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의 대가로 잘 알려진 피터 드러커의 책들을 거의 다 본 편인데 그 중에서도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최고로 꼽는다. 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그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에 대해 시간순으로 기록해 놓고 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사람은 할머니였다. 그의 할머니는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다. 사람들이 경멸하는 매춘부 리치에게도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요. 리치 양,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목도리를 단단히 하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리치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6층까지 걸어 올라가 그녀에게 감기약을 건네준다. 드러커는 그런 할머니에게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웠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그에게 참다운 교육자의 길을 보여 준 초등학교 선생님,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 '타임' '포춘' 등 잡지왕국을 만든 헨리 루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했지만 무엇보다도 평범한 인물에게서조차 대단함을 발견하는 그만의 '시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얼마나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는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를 깨달았다. 그가 최고의 경영학자와 미래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배울 점을 찾는 노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부모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말하는 까닭

 

내가 지금까지 책을 내고 부모들을 만나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대뜸 어떤 사람들은 푸념하듯 말한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육아서를 뒤져 봐도 답답하기만 하고요. 선생님이 답좀 일러 주시면 안 되나요?"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그런 말을 내뱉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모가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지각에 관한 문제였다. 경모는 원체 늦게 일어나는 데다 늑장을 부려 아침마다 꼭 지각을 하곤 했다. 날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정작 경모는 태연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모가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해 혼도 내고 달래도 보면서 버릇을 고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그 다음에는 기분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의 고유한 기질 때문인가 싶어 놔두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마음이 내내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해답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모가 중1 여름 방학 때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풀리지 않던 문제의 원인을 그날 밤 알게 되었다. 아이와 같이 한 이불에서 자는 게 참 오랜만이었는데 자다 보니 경모가 껌뻑 숨이 자주 막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다른 사람에 비해 편도가 지나치게 커서 그것이 기도를 막고 있었다. 그럴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 길로 바로 경모는 편도 수술을 받았고 그 뒤 늦잠 자는 버릇이 없어졌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숙제들을 떠안고 그것을 하나씩 풀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경우 숙제를 풀려면 먼저 자신이 성장해야만 한다. 문제를 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은 배움을 통한 성장에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란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경모에게 그랬듯이 지속적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를 놓고 계속해서 다른 해결책이 없나 살펴보고 고민해 보는 것이다. 육아서를 뒤적이든, 신문을 펼쳐 보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든 그것은 자기 하기에 달렸다. 드러커가 그랬듯 어쩌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찾고 있던 해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그 해결책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을지 분석해야 한다. 내가 요즘도 가끔 들여다 보는 '데미안'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력 없이 알을 깰 수는 없으며 그 과정은 무수한 고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알에서 빠져나온 순간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경모의 지각 문제를 처음 접하고 그것을 해결하기까지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나는 경모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면서 나 또한 어느새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마이 솔루션'을 되도록 많이 만들어라

 

알코올 중독인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던 엄마가 있었다. 아이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녀는 어쩔 수 없지 않냐며 푸념만 늘어놓았다. 답답한 마음에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도 못해 봤다고 했다.

 

내가 말하는 공부는 바로 이것이다. 문제를 현명하게 풀기 위해서 더 많은 방식으로 그 문제를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인생은 고통의 바다지만 우리에게는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자유 의지와 힘이 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내 해결책(My solution)은 뭐냐면~" 이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문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을 리 없다. 내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와 다르고, 내가 처한 상황이 그들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은 나만이 알 수 있다.

 

경모의 지각 문제를 푸는 과정만 해도 그렇다. 만약 내가 그 문제를 단순히 경모의 게으름으로만 치부해 버렸다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더러 아이와 나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을 것이다. 경모 역시 자꾸만 엄마를 실망시키는 자신을 싫어하게 되거나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반항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다른 부모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아이들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것 하나는 '마이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이 솔루션'을 많이 가질수록 나와 아이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부모는 반드시 성장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26. 09:49

간혹 사람들은 성공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데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낳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복은 반드시 성공을 낳는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의 사장과 그의 친구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어떤 면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 성적, IQ, 정서 발달 등과 현재의 월 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보았다.

 

그런데 결과가 무척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때의 성적과 IQ, 정서 발달 가운데 지금의 월 소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바로 정서 발달이었다. 반면 성적이나 IQ는 현재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어렸을 때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서 성공을 거두고, 행복한 어른으로 잘 살아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밖에도 행복한 사람은 고통을 잘 참고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비록 상황이 나빠도 주저앉기보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인생의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가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으니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섯 살 된 아이들에게 30초 동안 '펄쩍 펄쩍 뛸 정도로 기뻐할 일' 이나 '가만히 앉아서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해질 일'을 생각하게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읽기와 받아쓰기, 수학 등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우울할 때보다 정신적인 활동이 왕성해서 더 빨리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아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학업 성적이 걱정되는 부모일수록 목표를 아이의 행복에 두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을 창조하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가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창조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이것만은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아이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더더욱 당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성공을 보여 줄 것이다.(중략)

 

0~3세 아이를 둔 엄마가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선 영국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총책임자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게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답은 삶의 통제권을 쥐느냐, 쥐고 있지 못하느냐에 있다. 직장에서 총책임자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자기가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낮은 위치에 있을수록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가 힘들다. 그들은 일을 할지 말지, 하면 언제까지 해야 할지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총책임자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내일까지 끝내라고 하면 밤을 새서라도 오늘 일을 끝마쳐야 하고, A를 하고 있는데 B를 먼저 끝내라고 하면 하던 일을 접고 B를 해야 한다. 주말에도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가 어떻게 건강을 해치지 않겠는가.

 

이처럼 자기 결정권은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한 양로원을 상대로 연구를 했는데, 노인들에게 일상의 사소한 일을 직접 결정하고 관리하게 했다. 그 결과 삶에 대해 한결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동시에 사망률이 반으로 줄었다.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를 나는 이 연구 결과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그래서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런 날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 어쩌면 미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 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한결같이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끝날까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말한다.

"딱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참으세요."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엄마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제쳐 놓고 아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하지만 그 고통은 3년이면 끝난다. 어쩌면 2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 아무리 늦어도 3년만 지나면 아이는 스스로 작은 일상들을 처리해 나간다. 아이가 세 돌쯤 되면 말이 통하기 때문에 돌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 돌보기를 외면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버리면 아이는 아이대로 병이 나고, 엄마는 엄마대로 더 불행해진다. 도둑질하기, 거짓말하기, 떼쓰기, 때리고 도망가기등 부모를 속 터지게 만드는 아이들의 모든 행동은 첫 3년 동안 잘 돌보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3년을 잘 견디면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 낸다면 두 가지를 얻는다. 하나는 부모라는 이름이 주는 헌신의 기쁨과 행복이고,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그것은 3년 동안 자신을 낮추는 경험을 온전히 해낸 부모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이다.

 

이제 나는 누가 나를 '코끼리 같다'라고 놀려도 그때처럼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 또 아이들 시험 성적이 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때가 안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할 뿐 '내가 부모 노릇을 잘 못했구나' 하고 자책하지 않는다. 딱 3년이다. 그 시간만 잘 견디면 당신도 '나르시시스틱 인저리'에서 벗어나 나처럼 될 수 있다. 아니 분명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19. 18:49

사실 공부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고 대꾸한다. 실제로 아이를 위해서는 각 성장 단계에 맞추어 고가의 전집을 주문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책 한 권 사는 걸 아까워하는 엄마들도 많다.

 

엄마가 되고 나면 책 읽는 시간을 내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을 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평일에는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이들 숙제를 봐주다 보면 어느새 취침 시간이 된다. 받아쓰기나 만들기 같은 숙제를 도와주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어느 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숙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독서록 작성'이었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매일 아이들을 학교 내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책을 한두 권 대여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대여 도서를 읽고 그 내용을 두세 줄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해야 한다. 50권의 독서록을 쓰면 선물을 받고 100권의 독서록을 쓰면 더 큰 선물을 받게 된다. 그 숙제를 귀찮아하던 아이도 독서가 습관이 되자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나 역시 잠들기 전에 누워서 아이가 빌려 온 책을 읽어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책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인생의 조력자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책을 읽으면 해답을 얻게 된다. 외로울 때 책을 읽으면 잃었던 소중한 친구가 나를 찾아와준 양 마음이 따뜻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를 고민할 때 책은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행복한 여정'임을 일깨워준다.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보는 책은 나에게 휴식과 평안을 준다.

