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최고위원께서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운영하면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 교육의 문제들을 나름대로 느꼈을 텐데,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에 대한 환상을 깼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암기식 교육을 하고 있고, 교육 선진국에 가면 굉장히 창의적인 교육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게 착각입니다. 암기는 대단히 중요해요. 암기는 좋은 공부이고, 공부하지 않고 교육이 잘 되는 나라는 없어요. 미국은 정말로 책을 외울 정도로 많이 읽거든요. 거의 모든 과목이 그래요. 나중에 인용하려고 해도 우선 외우고 있어야 하잖아요. 외우지 않고 이해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그 문장이 암기 상태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놀면서 공부하자, 저는 그런 공부는 없다고 봐요. 제가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상대했는데, 당시 크게 느낀 점이 뭔지 아세요? 원리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풀어 보는 거였어요. 문제를 풀면서 익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거든요. 문제 풀이는 오직 시간을 투여해 공부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국에서도 수학 공부를 할 때 문제 풀이를 다 하거든요.

 

저는 아이에게 약간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학교에서 없어진 성취도 평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험을 보면 국어, 영어, 수학 등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나옵니다. 그런 학생들을 공부시킬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것을 하지 않고 의무교육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봐요.

 

조지 부시가 했던 교육정책 중에서 NCLB(No Child Left Behind)라는 게 있어요. '어떤 아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 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퍽 낭만적인 표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낙오 방지법'으로 번역되었어요. 그 교육정책이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성취도 평가를 학교마다 보고, 금방 결과가 나오겠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이 나온 학교에 대해서는 선생을 교체하고, 지원금을 끊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요. 학생이 아니라 학교를 채찍으로 때리는 겁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오르게 되었거든요.

 

교육에서는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해요. 제가 자주 말하는 공정한 경쟁입니다. 현재 한국 교육은 경쟁 둔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요. 저는 학교교육에 바람직한 경쟁을 만들고, 성취도 평가 제도를 도입해 기초학력이 미달인 학생을 찾아내 그들에게 교육을 집중해야 한다고 봐요. 이렇게 되어야 의무교육이라 할 수 있죠.

 

현재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은 정시와 수시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수시, 그중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입니다. 이준석 최고위원께서는 미국 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입학했는데, 특별히 우리나라의 수시 제도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먼저 아직 신뢰 사회가 구축되지 않아 생긴 일로 보는데요. 제가 미국 하버드 대학에 제출한 에세이는 한국에서 작성해서 보냈던 것입니다. 내용은 제가 과학고 다닐 때 학생회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삼성에 연락해서 새 컴퓨터를 지원받았던 일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 일과 중국 지도자가 댐 공학도라는 사실에 착안해 공학도 역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썼어요. 당시 하버드 대학 입학사정관이 그것을 보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가 부족한 저를 뽑은 겁니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제가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거예요. 나중에 제 에세이를 채점해 놓은 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에세이가 하버드 대학 입학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하버드 대학 다닐 때 저보다 학업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팔레스타인 친구가 있었어요. 저런 친구를 하버드 대학에서 왜 뽑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 친구를 뽑은 것은 그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고 조국으로 돌아가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친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도 일취월장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냈고요. 괄목상대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하버드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판단이 옳았던 거죠.

 

미국 대학은 우리와 다르게 대학이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그 책임도 학교가 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앞에서 말한 식으로 입시 제도를 개편하고, 사립대가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가진다면 우리나라 대학도 미국처럼 될 거라고 믿어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준석 최고위원께서는 과학도이고, 전공이 컴퓨터라 남다른 견해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논리학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치열하게 논리적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영 논리로 가지 않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 때문에 일을 빼앗기는 사람들과 기계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 사이에 치열한 갈등이 있을 것인데,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논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거지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백과사전식 지식은 가치를 많이 잃을 겁니다. 그것은 컴퓨터가 감당할 테니까요. 그래서 학교교육에서 논리 교육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제가 말하는 논리라는 것은 정량적인, 이성적인 논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비이성적인, 계량화가 불가능한 가치들을 포함한 겁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성은 바로 비이성적인 논리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긴 신의 한 수, 그 힘도 논리를 이길 수 있는 비논리에서 나왔다고 봐요.

 

공정한 경쟁_ 이준석

by 미스터신 2019. 11. 2. 13: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