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운에 대한 책을 쓰는 것이 조금 민망할 정도로 운이 없는 사람이었다. 아니, 운이 없다 정도를 떠나 운이 나빴던 경우가 더 많았다. 20~30대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학, 취업, 결혼, 모두 남보다 늦었거나, 아직 하지 못했다.

 

공부를 못했던 내가 갈 수 있는 4년제 대학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2년제 전문대에 입학했고, 군대를 제대한 스물네 살에 다시 수능을 쳐 지방 사립대에 입학했다. 취업은 빨랐을까? 나는 세 번의 인턴십과 한 번의 계약직 일을 하는 1년 반의 시간을 거쳐 겨우 정규직 사원이 되었다. 그때 내 나이가 서른이었다. 그 밖에도 수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한 가지 '관점'과 한 가지 '판단'으로 그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답부터 먼저 말하자면 한 가지 '관점'은 긍정과 부정 중 긍정을 선택하는 것이었고, 한 가지 '판단'은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구분하는 것이었다. 이 방법으로 평생을 따라다닌 외모 콤플렉스도 극복했고 학벌 콤플렉스도 극복했다. 하지만 내 삶의 진짜 불운은 따로 있었다. 긍정의 힘을 발휘하는 것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판단할 여유도 없을 정도로 불행할 때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조심스럽지만 가족의 불행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려고 한다. 아버지는 괜찮은 대기업에 다니다가 마흔 살의 젊은 나이에 명예퇴직을 당했다. 그 후 할 일이 없어 몇 년을 그냥 놀다가 집에 돈이 떨어질 때쯤 할 수 없이 택시기사가 되었다.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 하루에 무려 열다섯 시간씩 운전했다. 20년 넘게 택시 운전을 해온 아버지에게 택시는 나이가 들어서 하는 여흥이나 취미가 아니었고, 말 그대로 생존의 수단이었다.

 

나의 유일한 형제인 형은 10년 넘게 우울증을 앓았고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살아남았지만, 그 과정을 바라본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런 형의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본 어머니 또한 우울증을 앓게 되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 세상을 떠났다. 이 모든 불행은 내가 감당하기에 너무 큰 비극이었고, 결국 나 또한 그 후유증으로 우울증을 앓게 됐다.

 

어두운 방 안에서 천장을 바라보며 온갖 안 좋은 생각을 했다. 자살자의 유족은 일반인 대비 자살 위험이나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한다. 실제 미국의사협회 학술지인 <정신의학>에 발표된 연구 결과가 있다. 피츠버그대학교 메디컬센터에서 우울증 등의 기분장애를 앓은 부모 334명과 그들의 자녀 700여 명을 조사했다. 그런데 그 결과는 부모가 자살 시도를 한 적이 있는 경우 그 자녀가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은 자살을 시도한 적이 없는 부모의 자녀에 비해 다섯 배 더 높은 것으로 나왔다. 한마디로 부모의 자살 시도는 자녀의 자살에도 강력한 방아쇠로 작용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나 역시 겁이 났다. 형이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엄마가 같은 아픔으로 인해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그렇게나 지독하고 끈질기게 엄마와 형을 괴롭혔던 우울이라는 놈이 나에게도 들러붙었다는 걸 알았을 때 내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이쯤 되면 불행의 늪이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더 깊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사실 우울증은 대개 우리가 어찌할 수 없는 부분에 기인하기 때문에,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더욱 무기력해지고 병은 점점 더 깊어진다. 너무 깊은 고통이었기에 정상적인 사고가 불가능했지만, 그런데도 나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 이 병을 극복할 수 있을지를 매일, 매 순간 고민했다. 그러자 조금씩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나의 우울의 근본적인 원인은 당연히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 벌어진 데서 비롯한 것이었다. 그러니 우선 우리 가족에게 닥친 불행을 인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란 걸 깨달았다. 긍정의 시야를 가지는 건 여전히 불가능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었던 우리 가족의 우울증과 엄마의 죽음은 어떻게든 받아들여야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의 불행을 인정한 나는 나 자신을 불쌍한 존재로 여기고 스스로를 다독이기 시작했다. 가까스로 부정의 늪에서 빠져나온 나는 그다음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판단했다. 직업 특성상 불안정한 수입을 안정화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마음의 불안과 우울에 갇히지 않도록 몰입할 대상을 찾는 일도 필요했다. 그러기 위해선 움직여야 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나는 그것을 가장 경계했다. 시간이 지났는데도 모든 상황이 그대로면 우울증이라는 늪에서 결코 빠져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약도 먹고, 심리 상담도 받았다. 그간은 집에서 일을 많이 했는데, 이제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일하기로 했고 매일매일 햇볕을 쬐며 산책을 했다. 가까운 사람들을 만나며 내 아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고, 무엇보다 완전히 새로운 일인 유튜브 채널 운영을 시작해 새로운 사람과 만나면서 내가 해야 할 일에 몰두했다. 차도 바꿨고 집도 이사하기 위해 부동산에 문의했다.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다면 시간, 장소, 사람 등 무엇이든 다 바꿨다.

 

정신과 의사 선생님조차 이렇게 노력하는 환자는 처음봤다고 할 정도였지만, 그 정도로 나는 간절했지만, 지금까지 기울인 노력이 허무하게 느껴질 정도로 우울증은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쉽지 않다는 것일 뿐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건 아니다. 결국 이런 꾸준한 노력이 나를 조금씩 우울증에서 벗어나게 했고, 어떻게 해야 벗어날 수 있는지도 조금 알게 되었다.

