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지능을 어떻게 발달시킬까?

 

공부지능을 개발하려면 뇌를 반복적으로 자극해 뇌의 기본 단위인 뉴런과 뉴런을 연결해주는 시냅스를 활성화시켜야 한다. 하지만 뇌는 동시에 여러 기능이 발달하지 않는다. 즉, 아이의 언어능력, 사회성, 정서지능, 집중력, 감정표현능력 등이 전부 동시에 발달하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발달한다. 이는 뇌가 영역별로 서로 다른 기능을 담당하고, 각 영역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가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

 

뇌가 한꺼번에 발달하지 않고, 순차적으로 발달한다는 것은 이미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었다. 특히 공부지능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IQ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그중에서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아이들을 교육할 때 자주 참조하는 내용이 '피아제의 인지발달 이론'이다.

 

스위스의 심리학자인 피아제는 아이의 지능을 검사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정신적 성숙, 다시 말해 아이의 인지발달이 한꺼번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단계를 거쳐 순서대로 발생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피아제가 정리한 인지발달 단계는 크게 감각운동기, 전조작기, 구체적 조작기, 형식적 조작기로 구분된다. 감각운동기는 0~2세, 전조작기는 2~7세, 구체적 조작기는 6~7세경부터 11~12세, 마지막으로 형식적 조작기는 11~12세부터 성인기 초기까지에 해당한다. 각 단계별로 주로 발달하는 인지능력이 다른데, 이는 뇌가 발달하는 과정과 거의 일치한다.

 

반면 공부지능을 구성하는 또 다른 핵심 요소 EQ의 발달 단계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흡한 편이다. EQ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오랜 기간을 두고 발달할 수 있는 지능이기도 하고, EQ라는 개념이 1990년 미국 예일대 심리학 교수인 피터 샐로비와 뉴햄프셔대 존 메이어 교수에 의해 처음 정의되었기 때문에 충분한 연구를 할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EQ 역시 큰 틀에서 보면 순차적으로 발달한다. 아이는 태어난 후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을 경험하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이해한다. 또한 동생이 태어나거나 유치원에서 또래와 어울리면서 사회성을 키우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살피기도 한다. 이처럼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EQ 또한 발달할 수 있지만 아이 혼자서는 어렵다. 아이들의 EQ는 부모가 어떻게 도와주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난다.

 

뇌와 공부지능은 기본적으로 각 영역별로 발달하는 시기가 다르지만 각 영역이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골고루 발달하기도 한다. 여기서는 피아제의 인지발달 단계를 기준으로 각 단계별로 인지능력뿐만 아니라 EQ, 집중력, 창의력 등의 공부지능이 어떻게 발달하는지를 정리해보았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모든 아이들이 피아제의 4단계에 완벽히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직접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자신이 속한 단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못하거나 배우는 것이 느린 아이, 반대로 훨씬 빨리 배우는 아이를 모두 보았다. 이는 생체연령과 정신연령이 달라 생기는 문제다.

 

이런 아이들은 인지발달 단계에서 예외적인 아이들로, 선생님과 부모가 면밀한 관찰을 통해 아이가 어떤 단계에 속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그런 다음 아이의 단계에 맞는 교육을 해야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고, 더 나아가 공부지능까지 연결해 개발시킬 수 있다.

 

감각운동기(0~2세) : IQ와 EQ, 신체능력 고루 발달

 

감각운동기는 피아제 인지발달의 첫 단계로 0~2세까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뇌가 가장 빠르고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다. 전두엽, 두정엽, 측두엽 등 뇌의 전 영역이 고루 발달하면서 IQ와 EQ의 바탕이 형성되기 시작하는 때이기도 하다. IQ와 EQ는 물론 신체능력도 골고루 발달한다. 이처럼 0~2세까지는 뇌의 어느 한 부분만 발달하는 것이 아니므로 공부지능 전 영역이 고루 발달할 수 있게 도와주어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오감을 자극해 주는 것이다. 이 시기에 일찌감치 한글을 가르치는 부모들도 많은데, 그림책을 보여만 주기보다는 읽어주거나 책을 직접 만져보게 하는 등 오감을 모두 활용하면 IQ와 EQ를 동시에 발달시킬 수 있다.

 

특히 생후 18개월 전까지는 신체를 많이 사용하는 체험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경험하도록 해주는 것이 좋다. 감각 기관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고, 다양한 감각을 체험하는 것이 뇌의 발달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물건이나 음식을 빨고, 만지고, 던지는 것을 방해하지 말고, 위험하지 않은 이상 적극적으로 도와주면 아이의 소근육이 성장하고 감각을 사용하는 방법을 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우선 새로운 환경에서 단순한 반사를 한다. 신생아가 입술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빨아대는 '빨기 반사'가 대표적이다. 이미 이 단계의 신생아들도 그들의 반사를 도식화한다. 즉 신생아들이 머리와 입술을 동시에 움직여서 움직임이 엉키지 않도록 행동의 과정을 정한다는 뜻이다. 신생아들은 젖꼭지나 입안에 닿은 물체의 크기에 맞추어서 빨기 반사를 조절하기도 하며, 젖을 찾기 위해 머리와 입술의 움직임을 조정하고, 심지어 젖병이 입에 닿기 직전에 미리 이를 예측하여 입을 벌리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이 반사적으로 한 행동을 계속 반복해서 완벽히 익숙해지면 이것을 기초로 의도적으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행동에까지 익숙해진 다음에는 스스로 다양한 행동을 해서 어떤 결과가 나오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다.

 

이렇게 발달한 아이는 대상 영속성 개념을 가진다. 자기 자신을 포함한 모든 사물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서, 엄마가 아이 앞에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면 아이는 두리번거리면서 엄마를 찾는다. 그러다가 엄마가 손을 치우면 엄마가 갑자기 나타난 것으로 생각하고 재미있어하는 반응을 보인다. 이때는 대상 영속성이 아직 발달하지 않아서 엄마의 얼굴이 손으로 가려져도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감각운동기에는 아이를 많이 안아주고 사랑해 주어야 하는데, 이를 심리학 용어로 '애착'이라고 한다. 엄마가 아이를 보고 행복해하고, 아이가 웃으면 함께 웃고, 엄마의 체온을 느끼게 하는 행동은 훗날 아이의 언어능력과 정서적 안정, 대인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모유를 먹고 자란 아이가 분유를 먹고 자란 아이보다 지능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많은데, 이는 모유와 분유의 성분 차이보다는 엄마와의 신체적 접촉을 통한 안정감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분유를 먹이더라도 아이를 품에 꼭 안고 눈을 맞추면서 충분한 교감을 나누면, 모유를 먹은 아이들 못지않게 지능이 발달할 수 있다.

