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잘하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공부도 잘한다. 논술에 필요한 여러 기술이 다른 모든 공부를 잘하는 데도 꼭 필요한 기본기 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교사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논술은 독서를 많이 하고 '글쓰기의 요령'을 익혔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면 논술에 꼭 필요한 기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할까?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시문을 주의 깊게 보고 생각하며 잘 읽어야 하는 사고력 독해 능력, 자신이 써야 하는 글을 체계적으로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각각의 문장을 잘 쓰기 위한 어휘력과 문장구성력 등이 필요하다.

 

거기다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창의력이 필요하고, 어떤 한 이슈에 대해 두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의견들을 분석하고 글을 써야 한다면 그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비교분석하는 능력, 원인을 잘 분석하는 능력, 자신이 알고 있는 교과 지식까지 문맥상에서 잘 활용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이 모든 능력은 곧 융합사고력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미 교사들은 융합사고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논술을 꼽는다. 결국 이 모든 기술을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잘 키워야 앞으로 아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융합사고력을 잘 키우면 논술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점점 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서술형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서술형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필요한 능력도 결국은 논술을 잘하면 얻게 되는 능력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험에서도 달달 외운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단순 기능공 같은 사고력을 지닌 아이들은 점수를 잘 받을 수 없다. 서술형 시험에서는 융합 사고력을 이용해 글을 쓰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 아이들은 논술시험뿐 아니라 서술형 시험에도 잘 준비하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논술과 서술형 시험 같은 선진형의 평가를 껍데기 중심으로 들여오고 그에 걸맞은 알맹이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서술형 시험이나 논술 같은 선진형의 평가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나 교사가 어떻게 가르침으로써 아이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실력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미국 상위 1% 인재의 비밀은 융합 논술교육

 

그렇다면 교육 선진국들의 논술교육 현실은 어떨까? 우리 교육 현실과는 많이 다르게 논술에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이미 유아 때부터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유아부터 고교까지 모든 주요 교과에서 다 다룬다. 즉 무엇을 가르치든 간에 논술과 서술형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어려서부터 수업 주제에 융합해 효율적인 교수법(핸즈온)으로 동시에 다 함께 가르친다. 거기다 인성교육까지도 함께한다. 즉 논술을 가르치며 전인교육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런 전인 교육을 받은 결과 전인적인 인재도 나오게 된다.

 

흔히 미국 상위 1% 인재를 웰-라운디드 형 인재라고 하는데, 본인의 전문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스포츠도 잘하고 사회성이나 리더십 같은 인격적 덕목까지 잘 훈련되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인재를 키운 교육법이 바로 융합교육이며, 교육 선진국들은 논술을 가르칠 때에도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고루 향상시킬 수 있게끔 융합 논술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논술을 사교육에서 따로 배우고 학교에서도 하나의 교과로 따로 분리해 가르친다. 몇 년 전부터 서술형 시험을 준비시켜 준다는 사교육도 성행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미국 교육을 참고해 시행한 선진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형태로 기형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와 교사 모두 고생이다.

 

그런 식으로 논술 따로, 교과 따로 교육을 시행하며 다른 한편으론 입시에서 갈수록 융합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늘리고 있다. 즉 아이들이 배우는 것과 시험 문제 경향 사이에서 괴리가 상당한 것이다. 그러니 사교육이 그 괴리를 파고들어와 번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논술을 따로 가르치려 하지 말자

 

지금 우리 방식처럼 논술을 하나의 과목으로 분리해 따로 가르치거나 사교육으로 따로 가르치는 것은 교육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모든 과목에서 논술에 필요한 기술을 융합하고 일상생활 속에 녹여 함께 가르쳐야 아이들도 편하고 시험에도 잘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융합사고력을 잘 키워 논술, 서술형 시험, 스토리텔링 수학, 사고력 영어, 서술형 과학, 사고력 독해, 자기소개서 쓰기, 구술 및 면접 등을 편안히 잘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할 교육 방법이 논술교육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 교육을 융합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현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대입제도에서 논술시험 비중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그런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예상된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은 또 바뀐다. 우리 교육제도가 참고해온 교육 선진국들이 다들 비슷한 선진 교육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어린 아이들이 대입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오히려 더 정교하고 복잡한 형식의 논술시험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논술시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글쓰기를 대입 시험에서 요구하고 있다. "모든 종교는 이성에 반하는가?"(프랑스), "과학의 진보는 '지혜'라고 여겨지는 것에 의해 항상 방해받아 왔는가?"(영국) 등이 그런 예다. 제시문도 주어지지 않은 이런 어려운 주제로 논술을 잘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우리도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잘 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국제 경쟁력에서도 다른 선진국 인재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시대는 이런 선진형의 논술시험에서 필요로 하는 융합사고력이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 당장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늘어날지 아닐지를 떠나, 앞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모든 교과 공부에 필요한 기술의 공통분모 역시 논술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기술, 즉 융합사고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논술을 잘하는 아이가 다른 과목도 잘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당장 논술시험에 대한 정책이 어떻든 간에 부모는 앞날을 잘 예측하고 아이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도 대입제도에선 논술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고교 교육에선 논술을 하나의 과목으로 신설해 가르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고 별로 오래 가지도 못할 정책에 번번이 휘둘리기보다는 부모가 '선진 교육의 전체 그림'을 잘 들여다보고 아이를 어릴 때부터 일관성 있게 교육시켜 나가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득이 되는 교육이 될 것이다.

 

하루 20분, 미국 초등학교처럼_ 심미혜 뉴욕주립대 종신교수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10. 6. 15:32

아이큐와 입양

 

인간의 지능은 유전자와 환경 중 어느 요인에 의해 결정되는가? 정답은 시시할 정도로 간단하다. 둘 다이다. 그래도 사람들은 은연중에 유전에 더 무게를 둔다. 머리 좋은 부모에게서 똑똑한 아이가 나오지 않겠느냐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 유전보다 어쩌면 교육이 더 중요하다는, 사뭇 결정적인 연구 결과가 나와 화제가 되고 있다.

 

유전과 환경의 경중을 가늠하는 데 쌍둥이 연구만큼 훌륭한 게 없다. 최근 '미국과학한림원회보'에는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연구진이 스웨덴에서 태어나 둘 중 한 명만 입양된 일란성 쌍둥이 형제들의 아이큐를 분석한 논문이 실렸다. 18~20세 연령대의 쌍둥이 형제들을 비교했는데, 어릴 때 입양되어 양부모 슬하에서 자란 형제가 친부모 가정에서 자란 형제보다 아이큐 수치가 4.4점이나 높은 걸로 나타났다. 입양되지 않고 한집안에서 함께 자란 일란성 쌍둥이의 아이큐는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마치 복제된 인간처럼 완벽하게 동일한 유전자를 지닌 일란성 쌍둥이가 같은 환경에서 자라면 지능의 차이가 없지만, 아무리 동일한 유전자를 지녔어도 성장 환경이 다르면 상당한 차이가 생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연구 결과이다.

 

유럽의 경우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보다 입양을 원하는 부모가 수적으로 더 많기 때문에 입양을 주선하는 기관은 그리 어렵지 않게 친부모보다 교육도 더 많이 받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여유로운 부모를 찾아 아이를 입양시킬 수 있다. 교육 수준이 높은 부모가 아이를 박물관에도 더 자주 데려가고 책도 더 많이 읽어주며 대화도 많이 한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드물게나마 친부모가 양부모보다 교육이나 소득 수준이 더 높은 경우가 있었는데, 그런 경우에는 오히려 친부모 곁에 남은 형제의 아이큐가 더 높게 나타났다. 자식 기르기는 본래 농사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연히 좋은 씨앗을 뿌려야 하지만 그보다는 토양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고 정성을 다해 키워야 보다 큰 수확을 얻을 수 있다. 때론 씨보다 밭이 더 중요하다.

