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불확실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떻게 큰 그림을 그릴 것인가? 혼란스러울수록 기본을 지켜야 한다. 콜라, 사이다, 맥주가 제아무리 맛있어도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물이듯이, 화려한 양육 이론들의 허와 실을 파악하려면 아이의 발달 과정을 지배하는 '뇌'를 아는 것이 기본이다. 인류가 정복할 마지막 영역이라고 할 정도로 뇌는 아직 밝혀진 것보다 숨겨진 것이 더 많은 신비한 기관이다. 가설과 이론이 계속 업데이트 되지만 세 가진 사실을 바탕으로 한다.

 

첫째, 뇌는 다구조 다기능으로 이루어져 있다.

둘째, 뇌 발달에는 순서가 있다.

셋째, 원시 뇌가 안정되어야 고등 뇌 기능이 잘 발휘된다.

 

이 세가지 사실을 무시하는 양육법은 일시적으로는 그럴듯해 보여도 소탐대실의 결과만 낳게 된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교육의 형태 가운데 소탐대실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너무 많아서 위험하기까지 한 것은 바로 조기 유학과 조기교육이다.

 

혼자 떨어진 아이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사춘기는 두 번째 두뇌폭발기이다

 

맨처음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인간의 뇌 구조와 기능을 복습해보자. 인간의 뇌는 3층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1층에 호흡, 체온 등 생명 유지를 담당하는 뇌간, 2층에 희로애락의 감정과 욕구를 담당하는 원시뇌인 변연계가 있으며, 생각하고 판단하며 감정과 충동을 조절하는 대뇌피질이 3층에 있다. 1층과 2층이 견고해야 그다음 3층이 번듯하게 올라갈 수 있다.

 

엄마 배 속에서 나온 뒤 생후 2년 동안 유아의 뇌는 뇌 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시냅스 가지들이 과잉 발달해 성인의 2배까지 이른다. 나중에 어떤 뉴런이 필요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많이 만들고 보는 것이다. 이후 3년째 되는 해에 뇌는 솎아내기에 들어간다. 즉 필요 없는 부분은 없애고 필요한 부분을 강화한다. 이 단계까지가 아이가 부모에게 자신의 뇌를 맞추는 시기이다.

 

1단계가 잘 이루어지려면 비교적 평안한 시간을 보낸다. 그리고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뇌의 가장 앞쪽 부위인 전두엽 기능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한다. 보통 10세부터 시작해 12세 때 본격적으로 발달한다. 이 시기에도 생후2~3년 때와 비슷한 뉴런의 급증과 솎아내기 현상이 다시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뇌는 일시적으로 상당한 과부하에 걸린다. 따라서 질풍노도와 같은 혼란을 느끼고 잘못된 판단이나 위험한 행동에 쉽게 유혹된다. 3세쯤에도 엄청난 혼란을 겪지만 그때는 부모가 모든 것을 다해주었기 때문에 아이는 비교적 힘들지 않게 그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반면 10세쯤 되면 아이는 좀 더 독립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그동안 습득해둔 지식도 있어서 이를 통합하기 위한 고충이 더 심하다.

 

아이가 청소년기가 되어 부모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면서 반항하듯이 보이는 것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전두엽에 상응하는 뉴런 협응체의 발달을 준비하기 위해 전반적인 심리 기능에 과부하가 걸리기 때문이다. 아는 것은 많아지는데 그것을 소화하고 수용할 수 있는 능력은 아직 미약해서 혼란스럽다. 맞는 말만 골라서 하는 엄마한테 "아, 짜증 나!"라고 소리치기 일쑤다. 엄마는 한 대 때려주고 싶겠지만 사실 자신에게 화가 나고 짜증이 나서 그러는 것이다.