 

엄마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온종일 함께 있다 보면 나와 대화하며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진다. 그러나 아이를 돌보느라 그나마 만나던 친구들도 보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그래서일까? 아이를 낳고 나면, 그동안 소중했던 친구나 친한 선후배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옆집이나 같은 동에 사는 아기 엄마들이 인간관계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단지 아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관계 속에서 얼마나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분명히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더욱 공허해진 채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책이다.

 

엄마가 되면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삶의 각 시기에 책이 주는 기쁨, 위로, 희망 등을 경험하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만의 독서 노하우도 생겼다. 과거에는 책을 대여해서 읽는 것에 만족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반드시 사서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도 점차 다양해졌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정리해보았다.

 

세 가지 유형의 책을 골고루 섭렵한다.

 

지금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반드시 세 권 이상의 책을 구매하여 읽도록 하자. 이때 세 종류의 책을 골고루 사도록 한다.

 

1. 지식을 얻기 위한 책

이는 전문 분야와 관련된 책을 말한다.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어 학습 책,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마케팅 기법, 블로그 운영법 등과 관련된 책을 택한다.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스트레칭, 홈 피트니스 관련 책을 사고,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요리법을 다룬 책을 선택한다. 이처럼 자신의 관심 영역과 관련된 책으로 시작해 점차 범위를 넓혀가면서 책을 선택한다.

 

2. 이익을 얻기 위한 책

삶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눈에 보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책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재테크와 같은 자산 관리 책이나 아이와의 대화법 등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이 이에 속한다.

나의 경우, 투자를 시작하면서부터 재테크와 관련된 신간은 나오는 대로 거의 다 읽었다. 돈이나 재테크에 막연한 공포가 있는 엄마들에게 내가 추천하고 싶은 도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보도 섀퍼의 돈', '세상 모든 왕비를 위한 재테크'이다. 재테크 도서는 단순히 투자 방법을 전하기도 하지만, 부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즉 부에 대한 전반적인 가르침을 준다.

 

3. 심장을 뛰게 하는 책

심장을 뛰게 하는 책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책'과 '가슴을 울리는 책'으로 나뉜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책'은 장기적으로 나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생의 후반기에 세계 여행을 통해 삶의 기쁨을 발견한 린 마틴 부부의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뛴다. 이렇게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책을 보면, 꿈꾸는 삶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길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한 '멘토'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저자를 찾으면 그 저자가 쓴 책을 모두 구입하여 읽는다.

 

한편, '가슴을 울리는 책'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나의 영혼을 달래주는 책을 말한다. 워킹맘이었던 나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내 인생과 아이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수많은 예화를 들으며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하고, 자식의 성공이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내 어머니도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나와 동생을 위해 한평생 노력하고 희생하셨기에 나도 크면 자연스럽게 그런 어머니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아이와 놀아주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것 또한 나의 욕망이었지만, 나는 나의 존재와 아이의 존재를 일치시킬 수가 없었다. 아이만 바라보며 살았다고 치자. 실제로 아이가 대성한다고 해서 과연 나도 성공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아이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포기하며 살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는 내 아이의 삶과 내 삶을 동일시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아이의 삶은 아이의 삶 자체로 인정하고, 내 삶은 내 삶 자체로 인정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남편 역시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만 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남편도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고, 남편에게만 무거운 짐을 안기고 싶지 않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기러기 아빠는 만들고 싶지 않다. 학군이 안 좋아도 가족이 지방으로 가야만 한다면 같이 갈 것이다.

 

(중략) 어쩌면 엄마들이 읽어야 하는 책 중 가장 필요한 건 '가슴을 울리는 책'일지도 모른다. 이 책들은 우리가 겪는 내면의 고통을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힘들다면 반드시 가슴을 울리는 책을 찾아야 한다. 그 책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중략) 이렇게 내가 존경하는 저자인 멘토의 책을 저자별로 모아두면 마치 그 멘토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책을 모두 사는 이유는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 저자의 책을 보다 보면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될 때도 있고, 영문판과 한국어판은 똑같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이렇게 모은 책은 나의 보물과도 같다.

 

나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책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쌓고, 실생활에서 이익을 얻고, 심장을 뛰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멘토를 바로 옆에 두고 그 멘토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책의 앞 장과 중간에 메모함으로써 자신만의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은 엄마인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가장 소중한 스승이 되어주고, 마침내 당신에게 성공과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건네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난생처음 부자 수업) 엄마의 돈 공부_ 이지영

by 미스터신 2023. 10. 22. 19:48

지속 가능한 노년생활의 포트폴리오

 

자연스러운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 마음챙김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머릿속의 보상체계와 몰입력을 갖춘 상태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 역시 이러한 도메인들의 위력을 직접 경험했다. 한참 호른 연주에 빠져 있을 적에 더 잘하기 위해 연습시간을 무턱대고 늘리던 때가 있었다.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확보하려다 보니 자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시간도 빼내고 끼니도 거르며 연습시간을 마련했다. 지금 돌아보면 무척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매일 연습했지만 연주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소리는 더욱 거칠어졌고 실수는 늘었다. 오기가 생겨서 연습량을 매일매일 더 늘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몇 개월 동안 이러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가 노르웨이 음악원의 호른 연주자 율리우스 프라네비키우스의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호른 연주자가 되려면 악기 연주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칭과 명상, 요가, 알렉산더테크닉을 연습하고 수영과 조깅 등의 운동을 하며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라네비키우스는 4M의 도메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드는 선순환을 알았던 것이다. 그의 조언을 따라 4M 도메인을 점검했고 연습시간은 줄이는 대신 나머지 도메인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 이후 몇 달에 걸쳐 소리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베움 자체도 마찬가지다.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가 정리한 지식의 요약본 또는 그중에서도 핵심만 모은 것을 시험에 대비해서 외우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시험성적을 향상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학문의 전선을 넓혀왔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반대로 번거롭더라도 꾸준히 근본적인 사실관계와 전문가들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는 연습을 하면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생각의 틀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학문적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에 토대가 되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저명한 투자자 찰리 토머스 멍거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을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생각의 격자를 만드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관성이 별로 없는 A, B, C 세 가지 학문 분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분야의 어떤 질문에 대해서 좁고 깊게 반복해서 고민하기보다 B, C 분야에서는 비슷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면 A분야를 보다 새롭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식과 사고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라고 생각한다.

 

격자를 구성하는 공부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배우고 경험한 것만 아는 화석형 전문가가 된다. 화석형 전문가의 특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공예나 예술, 순수과학 등 90의 완벽성을 99.99로 담금질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야 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무척 좁은 범위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조차 다른 분야의 지혜가 필요할 수 있다. 전문성을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거나,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모하는 과정은 광범위하게 연결된 격자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용 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화석형 전문가로 전락하면 두 가지 비극이 발생한다. 첫째는 개인적 비극이다. 사회와 환경은 변화하는데 자신이 보유한 부가가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기능들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워드프로세서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일본의 고위 관료들이 그 예다. 둘째는 사회적 비극이다. 잘못된 피드백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화석형 전문가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융합연구를 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화석형 전문가들이 모여 앉아 있다면 의미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직업 현장에서는 업무영역이 아무리 전문적일지라도 그 일을 하는 개개인은 스스로 제너럴리스트적 자질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거대한 격자를 형성하는 역량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보수하는 능력은 끊임없는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를 통해 갖출 수 있다. 영상이나 사진, 짧은 글이 주는 인공적인 자극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 능력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율과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당분, 담배를 끊을 때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상태일 때 스마트폰이 주는 싸구려 자극원에 탐닉하는지 스스로 분석해보고 그러한 상황이 되면 마음챙김이나 책으로 우회할 습관 통로를 만드는 것이 좋다. 각종 알림을 끄고 책이나 머릿속 생각에 집중할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달력 앱에 표시하고 이 시간에는 약속이나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기술이자 내재역량의 밑거름이 된다. 만약 선천적 자질을 타고났더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속적인 훈련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글쓰기든 악기 연주든 관심이 취미를 넘어 경력이 되려면 다음의 결과값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투입한 시간 x 몰입 정도(시간 밀도) x 습득 능력(인지기능)

 