 

거품예찬_ 최재천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9. 23. 15:19

사랑하는 내 청춘도반 여러분, 축 처진 어깨를 볼 때마다,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저려옵니다. 오늘 하루는 어땠나요? 몸과 마음이 힘들진 않았나요? 우리는 어려서부터 지금 이 순간, 현재를 즐기는 법을 배우지 못했습니다. 아니, 지금을 즐겨도 된다고 아무도 허락해주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공부에 집중할 테니 네가 진짜로 살고 싶은 삶은 잠시 보류해두라고, 욕망하지 말라고, 세상의 속도에 집중하라고, 그렇게만 이야기한 것 같아요. 연애를 하고 싶어도, 음악이나 춤을 배우고 싶어도, 여행을 떠나고 싶어도 지금은 '공부에 집중할 때'라고 만류한 것 같아요. 대학 가서 마음껏 누리라고 해서 10대를 숨 막히는 도서관과 학원에서 보내고 어렵게 대학에 와보니, 어땠나요? 이젠 취업 준비다, 고시 공부다, 각종 자격증 공부다, 또다시 내 욕망을 잠시 미뤄둬야 할 이유들로 가득하지 않았나요?

 

우리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것이 정답인 양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릅니다. 과정은 중요하지 않고 결과만 좋으면 괜찮다는 생각에 지금은 그냥 버티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살다 보면 느낄 때가 옵니다. 과연 지금 내가 당연하게 참고 있는 현재의 불온전한 느낌이 미래에 올지도 모를 꿈의 성취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요. 그리고 막상 일을 이루고 나서도 그 일이 내가 꾸었던 꿈이 아닌 우리 부모님이, 아니면 우리 사회가 획일적으로 세워둔 성공의 잣대로 '이걸 해야 해, 이게 성공이야.'라고 강요해 끌려온 꿈은 아니었던가, 하는 불안함이요.

 

운이 좋아서 원하는 회사에 취직이 됐다 해도 막상 들어가 보면 나는 저 아래 말단 '을'이나 '병'일 뿐이고, 내 의견이나 생각을 중요하게 여기는 직장 선배는 찾아보기 힘들어요. 처음 배우는 일들이니까 잘 못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리고 못하면 선배가 좀 천천히 가르쳐주면 좋은데, 귀찮다는 식의 표정 때문에 능력 없는 스스로를 책망하고 힘들어합니다. 그래서 회사를 다니면서도 이곳에서 내 인생을 바쳐 일해야 하나 잘 모르겠기도 하고, 아니면 단지 주위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부모님께 자랑스러운 자식이 되기 위해 이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는, 그런 '멘붕상태'가 찾아올 수도 있지요.

 

사실은 저도 그랬어요. 좋은 대학 가면 가족이나 친척들로부터, 아니 이 사회로부터 인정받을 것 같았고, 또 인정받고 싶었어요. 어릴 때부터 집안이 가난했기 때문에 그걸 만회라도 해볼 요량으로 남보다 더욱 노력했고, 크게 공부에 소질이 없는데도 대학원 공부까지 했던 것 같아요. 물론 돌이켜봤을 때, 그 생활이 불행하지도 않았고 후회스럽지도 않지만, 결국 제가 박사학위라는 경험을 통해 무엇을 얻었느냐고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면 정말로 솔직히 말해 '교수의 삶이 이런 거였구나.'를  깨닫는 정도였어요. '분석하는 학문적 공부로는 근원적 질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구나.' 하는 것을 알아낸 정도입니다. 그래서 학문에 대한 집착이 떨어져 나간 것 정도가 최고의 소득이었던 것 같아요.

 

많은 분들이 저에게 묻곤 합니다. 어떻게 스님이 될 용기를 냈느냐고요. 그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하는 '타인의 시선'을 그만 좀 의식하고 '내 삶'을 살자는 생각으로 선택했던 것 같아요. 남들이 정해놓은 성공의 잣대에 맞춰서 평생 내가 남들에게 어떻게 보일까를 걱정하며 죽을 때까지 헐떡이며 살고 싶지 않았어요. 내가 왜 태어났는지, 죽으면 어떻게 되는지, 마음의 본성을 제대로 보고 스스로 깨닫고 싶었어요. 그래요, 어떻게 보면 좀 이기적일 수도 있고, 또 어떻게 보면 용기 있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한 번쯤은, 내 평생 단 한순간쯤은 그래도 내가 진정한 '갑'인 인생을 살아봐야 하잖아요. 그리고 내 가슴 한곳에서는 솔직히 미치도록 그렇게 살고 싶잖아요? 원이 없는 삶, 후회가 남지 않는 삶, 한 번쯤은 그런 인생을 꿈꾸잖아요? 내 선택을 남들이 봤을 때 '바보 같은 짓'이라고 손가락질한다 해도 내가 바라는 삶을 한 번쯤은 살아보는 것이 나에게는 소중한 경험이니까요. 그래야 내가 내 삶을 사랑했다고 세상에 대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니까요.

 

사랑하는 내 청춘도반 여러분. 내 스스로가 원하는 삶, 살아도 괜찮습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삶, 이 사회가 전망 좋다고 인정하는 삶이 아닌, 내가 정말로 살고 싶은 삶, 내 스스로가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삶, 그 삶을 살아도 괜찮아요. 주변에서 안 된다고 뜯어말려도 그들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니잔아요? 용기가 부족한 심약한 내 마음이 '정말 그래도 돼?'라고 물어보면, 그래도 된다고 웃어주세요. 남들이 가지 않았거나 아니면 잘 모르는 길을 가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쪽으로 가지 말라고 말리는 법입니다. 단지 내 선택에 따른 책임도 온전히 내가 다 감당하겠다, 라는 명확한 마음가짐만 있다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에 너무 귀 기울이지 말고 내 가슴이 하는 말을 따르세요.

 

부디 한순간만이라도 주변 사람들의 기대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종 같은 인생이 아닌,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쥐고 가는, 주인으로 사는 용기를 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파이팅!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_ 혜민스님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9. 5. 14:48

그의 걱정은 다름 아닌 일을 하고 있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해진다는 것이었다. 예전부터 이런 불안증세가 있어 몸과 마음이 지쳐 갔는데 최근에는 더 심해진 모양이었다. 부인인 제인은 이러다 남편 몸이 크게 상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중독에 걸린 사람처럼 컴퓨터 앞에서 매일 밤 12시가 넘도록 일만 하고, 잠도 깊이 들지 못하고, 항상 바쁘다는 것이다. 물론 열심히 일한 덕분에 학계에서도 인정받고, 교수 승진도 누구보다 빨랐지만 일을 멈출 수가 없을뿐더러, 일이 없으면 계속해서 마음이 불안하다고 했다.

 

밤이 되니 제법 서늘해졌다. 모기를 피해 집 안으로 들어가 소파에 앉았다. 친구는 조용한 첼로 음악을 틀고는 자신은 차 대신 와인을 한잔하겠다며 잔을 채웠다. 오래전 친구는 내게 자신의 유년 시절이 참으로 힘겨웠다고 말한 적이 있다. 사회적으로 봤을 땐 성공했지만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 안에서 화와 짜증으로 푸는 아버지 때문에 항상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특히 술을 마실 때면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으로 돌변했고, 가끔씩 손찌검까지 하셨다 했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를 피해 집을 떠나 있곤 했고,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친구는 장남으로서 여러 동생을 돌봐야 했다. 아버지가 언제 또 폭발할지 몰라 늘 전전긍긍하며 두려움에 떨어야 했던 시간이었다.

 

친구의 어린 시절 상황을 다시 떠올리고 보니 친구의 일중독 현상과 불안증세가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조금은 짐작이 되었다. 조금이라도 친구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일중독이 되는 원인 중 하나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내 존재 자체를 사랑해준다는 느낌보다는, 내가 뭔가를 잘했을 때만 부모님으로부터 인정받는다고 느끼며 자랐던 데 있는 것 같아. 자식에 대한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칭찬에 아주 인색했던 부모님 아래에서 자란 경우에는 특히 더 그런 것 같아. 더군다나 아버지의 주사와 폭력으로 인해 어린 네 마음은 항상 불안했을 것이고, 너를 보호해야 할 엄마마저 집에 없었으니, 얼마나 힘들었겠니. 아마도 아버지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어린 네가 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일은 아버지가 원하는 바를 잘 들어주는 일이었을 거야. 그렇게 자라 성년이 된 지금은 아버지 대신 세상이 나에게 요구하는 것들을 들어주고 있지 않으면 왠지 마음이 불안하고 내 존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느껴질 수 있을 거야."

 

친구는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느끼는 불안함의 근원을 찾아보려는 듯했다.