 

부모뿐만 아니라 가족 구성원 모두가 아이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주고, 가능한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사람과 교감하면서 언어를 배우고 다양한 종류의 시각적, 청각적 자극을 통해서 사회성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IQ는 물론 EQ가 동시에 발달하는 셈이다.

 

뇌는 심리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발달한다. 긴장이 심하면 뇌가 쪼그라들어 활성화하기 힘들다. 따라서 아이들의 심리 상태를 편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럴수록 뇌가 편해져서 정서적으로는 물론 인지능력을 발달시키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전조작기(2~7세) : 언어가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

 

피아제의 인지발달 두 번째 단계인 전조작기는 약 2~7세에 해당하는 시기다. 뇌의 발달 측면에서 보면 측두엽과 후두엽이 가장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앞서 말했듯이 측두엽은 언어능력을 담당하고 후두엽은 시각 정보처리를 담당한다. 즉 언어능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여서 이때 다양한 언어를 반복적으로 접하게 도와주면 아이가 빠르고 쉽게 언어를 배울 수 있다.

 

부모의 관심과 사랑은 전조작기에 들어선 이후에도 여전히 IQ와 EQ를 동시에 개발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가 본격적으로 말을 배울 때 부모가 아이들에게 말을 자주 걸고 아이가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고 반응하면, 아이의 언어능력이 발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존감도 높아진다. 부모의 사랑과 관심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느낌이 아이로 하여금 긍정적인 자아를 갖게 한다.

 

측두엽과 함께 시각 정보를 담당하는 후두엽도 활발하게 발달하므로 다양한 시각 자료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말을 가르칠 때 동물 그림을 활용하면 훨씬 빨리 언어를 익힐 수 있고, 측두엽과 후두엽이 자극을 받아 더욱 발달할 수 있다.

 

동화책 읽어주기도 언어능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엄마가 읽어주는 것이 좋은데, 이는 아이가 엄마의 목소리에서 심리적 안정을 느끼기 때문이다.

 

전조작기는 2~4세의 '전개념적 사고 단계'와 4~7세의 '직관적 사고 단계'로 나뉜다. 4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토끼가 무엇인지 아니?"하고 물으면 대부분 '털이 하얘요', '귀가 길어요'등 토끼의 모습을 묘사하는 대답을 하지, '토끼는 동물의 한 종류예요' 같이 토끼의 개념을 언어적으로 말하는 것은 어려워한다. 이 무렵 아이들은 보통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이미지에 집중하는 전개념적 사고를 하기 때문이다. 전개념적 사고 단계에서는 시각적인 교구나 책이 지능발달에 효과적이고, 4~7세의 직관적 사고 단계에서는 일정한 줄거리를 담고 있는 책들이 도움이 된다. 만일 우리 아이가 4세인데 전개념적 사고를 넘어 6세의 직관적 사고를 한다면 신체연령은 4세지만 정신연령은 6세라고 볼 수 있으므로 6세에 맞는 지적 자극을 주어야 한다. 그래서 부모의 세심한 관찰을 통해 정신연령에 맞는 훈련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시중에는 많은 종류의 시각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책과 교구재 등이 있다. 이를 적극 활용하면 공간지각능력, 집중력, 단기기억력 등의 동작성 지능이 효과적으로 발달한다. 가베, 팩토, 오르다 등이 대표적인 교구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책도 난이도에 따라 수준을 분류한 것을 선택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언어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 미국에서는 아동 도서의 난이도를 매우 정밀하게 분류한다. 책에 쓰인 내용과 단어의 난이도, 문장의 길이 등을 기준으로 평가하여 아이의 영어 독서능력 수준을 측정할 수 있는 '렉사일 지수', 'AR지수', 'RL지수' 등으로 구분한다. 특히 미국의 아동 전문 출판사 스콜라틱스의 책은 지수에 맞게 난이도를 높혀 가며 읽히면 언어성을 키워주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지수를 사용하지 않지만 아동 전문 출판사인 교원이 발달 단계와 읽기 수준에 따라 분류한 책들을 출간하고 있다. 같은 제목의 동화책이더라도 5세, 7세, 10세 연령별 눈높이에 맞춰 재구성하였는데, 이는 책의 난이도를 고려하였다는 뜻이다.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선정할 때도 아이의 선체연령이 아닌 정신연령에 맞는 책을 골라주는 것이 좋다.

 

구체적 조작기(6~12세) : IQ 전 영역과 집중력 발달 시기

 

구체적 조작기는 6~7세부터 11~12세까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 6년이 바로 이 시기에 속한다. 또 '생각하는 뇌'라고 불리는 전두엽과 전두엽 중에서도 가장 앞부분에 있는 전전두엽이 활발하게 발달하는 시기다. 공부지능 중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IQ와 EQ는 이 전전두엽, 전두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초등학교 6년이 공부지능을 개발하는 최적의 시기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부지능의 부가적인 요소인 집중력도 만 6세 이후부터 발달하기 시작한다.

 

이 시기 아이들은 인지적, 논리적인 면에서 매우 극적인 변화를 겪는다. 전 단계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형태가 변해도 양과 부피는 보존된다'는 사실을 이해한다. 따라서 아이들은 눈에 보이는 사물의 특징을 넘어서 물체들을 색깔과 형태에 따라 상위 항목과 하위 항목으로 분류할 수 있다. 크기나 무게에 따라 순서대로 배열할 수 있으며 논리적인 추론도 가능하다. 하지만 이 시기 아이들의 논리적 사고는 자신의 경험과 많이 관련되어 있어서 성인처럼 추상적인 내용을 추리하지는 못한다. 만약 신체연령이 5세인데도 논리적인 추론을 할 수 있다면 그 아이의 정신연령은 5세가 아니다. 구체적 조작기에 이미 도달하였기 때문에 그 때에 맞는 교육을 시켜야 적기 교육인 것이다.

 

10세 이상인 아이의 뇌는 반복적인 행동을 했을 때 시냅스가 발달하고 정교해지기 때문에 이 시기에는 특히 적기를 잘 생각해서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나는 특히 이 시기에 수학과 국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수학과 국어 공부를 통해서 구체적 조작기의 뇌를 매우 정교하게 발달시킬 수 있다.

