 시험마다 떨어졌습니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되어도 2차 면접에서 떨어지곤 했어요. 그러다가 졸업하고 나서 소위 말하는 취업준비생이었을 때 지금 다니는 신문사에 합격했습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딘가 소속된 곳도 없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시험이나 리포트에 대한 부담도 없었으니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책도 많이 읽었지만 무엇보다도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답니다.

 

예전에는 논술 주제가 나오면 우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어떤 부분은 외우기도 하면서 오직 공부하는 데만 급급했어요. 정보를 흡수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나만의 논리와 주장을 정립하고, 나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계발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거예요. 그러니 논술시험이나 면접에서 떨어질 수밖에요. 그런데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보게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도 깊이 하게 되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말입니다.

 

생각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소설책을 읽었다면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캐릭터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었나 등등 이것저것 고민해보는 거지요. 과제로 흔히 나가는 독후감 쓰기보다 이처럼 혼자서 깊이 생각해 보는 훈련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반드시 책이 아니라도 좋아요. 만화를 본 뒤에나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한 내용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연결해보면 여러분의 생각도 쑥쑥 자랄 것입니다.

 

많이 써보자

 

앞서 언급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는 어떻게 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직접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은 생각보다는 어려워요. 일단 글 쓴다는 것 자체를 망설이는 친구들도 있을 테고요. 게다가 요즘 교육 환경은 여러분에게 글을 직접 쓸 기회를 많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학교 숙제로 나오는 독후감이나 글짓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이런 숙제를 받아들고 "뭘 쓰나?" 하면서 막막해한 적이 있지요? 하지만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먼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글을 쓰는 일이 주 업무이기 때문이에요.

 

학생 시절에는 가장 단순한 글쓰기인 '일기 쓰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는 거죠. 우선 하루 일과를 써내려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러다 일기 쓰기가 조금 만만해지면 주제를 잡아서 써보고요. 이때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후감이 됩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에는 보통 '스터디'라고 불리는 그룹을 구성해요. 그러고는 스터디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보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 과목인 논술과 작문은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학생 때부터 이렇게 연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와 친해지는 거예요. 시간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혼자 깊이 생각해서 그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기자 체험도 중요해

 

언론사 입사준비를 하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합니다. 요즈음은 '엄격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처럼 천편일률적인 글로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아요. 이 정도는 다 알고 있지요? 이렇게 쓴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의 책상이 아니라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답니다. 그래서 다들 자기소개서를 독창적으로 쓰려고 고민을 많이 하지요. 저 역시 여러 번 실패한 후에 저만의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찾았답니다. 바로 제 경험을 살리는 거였어요.

 

"저는 경력 10년차 기자입니다."

 

제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썼던 자기소개서의 첫 줄이에요. 기자가 되고 난 뒤 생각해보니 무척이나 당찬 발언이었는데요. 그러나 눈길을 사로잡기엔 좋은 문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떻게 경력이 10년이나 되냐고요? 입사 시험을 치르는 마당에?

 

저는 중학생 때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교지 편집부에서 학생기자를 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직업 탐방 코너를 맡아 학교 동문 선배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기사를 썼는데요. 그때 인터뷰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그중 하나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취재하러 선배님 회사를 찾아갔던 일입니다. 그 회사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고기획사였는데요. 그런 대단한 곳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 설렜답니다.

 

가서 질문을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게 기억나요. '혹시 내 질문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면서 말입니다.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쓴 기사를 담당 선생님께서 교정봐주시던 순간도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합니다. 그 후 고등학생 때에도 교지 편집부 활동을 했고, 대학생 때에는 학교 잡지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지요. 대학생 때는 학과 수업 중 하나로 언론사 현장 실습을 3개월 동안 나간 적도 있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엔 광화문 응원 열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쓰기도 했답니다. 이때 쓴 기사는 인터넷 기사였는데 아직도 남아 있답니다. 실제로 제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간 첫 기사인 셈이지요. 어때요, 여러분! 그러니까 총 10년이 채워진 거, 맞지요?