 

"그런데 너는 이미 존재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사랑받을 만한 거야. 세상이 너에게 요구하는 것을 잘했을 때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이미 그전부터 너는 소중한 존재야. 아직도 불안에 떨고 있는 네 안의 내면 아이에게 따뜻한 눈빛을 보내주고 그 아이를 사랑해줘. 엄마도 없이 동생들을 위해 혼자 아버지의 화를 감당해내는 일이 얼마나 힘들었니?"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구도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친구는 눈물로 가득한 눈을 한참 동안 감고 있다 차분히 말했다.

 

"그렇구나. 불안에 떨고 있는 사랑받지 못한 꼬마아이가 내 안에 있었구나. 그 아이는 어른인 나에게 자기를 버려둔 채 일만 하지 말고 자기에게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애원하는 것 같아. 그동안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치만 봤지 내 안에서 떨고 있는 내면 아이에게는 너무도 무심했구나."

 

며칠 후 그 집을 떠나면서 친구를 위해 작은 메모를 남겨놓았다.

 

"넌 내가 대학원에 다닐 때 여러 번의 힘든 고비를 잘 넘길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준 큰형 같은 존재야. 너의 따뜻한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얼마나 의지가 되고 고마웠는지 몰라. 그러니 제발 꼭 기억해줘. 네가 큰 무언가를 이루지 않아도, 나에겐 너의 존재만으로도 이미 충분해."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_ 혜민스님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9. 3. 09:49

 

돈 없어도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에 따르면 아이들의 학습 능력의 차이는 밥상머리 횟수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비록 저소득층이라 할지라도, 책을 많이 읽지 못했더라도, 밥상에서 가족과 식사 시간을 많이 보낸 아이들은 언어 능력이 뛰어났다. 혼자서 식사한 아이들에 비해 가족과 같이 식사를 한 아이는 학습 능력에서 차이가 많았다. 밥상머리에서 나눈 대화와 다른 아이들과 어울릴 때 나타나는 대화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부모님과 같이 식사하는 자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어휘를 사용한 반면에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같은 또래와 나누는 대화에는 어휘가 극히 제한적이다. 단어나 어휘의 발전 없이 같은 단어에서 머무르는 것을 발견했다. 그렇지만 밥상머리에서 나누는 대화는 차원이 높은 단어들이 많았고, 그런 점에서 고차원적인 언어 공부가 이루어짐으로써 소통 능력이 훨씬 뛰어났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부모가 책을 읽어줄 때 나온 어휘는 140여개 불과했다면 가족 식사 중에 나온 단어의 숫자는 무려 1000개였다. 이것은 기존에 책을 많이 읽고 또 읽어주는 독서에 집중한 공부법보다 8배정도 높다. 혼자서 책을 읽는 것보다 많은 사람들과 같이 대화를 나누는 사람에게 어휘력이 높다는 점은 밥상머리가 미치는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잘 보여준다.

 

이것을 통해 우리는 한 가지 중요한 결론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은 가난한 가족이나 머리가 좋지 않은 아이라 할지라도 가족이 함께 정기적으로 밥상머리에 모여 대화를 나눈다면 그 자체로 놀라운 교육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누구나 비싼 사교육에 의존하지 않아도 가족밥상머리만 지속적으로 실천한다면 충분히 학습 능력과 언어력을 키울 수 있다. 얼마나 희망적인가? 돈 없이도 자기 자녀를 잘 키울 수 있는 길이 밥상머리에 있다. 학원을 보내지 않아도 가정에서 밥상머리 시간만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언어 능력을 키우는 방법

 

인간은 언어적인 존재다. 언어가 곧 그 사람이다. 말하는 것을 보면 그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 언어만 되면 공부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공부의 기초는 언어다. 그런데 언어는 읽기와 쓰기보다 말하는 것이 먼저다. 우리는 언어력을 키우기 위해서 쓰기와 읽기를 어릴 때부터 시킨다. 하지만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언어는 직접 이야기하면서 배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람은 글을 몰라도, 읽고 쓸 줄 몰라도 말은 할 수 있다. 1살 때부터 아이들은 말을 하기 시작한다. 그 시기 밥상머리에서 가족이 모여 함께 대화하는 자리에 아이를 참여시키면 된다. 그러면 자연히 말하는 것을 통해 아이는 언어를 습득하고 적당한 시기가 되면 스스로 글을 읽고 쓰게 된다. 이렇게 언어를 배우면 언어를 힘들이지 않고 즐겁게 배울 수 있다. 이것은 모국어나 외국어에도 동일한 원리가 그대로 적용된다. 생활 속에서 주일마다 정기적으로 2~3시간 가족이 모여 식사하면서 나누는 이야기와 대화 및 질문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 자리는 최고의 언어 학교다. 공부의 기초 실력을 다지는 시간이다. 모든 가정이 이런 시간을 지속적으로 가진다면 누구나 천재가 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200여년 전 독일의 평범한 시골 가정에서 태어난 한 아이가 있었다. 그는 보통 아이보다 미숙하므로 이웃에게 바보라고 놀림을 받았고 모든 것이 느리고 미숙하다는 소리를 듣고 자랐다. 그는 주로 부모와 대화를 많이 나누었다. 부모가 언어력을 키워 주었다. 5~6세 때 그가 구사한 어휘의 숫자는 3만 단어가 되었다. 이런 풍부한 언어 덕택으로 프랑스어를 1년 만에, 이탈리어를 6개월에, 라틴어는 3개월에 마스터했다. 그뿐 아니라 영어와 그리스어까지 배워 8세가 되는 해에는 어른도 읽기 어려운 호머와 키케로, 실러 등 어른도 어려워하는 고전과 철학책을 혼자서 독파했다. 그런 책들을 동화책 읽듯이 즐겁게 읽었다. 그 결과 13세 때 대학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수여 받았다. 16세 때는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베를린 대학의 교수로 임명받았다. 바로 그 사람이 조기교육과 영재교육의 원조로 알려진 칼 비테 이다.

 

이는 어릴 때 가정에서 부모에게서 터득한 언어가 얼마나 공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준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한국에서도 유사한 취지로 조사를 한 자료가 있다. 100개의 중, 고등학교 전교 1등에게 설문조사를 한 결과 주중에 10회 이상 가족밥상머리를 한 사람이 40%였다. 밥상머리와 공부와의 관계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명한 학교나 학원을 다니지 않더라도 누구나 천재적인 실력을 발휘하는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다. 밥상머리는 언어력을 높여주는 가장 좋은 장소다. 처음에는 긴 시간이 아니더라도 하루에 30분 정도 대화 시간을 꾸준히 가진다면 이것만으로도 대단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때 나누는 대화는 평생을 살아가는데 자양분이 되고, 앞으로 학습 능력을 키우는 밑거름으로 작용할 것이다. 자녀와 가족의 미래가 여기서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독서열풍이 불어서 가정마다, 학교마다 독서를 강조한다. 독서도 좋지만 언어를 종합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곳은 밥상머리만큼 좋은 곳도 없다. 언어란 책을 통해 배우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쉽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고역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밥상머리 대화를 시작하면 누구나 언어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혹시 경제적 문제로, 혹은 여러 가지 환경적 제약으로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못하고 있다면 낙심할 필요가 없다. 지금이라도 가족과 같이 밥상머리를 시작해 보자. 이런 저런 탓을 하지 말고 하늘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내려주신 언어적인 능력을 밥상머리를 통해 스스로 발휘해 보자.

 

유대인의 밥상머리 자녀교육법_ 이대희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7. 9. 10:38

 

"누가 비범한가?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어디에 비범성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_ 하워드 가드너 교수

 

2013년 5월, 그해 미국 IT 업계에 놀라운 사건이 발생한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청년이 만든 소셜네트워킹사이트인 텀블러가 야후에 11억 달러, 한화로 약 1조 2276억 원에 인수되었다는 사실이 발표된 것이다. 스티브 잡스와 마크 저커버그 이후 미국 IT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이 청년의 이름은 바로 데이비드 카프. 그는 '제2의 페이스북 신화'라는 평가와 함께 26세 나이에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한다. 사람들은 20대에 갑부가 된 그를 저커버그와 비교하곤 한다. 하지만 카프가 학교를 그만둔 것은 저커버그보다도 어린 나이, 고작 열다섯 이었다.