 

단, 구체적 조작기에는 생체연령과 정신연령을 동일시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전조작기까지는 생체연령과 정신연령의 차이가 크지 않다. 하지만 구체적 조작기에 접어들면 뇌의 기능이 폭발적으로 개발되어 같은 나이라도 정신연령이 크게 차이 날 수 있다. 아이의 생체연령은 8세지만 정신연령은 다를 수 있으므로 내 아이의 정신연령이 몇 세인지를 찾아내는 일도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난이도에 따라 분류된 교재나 교구 중에서 아이가 다소 힘들어하는 부분을 찾거나 정기적인 지능검사를 통해 아이의 정신연령을 파악하는 것이 좋다. 만일 아이의 수준보다 쉬운 책을 반복해서 읽어준다면 적기에 지능이 발달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게 된다.

 

나는 연구소에서 초등학생들을 가르칠 때, 공부지능의 발달을 돕기 위해 독일에서 개발된 '루크'를 사용한다. 이 프로그램은 언어성과 동작성, 집중력을 골고루 개발할 수 있는 뇌 과학에 기반을 둔 프로그램이다. 연산력과 작업기억력을 발달시키기 위해서는 서울교대 배종수 교수가 개발한 18단계로 이루어진 '머리셈 교재'를 함께 활용한다. 기억력과 집중력을 함께 키워주기 위해 뇌가소성 이론을 근간으로 개발된 '브레인 HQ 프로그램'도 사용한다.

 

다시 강조하지만 구체적 조작기는 아이들의 지능이 매우 급속도로 발달하는 시기다. 이때 얼마만큼 지능을 발달시키느냐에 따라 이후 추상적이고 고차원적인 사고가 얼마나 가능하느냐가 판가름나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적으로 지능을 개발해야 한다.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 약 6~9년 동안 그때그때 적기에 맞는 책, 교구, 교재 등을 활용하면 유전적으로 타고난 지능을 강화하거나 부족한 부분을 충분히 보완할 수 있다.

 

형식적 조작기(11~18세) : 논리적 추리력 발달 시기

 

형식적 조작기는 파이제 인지발달의 마지막 단계로, 11~12세경부터 성인기 초기까지 계속된다. 사춘기에 접어들면서 아이들의 사고는 성인들처럼 발달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특징이 추상적인 내용으로 논리적인 추리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때부터는 '여기, 그리고 지금'의 상황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다.

 

한 아이가 울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상황을 보고 구체적 조작기의 아이는 '나도 예전에 넘어져 운 적이 있어. 아마 저 아이도 넘어져서 우는 걸 거야'라고 생각한다. 반면 형식적 조작기의 아이는 '배를 잡고 우는 것을 보니 배가 아픈가 봐', '큰 아이가 들고 있는 장난감을 보면서 우는 것을 보니 장난감을 빼앗겼을 거야' 등 자신의 경험과 상관없는 추리도 할 수 있다. 형식적 조작기의 아이는 명제를 이해할 수 있어 성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인지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 역시 생체연령으로 발달단계를 규정해서는 안 된다. 요즘은 특히 생체연령은 구체적 조작기에 해당하는데 정신연령이 형식적 조작기 수준인 아이들이 많다. 피아제가 인지발달 단계를 연구했을 때보다 뇌와 인지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 더 발달하기도 했고, 충분한 영양 공급, 조기교육, 교육기관의 발달, 교수방법의 발달, 교육열 증가로 인해 아이들의 정신연령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언어교육에 있어 독해력과 어휘력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공부는 구체적 조작기에 맞는 학습이고,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공부는 형식적 조작기에 하는 것이 좋다. 수학에서도 11세까지는 연산이나 계통 수학 개념 위주의 공부가 수학적 사고력과 지능 개발에 도움이 되고, 사고력 수학이나 문제해결력을 요구하는 심화 문제는 고학년이 되어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종종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심화 문제를 풀고 사고력 수학을 재미있어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아이의 지능을 검사해 보면 상위 2퍼센트 이내인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신연령으로 보면 6학년 수준인 셈이다. 이 아이의 경우 신체연령은 구체적 조작기이지만 정신연령은 형식적 조작기이기 때문에 사고력 수학을 공부해도 적기 교육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연령이 형식적 조작기에 미치지 않는 아이들이 심화 문제와 사고력 수학을 한다면 별 효과가 없는 수준의 학습이 되고 만다.

 

이처럼 생체연령과 정신연령이 다른 경우가 많으므로 생체연령의 기준에 연연해하지 말고 정신연령을 기준으로 내 아이에게 맞는 수준의 교육을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래야 뇌를 최대한 발달시켜 공부지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다.

 

뇌는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한다

 

공부지능은 분명 타고나는 부분이 있다. 그럼에도 후천적인 노력으로 충분히 공부지능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하는 근거는 바로 '뇌가소성'에 있다. 뇌가소성이란 뇌는 성장을 다하면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라 환경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것을 말한다. 즉, 예전에는 뇌를 구성하는 뇌세포가 죽으면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했지만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학습이나 환경에 따라 뇌세포가 계속 성장하거나 쇠퇴한다는 것이 밝혀졌다.

 

물론 뇌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생각보다 많은 부분이 완성되어 있다. 뇌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던 과거에는 아이의 뇌를 새하얀 도화지와 같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아이의 지능이 타고나기보다 태어난 이후 부모와 환경에 따라 변화한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과학의 발달에 힘입어 뇌의 구조가 알려지면서 아이의 뇌가 하얀 도화지가 아니라 처음부터 많은 것이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는 신경세포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뉴런은 임신 6개월 때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해 아이가 태어날 때는 1000억 개 가량이 완성된다. 이는 성인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개수다. 즉, 신생아의 뇌와 성인의 뇌는 적어도 기본 구조에서만큼은 큰 차이가 없다고 봐야 한다. 결국 아이는 텅 빈 도화지 같은 뇌가 아니라 이미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화지 같은 뇌를 가지고 태어난다고 보는 것이 많은 사람의 견해다. 공부지능이 반은 타고난다고 보는 근거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태어날 때 이미 뇌가 꽤 정교한 밑그림을 갖춘 상태라면, 부모가 그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어도 뇌가 알아서 발달할까? 밑그림이 아무리 정교해도 그 자체가 완성된 그림은 아니다. 태어날 때 뉴런의 개수가 성인과 비슷하다고 해서 태어나자마자 성인처럼 유창하게 말을 하거나 일어나 걸을 수 없는 것과 같다.