 

우울증의 바다에 처음 빠져본 나는 깜짝 놀라 허우적대기만 했다. 헤엄을 칠 줄 몰랐기에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에서 어떻게든 살려고 허우적댔지만, 애를 쓰면 쓸수록 더 깊은 바닷속으로 빠져들 뿐이었다. 냉정하게 말해서 우울증은 쉽게 낫지 않는다. 우울증이 생겼다는 것은 대부분 스스로 어찌할 수 없는 큰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나처럼 비극적인 상황까지는 아닐지라도, 갑작스럽게 해고를 당하거나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등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불행한 상황에 빠지다 보면 우울증이라는 놈이 파고들어 와 약해진 마음에 똬리를 트는 것이다.

 

이처럼 큰 불행이 왔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상황을 쉽게 해결할 수 없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금의 상황과 감정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 지점까지는 함께 가는 동반자라고 생각해야 한다. 뚝뚝 흐르던 피가 멎고, 딱지가 앉고, 상처가 아물고, 흉터가 희미해질 때까지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기다려야 한다. 인정하기 싫다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무리하게 벗어나려고 애를 쓰면 쓸수록 그만큼 몸은 더 물속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그렇게 우울한 감정과 나의 불행을 받아들이면 조금씩 내가 어찌할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내가 뭘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은 내버려 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악착같이 찾아내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몸에 힘을 빼고 차분히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면 어느 순간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물 위에서 유영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나 살면서 힘든 일에 부딪힌다. 어렵게 꺼낸 내 이야기가 당신에게도 도움이 되면 좋겠다. 긍정하고, 아니 긍정할 수 없을 땐 인정이라도 하고, 그 후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판단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불운을 극복할 수 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기에 너무 힘든 순간이란 걸 나는 잘 안다. 그렇기에 당신에게도 최악의 순간이 찾아오면 이런 노력을 할 수 있길, 어떤 순간에도 용기를 잃지 않길 진심으로 바란다.

 

럭키_ 김도윤

by 미스터신 2022. 7. 30. 18:49

우리가 성공한 사람들을 직접 만나기는 쉽지 않다. 현재의 내 위치에서 만날 수 없는 사람일 수도 있고, 물리적으로 시간적으로 한계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성공한 사람의 내공이 담겨 있는 책을 읽는 것이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1000명이 넘는 성공한 사람을 만났기에, 3000권이 넘는 독서를 했기에, 오랜 시간 작가로 살아온 나이기에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그 사람을 한 번 만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는 것을. 왜냐하면 그 책 한 권에는 그 사람 인생 전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지인 중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가장 잘 와닿게 설명해준 한 사업가의 이야기를 전할까 한다.

 

"제 인생을 바꾼 건 그냥 책을 읽기 시작한 거에요. 왜냐면 제가 책을 읽기 전까지는 진짜 보잘것없는 인생이었거든요. 사회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집안에만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가 바로 저였어요.

 

그러던 제가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는데, 거기 있던 여자들과도 대화를 잘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책을 읽기로 한 거죠. 뭔가 잘하고 싶은 게 있었고, 책에 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펼친 것뿐이었어요. 그런데 진짜 게임공략집처럼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쓰여 있더라고요.

 

물론 실전과 이론의 차이는 있었어요. 그래도 확실한 건 나 혼자만 생각했을 때보다는 확률이 훨씬 높아진다는 거예요. 결국 그 확률을 높이는 게 인생이란 게임에서 승리하는 길인 거잖아요. 내 머리로 생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남들보다 앞서가기도 어렵고 남들보다 뛰어난 생각을 하기도 어렵죠. 그런데 책이 그걸 할 수 있게 도와줘요. 책을 읽고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을 하나씩 적용하다 보면 조금씩 성공 확률이 높아지는 거예요. 나 혼자 생각했을 때 10%였던 확률이, 책을 읽으면 50%쯤으로 높아지는 거죠. 그걸 인생에서 수십, 수백 번 반복하면 탄력을 받게 되어 있어요.

 

책을 읽어도 안 되는 경우는 한 가지뿐이에요. 자기 고집이 너무 센 거죠. 내가 다치는 게 싫고 상처 받는 게 두려워서 자기 생각을 안 바꾸려고 해요. 내 생각을 바꾸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인 거죠. 그래서 책을 읽더라도 기존의 내 생각을 더 강화해주는 것만 반복해서 본다거나, 책을 그저 읽는 척만 한다거나, 책을 읽더라도 실행하지는 않는 거죠. 나를 보호하기 위해 고집을 부리는 건데, 실은 그 반대예요. 그 편협함이 내 성장을 가로막으니까요. 새로운 책을 읽고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달아야 발전이 있고 행동도 바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기가 틀렸다는 걸 인정할 수 없다면 책을 읽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죠. 100m 달리기 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빠르게 달리는 걸 반복적으로 훈련해야 하는데, 그냥 매일 천천히 세 시간씩 걷는 연습을 하는 꼴이에요.

