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에게 "예쁜 아이들 많아?", "말은 잘 들어?" 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보통은 "당연히 아이들은 예쁘지. 가끔은 아닐 때도 있지만!" 하며 웃어넘깁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 라고 묻는 말은 약간의 선입견이 포함된 느낌이라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저는 저 말에 절대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선행학습을 통해 성적만 우수한 학생들은 더욱 예쁘지 않습니다. 주입식 교육 또는 학원 공부에 한껏 취해 자신이 또래보다 앞서 있다는 착각에 빠진 아이를 데리고 수업하면 속된 말로 '가르칠 맛'이 안 납니다. 수업 내용은 이미 기계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아이는 교사에게 집중하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쌓이다 보면 교사와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지요. 자신은 답을 알고 있다고 답을 툭툭 말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그렇게 수업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양반입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아이를 좋아할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도 아니고, 리더십이 좋은 아이도 아닙니다. 바로 '인사'를 잘하는 아이입니다. 물론 리더십이 좋고 운동도 잘하며 공부까지 잘한다면 너무 훌륭한 학생이지요. 하지만 그런 장점을 모두 갖고 있어도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면 '땡!'입니다. 인사는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그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아이들은 등교할 때 또는 하교할 때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이런 인사는 정말 기본이라서 대부분 잘 지키지요. 여기서 제가 강조하는 인사는 세심한 '감사'의 인사말, '미안함'의 인사말, '배려'의 인사말입니다. 수업을 할 때 활동 중에 수업자료를 나누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각 모둠의 나눔이들은 나와서 자료를 받아가세요~"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나와서 두 손으로 자료를 받고 그냥 자리로 돌아갑니다. 어떨 때는 그 누구도 "감사합니다!" 또는 '꾸벅' 하나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인사가 중요하다고 교육하는데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고민이 늘어납니다. '오늘(지금) 인사교육을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뫼비우스의 띠를 돌 듯이 수없이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틈이 날 때마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한두 명을 제외한 아이들은 한 번 하고 잊어버립니다. 자료를 나누어줄 때마다 '어른에게 물건을 받을 때에는 양손으로 받고 감사를 표하는 거예요. 가벼운 목례도 좋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참 어렵고 껄끄럽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아이는 기억에 콕 박힐 만큼 너무나 예뻐 보입니다.

 

'인사성'이란 단순히 인사를 얼마나 잘하는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사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필요할 때는 사과와 유감을 표하며, 자신의 주변을 보살피는 행동입니다. '인사와 진로가 도대체 무슨 관계야?'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인사는 민주시민으로서 기본 자질이고, 기본 자질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인사가 누군가에겐 꿈을 이루는 데 윤활제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태는 중, 고등학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우선 초등 수준의 학교폭력은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장난이나 다툼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또는 일대다 구도로  변화하는 순간, 다툼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확대됩니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틀어진 감정이 부모에게 옮겨가고, 부모들 간에 감정이 상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모가 법적 책임을 논하며 싸우고 있을 때 아이들끼리는 화해하고 잘 노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쉽게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되짚어 보면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사건은 대부분 단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충분히 사과할 법한 일이라서 서로 사과하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사건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건은 이렇게 쉽게 해결 가능한데, 아이들 사이에서 왜 해결되지 못했을까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사건 당시 양쪽이 서로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건은 어느 정도 종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과의 말 한마디, 다시 말해 '인사' 한마디가 부족한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사는 단순히 "안녕하세요!"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에서 사소한 일에도 "고맙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현하고,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전하며, 상대를 존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인사입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인사'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듯 인사가 만능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인사 잘하는 아이는 친구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물론 사소한 다툼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평소에 인사를 잘하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신뢰감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실수해도 친구들이 너그럽게 받아주고 이해해 줍니다. 애초에 어떤 실수를 하거나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해도 다른 친구들이 그 학생을 믿고 지지해 줍니다. 잘못한 일이면 사과할 테니까, 또 좋은 일에는 예쁜 말을 해 주는 친구니까, 어느 쪽이든 믿고 지지해 주는 겁니다. 마치 우리 어른들이 사회성이 좋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친구가 한 실수는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들의 사회생활과 똑같습니다.

 

학교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 대처교육 등의 연수를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근무하는 학교 외에 타 학교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실제 학폭위가 열린 사례들을 확인해 보면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사과의 인사가 부족했던 것, 부모님끼리 연락하는 과정에서 서로 존중과 위로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는 것, 그 두 가지로 사건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이지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부모님은 물론 가해자의 부모님도 무척이나 속상해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사과의 인사, 존중의 말 한마디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합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과 학교 등의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인사교육' 아닐까요? 학교폭력과 안전문제를 걱정하는 만큼 어른인 우리가 나서서 모범을 보이고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초등 진로교육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든다_ 이영균

by 미스터신 2021. 2. 8. 21:01

경제 마인드 가져야

 

'어릴 때 아이가 돈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게 하면 '경제 마인드'가 생긴다. 아이가 커서 생활현장에서 합리적인 결정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약한 면을 보인다. 그건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상업적인 것을 폄하하고 감춰 왔다.

 

'커서 장사를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지 않은가. 부모들이 '내 자녀는 돈을 모르고 자라야 순수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돈에 대한 관심을 철저히 배제하는 가정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성인이 되었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00원, 2000원짜리 주식을 사는 사람들

 

펀드매니저로 일할 때부터 수많은 주식투자가들을 접해 봤는데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주식을 살 때 싼 것을 선택한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1000원, 2000원짜리만 산다. 우리나라 주식투자가 중 대부분은 평생 한 주에 10만원 이상 하는 주식을 사본 경험이 없다. 가치지향적이 아니라 단순비교를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장사가 잘 되는 허름한 라면집과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속 없는 피자집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집을 선택해야 할까? 1000억짜리 건물의 연간 임대수익이 10억 원이고, 10억 원짜리 건물의 연간 임대수익이 1억 원이라면 어떤 건물을 사야 하겠는가?

 

당연히 허름한 라면집과 10억 원짜리 건물을 사야 한다. 하지만 피자집과 1000억 원짜리 건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녀가 올바른 경제 마인드를 갖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길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돈은 필요한 것이고 소중한 것임을 교육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일이다. 돈을 벌면 자본주의의 승차요금인 세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승차요금을 낼 수 없다. 무임승차를 하고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 내는 행위는 애국하는 일이다'

 

자녀들과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눠야 한다. 자본주의 꽃이라는 주식, 채권, 재테크 등을 통해 돈 버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생활 속에서 경제를 얘기해야

 

나는 세 자녀(고1, 중2, 초2)를 두고 있다. 자녀들에게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경제교육을 하지 않는다. 평상시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 준다.

 

자녀들과 자동차에 관해 이런 얘기를 나눴다.

'외관상 디자인이 똑같은데 A차는 1000만 원, B차는 3000만 원이면 어떤 자동차를 사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디자인이 똑같다면 1000만 원짜리 A차를 사겠다'고 말했다.

 

'B차가 A차보다 다섯 배 오래 쓸 수 있고, A차는 휘발유가 더 많이 든다면 어떤 걸 살래?'