이 때문에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여정은 잠재력만을 보고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초기에 투입한 노력이나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량을 갈고닦는 습관과 체계를 유지하면 나이나 바쁜 정도와 무관하게 능력의 포트폴리오는 두텁게 만들 수 있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작은 일부를 잠재력이 높은 작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는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봐도 좋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식으로 역량을 관리하다 보면 몰입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의 순서가 조금씩 바뀔 것이다. 자산을 관리하듯이 자신의 능력들을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다 보면 점진적으로 본업, 부업과 취미가 바뀔 수 있다. 몰입하고 싶으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경제적 보상을 끌어낼 수도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은퇴가 필요 없는 삶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은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충만하고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굳이 파이어 FIRE 나 욜로 YOLO 처럼 삶의 한 극단을 선택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견고한 역량 포트폴리오는 더 고차원적인 욕구 충족으로 연결 되기 때문에 보상회로는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건강한 보상회로와 고차원적 욕구 충족이 '나에게 중요한 것'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싸구려 자극원에 기댈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저절로 가속노화 요인들을 피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서 도파민 분비 방식을 바로잡는 삶으로 이어진다. 내적 충만은 외적인 것을 비교하는 마음을 잠재워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더 적게 일해도 경제적으로는 더 풍요롭다. 이렇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스스로의 4M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불편하고 번거로워 보이는 공부의 습관이 거대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기전이다. 점차 낙도를 즐기는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략) 예를 들어 젊은 성인은 동물성 단백질, 특히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고 체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는 식단이 4M의 내재역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신체가 쇠약하고 영양결핍 상태인 노년기 인구는 근육 생성을 촉진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절제하면 오히려 4M이 전반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략)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량은 우울감과 연관되어 있다. SNS의 사용량이 많은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몇몇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감소된다. 왜 그럴까? SNS는 이름 그대로 사회관계망이지만 사람과의 진짜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키지는 못한다. 또한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플랫폼에 매여 있도록 설계된다. 스크롤을 하다가 새로운 정보가 보이면 사용자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또 도파민이 나온다. 하지만 자극이 멈추면 곧바로 따분함과 권태감이 찾아온다. 결국 마음에는 스트레스, 공허감,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의 결핍만 남는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재의 불만족을 자극해서 소비를 부추기고 우울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_ 정희원

by 미스터신 2023. 9. 28. 17:56

나는 1991년에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그후 2년간 연수생활을 거쳤다. 1992년에는 사법연수원 내에서 다양한 실무교육을 받았고 1993년에는 법원,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정 기간 수습 과정을 거쳤다.

당시 나는 연수과정을 마치고 나면 당연히 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을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모두 공무원 출신이었기에 공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두 분이 항상 입버릇처럼 "우성이는 반드시 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사회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는 검사의 모습을 동경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1993년 1월부터 4월 말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판사시보 생활을 마친 나는 1993년 5월부터 8월까지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검사시보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지방검찰청에 출근하는 첫날 나는 앞으로 내가 몸담을 검찰에서의 생활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설렘에 무척이나 마음이 들떠 있었다.

검사실에서 내가 할 일은 피의자들을 앞에 두고 경찰에서의 진술과정을 재확인한 다음 빠진 부분을 보완하여 수사기록을 완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 사람은 이런 죄를 지은 것이 확실하니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검사시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므로 복잡한 사건보다 피의자가 이미 경찰에서 자신의 범죄사실을 자백한 사건이나 피해가 크지 않은 사건들을 주로 배당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내가 검찰청에서 처음으로 배당받은 사건은 속히 '아리랑치기(절도죄)' 사건이었다.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아리랑치기라고 한다. 참고로 술에 취한 사람이 정신이 차리는 것을 보고 폭력을 행사하면 그때부터는 속칭 '퍽치기(강도죄)'가 성립된다.

 

'대학생인 김00은 1993년 4월 00일 23시 30분경 부산 북구 만덕동 000 주변에서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최00 의 양복 윗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 5만 원을 절취했다'는 것이 범죄사실의 요지였다.

김 군은 범행 직후 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방범대원에게 적발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이미 경찰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 나는 김 군에게서 범죄사실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들은 뒤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김 군의 사정이 참으로 딱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에 입원중이었는데 꽤 많은 수술비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밖에 없어서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기에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근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됐고 그 피해자가 몸을 뒤척일 때 양복 안주머니가 불룩한 것을 발견하고는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일단 범죄사실에 대한 진술을 정리한 뒤 김 군의 딱한 사정을 상세하게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했다. 그리고 김 군이 현재 대학교에서 장학생이며 학교에서 봉사상을 받은 내역도 알아내어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작성한 조서를 검사님께 보여드렸더니 검사님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 시보님, 이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니라 변호인이 작성한 변론요지서 같습니다. 아랫부분은 전혀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모두 지우세요." 라고 말했다.

 

사실 검사님의 말이 옳았다. 형사 사법 시스템의 구성요소인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검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을 해야 하고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정상참작 사유를 최대한 주장해야 하며,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여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나는 검사의 입장에 있으면서 변호사로서의 주장을 한 셈이었다. 겸연쩍은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멀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건을 맡았다. '직장인 박00는 1993년 4월 00일 21시 45분경 부산 중구 남포동 000번지 소재 포장마차에서 옆자리에 있던 피해자 길00(17세, 고등학생)와 시비를 가리던 중 격분하여 피해자를 주먹으로 가격하여 안면부 타박상 등 전치 3주에 이르는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 범죄 사실의 요지였다.

멀쩡한 직장인이 무슨 이유로 고등학생을 때렸을까.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박 씨에게 피의자를 폭행하게 된 이유를 자세히 물었다.

 

그날 박 씨는 친구와 같이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옆자리에서 아주 시끄럽게 떠들며 담배를 피고 있던 길 군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장교 출신인 박 씨는 고등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모습이 심히 거슬렸다.

그는 점잖게 "어이, 학생들. 좀 조용히 하지?"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길 군이 "거참, 제기랄. 아저씨는 아저씨 일에나 신경 쓰쇼!" 라면서 대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반응에 화가 난 박 씨는 벌떡 일어서며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너 학생 아냐?" 라고 소리쳤고, 길 군은 "학생이든 뭐든, 당신이 연필 한 자루라도 사줘봤어?" 라면서 대들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밀치며 몸싸움을 하다 박 씨가 날린 주먹이 길 군의 뺨을 강타하고 말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마 그 상황에 처했다면 나도 박 씨와 비슷하게 행동했으리라. 나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범죄사실을 간단히 서술한 다음 당시 왜 박 씨가 길 군을 때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써내려갔다. 울분에 찬 눈빛으로 피의자신문조서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나에게 검사님은 다시 혀를 끌끌 차며 말씀하셨다.

 

"허허, 조 시보님. 그럼 조 시보님 의견은 피의자를 처벌하지 말자는 겁니까? 검사가 그런 온정적인 입장을 취하면 도대체 법질서는 누가 지킵니까? 이 아랫부분은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전혀 필요없는 부분이니 싹 지우십시오."

 

그렇게 나의 검사시보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몇 차례 반복하면서 나는 검사란 직업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동기들 중에는 피의자가 아무리 사정을 이야기해도 "그건 당신 사정이고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그 사정은 변호인에게 이야기하세요." 라면서 어렵지 않게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나는 피의자의 범죄행위와 그 사람이 처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몹시 어려웠다.

 

결국 4개월간의 검사시보 생활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은 나의 진로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성격을 갖고 검사로서 일을 한다면 나도 힘들 것이고, 조직에도 바람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변호사의 길을 택했고 수습생활을 했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도울 우 祐' , '정성 성 誠' 으로 지어주시면서 당신 손주가 평생 남들을 돕는 마음으로 살 것을 바라셨다고 한다. 결국 이름을 따라가게 된 건지 변호사로서 보낸 지난 17년을 돌아봤을 때 내가 가장 뿌듯하게 여기는 점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을 고를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되지만 부모님의 기대나 주위의 고려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내가 검사시보로서 수습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고민없이 부모님의 기대를 좇아 검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 상당한 심적 고통이 따랐으리라.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이젠 너무 흔한 충고가 되어버렸지만 나로서는 수습 경험을 통한 적성의 발견이 인생의 큰 줄기를 바꿔놓았기에 이 말에 뼈저리게 공감한다.