 

물론 아쉬움도 큽니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교지 편집부에서 학생기자 활동만 했기에 악기를 다루거나 연극을 하는 등 다른 활동을 못 해봤으니까요. 하지만 직업을 기자로 정한 친구들이라면 학창 시절 어느 시기이든 한 번쯤 학생기자로 활동해보면 좋을 거예요. 예를 들어 학교 축제가 열렸어요. 학생기자가 아니라면 그저 축제에 참여하는 데 그치겠지만 축제를 취재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면 태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우선 어떤 행사가 있는지 관찰할 거고, 어떤 행사가 가장 인기 있는지, 진행에 문제는 없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축제를 바라보게 되거든요. 제가 중학생 때 우리나라 최대의 광고회사를 방문해서 전문가를 만나는 기회를 가졌던 것처럼 그 나이 대에 접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실제로는 연습 삼아서라도 기사를 써볼 기회는 학생기자가 아니고는 접하기 어렵답니다.

 

요즘은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에도 학생기자 활동을 할 기회가 많이 있어요. 어린이 신문을 비롯해 지역 신문의 청소년 기자단, 인터넷 잡지, 각종 동아리활동 리포터 등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생이 되어서는 언론사의 인턴기자에 지원할 수도 있고요. 이런 기회들을 놓치지 마세요. 직접 취재해보면서 인터뷰하는 법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마주하면서 경험도 풍부하게 쌓을 수 있으니까요.

 

여행을 자주 떠나자

 

청소년 시절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여행입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직장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 점점 줄어들거든요.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탓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청소년기에 여행을 가능한 한 많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낼 수 없듯이 경험을 많이 한 사람도 당해낼 수 없거든요.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는 여러 가지입니다. 책이나 신문, 방송 등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이 있고, 여행처럼 몸으로 부딪히는 직접 경험도 있는데요. 어떤 경우이든 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는 좋은 기회들이죠.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행의 좋은 점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경험,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직접적인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여러분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될 테니까요. 여행 경험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면접을 치를 때, 혹은 친구를 사귈 때에도 자신을 설명해주는 유쾌한 통로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대개 여행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근에는 대기업이나 학교에서 연수 형식을 통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프로젝트에 응모하여 선발 과정을 거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이때 여행은 주 목적이고, 다양한 친구 관계는 덤으로 얻을 수 있겠지요?

 

나는 신문기자입니다_ 임지선 기자

by 미스터신 2018. 4. 21. 12:18

신문, 잡지를 꾸준히 읽자

 

방송 작가의 핵심 역량은 '세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신문, 방송, 잡지 등을 매스미디어라고 하는데요. 매스, 즉 대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들을 일컫지요. 따라서 대중매체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것, 또는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다룹니다.

 

방송 작가가 되려면 시사적인 일에 눈과 귀를 열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를 한 종류 선정해서 꾸준히 보다 보면 이른바 '세상 돌아가는 일'을 조금은 알게 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나의 메시지도 생깁니다.

 

늘 기록하자

 

신문이나, 잡지, 블로그 들을 보면서 본인이 관심 가는 주제가 있으면 스크랩이나 메모를 해서 자신만의 아이템 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세상에 널린 게 자료라 해도 내 손이 한 번 가야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기록은 습관입니다. 무엇이든 듣고 지나치지 말고 기록해두어야 내 것이 됩니다. 들을 때는 재미있던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잊힙니다. 놓치기 아까운 이야기, 지식들은 꼭 기록해둡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보게 되니 머리에 오래 남습니다. 이것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지요.

 

책을 읽고 글을 쓰자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는 글 솜씨가 있어야 합니다. 글 솜씨만 있다고 해서 방송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글 솜씨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말하자면 충분조건은 아니고 필요조건인 거죠.

 

글 솜씨를 키우려면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합니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데엔 일기쓰기가 안성맞춤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죠. 일기를 쓰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훌륭한 역사 기록물이 되거든요. 20년 뒤, 지금 시대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자신의 일기에서 훌륭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영상을 보자

 

'영상 언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상이 가지고 있는 시각 이미지, 소리 등은 언어처럼 어떤 체계를 가지고 내용을 표현하고 전달해줍니다. 방송을 하려면 영상을 알아야 합니다. 방송이란 영상과 말의 조화이기 때문이죠. 영상을 안다는 말은 영상적인 표현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것입니다. 사실 효과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상 연출에 정해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평소 영상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봐야 하는 거예요. 많이 볼수록 보는 눈이 깊어집니다.

