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공부가 잘되는 것 같다. 문제집을 풀어도 좀처럼 틀리는 경우가 없고, 자습 시간에 공부하는 게 힘들게 느껴지지도 않는다. 가벼운 마음으로 문제집을 펼칠 수 있고, 오랜 시간 의자에 엉덩이를 붙일 수 있다. 아, 드디어 나도 상위권으로 진입한 걸까? 성적표에 좋은 등급이 찍히길 기대하며 시험 날만 기다린다. 그리고 얼마 후 시험을 치르고 받아 본 성적표. 이럴 수가. 점수가 그대로다. 아니, 오히려 등수가 떨어졌다. 난 분명 열심히 했고 문제집도 잘 푸는데 왜 이러지? 너무 억울하고 답답해서 공부를 잘한다는 선배한테 물어봤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

 

"네가 아는 것만 공부해서 그래."

 

우리는 틀린 문제에서 더 많이 배운다

 

재차 강조하지만 공부는 힘들다. 지루하고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아주 잠깐이지만 공부가 할 만하고 재미있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다. 바로 '문제를 맞힐 때' 이다.

 

문제집을 푸는 건 힘들어도 문제집을 채점할 때는 비교적 편한 마음이 든다. 문제를 대부분 맞혔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공부할 의욕도 샘솟는다. 특히 수학 같은 과목에서 이런 경향이 유독 심하다. 나 역시 고3 때 문제집을 풀 때는 동그라미를 치고 싶은 마음에 한 문제 한 문제에 온 힘을 다 했다. 반면에 문제집을 풀었는데 동그라미 개수가 적으면 기분이 나빠질뿐더러 공부 의욕도 뚝뚝 떨어진다. 틀린 문제는 다시 풀어 봐야 하고, 오답 노트도 써야 한다. 기껏 열심히 문제를 풀었는데 할 일이 더 늘어나 버렸으니 당연히 그렇게 느낄 수밖에. 그런데 여기서 큰 문제가 생긴다. 문제집을 열심히 풀었는데 틀린 문제가 많으면 공부 의욕도 떨어지고 기분이 나빠지니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것이다. '맞히는 문제'만 풀기로.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문제집을 비교해 보자. 공부를 못하는 학생은 열 문제 중 네 문제를 틀렸다. 본인 성적에 맞춰 기본개념 수준의 문제집을 택했기에 다행히 반 이상은 맞힐 수 있었다. 어려운 문제도 몇 개 있고 계산 실수 등으로 아쉽게 틀린 문제도 있어서 네 문제를 틀린 것이다. 그렇다면 공부 잘하는 학생은 열 문제 중 몇 문제를 틀렸을까? 공부를 잘하니까 다 맞히지 않았을까? 아니면 사람이니까 실수도 가끔 할 테니 한두 문제? 아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도 똑같이 네 문제를 틀렸다. 정확하게 말하면 네 문제를 틀렸어야만 한다.

 

우리는 정답을 많이 맞히는 것이 공부를 올바르게 하는 징표라고 착각한다. 물론 어떤 문제를 엄청 오랜 시간 끙끙대면서 맞혔다면 그 문제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맞힌 문제 대부분은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즉 문제를 맞혔다는 것은 이미 머릿속에 있는 내용을 잘 끄집어내는 훈련을 했다는 뜻이다. 정말 제대로 된 '배움'은 틀린 문제에서 나온다. 내가 아는 개념을 내가 아는 방식으로 해석해서 '맞힌 문제'가 아닌, 내가 아는 개념을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해석해서 '틀린 문제'로부터 말이다.

 

아는 것만 공부하지 마라

 

그러나 우리는 이 사실을 잘 모른다. 어쩌면 이미 알고 있지만 애써 외면하는지도 모른다. 문제를 틀리는 것이 힘 빠지는 일이기도 하고, 그러잖아도 힘든 공부를 조금이나마 편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난도라서 오답이 자주 나오는 문제집은 머리가 아프니까 피하고 비교적 거의 다 맞힐 수 있는 문제집을 선택한다. 그러다가 성적이 안 오른다 싶으면 더 어려운 새로운 문제집을 푸는 것이 아니라 이미 푼 문제집을 몇 번이고 반복해서 푼다. 이런 식으로 해서는 큰 폭의 성적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미 아는 것만 반복해서 공부하기 때문이다.

 

내 수학 실력은 고등학교 3학년 때가 전성기였던 것 같다. 수학을 가장 잘 풀던 시절인 고3 때도 문제집을 풀면 문제의 절반 정도를 틀렸다. 모의고사에서는 거의 100점을 맞는 수준이었지만 왜 문제집을 풀면 절반 정도를 틀렸을까? 내가 선택한 문제집은 21번, 30번과 같은 킬러 문항만을 모아 놓은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형편없는 정답률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너무 어려운 문제만 모아 놓아서 문제집을 풀 때마다 항상 끙끙대며 고생했다. 2시간 동안 한 문제를 못 푼 적도 많았다. 고3 때만 놓고 보면 수학 공부가 가장 힘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이렇게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수학을 잘한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 이미 충분히 아는 문제를 점검하고, 이미 아는 개념을 복습하고, 별로 어렵지도 않은 문제집을 풀며 '동그라미 중독'에 걸려 있었다면, 내 수능 수학 성적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쉬운 문제에 집착하는 현상은 잠이 많아서 공부를 안 하거나 게임 혹은 다른 취미에 빠져 공부를 놓아 버리는 것과는 다른 방식으로 우리를 망친다. 후자의 경우에는 뭔가 문제인지 잘 알고 있다. 어딘가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다. 그러나 쉬운 문제에 집착할 때는 그것이 문제라는 생각을 잘 하지 않는다. 더 무서운 점은 서서히 공부가 망해 가는 것을 눈치채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항상 자기를 성찰하며 되새기자.

 

'아는 것만 공부하지 마라.'

 

공부는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는다_ 송영준

 

 

by 미스터신 2020. 12. 5. 12:59

물론 마음이 몸의 태도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몸의 태도가 마음을 결정하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위해서는 내 태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할 때 집중해서 하다 보면 저절로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다. 공부가 하기 싫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나도 모르게 의자에 기댄 채 몸을 최대한 책과 멀리 두게 된다. 마음가짐이 태도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느슨하게 늘어진 상태에서도 일부러 몸을 앞으로 숙여 책을 보게 되면 집중력이 점점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몸을 뒤로 기대버리면 마음도 덩달아 느슨하게 바뀌어 버린다.

 

달리기에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달리는 중에 힘들 때마다 억지로라도 웃어보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서 웃기도 하지만 얼굴 근육을 이용해 미소를 지으면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달리다가 너무 지쳐서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팔을 힘차게 흔들어봐도 된다. 팔을 흔들면 다리에 저절로 힘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신기하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좋은 영향일지, 나쁜 영향일지는 내가 선택하기 나름일 것이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by 미스터신 2020. 4. 11. 10:55

초등학생들이 달리기 경기장 출발선 앞에 서있습니다. 신호탄이 울리자 아이들이 달리기 시작합니다. 트랙 위에는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초등 1학년, 2학년, 3학년.... 초등 4학년 지점을 지나는 순간 남자아이 하나가 그만 넘어지고 맙니다. 그새 다른 아이들은 저만치 앞서 달려갑니다. 남자아이는 절망적인 표정으로 앞서가는 친구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이런 문구가 떠오릅니다.