 

모든 이에겐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으며 이를 거스르며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는 법이다. 내게 맞는 운명의 옷을 입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인생의 이치가 아닐까.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_ 조우성 변호사

by 미스터신 2023. 9. 24. 20:30

과거의 과학자들은 지능이 고정되어 있다고 믿었다. 사람의 지능은 유전자에 의해 거의 결정되며, 아무리 공부를 한다고 해도 성인이 된 후에는 더 발달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어릴 적에 한 번쯤 "뇌세포는 죽기만 하지 새로 생기지 않아"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았는가. 하지만 최근 신경 가소성 이론이 등장하면서, 인간의 뇌는 사용하기에 따라 신경세포들을 새로 만들어낸다는 것이 입증되었다. 쓸수록 좋아진다는 것이다. 노먼 도이지 박사의 '기적을 부르는 뇌'에는 이런 사례가 수없이 나온다. 공간 감각이 없는 사람, 자폐증 환자, 포르노 중독자, 강박증 환자, 시각장애인의 뇌가 드라마틱하게 변하면서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또한 런던 택시 기사들의 뇌를 촬영해봤더니 일반인들보다 월등히 큰 해마(뇌에서 공간과 기억을 맡는 부분)를 갖고 있는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런던 시내에 있는 25000여 개의 도로와 광장을 외웠기 때문이다. 뇌는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훈련에 따라서 IQ가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상상 훈련만으로 몸의 근육이 단단해지기도 한다. "난 머리가 나빠서 안 돼" 따위의 말은 할 수 없는 세상이 왔다. (중략)

 

내가 스물한 살에 파격적 성장을 이룬 것도 그 때문이었다. 예를 들어 원래의 지식이 100 정도였다고 하자. 그리고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읽으면 딱 1퍼센트의 지식 증가가 이루어진다고 하자. 그렇게 1년에 12권씩 읽었다고 가정하면 10년 뒤 지식의 양은 얼마가 될까? 놀랍게도 330, 즉 3.3배가 된다. 겨우 한 달에 한 권 읽었을 뿐인데도! 그런데 당시 나는 1년 남짓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물론 모두 다 정독한 것도 아니고 개중에는 별로인 책도 많았지만, 중요한 건 머릿속에 새로 들어온 지식이 좀비가 돼서 다음 지식을 전염시키고(흡수하고), 다시 그다음 지식을 전염시키는 과정이 엄청난 속도로 진행됐다는 것이다. 나도 모르게 복리로 불어난 지식 덕분에, 군대 갈 때까지 7년간 대입 공부를 하지 않았음에도 언어영역 만점을 맞을 수 있었다.

 

뇌 속에서뿐만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서도 지식 발달은 복리로 이루어진다.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책을 잘 읽지 않는 사람들은 1년에 한 권도 안 읽는다. 이런 사람들은 책뿐 아니라 신문조차 읽기 어려워하고, 인터넷에서 어떤 글을 봐도 문맥을 이해하지 못해서 엉뚱한 소리를 하고 화를 낸다. 대화를 해봐도 답답하다. 그런데 평소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은 어떤 책이든 쉽게 소화하고, 책이 아닌 다른 글들도 잘 이해한다. 그러니 언제고 또 책을 집어 들고 고급 정보를 얻는다. 이 두 부류의 사람은 거의 모든 면에서 차이가 난다. 어휘의 양이나 이해의 속도는 물론이고, 가장 중요하게는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깊이에서 다르다. 꾸준한 독서로 단련된 사람은 새로운 지식이라도 기존 지식을 통해서 쉽게 흡수한다. 뛰어난 운동선수는 다른 종목의 운동도 쉽고 빠르게 배우는 것과 같다. 예전에 봤던 어떤 다큐멘터리에서 어느 교수가 말하길, "독서 빈부 격차는 경제적 빈부 격차보다 무서운 것으로, 삶의 양극화를 만든다"라고 했다.

 

독서 양극화는 복리로 벌어지기 때문에 한 살이라도 어릴 적부터 독서를 시작해야 한다. 젊을 적에는 아무런 투자도 하지 않다가 60세가 되어서 복리 저축 상품에 가입해봤자 복리의 혜택은 별로 보지 못한다. 워런 버핏이 인생에서 후회되는 일 중 하나로 주식을 열한 살에야 시작한 걸 꼽았다는 사실은 '일찍 시작하기'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사실 나도 중, 고등학교 때 게임만 했던 것이 너무 아쉽다. 스물한 살이 아니라 10년만, 아니 5년만 더 일찍 독서를 시작했더라면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성취를 거뒀을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을 읽는다는 것은 몇백 년 전에 살았던 가장 훌륭한 사람과 대화하는 것이다." 정말 맞는 말이다. 예를 들어 주식이나 부동산 공부를 하면서 혼자 낑낑거리고 있는데, 아는 고수 형님이 한두 마디 툭 던져주면 머릿속이 팍 깨이면서 눈앞이 밝아올 때가 있다. 그런데 책이란 것은 동네 형님 정도가 아니라 당대 최고의 지식인과 전문가들이 평생 공부한 것을 압축해놓은 물건이다. 정말 좋은 책을 골라 최대한 흡수한다면, 저자가 몇십 년에 걸쳐서 어렵게 습득한 지식과 진리를 거저 얻는 것이나 다름없다. (중략)

 

스무 살부터 뇌의 복리 저축을 실천한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살아온 동갑내기 서른 살과는 차원이 다른 사람이 된다. 이때부터는 더 이상 책을 읽지 않아도 자동으로 지식이 쌓인다. 배경 지식이 있기 때문에, 책이 아닌 영화만 보더라도 기존 지식이 발동해서 새로운 생각들을 만들어낸다. 사업 관련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라면, 밥 먹으러 라멘집에만 가더라도 메뉴 구성, 내부 인테리어, 직원 교육 정도, 가게의 순이익이 저절로 떠오를 것이다. 그 사람에겐 매일 만나는 수십 곳의 회사와 매장이 케이스 스터디가 된다. 살아가기만 해도 지식이 복리로 쌓이는 것이다. 반면 평소 아무 지식도 쌓지 않은 경우엔 아무런 안경을 쓰지 않은 것과 같기에,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설사 뒤늦게 깨닫는다 해도, 일찍 깨우친 사람과의 격차는 좁힐 수 없다. 남들도 계속 뛰고 있으니까.

 

뇌 최적화 1단계_ 22전략

 

(중략) 하지만 확실한 믿음 하나는 있었다. '대학에 다니는 동안, 책 읽기와 글쓰기, 딱 2가지만 하자. 내가 지금 뭘 할지도 모르겠고 나중에 뭘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다독, 다작, 다상량(많이 생각하기)으로 기본기를 다져두면, 훗날 뭘 하더라도 남들보다 훨씬 앞서갈 수 있을 거다.'

 

이제 십수 년이 지났다. 나는 누구보다 자유로워졌고, 또래 가운데에서 누구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다. 무엇보다 행복하다. 내가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건 '22전략'을 실천했다는 점이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마크 트웨인, 프리다 칼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천재들은 글쓰기를 즐겼다. 세상에 이름을 남긴 작가, 철학자, 기업가 상당수가 글을 잘 쓴다. 그들이 천재로 평가받는 이유는 글을 잘 썼기 때문이 아니라 오랜 글 쓰기로 뇌 발달이 이루어지면서 더 나은 두뇌를 갖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원인과 결과가 반대다. (중략)

 

근육을 성장시키기 위해선 덤벨을 들어 올리면 된다. 마찬가지로 뇌를 성장시키기 위해선 책 읽기와 글쓰기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이상의 방법은 없다고 단언한다. 

