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교육이 미래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_ 피터 틸

 

실리콘밸리에는 'IT로 성공하려면 일단 대학을 중퇴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미 '4년이면 강산이 변하는' 시대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IT 환경에서 4년이라는 기간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사업을 선점할 기회를 놓친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 실리콘밸리에서는 빌 게이츠, 래리 엘리슨, 스티브 잡스 같은 1세대 IT 기업가들 이후에도 안드로이드나 애플 IOS 등의 플랫폼을 이용한 스타트업을 창업해 억만장자가 된 2세대 IT 거물들의 학력이 화제가 되면서 '대학이 과연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 라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통계를 보면 2000년 이후 탄생한 새로운 IT 부자 열 명 중 절반이 대학중퇴자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를 비롯해 트위터 회장 겸 스퀘어 CEO인 잭 도시, 스냅챗 창업자 에번 스피겔, 왓츠앱의 얀 쿰, 우버의 트래비스 칼라닉이 그들이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창립멤버 대부분이 대학을 뛰쳐나왔다. 트위터는 공동창업자인 잭 도시와 에번 윌리엄스, 비즈 스톤 세 명 모두가 일이 너무 하고 싶어 자퇴를 했고, 페이스북의 초대 최고기술책임자이자 저커버그의 대학 룸메이트였던 더스틴 모스코비츠와 초대회장 숀 파커 역시 학교 대신 사업을 택해 2015년 '포천' 선정 '40세 미만 젊은 억만장자'에 모두 이름을 올렸다.

 

왓츠앱의 창업자 얀 쿰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뒤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하고 대학을 들어갔으나 자퇴했다. 그는 고향에 남겨진 가족들과 연락하고 싶어 카카오톡 같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앱을 만들었는데 페이스북이 이것을 220억 달러에 인수함에 따라 억만장자가 되었다.

 

UCLA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트래비스 칼라닉은 30분 이상 택시를 기다려야 하는 것을 참지 못해 스마트폰 앱을 통한 차량 공유 서비스인 우버를 만들어 38억 자산가가 되었으며 '포브스'가 선정한 400대 부호에 진입했다. 소유차량 한 대 없이 소프트웨어만 제공하는 우버의 기업가치는 연간 500만 대를 판매하는 현대자동차와 맞먹는 54조 원이다. 고등학교 시절 이미 사업을 시작한 칼라닉은 "말도 안 되는 불편과 싸우는 것에서부터 창업과 혁신이 시작된다."라고 말한다.

 

스탠퍼드 대학을 중퇴하고 천문학적 금액을 제시한 페이스북과 구글의 인수 제안을 당차게 거절해 화제가 된 25세의 스냅챗 창업자 에번 스피겔은 메시지가 10초 내외에 자동으로 사라지는 SNS를 성공시켜 세계에서 가장 어린 억만장자가 되었다.

 

이 외에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잡스의 후예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잡스가 생전 탐냈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드롭박스를 드류 하우스턴과 함께 공동창업한 아라시 페르도시는 졸업을 6개월 앞두고 MIT를 중퇴했다. 그는 스티브 잡스를 영웅으로 생각했으나 그의 인수 제안은 거절했고 3억 명 이상이 사용하는 세계적 파일 공유 서비스로 드롭박스를 성장시켰다.

 

빌 게이츠처럼 하버드 대학 컴퓨터공학과를 중퇴한 30대 한국계 청년 제임스 박은 닌텐도 게임기 '위'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손목형 웨어러블 건강기기 '핏비트'를 만들었고, 회사가 뉴욕증시에 상장되며 6000억 원 자산가가 되었다. 그는 "창업 결심을 굳히자 졸업까지 걸리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고 한다.

 

잡스를 존경한다는 리트모터스 창업자 한국인 대니얼 킴은 잡스와 동문으로, 리드 대학을 중퇴하고 1년간 28개 나라의 106개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여행을 하며 "많은 사람이 혼자 차를 타는데 왜 큰 차가 필요할까?'라는 질문에서 '나만의 자동차를 만들자'는 답을 얻고 모터사이클 크기의 1인용 전기자동차를 개발했다. 그가 개발한 자동차는 세계 최대 가전쇼인 'CES 2014'에서 큰 주목을 받았고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의 투자를 받아 현재 출시를 앞두고 있는데, 대기자가 이미 10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중퇴자를 선호하는 IT 기업들

 

얼마 전 미국 언론에는 '대학 졸업장이 종이 한 장의 가치로 전락하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다. 유엔미래포럼의 박영숙 대표는 이런 현상이 '대학교 1학년 때 배운 것은 2학년이 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고 4년은 너무 길며, 새로운 것을 가르쳐주는 곳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못 하도록 막는 곳이 바로 대학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한다.