 

상식을 쌓자

 

방송 작가는 다방면에 지식이 많아야 합니다.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이미 상식을 많이 쌓아놓았다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겠죠. 방송이란 시청자와의 소통이고 소통을 하려면 즉, 말이 통하려면 상식이 먼저 통해야 합니다. 상식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소설뿐 아니라 역사,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상식은 저절로 쌓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자

 

경험에만 매몰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내 경험만큼 힘센 것이 없습니다. 여행 책을 열 권 읽는 것보다 1박2일이라도 내가 직접 여행을 떠나는 편이 훨씬 남는 것이 많습니다. 경험이란 것이 꼭 오지여행,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현재 생활에 충실한 것도 경험입니다. 책 보고 영화 보고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또래들과의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경험이 쌓입니다.

 

외국어 실력도 중요합니다

 

방송 작가의 일상은 '자료 찾기'입니다. 방송 작가는 자기 머릿속,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라기보다 세상에 무질서하게 존재하는 것들,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맥락을 잘 잡아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자료가 가지는 힘이 크지요. 아이디어도 자료에서 나오고 아이템도 자료에서 나오니까요. 마음껏 자료를 볼 수 있으려면 외국어도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한글로 번역되어 있지 않은 자료를 봐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신선한 자료를 누구보다 먼저 찾아서 보려면 외국어 실력이 중요합니다. 외국어를 익혀놓으면 언제고 빛을 볼 때가 있답니다.

 

나의 직업 방송 작가_ 임선경 작가

by 미스터신 2018. 4. 9. 14:49

드라마 작가가 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드라마 작가가 꿈이라면 우선 책을 많이 읽어야 합니다. 어떤 꿈을 꾸든 빠지지 않고 나오는 조언이 책을 읽으라는 조언인데요. 교사가 꿈이어도 연예인이 꿈이어도 과학자가 꿈이어도 책을 읽으라고 합니다. 그것은 독서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으면서도 내 생각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활동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사람이 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사람이 가르쳐주는 지식을 배우고 다른 사람의 감성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내 것도 채울 수 있는 것이 독서니까요.

 

자신의 작품을 쓰려면 상상력이 중요한데요.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독서만큼 효과적인 길잡이가 없답니다. 책은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상상하지 않으면 책을 읽어나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거든요. 소설이든 역사서든 교양서든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책을 읽으면 됩니다. 단 너무 편식하는 것보다는 다양한 책을 읽으면 더 좋고요.

 

드라마에서는 캐릭터가 매우 중요합니다. 캐릭터를 창조한다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단순히 옷차림이나 말투만으로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캐릭터는 타인을 총체적으로 이해해야만 만들 수 있습니다. 친구들이나 가족들, 선생님, 주변 사람들을 대할 때 단순히 관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이해해보려고 노력해야 하는 이유지요. 좀 더 깊게 사람을 만나고 깊은 대화를 나누고 마음을 열수록 인간에 대한 이해도 깊어지잖아요? 그런 능력이 바로 드라마 작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이랍니다.

 

나의 직업 방송 작가_ 임선경 작가

by 미스터신 2018. 4. 9. 14:29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고래에게도 칭찬을 하니 춤을 추더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물며 우리 아이들을 칭찬해주면 얼마나 신나게 춤을 출까요? 우리는 어제오늘 아이들에게 무슨 칭찬을 했는지 떠올려봅시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 교육을 외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영어 발음을 좋아지게 하는 학원이 있다면 학원비가 비싸더라도 그 학원에 보냅니다. 수학 잘 가르치는 학원이 멀리 있다면 차를 태워서라도 보내지요. 예체능 잘하는 학원 알아보느라 여기저기 물어보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기도 합니다. 아이 머리가 좋아진다면 비싼 돈을 주고라도 총명탕을 먹이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돈도 시간도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인정, 존중, 지지, 칭찬'에는 참으로 인색합니다. 이런 것을 해주면 아이 자존감이 살고, 그 자존감이 동기부여의 싹을 키워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향상되는데 말입니다. 결국 아이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는 집중하지 않고, 내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과 대학원, 각종 연수 등에서 수석을 하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교육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각종 교사 연수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과목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교육학'입니다. 교육학의 가장 중요한 이론이 뭔지 아십니까? 인정, 존중, 지지, 칭찬 이론입니다. 저는 교육학의 여러 이론들을 열심히 공부하여 모든 과목에서 A+라는 매우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나, 정작 실천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교육학은 '죽은 지식'이었던 겁니다.