 

인간에겐 이미 결정되어 있는 게 많아요. 타고난 유전자도 그렇고, 내가 성장해온 환경도 마찬가지죠. 그걸 바꿀 수 있는 유일한 게 책이에요. 제가 연봉 10억이 될 수 있었던 비결도 다 책에 있었어요. 책을 읽고 똑똑한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면서 인생 역전을 할 수 있었어요. 살다보면 운은 정말 많이 찾아와요. 문제는 그걸 제대로 잡지 못한다는 거죠. 운이 들어올 기회를 놓친다는 건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얘기예요. 의사결정을 잘하지 못하는 거죠. 그런데 이 판단력을 높이고 더 나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책이에요. 식상한 답 같지만 이게 정답이에요. 사람들은 특이한 비법 같은 것을 찾고 싶어 하지만 세상에 그런 건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지금도 계급이 대물림되는 세상이죠. 그래서 중산층으로 태어난 사람은 커서도 중산층으로 살아가고, 재벌로 태어난 사람들은 커서도 재벌로 살아가죠. 안타깝지만 받아들일 건 받아들여야 해요. 하지만 완전히 기회가 없는 건 아니에요. 우리에게 주어진 운을 바꿀 수 있는 게 책이에요. 우리가 만날 수 없는 사람도 책으로는 만날 수 있어요. 오히려 실제 만나는 것보다 더 내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요. 그래서 저는 책을 읽으라고 얘기하고 싶어요. 책을 읽으며 자극을 받고 더 나은 내가 되려고 노력할수록 운을 만날 확률이 더 높아지니까요."

 

럭키_ 김도윤

by 미스터신 2022. 6. 1. 16:22

나무꾼이 길을 가다 큰 은덩이를 주웠습니다. 나무꾼은 무거운 은덩이를 지게에 지고 집으로 향합니다.

마을이 보이는 고갯길을 지날 즈음, 땅바닥에 떨어진 금덩이를 발견합니다. 오늘 웬 횡재냐 싶어서 금덩이를 들어보니 간신히 들 수 있을 만큼 무겁습니다. 은덩이와 금덩이를 모두 지고 갈 수 없자 나무꾼은 고민합니다.

'둘 중 무엇을 가져갈까?'

나무꾼은 선택합니다. 은덩이를 가져가기로!

'여기까지 은덩이를 지고 온 노력이 너무 아깝잖아.'

나중에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 나무꾼을 비웃습니다.

"훨씬 값어치 있는 금덩이를 놔두고 은덩이를 가져왔다네. 참 어리석은 사람이지."

 

금덩이를 놔두고 은덩이를 지고 온 나무꾼은 어쩌면 우리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도 가끔 이런 아집에 빠지곤 합니다. 때때로 더 좋은 기회가 찾아와도 미련을 버리지 못합니다.

'내가 여기까지 오느라 얼마나 고생했는데.'

그리고 스스로 합리화합니다.

'이제 충분히 할 만한데 뭐하러 힘들게 바꿔.'

창의적이고 신선한 영감과 새로운 기회를 우리는 이런 식으로 흘려보내곤 합니다. '익숙함'이라는 아집과 관념에 젖어 있기 때문입니다. 익숙함에 속아서 내 앞에 찾아온 더 나은 기회를 놓쳐버리지는 않았는지 겸허히 돌아봐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질문합니다.

"어떻게 하면 익숙함에서 벗어나 창조적인 생각을 키울 수 있을까요?"

한 시대를 풍미하고 유행을 선도했던 사람들이 한결같이 해준 조언이 있습니다. 바로 '독서'입니다. 독서를 통해 얻는 풍부한 지식과 사고력은 우리의 뇌를 자극합니다. 그리고 요새 독서 못지않게 각광받는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명상'입니다. 마음을 쉬어주는 명상을 꾸준히 하면 비움 속에서 통찰력이 계발됩니다. 

 

독서와 명상은 이미 수많은 학자들이 검증한 아주 훌륭한 삶의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우리와 뇌와 가슴을 끊임없이 두드려 깨어나게 합니다. 내면을 갈고닦아 익숙함에 끌려가지 않는 사람은 저 나무꾼이 놓친 금덩이보다 값진 선물을 얻을 것입니다.

 

깨어나고자 하는 여러분에게 독서와 명상을 권합니다.

 

가시를 거두세요_ 광우스님

by 미스터신 2022. 2. 20. 16:15

읽는다는 것은 매체 속에 담긴 메시지를 자신의 정신 속에 집어 넣는 것입니다

 

우리가 읽을 때 이미 해석의 과정이 연관되어 있습니다. 보는 것은 아무 생각 없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읽기는 해석 없이 전개될 수 없습니다. 읽기는 해석의 틀 속에서 전개되는데, 해석이란 내가 읽는 것을 전체와의 연관 속에서 풀어 내는 것입니다. 우리가 삶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고 말할 때 그것은 오늘 하루가 내 인생 전체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모르겠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읽는다는 것은 매체 속에 담긴 메시지를 자신의 정신 속에 집어 넣는 것입니다. 우리가 책을 읽을 때 책 안에는 인생의 의미와 사건들이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읽기의 예술을 통해서 글자 속에 담긴 사상을 우리의 정신 속으로 받아들입니다.

 

우리는 읽기와 해석을 통해서 새로운 생각을 품게 되며 새로운 세계를 여행하게 됩니다. 읽기 훈련은 생각과 느낌과 소원의 여행입니다. 읽다 보면 이전에 품지 않은 생각을 품게 되며, 이전에 느껴 보지 못한 것을 느끼게 되며, 이전에 가지지 않은 소원을 가지게 됩니다.

 

읽기 여행은 지적인 여행과 언어의 여행, 그리고 존재의 여행을 동반합니다

 

읽기는 정신의 여행을 낳고, 그 정신의 여행은 언어와 행동을 거쳐서 존재의 여행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정신은 새로운 생각과 느낌, 소원을 품는 것을 통해서 새로운 언어를 사용하게 됩니다. 또한 우리는 새로운 생각으로 인하여 새로운 행동을 시도하게 됩니다. 