 

이런 전제들을 하나씩 제시하면 아이들은 이모저모 따져 보게 된다. 이런 질문은 가치지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조금씩 주식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가 이해를 못 해도 주식과 관련된 얘기를 들려주다 보면 흥미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인터넷과 게임에 관심이 많으니 그 얘기부터 시작했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니? 게임은 많이 하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아빠는 게임도 안 하면서 왜 게임에 대해서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많이 쓰면 많이 팔린다는 것이고, 많이 팔리면 회사가 좋아지고, 회사가 좋아지면 주가가 오르겠구나. 그래서 아빠가 물어보는구나'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두 번 이해하고 그치면 학습효과가 떨어지니 가끔 되풀이하여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러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유도하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나는 아이들과 슈퍼마켓에 가서 요구르트를 고를 때면 일부러 아이에게 '판매원에게 가서 어떤 게 잘 팔리는지 물어보고 오라'고 시킨다. 아이가 '왜 물어봐요?'라고 하면 '요구르트가 많이 팔리면 그 회사가 좋아질 수도 있잖아. 주가가 오를 수 있잖아'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단순히 요구르트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팔리는 물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라면을 먹을 때도 '무슨 라면이야?'라고 물어보는 게 경제공부다. '신라면'이라고 답하면 '농심에서 만든 거구나'라고 말해 브랜드를 익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라면 하나만 갖고도 자녀와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이 '앞으로 이 라면이 계속 잘 팔릴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라면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사물에 대해 미래까지 생각하게 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된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의 사고가 복합적으로 변해

 

몇 년 전 삐삐와 시티폰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얘기와 연계하면 아이들이 물건을 볼 때 앞으로 계속될 제품인지 아닌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도 '검색광고가 앞으로 5년 후에도 계속될까? 지금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계속될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mp3와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할지, 아니면 없어질지에 대한 얘기를 먼저 나누었는데,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아이들은 'mp3와 디카가 아주 편리하고 쓸모가 있어서 계속 팔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

 

디카 하나를 갖고도 여러 가지 판단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디카를 사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디카 사업을 할까, 디카 관련 주식을 살까 등. 디카 얘기를 하다 보면 필름 가게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대화를 나눌 때,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물건을 화제로 삼는 게 좋다. 아이들에게 어느 회사의 휴대전화와 디카를 사용하는지 물어봤더니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디카는 롯데 캐논을 많이 쓴다는 대답이 나왔다. 디카는 진입의 장벽을 설명하기 좋은 제품이다.

 

'아빠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겠다. 애니콜이 많이 팔리는 데다 디카 속에 플래시 메모리가 많이 들어 있으니까 삼성전자가 돈을 벌겠네. 디카가 인기 있으니까 많은 회사들이 만들잖아. 디카를 사는 사람은 많아도 파는 회사가 많으면 경쟁만 치열해지지. 그러면 주가는 안 올라. 디카 회사가 너무 많으니 디카 회사보다는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휴대전화를 놓고 배터리 제조회사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를 확대해 나가면 아이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건만이 아닌, 부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게 확대되면 어떤 현상에 대한 이면까지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경제교육에 어머니가 나서야

 

물건뿐만 아니라 영화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많이 본다는데 영화를 제작한 회사만이 아니라 배급하는 회사도 돈을 번다. 무엇을 만드는 회사만 생각하지 말고 판매하는 회사도 생각해 봐'

 

아이들은 영화배급사가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아이들과 다양한 대화를 하며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혀 줄 수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살 때 사방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속속 들어서는 아파트를 보면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면 어떤 회사가 좋을까?'

아이들은 '아파트 회사가 좋겠네요'라고 말하더니 곧이어 '철근, 시멘트, 페인트 회사도 좋아지겠네요'라는 데까지 생각을 확대했다.

 

아파트 하나만 놓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길이 막히겠네'로 끝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멘트, 철근, 페인트가 잘 팔리겠다'로 연결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면 '아파트를 다 지으면 시멘트는 더 이상 안 팔리지만 도시가스는 계속 쓰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제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삶 속에서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육은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어머니들이 담당해야 한다. 자녀들과 대화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경제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투자가 피터 린치는 늘 부인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부인이 슈퍼마켓에 다녀와서 무슨 물건이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피터 린치는 그 주식을 샀다고 한다.

 

회사의 회장은 슈퍼마켓에 잘 가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매일 가는 일반 직원들이 남의 제품과 자기 회사의 제품을 밑바닥부터 알고 있다. 의사결정 통로만 원활하다면 회장은 직원들에게서 정보를 듣게 되고, 그런 직원을 통해서 좋은 회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삶 속에서 누가 좀더 관심 있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주식투자가나 사업가뿐만 아니라 유능한 직원, 유능한 국민을 만드는 차원에서도 경제 교육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우리 국민이 경제적인 마인드로 무장되면 유태인처럼 강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도외시되는 국가는 사상누각이 된다. 돈을 벌어도 잘못된 결정, 불합리한 투자로 잃어버릴 수 있다.

 

내가 어릴 때에는 부모로부터 경제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요즘도 자녀에게 경제 얘기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해 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입국 위해 금융고, 경제고 세워야

 

우리나라에는 현재 과학고등학교가 많은데 과학입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금융입국이라는 것을 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이제 금융고, 경제고를 세워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 금융입국을 위해 금융교육 시스템이 탄생될 때가 왔다.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여름방학 때 금융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금 우리나라 아이들은 영어를 익히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방학 때에는 각종 캠프에 가서 즐기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반드시 금융교육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 그것을 토대로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화되면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진다. 중국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제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조업으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중국이 발전하면 우리는 금융으로 접근하면 된다. 중국의 우량기업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경제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사고의 접근을 통해서 다양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일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월간조선(2005년 11월)

 

강방천의 투자이야기

by 미스터신 2020. 5. 26. 08:39

교육열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내가 처음부터 '맹모'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사교육 현장에서 대치동 엄마들을 만나며 내 생각은 점차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하는 듯 보였다. "선생님, 이 동네에서 살려면 나 하고 싶은 거 다 못해요" "애가 대학교에만 들어가면 이 동네 떠날 거예요" 등 종종 학부모들은 내게 이런 하소연을 늘어놓곤 했다.

 

왜 굳이 주거비용도 많이 들고 이렇게 치열한 곳에 입성해서 아이들은 공부에 치이고 엄마들은 그렇게 희생하면서 사는지 아이가 없을 땐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교육을 아웃사이더 입장에서만 바라봤던 것이다. 차츰 경력이 쌓이면서 나는 대치동(교육열의 상징적인 동네로서 강남 인근 맹모들이 모인 지역을 편하게 '대치동'이라고 부르겠다) 학부모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사를 간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는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다수는 영어 유치원 출신이었고, 외국에서 생활했던 아이들도 꽤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 사립초등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킨 학부모들은 하교 후에도 영어 수업보충을 위해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생들은 대개 강남 근처에 사는 등 비교적 거주지역이 다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에 접어들면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치동 인근으로 이사를 했다. 특히 아이가 공부에 두각을 드러내는 가정이면 더욱 그랬다.

 

왜일까? 대치동이 아닌 지역에서는 상위권 성적의 아이를 받아줄 동네 학원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적 수준에 맞는 학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 학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수준에 맞게 지도해줄 선생님과 학원을 찾아 대치동으로 가는 것이다. 강남 인근 지역 학생들은 모두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며, 방이동, 잠실, 강동구, 광진구 심지어 남양주에서도 아이가 조금만 공부를 잘해도 엄마가 직접 운전을 해서라도 아이를 대치동 학원가로 보낸다. 심지어 유명한 강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 일산의 초등학생들이 팀을 짜서 주말에 대치동과 송파동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결국 대치동이 아닌 곳에 거주하면서 대치동 학원까지 차를 운전해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엄마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난 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두어 시간을 인근 카페에서 기다린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본의 아니게 찬찬히 그 동네를 살피던 엄마들은 종국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 이 동네로 이사 오고 싶다."