 

이 시기 아이들은 모든 질문에 한결같이 "잘 모르겠다"고 대답한다. 반항하는 마음도 있겠지만 정말 잘 몰라서 그런다. 머릿속에서 수백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예전에는 "공부 잘해야지?" 하고 물어보면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는데 전두엽이 발달해 사고력이 확장되다 보니 '공부를 꼭 잘해야 하나? 내가 잘하면 다른 애는 못해야 하는데 그래도 되나? 잘한다고 인생이 꼭 행복한가? 공부가 도대체 무엇인가? 등의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연속으로 터져 나온다. 하지만 답을 쉽게 찾을 수 없으니 짜증 나고 모른다고 할 수밖에 없다. 학교에서 가정 통신문을 주면 예전에는 무조건 엄마에게 가져다주었지만 지금은 일단 자기가 먼저 읽어본다. 그리고 생각한다.

 

'아버지 교실을 한다는데, 이걸 꼭 해야 하나? 아버지는 이런 데 올 시간이 없다. 온다 해도 담임 선생님하고 나에 대해 얘기한다면? 기분이 썩 좋지 않다. 아버지가 오지 못하는 다른 애는 어떻게 하나?'

 

그래서 가정 통신문이 가정과 통신되지 못한 채 비행기가 되어 하늘로 날아가고 하필이면 그 비행기를 멋지게 가로챈 담임 선생님이 아이의 전두엽을 톡톡 튕긴다. 가뜩이나 골치 아파 죽겠는데 말이다.

 

이러한 전두엽 폭발 시기를 잘 보내려면 아이의 정서 뇌가 안정되어 있어야 한다.

 

정서 뇌는 뇌의 심부에 있는 변연계 부위를 말한다. 전두엽이 어떤 사건이나 자극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며 통합하고자 할 때 변연계, 그중에서도 편도체는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즉 전두엽은 감정을 판독하고 유지하는 기능을 하는 변연계와 계속 회의를 하면서 일을 처리한다. 편도체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으로 가득 차 있고, 정서적으로 흥분되는 사건을 감지하면 기억과 정보 처리를 담당하는 측두엽과 전두엽으로 도파민을 내보낸다. 정말 공부를 잘하고 싶으면 정서 뇌가 안정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전두엽, 즉 높은 수준의 사고를 담당하는 뇌가 정서 뇌의 신호에 따라 결정 방향이 바뀐다는 것을 보여준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미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행복감에 대한 실험을 했다. 질문은 '당신은 일상적으로 얼마나 행복한가?' 였다. 그 결과 실험자의 조작으로 설문 전에 실험실 바닥에서 10센트짜리 동전을 주운 학생들의 행복감 지수가 한결같이 높게 나타났다. 단지 1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기분이 좋아졌는데도 자기는 평소에도 행복감이 높다고 생각한 것이다. 기분이 좋으면 사고가 바뀐다. 기분이 좋아야 사고 기능이 잘 발휘된다.

 

매슬로가 심리적 욕구 위계 가설을 발표한 시기는 뇌 과학이라는 용어가 낯선 때였다. 매슬로의 이론은 현재의 뇌 발달 이론에도 잘 부합한다. 생리적 욕구는 뇌간에, 안전과 사랑, 소속, 자존감의 욕구는 변연계에 해당하며 자기실현 욕구는 대뇌피질에 해당한다. 자기실현 욕구는 안전의 욕구를 지나 사랑과 소속, 자존심의 욕구를 지나야 온전히 발휘된다. 아래 단계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상위 수준의 욕구를 흉내는 낼 수 있지만 만족스럽게 발현시키지 못한다.

 

조기 유학, 절대로 보내지 마라

 

이제 조기 유학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기분이 좋아야 공부도 잘한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나라 부모들은 공부를 잘해서 성공하기를 바라면서도 자식을 일찍 분리시켜 정작 공부의 선행조건인 안정적 정서를 망가뜨린다.

 

전두엽이 폭발하는 시기에는 이미 과부하된 심리 기능을 정리하기에도 눈이 빠질 지경인데 낯선 곳에서 남의 나라 말을 배우는 과업까지 수행하려면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나마 우리아이들이 머리가 좋기 때문에 버티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신생아가 억지로 걷고 있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 태어난 지 일주일밖에 되지 않은 신생아도 팔을 잡고 억지로 일으켜 걷게 하면 발을 옮기는 걸음마 반사를 보인다. 하지만 이것을 보고 걷을 수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조기 유학으로 일찍 부모와 떨어져 지낸 아이들도 먹고 자는 생리적 욕구와 신체적인 안전 욕구는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변연계에 해당하는 정서적 안전의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못하고, 그에 따라 사랑과 소속의 욕구, 자존감의 욕구 또한 온전히 충족되지 못해 부지런히 영어 공부를 하면서 자기실현 욕구를 향해 달려본들 부모의 욕구에 반사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높다.

