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인드 가져야

 

'어릴 때 아이가 돈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게 하면 '경제 마인드'가 생긴다. 아이가 커서 생활현장에서 합리적인 결정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약한 면을 보인다. 그건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상업적인 것을 폄하하고 감춰 왔다.

 

'커서 장사를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지 않은가. 부모들이 '내 자녀는 돈을 모르고 자라야 순수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돈에 대한 관심을 철저히 배제하는 가정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성인이 되었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00원, 2000원짜리 주식을 사는 사람들

 

펀드매니저로 일할 때부터 수많은 주식투자가들을 접해 봤는데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주식을 살 때 싼 것을 선택한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1000원, 2000원짜리만 산다. 우리나라 주식투자가 중 대부분은 평생 한 주에 10만원 이상 하는 주식을 사본 경험이 없다. 가치지향적이 아니라 단순비교를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장사가 잘 되는 허름한 라면집과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속 없는 피자집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집을 선택해야 할까? 1000억짜리 건물의 연간 임대수익이 10억 원이고, 10억 원짜리 건물의 연간 임대수익이 1억 원이라면 어떤 건물을 사야 하겠는가?

 

당연히 허름한 라면집과 10억 원짜리 건물을 사야 한다. 하지만 피자집과 1000억 원짜리 건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녀가 올바른 경제 마인드를 갖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길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돈은 필요한 것이고 소중한 것임을 교육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일이다. 돈을 벌면 자본주의의 승차요금인 세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승차요금을 낼 수 없다. 무임승차를 하고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 내는 행위는 애국하는 일이다'

 

자녀들과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눠야 한다. 자본주의 꽃이라는 주식, 채권, 재테크 등을 통해 돈 버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생활 속에서 경제를 얘기해야

 

나는 세 자녀(고1, 중2, 초2)를 두고 있다. 자녀들에게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경제교육을 하지 않는다. 평상시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 준다.

 

자녀들과 자동차에 관해 이런 얘기를 나눴다.

'외관상 디자인이 똑같은데 A차는 1000만 원, B차는 3000만 원이면 어떤 자동차를 사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디자인이 똑같다면 1000만 원짜리 A차를 사겠다'고 말했다.

 

'B차가 A차보다 다섯 배 오래 쓸 수 있고, A차는 휘발유가 더 많이 든다면 어떤 걸 살래?'

 

이런 전제들을 하나씩 제시하면 아이들은 이모저모 따져 보게 된다. 이런 질문은 가치지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조금씩 주식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가 이해를 못 해도 주식과 관련된 얘기를 들려주다 보면 흥미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인터넷과 게임에 관심이 많으니 그 얘기부터 시작했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니? 게임은 많이 하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아빠는 게임도 안 하면서 왜 게임에 대해서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많이 쓰면 많이 팔린다는 것이고, 많이 팔리면 회사가 좋아지고, 회사가 좋아지면 주가가 오르겠구나. 그래서 아빠가 물어보는구나'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두 번 이해하고 그치면 학습효과가 떨어지니 가끔 되풀이하여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러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유도하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나는 아이들과 슈퍼마켓에 가서 요구르트를 고를 때면 일부러 아이에게 '판매원에게 가서 어떤 게 잘 팔리는지 물어보고 오라'고 시킨다. 아이가 '왜 물어봐요?'라고 하면 '요구르트가 많이 팔리면 그 회사가 좋아질 수도 있잖아. 주가가 오를 수 있잖아'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단순히 요구르트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팔리는 물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라면을 먹을 때도 '무슨 라면이야?'라고 물어보는 게 경제공부다. '신라면'이라고 답하면 '농심에서 만든 거구나'라고 말해 브랜드를 익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라면 하나만 갖고도 자녀와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이 '앞으로 이 라면이 계속 잘 팔릴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라면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사물에 대해 미래까지 생각하게 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된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의 사고가 복합적으로 변해

 

몇 년 전 삐삐와 시티폰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얘기와 연계하면 아이들이 물건을 볼 때 앞으로 계속될 제품인지 아닌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도 '검색광고가 앞으로 5년 후에도 계속될까? 지금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계속될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mp3와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할지, 아니면 없어질지에 대한 얘기를 먼저 나누었는데,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아이들은 'mp3와 디카가 아주 편리하고 쓸모가 있어서 계속 팔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

 

디카 하나를 갖고도 여러 가지 판단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디카를 사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디카 사업을 할까, 디카 관련 주식을 살까 등. 디카 얘기를 하다 보면 필름 가게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대화를 나눌 때,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물건을 화제로 삼는 게 좋다. 아이들에게 어느 회사의 휴대전화와 디카를 사용하는지 물어봤더니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디카는 롯데 캐논을 많이 쓴다는 대답이 나왔다. 디카는 진입의 장벽을 설명하기 좋은 제품이다.