 

뉴런은 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신경세포지만 뉴런만으로 뇌가 발달하지는 않는다. 뉴런이 뇌의 기본적인 성능을 결정한다면, 세밀하고 치밀한 행동은 뇌에 있는 뉴런들을 이어 주는 시냅스의 수에 따라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시냅스는 생후 4개월까지 급속하게 늘어나며, 다양한 경험을 하면 시냅스의 수가 많아진다. 아이가 생후 한 살이 지나면 뇌에서 쓰지 않는 시냅스를 없애기 시작하는데 이를 '가지치기'라고 한다. 시냅스가 많을수록 뇌가 할 수 있는 능력도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시냅스 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니다.

 

가지치기는 시냅스를 만드는 일만큼이나 중요하다. 쓰지 않는 시냅스를 버리는 일은 아이의 뇌가 중요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구분해서 선택한다는 뜻이다. 컴퓨터와 달리 뇌는 환경에서 중요한 것을 골라 스스로 발전하고 변화한다.

 

결국 뇌는 비교적 정교한 밑그림이 그려져 있는 도화지와도 같지만 그 밑그림을 어떻게 발전시키는가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적절한 시기에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극을 주면 아이의 뇌는 좋은 방향으로 눈부시게 발전할 것이다. 반대로 꼭 필요한 시기에 제대로 좋은 자극을 주지 않으면 아이는 밑그림 단계에서 머물 수도 있다. 자극을 받더라도 스트레스나 상처와 같은 부정적인 자극을 받으면 EQ에 치명적인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뇌가소성을 이해한다면 반복과 강화를 통해서 뇌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수학에서의 연산, 어휘 학습, 암기 훈련 등이 뇌를 효과적으로 발달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즉, 반복하기 좋은 교육이 빨리 그리고 효과적으로 지능을 발달시킨다.

 

사고력 수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얘기를 많이 하는데, 그것은 중학교 이상인 아이들에게나 가능한 얘기다. 적어도 초등학교때까지는 뇌를 발달시키는 데 사고력 수학보다는 연산이 효과적이다. 언어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단어를 많이 외우는 것이 지능을 개발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글쓰기와 같이 표현하는 훈련은 중고등학교 이후에 하는 것이 좋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논술교육 역시 중학교 이후에 하는 편이 더 효과적이다.

 

이처럼 아이의 뇌는 어떤 자극을 주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발달할 수 있다. 뇌가소성을 이해하고 적기에 적절한 자극을 줄 수 있도록 부모가 도움을 주어야 한다.

 

초등 6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드는 최적의 시기

 

공부지능 개발의 적기는 초등학교 6년이라 보면 된다. 조금 더 넓게 잡으면 3~4세 유치원에 다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도 포함되지만, 적기를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이라 본다면 초등학교 6년이라 할 수 있다.

 

나는 공부지능을 기반으로 한 학습으로 초등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랫동안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공부지능은 타고나는 요인이 분명 있지만 교육과 훈련을 통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곤 한다.

 

내가 진행하는 공부지능 기반 학습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공부지능 중 강점 지능과 약점 지능을 파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그런 다음 나아가 기준이 아닌 아이의 공부지능에 맞춰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끼리 묶는다. 그리고 각 집단마다 현재 수준에 맞는 난이도와 진도를 설계해 수업을 진행한다.

 

보통 강점과 약점을 이야기할 때 약점을 보완하기보다 강점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성인에 국한된 이야기다. 자기계발할 시간도 많지 않고, 능력을 더 발전시키려 해도 개발 적기가 지나 효과가 미미할 때는 약점보다 강점에 집중하는 것이 성과를 내는 데 유리하다.

 

아이들의 공부지능을 효과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적기에는 어느 한두 가지 두각을 나타내는 능력에만 집중해서는 곤란하다. 여러 공부지능 중 강점 지능은 더욱 강화하고, 약점 지능은 보완하려는 노력을 병행해 각 부분별 지능 간에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 공부지능 개발 적기는 충분히 긴 시간이므로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서 조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 시기에는 오히려 IQ, EQ, 집중력, 창의력 이 4가지 영역을 골고루 개발시키는 데 방점을 두어야 한다.

 

초등학교 때 어떤 지능이 강점이고 약점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아이들의 잠재력이 무한한다. 그래서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두고 공부지능을 개발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언어에 대한 가능성을 개발해 독해력을 키우거나 잠재해 있는 연산 능력을 끄집어 내어 어려운 수학 문제를 척척 풀 수 있을 정도로 연산력과 추론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모든 노력들이 공부지능을 높여 주고, 스스로도 공부를 잘 할 수 있는 아이를 만든다.

 

아이의 공부지능_ 민성원

by 미스터신 2018. 1. 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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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뇌는 3층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호흡, 체온 등 생명 유지를 담당하는 뇌간이 1층에, 희로애락의 감정과 욕구를 담당하는 변연계가 2층에 자리 잡고, 마지막으로 3층에는 생각하고 판단하며 충동을 조절하는 대뇌피질이 있습니다.

 

어미 몸에서 나오기 전에 생명의 1층을 지은 아이는 15~20년 동안 감정의 2층을 짓습니다. 1층과 2층이 튼튼하게 지어진 다음에야 지성의 3층이 견고하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 1층과 2층을 부실하게 짓거나 아예 짓지도 않고 성급하게 3층만 거대하게 쌓으려고 하니, 어느 순간 집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입니다.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지적 자극을 들어붓는 것은 플라스틱 골조 위에 집을 세우는 것과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빙자해 우리 아이들을 바닥없는 집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100세까지 행복하려면 정서의 튼튼한 기둥을 세워야 하는 어린 시절 10년을 정말 잘 보내야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속담이 있지만 이 경우는 시작이 90%입니다. 20%의 사람들이 80%의 사람들을 먹여 살린다는 파레토 법칙을 양육에 적용하면, 어린 시절 10년이 이후 90년의 성공과 행복을 좌우합니다. 여기서 10년을 잘 보낸다는 것은 절대로 지적 자극 얘기가 아닙니다. 정서적 안정이 최우선 입니다. 아니, 정서적 안정이 전부입니다. 열 살까지는 스스로 책을 읽고 싶도록 해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 외에 공부를 지나치게 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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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설명했듯이 아기의 뇌는 태어난 후 3년에 걸쳐 완성된다. 왜 아기는 엄마 배 속에서 뇌를 완성해서 태어나지 않을까. 완전한 상태로 태어나려면 뇌가 너무 커져서 엄마의 좁은 자궁을 빠져나오기 힘들기 때문이다. 기본적인 구조와 기능만 갖추어 태어난 아기의 뇌는 태어난 후 환경에 맞게 재정렬하면서 급성장한다. 그 집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거기에 자신의 뇌를 맞춘다. 엄마를 엄마로 알고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며 자기가 어떤 집안의 사람으로 태어났는지 정체감을 갖추기까지 최소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태어나서 3년, 출산은 계속된다.