 

부모의 강점 중심 교육

 

미국 대통령 오바마도 자주 이용하는 소셜사이트라고 언급한 텀블러. 오바마가 카프와 함께 찍은 재미있는 '움짤(움직이는 사진)'은 백악관 공식 텀블러 계정에 올라와 온라인상에서 한동안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인에게 다소 생소한 텀블러는 어떤 사이트일까? 텀블러는 2007년 문을 연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마이크로 블로깅 사이트로, 트위터와 블로그의 장점만을 모아 서비스한다. GIF 애니메이션(움짤) 만들기 기능을 제공하고 모바일에서 글, 사진, 동영상 등을 손쉽게 올리고 공유하는 기능 덕분에 미국의 10~20대로 하여금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등지게 하고 있다. 정식 한국어 버전을 지원하지 않던 2013년에 이미 국내 SNS 유입률 1위를 달성했으며 하루 평균 방문자 수는 3억 명이 넘는다.

 

이런 텀블러를 만든 카프는 1986년 뉴욕 맨해튼에서 영화음악 작곡가인 아버지와 과학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카프의 부모는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마크 저커버그의 부모처럼 아들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 어린 카프가 악기를 연주하고 싶다고 하면 음악수업을 받도록 했고 로봇을 만들고 싶다고 하면 보스턴에서 열리는 MIT 로봇 경연대회에 직접 데리고 갔다.

 

그리고 마침내 열한 살 때 그는 운명처럼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접하게 된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컴퓨터 관련 서적을 사주고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들을 만나는 기회를 만들어줌은 물론 당시에는 상당히 고가였던 애플 컴퓨터까지 사주며 아들의 흥미를 더욱 북돋아주었다. 불타는 열정을 갖고 독학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카프는 전문 프로그래머의 실력을 갖춘 뒤 이웃에 있는 회사들의 웹사이트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주기 시작했다.

 

카프가 열네 살 때 카프의 어머니는 자신이 가르치는 한 학생의 부모가 애니메이션 회사의 경영자라는 것을 알고 아들을 그 회사에 인턴으로 보냈다. 카프의 재능을 알아본 경영자는 사내 프로젝트에 바로 그를 투입시켰다. 카프는 컴퓨터 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력이 뛰어났고 천부적이 타이밍 센스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는 몇 년 뒤 카프가 만든 텀블러에 투자해 텀블러의 이사가 되기도 했다.

 

고등학교에 진학한 카프는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 있는 것을 좋아했다. 막연하게나마 MIT에 진학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학교는 너무 따분했고, 방과 후에는 집에 돌아와 밤새 방 안의 컴퓨터에만 붙어있었다. 카프는 점점 은둔형 외톨이처럼 되어갔다. 운동이나 여자친구를 더 좋아할 나이에 컴퓨터에 빠져 있는 아들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심정은 어땠을까? 어머니는 속상해하거나 아들을 꾸짖지 않았다. 그리고 드디어 결단을 내린다. 그것은 어느 부모도 내리기 힘든 결정이었다.

 

"너는 컴퓨터에 재능이 있는 것 같으니 학교를 그만두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렴."

 

자녀에게 고등학교를 그만두라고 권유할 한국의 부모가 있을까? 카프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부모는 아마도 이렇게 설득하고 강요했을 것이다.

 

"고등학교도 안 나오면 취업하기가 얼마나 힘든 줄 아니? 낙오자가 되는 거라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힘들어도 조금만 참고 공부해. 대학은 졸업해야지!"

 

이런 말을 들은 자녀는 사회와 부모가 원하는 길로 힘없이 자신의 방향을 바꿀 것이다. 하지만 카프의 어머니는 아들의 강점이 무엇인지만 관찰했다. 학교와 사회의 틀에 아들을 끼워 맞추기보다는 자유롭게 고유한 재능을 키울 수 있는 진짜 교육을 시키고 싶었다.

 

컴퓨터에 마음을 뺏겨 밤을 새는 아들을 지켜봤어요. 카프가 자신의 열정을 불사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그것은 다름 아닌 컴퓨터였습니다. 컴퓨터와 관련된 모든 것이었죠.

 

카프는 그날로 학교를 그만두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제안이 너무 뜻밖이라 카프 자신도 믿을 수 없었다. 컴퓨터를 좋아하기는 했지만 자퇴를 생각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남다른 교육방식 덕분에 아무 제약 없이 오롯이 자기가 좋아하는 컴퓨터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되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때 그의 나이 열다섯이었다.

 

카프는 자퇴 후 3년간의 홈스쿨링을 통해 몇 명의 선생님과 함께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에만 매진했다. 그때 배운 일본어 덕분에 열일곱 살에 일본으로 건너가 인공지능 로봇회사에서 프로그래머로서 실력을 다질 수 있었고, 이때부터 사업가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다. 카프는 몇 달간 경험을 쌓은 후 뉴욕으로 돌아와 스타트업 회사였던 어번베이비에서 수석프로그래머로 일한다. 이곳에서 일하게 된 계기 역시 카프의 뛰어난 실력 덕분이었다. 당시 어번베이비는 기술적 문제로 큰 어려움을 겪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마감까지는 겨우 48시간만이 남아 있었지만 해결 방안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카프의 지인이 카프를 이 회사의 경영자에게 소개했고, 그는 4시간도 안 되어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그는 열일곱살이라는 나이에 수석 프로그래머가 될 수 있었다.

 

이후 어번베이비가 씨넷에 매각되면서 자신의 수중에 수십만 달러가 들어오자 카프는 드디어 기다리던 도전을 시작한다. 친구들이 대학에 들어갈 나이에 컨설팅 회사이자 자신의 첫 회사인 데이비드빌을 창업했고, 이 회사를 경영하면서 나온 아이디어로 투자를 받아 텀블러를 창업하기에 이른다. 직원은 단 한 명, 사무실은 어머니의 아파트였다. 카프의 어머니는 아들이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아파트를 뛰어다니며 이렇게 외쳤다고 회상한다. "엄마, 이런 게 있어요! 이런 게 있어요!"

 

매혹적인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성 등 젊은 세대가 원하는 기능을 갖춘 덕분에 텀블러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 만에 7만 5000명의 사용자를 끌어들이며 대성공을 거둔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총 1억 2500만 달러를 벌어들였고 2011년에 버진 그룹의 회장 리처드 브랜슨등 여러 곳으로부터 850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젊지만 탄탄하게 다져진 실전 경험과 실력을 갖추고 21세에 카프가 시작한 작은 스타트업 회사는 5년 만에 260여 명의 직원을 거느린 미국 IT 업계의 선두회사로 눈부시게 도약했다. 이는 그가 어렸을 때부터 오로지 한 분야에만 매달린,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한 분야에만 매진할 자유를 가질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글 부사장에서 야후 최고 경영자로 전격 발탁된 뒤 텀블러에 끊임없이 구애했던 마리사 메이어는 이렇게 말했다.

 

카프는 이 세대의 전설이 될 거예요.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바꾼 기업가로서 말이죠.

 

'창의성'이라는 선물

 

저커버그가 '공유'라는 가치를 우리에게 선물했다면 카프는 '창의성'이라는 선물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유튜브에는 동영상만 올리고, 플리커에는 사진만, 트위터에는 140자 이내의 글자만 올려야 한다는 규제가 답답했다. 우리가 무심코 당연히 여겼던 규칙을 그는 '억제'라는 문제점으로 인식한 것이다. 창의성은 문제를 인식하는 능력에서 출발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배울 수 있는 대목이다.

 

그는 이런 사이트들이 소통, 공유방식을 바꾸어놓긴 했지만 강요와 규제로 사람들이 정말 원하는 창의성을 놓쳤다고 말한다. 학교가 강요와 규제로 일관된 틀에 학생들을 집어넣으면서 창의성을 빼앗아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카프는 사용자들이 웹에서 자유롭게 창의적으로 표현하게끔 만들고 싶었다. 자신만의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개발된 텀블러였기에 창의적인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게 된 것이다. 특히 자기를 표현하기 좋아하는 십대들의 텀블러 이용자 수는 페이스북을 넘어섰다.