22전략이란 별게 아니다. 2년간, 매일 2시간씩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걸 말한다. 나는 이 덕분에 뇌를 발달시킬 수 있었다. 스물세 살에야 대학을 들어갔음에도, 2년간 22전략을 실천하여 스물넷 겨울에 첫 사업을 성공시켰고 매월 순수익 3000만 원을 벌었다. 밑바닥에서 튀어 오르다시피 한 반전이었다. (중략)

 

인생을 바꾸는 방법은 간단하다. 의사 결정력을 높이면 된다. 인생이라는 미로에서 남들은 막다른 길로 갈 때, 나는 출구를 향한 길을 고르면 된다. 남들은 자의식에 사로잡혀 망할 주식에 달려들 때 재빠르게 익절하는 안목, 남들이 덜덜 떠는 폭락장에서 싸게 매집하는 배짱을 키우면 된다. 남들 말만 듣고 가게를 차리거나, 자기아집에 사로잡혀 사업을 벌이는 사람은 인생이 꼬일 수밖에 없다. 자의식을 해체하고 뇌를 최적화해서,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포착하면 인생이란 게임이 진행될수록 당신은 레벨업된다. 이 인생 공략집과 치트키가 되어주는 것이 독서와 글쓰기다. 의사 결정력, 창의력, 메타인지 등을 직접적으로 발달시키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행위를 할 때, 뇌의 일부만 사용한다. 유튜브를 볼 때, 스릴러 영화를 볼 때, 여행이나 데이트, 운동을 할 때 각각 다른 영역의 뇌를 사용한다. 하지만 책은 거의 모든 뇌 영역을 활성화해, 뇌세포를 증가시키고 지능을 상승시킨다. 우리가 독서를 할 땐 그냥 글자만 읽는 게 아니라 그 내용을 머릿속에 시뮬레이션하는데, 뇌는 실제 경험과 이 시뮬레이션을 구분하지 못한다. 그래서 독서는 간접 경험이 아니라 직접 경험에 가깝다. 실제로 독서는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후두엽, 언어 지능 영역인 측두엽, 기억력과 사고력등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좌뇌를 활성화한다. 책 내용에 따라선 감정과 운동을 관장하는 영역까지 활성화한다. 즉 뇌 전체를 사용하게 하는 것이다.

 

독서를 하게 되면 다양한 뇌의 영역이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활성화되고, 뇌 세포의 증가로 뇌 신경망이 촘촘해진다. 쉽게 말해 지능이 높아진다. 근육이 증가하듯, 뇌 근육이 증가하여 코어가 강해진다. 컴퓨터로 비유하면, 실행 속도가 무척 빨라진다. 나는 20대 초반만 하더라도 사람들이 무언가 시키면, 항상 느리게 행동했다. 주변의 모든 사람이 이해할 때, 나는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어떤 명령을 들었을 때 패닉에 빠지며 '수행 능력'이 떨어졌다. 그러다 20대 후반을 지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주변 그 누구보다 빠른 이해력을 갖고 어떤 상황이든 '난 상위 0.1퍼센트로 빠르고 좋은 판단을 내린다'는 확신을 품게 되었다. 과거를 생각하면 '두뇌 회전 속도가 이렇게 빨라진 게 말이 되나?' 싶을 때가 많다. (중략)

 

앞에서 근육 운동과 뇌 자극이 비슷하다고 했다. 헬스클럽에 처음 온 초보들이 많이 하는 실수가, 먹는 것을 소홀히 하면서 운동만 잔뜩 하는 경우다. 몸에 영양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상태이고, 잔뜩 펌핑된 근육도 휴식을 취하면서 진짜 근육으로 전환돼야 하는데, 그런 것은 생각 안 하고 운동만 계속한다. 그러고는 "난 운동을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왜 근육이 안 나오지?" 같은 소리를 한다. 공략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몸의 메커니즘을 모른 채 '운동한다는 느낌'에 집착하면 근육만 상한다. 앞에서 난 매일 잠깐 3세트씩 운동하고 잘 먹고 잘 쉬는 것만으로도 몸을 유지한다고 했다. 뇌도 마찬가지다. 책을 읽고 쓰면서 뇌에게 운동을 시켰으면, 그게 진짜 지식으로 고정되도록 충분한 휴식을 줘야 한다. 그게 잠이다.

 

충분한 잠과 함께 추천하고 싶은 것은 멍 때리기다. 여행 가서 아무 생각 없이 먼 곳을 바라보는 것, 좋은 풍경을 보면서 가만히 있는 것, 담배 피우면서 딴 생각을 하는 것,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샤워하는 것 등을 '몽상모드'라고 한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은 이 몽상 모드를 발동시키는 시간을 아까워한다. 나는 반대다. 이 시간은 억지로라도 만들어야 하는 정말 귀중한 시간이다. 특히 여행은 뇌를 자극하고, 기존에 쌓아두었던 지식들을 통합하거나 정리해준다. 나도 종종 1~2주간 해외에 나가곤 한다. 대표가 자꾸 사라지니 처음엔 회사 간부들이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행에서 돌아올 때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내왔고, 결과적으로 큰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중략)

 

그렇다면 메타인지는 어떻게 개발할 수 있을까? 나도 이 부분이 궁금해서 정말 많은 책과 자료를 찾아봤지만, 메타인지를 높이는 방법으로 제시된 것들은 너무 모호했다. 그래서 내 의견을 얘기해볼까 한다. 메타인지를 높이기 위해선 2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독서와 실행력이다.

 

여기까지 읽은 사람은 '또 책 읽기야?' 할 테니까, 짧게만 말하겠다. 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독서는 각 시대에 지적으로 가장 훌륭했던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그래서 책을 읽게 되면 저절로 겸손해지고 내 수준을 잘 알게 된다. 무지함에서 비롯된 자신감의 봉우리에서 빨리 내려올 수 있다. 내가 뭘 알고 뭘 모르는지를 가장 확실하게 알려주는 게 독서다. 자의식 과잉인 사람이 책을 안 읽는 경우, 스스로를 잘났다고 생각하고 오만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의 판단은 대부분 어리석고 아무런 성취도 이뤄내지 못한다. 겸손함이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본인의 상상 속에서 '난 똑똑해'라고 무한 합리화를 하는 것이다.

 

메타인지력을 높이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실행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어도 본인이 세상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실행을 하지 않는 이상 알 수가 없다. 책을 읽다보면 근거 없는 자신감이 생겨 나기도 한다. '이 정도 지식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같은 망상이 드는 것이다. 책만 수천 권 읽은 헛똑똑이들이 탄생하는 이유다. 책을 읽으면 지식이 많아지고 생각이 깊어지기는 하지만 현실적인 판단력이 바로 높아지진 않는다. 그래서 실행을 통해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가설 검증을 해봐야 한다.

 

자, 어떤 사람이 트렌드 책들을 읽고 생겨난 자신감을 바탕으로 사업을 벌이면 어떻게 될까? 초기엔 모든 지식을 흡수하여 자신만만한 상태가 된다. 당연히 대부분 실패한다. 그제야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고 멍청한지를 알게 된다. 이때의 충격은 메타인지력을 높인다. 예를 들어 스물한 살에 처음 책을 읽고 공부를 시작했을 때 나는 황당한 목표를 세웠다. 모든 과목이 5~6등급인 상황에서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들어간다는 목표였다. 몇 달 동안 수백 권의 책을 읽고서 내가 최고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결과야 뭐 아는 대로다. 왜 수백 권의 책을 읽어도 가난한 사람이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실행과 도전 없이 책만 읽는 것은 의미 없는 행동이다. 코치에게 피드백을 받지 않은 채 혼자 운동하는 것과 같다.

 

내가 사업을 좋아하는 이유는 돈 때문만이 아니다. 사업은 내 판단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에 너무나 재밌다. 철학을 배우며 학교를 다닐 때는 그게 안 돼서 무척 답답했다. 아무리 토론을 진지하게 해도 상대가 큰소리를 치면서 방어기제를 펼치면 내가 이겼는지 졌는지 알 수가 없고 심판도 없었다. TV에서 토론을 보다 보면 '그래서 누가 이긴 거야?' 싶을 때도 많았다. 심리학이나 철학에는 정답이 없다. 서로 우기고 정신승리를 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사업은 다르다. 'A라는 아이템으로 B라는 마케팅을 하면 1억이 벌릴 거야.' 이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볼 수 있다. 내가 예상한 게 정말 맞는지 현실의 결과로 드러난다. 결과는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예상이 틀렸다면 '내가 아직 모자라는구나' 하고 스스로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메타인지력이 상승한다. 현실의 사업은 내 생각이 망상인지 아닌지 준엄하게 판정해준다.