 

실리콘밸리의 창업자들은 중퇴를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성공을 향한 '명예훈장'으로 여긴다. 콩나물시루 같은 강의실에서 자신의 이름조차 모르는 교수들로부터 일방적인 수업을 받는 데 염증을 느끼는 그들은 대학이 성공의 유일한 통로라는 고정관념보다 '대학 중퇴가 내 인생의 최고의 결정'이라는 잡스의 스탠퍼드대 연설에 더 열광한다. 대학 중퇴자들로만 구성된 회사들이 존재하는 것은 그 때문일지도 모른다.

 

대학 중퇴자들로만 꾸려진 라이브파이어 라는 소설 소프트웨어 업체 직원들은 돈을 벌며 실생활에 관련된 수업을 받는다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프린스턴을 중퇴하고 모바일앱 제조사 언드립을 창업한 믹 헤이전은 신입사원을 대학 중퇴자들로만 뽑고 있다. 그들은 생각이 자유롭고 위험을 감수할 줄 알며 집단적 사고에 물들지 않기 때문이다. 헤이전은 '대학은 개인이 할 수 있는 일과 없는 일에 지나치게 제한을 가한다'는 생각 때문에 대학교육에 대단히 비판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런 생각은 IT 공룡들도 마찬가지다. 페이스북은 틀에 갇힌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 중퇴자를 우대하는 정책을 운영 중이고, 스탠퍼드 대학원을 중퇴한 세르게이 브린과 래리 페이지가 공동창업한 구글은 면접 시 학교 성적뿐 아니라 전문성조차 거의 고려하지 않는다. 구글 채용팀 수석 부사장인 라즐로 복의 말을 들어보자.

 

학교 성적이나 그 밖의 시험 점수들은 구글 채용기준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못합니다. 지난 수년간 구글에는 대학 졸업장이 없는 직원의 수가 꾸준히 늘고 있으며, 어떤 팀은 그 비율이 14퍼센트가 됩니다.

 

_ 이준영, '구글은 SKY를 모른다' 중에서

 

구글은 즐길 줄 아는지, 양심적인지, 겸손한지, 무엇이든 배우려는 호기심이 많은지 등의 자질을 중시한다. 한국의 지방대를 졸업하고도 구글 최초 한국인 엔지니어가 된 이준영은 자신의 책 '구글은 SKY를 모른다'에서 "구글에서 면접을 하는 약 5시간 동안 어느 누구도 학교나 학력에 대해서는 단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는다." 라고 했다. MIT 수석을 했든 고졸이든 전혀 상관하지 않으며, 자격증조차 확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계 최고의 회사를 가기 위해 우리 아이들은 이제 더 이상 좋은 학교를 갈 필요도, 좋은 성적을 받을 필요도 없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들이 호기심과 인성, 잠재력을 키워주는 것에 더 몰두해야 한다.

 

독특한 장학금 틸 펠로십

 

인기 미국 드라마 <실리콘밸리>에는 천재적인 투자가가 한 명 등장한다. 그는 극 중 TED무대에서 "실리콘밸리는 대학 중퇴자 덕분에 혁신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대학은 빚쟁이 실업자를 찍어내고 있어요. 우리는 이 의심스러운 가치를 제공하는 대학 시스템보다 우리 자신을 더 믿어야 합니다." 라며 청년들에게 "대학에 가는 대신 버거킹에 가서 일을 하고, 숲에 가서 견과랑 산딸기를 채집하세요." 라고 힘주어 말한다. 대학에 대해 지나치게 회의적인 모습이 희극적으로 과장되긴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이 캐릭터의 모델이 된 사람은 일론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을 창업했으며 '제로 투 원'의 저자이기도 한 피터 틸이다.

 

2004년 아무도 페이스북의 가능성을 알아주지 않을 때 마크 저커버그에게 최초로 50만 달러를 투자하는 등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그는 벤처사업에 뛰어드는 20세 이하 청년들 중 우수한 아이디어를 가진 이들을 선발해 2년간 10만 달러의 장학금을 지급하는 '틸 펠로십'이라는 장학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이 장학금을 받기 위한 독특한 조건이 있으니, 바로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 20명의 장학생을 뽑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그는 '학교교육 시스템을 무시하는 제도'라는 거센 반발에 부딪혀야 했다. 하지만 4년 만에 그 평가는 완벽히 뒤집혔다. 틸 펠로십은 요즘 '왜 20명밖에 혜택을 안 주는가', '프로그램을 확대해야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을 정도다. 다행히 2015년에는 장학생이 100명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그가 젊은이들에게 돈을 주면서까지 학교를 그만두게 만드는 이유는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혁신과 기업가 정신, 일자리 창출을 저해하는 순응주의만 장려하고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는 명문대의 MBA나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등을 나온 사람과는 대화를 하지 않는다. 자기만의 아이디어가 없고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그들은 실전에서 백전백패하기 때문이다.

