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사람들은 성공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데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낳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복은 반드시 성공을 낳는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의 사장과 그의 친구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어떤 면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 성적, IQ, 정서 발달 등과 현재의 월 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보았다.

 

그런데 결과가 무척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때의 성적과 IQ, 정서 발달 가운데 지금의 월 소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바로 정서 발달이었다. 반면 성적이나 IQ는 현재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어렸을 때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서 성공을 거두고, 행복한 어른으로 잘 살아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밖에도 행복한 사람은 고통을 잘 참고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비록 상황이 나빠도 주저앉기보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인생의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가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으니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섯 살 된 아이들에게 30초 동안 '펄쩍 펄쩍 뛸 정도로 기뻐할 일' 이나 '가만히 앉아서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해질 일'을 생각하게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읽기와 받아쓰기, 수학 등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우울할 때보다 정신적인 활동이 왕성해서 더 빨리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아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학업 성적이 걱정되는 부모일수록 목표를 아이의 행복에 두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을 창조하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가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창조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이것만은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아이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더더욱 당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성공을 보여 줄 것이다.(중략)

 

0~3세 아이를 둔 엄마가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선 영국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총책임자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게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답은 삶의 통제권을 쥐느냐, 쥐고 있지 못하느냐에 있다. 직장에서 총책임자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자기가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낮은 위치에 있을수록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가 힘들다. 그들은 일을 할지 말지, 하면 언제까지 해야 할지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총책임자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내일까지 끝내라고 하면 밤을 새서라도 오늘 일을 끝마쳐야 하고, A를 하고 있는데 B를 먼저 끝내라고 하면 하던 일을 접고 B를 해야 한다. 주말에도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가 어떻게 건강을 해치지 않겠는가.

 

이처럼 자기 결정권은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한 양로원을 상대로 연구를 했는데, 노인들에게 일상의 사소한 일을 직접 결정하고 관리하게 했다. 그 결과 삶에 대해 한결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동시에 사망률이 반으로 줄었다.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를 나는 이 연구 결과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그래서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런 날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 어쩌면 미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 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한결같이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끝날까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말한다.

"딱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참으세요."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엄마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제쳐 놓고 아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하지만 그 고통은 3년이면 끝난다. 어쩌면 2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 아무리 늦어도 3년만 지나면 아이는 스스로 작은 일상들을 처리해 나간다. 아이가 세 돌쯤 되면 말이 통하기 때문에 돌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 돌보기를 외면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버리면 아이는 아이대로 병이 나고, 엄마는 엄마대로 더 불행해진다. 도둑질하기, 거짓말하기, 떼쓰기, 때리고 도망가기등 부모를 속 터지게 만드는 아이들의 모든 행동은 첫 3년 동안 잘 돌보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3년을 잘 견디면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 낸다면 두 가지를 얻는다. 하나는 부모라는 이름이 주는 헌신의 기쁨과 행복이고,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그것은 3년 동안 자신을 낮추는 경험을 온전히 해낸 부모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이다.

 

이제 나는 누가 나를 '코끼리 같다'라고 놀려도 그때처럼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 또 아이들 시험 성적이 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때가 안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할 뿐 '내가 부모 노릇을 잘 못했구나' 하고 자책하지 않는다. 딱 3년이다. 그 시간만 잘 견디면 당신도 '나르시시스틱 인저리'에서 벗어나 나처럼 될 수 있다. 아니 분명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19. 18:49

사실 공부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고 대꾸한다. 실제로 아이를 위해서는 각 성장 단계에 맞추어 고가의 전집을 주문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책 한 권 사는 걸 아까워하는 엄마들도 많다.

 

엄마가 되고 나면 책 읽는 시간을 내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을 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평일에는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이들 숙제를 봐주다 보면 어느새 취침 시간이 된다. 받아쓰기나 만들기 같은 숙제를 도와주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어느 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숙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독서록 작성'이었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매일 아이들을 학교 내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책을 한두 권 대여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대여 도서를 읽고 그 내용을 두세 줄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해야 한다. 50권의 독서록을 쓰면 선물을 받고 100권의 독서록을 쓰면 더 큰 선물을 받게 된다. 그 숙제를 귀찮아하던 아이도 독서가 습관이 되자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나 역시 잠들기 전에 누워서 아이가 빌려 온 책을 읽어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책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인생의 조력자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책을 읽으면 해답을 얻게 된다. 외로울 때 책을 읽으면 잃었던 소중한 친구가 나를 찾아와준 양 마음이 따뜻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를 고민할 때 책은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행복한 여정'임을 일깨워준다.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보는 책은 나에게 휴식과 평안을 준다.

 

엄마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온종일 함께 있다 보면 나와 대화하며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진다. 그러나 아이를 돌보느라 그나마 만나던 친구들도 보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그래서일까? 아이를 낳고 나면, 그동안 소중했던 친구나 친한 선후배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옆집이나 같은 동에 사는 아기 엄마들이 인간관계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단지 아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관계 속에서 얼마나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분명히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더욱 공허해진 채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책이다.