 

여기에는 흘러 넘침의 원리가 작동합니다. 모든 생각은 반드시 말로 흘러 넘치게 됩니다. 우리가 말을 잘하려면 먼저 그 주제에 대해서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생각을 자꾸하면 그 생각이 말로 흘러 넘치게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비밀을 지키려면 우리는 그 내용을 완전히 잊어야 합니다. 비밀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오히려 비밀을 폭로하게 만듭니다. 비밀을 자주 묵상하는 사람은 어느새 "당신만 아세요" 라고 말하면서 비밀 이야기를 뿌리고 다닐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흘러 넘침의 원리입니다.

 

읽기 훈련을 통하여 우리의 정신 속에 들어온 의미는 어느새 생각을 거쳐서 말과 행동으로 흘러 나갑니다. 이제 우리는 읽기 훈련을 통하여 새로운 말을 배우며, 새로운 행동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이 되어 갑니다. 우리는 읽기 여행을 통해서 이전에 되지 못한 그런 사람이 되어갑니다. 좋은 책을 읽으면 좋은 사람이 되는 까닭은 읽기 훈련이 정신, 언어, 행동의 여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읽기 여행은 지적인 여행과 언어의 여행, 그리고 존재의 여행을 동반합니다. (중략)

 

독서의 축복은 만남의 축복을 통한 풍성한 삶입니다

 

독서의 첫 번째 축복은 만남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차원에서 풍성한 삶은 우주의 구성원을 더욱 많이 알아 가는 삶입니다. 독서하지 않는 사람은 주변의 몇 사람들만 사귀다가 인생을 마감하게 되는 반면에, 독서하는 사람은 읽기 훈련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풍성한 삶은 언제나 새로운 만남을 통해서 찾아옵니다. 나의 존재는 나의 만남이며, 내 인생의 깊이는 곧 만남의 깊이입니다. 현재 나의 모습은 내 만남의 결과입니다. 인간의 삶은 사회적인 특성을 가지기에, 우리는 주변에 있는 사람들의 영향력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중략)

 

우리는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처럼 될 수 있습니다

 

읽기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며, 인생의 다양한 영역들에 대한 지식을 얻습니다. 읽기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인생의 새로운 관점을 획득하게 됩니다. 우리는 책 읽기를 통해서 더 많은 것들을 보며,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합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읽기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거인의 무등을 탄 난쟁이처럼 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비록 난쟁이에 불과하지만, 우리 이전에 산 많은 선배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그들의 어깨 위에 무등을 탈 수 있습니다. 선배들의 무등 위에서 세계를 바라볼 때 우리는 세계를 더 높은 곳에서 더 멀리 바라볼 수 있습니다.

 

읽기 훈련은 사고의 지평을 확장해 줍니다

 

독서는 사고의 지평을 확장해 줍니다. 읽기 훈련을 통해서 우리는 생각의 성숙과 깊이를 더할 수 있습니다.  사고의 지평이 확장되기 위해서는, 첫째는 감각 자료가 어느 정도 들어와야 하며, 둘째로 자료와 자료 사이에 시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다음 두 종류의 사람들은 사고의 능력을 기를 수 없습니다. 첫째, 감각 자료가 빈약한 사람들은 사고의 능력을 기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둘째, 텔레비전만 보고 자란 아이들도 사고의 능력을 기르기가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텔레비전을 통해서 감각 자료가 쉴새없이 들어오기 때문에 생각할 수 있는 여유를 갖지 못하고, 생각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독서하는 것은 그저 보는 것과는 달리 세계와 부딪힐 때 능동적인 참여를 요청합니다. 읽기 훈련을 하는 사람들은 문자를 눈으로 보면서 능동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사도 바울의 로마서를 읽기 위해서는, 로마서의 문자를 보면서 로마서의 저자가 품은 그 생각을 내가 품어야 합니다. 글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글자를 넘어서 글자를 있게 만든 그 생각과 느낌과 소원을 품는 사람만이 읽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책 읽기는 우리 시대의 불균형을 해소해 줍니다

 

책 읽기는 우리 시대의 불균형을 해소해 줍니다. 우리 시대는 감각이 넘쳐서 생각을 잡아먹는 시대입니다. 우리 시대의 문제는 감각 자료의 홍수 속에서 해독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실종되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 읽기의 능력이 없는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로 간주하게 됩니다. 음료수를 마시면서 텔레비전을 보지만, 텔레비전에서 쏟아지는 가치관의 타락으로 인하여 다음 세대가 불에 타리라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 채 빠져 들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의 징조를 읽는 사람들만이 내일 올 것을 파악하게 되는데, 이것은 읽기 훈련을 통해서 얻어지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의 이면에 숨은 의미를 파악하는 사람만이 다가오는 불행을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습니다. 

 

장경철 교수가 말하는 책 읽기의 즐거운 혁명

by 미스터신 2022. 1. 8. 11:04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은 대부분 강력계 형사이다. 일단 현장에서 범죄자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극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담아내기에 좋다. 하지만 경찰이 하는 일은 의외로 많고, 또 다양한 분야가 있다. 사회의 일반 직업인이 가진 적성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분명 자기 성향에 맞는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었거나 이미 준비하고 있더라도 자기 적성에 대해서는 꼭 한번 되짚어야 한다. 경찰시험에 합격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자기 적성 찾기'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자신 같지만, 요즘 청년들은 학창 시절부터 학원공부, 시험공부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겨 정작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경찰 업무 분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자

 

사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나는 경찰이야말로 자기 적성을 제대로 찾고 그 안에서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편한 공무원 생활과 안정적인 연금'을 바라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찰공무원이 되어서까지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형사의 일은 범인을 잡아서 국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이곳도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기 적성을 찾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적성을 위해서 가장 넓은 범주에서 '내근직' 이냐, '외근직' 이냐를 따져야 한다. 활발한 활동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사무실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몸이 근질거린다. 이런 경우에는 수사를 하거나 단속을 하는 외근직을 지원하면 좋다. 반대로 차분하게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연 내근직일 것이다.