 

저는 정말 칭찬에 인색했습니다. 아들이 전교 1등을 한 성적표를 가져와 "엄마, 저 1등 했어요" 라고 목소리에 힘을 줘 말하면 "야, 목소리에 힘 빼고 지난달 성적표 가지고 와" 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성적표를 비교하며 말했습니다. "국어는 올랐네. 그런데 수학은 왜 떨어졌어? 너 수학 얼마짜리 학원 다니고 있는 줄 알아? 과학, 사회는 왜 이 점수야? 평균 97점으로 1등 했다고 자만하지 마. 너희 학교 수준이면 강남가면 중간도 못 해"라고 말하며 아이의 기를 죽였습니다.

 

강남 엄마들보다 아이들을 더 잡는 엄마들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강남 언저리 사는 엄마들입니다. 바로 옆 동네지만, 여러 여건상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니 늘 불안한 것이지요.

 

저는 오래전 강남에 살다가 첫 발령이 다른 동네로 나는 바람에 아예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서로 비슷하던 집값이 세월이 흐르며 어찌나 차이가 나는지, 다시는 강남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늘 강남 언저리를 맴돌면서 우리 아이들 종합학원은 강남으로 보냈고, 어떻게 하면 강남 아이들과 엮어 과외를 시킬까 궁리하곤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주 자주 들은 말 중 하나가 '강남'인데, 그래서인지 지금도 강남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를 치고 그곳에 잘 가지도 않습니다.

 

아들은 그나마 공부를 잘해서 덜 혼났습니다. 세 살 때부터 한글을 읽기 시작했기에 저는 아들이 천재라고 여겼고, '내 아이는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딸은 세 살은커녕 일곱 살이 되도록 한글을 못 읽으니 기가 막혔습니다. 더군다나 2월생이다 보니 한글을 못 뗀 일곱 살에 학교에 입학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밤늦도록 열심히 연습하여 학교를 보냈건만 딸이 받아 온 첫 받아쓰기 시험 점수는 60점이었습니다. 정말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60점짜리 시험지를 조심스레 내놓으며 딸이 사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나는 이 점수에 사인 못 한다.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니? 내 인생에 처음 보는 점수다. 이 점수를 맞고 집에 오고 싶대? 밥이 넘어가? 오빠는 늘 100점 받았어. 너는 어떻게 된 거니? 도대체 누굴 닮았어? 우리 친정 식구들은 다 공부 잘했는데."

 

이런 말을 하며 야단을 치면 딸은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그러면 "뭘 잘했다고 울어. 눈물 뚝 그치고 얼른 들어가 공부 못 해?" 하고 야단을 더 칩니다.

 

그 후에 딸은 80점을 맞아 왔습니다. 딸은 20점 올랐다고 좋아하는데, 그 점수에 성이 차지 않은 저는 "시험이 좀 쉬웠니?" 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100점을 맞으면 신이 나서 시험지를 흔들며 "엄마, 나도 오빠처럼 100점 맞았어"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칭찬이 그리웠을까요? 그런 딸에게 저는 "너희 반 아이들 다 100점이지? 100점 몇 명이야?" 라며 확인하는 모진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저는 아들과 딸에게 왜 그런 말을 하며 살았을까요?

 

나중에 우리 아이들 자퇴하고 폐인 되고 자살 준비하라고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다른 집 아이들보다 더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핑계로 그런 짓을 한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더 잘할 줄 알았습니다. 더 겸손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아들과 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인지,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아이들 가슴에 꽂히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아이들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아 동기부여의 싹을 자르고,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상실하게 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한 그 비난의 말들이 애초에 신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신 어마어마한 잠재력까지 죽이는 엄청난 행위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 반성문_ 이유남

by 미스터신 2018. 1. 15. 12: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