 

'아빠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겠다. 애니콜이 많이 팔리는 데다 디카 속에 플래시 메모리가 많이 들어 있으니까 삼성전자가 돈을 벌겠네. 디카가 인기 있으니까 많은 회사들이 만들잖아. 디카를 사는 사람은 많아도 파는 회사가 많으면 경쟁만 치열해지지. 그러면 주가는 안 올라. 디카 회사가 너무 많으니 디카 회사보다는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휴대전화를 놓고 배터리 제조회사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를 확대해 나가면 아이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건만이 아닌, 부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게 확대되면 어떤 현상에 대한 이면까지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경제교육에 어머니가 나서야

 

물건뿐만 아니라 영화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많이 본다는데 영화를 제작한 회사만이 아니라 배급하는 회사도 돈을 번다. 무엇을 만드는 회사만 생각하지 말고 판매하는 회사도 생각해 봐'

 

아이들은 영화배급사가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아이들과 다양한 대화를 하며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혀 줄 수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살 때 사방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속속 들어서는 아파트를 보면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면 어떤 회사가 좋을까?'

아이들은 '아파트 회사가 좋겠네요'라고 말하더니 곧이어 '철근, 시멘트, 페인트 회사도 좋아지겠네요'라는 데까지 생각을 확대했다.

 

아파트 하나만 놓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길이 막히겠네'로 끝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멘트, 철근, 페인트가 잘 팔리겠다'로 연결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면 '아파트를 다 지으면 시멘트는 더 이상 안 팔리지만 도시가스는 계속 쓰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제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삶 속에서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육은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어머니들이 담당해야 한다. 자녀들과 대화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경제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투자가 피터 린치는 늘 부인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부인이 슈퍼마켓에 다녀와서 무슨 물건이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피터 린치는 그 주식을 샀다고 한다.

 

회사의 회장은 슈퍼마켓에 잘 가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매일 가는 일반 직원들이 남의 제품과 자기 회사의 제품을 밑바닥부터 알고 있다. 의사결정 통로만 원활하다면 회장은 직원들에게서 정보를 듣게 되고, 그런 직원을 통해서 좋은 회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삶 속에서 누가 좀더 관심 있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주식투자가나 사업가뿐만 아니라 유능한 직원, 유능한 국민을 만드는 차원에서도 경제 교육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우리 국민이 경제적인 마인드로 무장되면 유태인처럼 강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도외시되는 국가는 사상누각이 된다. 돈을 벌어도 잘못된 결정, 불합리한 투자로 잃어버릴 수 있다.

 

내가 어릴 때에는 부모로부터 경제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요즘도 자녀에게 경제 얘기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해 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입국 위해 금융고, 경제고 세워야

 

우리나라에는 현재 과학고등학교가 많은데 과학입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금융입국이라는 것을 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이제 금융고, 경제고를 세워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 금융입국을 위해 금융교육 시스템이 탄생될 때가 왔다.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여름방학 때 금융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금 우리나라 아이들은 영어를 익히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방학 때에는 각종 캠프에 가서 즐기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반드시 금융교육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 그것을 토대로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화되면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진다. 중국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제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조업으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중국이 발전하면 우리는 금융으로 접근하면 된다. 중국의 우량기업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경제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사고의 접근을 통해서 다양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일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월간조선(2005년 11월)

 

강방천의 투자이야기

by 미스터신 2020. 5. 26. 08:39

매일 공부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독서입니다. 그만큼 중요한데도 학원 다니랴, 숙제하랴 책 읽는 시간은 뒷전일 때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많은 초등 부모가 "독서를 많이 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학원 다니면서 숙제하고 문제집 풀 시간도 없는데 독서를 그렇게 꼬박꼬박 하기는 어려워요." 하고 하소연합니다.