 

그가 얼마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드는 데 집착했는지는 과거 텀블러 창업 시절 카프가 뽑았던 첫 직원이자 유일한 직원이었고, 지금은 인스타페이퍼 창업자가 된 마코 아먼트에게서 들을 수 있다. 그는 카프가 오직 텀블러 개발에만 집중한 워커홀릭이었으며, 초창기에 '투자를 받아야 하지 않겠냐'고 걱정스럽게 말이라도 꺼내면 '제품에 집중하면 돈은 당연히 따라온다'며 일축했다고 회고한다. 동시에 그는 "나는 카프처럼 제품 지향적으로 뛰어난 사람을 딱 한 사람 봤는데, 바로 스티브 잡스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카프는 팔로어 숫자를 공개하는 트위터에 대해 "팔로어가 몇 명인지, 몇 개의 글을 올렸는지 공개하는 트위터는 단순히 숫자로 사용자 가치를 평가한다." 라며 일침을 가했다. 인기와 영향력을 얻기 위해 사용자들은 양질의 것보다 자극적이고 가벼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마치 잡스가 "마이크로소프트 제품에는 문화가 깃들어 있지 않다."고 비난한 것처럼, 성공 그 자체보다는 사용자 가치를 우선시하는 카프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학교 안에 꿈을 묶어두지 마라

 

한국고용정보원이 2014년 11월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00인 이상 기업의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남성은 33.2세, 여성은 28.6세라고 한다. 정규직을 얻기 힘들다 보니 스펙 쌓기 등 취업준비로 졸업을 미루거나, 기존 직장에 만족하지 못하고 몇 군데를 거쳐 직원 100인 이상의 기업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취업을 위해 대체 무엇을 33년간이나 배우고 있는 걸까? 자신의 재능이 무엇인지도 알지 못한 채 초,중,고에서 똑같은 과목을 배우고, 대학에서는 모두가 원하는 회사를 가기 위해 다시 똑같은 취업준비에 매진해온 우리를 보자. 일일곱에 사회로 뛰어들고 스물한 살에 창업해, 불과 스물여섯 살에 자신의 아이디어로 만든 소셜미디어로 억만장자가 된 카프와 비교해보면 너무나 한심한 상황이 아닌가?

 

심리학자 엔더스 에릭슨은 무슨 일이든 10년을 하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10년의 법칙'을 주장했다. 카프는 열한 살때 재능을 발견했고, 그것을 더욱 발전시키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은 부모 덕분에 10년 후인 스물한 살에 과감히 창업을 할 수 있었다. 물론 모든 부모가 자녀를 일찍 성공시키기 위해 학교를 자퇴시키고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다만 아이가 잘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게끔 해주는 방법이 무엇일지에 대해서만큼은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카프는 자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를 첫째,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명확했고 둘째, 학교에서는 그것을 배울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한다. 아이에게 재능이 있는데 학교가 그것을 채워줄 수 없는 환경이라면 부모는 지혜와 통찰력을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아이들의 잠재력과 재능은 뒷전인 채 학교에서 가르치는 모든 과목은 다 배우고 잘해야 한다거나, 대학은 꼭 나와야 한다는 등의 고정관념에만 매달려 있다. 부모의 맹목적 믿음에 사로잡힌 아이들은 꿈에 대해 고민하기는커녕 대학입시를 위한 공부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도 우리 사회는 아이들을 학원으로 몰아갈 뿐 아니라 밤늦게까지 원하지도 않는 수업을 들어야 하는 로봇으로 만들고 있다. 깨어있는 부모가 도와준다면 자녀는 자신만의 고유한 색으로 더 빛나는 별이 될 수 있을 텐데 말이다. 하워드 가드너도 "누가 비범한가? 라는 질문은 잘못된 것이다. '어디에 비범성이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았던가.

 

카프의 성공 스토리는 아이가 원하는 것이 학교 밖에 있음에도 교실속에 아이의 꿈을 묶어 두고 있을 많은 부모에게 질문을 던진다. 1등 하는 아이만 비범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은가? 가장 소중한 당신 아이의 비범성은 어디에 있는가?

 

학력파괴자들_ 정선주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5. 25. 09:17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교육이 미래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_ 피터 틸

 

실리콘밸리에는 'IT로 성공하려면 일단 대학을 중퇴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미 '4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서 4년이라는 기간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사업을 선점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는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스티브 잡스 같은 1세대 IT 기업가들 이후에도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의 플랫폼을 이용한 스타트업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2세대 IT 거물들의 학력이 화제가 되면서 '대학이 과연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탄생한 새로운 IT 부자 열 명 중 절반이 대학중퇴자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트위터 회장 겸 스퀘어 CEO인 잭 도시, 스냅챗 창업자 에번 스피겔, 왓츠앱의 얀 쿰,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이 그들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창립멤버 대부분이 대학을 뛰쳐나왔다. 트위터는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와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 세 명 모두가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자퇴를 했고, 페이스북의 초대 최고기술책임자이자 저커버그의 대학 룸메이트였던 더스틴 모스코비츠와 초대회장 숀 파커 역시 학교 대신 사업을 택해 2015년 '포천' 선정 '40세 미만 젊은 억만장자'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왓츠앱의 창업자 얀 쿰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갔으나 자퇴했다. 그는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과 연락하고 싶어 카카오톡 같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앱을 만들었는데 페이스북이 이것을 220억 달러에 인수함에 따라 억만장자가 되었다.

 

UCLA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트래비스 칼라닉은 30분 이상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을 참지 못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만들어 38억 자산가가 되었으며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호에 진입했다. 소유차량 한 대 없이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우버의 기업가치는 연간 500만 대를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와 맞먹는 54조 원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미 사업을 시작한 칼라닉은 "말도 안 되는 불편과 싸우는 것에서부터 창업과 혁신이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하고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한 페이스북과 구글의 인수 제안을 당차게 거절해 화제가 된 25세의 스냅챗 창업자 에번 스피겔은 메시지가 10초 내외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SNS를 성공시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억만장자가 되었다.

 

이 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잡스의 후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잡스가 생전 탐냈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롭박스를 드류 하우스턴과 함께 공동창업한 아라시 페르도시는 졸업을 6개월 앞두고 MIT를 중퇴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를 영웅으로 생각했으나 그의 인수 제안은 거절했고 3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적 파일 공유 서비스로 드롭박스를 성장시켰다.

 

빌 게이츠처럼 하버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30대 한국계 청년 제임스 박은 닌텐도 게임기 '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손목형 웨어러블 건강기기 '핏비트'를 만들었고, 회사가 뉴욕증시에 상장되며 6000억 원 자산가가 되었다. 그는 "창업 결심을 굳히자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한다.

 

잡스를 존경한다는 리트모터스 창업자 한국인 대니얼 킴은 잡스와 동문으로, 리드 대학을 중퇴하고 1년간 28개 나라의 10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이 혼자 차를 타는데 왜 큰 차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자'는 답을 얻고 모터사이클 크기의 1인용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자동차는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투자를 받아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대기자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중퇴자를 선호하는 IT 기업들

 

얼마 전 미국 언론에는 '대학 졸업장이 종이 한 장의 가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는 이런 현상이 '대학교 1학년 때 배운 것은 2학년이 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4년은 너무 길며,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못 하도록 막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중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성공을 향한 '명예훈장'으로 여긴다.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교수들로부터 일방적인 수업을 받는 데 염증을 느끼는 그들은 대학이 성공의 유일한 통로라는 고정관념보다 '대학 중퇴가 내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라는 잡스의 스탠퍼드대 연설에 더 열광한다. 대학 중퇴자들로만 구성된 회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학 중퇴자들로만 꾸려진 라이브파이어 라는 소설 소프트웨어 업체 직원들은 돈을 벌며 실생활에 관련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프린스턴을 중퇴하고 모바일앱 제조사 언드립을 창업한 믹 헤이전은 신입사원을 대학 중퇴자들로만 뽑고 있다. 그들은 생각이 자유롭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알며 집단적 사고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다. 헤이전은 '대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지나치게 제한을 가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학교육에 대단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생각은 IT 공룡들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틀에 갇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 중퇴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고, 스탠퍼드 대학원을 중퇴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공동창업한 구글은 면접 시 학교 성적뿐 아니라 전문성조차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구글 채용팀 수석 부사장인 라즐로 복의 말을 들어보자.

 

학교 성적이나 그 밖의 시험 점수들은 구글 채용기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합니다. 지난 수년간 구글에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직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어떤 팀은 그 비율이 14퍼센트가 됩니다.