 

수사를 하는 형사라고 해서 무조건 몸으로만 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사실 형사는 치열한 두뇌 싸움에 능해야 한다. 그래서 머리 쓰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형사가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남을 도우며 보살피는 일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여성청소년계가 맞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 여성, 미성년자를 조사하고 그들의 피해를 복구해 보듬어주는 일을 한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경찰 업무 중에 '경무계'라는 곳이 있다. 경찰활동을 홍보하고 이외에 재무, 기획, 인사, 교육, 행정 지원등을 한다. 꼼꼼하고 차분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경무계 업무를 추천한다. 적극적인 치안을 가능하게 하는 배후의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행사도 기획하기 때문에 행사 진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정보에 관심이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호기심이 있다면 정보과도 추천할 만하다. 과거에는 '사찰'이라는 불명예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보과에서 하는 일은 기자와 매우 비슷하다. 각종 단체와 기관 등의 사람들과 만나서 정보를 듣고 수집한다. 기자는 그 결과를 기사라는 형식으로 회사에 보내지만, 정보과 형사는 그 내용에 따라 정보, 견문, 범죄, 첩보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상부에 보고한다.

 

외사과에서는 외국인을 많이 만나고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다룬다. 외국 문화나 외국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적성에 맞는 업무일 것이다. 혹시 은퇴 후에 외국 이민이라도 갈 생각이라면, 현직에 있을 때 외사과에 근무하면서 해당 국가의 언어도 배우고 인맥도 쌓을 수 있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면 보이스피싱팀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떨까. 보이스피싱은 오로지 말로써 사람의 심리를 좌우하여 돈을 갈취하는 범죄이다. 날로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파헤치고 범인을 검거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을 정말로 '빡세지만 멋지게'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경찰특공대도 있다. 이번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몸은 힘들어도 정말로 보람찬 생활을 할 수 있다. 폭발물을 해체하고 테러가 예상될 때 출동한다. 대통령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할 때 보이지 않게 경호를 하기도 한다.

 

매일 꿈을 이뤄가는 경찰 생활

 

그런데 이렇게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머리로 자기 적성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내가 과연 무엇을 잘할까?' 라고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제 '체감'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체감이란 말 그대로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내 생각, 마음, 감각이 하나가 되어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일이다. 범인을 쫓을 때, 검거를 할 때, 주취자를 대할 때.....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내가 나와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멋지게 포장되는 모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진짜 살아 있는 자신을 느껴봐야 한다.

 

아직 현장 경험을 많이 할 수 없다면 선배들과의 친분을 쌓아 간접경험이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절실하게 적성을 찾고 그에 맞는 일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을 그만두는 상황도 생긴다. 어렵고 힘들게 시험 봐서 들어온 경찰을 왜 그만두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이 왕왕 있다. 특히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 술에 만취한 주취자를 대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고 하는 후배도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해 합리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을 설득하고 조사하려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이런 현장 스트레스를 스스로 겪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적성에 달려 있다.

 

이렇게 자기 적성을 찾고, 승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일은 경찰 생활에서 더 강한 열정을 가지도록 자극한다. '나도 언젠가는 수사팀을 지휘하는 형사과장 정도는 되어야지!'라는 목표 설정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힘들기도 한 경찰 생활을 사회에 대한 정의감과 범죄자에 대한 분노만으로 버텨나갈 수는 없다. 사회를 위한 희생정신도 필요하겠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내적 자신감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생활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구체적인 적성을 찾고 꿈과 열정을 발휘한다면 경찰이라는 직업은 은퇴하는 그날까지 훌륭한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_ 이대우

by 미스터신 2021. 11. 28. 09:40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군 제대, 운전기사 3개월 후 때려치움, 염색 공장 영업사원 1개월 후 때려치움, 과일 노점상 1개월 후 때려치움... 이 삶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경찰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도 경찰을 천직으로 안다니, 어쩌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불타는 정의감으로 경찰을 꿈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경찰이 되었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내 천직이 되었다. 당신은 어떤가? 경찰이 자기 천직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도 상관없다. 지금 어떤 직업을 가질지 몹시 방황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생활하다 보면 결국 자기 천직이 찾아진다고 생각한다. 딱히 자랑할 것 없는 내 과거를 얘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도대체 뭐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내가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 육지의 끝, 강진의 해안가 시골이다. 당시에 시골에서 부유하게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모님은 추운 겨울을 바닷물에 손을 담근 채 김을 뜯어내어 말린 다음 시장에 내다 팔거나, 논밭을 일구어 생산한 곡물을 수매하여 일곱 남매를 모두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키셨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조금이라도 그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굳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돈을 빨리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했고, 국비로 학교에 다니면 그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광주에 있는 광주기계공고 기계과를 지원해 합격했고, 3년간 혼자 자취방을 얻어 학교에 다녔다. 기술도 배우고 국가기술자격증도 땄지만, 막상 졸업할 즈음이 되니 이렇게 해서는 평생 기름 묻은 작업복 인생을 면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때 처음으로 실업계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어쩌랴, 지난 3년의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면 빨리 가자는 생각으로 입대를 선택했다. 그래도 군대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고 약간 내성적인 나의 성격도 고치고 싶어서 특전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내셨다. 위험한 군 생활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에 작은 아버지가 특수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특전사가 아닌 의무경찰로 군 생활을 마치게 됐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있는 날이면 화염병과 짱돌을 피해 그들을 해산하거나, 시위가 없을 때는 관할 경찰서의 파출소나 우범지역에서 방범 순찰 활동을 했다.