 

엄마들의 눈에 보이는 대치동은 '노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 동네다. 거친 욕을 하는 아이들도 없고, 유해시설도 없다. 실제 대치동 스타벅스에 들어가면 대부분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이 학원과 저 학원 수업 사이 비는 시간에 잠시 머물며 공부하는 학생들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어 조용하다. 이른바 '스타벅스 도서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한번은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대치동 스타벅스에 들렸다. 한창 저지레를 일삼는 나이의 어린 아들이 조용히 있을 리가. 큰 소리를 내며 산만하게 움직이는 아들과 나를 바라보는 누나와 형들의 눈초리가 무척이나 매서워 나는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곁에 있던 아들도 한마디 했다. "엄마, 이 동네 누나들은 다 책을 들고 다니네."

 

어린 아이들까지 감지하는 동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내신성적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공부하라는 잔소리 없이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 틈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자꾸 대치동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놀고 싶어도 함께 놀 친구들이 없는 동네와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노는데 우리 아이에게만 공부하라고 잔소리해야 하는 동네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치동의 십대들이라고 아이돌에 무관심하고 패션에 신경 안 쓰겠는가? 나이대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고 스타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손 놓을 정도로 푹 빠져서 사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대치동 아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입이 거친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서쪽의 대치동격인 목동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근방에 유흥가도 없거니와 대부분 학원 다니느라 아이들이 바쁘다 보니 어쩌다 친구들과 시간 맞춰서 놀려면 시험이 끝난 당일이나 아주 특별한 날에만 미리 약속을 잡아 논다고 한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가재울뉴타운에서도 학원을 보내기 위해 목동까지 운전을 해서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다.

 

이 글을 읽으면서 대치동이나 목동 분위기에 거부감이 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한창 즐겁게 뛰어놀고 많은 경험을 쌓으며 자유롭게 살아야 할 아이들이 너무 공부에만 목을 매는 게 아닌가 싶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를 놀려야 한다는 교육관을 가진 이들도 많다. 본인이 겪은 입시 지옥을 자녀에게도 겪게 하고 싶지 않을 수도.

 

나 역시 사교육이 모든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보장한다거나 명문대가 그들의 인생에 더없는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주변의 움직임에도 동요 없이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그러한 교육관이 흔들리고 변하기 시작하면서 터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첫 성적표에 엄마 아이 할 것 없이 '멘붕'이 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원가를 기웃거리고 실력있는 과외 교사를 찾아 수소문하게 되는 것이다. 혹은 부모는 가만히 있는데 아이가 선포하기도 한다. "엄마, 나 학원 좀 좋은 데 알아봐주세요. 과외 좀 시켜주세요."

 

이와 같은 상황이 아이의 성적이 나쁠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아이의 성적이 좋으면 더 큰 욕심이 생겨서, 성적이 나쁘면 위기감이 생겨서 그런다. 심지어 현재 성적이 형편없는 데다 아이 역시 공부에 의지가 거의 없어서 사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교육비용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게 뻔한데도, 이성적으로 판단해 자녀의 대학 진학을 '쿨'하게 포기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무리해서라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과외시키는 에듀 푸어(교육비를 대느라 빚을 내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을 일컬음)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도 모자라 에듀 푸어까지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층은 대한민국 중산층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약 70%가 중산층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은 대한민국 제도권 교육 밖에 있는 이들이라 열외로 두고자 한다. 저소득층은 사실상 아이 학업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으니 열외로 두고자 한다. 중산층을 나누는 기준은 각종 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객관적인 분류일 테지만, 스스로 보기에 나는 도시 서민에 해당하는 것 같다. 매달 대출이자를 갚느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자녀교육비와 노후자금에 대한 걱정도 겸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모두 중산층이라고는 해도 그 형편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일단 결혼할 때 양가의 도움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었던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그후 맞벌이를 하며 대출이자를 갚아나가던 어느 날, 아이가 생긴다. 결혼할 때부터 '하우스 푸어(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컬음)'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에듀 푸어'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에듀 푸어는 아마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자녀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라면 줄이기 힘든 것이 바로 교육비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기하급수적으로 하향곡선을 이루게 된 것도 이 교육비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 학교에 들어가면, 아니 유치원에 들어가면, 아니 심할 경우 영유아기 때부터 아이들은 반강제적으로 교육 시장에 진입한다. 이것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결혼을 한 젊은이들도 그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아예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 교육 시장은 그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약육강식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왜 우리나라 중산층들이 아이 교육에 올인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전통적으로 그래왔고 변하지도 않는 이유. 바로 '우리 아이만큼은' 잘 살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나는 비록 하우스 푸어이고 에듀 푸어가 됐지만, 내 아이만큼은 이렇게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 나는 비록 못 배워서 가난하지만 내 자식만큼은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마음이 대를 이어 이렇게 전해 내려온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대에는 계층 간의 이동이 더욱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부자 부모를 두지 않은 이상, 좋은 직업을 가지고 최소한 남들처럼 살려면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상승밖에 답이 없다. 물론 교육의 방법이 이전 시대보다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영어 때문에 사회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은 경험을 가진 부모라면 아이의 영어교육에 특별히 힘을 쏟는다. 반면 좋은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남과 다를 바 없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월급쟁이 신세를 한탄하는 부모는 공교육의 대안인 혁신학교에 열광한다. 부모들의 교육열은 다양해지고 더욱 치열해졌다.

 

중산층일수록 자녀교육에 더욱 올인하는 것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실제 중산층들은 어느 정도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걸까?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가계 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8%이며 이는 약 81만 원이라고 한다. 가계가 적자 상태이거나 부채가 있는데도 평균 이상으로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 푸어도 전국적으로 82만 4,000가구에 이른다. 자녀가 유치원 이상에 재학 중인 가구 9곳 중 1곳 꼴이다.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_ 월천대사(이주현)

by 미스터신 2020. 1. 28. 21:10

사교육 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나 역시 미취학 아동들에게 너무 많은 선행 학습과 무리한 학원 스케줄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놀게만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 이제 저는 공부할 나이가 되었으니 그만 놀고 공부에 매진하겠습니다" 라고 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냥 아무 걱정 없이 노는 게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어른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은 으레 편한 쪽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릴 적부터 공부가 아니더라도 무엇 하나라도 정확하고 완벽하게 해내는 훈련을 시킬 필요가 있다. 끝을 보고 성과를 경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릴 때 자유롭게 놀면서도 어느 정도의 제약을 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학습량이 늘어도 큰 거부감 없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어릴 적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마냥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어느 날 엄마가 이젠 공부해야 할 나이라며 다잡을 때 갑자기 엄마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 당황하면서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놀던 친구들은 지금도 노는데 왜 나는 못 놀게 하는 건가 싶은 원망까지 생겨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금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내가 교육 현장에서 수차례 겪은 사례들이다.

 

초등학생 때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 제약을 하지 않던 엄마가 중학생이 된 아이를 갑자기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게 되면, 아이가 선생에게도 반발하게 된다. "선생님 왜 이렇게 단어가 많아요?", "선생님 이걸 어떻게 하루에 다 풀어요?" 하며 불만을 품는다. 엄마가 아이보다 기가 세다면 마지못해서라도 아이가 수업을 따라 오지만, 아이가 엄마보다 기가 세다면 결국 선생과 맞지 않는다며 수업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되었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 교육 실태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건 다른 문제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현실이다. 부모에게 있어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들을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현실을 회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맞닥뜨려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도무지 교육비를 줄일 수 없는 사회라면, 좀 더 현명한 방식으로 '교육열'을 불사를 필요가 있다.