 

이 시기에 아기가 부모와 세상에 뇌를 맞추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하고 보호해주는 대상이 필요하다. 따라서 어린이집 같은 공동 양육시설에 3세 이전 아이를 너무 오래 두어서는 안 된다. 공동 양육 시설은 내 아이에게만 사랑을 주는 곳이 아니라 많은 아이에게 평균적인 주의를 기울이기 때문이다. 보육교사가 내 아이에게 주의를 기울이는 시간은 고작 8분이라니 즉 572분 동안 아이는 혼자다. 밤 10시까지 시설에 맡겨진 3세 이하 아이는 천천히 병에 걸리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이를 대상으로 한 시간 투자에는 한 가지 불가피한 속성이 있다. 반드시 그때, 즉 아이가 어렸을 때 제공해야지 나중이 되어서는 거의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결정적 시기라고 한다. 이 시기에 부모의 시간을 제대로 투자받은 아이가 온전하게 자란다. 결정적 시기에 만난 사람들은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는데, 아이에게 엄마는 첫사랑이 되고 엄마에게 아이는 이상형이 된다. 발달심리학자 로렌츠가 발견한 각인이 이때 형성되기 때문이다. 로렌츠는 오리가 갓 태어났을 때 어미 오리 대신 자신이 곁에 있었더니 아기 오리들이 자신만 졸졸 따라다니는 것을 보고 이 시기에 양육자에 대한 단단한 심리적 연결 고리가 형성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각인은 세상과의 첫 연결 고리로, 벌거숭이로 태어난 아이가 세상과 처음 접속하는 사건이다. 그러므로 각인이 형성되는 결정적 시기에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아이를 안정되게 키울 수 있다.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면, 생후 3년 동안 충분한 시간을 투자받지 못해 부모를 각인 대상으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20년 동안 임상 경험을 통해 얻은 확신에 찬 주장이다.

 

그렇다면 뇌를 제대로 발달시키기 위해 누워 있어야 하는 인간 아기는 엄마에게 어떻게 각인할까? 생후3~4개월이 지나야 시각이나 청각으로 엄마를 정확하게 알아볼 수 있는데 말이다. 걸을 수 없는 아기가 엄마에게 각인하는 비밀은 바로 엄마 냄새이다. 냄새는 곧 지금 이곳이 안전하다는 신호가 된다. 안전해야 밥을 먹고 안전해야 응가를 볼 것이며 안전해야 책을 읽고 문명을 건설할 수 있다. 그 안전감의 토대가 되는 것이 바로 냄새와 온도이다.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면 집 안에는 부모의 온기와 냄새가 가득 차 있다. 성인이 된 우리는 부모님의 온도와 냄새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엄매 배 속 일정한 온도의 양수 속에서 보호받던 아이는 태어난 후에도 엄마 냄새와 일정한 온도를 통해 보호받는다는 느낌을 계속 가져야 한다. 인간의 태생은 태어난 뒤에도 3년 정도 더 계속 되기 때문이다.

 

호르몬 분비는 몸과 마음의 상태에 따라 변하기 때문에 부모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아이의 몸에서는 행복 호르몬이 분비되지 않거나 억제된다. 친부모가 범죄자라면 더욱더 무관심하고 불친절할 것이며,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나중에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 또 다른 이유이다. 다시 말해 부모의 냄새를 충분히 맡지 못하거나, 부모가 있어도 아이에 대한 사랑이 결여된 나쁜 냄새를 맡은 아이는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사랑의 냄새를 충분히 맡게 해주어야 한다. 그 냄새는 당연히 엄마, 아빠 것이어야 한다. 할머니 냄새는 아이와 50% 적합성을 보인다. 100%의 엄마 냄새로 감정적 안정을 완성하는 데 3년이 걸린다면 50%의 냄새로는 몇 년이 걸릴까?

 

분명히 6년이라는 답을 얻겠지만 정답은 '아무도 모른다'이다. 할머니의 심성과 아이와의 조화로움에 따라 4년이 되기도 하고 8년이 되기도 한다. 하물며 근연도가 전혀 없는 도우미 아주머니의 냄새는 갓난아이에게 총체적 불안감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살아야 하기에 아기는 그 냄새를 저장하고 기억하며 안정을 취해야겠다고 마음먹는다. 문제가 커지는 것은 도우미 아주머니가 3개월, 6개월마다 바뀔 때이다. 아기는 서서히 등대를 놓치고 바다를 표류한다. 매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이쯤 되면 엄마는 직장을 그만두어야 한다.

 

근연도가 50%라도 할머니가 일관되게 키운 아이는 당연히 안정적으로 자란다. 하지만 대부분 할머니가 엄마보다 먼저 돌아가신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아이가 충분히 성숙하기 전에 할머니가 돌아가시거나 같이 살지 못하면 그동안 마음을 맡겼던 대상을 잃으면서 아이는 불안감과 혼란에 빠진다. 대부분 이런 혼란감은 일시적이지만 때로는 심각한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명우의 모든 일은 단 4개월 사이에 일어났다. 엄마는직장을 계속 나가고, 명우가 태어난 후 13년 동안 평화로웠던 집에서 말이다. 하지만 그 평화는 사실 진정한 평화가 아니었을 것이다. 근연도 50%의 할머니 냄새는 아이의 욕구를 100% 충족해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50%의 냄새만으로도 최상의 적응을 해왔지만 그 냄새마저 사라진 뒤 깊이 내재되어 있던 결핍감이 치솟은 것이다. 당연히 결핍감을 해소하는 방법을 모르는 아이는 이 불편한 감정이 싫어 그것을 무조건 없애려 애쓰고, 그 결과 여러 가지 문제 행동을 보였다. 친구들과 게임을 하고 라면을 끓여 먹고 오토바이를 훔치는 동안에는 외로움과 결핍감이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명우를 낳기 전부터 이를 악물고 다닌 19년의 직장 생활은 하루아침에 사직서를 냈다. 그나마 아이가 몽니를 부리는 것은 상황이 좋아질 수 있다는 신호이다. 이것조차 받아주지 않고 거부하면 아이들의 분노로 집 안에는 곧 쓰나미가 몰려온다.