 

그렇게 군 생활을 끝냈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에 갈 처지가 되지 못했다. 나중에 형사로 생활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하기는 했는데, 당시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아,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

지금도 많은 청년이 이런 고민을 하지만, 나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한숨을 쉬며 살던 때가 있었다.

 

무한 질주를 위한 마음속 에너지

 

그러던 중에 한 지인이 "정식 직업을 구하기 전에 개인 사업을 하는 사장님의 외제 차 운전기사나 하면 우선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 나도 노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사장의 개인 운전기사가 되었다. 하지만 사장은 레커차 운전면허도 없는 나에게 '레커차를 타고 사고 현장에 가서 고장 난 차를 공업사로 끌어오면 수당을 주겠다'라며 부당한 일을 강요하기도 했고, 연예인들을 만나서 돈을 펑펑 쓰기도 했다. 천성이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며 살기가 힘들어 결국 그 일은 3개월만에 끝냈다. 이후에 경기도 포천의 염색 공장에 영업사원으로 들어갔다. 작은 의류 회사와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물량을 수주하는 일을 했지만, 역시 그에 대한 지식도 없고 적성에도 맞자 않아 1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또 한번은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지인의 치킨집 앞에서 과일 노점상을 했는데 역시나 그것마저 내게는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 일 저 일 모두 안되었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경찰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의무경찰로 지내면서 경찰을 가까이에서 봐왔고, 형사기동대 차량과 형사계장의 차량도 몰면서 형사들에 대해 잘 알게 됐을뿐더러 범죄 현장에 자주 가보게 됐다. 결국 경찰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하다가 형사기동대 무도경찰 공채시험이 있다는 공고를 보고서 응시해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여러 직업을 돌아서 스물세 살에 운명처럼 경찰관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직업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나처럼 운명처럼 직업을 찾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처럼' 다가올 수는 있어도 애초에 나에게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생활 속에서도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적성과 자질을 잊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천직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목표를 세우고 끝없이 질주하려는 마음의 에너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경찰을 목표로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도, 이미 경찰관이 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임용됐다고 해서 자기 앞에 아우토반 같은 장밋빛 대로가 열리지는 않는다. 매번 다시 시작이고, 새롭게 가야 하는 길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며 한다. 그럴 때는 슬슬 놀면서 일한다고 해도 몇 배의 능률이 오른다. 범죄자를 많이 잡아서 특진한 것은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어서 매번 즐거웠고 그때마다 기운이 솟았다. 그러다 보니 늘 새로운 길이 열렸고, 그 길로 나아가다 보니 바로 오늘의 내가 있었다. 오늘도 미래가 두렵고 자기 천직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지레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 적성을 찾는 일을 멈추지 말라고 말이다. 그것이 바로 초라했던 나의 과거에서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_ 이대우

by 미스터신 2021. 10. 30. 18:45

나 자신을 계발하는 것에 돈을 받는 직업

 

누군가 나에게 아나운서로서 가장 만족스러운 것이 뭐냐고 하면 나는 단연 이것을 말하고 싶다. 나 지신을 계발하는 것이 나의 일에 도움이 되는 직업, 그래서 나는 아나운서를 사랑한다.

 

영화를 보는 것, 책을 읽는 것, 인터넷을 서핑하는 것, 드라마를 보는 것, 음악을 듣는 것, 사람들을 만나 대화 나누는 것, 미술관에 가서 전시를 관람하는 것 등등, 이런 모든 활동이 나와 내 방송에 도움이 된다.

 

방송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하는 것이어서, 지금 이 시대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콘텐츠들을 알아야 한다. 아니, 아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그것을 함께 느끼고 호흡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지금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나 드라마를 놓치지 않고 챙겨본다. 사람들이 어디에서 기뻐하고 슬퍼하는지, 지금 누구를 선호하고 왜 그러한지 공감하려 애쓴다. 물론 이 과정에서 나도 기본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즐겁다. 즐거우면서 내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니! 물론 때로는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 이런 문화적 향유를 누리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 직업에 도움이 되기 위해 의무적으로 공부하듯이 찾아보기도 한다.

 

예전에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정확한 문구가 기억나지 않지만 뉘앙스를 최대한 전달해본다. "글쓰기를 못하는 이유는 지식의 빈곤이다." 이 말은 나에게 큰 자극을 주었다. 글쓰기나 말하기를 잘 못하겠다고 하면, 보통 우리는 글쓰기나 말하기의 기술이 없어서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라 인풋이 없기 때문에 당연히 아웃풋이 없다는 신랄한 이야기를 한 것이다. 아나운서는 기본적으로 하루에 많은 말과 글을 쏟아내야 하는 직업이다. 라디오에서 청취자 사연을 읽고 멘트를 하거나, 인터뷰에서 누군가를 만나 이야기를 서로 나누거나, 아니면 잡지에 글을 싣거나 내 안에 있는 무언가를 계속 말과 글로 내보내야 한다. 이때 만약 채워지는 것이 없다면? 금방 내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이 소진되고 말 것이다. 우물에 충분한 물이 있어야, 계속해서 퍼낼 것이 아닌가? 물이 다 떨어져가는 우물에서 쥐어짜내듯 퍼오는 말과 글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수준 이하일 것이다.

