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는 타고난 재능일까, 후천적 노력일까

 

뇌는 우리가 처한 환경과 경험에 영향을 받으며 적응하고 변화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뇌가소성' 또는 '신경가소성'이라 부릅니다. 코알라의 뇌를 보면 전두엽 부분이 텅 비어 있습니다. 오래전 코알라의 뇌는 두개골의 크기에 맞게 꽉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활이 단조로워지자 뇌, 특히 전두엽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자연스럽게 뇌의 크기도 작아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코알라의 행동을 살펴보면 뇌가 작아진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온종일 나무에 매달려 유칼립투스잎만 먹고 있으니까요. 먹이를 찾아 고생할 이유가 사라진 코알라의 뇌는 퇴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뇌가소성이라는 특징에 의해 뇌가 환경에 적응한 것이지요.

 

바위나 특정한 곳에 붙어서 고착생활을 하는 말미잘 역시 뇌가 없는 대표적인 생물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말미잘이 바닷속을 헤엄치며 살던 유충 시기에는 뇌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머리를 바위에 박고 고착하는 시기가 되면 뇌가 사라집니다. 뇌는 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과 문제해결을 위해 존재하는데, 이제 복잡한 움직임이 필요 없어졌으니까 뇌를 버리는 것이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한 자세로 앉아 게임만 하고 자신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그 환경에 맞게 뇌가 적응하며 게으르게 변할 것입니다. 반대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수험생의 뇌는 공부에 최적화될 테고요. 물론 사람은 자극이 없더라도 코알라나 말미잘처럼 아예 뇌가 사라지는 일까지는 생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학습의 영역에서는 그 미세한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노력하면 지능도 높아진다

 

'지능, 즉 IQ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변하는 거 아닌가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레이몬드 카텔은 지능을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분했는데요. 유동성 지능은 타고나는 반사적인 학습 지능이고, 언어성 지능이라고도 불리는 결정성 지능은 경험을 통해 습득한 학습 지능입니다. 어휘력이나 배경지식은 다 결정성 지능과 관련이 깊지요.

 

유동성 지능은 태어나서 20대 중반까지 발달하다가 점점 쇠퇴합니다. 반면 결정성 지능은 후천적으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면서 점점 향상됩니다. 학창시절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학습 내용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살펴보면 생각보다 쉽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그 이유가 바로 결정성 지능이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노력과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지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간혹 지긋한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만학도분들이 "이제 공부해서 젊은 학생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곤 합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공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유동성 지능은 쇠퇴할지 몰라도 노력에 따라 결정성 지능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습니다.

 

결정성 지능은 단순 암기 영역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줍니다.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인 배경지식이 새롭게 배우는 정보와 쉽게 결합되면서 이해력이 높아지지요. 이해력이 높아지면 암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높은 이해력 덕분에 새로운 지식이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가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공부에 타고난 재능이 전혀 상관없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개인차는 있고, 그에 따라 들이는 노력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인 재능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곗거리를 찾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여러분도 공부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뇌가 공부에 더 최적화되도록 꾸준히 집중하고 노력해보세요. 우리 뇌는 재능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공부는 틀리지 않았다_ 사오TV

by 미스터신 2024. 4. 27. 1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