 

사교육계에 몸담은 지 10년 그리고 부동산에 대해 공부한 지 3년만에, 엄마로서 또 부동산 투자자로서 내가 찾은 답은 바로, '학군 부동산 투자'였다. 자녀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무리해서까지 좋은 학군 지역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은 결국 유해시설이 없는 면학 분위기의 명문 학교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 쯤엔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세 차익까지 덤으로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본다. 이것이 내가 숱하게 목격해온 진실이었다.

 

"맹모에게 상을 주는 사회인 것 같아요. 친구 하나가 자녀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를 갔어요. 학원가도 가깝고 학교 분위기도 좋아서 아이 공부를 수월하게 시켰죠. 그런데 살다 보니 아파트 가격까지 올라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내 강의를 듣고 난 수강생 중 한 분이 남긴 강의 후기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분명하다. 자녀교육 문제로 노후 준비는 엄두도 못 내는 중산층들이 똘똘한 부동산 한 채를 장만함으로써 자녀교육과 노후 준비까지 함께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녀교육과 노후자금,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변화무쌍한 우리나라 교육 시장의 현황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아이를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시킬 수 있는 학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자산 수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을 짜보는 것이다. 자, 그럼 학군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교육 시장의 현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_ 월천대사(이주현)

by 미스터신 2020. 1. 24. 12:11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뛰어난 리더십과 활동성, 좋은 성적 등으로 자신감과 성취욕이 넘치는 이른바 '알파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남학생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현행 수행평가 체제도 여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한 구조다. 비교적 꼼꼼하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여학생들이 프로젝트성 수업이나 발표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수업시간에 배포된 학습 프린트 모으기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남학생들을 능가한다. 기본 교과 시험에서 여학생들이 상위권을 점령하는 분위기다. 의대나 법대의 수석을 여학생이 차지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남녀의 기본적인 학력 차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짝궁인 여자 친구가 알림장을 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귀가한다. 오죽하면 남자아이를 키운 선배 엄마들이 후배 남자아이 엄마에게 가능하면 같은 반 여자 친구의 엄마와 꼭 친해질 것을 귀띔해줄까?

 

학부모들은 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얼 배우는지,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는지 등을 궁금해하는데, 남자아이들은 단체로 기억을 잃어 버리는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저 "몰라" 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학교에서 싸움이라도 한 날이면 자초지종을 알고 싶은데, 통 말을 안 해주고 본인은 이미 그 일을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한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따지듯 담임교사에게 연락할 수도 없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그럴 때, 바로 같은 반의 친한 여자아이 엄마가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말은커녕 본인이 불리할 땐 귀도 막아버리는지 대답도 잘 않는 남자아이들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주알고주알 엄마에게 말하길 좋아하지 않는가. 이런 남녀의 기본적인 성향 차이로, 화성에서 온 남자아이들은 금성에서 온 여자아이들에게 상위권 성적을 양보해주기 마련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해온 남학생의 부모들은 고등학교만큼은 아들을 남고에 진학시키고 싶어 한다.

 

남학생 부모들이 아들을 남고에 진학시키고 싶어 하는 건, 성적의 불리함 때문만은 아니다. 사춘기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큰 시험, 바로 '연애'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다 보면 한창 피 끓는 아이들이 이성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문제는, 남학생 여학생이 함께 연애를 하는데도 연애 따로 공부 따로 알아서 척척 잘하는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들은 한번 연애를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성적 관리에도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 이래저래 멀티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남자아이들의 성향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

 

그렇다면 아들이 연애를 시작한 것을 감지했을 때 엄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고 무조건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잘하라는 것이 선배 아들 엄마들의 충고다. 혹여 여학생의 마음이 식어 아들을 차버리기라도 하면, 단순한 남학생들은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성적까지 뚝뚝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아들의 여자 친구를 만난 엄마들은 "얘, 수능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아들한테 헤어지자고 먼저 말하지 말아주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제 고작 다섯 살 된 아들을 둔 나 역시 우리 아들이 남고에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미 삼아 포털 검색창에 '서울 남자고등학교' 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다. 그런데 역시 나와 같은 엄마들이 많은 모양이다. 서울에 있는 남자고등학교를 알려달라는 질문이 꽤 있었다. 서울시 고등학교는 고교 선택제이다. 따라서 남자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인근 단지의 경우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 학교가 단대부속고등학교나 보성고등학교처럼 명문이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말이다.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_ 월천대사(이주현)

by 미스터신 2020. 1. 19. 11:10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서 콕 집어 "이것을 해야 하고, 이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일 자체가 취재의 대상인데, 단순히 '이것만 하면 된다'는 게 있을 리 없잖아요? 그렇지만 너무 막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미래의 기자를 꿈꾸며 하나 둘 준비하기엔 학생 시절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깊은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기자가 되기 위한 초석을 어떻게 다질지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다양한 책을 읽자

 

"에잇, 또 책 읽기?" 하면서 김빠진 표정을 짓는 친구들 모습이 보여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무엇을 하든 어른들이 대체로 '독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니까요. 따라서 여러분에게는 시시하고 뻔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기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많습니다. 학교 성적도 관리해야 하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도 쌓아야 하고, 역사를 비롯한 상식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기자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아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저는 "단연코 책 읽기"라 대답하겠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세상이 더 잘 보이거든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도 책 읽기는 꼭 필요합니다. 좋은 문장이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 머릿속에 그 글들이 입력되었다가 적절한 순간에 자연스레 출력되거든요. 물론 기자가 되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하고요.

 

그러면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요? 어른들은 흔히 고전을 많이 강조하고 청소년 교양서로 추천되는 책을 강조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반드시 추천 도서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추천 도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책에 흥미를 붙이는 게 아닐까요? 그러려면 스스로 관심이 가는 책, 손이 닿는 책, 눈길이 가는 책부터 펼치는 게 좋습니다. 소설책이든 만화든 가리지 말고요. 소설책이나 만화에도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이 잘 담겨 있으니까요. 하나씩 섭렵해가면서 독서의 폭과 관심의 영역을 넓혀봅시다. 소설도 읽고 아름다운 수필도 읽고, 그러다가 조금씩 욕심이 생기면 고전도 읽고, 인문서적도 읽고, 과학책도 읽는 거예요.

 

특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은 청소년 시절에 읽어두면 정말 좋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동서고금에서 좋은 책이라고 인정받은 글을 읽음으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와 문제의식에 다가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폭 넓게 사고하게 되거든요. 고전 읽기의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다양한 어휘를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쓰인 것들이잖아요?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특정한 언어나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어른이 되어 관련 분야의 일도 할 수 있지요. 제 주변에도 학창시절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독일로 유학간 친구도 있답니다. 물론 고전을 읽는 데엔 인내심도 필요해요. 하지만 자랄수록 시간을 따로 내어 고전을 읽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방학 때처럼 시간이 많을 때 한번 도전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방학마다 대하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었어요. '토지', '태백산맥', '혼불'처럼 등장인물이 많고 구성이 복잡한 대하소설은 한두 권 읽다 말다 하면 흥미를 갖고 끝까지 읽기 힘들기 때문에 방학처럼 여유가 있을 때 쭉 읽어야만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답니다. 고전이 어렵다면 대하소설을 읽어보세요. 이 역시 읽고 나면 생각해볼 거리가 늘어난답니다.