 

"초등 4학년, 기초가 중요한 때입니다."

 

오래전에 있었던 학습지 TV 광고의 한 장면입니다. 초등학생때부터 기초를 탄탄히 쌓지 않으면 따라잡을 수 없다는 협박 아닌 협박이 담긴 광고였습니다. 이것은 공부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시각입니다. 기초가 튼튼하지 못하면 뒤처지게 된다. 저는 이것을 '공부기초 이론'이라고 부릅니다.

 

공부기초 이론은 저학년 기초가 약하면 고학년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다는 이론입니다. 더하기 빼기를 완벽하게 할 수 없는 아이는 곱하기 나누기를 제대로 배울 수 없고, 곱하기 나누기가 서툰 학생은 인수분해를 손도 못 댄다는 논리입니다. 논리적으로 흠잡을 데가 없습니다. 아래 벽돌을 튼튼하게 쌓지 않고 무슨 수로 제대로 된 집을 지을 수 있겠습니까.

 

너무나 당연한 이 논리가 우리 사회의 무수한 교육 풍경을 만듭니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두신 부모님 중 올백 점에 연연하는 분이 많은 것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금도 올백 점을 못 맞으면 고학년이 되었을 때 성적이 얼마나 많이 떨어질까?' 하고 불안해하시는 거죠. 완벽한 기초를 쌓아 고학년 때 성적이 떨어지는 것을 막겠다는 전략입니다. 그런데 현실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앞서 살펴보았듯 기초를 튼튼히 쌓았음에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는 셀 수 없이 많습니다. 반대로 기초는 형편없는데 고학년이 되어 성적이 오르는 준우 같은 아이도 상당히 많습니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초를 극복하는 것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언어능력이 높고 의지만 굳건하다면 교과 공부에 필요한 기초 지식은 짧은 시간 안에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습니다.

 

수학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초등 1학년은 1년 내내 더하기 빼기를 배웁니다. 더하기 빼기라는 연산 논리를 이해하고 습득하는 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리는 것입니다. 1학년 아이의 평균 사고력, 그러니까 언어능력이 그 정도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어떤 고등학교 1학년 아이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수학에 관한 지식만 모두 잊어버려서 더하기 빼기부터 다시 배워야 한다면 어떨까요.

 

이 학생이 더하기 빼기를 완벽하게 배우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 될 겁니다. 고등학교 1학년의 언어 수준에서 더하기 빼기는 쉬워도 너무 쉬운 연산이기 때문입니다. 초등 1학년에게는 1년간 갈고 닦아야 하는 교과 학습량이 고등 1학년에게는 10분이면 습득할 수 있는 단편적인 지식에 불과합니다.

 

더군다나 모든 과목이 이런 식의 기초를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닙니다. 초등 6학년 과학 지식이 없다고 해서 중등 1학년 과학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라는 거죠. 수학 외의 과목들은 기초가 부족해도 교과서만 충실히 이해하면 얼마든지 만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준우 같은 아이들이 이런 사실을 증명합니다. 중학교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언어능력만 갖추어도 얼마든지 부족한 기초를 따라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진짜 중요한 기초는 아이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 글을 읽고 이해하는 언어능력입니다.

 

뛰어난 독서가이지만 독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다. 학교 공부에 의욕이 없고, 목적을 세우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때로는 규율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초등학교 성적표에 적힌 평가입니다. 잡스는 초등 3학년 때까지 상습적으로 학교를 빼먹는 문제아였습니다. 당연히 성적도 나빴죠. 교과 지식의 관점에서 보자면 잡스는 형편없는 학생이었습니다.

 

그런 잡스가 달라진 것은 초등 4학년 때였습니다. 담임이었던 힐 선생님의 배려와 관심이 잡스의 마음을 움직인 덕분입니다. 잡스는 힐 선생님을 기쁘게 해드리고 싶었고,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우등생으로 변신했습니다. 잡스의 학습능력에 깜짝 놀란 힐 선생님은 잡스에게 '수학능력(학문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평가'를 받게 했습니다. 잡스의 수학능력은 고등 2학년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초등 4학년이었던 잡스는 고등 2학년 교과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가졌던 겁니다. 고등 2학년 학생이 초등 4학년 교실에 앉아있었던 셈이니 다른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잡스는 '사기 캐럭터'였던 거죠. 잡스가 이런 수준의 언어능력을 갖게 된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이 '독서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한 덕분입니다. 독서만큼 언어능력을 확실하게 끌어올려 주는 방법은 없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근본적인 의문이 드실 겁니다. '책 한 권 제대로 읽지 않고 명문대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 말입니다. 언어능력 평가를 해보면 그런 아이들은 독서 여부와 상관없이 백이면 백 언어능력이 높습니다. 평생 가야 책 한 권 읽지 않았다는 중등 2학년 학생이 수능 국어영역 80점을 넘긴 일도 있었습니다. 이렇게 책을 읽지 않았음에도 언어능력이 높은 것은 지능보다는 기질적인 요인이 큽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을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집요한 성격, '왜 그럴까?' 하고 의문을 품는 사고 패턴 덕분에 일상생활이나 학교 공부를 하는 것만으로도 언어능력이 저절로 성장합니다. 한마디로 평소에 생각을 많이 하는 아이, 세상을 읽을 줄 아는 아이죠. 이런 아이가 책을 읽지 않고 명문대에 들어갔다는 것은 자랑할 일이 아니라 통탄할 일입니다. 이런 기질의 아이는 독서 효과도 매우 크게 나타납니다. 엄청난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아이의 잠재력이 독서를 하지 않음으로써 묻혀버린 셈입니다.

 

초등학교 때 몇 점을 받느냐는 큰 의미가 없습니다. 그보다는 '아이가 또래 연령 대비 어느 정도의 언어능력을 갖추었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언어능력이 높아도 성적이 떨어지는 아이는 간혹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언어능력이 낮은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는 아이는 없습니다. 언어능력이 낮은 아이는 1차 급변동 구간에서 무조건 성적이 떨어집니다. 논술 강사 생활 12년 동안 단 한 번의 예외도 본 적이 없습니다. 언어능력이 바로 학습능력입니다.

 

공부머리 독서법_ 최승필

by 미스터신 2019. 7. 6. 09:57

심사위원 만장일치 최우수상으로 손색이 없는 글을 접하게 되어 심사위원의 한 명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기 한국 정치사의 여러 주제를 다루는 기존의 연구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글이며 충분히 최우수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 글이다.