 

결정적인 시기에 할머니에게 각인된 아이는 이후 엄마 곁에 왔을 때 그 냄새가 낯설어 이상하게 엄마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엄마도 결정적인 시기에 아이와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이상하게 정이 가지 않는다. 때마침 둘째를 낳아 엄마가 집에 들어앉으면 둘째에게는 첫째보다 훨씬 더 애정을 갖게 된다. 엄마는 그래도 둘째의 마음을 얻었지만 첫째는 무엇을 얻을까? 하루가 멀다 하고 이유 없이 동생과 비교당한다. 상황을 바꿔보자. 첫째 아이는 엄마가 키웠는데 둘째를 떼어놓았다. 엄마에게는 첫째라도 남았지만 둘째는 결핍감 때문에 평생 피해 의식을 갖고 살아간다. 엄마가 아이들을 모두 할머니 손에 맡겼다면? 엄마는 돈 말고는 남는 것이 없으며 아이들은 서로에게 '왜 태어났니' 하며 노래를 불러준다. 가정 잔혹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부모 없는 아이는 그럼 죽으란 말이냐?'

불행하게도 친부모가 이 세상에 없다면 아기는 말끔하게 그 냄새를 정리하고 자기가 적응해야 할 새로운 사람의 냄새를 정한다. 동물적 본능으로 세상에 없는 냄새는 더 이상 추구하지 않는다. 따라서 예기치 않은 사고로 자식을 먼저 보내고 손주를 키우는 할머님, 할어버지는 절대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부모가 세상 어딘가에 살아 있는데도 눈앞에 나타나지 않으면 아이는 그 냄새를 찾기 위해 평생을 허비한다. 갓난아기 때 입양된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친부모를 찾는 이유이다. 일단 찾아서 냄새를 맡아보고 나서야 다음 단계를 결정한다. 이 냄새를 계속 맡을 것인가, 용서할 것인가, 버릴 것인가.

 

엄마는 양육의 333법칙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 하루 3시간 이상 아이와 같이 있어주어야 하고,

*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해당하는 3세 이전에는 반드시 그래야 하며,

* 피치 못할 사정으로 떨어져 있다 해도 3일 밤을 넘기지 않아야 한다.

 

부모가 너무 바빠서 하루, 이틀 밤 정도는 건너뛰어도 아이는 그동안 비축해놓은 사랑의 배터리 잔량으로 버틸 수 있다. 하지만 3일 밤이 넘어가면 위태로움을 느끼면서 부모에게 더욱 달라붙는다. 하루 3시간은 아이를 온전하게 자라도록 하는 매직타임이며, 3년은 엄마의 냄새와 온도를 제공해야 하는 최소한의 역치에 해당하는 시간이다. 3년 동안 제대로 투자했다면 4년, 5년 투자한 것과 아주 큰 차이는 없다. 하지만 3년을 제대로 채우지 못했을 때는 하늘과 땅 차이로 결과가 달라진다. 3년과 4년의 차이는 정서적 안정성이 좀 더 견고한가 약한가의 차이로 끝난다. 하지만 3년을 채웠는가 채우지 못했는가의 차이는 아이가 정상적인 발달을 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문제로 커진다.

 

매직타임도 아이가 어릴수록 효과가 좋다. 처음에는 엄마 사랑의 대체물이었던 게임이 시간이 지날수록 강력한 힘을 지니며 중독으로 이끈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의 뇌는 마약을 하는 사람의 뇌와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뇌가 그렇게 변해버리면 엄마 사랑의 약발은 떨어진다. 마약 중독자에게도 엄마가 있다. 눈물로 호소하며 자식의 마음을 돌리려고 애쓰지만 그들에게는 엄마의 눈물이 너무 늦어버렸다. 아이에게 밥을 주듯 엄마의 3시간을 반드시 주어야 한다. 시간 맞춰 밥을 주듯이 3시간도 제때 제대로 주어야 한다. 엄마가 편한 시간이 아닌, 아이가 절실하게 원하는 시간에 주어야 한다.

 

애착이란 아기와 양육자 사이의 정서적 유대를 말한다. 아기가 따뜻하고 친근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만족과 즐거움을 느낄 때 형성된다. 애착이 안정되게 형성된 아기는 '나는 보살핌을 받을 만한 사람이야, 엄마는 좋구나. 내가 필요할 때 언제나 엄마가 있네. 세상은 살 만한 곳이네'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살 만하다고 느낄 때 아기의 마음은 세상에 뿌리를 내린다. 지구에서 살아가는 인생이 시작되는 것이다. 어렸을 때 보살핌을 잘 받은 아이는 '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갖는다. 이는 내적 개념으로 자리 잡아 청년을 거쳐 노년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영향을 미친다. 평생 동안 자신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지, 하찮은 사람이라고 여기며 살지가 이미 3세 무렵이면 결정된다.

 

생후3년 동안 엄마에게 안정적인 애착이 된 아이는 이후 서슴지 않고 세상으로 나아간다. 살다가 어려운 상황이 닥쳐도 3세 이전에 준비해둔 마음의 종잣돈으로 잘 헤쳐 나간다. 이제 아이가 혼자 있을 수 있는 정도에 따라 엄마는 1시간 동안 외출할 수 있고 아이는 3시간 동안 어린이집에 있을 수 있다. 점점 익숙해지면 아침에 학교에 가서 오후3시까지 중간에 엄마를 찾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머물다가 올 수 있다. 그렇게 3일 정도 수련회에 가고 일중일 동안 캠프에 가고 한 달 이상 배낭여행을 가며 2년 동안 군대에 다녀올 수 있게 되면 비로소 엄마 곁을 떠나 결혼을 한다. 이제는 두 사람의 심리학에서 대상을 바꿔 엄마에게 한 달에 한 번 올까 말까 해도 전혀 불안하지 않을 만큼 독립하는 것이다.

 

애착이 불안정한 아이는 조금만 어려운 일이 닥쳐도 쉽게 흥분하고 좌절하고 울고 보채며 자주 아프다.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독립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부모나 주변 사람들에게 의존한다. 결혼시키기 어렵고 엄친아 이야기를 했다가는 명절 때 얼굴 보기도 힘들며 이혼당한 후 제 자식 키워달라고 이제 좀 조용히 살아가려는 부모의 인생 항로에 끼어들기도 한다. 어렸을 때 3년의 투자를 아꼈다가 30년동안 뒤치다꺼리를 할 수도 있다.