 

직언을 드리자면 독서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이라면 그건 지금 아이의 일정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독서 할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고민은 중학교 이후에 할 수는 있어도 아직은 아닙니다. 수치화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교실에 만났던 많은 학생의 경우를 되짚어 큰 틀에서의 결론을 내려본다면 그들의 입시 성적을 결정지은 건 초등학교 때의 성적이 아니라 '독서'였습니다.

 

초등 시절 올백을 맞지 못했지만 꾸준히 폭넓은 독서를 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암기에 능하고 독서를 소홀히 했던 아이들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선배 선생님들이 자녀에게 신경 써서 독서를 시키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보기도 했고요.

 

초등 아이의 성적을 신경 쓰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역시 독서입니다. 독서 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숙제와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10년이 넘는 오랜 학창 시절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힘, 사교육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길러진 논리적 사고력으로 고된 입시를 준비해나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집중력, 어휘력을 키우고 사회, 과학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일, 상식을 넓히는 일은 독서의 기능 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뇌 성장이 가장 활발하고 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초등 시절의 독서는 평생을 사용할 두뇌의 힘과 범위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뇌의 용량과 폭넓은 사고력은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갖게 되는 직업 현장에서도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는 힘이 됩니다.

 

그럼 이제 우리 아이의 매일의 독서 습관을 잡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볼게요.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매일 실천으로 옮겨보세요.

 

초등 독서 적정 시간

 

학년과 상관없이 초등학생들이 매일 해야 하는 독서의 최소 시간은 30분입니다. 그 이상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는 일이 공부, 의무, 숙제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주말이나 방학, 여행, 명절에도 30분 독서를 유지하면 좋습니다. 아직 책 읽는 습관이 자리잡히지 않아 30분 독서를 힘겨워하는 경우라면 평일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평일만큼은 30분 이상의 독서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규칙으로 정하고 습관이 잡힐 때까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주세요.

 

아직 읽기 독립이 되지 않았다면 30분 동안 책을 읽어주고,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혼자 집중해서 30분씩 읽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지루해하고 그만 읽고 싶어하는 아이를 설득하고 혼내기도 하며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늘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도 스마트폰 게임과 텔레비전 시청의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하려고 하니까요.

 

방과후의 일정에 따라 시간의 여유가 있는 날이 있고 아닌 날도 있을 거예요. 일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최소 30분, 혹은 한 시간 이상의 독서 시간을 미리 확보해두세요. 짬이 날 때마다 학교 도서관, 지역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습관을 갖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도서관에 데려갔더니 오히려 만화책 보는 습관만 생겼다며 도서관을 흉가 보듯 멀찍이 피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만화책이라도 읽으며 도서관의 분위기에 적응해가면서 천천히 글 책도 한 권씩 읽기로 약속하면서 습관을 잡아주세요. 재미있게 잘 읽고 있는 책은 등교할 때 챙겨 보내주세요.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개별 과제가 끝나면 독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매일 30분의 독서 시간은 충분히 확보된답니다.

 

초등 매일 공부의 힘_ 이은경 교사

by 미스터신 2020. 5. 21. 14:43

초보자들이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좌절을 느끼는 순간은 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완전 초반이다. 처음 1킬로미터가 생각보다 상당히 힘들다. 숨도 많이 차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순간이 달리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건 아니다. 이 힘든 시기를 조금만 참고 더 달리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마라톤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실제로 달려보면 힘든 순간을 지나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을 수 있다. 그때가 바로 힘든 시기를 무사히 지나는 순간이 된다.

 

한마디로 달리기는 정신력으로 몸을 바꾸는 운동이다. 힘들어도 꾸준히 달리다 보면 심장과 허파의 기능이 내 몸의 운동을 충분히 받쳐줄 수 있게 바뀐다.