 

2017년 서울대학교 우수 리포트 공모대회 최우수상 수상작에 대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안도경 교수의 평이다. 서울대학교 우수 리포트 공모대회는 학기별로 개최되며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학부생들이 작성한 리포트를 받아 수상작을 가리는 권위 있는 대회다. 이 대회에는 전공, 교양 수업 등에서 A+성적을 받은 수천 장의 리포트가 제출되고 오직 소수의 리포트만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

 

이런 대회에서 위와 같은 평을 받은 이는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오석 마스터다. 그는 이 대회에서 팀으로 출전해 최우수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같은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작성한 리포트로도 소수만이 통과할 수 있는 본선에 합격했다. 서울대학교 학부생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것이다. 뛰어난 글쓰기 실력 덕분인지 그는 서울대학교 재학 중 거의 매 학기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높은 학점을 유지했다. 또한 최근 2019학년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편입 전형에도 합격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 실력과 뛰어난 공부 성과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 가지 사이의 연결 고리에 바로 '철학하는 연습'이 있다. 그가 말하는 철학하는 연습이란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생각 단련법이다. 그는 일련의 철학하기 연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트이고 사색을 통해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독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라

 

오석 마스터는 중학교 시절 비교적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소설가나 '삼국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으로 유명한 이문열 소설가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또한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 나쓰메 소세키 등 일본의 문학이나 철학책을 즐겨 읽었다. "철학이나 문학 책을 읽다 보니 조금씩 사고가 트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국어 시험지를 보는데 글이 너무 쉽게 느껴졌어요. 다소 어려운 책들을 읽는 연습을 하다 보니 학교 공부를 하면서 보는 책들은 크게 어려울 게 없었죠."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철학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철학 관련 서적들은 고도의 집중력과 독해력을 요구한다. 그 또한 처음 철학 책을 읽을 때는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때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철학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독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을 독해하는 실력이 또래 학생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항상 제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기준을 두고 제 한계를 매번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다 보면 그것보다 쉬운 수준의 책이나 글은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 덕분에 고등학교 국어 영역 시험은 쉽게 준비할 수 있었어요."

 

지난 수능에서 국어 영역이 역대 최고 난이도로 출제되어 많은 학생이 혼란에 빠졌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학에서도 교과 과정이 축소되면서 점점 국어 과목에서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해마다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많지 않은 고3 학생들이 아니라면 평소에 수준 높은 책읽기 연습을 통해 독해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공부 마스터들은 꾸준한 독서를 통해서 국어실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논술과 면접 시험에 대비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 재학 중인 유도혁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고교 시절 최대한 꾸준하게 독서를 하려고 했습니다. 선생님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고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공부로 독서가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로 수준 있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도서를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꾸준한 독서는 글쓰기 및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고의 폭을 넓혀 결과적으로 면접 및 논술 시험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오석 마스터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책을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보는 일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잠시 덮고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철학자 혹은 글의 작가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생각하고 제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제 삶에 적용해 저를 성찰하고 주변의 사람과 사회 문제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철학하기 연습을 통해 그는 언제 어디서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저는 일상 속에서 책 없이도 공부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급식실에 줄을 서 있거나 아침 조회를 할 때 밥을 먹으면서도 공부할 수 있었어요. 공부했던 것들을 재료 삼아 머릿속에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저만의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 보는 겁니다. '어떤 내용이 있었지?', '왜 그렇지?', '그건 무슨 의미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보는 거죠. 그게 고전시가든 수학 개념이든 영어 문법이든 머릿속에서 그 내용의 바닥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생각해 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석 마스터는 고3 때까지 7~8시간을 꾸준히 자면서 좋은 공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잠을 줄이면 저는 깊이 있게 생각을 밀고 나가기가 힘들어서 잠을 최대한 충분히 잤어요. 그러다 보니 깨어 있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요. 일종의 압력이 그쪽으로 작용하게 되는 거죠." 철학하기 연습은 과목별로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 수학 문제를 풀 때 문제를 보자마자 손부터 댑니다. 저도 철학 책을 읽기 전까지 20퍼센트 정도만 구상해 놓고 문제를 풀었어요. 그러고는 미지의 목적지를 찾아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식으로 수학 문제를 풀었죠. 그런데 철학 책을 읽고 나서는 60퍼센트 이상을 이미 구상해 놓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요. 길을 찾고 나서 손을 대기 시작한 거죠. 예전의 저와 철학 책을 읽은 이후의 저는 사고력이 비교가 될 수 없었죠. 그 이후 수학 시험을 볼 때 시간이 부족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수학 과목 외에도 어떤 과목이든 문제를 풀고 나면 문제를 다시 회상하면서 직접 더 선택지를 만들어 보고 자체 테스트를 해 보거나 출제자의 관점으로 생각하며 공부했다. 어떤 참고서든 문제집이든 단순히 받아들이는 방식의 공부보다 한 스텝, 두 스텝을 더 나아간 것이다.

 

오석 마스터 외에도 모든 마스터는 책에 나온 내용을 주어진 대로 좇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필요한 재료로 책의 내용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어진 대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결코 만점 받는 공부를 할 수 없다.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사고 체계에 맞춰 내용을 다시 정렬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송지원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을 때 항상 의문을 품으려 노력하고 그것에 대해 책을 찾거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교과서에서 무미건조하게 서술되어 있던 내용이 생생하게 다가오면서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이해식 공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책 한 권으로 사고력 기르는 법

 

오석 마스터는 철학 책뿐 아니라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철학하기 연습을 심화시켜 나갔다. "꼭 철학이라는 걸 좁은 의미로 파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넓은 의미에서 김훈 소설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이나 어떤 책이든 모든 것에는 그 책을 쓴 사람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오석 마스터는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머릿속에만 가둬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며 사고를 심화시켜 나갔다. 고3이 되어서도 학교 친구들과 철학이나 인문학 책을 나눠 읽고 쉬는 시간마다 토론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갔다. 그는 고3 시절 9월 모의고사를 1주일 앞두고 철학 책에 빠져 1주일 동안 그 책만 두 번을 봤는데 9월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로 인해 단순히 공부를 통해 지식을 늘리는 것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한다.

 

앞서 공부를 잘하는 상위 0.1% 학생들의 공통점이 '메타 인지'에 있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메타의 뜻은 '~의 위에서', '~을 초월하여'이다. 즉, 메타 인지는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오석 마스터는 철학하기를 통해 메타 인지를 끌어올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 온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자기 성찰의 과정이 공부에는 물론 고등학교 3학년 때 자기 소개서를 쓸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자기 소개서를 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한 해석이나 의미 부여가 중요합니다. 저는 철학하기를 통해 제 생각과 마음을 꾸준히 정돈하는 연습을 해 왔고, 그를 통해 우선 선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준 자기 소개서를 써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서울대학교에 다니며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정치사상 수업을 강의하는 교수님은 늘 이런 말을 했다. "공부는 생각을 연마하는 고도의 훈련 과정입니다. 깊이 있게 생각을 한다는 것은 세 가지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책을 읽거나, 토론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

 

오석 마스터는 바로 이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단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내용을 누구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처리해 낼 수 있는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내가 만난 공부 마스터들은 공통적으로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과 몰입력을 보였다. 그 비결은 수업이나 책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자신만의 사고체계에 새롭게 구조화시키고, 그 과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 데 있었다.