애착이 심하게 불안정하거나 아예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마음이 튼튼하게 뿌리내리지 못해 건강한 줄기를 뻗지 못한다. 그 결과 성격과 정서에 문제가 생겨 삶이 위태로워진다.

 

스승의 뜻을 받들어 의미 있는 삶에 대해 평생 연구해온 프랑클의 제자들은 삶의 의미를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누군가의 곁에 있어주는 일'이라고 말한다. 따뜻한 눈으로 상대를 봐주는 일, 특히 약한 아이를 봐주는 일은 우리의 삶에서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와 의미가 있다. 그리고 그 의미를 찾은 이상 우리는 이미 무상으로 로고테라피를 받는 셈이다.

 

이런저런 일로 상심해 드러누웠던 엄마들이 심리 치료를 받지 않고도 자식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벌떡 일어나는 것은 자신의 삶에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누가 엄마'라고 불리는 것이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것은 절대로 변명이나 합리화가 아니다. 비겁한 것은 더욱 아니다. 주체성이 없다는 것은 현학자들의 말장난일 뿐이다. 자식 때문에 사는 당신은 지구에서 몇 안 되는 진실하고 순수한 의미 중 하나를 찾아서 실현하고 있는 셈이다. 자식 때문에 산다는 것은 실로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자식이 우리 삶의 의미가 되려면 자식이 어렸을 때는 우리가 그들의 의미가 되어주어야 한다. 엄마만 있으면 안심되고 엄마만 있으면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고 엄마만 있으면 뽀송뽀송한 이불에서 잘 수 있어서 엄마만 있으면 살 수 있을 것 같아야 한다. 즉 엄마는 한때 자식의 삶의 의미이다. 물론 자식이 스무 살쯤 되면 이제는 그들이 스스로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예전보다 거리를 두어도 된다. 이때는 오히려 자식이 내 삶의 유일한 의미가 되거나 자식의 유일한 의미가 엄마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이런 경우는 자식을 향한 집착이 되기 때문이다. 집착은 사랑이 아니므로 서로를 불행하게 만든다.

 

부모와 안정적으로 애착을 맺은 아이는 세상을 신뢰하고, 마음의 뿌리에서 세상 밖으로 줄기를 뻗는다. 반대로 신뢰감이 형성되지 않으면 아이는 이 사람에게 자신의 뇌를 맞출지 망설인다. 그 결과 선천적으로 프로그래밍된 자아 발달 과정은 이미 시작되었지만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산만한 형태로 발달된다.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면 계속 경로를 재탐색해야 하듯이. 생활이 안정되고 아이가 불안함을 느끼지 않고 자란다면 그만큼 좋은 심성을 갖기 쉽다. 정서와 성격은 쌍둥이 같다.

 

에디슨이 알을 품고 있을 때 엄마가 야단쳤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다. 심지어 학교에서 자퇴를 권유했을 때조차도 아이를 믿으며 집에서  공부를 계속하도록 격려했다. 엄마의 이런 태도가 에디슨으로 하여금 부모에게, 더 나아가 세상에 무한한 신뢰를 느끼고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했을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에디슨은 자신을 퇴학시킨 학교와 사회에 불만을 품고 좋은 머리를 나쁜 방향으로 쓸 수도 있지 않았을까? 오늘도 하루 종일 전구 밑에서 보낸 우리는 에디슨을 낙관적인 사람으로 키워낸 그의 어머니에게 감사해야 할 것이다.

 

요즘 아이들에게서 발견되는 잘못된 연결 고리는 부모에게서 찾을 수 있다. 부모가 아이의 눈을 오랫동안 맞춰주지 않기 때문에 시선이 분산되고, 시선이 분산되니 주의도 분산된다. 부모의 눈이 금방 돌아가니 아이의 눈도 돌아간다. 우리의 생활에서 진득하게, 서서히 진행되는 것이 거의 없다. 이런 환경에서라면 아이는 주의를 빨리빨리 바꾸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뇌를 발달시킨다.  나는 아이의 주의 산만은 부모가 만든 병 중 하나라고 말한다. 부모의 일정한 온도와 냄새, 일관되고 긍정적인 목소리를 받지 못한 아이들은 대변을 볼 때도 이리저리 주변을 살필 것이다.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배가 아파 산속에서 볼일을 볼 때처럼 말이다. 어디에서 위험이 닥칠지 알 수 없기에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눈을 계속 굴린다. 부모가 바쁜 집은 부모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아이에게 장시간의 텔레비전 시청이나 인터넷 사용을 허용한다. 리모컨과 마우스 덕분에 눈앞의 화면은 1분에 서너 번도 더 바뀐다. 학원도 요기조기 많이 다닌다. 옆집 아이가 성적이 올랐다면 바로 다음 날에 그 아이의 학원으로 옮긴다. 집집마다 인형은 5개가 넘고 자동차, 블록 등의 장난감도 10개를 넘는다. 읽지도 않은 책이 여기저기 굴러다닌다.

 

자극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집중하기 어렵다. 얼마 후면 모든 학교에 태블릿 피시가 보급되어 교과서가 없어질 것이라는데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다. 현란하게 돌아가는 화면 속에서 아이들의 주의력은 더 산만해지며 시력도 더 나빠질 것이다. 대인관계는 더욱 메말라갈 것이다. 3세만 되면 대한민국 어린이의 70%가 모이는 어린이집에서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벌어진다. 앞에서 말했듯 어린이집 교사가 한 아이에게 눈을 맞추는 시간이 하루에 평균8분이다. 주의 산만을 유발하기에 딱 좋은 조건이다. 8분 후 자기를 보고 있던 대상의 눈이 돌아가면 아이의 눈도, 뇌도 돌아갈 수밖에 없다. 최소한 만3세가 넘으면 교사가 자신을 보든 말든 자신만의 주의력을 지탱할 수 있지만 누워만 있는 아이들에게는 몹시 걱정되는 환경이다.

 

할머니에게 맞춰 살다가 2~3년 후 또 부모에게 맞춰야 하는 아이는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직장에서 2명의 상사를 모시는 것과 같다. 이 시기에는 무조건 아이에게 일관된 양육을 해줄 방법을 짜내야 한다. 이 시기에 돈을 좀 적게 벌더라도 아이에게 집중할수록 아이는 더 안정되고, 아이가 안정적으로 자라면 부모는 훨씬 더 안정적으로 더 길게 직장에 다닐 수 있다.