 

꼭 사업을 하라는 얘기가 아니다. 본인이 어떤 시험에 도전하거나 현재 직장에서 맡은 일이 있다면 목표를 세우고 결과를 예측해 보라는 것이다. 그냥 머릿속으로만 자신만만해하지 말고, 구체적인 목표를 세운 다음 실행을 하라는 것이다. 시험에 100퍼센트 합격할 거라 장담했는데 실패했다면 시험 준비 과정에 뭐가 잘못됐는지 점검하면 된다. 직장인이라면 자기가 목표하는 바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목표 달성을 향해 정진한다. 목표를 초과 달성했든 실패했든, 실제 결과가 나오는 일을 실행해보면 메타인지가 상승하게 된다.

 

역행자_ 자청

by 미스터신 2023. 8. 19. 10:57

사람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반드시 어떤 계기가 필요하다. 그 계기는 보통 3가지 패턴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죽을병에 걸렸다가 살아났을 때이다. 이때 우리는 삶에 대해 근본적인 부분부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죽음 앞에 처음으로 직면하면 지나온 삶에 대한 미련과 후회, 반성이 밀려오고 의미 있는 인생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자신이 언젠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한 삶을 사는 존재란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살아간다. 삶이 영원할 것 같은 마음 때문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크게 다를 바 없이 순간의 재미와 자극만을 추구하면서 의미나 목표 없이 흘러가는 대로 하루를 보낸다. 비유하자면 영원히 놀이공원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면 절대 열심히 놀이기구를 타지 않겠지만, 반나절 후에 놀이공원을 나가야 한다면 주어진 시간 동안 목표를 세우고 집중적으로 놀이기구를 타는데 열을 올리는 것처럼, 삶에도 끝이 있다는 것을 느끼는 사람만이 순간을 가치 있게 보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반적인 경우, 자신의 죽음을 가까이 경험해본 사람이 많지는 않겠지만, 죽음에 대해 상기하고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삶의 가치를 부여하는 데 매우 도움이 된다. 그래서 가끔 목적의식 없이 살아가는 젊은 내담자를 만날 때 최면을 유도해서 자신이 나이 들어가고 결국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가상으로 체험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죽음을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하면 삶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추게 되고 멋진 삶을 살겠다는 의지가 매우 커지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인생의 바닥을 쳤을 때다. 자신의 삶에서 상상도 해보지 못한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게 되면 강력한 회피 동기를 갖게 되고 그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생각과 노력을 시도하게 된다. 스스로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인생의 최저점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그동안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사사롭게 느껴지고 모든 잡념이 사라지면서 그 순간을 벗어나는 것에만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게 되고 삶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세 번째는 뛰어난 스승을 만났을 때다. 사람마다 각자 저마다의 힘든 상황들이 있겠지만 어려운 상황 속에서 반응하고 대처하는 방식들은 저마다 다르다. 힘든 상황을 마주할 때 운명이나 사주팔자 등으로 여기며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것이라고 체념하는 사람도 있지만, 자신이 처한 비슷한 상황들을 먼저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겨낸 위대한 존재들을 찾아내고 최적의 방법을 알아보면서 자신도 통제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행동하는 사람도 있다.

 

결국 자신을 믿는 사람들은 스승과 같은 존재들이 올바른 지식을 활용해서 외부의 상황과 조건을 바꾸고 삶을 주체적으로 살았다는 증거를 보면서 확신을 갖고 마음속 깊이 그분들의 법칙과 신념을 새겨 넣는다. 위대한 인물에게 받은 충격은 우리의 무의식에 깊이 새겨지고 그분들의 지식과 지혜로움을 온전히 내 것으로 체화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 세 가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자기 내면에서 스스로 일어난 변화가 아니라는 점이다. 내면에서 스스로 작동한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주어진 자극요소(계기)를 통해 내면이 변화된 것이다. 우리가 스승을 만나고 독서를 해야 하는 것도 '외부로부터 주어지는 좋은 자극'을 얻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독서를 하면서 획득할 수 있는 중요한 능력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1. 문일지십 聞一知十 의 능력

회사는 언제나 좋은 인재를 채용하려고 노력한다. 회사의 명운이 좋은 인재 선발에 달려 있으니 귀한 인재를 뽑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좋은 인재라면 어떤 능력을 갖추어야 할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말이나 글에 담긴 속뜻을 깊이 이해하고 다방면에서 필요한 핵심 요소들을 파악해내는 문일지십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재라고 판단하는 데 이견이 없다는 점이다. 즉 어떤 이야기를 들었으면 그 내용과 간접적으로 연관된 부분들까지 파악해내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상관이 어떤 지시를 내리면 그 이면에 담긴 다양한 의미까지도 파악하고 실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나를  들으면 열을 안다'는 속담을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하나를 들으면 열 가지 다른 부분들도 먼저 유추할 수 있는 사람, 다양한 상황이나 조건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인재인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모두가 원하고 채용하고 싶어 한다. 당신이 사장인데 당신이 말한 것을 액면 그대로만 이해하는 직원과 당신이 한 말의 속뜻을 이해하고 관련해서 필요한 부분들까지 알아서 준비하고 실행하는 직원 중에 누구를 더 예뻐하고 승진시킬지는 너무나 분명하고 뻔한 일이다. 이처럼 인재로 인정받는 사람들은 모두 문일지십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독서를 많이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일지십의 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많은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문장을 보게 되고 글의 핵심과 요지가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면서 읽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장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와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이 점점 향상되고, 상황이나 문맥을 빠르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꾸준히 독서를 하다 보면 전체 문장을 다 읽어보지 않더라도 다음에 벌어지거나 생길 상황들을 먼저 유추하거나 추론해 낼 수 있게 된다.

 

유추란 두 개의 사물이 몇몇 성질이나 관계를 공통으로 가지며, 또 한쪽의 사물이 어떤 성질, 또는 관계를 가질 경우, 다른 사물도 그와 같은 성질 또는 관계를 가질 것이라고 추리하는 것이다. 유추를 해내는 능력은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갖는다. 영국의 의사인 에드워드 제너가 우두독을 보고 종두를 발견한 것도 유추를 이용한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핵심을 분석하고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며 이후의 상황을 유추하고 추론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면 성공에도 매우 유리해질 뿐만 아니라 생각의 깊이도 매우 깊어져서 삶의 통찰을 얻는 데 도움이 된다.

 

2. 관주위보 貫珠爲寶 의 능력

현대는 지식 정보화 사회이다. 엄청난 양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생성되고 공유된다. 과거에는 정보가 많을수록 유리했지만, 지금은 넘치는 정보 속에서 유익한 정보만을 선택하여 활용하는 능력이 중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인재도 시대 흐름에 따라서 변화하고 있다. 한정된 정보들을 남들보다 많이 알고 기억하는 사람이 인정을 받았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무제한적으로 오픈된 정보에 누구나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더 이상 암기력이 뛰어나다는 장점만으로 대단한 인재라고 여겨지거나 인정받을 수 없다.

 

아무리 많은 양의 정보를 가지고 있고 암기력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양적인 측면에서 AI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수많은 정보 중에는 가치 있는 것도 많지만  검증되지 않고 쓸모없는 잘못된 정보도 많아지다 보니, 현시대에 요구되는 인재는 수많은 정보 중에서 정해진 목적에 적합하고 가치가 있는 정보만을 선별하여 의미 있는 형태로 재가공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의미 없는 정보는 폐기할 수 있는 판단력을 갖추고 우후죽순 널브러져 있는 정보들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어야 한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구슬(정보) 각각으로는 큰 의미가 없을지라도 순서에 맞게 나열해놓고 구조화시키면 의미 있는(부가가치가 높은) 형태로 만들어낼 수 있다. 넘치는 정보 중에서 필요하고 중요한 정보만을 골라내고 순서를 정리하고 재구성해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능력이 관주위보의 능력이다. 이 능력은 마케팅, 세일즈 분야와도 직접적인 연관성을 가지며 현대와 같은 지식정보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갖추어야 할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3. 청산유수 靑山流水 의 경지

지식은 매우 중요하고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지만, 지식이 진정한 가치를 발휘하려면 상대방에게 그 가치가 충분히 전달될 수 있어야만 한다. 상대에게 전달하지 못한 지식은 그 가치를 알 수 없고 자기만족을 위한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지식을 전달할 때 어떻게 전달하는가? 대부분 입으로 말하면서 전달하거나 글로 써서 전달한다. 또는 몸으로 보여주면서 전달할 수 있다. 지식을 한자로 풀어보면 다음과 같다.

