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들은 고민에 빠진다. 학원도 보내고, 과외도 시키고, 학습지도 풀게 하고, 인터넷 강의도 듣게 했건만, 성적은 갈수록 더 떨어질 뿐, 자녀가 공부를 할 만큼 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잘 안 나오면 부모 입장에서는 무척 당혹스럽다. 필자의 한 지인은 "우리 아들이 공부를 열심히는 하는데, 성적이 잘 안 나와서 걱정이다"는 말을 5년째 되풀이 하고 있다. 그가 고민에 빠져 있는 사이, 중1 아들은 고2가 되었다. 궁금했다. 도대체 어떻게 공부를 하고 있길래 성적이 수년째 제자리걸음인 것일까? 지인에게 아들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을 만나서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지인의 말은 허언이 아니었다. 아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바로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들었고, 학원자습실에서 공부를 하다가 밤 열두 시간 다 돼서야 집에 들어왔다. 집에 와서도 밤 1~2시까지 공부를 했다. 나는 지인의 아들처럼 오랜 시간을 공부하는데도 불구하고 성적이 저조한 학생들을 많이 봐왔다. 그들은 학교에 와서도 학원숙제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고,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 늦은 저녁까지 학원수업을 들었고, 집에 돌아와서도 밤늦게까지 학원숙제에 매달렸다. 아이들은 눈코 뜰 사이 없이 바쁘게 살았지만, 성적은 언제나 중하위권을 맴돌았다. 왜 성적이 부진했던 것일까?

 

나는 명문대 합격생과 학습법에 대한 연구를 수년째 계속해오고 있다. 지금까지 명문대생의 합격수기서와 학습법 관련 책을 백 권 넘게 읽었고, 지금도 매달 신간을 구입해서 읽고 있다. 자녀교육서나 합격수기서를 읽어본 적 있는 부모라면 책에 소개된 방법들을 내 아이에게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난감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책에는 그럴듯한 공부법들이 소개되어 있었지만, 그것들을 학생들에게 어떻게 적용시켜야 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저자가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책을 썼기 때문일까?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쓴 책들도 적용이 쉽지 않은 것은 마찬가지였다.

 

저자에게 최적화된 공부법을 수십 명의 학생들에게 똑같이 적용시킨다는 것도 무리였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가르쳤던 학생들과 특급 영재에 속했던 저자들 간의 차이가 너무 컸다. 명문대생들과 제자들 사이의 접점을 찾아보려 했으나, 종국에는 참새와 독소리의 공통점을 찾아내려는 시도처럼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약간 과장하면 명문대생들과 내 제자들의 공통점은 학생이라는 사실 하나 뿐이었다.

 

한편 저자들 사이에 의견이 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예컨대 '사교육이 공부에 도움이 되었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방해가 되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수업시간에 교사의 설명을 빠짐없이 받아 적었다'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노트필기는 되도록 자제했다'는 이들도 있었다. '오답노트를 만들라'는 이들이 있었고, '시간낭비일 뿐이다'라는 이들도 있었다. '문제집을 백 권 넘게 풀었다'는 이들이 있었고, '두세 권만 풀었다'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의 상반된 주장을 처음 접했을 때 무척 혼란스러웠다. 특히 일부 학생들이 합격 비결로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거론할 때면 상당히 당혹스러웠다. 그동안 나는 사교육과 선행학습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혼란과 당혹감은 명문대생들의 합격수기서와 학습법 관련 책들을 읽어나가는 과정에서 차츰 해소되었다. 그들이 제시하는 각양각색의 공부법을 관통하는 공부의 '제1원칙'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제1원칙은 자녀교육의 제1원칙으로 삼아도 손색없을 만큼 절대적인 법칙이다. 제1원칙은 자녀를 키우면서 선택이 필요한 순간에 올바른 판단 기준을 제시한다. 제1원칙은 풍문에 현혹되지 않고, 흔들림 없이, 소신 있게 자녀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제1원칙은 자녀교육의 실패확률을 대폭 낮춰줌과 동시에 성공 확률을 대폭 높여준다. 대체, 그 원칙이 무엇이냐고? 제1원칙을 찾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여행을 떠나야 한다.

 

도착한 곳은 몇 년 후 미래. 어느 여름날. 당신 아이는 고등학교 2학년이고, 현재 시각은 밤 11시.

겨우(?) 밤 11시인데, 애가 벌써 잠자리에 들 준비를 하는 게 아닌가. 화들짝 놀란 당신. 마음이 진정될 때까지 잠시 숨을 고른 후, 운을 떼었다.