 

지금까지 아이가 하루에 부모의 냄새를 맡아야 하는 시간은 최소한 3시간 이상이라고 계속 말했다. 여기서 한 가지 고백을 해야겠다. 하루에 3시간은 현실의 답이다. 내 마음속에는 진실의 답이 하나 더 있는데 '생후 3년까지는 하루 종일'이다. 이렇게 용기 없고 무식하기까지 했던 내 모습을 변명하고자, 최소한의 시간만 주어도 망가지지 않고 잘 크는 나와 형제의 아이들, 친구와 이웃의 아이들을 방패 삼아 하루 최소 3시간이라는 최소공배수를 뽑아냈을 뿐이다. 즉 3시간은 답이 아니라 현실 상황을 고려한 자기 합리화의 시간이며 합의점일 뿐이다.

 

엄마가 옆에 있으면 아이는 하루 종일 세상을 탐험하며 즐겁게 지낸다. 좀 더 다양한 자극과 햇빛과 신선한 공기가 있는 자연에서 놀게 하면 금상첨화이다. 아이는 같은 곳에서도 하루하루 다른 즐거움을 찾아낸다. 하지만 어른들은 곧 지루해진다. 지루해진 어른을 위한 요령을 하나 알려주겠다. 바로 책 읽기다. 3시간 동안 줄곧 책만 읽을 수는 없다. 전 세계 200만 독자를 사로잡은 <하루 15분 책 읽어주기의 힘>의 저자 짐 트렐리즈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하루 15분씩만 책을 읽어주어도 아이의 뇌를 깨운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렸을 때 책을 읽어준 아이들이 성적이 좋고 정서도 더 안정된다는 수많은 사례를 소개했다. 심지어 정신지체 아동이 정상 지능으로 회복되는 사례도 있다.

 

책을 읽어주면 먼저 아이의 정서가 안정된다. 책 속 이야기와 그림을 통한 심리적 이완 효과도 영향을 미치겠지만 좀 더 중요한 요인이 있다. 바로 책을 읽어주는 시간 동안 엄마의 냄새와 온도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가 화가 많이 났을 때는 책을 읽어주기 힘들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은 엄마 마음이 안정된 상태라는 의미이다. 그 상태에서 전해지는 엄마의 나긋한 목소리, 익살스러운 동물 흉내, 따뜻한 숨결등이 아이를 안정시키고 행복하게 한다. 다만 짐 트렐리즈가 책을 읽어줌으로써 지능을 발달시키는 면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나는 책을 읽어주는 동안 엄마 냄새와 온도가 제공되어 아이의 마음의 문이 열리는 것이 더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보는 동화, 즉 영상 동화도 있다. 엄마와 함께 세련된 영상동화를 보다가 잠든다면 좋겠지만, 일부 광고에서처럼 직장 일로 힘든 엄마가 책 읽어달라고 보채는 아이를 떼어놓기 위한 방법으로 사용한다면 이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어떤 발명품도 엄마 냄새와 온도를 대체할 수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대체품은 없을 것이다.

 

앞서 소개한 짐 트렐리즈의 말처럼 책을 읽어주면 성적도 좋아진다는 말은 사실일까? 책을 읽어주면 당연히 문자 해독 능력과 이해력이 높아진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요인이 있다. 기분이 좋고 정서가 안정된 엄마와 같이 있었던 것, 그 경험이 책과 연결된다. 책을 떠올리면 아이는 저절로 엄마와 함께 있다는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끼고 책을 좋아할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은 학교 들어가서도 이어진다. 좋아하면 몰입하게 되고 좋은 성적을 낼 수밖에 없다. 아빠가 책을 읽어주면 더 좋다. 아빠의 냄새도 맡을 수 있고, 책 속의 남성적인 캐릭터까지 실감 나게 느껴져 정서 발달에도 좋다. 당연히 엄마하고만 하는 것으로 알았던 책 읽기에 신기하고 놀라운 경험이 덧붙여져 두뇌 활동도 활발해진다. 뇌는 기본적으로 새롭고 신기한 것을 무척 좋아한다.

 

돌도 안 된 아이에게는 어떻게 책을 읽어줄까? 무릎에 앉혀놓고 그냥 읽어주면 된다. 그림을 보여주며 엄마가 하고 싶은 대로 말해주면 된다. 책이 없다면 신문도 좋고 광고지도 좋다. 광고지에 나오는 과일과 채소 그림으로도 충분하다. 다만 부모가 더 많은 수다를 떨어야 하니 좀 귀찮긴 하다.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해줘도 좋고 그것도 기억나지 않으면 수박이 2만 원이라는데 가당치도 않다, 이 돈이 다 농부 손에 들어갈까, 어쨌든 아빠가 수박 살 돈을 벌었으니 대단한 사람이다. 너도 건강하게 잘 자라야 한다 등등 구시렁구시렁 아무 얘기나 해도 된다. 무엇이든 눈으로 보는 글자는 나중에 모두 학습과 연결된다. 단, 컴퓨터 앞에서 보는 화면 속 글자는 안 된다. 컴퓨터 중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간혹 책을 읽어주라는 말을 조기교육을 시키라는 말로 오해하는 부모들이 있다. 책을 너무 빨리 읽으라고 강요하지 말고, 공부도 강요해서는 안 된다. 그저 부모가 함께 책을 읽어주며 자연스럽게 글을 이해하고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의 책은 고전적인 권선징악의 교훈도 다시 음미해볼 수 있고, 다섯 살 이후로 변치 않았던 세상을 보는 관점도 새롭게 한다. 이러한 인지적 전환은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좋다. 장시간 드라마를 보게 하면서 뇌를 촬영하면 뇌 활동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습관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은 자극이 아니라 흔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인지적인 사고를 하는 순간 우리 뇌는 매우 활발하게 움직인다. 어차피 3시간을 주는 것, 아이도 즐겁고 엄마의 뇌도 좋아지고, 먼 훗날 아이가 공부를 즐겨 하고 차분하게 자신의 인생을 잘 꾸려갈 수 있도록 책을 읽어주자. 이야기는 힘이 세다. 셰에라자드는 왕에게 1000일 동안 이야기를 해주어 사형을 면제받았다. 책을 많이 읽어서 잘못된 사람은 보지 못했다. 어릴 때 부모와 함께 읽은 책은 평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뇌력을 만들어준다.

 

하루 3시간 엄마 냄새_ 이현수 박사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12. 2.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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