 

생명체는 무엇보다 안전과 보존의 욕구가 먼저이다. 하버드대학교의 교육학자 커트 피셔는 자신의 아이를 대상으로 이것을 밝혀냈다. 그는 일주일마다 아이의 머리 크기를 재보았는데 생후17~19주 사이에 성장이 멈추어서 살펴보니 감기를 앓았다. 생명체는 안전이 위협받으면 성장 체계의 활동을 멈춘다. 그리고 환경이 우호적이라고 인식한 다음에야 다시 활동하기 시작한다. 어미 쥐가 햝아주지 않은 새끼 쥐는 성장한 후 스트레스 호르몬이 더 많이 분비되는데,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산을 억제하는 단백질이 제때 분비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도망치느라 전속력으로 달리는 말은 번식 기능이 일시적으로 멈춘다고 한다.

 

나는 아이 혼자 조기 유학을 떠난 상태를 심리적 안전이 위협받는 스트레스 상황이라고 본다. 겉으로는 열심히 공부하는 듯이 보이지만 내적으로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 일시적으로는 적응하는 듯이 보이지만 티눈이 있는 발로 걸음을 내딛는 것과 같다. 언젠가는 발의 모양이 변하고 통증이 생길 수밖에 없다. 조기 유학은 뇌 발달의 기제에 역행하니 비효율적이고, 여기에 과도한 스트레스를 유발해 매우 위험하기까지 하다.

 

조기 유학을 가서 다른 아이보다 영어를 잘하면 더 좋은 직장에 들어가고 더 많은 돈을 벌 가능성은 분명히 높아진다. 그렇다고 반드시 행복해지지는 않는다. 나는 병원에서 이를 자주 확인하곤 했다. 병원에 있다 보면 정신과에 올 이유가 전혀 없을 만한 환자를 꽤 많이 본다. 명문대를 나와 좋은 직장에 다니는데도 이유 없이 우울하거나 알코올의존증, 약물 중독에 빠지거나 몸이 여기저기 아파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살아온 이력을 추적해보면 일찌감치 부모와 떨어져 공부한 사람이 많다. 외국으로 조기 유학을 간 경우뿐 아니라 우리나라 안에서도 좋은 학교에 다니려고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진 경우도 포함된다. 겉으로는 성공한 듯이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심리적 긴장과 불안이 누적되었다가 성인이 된 후 몸이나 마음의 병으로 나타난다. 이르면 20대, 늦으면 30~40대에 증상이 나타난다.

 

조기 유학이 성인기의 질병과 연결되는 기제는 이렇다.

 

우리가 원시인이던 시절, 평온하게 쉬는데 갑자기 매머드가 나타났다. 갑작스러운 위급 상황이 닥쳤을 때 우리 몸의 부신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분비해 그 상황에서 벗어나도록 도왔다. 하지만 과잉 분비되거나 계속 분비되면 혈압과 콜레스테롤 지수가 높아지고 면역성이 떨어져 병에 걸린다. 심지어 뇌세포가 죽기도 한다. 매머드도 없는 현대사회에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잉 분비되는 이유는 딱 하나, 사회적 압력 때문이다. 성공 스트레스, 명예 스트레스, 승진 스트레스, 경제적 스트레스, 대인 관계 스트레스가 메머드가 되어 인간을 쫓기게 한다.