"얘야, 너도 내년이면 고3인데, 너무 일찍 자는 거 아니니? 공부 좀 더 하고 자거라."

"엄마, 갑자기 왜 그래? 난 하루에 4시간만 공부하는 거 몰라?"

 

4시간만 일(공부)하고 퇴근(?)하겠다는 미래의 아들(딸)에 대한 당신의 대처가 궁금하다. 그냥 자도록 내버려두겠는가, 공부를 좀더 하는게 어떻겠냐고 회유하겠는가? 당신이 4당 5락을 입시의 진리로 받들던 시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다면, 4시간 공부로는 도저히 성에 차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고등학생에게 하루 4시간 공부가 과도한 학습량은 아니다.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일일 학습시간은 4시간이 훌쩍 넘는다. 이는 하루 4시간 공부로는 명문대 합격은커녕 중위권 성적을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4시간만 공부하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자녀 때문에 근심에 잠긴 당신에게, L군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왜냐하면 그 또한 고교시절 내내 하루 4시간만 공부했기 때문이다. 공부한 시간만 놓고 판단했을 때, 당신 아이나 L군이 명문대에 들어가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필자도 고3, 재수생, 삼수생, 장수생으로 기나긴 세월을 입시 공부에 매달려 봐서 잘 안다. 하루 4시간 공부로는 서울 소재 대학은커녕 지방 국립대도 장담할 수 없다. 하루에 4시간만 공부하고 책을 덮어 버린 배짱 두둑한 L군, 그는 과연 어느 대학의 배지를 달게 되었을까?

 

놀랍게도, 그는 우리나라 최고 대학에 입학했다. '설마, 서울대?' 그렇다.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최고 학부에 합격했다는 사실이다. '최고 학부라 함은?' 의대 말이다. '하루 4시간 공부로 그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혹시 재수라도 한 건 아닐까?' 그렇진 않다. 그는 스무 살 현역으로 서울대 의대에 입학했다. L군이 명문대에 들어갔다면 다른 수많은 학생들 또한 명문대에 들어갔어야 함이 마땅하다. 4시간 이상 공부하는 고등학생은 널리고 널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절대다수의 학생들은 L군처럼 탁월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L군은 무엇이 달랐던 것일까? 하루 4시간 공부로 어떻게 최고 대학의 최고 학부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비결은, 효율성에 있었다. 즉, 그는 최소의 학습시간을 투입해서 최고의 성적을 올리는 효율적인 공부를 했던 것이다. 수업시간을 쉬는 시간처럼 보내는 대다수 학생들과 달리, 그는 수업시간에 단 한 번도 한눈을 판 적이 없었다. 그는 수업시간을, 기본개념을 다지고 내신시험을 공부하는 시간으로 적극 활용했다. '고액 과외나 족집게 강의를 들었던 것 아닐까? 놀랍게 또는 식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L군은 고교시절 내내 사교육을 일절 받지 않았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어떻게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볼 때, 사교육을 받지 않느 것이 공부에 훨씬 더 유리하다. 왜 그렇냐고?

 

배운 것을 가능한 많이, 오래 기억할수록 공부의 효율성은 높아진다. 그렇다고 한다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해야 할까? 쉼 없이 새로운 내용을 배워야 할까, 배운 내용을 수시로 익혀야 할까? 알다시피 사람의 기억력이란 그리 믿을만한 것이 못된다. 바로 앞쪽에서 읽은 내용을 떠올려보라. 불과 일분 전에 읽은 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지 않은가. 당신의 머리가 나빠서 그런 게 아니다. 원래 인간의 뇌가 망각에 취약하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깜빡깜빡 잘 잊어버려서 때때로 불편하고 낭패를 볼 때도 있지만, 망각이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일평생 경험하는 희로애락의 순간들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저장된다면 우리는 제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우리는 망각 덕분에 과거의 슬픔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일상에서 망각은 때때로 유익하지만, 공부에서 망각은 치명적이다. 망각은 선별과 자비를 모른다. 때문에 잊지 말아야 할 기억들까지도 망각의 강 저편으로 끌어가 버린다. 책장을 넘기고 있는 아이는 지식의 조각들을 매순간 망각의 강에 흩뿌리고 있다. 망각의 강을 타고 떠내려가는 지식 조각들은, 즉각 건져내지 않으면 망망대해 속으로 영영 자취를 감춰버리고 만다. 결국,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을 오가면 지식을 주워 담았던 아이의 머릿속에는 한 조각의 기억도 남아있지 않게 된다.