 

성장은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를 벗어나 한계라고 느껴지는 그 구간을 뛰어넘을 때만 이뤄진다. 내가 쉽게 읽는 수준, 쉽게 생각하는 수준, 그 한계의 끝에서 읽고 생각해야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꼭 철학 책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수준보다 한 단계만 높은 책을 한 권 정하고, 그 바닥까지 파보겠다는 생각으로 읽어 보자. 그러다 보면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자신의 공부 내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 마스터 플랜_ 조승우

 

 

 

by 미스터신 2019. 6. 8. 10:09

서유리 마스터는 삼수 끝에 2016년도 수능에서 만점을 받아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합격했다. 그녀는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인 '문제적 남자'에 출연했고 '정관장'의 CF모델로 활약하기도 했다. 전교 꼴찌의 명문대 합격 이야기를 그린 일본 영화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의 시사회 게스트로 초대받기도 했다. 그 밖의 각종 방송이나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의 수능 만점은 결코 쉽게 나온 결과가 아니었다. 성과를 거두기 위해 그녀는 몇 개의 '알'을 깨고 나와야만 했다. 삼수시절 그녀의 다이어리 맨 앞장에는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구절이 적혀 있었다. "새는 알을 깨고 나온다. 알은 하나의 세계다. 새로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해야 한다."

 

재수, 삼수에도 흔들리지 않은 이유

 

서유리 마스터는 성공적으로 삼수생활을 마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비결로 '주변에 관대하고 긍정적인 마음'을 꼽았다. 삼수를 하면서 무엇이든 한 발 물러서서 관조적으로 보기 위해 노력했다. 재수 시절 주변 환경에 지나치게 많은 영향을 받았던 경험 때문이었다. 수능 100일여를 앞두고 부모님이 이혼 위기에 놓였던 적도 있었다. 수능 한 달 전까지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학원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집안 분위기는 싸늘했다.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심적 부담감이 들었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하는 회의감마저 들게 했다. 다행히 부모님의 일은 잘 마무리되었지만 그로 인해 받은 심리적 영향으로 온전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경험을 통해 서유리 마스터는, 나의 목표에 온전히 집중하려면 주변에서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덕분에 삼수를 하는 동안 어떤 일이 있더라도 감정에 쉽게 영향받지 않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

 

"재수, 삼수를 하다 보면 주변에 예민하고 감정적으로 불안정한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표에 온전히 집중하기 위해서는 항상 뭐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한 발 물러서서 보는 안목을 갖게 되니 많은 것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눈앞에 보이는 것에 급급했다면 점점 큰 목표와 전략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수험생 때나 재수할 때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에 급급해서 이렇게 해야지 하는 큰 플랜을 놓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세 번째로 하다 보니 전처럼 살아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삼수할 때는 정말 전략적으로 살았습니다. 그림을 새롭게 그리다 보니 많은 것을 바꿔낼 수 있었습니다."

 

그 덕분에 불규칙적이고 무리한 생활 패턴도 규칙적이고 지속 가능한 것으로 바꿀 수 있었다. 그전까지는 계획표를 그때그때 과제나 급한 것들로 채웠다면 삼수를 하면서부터는 장기간의 목표와 계획을 세우고 자신만의 원칙을 세우고 지켜 나갔다. 예를 들어 어떤 내용을 배우면 반드시 1주일 안에 두 번 이상 복습하도록 만들었다. "조금씩 힘을 빼고 공부를 하다 보니 여러 면에서 성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새벽 2~3시까지 공부를 하면 다음 날 더 크게 돌아온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니 조금 더 규칙적인 생활을 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공부하기 싫을 때도 왜 내가 공부하기 싫은지를 되돌아 보고 필요하다면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었다. "공부하기 싫은 경우가 자주 찾아온다면 당연히 참아야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종종 스스로에게 휴식을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을 갚아 나가겠다는 생각으로 다른 시간에 더 집중할 수 있으니까요."

 

서유리 마스터는 이렇게 무리한 힘을 빼고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더불어 이전보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되니 진짜 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쏟을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내가 모르는 걸 새롭게 알려고 하면 고통이나 귀찮음이 따르는 부분이 있습니다. 스스로 피드백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예전에는 기꺼이 그걸 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렇게 알을 깨고 나오니 '컴포트 존(편안하게 느껴지는 영역, 또는 쉽게 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나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진도를 나가는 것에 급급하기보다 지금 하는 것을 더 효율적으로 해낼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부터 차근차근 고민했다. "예전에 수학 같은 경우 여러 문제를 푸는 데 급급했다면 삼수할 때는 한 문제를 두 가지 이상의 방법을 찾아보기도 하고 한 장짜리 풀이법이라고 했을 때 반 장 정도로 푸는 법은 없는지까지. 하나하나에 생각의 강도를 높였습니다."

 

중요한 운동 경기를 앞두고 늘 코치들은 선수에게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라고 말한다. 너무 강하면 부러지는 법이다. 서유리 마스터처럼 한 발 물러서서 관조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갖게 되면 또 하나의 알을 깨고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볼 수 있다.

 

오르지 않는 성적에 얽매이지 않는다

 

서유리 마스터는 삼수 때도 재수 때처럼 성적이 속도 있게 오르지는 않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과거 같았으면 불안에 떨면서 조급함을 느꼈겠지만 그때의 저는 과거의 저와 달랐어요. 이미 같은 공부라 해도 보는 관점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소한 것에 영향받지 않고 제 스스로를 믿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특히 그녀 스스로 달라지는 자신을 확인하면서 그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을 때 오히려 서유리 마스터는 하루하루가 쌓여서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생각으로 오늘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계획에서 벗어나지 않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했다. 또한 미래의 알 수 없는 결과 대신 통제할 수 있는 오늘에 집중하고자 했다.

 

"학원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그 결과에 신경 쓰기보다 모의고사 자체에서 많은 것을 배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예를 들면 나는 이번 시험을 이런 자세로 봤고 국어 시험을 볼 때 다리를 떠는 친구가 신경 쓰였는데, 다음번에 이런 상황이 있다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이런 식으로 상황 자체에서 최대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자 했습니다."

 

실제로 서유리 마스터가 이런 과정에서 배운 것 중의 하나를 더 소개하자면 모의고사를 치르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수학 과목 시험을 볼 때 온전히 100분을 집중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다음 시험부터는 아예 100분을 30분 단위씩 끊어서 문제를 풀고 1~2분 정도 지금까지 풀었던 문제들을 되돌아본 뒤 다시 30분을 새로운 문제 풀이에 집중하는 식으로 효과적인 패턴을 만들어 나갔다. 피드백을 통해 이런 노하우가 쌓이다 보니 이미 수능 시험장에 들어갈 때 서유리 마스터에게는 전투에서 이길 수밖에 없는 다양한 '무기'가 있었던 셈이다.