 

신문과 TV 뉴스 보기를 생활화하자

 

기자가 되고 싶다면 기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신문 읽기는 필수이고, TV뉴스도 꼭 보아야 하지요. 요즈음에는 종이 신문을 잘 읽지 않는 추세지만, 사회의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어떤 이슈가 어떠한 쟁점으로 부각되는지 깊이 알 수 있는 최상의 교재는 종이 신문이라는 것, 꼭 명심하세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저는 중학교 때 학원을 안 다녔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집에 매일 배달되는 종이 신문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학교갔다 와서 한 일 중 아마 신문 읽기 비중이 가장 컸을 거예요. 그런데 아직 어릴 때였으므로 신문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쭉 읽는 정도였어요. 너무 어렵다 싶은 기사나 용어들은 지나쳤고,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답니다.

 

신문 특성상 처음에는 어려운 내용이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문화 관련 부분이 많아지고 재미있잖아요? 텔레비전 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도 나오고요. 또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광고도 나옵니다. 저는 특히 광고가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문구로 광고를 하는구나' 감탄하면서요. 그런 식으로 신문 1면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기사와 광고까지 정독하는 데 2~3시간 걸렸는데요. 그때는 그게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나중에 언론사 입사시험 면접 때 그 경험을 이야기하니 면접관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시간이 부족해서 신문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매일 신문을 읽었던 습관은 훗날 기자가 되는 데 여러 모로 좋은 영향을 주었답니다. 저절로 논술 공부를 마친 셈이니까요.

 

요즈음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신문 읽기가 워낙 강조되다 보니 "매일 신문을 읽으세요"라고 말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공부처럼 느껴질테니까요. 게다가 영상 세대인 여러분에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조판한 신문이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뉴스 하나를 보아도 TV나 인터넷이 더 편하지요? 그렇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질 것입니다.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은 큰 제목과 소제목만 읽고 지나쳐도 되고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신문 읽기에 흥미를 붙이다 보면 나중에는 관심조차 없던 부분에도 눈길이 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만일 신문 읽기가 정 어렵고 귀찮다면 TV뉴스를 꾸준히 보세요. 같은 뉴스를 다루어도 TV는 영상과 소리를 같이 제공하니까 어려운 내용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TV뉴스는 한 꼭지를 다루는 데 보통 1분 30초쯤 걸리는데요. 그만큼 압축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뜻입니다. 방송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지요. 여러분 경우에는 압축이 잘 된 TV뉴스를 먼저 보고 나서 같은 내용을 신문 기사로 찾아 한 번 더 읽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면 이해도 잘 되고 신문 읽기가 훨씬 편해지거든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흔히 "좋은 글을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주 고전적인 충고인데요. 제가 어른이 되어 보니 이 말이 진실이더라고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사색하고, 문체에 신경 써서 글쓰기를 연습하고, 독서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강조하는 바가 같은 걸 보면 '다독, 다작, 다상량'이야말로 좋은 글쓰기의 왕도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학교나 가정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거예요. 독서와 글쓰기를 숙제로 내주는 학교도 많고요. 또 어떤 친구들은 방문 교사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 지도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하기'는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특별히 강조하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특히 요즘처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가는 시대에는 혼자시 골똘히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생각하기라고 봅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할게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자 시험을 준비했는데요. 처음에는 언론사 공채 시험마다 떨어졌습니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되어도 2차 면접에서 떨어지곤 했어요. 그러다가 졸업하고 나서 소위 말하는 취업준비생이었을 때 지금 다니는 신문사에 합격했습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딘가 소속된 곳도 없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시험이나 리포트에 대한 부담도 없었으니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책도 많이 읽었지만 무엇보다도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답니다.

 

예전에는 논술 주제가 나오면 우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어떤 부분은 외우기도 하면서 오직 공부하는 데만 급급했어요. 정보를 흡수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나만의 논리와 주장을 정립하고, 나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계발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거예요. 그러니 논술시험이나 면접에서 떨어질 수밖에요. 그런데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보게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도 깊이 하게 되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말입니다.

 

생각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소설책을 읽었다면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캐릭터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었나 등등 이것저것 고민해보는 거지요. 과제로 흔히 나가는 독후감 쓰기보다 이처럼 혼자서 깊이 생각해 보는 훈련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반드시 책이 아니라도 좋아요. 만화를 본 뒤에나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한 내용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연결해보면 여러분의 생각도 쑥쑥 자랄 것입니다.

 

많이 써보자

 

앞서 언급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는 어떻게 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직접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은 생각보다는 어려워요. 일단 글 쓴다는 것 자체를 망설이는 친구들도 있을 테고요. 게다가 요즘 교육 환경은 여러분에게 글을 직접 쓸 기회를 많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학교 숙제로 나오는 독후감이나 글짓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이런 숙제를 받아들고 "뭘 쓰나?" 하면서 막막해한 적이 있지요? 하지만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먼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글을 쓰는 일이 주 업무이기 때문이에요.

 

학생 시절에는 가장 단순한 글쓰기인 '일기 쓰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는 거죠. 우선 하루 일과를 써내려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러다 일기 쓰기가 조금 만만해지면 주제를 잡아서 써보고요. 이때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후감이 됩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에는 보통 '스터디'라고 불리는 그룹을 구성해요. 그러고는 스터디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보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 과목인 논술과 작문은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학생 때부터 이렇게 연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와 친해지는 거예요. 시간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혼자 깊이 생각해서 그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기자 체험도 중요해

 

언론사 입사준비를 하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합니다. 요즈음은 '엄격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처럼 천편일률적인 글로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아요. 이 정도는 다 알고 있지요? 이렇게 쓴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의 책상이 아니라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답니다. 그래서 다들 자기소개서를 독창적으로 쓰려고 고민을 많이 하지요. 저 역시 여러 번 실패한 후에 저만의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찾았답니다. 바로 제 경험을 살리는 거였어요.

 

"저는 경력 10년차 기자입니다."

 

제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썼던 자기소개서의 첫 줄이에요. 기자가 되고 난 뒤 생각해보니 무척이나 당찬 발언이었는데요. 그러나 눈길을 사로잡기엔 좋은 문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떻게 경력이 10년이나 되냐고요? 입사 시험을 치르는 마당에?

 

저는 중학생 때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교지 편집부에서 학생기자를 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직업 탐방 코너를 맡아 학교 동문 선배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기사를 썼는데요. 그때 인터뷰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그중 하나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취재하러 선배님 회사를 찾아갔던 일입니다. 그 회사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고기획사였는데요. 그런 대단한 곳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 설렜답니다.

 

가서 질문을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게 기억나요. '혹시 내 질문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면서 말입니다.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쓴 기사를 담당 선생님께서 교정봐주시던 순간도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합니다. 그 후 고등학생 때에도 교지 편집부 활동을 했고, 대학생 때에는 학교 잡지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지요. 대학생 때는 학과 수업 중 하나로 언론사 현장 실습을 3개월 동안 나간 적도 있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엔 광화문 응원 열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쓰기도 했답니다. 이때 쓴 기사는 인터넷 기사였는데 아직도 남아 있답니다. 실제로 제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간 첫 기사인 셈이지요. 어때요, 여러분! 그러니까 총 10년이 채워진 거, 맞지요?