 

_ 이준영, '구글은 SKY를 모른다' 중에서

 

구글은 즐길 줄 아는지, 양심적인지, 겸손한지, 무엇이든 배우려는 호기심이 많은지 등의 자질을 중시한다. 한국의 지방대를 졸업하고도 구글 최초 한국인 엔지니어가 된 이준영은 자신의 책 '구글은 SKY를 모른다'에서 "구글에서 면접을 하는 약 5시간 동안 어느 누구도 학교나 학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MIT 수석을 했든 고졸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으며, 자격증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회사를 가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좋은 학교를 갈 필요도, 좋은 성적을 받을 필요도 없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이 호기심과 인성, 잠재력을 키워주는 것에 더 몰두해야 한다.

 

독특한 장학금 틸 펠로십

 

인기 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에는 천재적인 투자가가 한 명 등장한다. 그는 극 중 TED무대에서 "실리콘밸리는 대학 중퇴자 덕분에 혁신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대학은 빚쟁이 실업자를 찍어내고 있어요. 우리는 이 의심스러운 가치를 제공하는 대학 시스템보다 우리 자신을 더 믿어야 합니다." 라며 청년들에게 "대학에 가는 대신 버거킹에 가서 일을 하고, 숲에 가서 견과랑 산딸기를 채집하세요." 라고 힘주어 말한다. 대학에 대해 지나치게 회의적인 모습이 희극적으로 과장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캐릭터의 모델이 된 사람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업했으며 '제로 투 원'의 저자이기도 한 피터 틸이다.

 

2004년 아무도 페이스북의 가능성을 알아주지 않을 때 마크 저커버그에게 최초로 5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그는 벤처사업에 뛰어드는 20세 이하 청년들 중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선발해 2년간 10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틸 펠로십'이라는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장학금을 받기 위한 독특한 조건이 있으니, 바로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20명의 장학생을 뽑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그는 '학교교육 시스템을 무시하는 제도'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4년 만에 그 평가는 완벽히 뒤집혔다. 틸 펠로십은 요즘 '왜 20명밖에 혜택을 안 주는가',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2015년에는 장학생이 1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학교를 그만두게 만드는 이유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혁신과 기업가 정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순응주의만 장려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명문대의 MBA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등을 나온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없고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그들은 실전에서 백전백패하기 때문이다.

 

쉬어가는 의미로 잠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살펴보자. 무디스 신용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고, '포천'의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보험회사로 뽑힌 미국의 노스웨스턴 뮤추얼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가 정신 테스트'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테스트 항목들 중 특이한 것은 학창시절 학업성취도가 높으면 마이너스 점수를, 낮으면 플러스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높은 점수를 준다. 열심히 그룹 활동을 했던 사람은 1점, 어릴 때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2점을 받는 것에 비해 학업성취 능력이 열등한 사람이 받는 점수는 4점이다. 다시 말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던 것을 오히려 더 인정하는, 예전 기준으로서는 믿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피터 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성공적인 삶을 위해선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번드르르한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고 있다." 면서 2015년 내한 당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교육이 미래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에 가지 않으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건 공포체제나 다름없습니다. 마치 16세기 교회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졸업장을 받으면 안전하고 졸업장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창업자가 돼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모두 학교를 관둬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에 가는 것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피터 틸은 해상도시와 해상국가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수십억을 투자하고 있다. 그의 친구이며 환경오염을 피해 2030년 안에 8만 명의 지구인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의 CEO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떠나기 전인 2020년쯤, 우리는 먼저 바다 한가운데의 해상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초등생부터 기업가로 키우다

 

실리콘밸리 창업주들의 연령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반도체기업 인텔은 열세 살 소년이 창업한 점자 프린터 회사에 수십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인도계 이민 2세인 슈브함 바네르제가 레고블록 원리를 이용해 개발해 만든 시각장애인용 점자 프린터로 학교 과학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후 부모에게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 야후는 영국 고등학생 닉 댈로이시오가 열다섯살 때 만든 온라인뉴스 요약 앱 '섬리'를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열한 살 때 만든 앱을 TED에서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한 토머스 수아레즈는 같은 해 회사를 창업하여 일찌감치 구글 글래스 앱개발을 시작했고 열다섯 살이 된 2014년에는 지금보다 10배 빠른 3D 프린터 개발에 착수해 벌써 관련 특허까지 신청해두었다.

 

이렇게 나이 어린 디지털 세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무기로 미래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기업가 육성을 목표로 한 혁신학교 설립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LA에 위치한 '인큐베이터 스쿨'은 LA 통합교육구에서 시도하는 파일럿 스쿨로 2013년 개교해 11~13세 학생들에게 기업가가 되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졸업 전까지 자신의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 목표인 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친구들과 토론한다. 학생들은 커서도 자신의 회사를 경영할 거라며 "따분한 교과서보다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즐겁고 학교에 오는 것이 신나고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학교 설립자는 제2, 제3의 구글 창업자와 스티브 잡스를 배출하기 위해 기존의 교육을 탈피한 새로운 교육법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며 풀어야 할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반해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대입과 취업이라는 목표만 쫓아가며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을 떠올리니 답답함이 하늘을 찌른다. 지금 우리가 어떤 교육을 펼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깊이와 넓이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것이다.

 

아직도 체감하기 어려운가? 한국 아이들이 강남의 고급 아파트와 멋진 외제 자동차를 사기 위해 모든 젊음을 바쳐 공부해야 한다고 믿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의 소년 소녀 창업가들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화성에 인류를 실어 나를 우주선과 그곳에서 함께 살아갈 거주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학력파괴자들_ 정선주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5. 24. 15:30

 

만 배의 이익을 왜 마다하랴

 

: 책을 읽어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

 

최고의 수익성을 보장하는 독서

 

중국 송대의 개혁 정치가 왕안석은 다음과 같은 말을 후대에 전한다.

 

"독서에는 비용이 들지 않고, 독서하면 만 배의 이익이 있다."

 

강연을 하러 가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독서가 우리에게 주는 이로움이 무엇이냐, 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이 질문에 100가지의 답도 해줄 수 있다. 독서가 주는 만 배의 이익이 무엇인지 조목조목 설명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 막 책을 읽고자 하는 독자들을 위해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 이유를 알려주고자 한다.

 

1. 독서를 통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다

 

유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간접경험은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나 다름없다.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다른 이의 우주를 경험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축복이다. 여러 저자들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이미 남들이 경험한 것이다. 어차피 겪게 될 것들이 어떤 것인지 알고자 한다면 아직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것들을 남의 경험담을 통해 간접경험하는 것이 최선이다.

 

_ <서른 살 직장인 책읽기를 배우다> 중에서

 

독서는 간접체험을 통해 정규교육에서 얻을 수 없는 지혜를 연마하게 해주고,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을 키워주며, 다양한 분야를 통섭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_ <시골의사 박경철의 자기혁명> 중에서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과 상황을 직접 경험해보는 건 불가능하다. 이런 불가능한 일을 가능케 하는 게 바로 독서다. 지금 앉아 있는 곳에서 시공을 초월해 어디든 갈 수 있고 무엇이든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다.

 

책에는 한 인간이 겪은 성공과 실패 등 모든 경험이 녹아 있다. 때문에 책 한 권에서 시련과 고통, 역경 및 좌절을 극복할 수 있는 노하우를 얻을 수 있고, 순수한 감동을 받을 수 있으며, 때로는 강한 정신력을 훈련할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나 또한 책이 없었다면 여전히 암울하고 어두운 세상에서 허우적대고 있었을 것이다. 나는 책을 통해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엇인지를 배웠고, 성공하는 삶을 위해 어떤 습관을 가져야 하는지를 배웠다.

 

2. 독서로 자신의 무지를 깨우칠 수 있다

 

독서를 하지 않으면 자신의 우물에 갇혀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독서를 하면 수많은 우물을 퍼다 자신의 우물을 채울 수 있다. 세상에는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존재한다. 나는 그걸 몰랐다. 내 생각만 옳다고 고집하며 살았다. 그러니 주위의 충고나 조언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나만 나의 무지를 모른 채 살았다. 하지만 다행히 책을 만나 조금씩 좁고 어두운 세상을 벗어날 수 있었다. 수많은 갈래의 길과 수없이 뻗어 있는 생각의 존재를 알고 나니 깨닫는 것들이 많아졌고, 내 세상은 그 전보다 훨씬 풍부해졌다.

