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생활습관은 공부지능과 통한다

 

공부지능을 폭발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시기는 초등학교 6년이지만 태어날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아니 그보다 훨씬 오랜 시간동안 개발되는 지능이라 할 수 있다. 정서지능과 관련된 능력 중에는 60대에 정점을 찍는 것들도 있으니 평생에 걸쳐 개발되는 지능이라 해도 무방하다.

 

긴 세월 동안 공부지능 영역별로 집중 개발해 주어야 하는 적기는 제각각 다르다. 하지만 공부지능을 개발하는 내내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들이 있다. 바로 잘 먹고, 잘 자고, 꾸준히 운동하는 좋은 생활습관이다.

 

생활습관이 공부지능과 무슨 상관이 있나 의아할 수도 있지만 꽤 밀접한 관련이 있다. 공부지능을 관장하는 뇌는 균형 있는 영양소 섭취, 충분한 수면 시간, 꾸준한 운동을 통해 그 잠재력이 발휘된다. 그중 잘 먹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뇌는 우리가 하루에 섭취하는 열량의 약 18퍼센트를 소모할 정도로 신체 기관 중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그도 그럴 것이 뇌는 24시간 내내 쉬지 않고 일한다. 잠을 자는 동안에도 우리가 생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뇌간을 풀가동한다. 그렇게 많은 일을 하니 충분한 에너지를 공급받아야 지치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

 

뇌에 에너지를 공급하려면 하루 세끼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특히 아침밥은 거르지 않는 편이 좋다. 잠을 자는 동안 뇌는 주에너지원인 포도당을 다 소모해 아침이면 무척 배고픈 상태가 된다. 밥을 굶으면 기운이 없듯이 뇌도 에너지를 공급받지 못하면 인지능력도 떨어지고 집중력과 주의력도 떨어진다.

 

좋은 식습관과 더불어 운동과 수면도 공부지능을 개발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친다. 즉, 생활습관은 후천적으로 공부지능을 높여 주는 환경적 요인인 셈이다. 그것도 어느 특정 기간에만 작용하는 요인이 아니라 공부지능 개발 적기 내내 꼭 필요한 요인이다.

 

매일 30분만 운동해도 머리가 좋아진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은 운동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정말 그럴까? 2007년 3월 26일자 미국 시사 주간지 '뉴스위크'에 실린 내용은 이런 편견을 깨기에 충분하다. 일리노이 대학교 찰스 힐먼 박사는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259명을 대상으로 체질량을 측정한 뒤 앉은 채 팔 뻗기, 달리기, 팔굽혀펴기와 윗몸 일으키기 등의 기초 운동을 시켰다. 이후 아이들의 운동 능력과 일리노이주 학년 표준 시험에서 거둔 그들의 수학, 읽기 성적을 서로 비교했다. 결과는 운동 능력이 뛰어난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비만인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성취도가 낮았다.

 

운동을 하면 뇌 세포에 혈액과 영양이 잘 공급돼 뇌의 신경세포인 뉴런들을 이어 주는 시냅스를 많이 만들어낸다. 시냅스 수의 증가는 그만큼 두뇌의 기능이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운동을 할수록 지적 능력을 향상시키는 향신경성물질이 많이 생긴다. 이 물질이 많을수록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고, 고차원적인 사고도 가능해진다.

 

조지아 대학의 운동과학 교수 필 톰포로프스키도 운동이 뇌를 발달시키는 데 중대한 역할을 한다고 주장했다. 운동을 하면 뇌의 전 영역이 두루두루 발달하지만 특히 전두엽에 엄청난 양의 뇌 조직이 성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현재 운동과 지능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노년층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데, 신체 운동이 뇌에 미치는 효과는 사실 어린아이에게 미치는 효과가 훨씬 더 강력하다. 전두엽은 약 20세가 될 때까지도 개발될 여지가 많이 남아 있으므로 적당량의 운동, 심지어 발야구 시합을 한 차례만 해도 뇌가 효과적으로 발달할 수 있다고 본다.

 

이런 연구 결과에 따라 미국 켄터키주 상원의원 케이티스타인은 8학년(우리나라 중2)까지 매일 30분씩 운동하도록 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일리노이주 네퍼빌에서는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에게 읽기 수업을 하기 전에 체육 수업을 먼저 했는데, 그 결과 아이들의 성적이 많이 향상되었다. 그 밖에도 운동을 할수록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미국은 체육 수업을 강화해 매일 1시간씩 운동을 시키는 추세다.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나라가 체육 수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공부지능을 개발하는 데 있어 운동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많은 부모가 아이가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기를 원하는데, 정말 아이가 공부를 잘하기 바란다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운동하는 습관을 들일 수 있도록 시간을 주어야 한다. 밖에 나가 30분만이라도 신나게 운동하면 오히려 공부지능이 개발되고 공부도 더 잘할 수 있다.