 

조기 유학 또한 사회적 압력 스트레스의 하나가 된다. 이것이 다른 스트레스보다 더 위험한 것은 '조기'이기 때문이다. 자기를 보호할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부모 곁에서 위로와 안정을 제공받지 못하고 계속 스트레스 상황에 놓인다. 홀로 떠나는 대부분의 조기 유학은 태생적으로 스트레스 유발 요소를 안고 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아이가 취직했다. 그렇지 못한 아이와 연봉 차이가 얼마나 될까? 평균 1000만 원 정도 될까? 높게 잡아서 2000만 원일까? 물론 연봉을 몇 억씩 받는 사람도 있지만 학력과 다른 능력이 같은데 영어 능력 하나 때문에 2000만 원이나 차이 난다니 화가 날 만도 하다. 하지만 조기 유학에 투자한 비용에 비해서는 어떠할까? 더구나 그렇게 되기까지 힘들었을 아이와 건강 문제까지 생각하면 병원비 차이가 그만큼 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조기 유학을 가지 않은 아이들의 스트레스가 압도적으로 낮은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 곁에 있는 아이들은 그 스트레스를 완화하거나 풀 수 있는 탁월한 피로 해소제를 즉시 구할 수 있다. 언제든지 집에 상비되어 있는 피로 해소제, 바로 부모 냄새이다.

 

앞에서 조기 유학이 뇌 발달 순서에 역행하고 스트레스를 유발한다는 면에서 위험하다고 했지만 내가 더 위험하다고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부모 냄새와 단절되기 때문이다. 부모 냄새는 대체할 수 없다. 아이폰으로 영상통화를 한다 해도 부모 냄새를 맡을 수 없고, 아바타로 부모 냄새를 만들어낸다 해도 인공일 뿐이다. 아무리 평소에 의젓하게 잘 버텨도 어느 날 큰비가 오고, 천둥이 치고, 음식을 먹고 체한 날, 친구의 싸늘한 시선이 생각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새벽에 눈을 뜬 날, 누구에게 위로를 받을 수 있겠는가? 엄마 냄새로 긴장을 풀어야 한다. 신의 위로와 은총은 너무나 멀다. 신이 너무 바빠서 세상에 엄마를 만들었다는 말이 이처럼 절묘하게 들어맞는 때는 없다.

 

혼자 조기 유학을 떠나 부모 냄새와 단절된 아이는 부모와 자식 간의 본능적인 유대 관계도 끊어진다. 그나마 엄마만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대안책으로 대한민국에는 기러기 아빠가 탄생했다. 모양은 아빠인데 속은 기러기라니, 솔직하게 말하면 괴물이다. 그 아이가 엄연히 아비 부, 어미 모의 자식인데 아비의 냄새를 3년 이상 맡지 못한다면 정서적 유대 관계는 끊어진다. 아비는 허리가 휘게 돈을 벌어 투자했지만 아이는 같이 있던 어미만 사랑하고 아비는 돈 벌어 오는 사람으로만 인식한다. 아이의 잘못이 아니다. 아이가 철이 없거나 배은망덕해서가 아니다. 그것이 자연이고 본능이다. 보지 않아서 멀어지는 것이 아니라 냄새를 맡지 못해 멀어진다.

 

대뇌 발달의 2차 폭발 시기가 언제까지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다르지만, 중학생 나이를 넘겨야 한다는 것에는 모두 동의한다. 최소한 17~18세, 좀 더 안전성을 보장받으려면 24세가 넘어야 한다. 그러니 통합적인 뇌 기능의 발달 수준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대학교에 입학할 때가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대학 입시는 암기식 지식에 의존하기에 더욱더 확인하기 어렵다. 부모들은 주입식 교육으로 훈련된 아이들이 버젓이 대학에 합격하는 것을 보고 자신의 양육 방식이 옳았다고 판단하지만 정작 문제는 대학 이후의 취직과 군대, 결혼과 부모 되기 과정에서 발생한다. 스트레스라는 단어로 압축되는 다양한 심리적 과업에 직면했을 때, 정서 뇌의 안정 없이 언어 뇌, 수리 뇌만 발달시킨 아이들은 금방 무너진다. 쉽게 포기하거나 부모에게 의존하거나 심지어 자살을 시도한다. 인간의 문제 중 머리를 써서 풀어야 하는 문제는 IQ 90만 넘으면 해결하는 데 큰 차이가 없다. 정말 인간답게 살기 위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전체를 통합하는 지혜, EQ로 풀어야 하는데 입시에 내몰린 우리 아이들은 EQ를 가동할 정서적 밑천을 만들지 못한다. 그야말로 소탐대실이다.