 

결국 그녀의 '포텐'은 수능에서 빛을 발했다. 생각지도 못했던 만점을 받은 것이다. 그 비결로 삼수 시절 내내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매기보다 조금 더 높은 시야에서 공부라는 것을 바라볼 수 있었던 점을 꼽는다.

 

"당장 성적이 오르지 않아도 공부를 하는 과정 자체가 스스로를 훈련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저 선택한 것에 대해 만족할 수 있을 만큼 하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후회만 하지 말자고 다짐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봐야 멀리 본다

 

서유리 마스터의 말처럼 서울대학교 마스터들 또한 성적에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을 멘탈과 마인드를 유지하는 중요한 원칙으로 활용했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인 곽철민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제가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은 시험 결과를 최대한 비관적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잘 쳤든 못 쳤든 무조건 틀린 것 혹은 불안했던 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졌습니다."

 

넓은 시야를 갖게 되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을 볼 수 있다. 마치 같은 소설을 읽더라도 중학교 때와 고등학교 때 느낀 점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넓은 시야는 무엇보다 자신과 스스로가 처한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하는 힘을 키워 준다. 더불어 자신이 처한 문제를 현명하게 해결할 수 있는 안목을 갖도록 한다.

 

성적 상승을 거둔 마스터들의 경우 그들이 좋은 성과를 내기 전이나 그 이후 공부라는 객관적 대상이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공부를 접하는 스스로가 성장했고 더 넓은 시야를 갖게 되어 다른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자신의 시야가 넓어지면 그토록 어렵고 답답하게 느꼈던 공부를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수능에 실패하고 재수를 앞둔 학생들에게 겨울 방학 동안 여행이나 아르바이트처럼 공부와 관련 없는 경험을 꼭 쌓아 보라고 조언한다. 자신이 더 넓은 시야와 관점을 갖고 새롭게 공부를 대할 수 있다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높은 곳에서 넓게 바라볼 수 있다면 성공으로 가는 길이 더 가깝고 쉽게 느껴질 것이다.

 

공부 마스터 플랜_ 조승우

 

 

by 미스터신 2019. 6. 8. 10:01

장진우 마스터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최적의 공부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얼마만큼 공부를 하고, 휴식해야 하는지를 스스로 매우 잘 알고 있었다. "의식적으로 '내가 어떤 환경에서 공부할 때 가장 학습효율이 높을까?'를 고민했어요. 고등학교 때는 의지가 무너져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그러다 보니 왜 쉽게 좌절하는지를 계속 생각했어요. 그 과정을 통해서 저는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자'라는 나름대로의 정답은 찾은 거죠."

 

장진우 마스터는 규칙적인 생활이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래도 되나 싶은 생각을 전혀 안 하게 되었죠. 규칙적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반드시 절대적인 공부 시간이 줄고 마음이 해이해집니다." 생활 패턴에 관성을 유지하면 오히려 생활을 유지하는 데 굳이 의지력을 소모하지 않게 되어 그만큼 고민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규칙적인 생활이라는 무기가 있으니 하고 싶은 공부를 우선순위에 놓고 하더라도 전체적인 큰 흐름은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진우 마스터의 규칙적인 생활을 공부 시간, 규칙적인 수면, 규치적인 휴식과 운동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그가 말했듯 생활에도 관성의 법칙이 적용된다. 최상의 컨디션과 최상의 마인드를 유지할 수 있는 생활 패턴을 규칙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의지에 의존하지 않고도 꾸준한 노력을 해 나갈 수 있다.

 

서울대학교 마스터들 또한 규칙적인 생활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 재학 중인 김정수 마스터는 자신의 공부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즉흥적이거나 자극적인 것에 자꾸 자신만의 규칙이 무너지면 공부를 지속하기가 힘듭니다. 무슨 규칙이든 일단 정하고 한 달만 제대로 하다 보면 근육에 관성이 붙어서 이게 힘든지도 모르고 쭉 가는 것 같습니다. 너무 가혹할지는 모르겠지만 이게 왜 이렇게 힘든지, 더 쉬운 방법은 없을지에 대해 자꾸 합리화하면서 바꾸다 보면 그 방법을 제대로 검증하기조차 불가능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일단 꾸역꾸역 규칙적으로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모든 생활을 규칙적으로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잠자는 시간이나 일어나는 시간 지키기, 규칙적으로 운동하기 등 하루에 2~3가지 생활 습관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그것만큼은 규칙적으로 실천하기 위해 노력해 보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1주일에 한두 번, 의지에 불타는 날이 아니라 꾸준하게 자신의 생활 패턴을 유지하는 1주일 그 자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공부 마스터 플랜_ 조승우

by 미스터신 2019. 5. 23. 16:19

김도현 마스터는 말한다. "제가 공부하는 시간의 가장 핵심 목표는 어디가 부족한지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수능 때 부족한 부분이 거의 '제로'에 가까웠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시험을 치고 나서도 만점이라고 예상할 수 있었죠." 그는 공부 기반을 다지고 난 후에는 항상 '공부 구멍'을 찾는 것을 핵심으로 공부했다. 공부를 하고 나면 반드시 공부 내용을 보지 않고 백지에 써 보면서 구멍 난 부분이 없는지를 찾았다. 그렇게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시험을 하루이틀 남기고는 머릿속에서 쓰지 않고도 내용이 정리되었다.

 

일반적으로 수능 만점자들이 언론 인터뷰에서 말하는 것과 달리, 김도현 마스터는 자신의 공부 비결이 철저한 예습, 복습 덕분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공부를 하면서 항상 부족한 점을 의식적으로 찾았던 것이 자신의 핵심 비결이라고 말한다. 특히 개념 공부보다 비교적 문제집 풀이에 더 많은 시간을 쏟으며, 문제집을 푸는 동안만큼은 철저한 리얼리스트가 되고자 노력했다.

 

"저는 문제집을 풀 때마다 제가 부족한 것을 계속 찾았습니다. 그리고 만약 부족한 점을 찾으면 바로 그걸 채웠습니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미적분을 푸는데, 전 과정에서 함수 그래프 그리는 게 잘 안 되거나 틀렸다면 바로 문제집을 덮고 함수 파트로 돌아가서 그 부분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김도현 마스터는 3년간 오답 노트를 만들지 않았다. 부족한 것, 모르는 것이 나오면 반드시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채웠기 때문이다. "그날 부족하다고 깨달은 건 절대 나중으로 미루지 않고 곧바로 공부했습니다. 요즘은 해설지가 잘 나와서 해설지만 봐도 뭐가 틀렸고, 뭘 더 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발견한 '공부 구멍'에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찾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번은 고등학교 시절 한 중간고사에서 국어 시험을 봤는데, 70점대 성적을 받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어떤 문제를 왜 틀렸는지 철저하게 분석한 뒤 문학의 기본 개념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날로 문학 개념을 다질 수 있는 인터넷 강의를 신청했고 덕분에 기말고사에서 훨씬 향상된 성적을 받을 수 있었다.