 

3. 책을 읽으면 사람과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힘이 생긴다

 

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사람을 보는 시선이나 관점이 부드러워지고 삶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진다. 선입견이 줄어들고 포용력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나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정말 많은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으며 살고 있다. 책을 읽자 부정적이든 내가 변했고, 내가 변하자 좋은 사람들과의 관계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타인의 생각과 행동을 이해해주는 것에서 시작한 인간관계는 사람과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힘을 주었다. 나는 지금도 이 간단하면서도 어려운 진리를 책을 통해 계속 배워나가는 중이다.

 

4. 독서는 '힐링' 그 자체다

 

나는 책을 읽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편안함과 풍요로움을 느낀다. 책을 읽는다는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지기 때문이다. 책 읽는 순간은 지적 허기를 채워주는 경이로운 시간이다. 더불어 인생이 좀 더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는 시간이기도 하다. 살면서 화가 나거나 불평불만이 가득한데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나는 조용한 곳으로 가서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면 복잡하고 어지러웠던 감정들이 차분해진다. 또한 불평불만으로 가득했던 마음을 반성하게 된다. 나는 지금껏 책 읽기보다 더 좋은 힐링 도구를 찾지 못했다.

 

요즘 힐링이 열풍이지만 독서야말로 힐링에 큰 역할을 한다. 감정회로를 활성화시켜 변연계 공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적 영역인 대뇌피질, 특히 전두 전야에도 감동적인 지적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전두전야 단련에도 큰 도움을 준다.

 

_ <인생내공> 중에서

 

5. 책을 읽으면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된다

 

책을 많이 읽으며 생각하는 힘을 기른 사람들은 늘 자신감이 넘치고 사고가 자유롭다. 지식의 폭만큼 사고의 폭도 넓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책을 읽는 이유는 머릿속에 글자를 우겨 넣기 위한 것이 아니다. 책을 통해 지식과 지혜를 습득하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서다.

 

일독일행 독서법_ 유근용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5. 11. 08:23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복잡미묘한 문제들을 바둑판 위의 일로 대입해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좀 어렵긴 해도 해결하지 못할 일이 없지 않을까.

 

바둑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다. 대국을 벌이게 되면 먼저 머릿속으로 판을 그려야 하고 이기기 위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바둑은 절대로 처음 생각했던 대로 풀리지 않는다. 상대방 역시 이기기 위해 똑같이 치밀하게 판을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둑판 위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태클을 당한다.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해서 궁지에 몰리기도 하고, 살기 위해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다. 한 수 한 수마다 목숨이 걸린 문제가 발생하는 곳, 바로 바둑판 위다.

 

그런 의미에서 모든 프로 기사들은 늘 구사일생의 삶을 살아가는 문제 해결의 고수들이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다는 자세로 세상을 바라본다. 아주 어릴 때부터 수많은 난제들에 부딪치며 살아왔고, 결국에는 그들이 해결되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스스로 풀지 못하는 것도 있었지만, 꼭 내가 아니더라도 누군가는 반드시 그 문제를 풀고야 만다. 그러니 세상사를 바둑판이라고 생각한다면 풀지 못할 문제는 없다. 문제는 반드시 해결된다. 해결될 때까지 붙들고 늘어지는 근성만 있으면 된다.

 

그 근성이란, 바로 생각이다. 해결할 수 있다는 긍정성. 반드시 해결해야겠다는 의지. 그리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데에 필요한 모든 지식과 상식, 체계적인 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이 모든 것을 포괄하는 개념을 나는 '생각'이라고 부르고 싶다. '바둑적 사고법'이라고 불러도 될 것이다. 바둑 기사의 마인드야말로 이러한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세상사가 바둑판과 같다면,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당장은 도무지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건드리면 건드릴수록 악화될 것처럼 보이지만, 의지를 갖고 바라본다면 해결책은 반드시 있다. 물론 그 해결책이라는 것이 반드시 원하는 결과를 얻는 것일 수는 없다. 최상이 아니라면 최선을 위해 노력하고, 그것도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혹은 양보와 타협을 하거나 깨끗이 포기하고 다른 목표로 옮겨가는 것 역시 일종의 해결책이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이 날벼락처럼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주도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가 생기면 그것에 적극적으로 맞서지 않고 회피하고 외면한다. 해결하려고 노력하기 이전에 먼저 지쳐버려서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행동한다. 바둑으로 치자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데나 돌을 놓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바둑 기사들은 절대로 이렇게 행동하지 않는다. 초읽기에 몰리는 한이 있더라도 끝까지 집요하게 다음 수를 고민한다. 설사 끝이 보이는 바둑이라 하더라도 돌을 던지기 전까지는 한 수 한 수 최선을 다 한다. 호수가 아니라면 묘수라도, 그것도 아니라면 악수나 과수라도, 치열하게 고민하여 스스로 선택한다.

 

바둑에는 뜻하는 목표가 있고, 논리가 있고, 게임의 법칙이 있다. 바둑 기사의 마인드는 일종의 지략가다. 전략과 전술을 세워 포석을 하고 끊임없이 판세를 읽으며 한 수 한 수 신중하게 돌을 놓는다.

 

바둑은 승부가 걸린 게임이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처하든 해결하기 위해 갖은 수를 생각해내야 한다. 때로는 벼랑 끝으로 몰리기도 하고, 때로는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도 한다. 때로는 스스로 저지른 실수로 큰 희생을 치러야 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목표는 바뀌지 않는다. 즉 이기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해 싸우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날마다 생존이라는 삶의 현장에서 자신만의 바둑을 두고 있다. 하루에 한 점씩 바둑을 두었다면 지금 나의 바둑은 어디까지 진행된 것일까? 아직 포석 단계일까? 혹은 이미 절반쯤 진행되었을까? 벌써 마지막 승부수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디에 있든 스스로 돌을 던지지 않는 한, 혹은 판을 모두 채우지 않는 한, 인생이라는 바둑은 끝나지 않는다. 현재 어떤 위기에 있더라도 아직 살아날 희망이 있다. 바둑이 내게 가르쳐준 바에 따르면, 세상에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없다. 집중하여 생각하면 반드시 답이 보인다. 심지어 내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조차도 나중에 돌이켜보면 의외의 답이 있었다는 걸 깨닫는다.

 

문제는 문제가 아니다.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 생각하는 힘이 부족한 것이 문제다. 바둑에서 "어쩔 수 없었다"라는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 실수도 기회도 모두 내가 만든다. 그만큼 승리는 짜릿하고 패배는 아프다. 하지만 그만큼 더 성장한다.

 

삶은 그 자체로 시련이다. 오로지 생각하는 힘만이 그 시련을 의미있게 헤쳐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 나는 그 과정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을 찾아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4. 27. 10:33

 

예전에 바둑 대국은 참으로 길었다. 지금은 2~3시간 안에 끝나는 바둑이 대부분이라 아무리 길어도 4~7시간이면 끝나지만 20년 전만 해도 제한시간이 각자 5시간이라서 초읽기까지 합하면 총 대국 소요시간이 11시간이 넘기 일쑤였다. 지금도 기억난다. 1993년 이창호와 두었던 기성전 결승대국. 보통 밤 9시~10시면 대국이 끝나는데 그때의 대국은 7판이 전부 밤 11시를 넘겼다. 아마 한국 바둑 역사상 가장 늦게 끝난 대국으로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약과다. 일본은 지금도 오래 두는 바둑으로 유명하다. 기성, 명인, 본인방전의 '빅3'대회는 제한시간이 각자 8시간이다. 둘이 합하면 16시간에 이르니 하루에는 다 소화할 수 없어서 이틀을 잡고 진행한다. 너무 길다고 생각하겠지만 이것도 굉장히 짧아진 것이다. 1930년대에는 제한시간이 각 40시간에 이르는 바둑도 있었고, 1940년대까지만 해도 제한시간이 각자 13시간이어서 3일에 걸쳐 대국을 진행한 적도 있다. 지금처럼 이틀로 줄인 것도 일본으로서는 상당히 노력한 결과다.

