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학부모님과 상담을 하다 보면 "우리 아이는 왜 책을 읽지 않을까요? 책 읽어야 할 시간에 왜 나가서 놀고, 친구들과 놀까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학부모와 교사 모두 학생들에게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학생들에게 독서를 습관화시키는 것은 어렵다.

 

학생 시절 수업 중 시를 배운 수업 시간을 떠올려보자.

한 편의 시를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시인의 전기, 시인의 시적 경향, 시인의 시기별 작품 경향 등을 학습하고, 그 시에 나타나 있는 표현법, 시의 형태상 특성, 내용상 특성 등 선생님이 말한 것을 적는다. 그리고 그 시의 소재와 주제를 정리하는 순으로 공부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문제가 있는 점은 학생들의 자발적이고 주체적인 감상의 기회가 배제되었다는 점이다. 교사는 전문적인 연구자들에 의해 결정된 해석 내용을 그대로 전수하고, 학생들은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암기하는 수업으로 이루어졌다.

 

최미숙외, <국어 교육의 이해>, 사회평론, 2008

 

중, 고등학교 시절 많은 시와 시적 표현, 작가들에 대해 배웠지만 정작 가슴이 울릴 정도로 감명받아 마음속에 담은 시는 손에 꼽는다. 우리가 지금 시를 읽지 않는 이유는 수업 시간에 시를 친구로 바라본 것이 아니라 샅샅이 분석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시뿐 아니라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다. 즉 우리들이 시 한 편, 문학작품 하나 읽지 않는 것은 독서가 어렵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책은 좋아. 많이 읽어야 좋아. 지금 빨리 읽어." 라고 우리 역시 학생들을 옭아매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는 경험을 통해 독서가 생활화되기 어려운 이유를 잘 알고 있으면서 정작 아이들에게는 우리가 겪은 과오를 반복하게 하고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싶어 한다. 학생들이 책을 읽지 않는 문제에 대해 전문가에게 해결책을 구한다 해도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싶어 하지 않으면 독서를 하게 만들 수 없다. 부모님과 선생님 앞에서 책을 읽는 시늉은 하지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없는 학생들은 금방 책을 덮는다. 덮인 책은 학생들이 성인이 될 때까지 결코 열리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 책을 펼쳐 읽을 수 있을까?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방법은 책을 친구로 만드는 것뿐이다. 학생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책을 자신의 친구처럼 자주 찾게 하려면 책이 부담스러운 존재가 아니라 친근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 주면 된다.

 

깊이 읽기를 통해 책에 대한 아이들의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를 했다.

 

'재밌다'

'국어가 더 재미있어졌다.'

'생각을 많이 한다. 조금 어렵다.'

'머리는 아프지만 더 똑똑해진 것 같고 더 책이 재미있어졌다.'

'전에는 정말 지루했는데 지금은 지루하지 않고 그 수업에 빠져든다.'

'그저 그렇다'

 

이렇게 학생들의 태도가 훨씬 더 능동적으로 변화했음을 알 수 있다.

 

질적으로 향상되는 독서 : 양에 치중하는 독서에서 벗어나기

 

책을 많이 읽을수록 아는 것이 많아진다. 아는 게 많을수록 텍스트를 빠르게 독해할 수 있고 정확하게 요약할 수 있다.(중략) 글을 잘 쓰고 싶다면 독서광이 되어야 한다.

 

유시민,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생각의길, 2015, 79쪽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에서 말하는 것처럼 다독은 분명 좋은 독서 방법이다. 그러나 다독의 전제는 책을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닌 머리와 마음으로 읽는 것이다. 머리와 마음으로 읽는 책이 많아질 때 학생들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지금의 독서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머리와 마음으로 책을 읽게끔 하고 있을까?

 

독서 교육과 관련해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주로 장려하는 활동은, '도전 책 읽기 100권', '주1회 독서록 작성하기' 등이다. 학생들은 읽은 책의 수만큼 교실 뒤편에 스티커를 붙이고, 학교에서는 목표량을 달성한 학생들에게 상장을 준다. 1년 동안 100권을 읽은 학생이 다시 1년이 지났을 때 그중 몇 권이나 기억하고 있을까? 학생들의 심금을 울린 책은 과연 몇 권이나 될까?

 

청성초등학교 6학년 한석훈 학생은 기존의 독서 방법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주일에 한 편씩 독후감을 내야 하는 숙제 때문에 주말마다 책 뒤편에 있는 내용 요약과 그림만 대충 보고 독후감을 지어 내곤 했어요."

 

정량적 방식에 치중한 독후 활동으로는 학생이 책의 내용을 얼마나 이해했는지, 책의 내용에 얼마나 공감했는지, 책을 읽으며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는지 파악할 수 없다. 심지어 학생 본인도 잘 모를 수 있다.

 

책이 주는 감동의 깊이를 알기 위해서는 정성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학생들의 독서를 정량적인 척도로만 평가하고 있다. 학생들이 책을 읽고 얼마나 깊은 영향을 받았는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감명받은 내용은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오래 기억 속에 남는다. 그것은 책이 우리들의 '삶'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독서의 질은 한 권의 책을 읽고 학생이 얼머나 자신의 삶을 돌아봤는가, 그리고 얼마나 자신의 삶을 변화시켰는가를 통해 알 수 있다.

 

청성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에게는 독후감 숙제가 없다. 3월 첫 등교일, 독후감을 안 써도 된다는 말이 내 입에서 나오자마자 학생들은 억압된 굴레에서 해방된 것처럼 소리를 질렀다. 그 후로 1년 내내 나는 책을 읽으라는 강요도, 조언도 하지 않았다. 3월 첫 해방 이후 9개월이 지난 12월, 학생들은 모두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을 스스로 읽고 있다.

 

진정한 독서 교육은 학생 스스로 책을 읽게 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이 지속적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책을 읽는 만큼 우리에겐 감동과 지혜가 쌓여 간다. 아이들에게 그 기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독서 교육의 방향이다.

 

이제는 깊이 읽기_ 양효준 교사

by 미스터신 2019. 2. 14.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