 

"예전 단원을 다시 보는 것, 예전 진도로 돌아가는 것에 과감해야 합니다.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도 그 부분을 채우지 않으면 언젠가 그 구멍이 모든 것을 무너뜨리기 때문입니다."

 

공부는 꾸준히 하나하나 벽돌을 쌓아 가는 과정이다. 많은 공부 마스터가 클리셰처럼 얘기하듯 성급하게 쌓기만 하다 보면 그 건물에는 분명 빈틈이 생기게 마련이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물이 새게 마련이고 언젠가 그 틈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건물 자체를 무너뜨린다. 벽에 틈이 생기면 만사 제쳐두고 그곳부터 보수해야 하듯 공부의 빈틈을 발견하면 그것부터 채워 넣어야 한다.

 

삼수 끝에 서울대학교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이인환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틀린 문제가 나오면 정말 기뻤습니다. 문제를 틀렸다는 것은 나의 부족한 부분을 아주 객관적이고 신속하게 보여 주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스스로 알아내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 때문에 틀린 문제는 언제나 대환영이었습니다. 단 한 번 틀렸다면 두 번 다시 틀리지 않도록 이 악물고 그 문제를 집요하게 공략해야 합니다. 틀린 것을 또다시 틀린다는 것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어리석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김도현 마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바둑기사는 이창호 9단이다. "이창호 9단은 바둑을 되게 단단하고 두껍게 두는 스타일입니다. 자기 형세와 상대 형세를 계속 비교하면서 자기가 부족한 점을 계속 찾아 나갑니다. 그래서 끝내기에 강한 스타일입니다. 저 또한 이창호 9단이 바둑 두는 걸 보며 따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몇 집 차가 나는지, 어디서 메우면 될지를 의식적으로 분석해 나갔습니다."

 

기초가 단단한 공부만이 진정한 성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니 항상 의식적으로 무엇이 부족한지를 찾고, 그것을 즉시 채우고 보완하는 습관을 들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공부 마스터 플랜_ 조승우

by 미스터신 2019. 5. 23. 16:10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바둑판 위의 일로 대입해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좀 어렵긴 해도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지 않을까.

 

바둑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대국을 벌이게 되면 먼저 머릿속으로 판을 그려야 하고 이기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바둑은 절대로 처음 생각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다. 상대방 역시 이기기 위해 똑같이 치밀하게 판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둑판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태클을 당한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살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한 수 한 수마다 목숨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는 곳, 바로 바둑판 위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프로 기사들은 늘 구사일생의 삶을 살아가는 문제 해결의 고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많은 난제들에 부딪치며 살아왔고, 결국에는 그들이 해결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 풀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문제를 풀고야 만다. 그러니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바둑적 사고법'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바둑 기사의 마인드야말로 이러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사가 바둑판과 같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당장은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악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의지를 갖고 바라본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 물론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일 수는 없다. 최상이 아니라면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혹은 양보와 타협을 하거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목표로 옮겨가는 것 역시 일종의 해결책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날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면 그것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고 회피하고 외면한다.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이전에 먼저 지쳐버려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한다. 바둑으로 치자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데나 돌을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둑 기사들은 절대로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초읽기에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다음 수를 고민한다. 설사 끝이 보이는 바둑이라 하더라도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 한다. 호수가 아니라면 묘수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악수나 과수라도, 치열하게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다.

 

바둑에는 뜻하는 목표가 있고, 논리가 있고, 게임의 법칙이 있다. 바둑 기사의 마인드는 일종의 지략가다. 전략과 전술을 세워 포석을 하고 끊임없이 판세를 읽으며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돌을 놓는다.

 

바둑은 승부가 걸린 게임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해결하기 위해 갖은 수를 생각해내야 한다. 때로는 벼랑 끝으로 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때로는 스스로 저지른 실수로 큰 희생을 치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즉 이기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날마다 생존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다. 하루에 한 점씩 바둑을 두었다면 지금 나의 바둑은 어디까지 진행된 것일까? 아직 포석 단계일까? 혹은 이미 절반쯤 진행되었을까? 벌써 마지막 승부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디에 있든 스스로 돌을 던지지 않는 한, 혹은 판을 모두 채우지 않는 한, 인생이라는 바둑은 끝나지 않는다. 현재 어떤 위기에 있더라도 아직 살아날 희망이 있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심지어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조차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의외의 답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바둑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실수도 기회도 모두 내가 만든다. 그만큼 승리는 짜릿하고 패배는 아프다. 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한다.

 

삶은 그 자체로 시련이다. 오로지 생각하는 힘만이 그 시련을 의미있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그 과정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4. 27. 10:33

 

예전에 바둑 대국은 참으로 길었다. 지금은 2~3시간 안에 끝나는 바둑이 대부분이라 아무리 길어도 4~7시간이면 끝나지만 20년 전만 해도 제한시간이 각자 5시간이라서 초읽기까지 합하면 총 대국 소요시간이 11시간이 넘기 일쑤였다. 지금도 기억난다. 1993년 이창호와 두었던 기성전 결승대국. 보통 밤 9시~10시면 대국이 끝나는데 그때의 대국은 7판이 전부 밤 11시를 넘겼다. 아마 한국 바둑 역사상 가장 늦게 끝난 대국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다. 일본은 지금도 오래 두는 바둑으로 유명하다. 기성, 명인, 본인방전의 '빅3'대회는 제한시간이 각자 8시간이다. 둘이 합하면 16시간에 이르니 하루에는 다 소화할 수 없어서 이틀을 잡고 진행한다. 너무 길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도 굉장히 짧아진 것이다. 1930년대에는 제한시간이 각 40시간에 이르는 바둑도 있었고, 1940년대까지만 해도 제한시간이 각자 13시간이어서 3일에 걸쳐 대국을 진행한 적도 있다. 지금처럼 이틀로 줄인 것도 일본으로서는 상당히 노력한 결과다.

 

바둑에서 제한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제한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수읽기가 깊어진다. 내가 어떤 수를 두면 그로 인해 전개될 앞으로의 판세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따라서 제한시간이 넉넉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함축적인 수가 나오게 된다. 바둑을 예술로 생각하는 일본은 긴 수읽기를 통해 보다 완벽하고 능률적인 수를 생각해내는 걸 바둑의 '도'이자 '미'라고 여겼다. 그래서 일본 바둑은 지금 같은 광속의 시대에도 8시간의 장고바둑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로 제한시간이 짧아지는 속기바둑은 깊은 수읽기보다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여 둘 수밖에 없다. 바둑 기사에게는 이 역시 중요한 훈련이지만 아무래도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만큼 내용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속기 바둑과 장고 바둑 중에 무엇이 옳으냐고 묻는다면 그저 웃을 수 밖에.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형식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수 한 수 장고를 하여 최고의 실력을 겨루는 것도 의미가 있고, 빠르게 감각을 대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프로 기사라면 두 가지 다 훈련이 되어야 한다.