 

아나운서들에게 자기계발이란 필수불가결의 것이다. 그래서 늘 멈추지 않고 노력해야하는 직업이다. 이러한 직업적 숙명은 나를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만족스럽게 한다. 나의 좌우명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다. 다른 누구를 목표로 삼는 것이 아니라 나는 늘 오늘의 나를 어제의 나와 비교한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그런데 아나운서는 억지로라도 나를 발전하게 한다. 그리고 심지어 내가 나를 계발하는 그 일에 돈까지 준다. 이렇게 멋진 직업이라니, 가끔 이 부분을 생각하면 나는 내가 아나운서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나운서 절대로 하지마라_ 유지수 백원경 이지민 서연미 채선아

by 미스터신 2021. 10. 9. 21:12

만약 교육의 힘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해진다. 삶을 지배하는 수많은 가치와 관계들이 있겠지만, 교육만큼 커다란 힘을 발휘하는 것이 있을까. 물론 여기서 말하는 교육은 단지 학교교육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정교육은 물론 스스로 만들어가는 평생교육 및 자기교육의 프로그램까지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우리가 지인들을 통해, 친구들을 통해, 심지어 스쳐 가는 사람들을 통해 무의식적으로 배우는 것들이 모두 교육의 일부다.

 

<배움의 발견>의 저자 타라 웨스트오버는 17세가 되도록 학교에 다닌 적이 없었다. 심지어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았다. 아버지의 신념 때문이었다. 아버지는 딸이 문명화된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지 않았지만, 딸은 아버지가 만들어낸 문명 바깥의 세계를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향해 힘차게 노 저어 간다. 언제 세상이 멸망할지 모른다는 공포에 사로잡힌 모르몬교 근본주의자 아버지의 세계관이 어린 타라의 인생을 지배했지만, 타라는 독학으로 명문대에 입학하고, 새로운 세상을 향한 배움의 길을 끝없이 정진한다. 자신의 집에서 일어난 은밀한 학대, 출생신고도 하지 않고 병이 나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 모두가 폭력의 일종이라는 것을 알게 된 타라는 이제 더 이상 아버지의 딸로 살 수 없는 자신을 발견한다.

 

타라의 순수한 영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문장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를 감동시킨다. "내가 케임브리지에서 가르친 30년 동안 읽어본 가장 훌륭한 에세이 중 하나입니다." 타라는 늘 모욕당할 준비는 되어 있었지만, 칭찬을 들을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 모욕당할 준비를 하고 살아갈 정도로 자존감이 약했던 타라는 자신에게 그 누구도 빼앗아갈 수 없는 빛나는 재능이 있음을 서서히 알아가게 된다. "학생은 가짜 사금파리가 아니에요. 순금이에요." 나를 진정으로 이해해주는 '타인'과의 만남은 우리의 내면 깊숙이 잠자고 있던 진짜 자아를 눈뜨게 한다. 타라는 교육을 통해 성공의 기회를 잡으려 한 것이 아니라, '진짜 나 자신이 되는 길'을 찾은 것이다. 우리는 혼자서는 자신의 재능이나 숨은 열망을 발견하지 못한다. 나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존중하고, 내 안에 반짝이는 숨은 잠재력을 알아주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진정한 교육의 힘이다.

 

1일 1페이지,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심리 수업 365_ 정여울

by 미스터신 2021. 9. 26. 20:49

부지런한 독서가 정신적 성장을 돕는다

 

책을 귀하게 여기며 살았기 때문인지 내 제자들이 책을 사랑하지 않고 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심지어는 교재를 프린트해 가지고 시험만 치르면 되는 듯이 착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공부는 학점을 따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대학을 나오면 전혀 책을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은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한다. 따라서 체계적이며 문제의식을 갖춘 독서와는 담을 쌓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전혀 대학다운 분위기가 자라지 못한다.

 

아마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대학 출신자들이 많으면서 독서의 불모지인 나라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독서의 빈곤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면 곧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대개가 외국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화투를 치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그들이 모두 대학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사회 풍토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메스컴이 다양하게 발달했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사회로 변했기 때문에 독서의 필요성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또 경제와 산업이 발달하면서 책에 매달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가의 지성인들은 여전히 독서를 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후진국가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우리보다도 독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은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을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독서의 수준이 곧 그 국민의 수준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초교육이 앞서야 한다. 모든 분야의 기초과학은 연구와 더불어 가능하며 기초과학의 연구는 책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습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문적 성장에 필요한 체계적인 독서 필요

 

나무가 크게 자라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튼튼한 밑동과 줄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잎사귀들이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열심히 받아들이고 있는 정보와 지식은 그 잎과 꽃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체계적인 지식과 학문적인 성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문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튼튼한 기초이다.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사상적 고전이며, 줄기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체계적인 학문과 지식이다. 지금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까지도 컴퓨터나 모바일로 정보만 얻으면 그것이 지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것은 기술이나 기능적인 역할에 속한다. 그 정보에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만들어 내는 체계적인 학문이 필요하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유감이다.