 

잘 자는 아이가 공부도 잘한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는 '4당5락'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4시간 자면 합격이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말로, 지금도 여전히 입시를 앞둔 학생들 사이에 떠도는 것 같다.

 

하지만 잠을 줄여 공부를 잘하겠다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특히 뇌가 활발히 발달하는 시기인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는 잠을 충분히, 잘 자야 한다. 그래야 뇌가 발달하고 공부지능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수면 밸런스'의 저자 한진규 박사에 의하면 수면은 몸의 휴식과 회복, 학습 능력 향상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인간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려면 하루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시간은 반드시 잠에 투자해야 하는 것이다.

 

잠은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어주는 동시에 기억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키는 데 절대적인 역할을 한다. 뇌에 계속 자극을 주면 더 발달할 것 같지만 그렇지가 않다. 인간의 대뇌 신경세포는 일정 시간이상 계속 자극을 받으면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이 시기를 '불응기'라고 하는데, 이때가 바로 지친 대뇌 신경세포들이 잠시 쉬는 시간이다. 뇌가 스스로 쌓인 피로를 풀기 위한 자구책인 셈이다.

 

인간의 뇌는 잠을 자는 동안 기억과 학습, 문제해결과 창의력, 비판 능력에 필요한 신경 네트워크를 자극하고 조직하는 데 꼭 필요한 신경전달 물질을 생성한다. 잠을 자는 동안 인간의 뇌는 외부의 자극이 없는 상태에서 낮에 익힌 지식이나 기술 등의 방법을 다시 반복하며 저장한다. 낮에 짧은 시간 동안 기억한 단기 정보들을 잠을 자면서 장기 기억장소로 옮기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 것은 꿈을 꾸는 '렘 수면'을 하는 동안 주로 이루어진다.

 

렘 수면은 몸은 자고 있지만 뇌는 깨어있는 상태이다. 보통 잠이  든 뒤 약 90~120분 사이에 이루어진다. 잠자리에 누우면 서서히 잠이 들어 몸도 뇌도 모두 잠자는 깊은 잠에 빠졌다가 다시 서서히 뇌가 깨면서 렘 수면 상태가 되는 것이다. 잠을 푹 자야 렘 수면도 할 수 있다고 보면 된다. 렘 수면은 하룻밤에 4~7회씩 약 77분 간격으로 나타나고 사람마다 차이는 있으나 2~4회 정도 계속 반복된다. 기억을 잘 저장하고, 감정과 감성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는 과정도 이때 일어난다고 한다.

 

이처럼 잠은 공부지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실제로 전날 낮에 공부를 한 뒤 밤에 충분히 잠을 자고 시험을 본 학생과, 밤을 세워 공부한 학생을 놓고 비교 분석을 했더니 충분히 잠을 자고 시험을 본 학생의 성적이 훨씬 더 좋게 나왔다.

 

특히 유아기 때 잠은 성장, 뇌 발육, 면역 기능 그리고 감성을 형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키가 작고,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주의력이 산만한 아이들의 약 40~50퍼센트가 수면 장애를 호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이러한 사실을 입증한다.

 

부모들은 대부분 아이가 부산한 행동을 하면 아이 탓으로 돌리며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아닌가 걱정하는데, 이럴 경우 먼저 아이에게 수면 장애가 있는지 살펴보는 게 좋다. 아이가 코를 골거나 입을 벌리고 자면 축농증, 비염, 소아 코골이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질병이 있으면 잠을 푹 자지 못해 성장호르몬이 잘 분비되지 않는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을 자는 첫 단계 즉, 잠들고 나서 1시간 정도 지난 뒤에 가장 많이 분비되므로 아이의 숙면을 방해하는 질병을 치료해주는 것이 급선무다. 그래야 키도 잘 크고, 면역력이 좋아지고, 공부지능도 좋아질 수 있다.

 

올바른 수면 습관을 길러주는 일도 중요하다. 성장호르몬은 밤 10시부터 새벽 2시에 가장 활발하게 분비되므로 아이들이 늦게 자지 않도록 해야 한다. 밤에 늦게 자는 아이들의 수면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는 낮에는 가능하면 햇볕을 많이 쬐게 하고, 밤에는 형광등을 끈 뒤 암막 커튼 등으로 빛을 차단해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

 

아이의 공부지능_ 민성원

by 미스터신 2018. 1. 11. 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