 

바둑은 감각만으로 둘 수도 없고 실력만으로 둘 수도 없다. 나는 초중급자들에겐 오히려 빨리 두라고 말한다. 그 시절에는 열심히 생각한다고 해서 꼭 좋은 수가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때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수를 놓아서 만족도 하고 후회도 하면서 자신만의 바둑 감각을 쌓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다 보면 서서히 수읽기가 되기 시작한다. 또 수읽기를 더 열심히 하다 보면 덩달아 감각도 좋아진다.

 

이처럼 속기와 장고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의 경향은 빠른 쪽으로만 흘러간다. 요즘 국내 대회는 제한시간이 각자 1시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5분, 10분, 20분짜리 초속기 대회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에 2시간, 3시간의 장고 바둑은 두세 대회 정도밖에 없다. 과거에는 장고 바둑이 80퍼센트의 점유율을 이루고 속기 바둑이 20퍼센트 정도 비율이었다면 지금은 역전되어 속기 바둑이 80퍼센트, 장고 바둑이 20퍼센트가 됐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건 인정한다.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의 아찔한 속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대여섯 시간이 넘는 긴 바둑을 지켜보는 건 고역일 터다. 그렇지 않아도 바둑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긴 호흡의 바둑만 고수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 속기 바둑은 일단 빠지면 컴퓨터 게임을 능가하는 박진감과 스릴이 있기 때문에 젊은 팬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바둑의 질적 측면을 본다면 지나치게 속기전으로 흐르는 건 위험하다. 이건 그만큼 프로기사들이 한 수 한 수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줄어드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얕고 빠른 잔머리 회전만 발달시키고 깊은 사유의 능력은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쓰지 않는 능력은 퇴화하게 마련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바둑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깊은 사유를 통해 발달해왔다. 현대 바둑의 틀과 수준을 진일보시킨 우칭위안의 바둑이나 신포석을 창안한 기타니 미노루의 바둑, 처절하고 지독한 수로 점철되는 조치훈의 바둑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는 이창호의 견고한 바둑 등 모든 위대한 기풍은 오랜 사유를 통해 탄생했다. 그런 사유가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기에 최고의 기사들은 제한시간을 막론하고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속기 바둑에만 길들여진 젊은 프로들은 장고 바둑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길게 오랫동안 고민해본 적이 없기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원 소속의 배태일 박사가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여 발표한 자료가 있다. 물리학자인 그는 속기와 장고 바둑 사이에 진짜 바둑 실력의 함수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조사를 통해 그의 주장을 입증했다. 그는 젊은 프로 기사들을 '속기에 강한 그룹'과 '장고 바둑에 강한 그룹'으로 나누어 랭킹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속기에 강한 기사들은 20~22세 때 실력이 최고조에 이른 이후로는 별로 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고 바둑에 강한 그룹은 20대 초반에는 부진하지만 오히려 25세 이후로 실력이 늘어나 국제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배태일 박사는 한국 바둑이 최근 들어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국제대회도 시대에 맞춰 1시간짜리 속기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잉창지배나 춘란배, 삼성화재배 같은 권위있는 대회는 2~3시간 장고 바둑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호와 이세돌이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대회는 한국 기사들이 우승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중국 기사들이 우승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 기사들도 대단한 활약을 한다. 바둑의 내용면에서도 우리가 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것이 너무 빠른 것만 추구하다가 우리가 치르게 된 대가라고 생각한다. 빠른 것은 쾌감을 준다. 재미있고 짜릿하다. 하지만 그것만 쫓다 보면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하여 결정해야 하는 때에 경솔한 판단을 하게 된다.

 

바둑 밖에서도 똑같다. 어른들이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매사에 너무 즉흥적이다. 이들은 이성보다도 감정을 앞세우고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좋은 마음을 자제하지 못하고 싫은 마음을 인내하지 못한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솔한 행동, 후회할 일을 너무 많이 저지른다. 바둑으로 표현하자면 눈앞의 몇 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잘못된 수를 놓는 것이다. 상사의 꾸지람에 즉흥적으로 사표를 냈다가 후회한다거나, 친구나 가족에게 모진 말을 퍼부어 상처를 준다거나, 실수나 잘못을 거짓말로 둘러댔다가 들통이 나는 일이 반복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우리는 그럴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다. 논문 표절로 고위 공직자 후보에서 낙마하는 사람이나 한마디 실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유명인 등 장기적인 면에서 깊게 생각하지 않은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우주류'로 유명한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은 단 하나의 수를 결정하기 위해 제한시간 8시간 중 무려 5시간 7분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 5시간 7분 동안 그는 정말 진지한 얼굴로 바둑판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은 그 장면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알 하나 놓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5시간이 넘게 고민을 한 것일까?

 

하지만 그 한 수의 차이는 실로 지대한다. 당장은 그저 돌 하나의 위치일 뿐이지만 긴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승부에 결정적 차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잘못 놓은 돌 하나가 훗날 내 목을 조이거나 내 등을 치는 약점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것은 어떤 바둑을 하겠다는 다케미야 9단의 선택이기도 했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그날 치를 대국이 영토 분쟁이 될 수도 있고 대마싸움이 될 수도 있다. 바둑의 미학을 중시했던 다케미야 9단은 그 5시간 7분 동안에 머릿속에서 수백 판의 바둑을 두고 허물고 두고 허물기를 반복하였을 것이다. 마침내 놓은 결정의 한 수, 그것은 세상을 향해 나는 이런 바둑을 펼쳐보겠다, 이런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그의 선언이었다. 결국 이 바둑에서 다케미야 9단은 승리했다. 나는 이것이 생각의 승리이자 실력의 승리라고 믿는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4. 27. 10:10

 

"남과 다른 창의적인 수는 어떻게 생각해냅니까?"

 

이런 질문을 던진다면 프로 바둑 기사들은 아마도 다들 같은 대답을 할 것이다. 문제를 풀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하다 보면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수가 떠오른다고. 즉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알고서 창의적인 수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풀려고 노력하다 보니 어느 순간 번쩍 새로운 수가 떠오르는 것이다. 프로 기사들이 초읽기에 몰린 순간에도 기발한 묘수를 떠올릴 수 있는 것은 평소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처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훈련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창의성은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와 끈질긴 탐구심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태어나면서부터 천재적인 두뇌를 부여받았다고 해도 호기심과 탐구심이 없다면 창의성은 발현되지 않는다.

 

사람들은 창의적인 생각을 창의성이 있는 사람이나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사람, 유명 미술가나 음악가 같은 사람만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창의성은 꼭 뭔가를 발명한다거나 새로운 예술품을 만드는 것만은 아니다. 창의성은 도처에 있다. 나는 우리 아내가 나를 위해 해주는 요리에서도 창의성을 느낀다. 똑같은 음식을 해도 뭔가 다르기 때문이다. 아내가 만든 식혜는 맛도 좋지만 마신 후 속이 편하다. 강정이나 엿 속에서는 다른 데서 느낄 수 없는 개운함이 느껴진다. 뭘 넣었냐고 물어보니 식혜에는 생강을 살짝 넣었고 강정에는 귤껍질을 채로 썰어서 넣었다고 한다.