 

한 남자가 수백만 원의 비용을 지불하고 유럽 여행을 떠났다. 긴 여정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첫날. 소파에 앉아 지친 심신을 달래며 여행의 추억에 젖어들려는 찰나, 남자는 자신의 머릿속이 백지처럼 하얗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행히 지갑에는 비행기 왕복 티켓이 남아 있었고, 두 장의 티켓을 통해서 자신이 15박 16일 동안 유럽에 다녀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무지한 남자, 여행을 다녀온 것이 맞을까?

 

뜬금없이 남자를 등장시킨 까닭은 당신 아이가, 여행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남자처럼, 무의미한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갈하기 위함이다. 나는, 어리석은 남자처럼 어리석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매일매일 목격한다. 아이들은 학교, 학원, 집을 순회하며 하루 종일 바쁘게 살아간다. 하지만 다음날이 되면 어제 배운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정말 답답할 노릇이다. 잊어버릴 거라면 실컷 놀고 푹 자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렇다고 아이들을 놀리자는 말은 아니다. 망각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현명한 대처일 것이다. 다행히 망각을 극복할 비법이 있다.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것이라서 비법이라는 표현을 쓰기가 좀 민망한데, 비법은 복습이다. '에잇, 비법이 고작 복습이야? 참 시시하네.'

 

이런 식으로 복습을 무시하거나 가볍게 여기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자녀의 기억력을 과신해선지, 어린 자녀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초인이라고 생각하는지, 부모들은 복습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자녀가 끊임없이 배우기를, 끊임없이 갈망한다. 그 결과 많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고, 학원에서 배우고, 과외로 배우고, 인터넷으로 배우고, 학습지로 배우고, 하루 종일 배우기만 하다가 잠자리에 든다. 학교가 끝나자마자 무언가를 또 배우는 아이에게 복습이 가능할까? 복습을 안 하면 오늘 배운 지식들은 망각의 강물에 빠져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자의가 되었든 타의가 되었든, 학생이라면 누구나 사교육과 자습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서게 된다. '둘 다 하면 안 되나?' '하루가 48시간으로 늘어나지 않는 한, 자습과 사교육을 양손에 거머쥐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봄 초록의 싱그러움과 가을 낙엽의 정취를 동시에 만끽할 순 없는 법이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는 포기해야 한다.

 

L군 또한 양자택일의 기로에 섰고, 자습을 선택했다. 사교육을 완전히 배제한 그는 모든 공부시간을 자습으로 채워 넣었고, 자습시간 동안 심화학습과 수능공부에 주력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4시간만 공부했기 때문에 잠도 충분히 잘 수 있었다. 하루에 7시간씩 수면을 취했고, 저녁 식사 전후로 한 시간씩 쪽잠도 잤다. 충분한 수면 덕분에 그는 깨어있는 동안 공부에 완벽히 몰입할 수 있었다. L군은 자신의 공부 방식을 이렇게 회고한다.

 

"나는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공부시간이 적었지만 실제로 공부한 양은 다른 학생들의 두세 배에 달했다."

 

명문대 합격생들은 자신만의 공부 노하우를 장황하게 늘어놓고 있지만, 그들이 말하는 공부 비법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이것이다.

 

'효율적으로 공부하라!'

 

이 문장이 바로, 공부의 제1원칙이다. 그리고 자녀교육의 절대 법칙이다. 뼈 빠지게 일한다고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혹독하게 공부한다고 해서 우등생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똑같이 4시간을 공부하지만, 어떤 학생은 유명대학에 가고, 어떤 학생은 무명대학에 간다. 열심만으로는 부족하다. 열심히는 기본이고, 제대로 해야 한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으로 공부를 한다면 책상에 오래 앉아 있어도 학습량과 실력은 쌓이지 않는다.

 

당신 아이가 학창 시절 내내 비효율적인 공부를 한다면 당신이 자녀교육에 쏟은 열정과 헌신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만다.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자녀교육에 실패한다면, 그보다 억울한 일이 또 있을까? 더구나 자녀교육의 실패는 부모의 실패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녀교육의 성패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부모로서 성공하고 싶다면, 당신 아이가 성공하는 인생을 살아가기 원한다면 공부의 제1원칙을 자녀교육의 제1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자녀교육을 함에 있어서 모든 선택과 판단의 기준을 '효율성'에 두어야 한다.

 

초등 6년이 자녀교육의 전부다_ 전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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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신 2016. 4. 11. 1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