 

EQ가 낮다고 전두엽이 발달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서 뇌발달 단계를 건너뛰기 때문에 전두엽이 더 빠르게 발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서 뇌의 발달이 수반되지 않은 채 전두엽만 발달한 사람은 감정이 없는 슈퍼 로봇에 지나지 않는다. 슈퍼 로봇은 똑똑하지만 인간이 아니다. 정서적으로 불안정한 슈퍼 로봇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영화 <쿵푸 펜더>에 기술이 뛰어난 타이렁이 나온다. 하지만 감정이 불안정한 타이렁은 위험하기만 하다.

 

전두엽은 창의적 사고를 담당하는 영역이다. 나는 요즘 전 세계에서 창의력이 가장 뛰어난 나라는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중국인의 창의적 사고는 정점에 이르러서 인공 계란, 합성수지 쌀, 피혁 우유까지 만들었다고 한다. 계란은 당연히 닭에서 나오고 쌀은 당연히 벼에서 나오며 우유는 당연히 소에서 나오는데, 창조주도 하지 못한 발명을 하다니 그 발상과 기술이 얼마나 천재적인가. 합성수지 쌀을 세 그릇 먹으면 비닐 봉투를 하나 먹는 것과 같다니 그 폐해가 대단히 심각하다. 황허 강에서 문명을 꽃피웠던 중화민국은 왜 이렇게 되었을까?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달해 부잣집 아이들은 샤오황디(소황제)가 되었고, 가난한 집 아이들은 셰한궁(노동 착취)이 되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해지면서 결핍감, 무력감, 좌절감, 분노 등의 정서적 불안정은 급증한 반면 어떤 방법으로든 돈을 벌어야겠다는 전두엽 기능만 과대하게 발휘되기 때문이다.

 

내 자식 키우기도 힘든 판에, 이 땅에서 벌어지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판에, 언젠가부터 한 가지 걱정이 더 생겼다. '중국을 어찌할꼬?'

 

지금 전 세계가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데 일부 중국인의 반인류적인 창의적 사고가 계속된다면 그 여파가 우리 아이에게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서적 안정을 무시한 채 영어만 잘하고 시험만 잘 보는 아이를 키우다 보면 언젠가는 지금 우리가 중국에게 보내는 위험과 안타까움의 시선이 우리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날아올 것이다. 그런 중국조차도 초등학생 자녀를 혼자 조기 유학 보내는 일이 많지 않다. 초등학생 조기 유학 비율은 대한민국이 세계 1위이다. 참, 우리나라는 1등도 많이 한다.

 

부모를 떠나 공부해도 되는 시기

 

미국 버지니아대학교와 로체스터대학교에서 이민자를 대상으로 언어 습득 능력을 연구했다. 예상대로 일찍 왔느냐가 중요한 변수였는데, 테스트를 해보니 3~7세에 이민 와서 영어를 배운 사람들은 원어민 같은 수준의 점수를 받았지만 열 살이 넘으면 점수가 뚝 떨어져 50%까지 낮아졌다.

 

이민자도 이 정도인데 몇 년 영어 공부하러 간 조기 유학은 점수 하락이 더욱 가파를 것이다. 이 연구자들이 추가로 언급한 내용이 있다. 이런 식으로 언어 습득 능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현상이 제2 외국어 뿐만 아니라 모국어에도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모국어를 충분한 수준으로 습득하기 전에 제2 외국어를 습득하면 이중 언어 사용자가 될 수도 있지만 이중 언어 장애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요즘 청소년을 보면 영어는 잘하지만 한국어 수준이 너무 낮다. 한류 열풍이 불면서 k-pop 가수들의 대형 공연이 심심찮게 열리고 있다. 그런데 텔레비전에서 k-pop 공연을 보다가 출연한 아이돌 가수의 반 이상이 공연장의 뜨거운 열기에 대해 "정말 장난이 아닌데요?" 하고 똑같이 말하는 것을 보고 웃은 적이 있다. 요즘 아이들의 한국말 수준, 정말 장난이 아니다!