 

물론 아쉬움도 큽니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교지 편집부에서 학생기자 활동만 했기에 악기를 다루거나 연극을 하는 등 다른 활동을 못 해봤으니까요. 하지만 직업을 기자로 정한 친구들이라면 학창 시절 어느 시기이든 한 번쯤 학생기자로 활동해보면 좋을 거예요. 예를 들어 학교 축제가 열렸어요. 학생기자가 아니라면 그저 축제에 참여하는 데 그치겠지만 축제를 취재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면 태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우선 어떤 행사가 있는지 관찰할 거고, 어떤 행사가 가장 인기 있는지, 진행에 문제는 없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축제를 바라보게 되거든요. 제가 중학생 때 우리나라 최대의 광고회사를 방문해서 전문가를 만나는 기회를 가졌던 것처럼 그 나이 대에 접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실제로는 연습 삼아서라도 기사를 써볼 기회는 학생기자가 아니고는 접하기 어렵답니다.

 

요즘은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에도 학생기자 활동을 할 기회가 많이 있어요. 어린이 신문을 비롯해 지역 신문의 청소년 기자단, 인터넷 잡지, 각종 동아리활동 리포터 등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생이 되어서는 언론사의 인턴기자에 지원할 수도 있고요. 이런 기회들을 놓치지 마세요. 직접 취재해보면서 인터뷰하는 법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마주하면서 경험도 풍부하게 쌓을 수 있으니까요.

 

여행을 자주 떠나자

 

청소년 시절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여행입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직장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 점점 줄어들거든요.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탓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청소년기에 여행을 가능한 한 많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낼 수 없듯이 경험을 많이 한 사람도 당해낼 수 없거든요.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는 여러 가지입니다. 책이나 신문, 방송 등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이 있고, 여행처럼 몸으로 부딪히는 직접 경험도 있는데요. 어떤 경우이든 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는 좋은 기회들이죠.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행의 좋은 점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경험,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직접적인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여러분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될 테니까요. 여행 경험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면접을 치를 때, 혹은 친구를 사귈 때에도 자신을 설명해주는 유쾌한 통로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대개 여행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근에는 대기업이나 학교에서 연수 형식을 통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프로젝트에 응모하여 선발 과정을 거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이때 여행은 주 목적이고, 다양한 친구 관계는 덤으로 얻을 수 있겠지요?

 

나는 신문기자입니다_ 임지선 기자

by 미스터신 2018. 4. 21. 12:18

신문, 잡지를 꾸준히 읽자

 

방송 작가의 핵심 역량은 '세상에 대한 관심'입니다. 신문, 방송, 잡지 등을 매스미디어라고 하는데요. 매스, 즉 대중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하는 수단들을 일컫지요. 따라서 대중매체는 대중이 관심을 가지는 것, 또는 관심을 가질 만한 것들을 다룹니다.

 

방송 작가가 되려면 시사적인 일에 눈과 귀를 열어놓는 것이 좋습니다. 신문이나 잡지를 한 종류 선정해서 꾸준히 보다 보면 이른바 '세상 돌아가는 일'을 조금은 알게 됩니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아야 세상에 전달하고 싶은 나의 메시지도 생깁니다.

 

늘 기록하자

 

신문이나, 잡지, 블로그 들을 보면서 본인이 관심 가는 주제가 있으면 스크랩이나 메모를 해서 자신만의 아이템 노트를 만들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세상에 널린 게 자료라 해도 내 손이 한 번 가야 비로소 내 것이 됩니다.

 

기록은 습관입니다. 무엇이든 듣고 지나치지 말고 기록해두어야 내 것이 됩니다. 들을 때는 재미있던 이야기도 시간이 지나면 잊힙니다. 놓치기 아까운 이야기, 지식들은 꼭 기록해둡니다. 기록하는 과정에서 한 번 더 보게 되니 머리에 오래 남습니다. 이것들이 쌓이면 나중에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이 되지요.

 

책을 읽고 글을 쓰자

 

당연한 말이지만 작가는 글 솜씨가 있어야 합니다. 글 솜씨만 있다고 해서 방송 작가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이 글 솜씨가 없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에요. 말하자면 충분조건은 아니고 필요조건인 거죠.

 

글 솜씨를 키우려면 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합니다. 그 외에는 방법이 없어요. 정기적으로 꾸준히 글을 쓰는 연습을 하는 데엔 일기쓰기가 안성맞춤입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죠. 일기를 쓰면 자신의 개인적인 생각을 정리할 수도 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훌륭한 역사 기록물이 되거든요. 20년 뒤, 지금 시대와 관련된 일을 할 때 자신의 일기에서 훌륭한 디테일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영상을 보자

 

'영상 언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상이 가지고 있는 시각 이미지, 소리 등은 언어처럼 어떤 체계를 가지고 내용을 표현하고 전달해줍니다. 방송을 하려면 영상을 알아야 합니다. 방송이란 영상과 말의 조화이기 때문이죠. 영상을 안다는 말은 영상적인 표현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것입니다. 사실 효과적이면서도 예술적인 영상 연출에 정해진 어떤 규칙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기에 평소 영상물에 관심을 가지고 많이 봐야 하는 거예요. 많이 볼수록 보는 눈이 깊어집니다.

 

상식을 쌓자

 

방송 작가는 다방면에 지식이 많아야 합니다. 일을 하면서도 끊임없이 공부해야 해요. 이미 상식을 많이 쌓아놓았다면 일하기가 훨씬 수월하겠죠. 방송이란 시청자와의 소통이고 소통을 하려면 즉, 말이 통하려면 상식이 먼저 통해야 합니다. 상식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소설뿐 아니라 역사, 과학,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다 보면 상식은 저절로 쌓입니다.

 

다양한 경험을 하자

 

경험에만 매몰되는 것도 위험한 일이지만 내 경험만큼 힘센 것이 없습니다. 여행 책을 열 권 읽는 것보다 1박2일이라도 내가 직접 여행을 떠나는 편이 훨씬 남는 것이 많습니다. 경험이란 것이 꼭 오지여행, 익스트림 스포츠 같은 남들과 다른 특별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현재 생활에 충실한 것도 경험입니다. 책 보고 영화 보고 공부하고 동아리 활동도 하고 또래들과의 생활을 열심히 하다 보면 경험이 쌓입니다.

 

외국어 실력도 중요합니다

 

방송 작가의 일상은 '자료 찾기'입니다. 방송 작가는 자기 머릿속, 마음속에 있는 것들을 밖으로 꺼내는 작업이라기보다 세상에 무질서하게 존재하는 것들, 많은 사람들이 관심 있는 것들을 정리해서 맥락을 잘 잡아서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당연히 자료가 가지는 힘이 크지요. 아이디어도 자료에서 나오고 아이템도 자료에서 나오니까요. 마음껏 자료를 볼 수 있으려면 외국어도 어느 정도 해야 합니다. 한글로 번역되어 있지 않은 자료를 봐야 할 때도 있으니까요. 신선한 자료를 누구보다 먼저 찾아서 보려면 외국어 실력이 중요합니다. 외국어를 익혀놓으면 언제고 빛을 볼 때가 있답니다.