 

知 알 지 = 矢 화살 시 + 口 입구

識 알 식 = 言 말씀 언 + 戠 찰흙 시

 

'知' 자를 보면 화살 옆에 입이 붙어 있다. 아는 지식이 입에서 화살처럼 줄줄 쏘아져 나와야만 진정한 앎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識' 자를 보면 찰흙 시에 말씀 언 자가 놓여 있다. 찰흙 판에 글을 새긴다는 의미, 즉 글쓰기를 뜻한다. 즉 안다는 것은 줄줄 입으로 말할 수 있고 글로 표현할 수 있어야만 진정한 앎, 지식이 된다는 것이다. 진짜 지식은 언제라도 술술 표현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은 단순한 암기나 이해의 차원이 아니라 완전히 내면화가 된 상태에서만 가능한 경지라고 할 수 있다. 내면화된 지식만이 타인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있고 설득력이 있으며 타인을 변화시킬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는 것이 입으로 줄줄 나오는 연설가 혹은 강사를 보면 사람들은 그에게 매료되고 빠져든다. 그의 지식이 완전히 그의 것이란 것을 느끼기 때문이다. 내면화된 지식을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는 것을 보며 완전히 그에게 몰입되고 그의 지식과 노력을 인정하게 된다. 이를 청산유수의 경지라 한다. 그리고 지식을 글로 막힘이 없이 한 번에 줄줄 써내려갈 수 있는 사람들, 즉, 일필휘지의 경지에 오른 자들을 보면서 역시 집중과 몰입 상태가 되며 그들을 인정하게 된다. 좋은 책을 많이 쓰는 저자나 작가들에게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면화된 지식을 자신의 생활 속에서 활용하고 다양한 면에서 증명하는 이들에게 사람들은 강한 끌림을 느낀다. 언행일치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방문했다. 이때 많은 사람이 종교와 관계없이 그를 환대하고 존경을 표했다. 교황은 왜 인기가 있었을까? 교황이 좋은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좋은 책에서 얻는 귀한 가르침을 내면화해서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자신의 삶에서 증명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지행합일의 모습을 보여주니까 사람들이 감화되고 존경하면서 그를 따르는 것이다. 좋은 책을 많이 보고 내면화하여 지식과 더불어 삶의 통찰을 나눌 수 있는 인품을 갖는다면 나이와 상관없이 사람들의 충분한 사랑과 존경을 받을 수 있다.

 

독서방법

 

책을 읽으라고 당부하면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고민하는 분들이 많아서 책을 읽을 때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지침을 정리해보았다. (중략)

 

9. 판타지 소설, 무협 소설 보지 마라.

나는 범죄 스릴러 소설을 사실 좋아하는 사람이다. 마이클 코넬리의 책을 거의 다 보았을 정도로 좋아한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정말 재미있다. 그래서 한 번 읽으면 거의 시리즈로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시간을 너무나 소모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돈을 버는 문제가 충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렇게 많은 시간을 소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취미거리의 책들은 잠시 미루어두고 먼저 경제적으로도 충분한 성장을 이루는 데 도움되는 실용서부터 읽는 것이 우선이다.

 

그리고 소설 중에서도 특히 판타지, 무협 소설 등은 더 피하는 것이 좋다. 범죄소설에서는 최소한으로 얻는 것도 있었다. 가령, 권선징악에서 느껴지는 카타르시스, 주인공의 집념과 소명의식에 대한 감동, 혹은 멋진 대화 표현 등을 얻을 수도 있다. 하지만 판타지나 무협은 우리가 사는 현실과 동떨어진 더 가상의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별로 실생활에서 도움 될 것들을 얻기 힘들다.

 

'해리 포터' 시리즈를 읽은 후 주문대로 외치면 마법을 펼칠 수 있나? 무협지에서 본 내공 증진법을 따라 당신의 신체를 건강하게 하는데 도움을 받았는가? 아닐 것이다. 이런 책들은 당신의 망상을 극대화 시킨다. 이런 부류의 책들에 빠져들수록 당신은 점점 더 현실 감각을 잃어버리게 된다. 두뇌는 실제와 상상을 구분할 수 없기에 이런 종류의 책들은 당신의 귀한 시간을 황당한 망상이나 하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이런 부류의 소설보다 사실 당신의 실제 삶이 더 재미있어야 한다. 자신의 일로 더 재미를 느끼려면 일을 재미있게 만드는 요소를 깨닫고 제대로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런 류의 책을 읽는다면 거의 현실도파자나 다름이 없다. 물론 '나는 나중에 판타지 작가나 무협소설 작가가 될 것이다'란 생각과 꿈을 갖고 노력하며 글을 쓰는 작가라면 예외겠지만 말이다.

 

AWAKE_ 박세니

by 미스터신 2023. 3. 4. 20:55

프롤로그

 

투자의 세계에 들어온 뒤로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나봤습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다가 열심히 재테크를 해서 경제적 자유를 이룬 사람부터 수백, 수천억 원대 자산가들까지 만나봤습니다. 그중에는 우연히 만난 행운을 지키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다 무너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뜻밖의 '운'을 냉철하게 관리하며 꾸준히 부를 이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변화무쌍한 세계에서 누가 승자로 남고 누가 패자가 될 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제가 만나본 진정한 슈퍼리치들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모두 엄청난 다독가라는 점입니다.

 

저는 이 '독서와 부富의 상관관계'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봤습니다. 겉으로 보기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니고, 또 부자들이라고 해서 모두 다독가인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일정 수준 이상의 부를 이루고 그것을 오랫동안 지켜낸 사람들은 대부분 책이나 글을 읽는 일을 좋아해왔고 습관화했다는 점입니다.

 

짧은 보고서에서부터 묵직한 주제를 다룬 두툼한 책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머리맡에는 늘 책이 있었습니다. 당장의 정부 정책이나 단기 경제지표를 챙기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왜 당장 소용도 없고 투자와 딱히 관련도 없어 보이는 역사, 철학, 사회과학, 문학, 예술 분야의 책들을 읽는 것일까요? 투자는 실력이 아니라 운이 좌우한다고 말하는 '행운에 속지 마라'를 읽는다고 주식에 무슨 도움이 되며, 혁신의 가능성을 도시화에서 찾는 '도시의 승리'를 본다고 주택 구입에 어떤 힌트가 될까요? 하지만 진정한 부자들이라면 이 말을 듣고 배시시 웃을 겁니다.

 

투자는 종합예술입니다. 수많은 변수와 복잡다단한 인과관계가 얽혀 있는 고차방정식이기에 아직 그 어떤 수학적 모델링이나 AI로도 명확한 패턴을 발견해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여전히 인간의 사고력이 유용한 분야이며, 시장의 소음 가운데 신호를 골라내는 직관이 활약하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수없이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어떤 것이 태풍을 불러오는 나비의 날갯짓인지, 어떤 것이 장기 변동의 변곡점을 가리키는 신호인지 투자자는 예민하게 주시해야 합니다.

 

노련한 투자자라면 이 소음들 중에서 진짜 정보만을 가려내며, 그들 속에서 인과관계를 추론해냅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통찰을 모델로 삼아 반복적으로 투자하여 가설을 검증해나갑니다. 그런 경험과 통찰 들이 쌓여가면서 비로소 시장의 격변에도 지지 않는 진정한 슈퍼리치가 만들어집니다. 그것뿐입니다. 진정한 투자자는 수많은 정보를 해석해낼 자신만의 해석 프로그램을, 독서를 통해 만들어가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그것을 꾸준히 개선해나갑니다.

 

이 과정은 한 번에 이루어지지 않으며, 저마다 다르고, 그래서 달리 왕도가 없습니다. 여러분이 슈퍼리치의 3시간짜리 강연을 듣는다고 해서 그의 머릿속을 한 번에 훔치기 어려운 것은 이 때문입니다. 오랜 독서를 통해 슈퍼리치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통찰과 판단력은, 그의 강연을 듣고 여러분이 잠시 느끼는 쾌감과 반성과는 농도에서부터 차이가 납니다. 그는 신호를 읽었을 때 실제 투자를 하지만 여러분은 아직 확신이 무르익지 않았기에 주저하다가 또 기회를 놓칠 겁니다. 