 

바둑에서 제한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제한시간이 많으면 그만큼 수읽기가 깊어진다. 내가 어떤 수를 두면 그로 인해 전개될 앞으로의 판세에 대해서 머릿속으로 그려보고 예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따라서 제한시간이 넉넉하면 더욱 효율적이고 함축적인 수가 나오게 된다. 바둑을 예술로 생각하는 일본은 긴 수읽기를 통해 보다 완벽하고 능률적인 수를 생각해내는 걸 바둑의 '도'이자 '미'라고 여겼다. 그래서 일본 바둑은 지금 같은 광속의 시대에도 8시간의 장고바둑을 고수하고 있다.

 

반대로 제한시간이 짧아지는 속기바둑은 깊은 수읽기보다는 경험과 직관에 의존하여 둘 수밖에 없다. 바둑 기사에게는 이 역시 중요한 훈련이지만 아무래도 실수가 나올 확률이 높다. 그만큼 내용면에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속기 바둑과 장고 바둑 중에 무엇이 옳으냐고 묻는다면 그저 웃을 수 밖에.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형식의 문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한 수 한 수 장고를 하여 최고의 실력을 겨루는 것도 의미가 있고, 빠르게 감각을 대결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프로 기사라면 두 가지 다 훈련이 되어야 한다.

 

바둑은 감각만으로 둘 수도 없고 실력만으로 둘 수도 없다. 나는 초중급자들에겐 오히려 빨리 두라고 말한다. 그 시절에는 열심히 생각한다고 해서 꼭 좋은 수가 나오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때는 그때그때 떠오르는 수를 놓아서 만족도 하고 후회도 하면서 자신만의 바둑 감각을 쌓는 편이 낫다. 그렇게 하다 보면 서서히 수읽기가 되기 시작한다. 또 수읽기를 더 열심히 하다 보면 덩달아 감각도 좋아진다.

 

이처럼 속기와 장고는 서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에 둘 사이의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최근의 경향은 빠른 쪽으로만 흘러간다. 요즘 국내 대회는 제한시간이 각자 1시간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5분, 10분, 20분짜리 초속기 대회도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에 2시간, 3시간의 장고 바둑은 두세 대회 정도밖에 없다. 과거에는 장고 바둑이 80퍼센트의 점유율을 이루고 속기 바둑이 20퍼센트 정도 비율이었다면 지금은 역전되어 속기 바둑이 80퍼센트, 장고 바둑이 20퍼센트가 됐다.

 

이것이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이라는 건 인정한다. 컴퓨터 게임과 스마트폰의 아찔한 속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대여섯 시간이 넘는 긴 바둑을 지켜보는 건 고역일 터다. 그렇지 않아도 바둑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마당에 긴 호흡의 바둑만 고수하는 건 시대에 맞지 않는다. 속기 바둑은 일단 빠지면 컴퓨터 게임을 능가하는 박진감과 스릴이 있기 때문에 젊은 팬을 끌어들이기에 유리하다. 하지만 바둑의 질적 측면을 본다면 지나치게 속기전으로 흐르는 건 위험하다. 이건 그만큼 프로기사들이 한 수 한 수 깊게 생각해볼 기회가 줄어드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자면, 얕고 빠른 잔머리 회전만 발달시키고 깊은 사유의 능력은 쓰지 않게 되는 것이다.

 

쓰지 않는 능력은 퇴화하게 마련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바둑은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는 깊은 사유를 통해 발달해왔다. 현대 바둑의 틀과 수준을 진일보시킨 우칭위안의 바둑이나 신포석을 창안한 기타니 미노루의 바둑, 처절하고 지독한 수로 점철되는 조치훈의 바둑과 어떤 위기에도 흔들림이 없는 이창호의 견고한 바둑 등 모든 위대한 기풍은 오랜 사유를 통해 탄생했다. 그런 사유가 든든한 밑바탕이 되었기에 최고의 기사들은 제한시간을 막론하고 놀라운 기량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속기 바둑에만 길들여진 젊은 프로들은 장고 바둑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여주곤 한다. 길게 오랫동안 고민해본 적이 없기에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기원 소속의 배태일 박사가 이 문제에 대해 연구하여 발표한 자료가 있다. 물리학자인 그는 속기와 장고 바둑 사이에 진짜 바둑 실력의 함수가 존재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조사를 통해 그의 주장을 입증했다. 그는 젊은 프로 기사들을 '속기에 강한 그룹'과 '장고 바둑에 강한 그룹'으로 나누어 랭킹을 비교해보았다. 그 결과 속기에 강한 기사들은 20~22세 때 실력이 최고조에 이른 이후로는 별로 늘지 않는 모습을 보였지만, 장고 바둑에 강한 그룹은 20대 초반에는 부진하지만 오히려 25세 이후로 실력이 늘어나 국제기전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배태일 박사는 한국 바둑이 최근 들어 국제대회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는다. 국제대회도 시대에 맞춰 1시간짜리 속기전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도 잉창지배나 춘란배, 삼성화재배 같은 권위있는 대회는 2~3시간 장고 바둑을 고수하고 있다. 이창호와 이세돌이 활약하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대회는 한국 기사들이 우승을 싹쓸이했다. 하지만 지금은 거의 중국 기사들이 우승을 차지하고 있고 일본 기사들도 대단한 활약을 한다. 바둑의 내용면에서도 우리가 뒤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나는 이것이 너무 빠른 것만 추구하다가 우리가 치르게 된 대가라고 생각한다. 빠른 것은 쾌감을 준다. 재미있고 짜릿하다. 하지만 그것만 쫓다 보면 신중하고 사려 깊은 태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정말로 진지하게 오랫동안 고민하여 결정해야 하는 때에 경솔한 판단을 하게 된다.

 

바둑 밖에서도 똑같다. 어른들이 보기에 요즘 젊은이들은 매사에 너무 즉흥적이다. 이들은 이성보다도 감정을 앞세우고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좋은 마음을 자제하지 못하고 싫은 마음을 인내하지 못한다.

 

그 결과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경솔한 행동, 후회할 일을 너무 많이 저지른다. 바둑으로 표현하자면 눈앞의 몇 수를 예측하지 못하고 잘못된 수를 놓는 것이다. 상사의 꾸지람에 즉흥적으로 사표를 냈다가 후회한다거나, 친구나 가족에게 모진 말을 퍼부어 상처를 준다거나, 실수나 잘못을 거짓말로 둘러댔다가 들통이 나는 일이 반복된다.

 

모든 것이 빠르게 돌아가는 시대, 우리는 그럴수록 진지하고 신중한 사고를 훈련해야 한다. 사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문제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행동했다면 벌어지지 않을 수 있었던 일이다. 논문 표절로 고위 공직자 후보에서 낙마하는 사람이나 한마디 실언으로 구설수에 오르는 유명인 등 장기적인 면에서 깊게 생각하지 않은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우주류'로 유명한 다케미야 마사키 9단은 단 하나의 수를 결정하기 위해 제한시간 8시간 중 무려 5시간 7분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그 5시간 7분 동안 그는 정말 진지한 얼굴로 바둑판만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은 그 장면이 이해가 가지 않았을 것이다. 바둑알 하나 놓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5시간이 넘게 고민을 한 것일까?

 

하지만 그 한 수의 차이는 실로 지대한다. 당장은 그저 돌 하나의 위치일 뿐이지만 긴 관점에서 보면 그것이 승부에 결정적 차이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잘못 놓은 돌 하나가 훗날 내 목을 조이거나 내 등을 치는 약점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것은 어떤 바둑을 하겠다는 다케미야 9단의 선택이기도 했다. 어느 방향으로 가느냐에 따라 그날 치를 대국이 영토 분쟁이 될 수도 있고 대마싸움이 될 수도 있다. 바둑의 미학을 중시했던 다케미야 9단은 그 5시간 7분 동안에 머릿속에서 수백 판의 바둑을 두고 허물고 두고 허물기를 반복하였을 것이다. 마침내 놓은 결정의 한 수, 그것은 세상을 향해 나는 이런 바둑을 펼쳐보겠다, 이런 인생을 살아가겠다는 그의 선언이었다. 결국 이 바둑에서 다케미야 9단은 승리했다. 나는 이것이 생각의 승리이자 실력의 승리라고 믿는다.

 

조훈현, 고수의 생각법 / 조훈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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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신 2016. 4. 27.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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