 

나의 직업 방송 작가_ 임선경 작가

by 미스터신 2018. 4. 9. 14:49

왜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 2009년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선천적 재능과 관계 없이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고 주장한 법칙을 말한다. 누구든 하루 세 시간, 1주일 20시간씩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빌 게이츠나 비틀스, 모차르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시간 주립대의 잭 햄브릭 교수 연구팀은 2014년 1만 시간의 법칙이 잘못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결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88개 논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부에 재능이 없는 96퍼센트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공부 잘하는 재능이 있는 4퍼센트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음악, 스포츠, 체스 등의 분야는 실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노력의 비중이 20~25퍼센트였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2016년에는 이 같은 연구들을 반영한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도 출간했다. 미국의 비즈니스 브릴리언트 설문조사 결과도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 중산층의 70퍼센트는 돈을 많이 벌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부자들은 2퍼센트만이 "그렇다"고 응답했고 98퍼센트는 "잘하는 일을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매일 세 시간씩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세 시간씩의 노력이 당신이 잘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고 최고라는 명성을 떨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즐겨라. "좋아하는 일은 내게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잘하는 일은 더 나은 미래를 준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이제부터는 "당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다며 얼버무리지 마라. 재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든 면접관의 질문에든 다음과 같이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애완견과 대화를 잘합니다.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말입니다."

"청소를 세계에서 가장 잘합니다."

"라면 하나는 누구보다도 맛있게 끓입니다."

 

잘하는 일로 성공한 시니어들

 

빨래를 잘하는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이 크린토피아 이범택 회장이다. 청소하는 일,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일 역시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아니, 라면 끓이는 일은 세계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아니라 당신의 가게 주변사람들만 당신을 찾아와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한 사람들이다. 피카소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잘하는 재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으로 같은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보통사람은 그 에너지를 여러 사소한 일에 낭비한다. 그러나 나는 내 에너지를 단 한 가지, 오직 그림에만 집중한다. 그림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들 역시 잘하는 일을 한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3백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다. 그가 첫 창업한 회사는 잡지출판사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난독증 환자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잡지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난독증이 있어 좋은 기획서도 만들지 못하고 기사 편집도 못했지만 파는 것은 달인이었다. 즉 기획과 핀집은 잘하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잡지 파는 것에만 올인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다 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은 잘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관련 분야의 잘하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잘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그를 3백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게 해준 핵심역량인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히 잘하는 재능이 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아직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뿐이다. 당신은 어떤가? 잘하는 일, 또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미 성공했거나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 전반전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는 관계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가 못하게 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잘하는 일을 해야 그 분야의 최고라는 명성을 날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인생 후반전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그렇다면 잘하는 일을 하면 모든 시니어가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잘하는 일을 하고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고 해서 모두 명성을 날리고 금전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정의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떤 분야에서 잘하는 경지에 올랐다면 이것 또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의 척도를 금전적 성과와 연관지어 판단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가령 잘하는 일이 오토바이 타는 것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그 일로써 금전적 성공의 결실을 맺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토바이를 잘 타는 것으로 금전적 성취도 함께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이 금전적 성취와 연계성이 높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금전적 성취와 연계성이 높은 잘하는 일, 또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금전적 노후준비가 잘된 사람은 관계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시니어는 금전적 성취와 연계성이 낮은 잘하는 일 역시 그냥 취미로 즐기는 것이 좋다.

 

잘하는 일을 한다고 모든 시니어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하는 분야의 경쟁이 치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시니어가 잘하는 일이 무언가를 잘 파는 것이라고 해보자. 그가 잘 파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 보험이나 자동차 세일즈를 시작한다면 과연 많이 팔 수 있을까? 연고관계가 있는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1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서도 잘 팔 수 있을까? 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자신의 경쟁자들보다 더 잘 판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그보다 잘 파는 경쟁자들이 많다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잘하는 일도 남들이 안 하는 분야, 경쟁이 너무 심하지 않은 분야가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성공하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는 당신에게

 

그렇다면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10대와 20대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지만 50~60대에도 제법 있다. 직장에서 주로 사무직, 관리직 부서에만 근무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에 의하면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는 "나는 특정 영역에서 나보다 탁월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 IBM의 창업자 토마스 왓슨도 에머슨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나는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는 뛰어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누구나 특정 분야에서는 천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잘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올인하라. 인간 욕구의 5단계설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매슬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인간이 가진 재능에 대해 "우리가 가진 재능은 쓰여지기 위해 아우성치고 있다.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만 이러한 내면의 아우성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머슨과 왓슨, 매슬로의 주장을 체계화한 사람이 하버드대 발달심리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언어, 음악, 논리-수학, 신체운동, 대인관계, 자기성찰, 자연친화" 지능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갖고 출발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왜 재능을 못 썼을까? 인생 전반전에는 부모의 강압 내지 권유, 가족 부양이라는 굴레 때문에 못 썼을 수도 있고 안 썼을 수도 있다. 아니,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당신이 상상도 못할 거대한 재능이 당신 안에 숨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거대한 힘은 쓰여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니 잘하는 일이 없다고 도전도 하지 않은 채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봐라.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주장처럼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재능을 깨워야 한다. 앞에서 소개했던 81세에 그림 그리기를 배워 화가가 된 미국의 리버맨,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일본의 100세 시인 시바타 도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부딪쳐봐야 한다. 시나 에세이, 소설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작곡도 해보고, 요리도 해봐야 한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당신의 내면에 헤밍웨이를 능가할 재능이나 최고 요리사가 될 엄청난 재능이 숨겨져 있을지. 그렇게 부딪쳐보면 분명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스승, 성공한 선배 등 훌륭한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인생 후반, 어디서 뭐하며 어떻게 살지?_ 이성동 김승회

by 미스터신 2017. 12. 24. 18:49

"퇴직 후 뭐하며 살래?"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 다섯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해도 대개 좋아하는 일을 택한다. 전문가들 중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즐겁고 신바람이 난다. 또한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하다 보면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오고 아웃풋 또한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전적 노후준비가 끝난 시니어일지라도 좋아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은 이유 다섯 가지

 

1.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다 보면 삶이 점점 더 무료해질 수 있다.

2. 인생 후반전에 하는 일은 가치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3. 연령에 따라 좋아하는 일도 변한다.

4. 어떤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5. 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긴다는 열정은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1.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다 보면 삶이 점점 더 무료해질 수 있다

 

서울대 황농문 교수는 '몰입, 두번째 이야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해도,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은 대부분 소비하는 일이어서 지루하고 무료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좋아하는 일이 아예 심신이 고달픈 노동이 될 수도 있다. 또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실망과 좌절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도 그 이유다.

 

2. 인생 후반전에 하는 일은 가치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즉 돈이나 명성이라는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하든지, 자신이 속한 사회공동체의 삶의 질 개선과 같은 가치를 창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은 대부분 그렇지 못한 편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이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일인 경우는 어떨까? 그래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일에 비해 가치창출의 성과가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금전적 노후준비가 잘돼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되도록 유효기간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유효기간이 없다. 90세가 되든 100세가 되든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을 쓰는 것, 책을 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운동은 유효기간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모를까, 운동 그 자체로 남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최대한 40대 초반까지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3. 연령에 따라 좋아하는 일도 변한다

 

"당신이 20대 때 좋아했던 일과 40대 때 좋아하는 일이 같은가?" 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20대엔 축구를 좋아했는데 40대에는 골프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50대 중반에 좋아하는 일과 80대 중반에 좋아하는 일 역시 다를 가능성이 높다.

 

4. 어떤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약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50대 초반부터 매일 세 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치자. 10여 년, 1만 시간 동안 그렇게 노력하면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재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물론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인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정말 축북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극소수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운좋게도 잘하는 일이어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정이 생긴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후일담일 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5. 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긴다는 열정은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투자자인 벤 호로위츠는 콜롬비아대학 졸업 축사에서 "자신의 열정을 따라가지 마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졸업생들에게 "당신은 수학과 엔지니어링 중에서, 혹은 역사와 문학 중에서 1) 어떤 것에 더 열정이 있습니까? 2) 무엇을 더 잘 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벤 호로위츠에 의하면 어떤 것에 더 열정이 있는지 답하는 것보다 무엇을 더 잘 하는지 비교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은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인가? 아니다. 잘하는 일을 좋아하든지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즐기면 된다.