 

실제로 달리기를 시작한 초반에 심박 수를 재보면 수치가 높다. 그런데 한창 뛰고 있는 도중에 다시 심박 수를 재보면 그렇게 높지 않다. 달리는 데 필요한 산소 등의 요소들이 이미 충분히 제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혈액 순환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심장이 무리해서 몸 여기저기에 피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전문가가 드는 예인데, 풍선을 분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처음 풍선을 불 때는 잘 부풀지 않는다. 정말 세게 힘을 주어 불어야 바람이 겨우 조금 들어간다. 이렇게 몇 번 불다 보면 어느 정도 풍선이 부풀고 그제야 바람을 불어넣는 게 한결 수월해진다. 우리 몸과 폐도 마찬가지다. 풍선을 부는 것처럼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땐 힘든 게 당연하다. 1~2킬로미터는 뛰어야 어느 정도 바람이 들어간 풍선처럼 몸도 유연하게 바뀐다. 그 시간이 지나야만 전보다 덜 힘든 상태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심장과 폐도 제대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다만 풍선을 계속 불면 터져버리는 것처럼 달릴만하다고 해서 계속 더 속도를 내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갑자기 무리한 연습은 금물이다.

 

오래 달리다 보면 다리 근육도 바뀐다. 오래 달릴 수 있는 근육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원래 사람의 몸은 가만히 있어도 세포들이 죽고 없어지고 또 새롭게 생기곤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래 달리기를 계속하면 원래 잘 뛰지 못했던 근육이 장거리 달리기를 해도 끄떡없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인체의 신비란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간혹 달리기와 관련해 흔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 무릎이 상할까 봐 달리기를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다. 의사 입장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요즘 사람들의 무릎은 오히려 너무 안 써서 상하는 것이다. 무릎을 보호하겠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무릎을 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적당히 쓰고 달리는 정도의 충격을 주어야 더 튼튼해지는 게 무릎이다. 물론 너무 무리하면 무릎도 상하겠지만, 천천히 달리기 정도의 운동으로 상하는 건 아니니 걱정 말고 달려도 된다.

 

달리기가 우리 몸에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정말 중요한데도 사람들이 많이 놓치고 사는 것, 바로 '우울'이다. 달리기는 우울한 마음도 건강하게 바꾸어놓는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 중 10%가 우울증이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전체를 3억 명이라고 봤을 때 무려 3,000만 명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우리나라도 이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선진국에서 인생의 행복도를 보면 20는 높고, 30대와 40대는 점점 낮아진다. 그러다 50대와 60대가 되면 다시 높아진다. 전형적인 V 라인이다. 일도 많이 하고 가정을 꾸린 뒤 육아도 해야 하는 3,40대의 삶이 제일 힘겹게 느껴지다가, 나이가 들수록 평온하고 편안한 노후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니다. 20대가 그나마 제일 높았다가 30대, 40대, 50대, 60대가 될수록 점점 수치가 낮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만족도가 반비례하는 역슬래시(\) 라인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데도 힘든 시간이 계속 쌓이기만 한다. 행복보다 불행지수가 너무 높은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자살률, 특히 노인 자살률도 우리나라가 1위인 것이다.

 

달리기가 이 모든 우울과 불행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달리기 인구가 느는 것도 달리기가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원래 달리는 동물인데, 삶이 힘들어진 데다 더 이상 달리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더 우울하고 몸이 아픈 것일 수도 있다.

 

'러너스 월드' 객원 편집기자인 스콧 더글러스는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라는 책에서 달리기가 어떻게 우울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려준다.

 

우울증의 전형적인 특징은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삶의 낙이 없어'처럼 자기 패배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임상심리사이자 러너인 브라이언 배시 박사에 따르면, 달리기는 이러한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달리기로부터 얻게 되는 커다란 심리적 이점 중 하나는 자아존중감의 향상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는 것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좋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콧 더글라스는 이러한 배시 박사의 말을 실제로 겪어 본 사람이다. 그는 기분이 불완전한 기분부전장애와 만성 우울증을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앓아왔다. 10대 시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는 등 쾌락을 추구해도 나아지지 않던 그의 기분이 달리기를 하며 점차 극복 가능한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달리기 덕분에 그는 정신적, 신체적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30분 만에 긍정적이고 열의에 찬 행복한 기분을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지난 20여 년간 우울증 치료를 위한 잠재적 방법으로 운동에 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에 운동이 항우울제만큼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 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은 대부분 유산소 운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를 내가 계속 추천하는 이유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by 미스터신 2020. 4. 11. 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