 

어차피 일곱 살 이후 시작한 조기 유학에서 영어 습득 능력은 거기서 거기다. "우리 애는 영어만 배우러 가지 않았어요"라고 항변하는 부모들에게 말한다. 아이가 일찍 세상에 눈뜬다고 치자. 하지만 그런 깨달음은 부모의 살가운 사랑을 충분히 받아 정서 뇌가 안정된 상태에서 전두엽 기능이 온전하게 발달된 후라도 늦지 않다. 오히려 좀 늦게 시도해야 더 성숙한 시각을 갖출 수 있다. 이 세상에 어떤 것도 한 가지로 100%의 효과를 얻는 일은 없다. 포도주는 심장에 좋지만 뇌에는 좋지 않다. 커피는 나쁘다고 알려져 있지만 당뇨와 치매예방에는 좋다. 조기 유학은 외국어 능력을 발달시키는 데 좋지만 안정적인 정서가 우선되어야 하는 뇌 전체의 발달에는 좋지 않다.

 

예술과 스포츠 영역의 조기 유학은 위험성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다. 예술이 변연계를 자극하고 정화하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을 들으면 외할머니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 이런 음악을 듣고 연주하면서 감정이 정화되면 그나마 정서적 동요가 많이 가라앉는다. 운동 또한 끊임없이 몸을 움직임으로써 부모의 부채에 따른 정서적 긴장을 어느 정도 해소해준다. 하지만 영어 실력만을 목표로 하는 유학은 감정을 발산하고 정화할 기회가 거의 없어 몸과 마음이 이완되기 힘들다. 굳이 조기 유학을 보내고 싶다면 예술 활동이나 운동을 반드시 동반해야 한다. 그렇다 해도 부모의 냄새를 맡지 못하는 것은 똑같으므로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사춘기를 지나 전두엽의 폭발적인 발달이 안정기에 접어들었을 때, 그래서 이제는 가정 통신문을 보고도 예전에 했던 수백 가지 생각을 우선순위로 정렬할 수 있을 때가 유학을 가기에 가장 좋은 시기다.

 

물론 옛날에도 조기 유학의 전통이 있었다. 조선 시대에 양반집 자제들이 과거 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일찌감치 떠나곤 했다.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과거 시험일에 늦지 않기 위해서 서둘러 출발하거나 세도가와 안면을 트기 위해 1년 전부터 한양 성읍 근처에 방을 얻어 공부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방자가 동반했다. 시종이지만 친구이기도 하고 형이기도 했던 존재, 집 안의 냄새와 온기를 고스란히 간직한 부모의 대리자가 24시간 옆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우리의 도련님들은 안심하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 행여 공부하는 중에 기생에게 마음을 빼앗기면 방자는 부모에게 바로 고자질하지 않고 어떻게 해서든 도련님의 마음을 돌이키기 위해 애쓰곤 했다.

 

방자도 없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를 안전하게 조기 유학 보낼 수 있는 방법은 다음의 세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는 부모와 아이 모두 같이 가는 것, 두 번째는 첫 번째 방법을 꼭 지켜댜 하는 것, 세 번째는 두 번째 방법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잠시 미국의 투자가 워런 버핏이 말한 부자 되는 방법을 인용해보았다. 워런 버핏은 부자가 되는 방법으로 첫째, 원금을 절대로 잃지 말야 하고, 이것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는 두 번째, 세 번째 방법을 유머스럽게 얘기한 적이 있다. 조기 유학을 잘못 보내면 원금이, 즉 다이아몬드 같은 아이의 가치가 오히려 손실된다. 아이가 혼자 유학을 가도 되는 나이는 전두엽 폭발이 안정기로 접어든 대학교를 졸업한 후다. 최대한 당겨본다고 해도 고등학생 시기는 넘겨야 한다.

 

하루 3시간 엄마 냄새_ 이현수 박사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11. 26. 10: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