 

인생 후반, 어디서 뭐하며 어떻게 살지?_ 이성동 김승회

by 미스터신 2017. 12. 24. 18:11

아버지가 오랜 기간 교육 상담을 해오면서 가장 많이 반복해서 언급한 사례를 중심으로 얘기해보겠다. 다음은 학력과 지적 수준, 사회적 지위가 높은 부모님과 자녀가 둘인 가정의 상담 사례다.

이 가정은 아빠와 엄마의 교육관이 상반되었다. 아빠의 교육관은 초등학교 시절은 그냥 즐겁게 놀고, 중학교 들어가 공부를 시키자는 것이었다. 엄마의 교육관은 반대였다.

첫째는 아빠의 교육관이 이겨서 그렇게 키웠다. 하지만 나중에 둘째는 엄마의 교육관으로 키우게 된다. 상담 당시 첫째는 5학년이었고 둘째는 2학년이었다.

"첫째는 무엇을 하든 간에 귀찮아하고, 괴로워하고, 노력은 많이 하나 성적이 나오지 않아 걱정이다. 아빠가 등산을 함께 하는 등 인내심을 키워주려 노력하여 인내심은 꽤 많은 것 같은데, 항상 힘들어한다. 둘째는 무엇을 하든 적극적이고, 욕심이 많고, 피아노 대회도 입상하고, 영어도 오빠를 가르치는 수준이다. 첫째가 아들이라 더 기대가 큰 편인데 어쩌면 좋은가?"

물론 세상 모든 사람들이 공부에 소질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학자로 성공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여 키울 필요도 없다. 무엇보다 학벌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주 약간의 기회를 더 가지게 할 뿐이다. 실제로 인생 전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위의 사례에서 우리가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할 내용은 정서적 측면이다. 공부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데에 용기, 도전, 흥미, 자신감과 같은 정서적, 감정적인 측면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수학 선생님을 좋아해서 수학을 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칭찬 하나에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내가 또래보다 잘하고 있다는 느낌으로 더 도전하게 되고 흥미를 가지게 되기도 한다. 이처럼 공부를 했더니 흥미가 생기기도 한다. 꼭 흥미가 먼저 생겨야만 공부를 하려고 덤벼드는 것은 아니다.

이런 측면에서 공부는 성취감과 같은 정서적인 면이 매우 중요하다.

위의 사례에서 오빠의 경우는 스스로 흥미가 생겨서 공부를 적극적으로 하기를 기다리고 마음껏 놀게 했지만, 정작 또래 사이에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내가 또래보다 못하다는 것을 반복해서 느끼다 보니 공부를 포함한 다른 분야까지 괴롭고 귀찮은 상태가 되었다.

이러한 학생이 나중에 반전이 생겨 일취월장하여 공부에서 성공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 조건은 어렸을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책을 읽는 습관이 갖춰진 상태인 것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 책 읽기 자체가 모든 과목의 전이효과가 커서 나중에 치고 나가는 폭이 크다.

승민이도 나중에 자녀에게 아버지가 했던 방식을 써보면 좋겠다. 승민이 어머니는 승민이가 스스로 책을 잡을 때까지 계속해서 책을 읽어줘서 책은 재밌는 것이라는 것을 인식시켰다. 놀이와 공부가 구분이 안 되는 유치원 때 영어, 수학, 체육, 바이올린, 피아노 등을 접하게 하였다. 승민이는 어머니가 퇴근할 때까지 이 수업을 받았는데, 이런 수업을 노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이 4학년까지 이어졌고, 4학년 때 처음으로 승민이가 어머니에게 학습량이 너무 많다고 불평을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대폭 줄이고 스스로 공부할 선택권을 준 것이다. 4학년까지는 승민이가 노는 것인지 공부하는 것인지 몰랐기 때문에, 한 과목을 빼려고 해도 빼지 말라고 했던 것이다. 태권도 수업도중에 너를 빼내서 외식을 했을 때 태권도장에서 못 놀았다고 울었을 정도니까.

그리고 승민이가 이렇게 이야기했지.

"다른 애들은 공부를 많이 하는 것을 힘들어해요. 저는 하나도 안 힘든데."

실제로 초등학교 6학년 한 반의 상황을 보면, 학습 능력이나 습관의 차이가 최대 5년의 차이를 만드는 것을 보았다. 어떤 아동은 수업하는 것을 만화영화 보듯이 편하게 즐겁게 하지만, 어떤 아동은 국어책 한 줄 따라 쓰는 것도 너무 힘들어하고, 수학책 한 문제 푸는 것도 고통스러워할 정도로 큰 차이가 난단다.

아버지가 생각하기에 공부는 정서적인 요소가 중요하고, 정서적인 면은 유아기 때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성장하면서 또래에서 내가 잘한다는 느낌을 경험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 아버지는 강남의 한 고등학교의 대학 진학 결과를 본 적이 있다. 중학교 때 각 지역에서 전교 1등을 하거나 강남 지역에서 우수한 성적을 냈던 학생들이 모인다는 곳이다. 하지만 진학 결과는 참담했다.

학생 구성원들만 봤을 때는 모두가 일류대를 가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매우 적은 비율만 일류대를 갔다. 내신의 영향도 있겠지만 내신만으로는 설명의 근거가 부족했다. 투자 대비 수능 점수 결과 자체가 매우 비효율적이다. 선행학습도 하고, 고등학교 3학년 입시생을 방불케 할 정도로 중학교 생활을 했던 학생들임을 감안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했던 자신감에 비해 너무 뛰어난 동료들의 모습을 보니 정서적인 부작용을 가져왔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아버지는 생각한다. 얼마 전 아버지는 친구들과 스크린 골프를 치러 갔다. 모두 처음 골프채를 잡았는데, 갈 때마다 순위가 정해졌다. 모두 다 엉터리이고 못하는데도, 높은 순위를 많이 했던 친구들은 골프에 흥미를 느껴서 계속하게 되고 잘하게 되었다. 하지만 낮은 순위를 했던 친구들은 골프에 흥미를 못 느끼고 아예 중단하게 되었다.

스스로 책을 읽고 스스로 공부하는 습관은 학교 성적에만 연관이 있는 게 아니다. 인성과 행복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인생은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누구나 갖고 싶은 직업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교대에 가야 교사가 되고 의대에 가야 의사가 되듯이, 대학 입학을 통해 어느 정도 가려진다. 청소년기에는 평생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서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하는 게 필요하다. 또한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하는 연습은 나중에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능력을 준다.

모든 종교에서 말하는 행복할 수 있는 능력, EQ의 공통점 등을 간단히 한 문장으로 말하면 다음과 같다.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하는 능력"

이것은 똑같은 상황에 놓여 있어도 이런 능력이 있는 사람은 행복하고, 그렇지 못하면 무척 짜증스럽고 고통스러워한다.

이 능력이 갖춰져 있으면 앞으로 살면서 평생 주어질 책임과 의무와 고통으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울 수 있다. 그러므로 인성교육의 일환으로, 행복을 연습하기 위한 도구의 측면으로 볼 때라도, 이런 수양과 연습의 차원에서 공부를 어느 정도는 해야 한다.

마흔살 행복한 부자아빠의 특별한 편지_ 아파테이아

by 미스터신 2017. 6. 23.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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