 

나는 창의성은 넓은 의미가 '남과 다른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생각'은 그냥 떠오르지 않는다. 뭔가 문제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해결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얻게 된다.

 

아내가 똑같은 음식을 남과 다르게 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더 맛있게, 더 건강하게 먹이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닐까. 즉 가족들에게 식혜를 먹이고 싶은데 너무 많이 먹으면 식혜의 찬 성질 때문에 배가 아플 테니까 이걸 해결하기 위해 고민하다가 따뜻한 성질의 생강을 넣는 것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강정이나 엿은 텁텁해서 금방 물리기에 개운함을 주는 귤껍질을 넣는 것을 생각해냈을 것이다.

 

창의적인 생각의 과정은 어느 분야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핵심은 바로 문제의식과 질문이다. 이 문제를 개선할 방법은 없을까?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렇게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상식과 지식을 동원하여 추측을 한 후 해결책을 찾아나간다. 그렇게 시행착오를 반복하면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바로 창의성의 과정이다. 따라서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면 무엇보다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강해야 한다. 그리고 스스로 끊임없이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질문해야 한다.

 

창의성의 기본적인 출발점은 바로 '질문'이다. 질문은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나 문제나 결핍 등에 예민한 사람이 한다. 즉 문제가 눈에 보이면 해결하지 않고는 못 배기는 사람이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의력의 실체는 창의적인 능력이 아니라 뭐든 의문이 생기면 '풀지 않고는 못 배기는 성격'에 있는지도 모른다.

 

바둑 고수들을 보아도 그렇다. 바둑에 관한 한 우리는 절대로 궁금한 것을 못 참는다. 풀지 못하는 수를 만나면 밥 먹는 것도 잊어버린다. 길을 걸으면서도 볼일을 보면서도, 심지어 잠을 자면서도 그 생각뿐이다. 과감하게 동료 기사를 찾아가서 도움을 구하는 경우도 많다. 머리를 맞대면 훨씬 빠르게 문제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한국기원 사무실로 들어가는데 루이나이웨이 9단과 우연히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더니 반갑게 다가와 그림 하나를 내밀었다.

 

"여기 이 정석에서 돌의 수순을 이렇게 바꿀 경우 다음 전개가 어떻게 될까요?"

 

그것은 바둑 기사들이 흔히 알고 있는 '고바야시 정석'이었다. 정석은 오랜 시간 검증을 거쳐 가장 모범적이라고 인정된 것이기에 좀처럼 의심을 하지 않는 법이다. 그런데 루이9단은 뭔가 석연치 않은 모양이었다. 돌 하나를 바꿈으로써 우리가 믿어온 고바야시 정석이 무너지는 건 아닌지 고민하고 있었다.

 

루이 9단은 중국의 여류 바둑 기사로 1988년 여성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9단에 오른 인물이다.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유자이지만 그녀의 바둑 인생은 굴곡이 많았다. 중국기원과의 불화 때문에 쫓겨나다시피 조국을 떠나 일본과 미국을 떠돌며 무려 10년 동안 바둑을 두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한국기원과 이야기가 잘 되어 1999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했다. 중국으로 돌아가기까지 여기서 13년을 살았는데, 그 사이에 놀라운 기록을 많이 세웠다. 여류기전 우승을 26번이나 차지한 것은 물론이고 한국 최초로 물론 세계 최초로 남자를 꺾고 왕위에 올랐다. 그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국수전이었고 아프게도 그때 꺾인 남자 상대가 바로 나였다. 루이나이웨이는 우리나라 바둑사에 최초의 여성국수이자 유일무이한 외국인 국수로 기록되어 있다.

 

루이 9단의 질문은 나도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곧바로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 후에 이창호를 비롯하여 여러 후배 기사들과 함께하는 자리가 있어서 그때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이건 루이 9단이 질문한 건데, 너희들은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는 바둑판도 없고 그림도 없었지만 신나게 토론을 벌였다. 처음에는 정말 루이 9단의 의심처럼 정석이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좀 더 토론을 해보니 역시 판세에는 변함이 없었다. 더구나 그걸 증명하려고 애쓰는 과정에서 이창호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수를 발견해냈다.

 

만약 루이 9단이 고바야시 정식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도 이것 때문에 골치 아플 일도 없었겠지만 새로운 발견을 해낼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녀가 의문을 품었기에 우리 모두 함께 고민을 했다. 덕분에 창의적인 새로운 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이처럼 모든 발견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왜 이런 거지?', '다른 방법은 없을까?', '이게 정말 최선일까?' 이런 질문들을 하지 않는다면 생각은 시작되지 않는다.

 

바둑 기사들은 상대방의 한 수 한 수를 절대로 그냥 받아들이지 않는다. 우리는 그것을 매우 의미심장하게 받아들인다. '왜 거기에 두었을까?', '이 수에 무슨 의도가 있는 걸까?' 비록 주어진 시간은 짧지만 우리는 무섭도록 집중하여 생각을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내어 다음 수를 결정한다.

 

인생의 중요한 순간도 바둑처럼 이렇게 한 수 한 수 깊게 생각하여 놓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막연한 느낌으로 결정하거나, 혹은 보이지 않는 압력이나 강요에 의해서, 혹은 시간에 쫓겨서 아무렇게나 결정한 일들은 반드시 후회를 낳는다.

 

따라서 순간순간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면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당장 답을 찾기 힘들다고 회피해서도 안 된다. '이 문제는 왜 이런 걸까?', '어떤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까?', '무엇이 옳은가?', '어떤 방법이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가?' 이런 질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며 답을 구해야 한다.

 

나는 이러한 질문과 대답의 사유체계가 바둑판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공부, 일, 인간관계, 자기관리 등에 두루 적용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암기하는 지식은 오래가지 않지만 질문과 대답을 통해 이해한 지식은 내 것이 된다. 단지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것만으로 실력과 능률이 향상되며 인격적으로 더 완성된 사람이 되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고민하여 얻은 답이 늘 최선의 결과를 내지는 않는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기에 후회도 적고 책임질 마음의 자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왜?"라는 질문이 떠오르는 순간이야말로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때다. 이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서는 안 된다. 집중하여 생각해야 한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근본적인 이유가 있으며 반드시 더 나은 방법이 존재한다.

 

생각하는 게 재미없고 골치 아플 수도 있다. 당장 대답이 떠오르지도 않고 오히려 혼란만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침내 그 답을 찾아냈을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큰 기쁨이 찾아온다. 처음에는 답을 찾는 데에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이 습관으로 자리 잡고,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본인만의 체계가 완성되면 보다 빠르게 답을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바둑 고수들이 가만히 앉아서 수십 수를 내다보는 것도 수많은 훈련을 한 덕분이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성격에도 변화가 와서 훨씬 신중하고 사려 깊으며 적극적인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의 모든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맞서서 해결하는 사람,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긍정적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4. 2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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