 

세계 역사도 그렇다. 선진사회에서는 인간개발이 앞서고 그 뒤에 사회개발, 그리고 경제발전과 경제개발이 뒤따른다. 그것이 역사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정신사적 절차를 밟지 못했다. 서양에서는 르네상스와 휴머니즘을 먼저 겪은 후 인간과 사상과 인문학이 발전했고, 그 뒤에 사회과학이 발전했다. 그리고 정치의 변화와 사회문제의 해결이 모색되었다. 그 후에 자연과학과 기계과학이 발달하면서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 과정을 밟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개발을 먼저 추구하다 보니까 사회개발이 없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개발을 계획하는 동안에 인간의 정신적 가치가 탐구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발견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신적 측면을 책임져야 할 종교계도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앙인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종교인들 중에는 주목할 만한 개신교학자나 불교학자도 없고, 신학교가 그렇게 많으면서도 체계적이고 신학서다운 저작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처럼 많은 대학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탁월한 학자나 사상가를 배출해 내지 못하고 정신적 빈곤을 겪고 있다는 것도 숨길 수는 없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책을 읽는 풍토와 독서를 생활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회 모든 면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떤 친구의 한탄스러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텔레비전을 아무리 보아도 책을 읽는 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또 한 친구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문화운동을 책임지고 있으니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고도 했다. 어딘가 잘못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김형석 교수를 만든 백년의 독서

 

 

by 미스터신 2021. 9. 12. 10:30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집에 어린애들이 읽을 만한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우리 집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집에 있는 성경과 찬송가책을 제외하고는 마을에 거의 책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나도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어 보지 못했다. 우리말로 된 아동문고쯤은 학교에 갖추어 두었음 직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평양에 있는 숭실중학교에 입학한 것이 14살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교가 숭실전문학교와 같은 캠퍼스에 있었기 때문에 전문학교를 위한 도서관이 있었다. 이층으로 된 도서관에는 많은 장서가 있었고 상급생들이 이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부분의 장서는 일본어로 된 책들이었고 전문학교 학생과 선교사들을 위한 영어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글 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1930년대에는 우리글로 출판된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그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적지 않은 책들을 읽었다. 독서에 굶주려 있기도 했지만, 사실 독서를 하지 않고 학교 공부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기도 했다. 그것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었으나 나는 학교 공부보다 책 읽기에 더 많은 흥미를 느꼈고 책을 읽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당시 만일 좋은 스승이나 부모님이 나의 학업과 독서를 조화롭게 이끌어 주었다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나친 독서는 어린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물론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습관이 나로 하여금 오늘의 사상과 문필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종종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물론 내가 좋은 글을 쓰는 편은 못 되지만, 그때마다 나는 좋은 글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면 자연히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다독과 정독의 조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묻는다. 나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고 대답한다. 전공 분야의 독서는 자연히 정독이 될 테니까.

 

또 어떤 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각종 미디어와 정보사회에 살면서도 예전처럼 독서가 필요한가?" 하고 묻는다. 나는 "그렇기에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정보는 생활에 필요한 보도일 뿐 내 삶을 키워 주지는 못한다. 신문과 텔레비전 등은 살아가는 데 상식을 제공할 수는 있느나 내 영혼을 살찌게 하고 삶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역시 독서는 인간적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의심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품고 반세기에 걸친 세월을 이어 오고 있을 무렵, 한 출판사에서 나의 독서 이야기를 정리해 주기를 청해 왔다.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도 못 되고 나의 독서 생활이 어떤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살아 온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출판을 수용하게 되었다. 게다가 당시 사회적으로 '책의 해'가 선포되었고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일이 사회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또한 그 즈음 '한우리 독서운동'에 작은 뜻이나마 모으고 있던 때여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27회에 걸쳐 연재된 내용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양의 원고가 되었다. 연재를 끝내고 이렇게 단행본으로 엮어 독자들 앞에 책으로 내놓게 되고 보니 독자들을 위해 체계적인 내용과 뜻있는 길잡이가 되는 글들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내가 대학 강단에 있으면서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읽었던 전문서적들은 일반 독자와 호흡이 맞지 않아 대부분 실을 수 없었던 점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즐겨 읽는 책들을 취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중의 몇 권은 읽었고 지금도 계속 그런 책들을 손에 잡기도 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나의 정신적 양식이 되어 인간적 성장에 크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므로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다음에 어떤 필자가 나와 같은 독서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럴 것 같다. 역시 독서란 고전적 의미가 있어 값진 것이며 지성적 교양을 갖춘 독자들과의 대화가 가능할 때 그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나도 신문에 연재되고 있거나 연재되었던 문학책 등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런 책들은 왜인지 재음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책은 언제나 살아 있어서 객관적 생명력과 의의를 지니고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처음 쓴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늙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좀 지나친 표현인 것 같지만, 나는 책만 손에 잡으면 언제나 그 책의 주인공이 되고 책의 내용과 같은 삶을 호흡하게 된다. 20대의 연애 감정에 잠기거나 종교적 고뇌에 빠져 들기도 하며 철학적 사색의 심연에 머물기도 한다.

 

확실히 독서는 나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의 열정과 꿈을 안고 살도록 이끌어 준다. 독서가 영원한 삶을 살게 해준다면 과장이며 거짓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도록 이끌어 준다는 말은 결코 과장도, 거짓도 아니다. 지금도 그런 책에 도취되어 살며 어떤 연구 문제와 씨름하고 싶어 책을 들추는 때가 있다. 14살 때 독서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그 독서가 나에게 젊음과 꿈을 계속 안겨 주고 있다는 사실에 한없는 감회와 감사를 느낀다.

 

'독서의 길은 영원하다'는 말이 독자들의 고백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2021년 5월

 

김형석

 

김형석 교수를 만든 백년의 독서

by 미스터신 2021. 8. 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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