 

이런 암묵지는 오로지 꾸준한 독서와 실천만으로 얻을 수 있습니다. 책 속에는 분명 성공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그것은 지름길이 없는 불편한 오솔길입니다. (중략)

 

<다독다독> 팀을 대표하여, 빠숑(김학렬)

 

부자의 독서_ 김학렬 | 김로사 | 김익수

by 미스터신 2022. 9. 11. 10:01

사실 나는 운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조금 민망할 정도로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운이 없다 정도를 떠나 운이 나빴던 경우가 더 많았다. 20~30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학, 취업, 결혼, 모두 남보다 늦었거나, 아직 하지 못했다.

 

공부를 못했던 내가 갈 수 있는 4년제 대학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2년제 전문대에 입학했고, 군대를 제대한 스물네 살에 다시 수능을 쳐 지방 사립대에 입학했다. 취업은 빨랐을까? 나는 세 번의 인턴십과 한 번의 계약직 일을 하는 1년 반의 시간을 거쳐 겨우 정규직 사원이 되었다. 그때 내 나이가 서른이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 가지 '관점'과 한 가지 '판단'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한 가지 '관점'은 긍정과 부정 중 긍정을 선택하는 것이었고, 한 가지 '판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으로 평생을 따라다닌 외모 콤플렉스도 극복했고 학벌 콤플렉스도 극복했다. 하지만 내 삶의 진짜 불운은 따로 있었다.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판단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불행할 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가족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아버지는 괜찮은 대기업에 다니다가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명예퇴직을 당했다. 그 후 할 일이 없어 몇 년을 그냥 놀다가 집에 돈이 떨어질 때쯤 할 수 없이 택시기사가 되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 하루에 무려 열다섯 시간씩 운전했다. 20년 넘게 택시 운전을 해온 아버지에게 택시는 나이가 들어서 하는 여흥이나 취미가 아니었고, 말 그대로 생존의 수단이었다.

 

나의 유일한 형제인 형은 10년 넘게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아남았지만, 그 과정을 바라본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형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어머니 또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이 모든 불행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비극이었고, 결국 나 또한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게 됐다.

 

어두운 방 안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온갖 안 좋은 생각을 했다. 자살자의 유족은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실제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인 <정신의학>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있다. 피츠버그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를 앓은 부모 334명과 그들의 자녀 700여 명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부모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경우 그 자녀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는 부모의 자녀에 비해 다섯 배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한마디로 부모의 자살 시도는 자녀의 자살에도 강력한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 역시 겁이 났다. 형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엄마가 같은 아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지독하고 끈질기게 엄마와 형을 괴롭혔던 우울이라는 놈이 나에게도 들러붙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이쯤 되면 불행의 늪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깊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우울증은 대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기인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무기력해지고 병은 점점 더 깊어진다. 너무 깊은 고통이었기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지만, 그런데도 나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이 병을 극복할 수 있을지를 매일, 매 순간 고민했다. 그러자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우울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연히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진 데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러니 우선 우리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란 걸 깨달았다. 긍정의 시야를 가지는 건 여전히 불가능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우리 가족의 우울증과 엄마의 죽음은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불행을 인정한 나는 나 자신을 불쌍한 존재로 여기고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부정의 늪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다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판단했다. 직업 특성상 불안정한 수입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음의 불안과 우울에 갇히지 않도록 몰입할 대상을 찾는 일도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움직여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을 가장 경계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모든 상황이 그대로면 우울증이라는 늪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약도 먹고, 심리 상담도 받았다. 그간은 집에서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일하기로 했고 매일매일 햇볕을 쬐며 산책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며 내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무엇보다 완전히 새로운 일인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해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몰두했다. 차도 바꿨고 집도 이사하기 위해 부동산에 문의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시간, 장소, 사람 등 무엇이든 다 바꿨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조차 이렇게 노력하는 환자는 처음봤다고 할 정도였지만, 그 정도로 나는 간절했지만,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울증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일 뿐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결국 이런 꾸준한 노력이 나를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했고,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

 

우울증의 바다에 처음 빠져본 나는 깜짝 놀라 허우적대기만 했다. 헤엄을 칠 줄 몰랐기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허우적댔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더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울증은 쉽게 낫지 않는다.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나처럼 비극적인 상황까지는 아닐지라도,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에 빠지다 보면 우울증이라는 놈이 파고들어 와 약해진 마음에 똬리를 트는 것이다.

 

이처럼 큰 불행이 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쉽게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상황과 감정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지점까지는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뚝뚝 흐르던 피가 멎고, 딱지가 앉고, 상처가 아물고, 흉터가 희미해질 때까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인정하기 싫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무리하게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만큼 몸은 더 물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우울한 감정과 나의 불행을 받아들이면 조금씩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은 내버려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악착같이 찾아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몸에 힘을 빼고 차분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어느 순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물 위에서 유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살면서 힘든 일에 부딪힌다. 어렵게 꺼낸 내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긍정하고, 아니 긍정할 수 없을 땐 인정이라도 하고, 그 후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불운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기에 너무 힘든 순간이란 걸 나는 잘 안다. 그렇기에 당신에게도 최악의 순간이 찾아오면 이런 노력을 할 수 있길, 어떤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럭키_ 김도윤

by 미스터신 2022. 7. 30. 18:49

우리가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내 위치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성공한 사람의 내공이 담겨 있는 책을 읽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000명이 넘는 성공한 사람을 만났기에, 3000권이 넘는 독서를 했기에, 오랜 시간 작가로 살아온 나이기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 책 한 권에는 그 사람 인생 전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지인 중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가장 잘 와닿게 설명해준 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제 인생을 바꾼 건 그냥 책을 읽기 시작한 거에요. 왜냐면 제가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진짜 보잘것없는 인생이었거든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바로 저였어요.

 

그러던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거기 있던 여자들과도 대화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책을 읽기로 한 거죠. 뭔가 잘하고 싶은 게 있었고, 책에 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펼친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진짜 게임공략집처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쓰여 있더라고요.

 

물론 실전과 이론의 차이는 있었어요. 그래도 확실한 건 나 혼자만 생각했을 때보다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거예요. 결국 그 확률을 높이는 게 인생이란 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인 거잖아요.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남들보다 앞서가기도 어렵고 남들보다 뛰어난 생각을 하기도 어렵죠. 그런데 책이 그걸 할 수 있게 도와줘요. 책을 읽고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나씩 적용하다 보면 조금씩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나 혼자 생각했을 때 10%였던 확률이, 책을 읽으면 50%쯤으로 높아지는 거죠. 그걸 인생에서 수십, 수백 번 반복하면 탄력을 받게 되어 있어요.

 

책을 읽어도 안 되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에요. 자기 고집이 너무 센 거죠. 내가 다치는 게 싫고 상처 받는 게 두려워서 자기 생각을 안 바꾸려고 해요. 내 생각을 바꾸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인 거죠. 그래서 책을 읽더라도 기존의 내 생각을 더 강화해주는 것만 반복해서 본다거나, 책을 그저 읽는 척만 한다거나, 책을 읽더라도 실행하지는 않는 거죠. 나를 보호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건데, 실은 그 반대예요. 그 편협함이 내 성장을 가로막으니까요. 새로운 책을 읽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야 발전이 있고 행동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면 책을 읽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죠. 100m 달리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달리는 걸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하는데, 그냥 매일 천천히 세 시간씩 걷는 연습을 하는 꼴이에요.

 

인간에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게 많아요. 타고난 유전자도 그렇고, 내가 성장해온 환경도 마찬가지죠. 그걸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게 책이에요. 제가 연봉 10억이 될 수 있었던 비결도 다 책에 있었어요. 책을 읽고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었어요. 살다보면 운은 정말 많이 찾아와요. 문제는 그걸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거죠. 운이 들어올 기회를 놓친다는 건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얘기예요. 의사결정을 잘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이 판단력을 높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책이에요. 식상한 답 같지만 이게 정답이에요. 사람들은 특이한 비법 같은 것을 찾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계급이 대물림되는 세상이죠. 그래서 중산층으로 태어난 사람은 커서도 중산층으로 살아가고, 재벌로 태어난 사람들은 커서도 재벌로 살아가죠.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해요. 하지만 완전히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우리에게 주어진 운을 바꿀 수 있는 게 책이에요.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책으로는 만날 수 있어요. 오히려 실제 만나는 것보다 더 내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책을 읽으며 자극을 받고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할수록 운을 만날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요."

 

럭키_ 김도윤

by 미스터신 2022. 6. 1. 1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