 

쉬어가는 의미로 잠시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살펴보자. 무디스 신용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고, '포천'의 설문조사를 통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보험회사로 뽑힌 미국의 노스웨스턴 뮤추얼은 다년간의 연구를 통해 '기업가 정신 테스트'라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테스트 항목들 중 특이한 것은 학창시절 학업성취도가 높으면 마이너스 점수를, 낮으면 플러스 점수를 준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높은 점수를 준다. 열심히 그룹 활동을 했던 사람은 1점, 어릴 때 사업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2점을 받는 것에 비해 학업성취 능력이 열등한 사람이 받는 점수는 4점이다. 다시 말해 학교 교육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했던 것을 오히려 더 인정하는, 예전 기준으로서는 믿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피터 틸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성공적인 삶을 위해선 대학 졸업장이 필요하다는 번드르르한 속임수에 속아 넘어가고 있다." 면서 2015년 내한 당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교육이 미래와 안전을 보장한다'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학생과 학부모 모두 학교에 가지 않으면 인생이 망가진다는 공포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이건 공포체제나 다름없습니다. 마치 16세기 교회와 비슷합니다. 우리는 졸업장을 받으면 안전하고 졸업장이 없으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창업자가 돼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모두 학교를 관둬야 한다는 것도 아닙니다. 대학에 가는 것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다른 길을 걸을 수 있게 해야 합니다.

 

또한 기상천외한 아이디어를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피터 틸은 해상도시와 해상국가를 만드는 프로젝트에 수십억을 투자하고 있다. 그의 친구이며 환경오염을 피해 2030년 안에 8만 명의 지구인을 화성에 이주시키겠다는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미국의 민간 우주기업 '스페이스 X'의 CEO 일론 머스크가 화성으로 떠나기 전인 2020년쯤, 우리는 먼저 바다 한가운데의 해상도시로 이주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게 될 지도 모른다.

 

초등생부터 기업가로 키우다

 

실리콘밸리 창업주들의 연령은 점점 더 어려지고 있다. 반도체기업 인텔은 열세 살 소년이 창업한 점자 프린터 회사에 수십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인도계 이민 2세인 슈브함 바네르제가 레고블록 원리를 이용해 개발해 만든 시각장애인용 점자 프린터로 학교 과학경진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후 부모에게 지원을 받아 설립되었다. 야후는 영국 고등학생 닉 댈로이시오가 열다섯살 때 만든 온라인뉴스 요약 앱 '섬리'를 3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열한 살 때 만든 앱을 TED에서 발표해 세상을 놀라게 한 토머스 수아레즈는 같은 해 회사를 창업하여 일찌감치 구글 글래스 앱개발을 시작했고 열다섯 살이 된 2014년에는 지금보다 10배 빠른 3D 프린터 개발에 착수해 벌써 관련 특허까지 신청해두었다.

 

이렇게 나이 어린 디지털 세대가 창의성과 도전정신을 무기로 미래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르자 기업가 육성을 목표로 한 혁신학교 설립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LA에 위치한 '인큐베이터 스쿨'은 LA 통합교육구에서 시도하는 파일럿 스쿨로 2013년 개교해 11~13세 학생들에게 기업가가 되는 길을 가르치고 있다. 졸업 전까지 자신의 스타트업을 창업하는 것이 목표인 이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사업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친구들과 토론한다. 학생들은 커서도 자신의 회사를 경영할 거라며 "따분한 교과서보다 직접 보고 배우는 것이 즐겁고 학교에 오는 것이 신나고 기다려진다."고 말한다. 학교 설립자는 제2, 제3의 구글 창업자와 스티브 잡스를 배출하기 위해 기존의 교육을 탈피한 새로운 교육법을 만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 학교의 철학은 '세계를 바라보며 풀어야 할 문제를 발견하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무엇인지 질문하는' 인재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반해 늦은 밤까지 공부하고 대입과 취업이라는 목표만 쫓아가며 가장 열정적이어야 할 시기를 보내고 있는 한국 청소년들을 떠올리니 답답함이 하늘을 찌른다. 지금 우리가 어떤 교육을 펼치느냐에 따라 아이들이 만들어갈 세상의 깊이와 넓이는 어마어마하게 달라질 것이다.

 

아직도 체감하기 어려운가? 한국 아이들이 강남의 고급 아파트와 멋진 외제 자동차를 사기 위해 모든 젊음을 바쳐 공부해야 한다고 믿고 있을 때, 지구 반대편의 소년 소녀 창업가들은 인류의 행복을 위해 화성에 인류를 실어 나를 우주선과 그곳에서 함께 살아갈 거주지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학력파괴자들_ 정선주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5. 24. 15: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