 

엄마가 되면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삶의 각 시기에 책이 주는 기쁨, 위로, 희망 등을 경험하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만의 독서 노하우도 생겼다. 과거에는 책을 대여해서 읽는 것에 만족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반드시 사서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도 점차 다양해졌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정리해보았다.

 

세 가지 유형의 책을 골고루 섭렵한다.

 

지금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반드시 세 권 이상의 책을 구매하여 읽도록 하자. 이때 세 종류의 책을 골고루 사도록 한다.

 

1. 지식을 얻기 위한 책

이는 전문 분야와 관련된 책을 말한다.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어 학습 책,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마케팅 기법, 블로그 운영법 등과 관련된 책을 택한다.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스트레칭, 홈 피트니스 관련 책을 사고,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요리법을 다룬 책을 선택한다. 이처럼 자신의 관심 영역과 관련된 책으로 시작해 점차 범위를 넓혀가면서 책을 선택한다.

 

2. 이익을 얻기 위한 책

삶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눈에 보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책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재테크와 같은 자산 관리 책이나 아이와의 대화법 등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이 이에 속한다.

나의 경우, 투자를 시작하면서부터 재테크와 관련된 신간은 나오는 대로 거의 다 읽었다. 돈이나 재테크에 막연한 공포가 있는 엄마들에게 내가 추천하고 싶은 도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보도 섀퍼의 돈', '세상 모든 왕비를 위한 재테크'이다. 재테크 도서는 단순히 투자 방법을 전하기도 하지만, 부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즉 부에 대한 전반적인 가르침을 준다.

 

3. 심장을 뛰게 하는 책

심장을 뛰게 하는 책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책'과 '가슴을 울리는 책'으로 나뉜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책'은 장기적으로 나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생의 후반기에 세계 여행을 통해 삶의 기쁨을 발견한 린 마틴 부부의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뛴다. 이렇게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책을 보면, 꿈꾸는 삶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길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한 '멘토'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저자를 찾으면 그 저자가 쓴 책을 모두 구입하여 읽는다.

 

한편, '가슴을 울리는 책'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나의 영혼을 달래주는 책을 말한다. 워킹맘이었던 나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내 인생과 아이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수많은 예화를 들으며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하고, 자식의 성공이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내 어머니도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나와 동생을 위해 한평생 노력하고 희생하셨기에 나도 크면 자연스럽게 그런 어머니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아이와 놀아주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것 또한 나의 욕망이었지만, 나는 나의 존재와 아이의 존재를 일치시킬 수가 없었다. 아이만 바라보며 살았다고 치자. 실제로 아이가 대성한다고 해서 과연 나도 성공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아이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포기하며 살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는 내 아이의 삶과 내 삶을 동일시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아이의 삶은 아이의 삶 자체로 인정하고, 내 삶은 내 삶 자체로 인정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남편 역시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만 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남편도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고, 남편에게만 무거운 짐을 안기고 싶지 않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기러기 아빠는 만들고 싶지 않다. 학군이 안 좋아도 가족이 지방으로 가야만 한다면 같이 갈 것이다.

 

(중략) 어쩌면 엄마들이 읽어야 하는 책 중 가장 필요한 건 '가슴을 울리는 책'일지도 모른다. 이 책들은 우리가 겪는 내면의 고통을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힘들다면 반드시 가슴을 울리는 책을 찾아야 한다. 그 책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중략) 이렇게 내가 존경하는 저자인 멘토의 책을 저자별로 모아두면 마치 그 멘토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책을 모두 사는 이유는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 저자의 책을 보다 보면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될 때도 있고, 영문판과 한국어판은 똑같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이렇게 모은 책은 나의 보물과도 같다.

 

나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책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쌓고, 실생활에서 이익을 얻고, 심장을 뛰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멘토를 바로 옆에 두고 그 멘토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책의 앞 장과 중간에 메모함으로써 자신만의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은 엄마인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가장 소중한 스승이 되어주고, 마침내 당신에게 성공과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건네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난생처음 부자 수업) 엄마의 돈 공부_ 이지영

by 미스터신 2023. 10. 22. 19:48

지속 가능한 노년생활의 포트폴리오

 

자연스러운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 마음챙김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머릿속의 보상체계와 몰입력을 갖춘 상태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 역시 이러한 도메인들의 위력을 직접 경험했다. 한참 호른 연주에 빠져 있을 적에 더 잘하기 위해 연습시간을 무턱대고 늘리던 때가 있었다.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확보하려다 보니 자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시간도 빼내고 끼니도 거르며 연습시간을 마련했다. 지금 돌아보면 무척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매일 연습했지만 연주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소리는 더욱 거칠어졌고 실수는 늘었다. 오기가 생겨서 연습량을 매일매일 더 늘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몇 개월 동안 이러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가 노르웨이 음악원의 호른 연주자 율리우스 프라네비키우스의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호른 연주자가 되려면 악기 연주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칭과 명상, 요가, 알렉산더테크닉을 연습하고 수영과 조깅 등의 운동을 하며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라네비키우스는 4M의 도메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드는 선순환을 알았던 것이다. 그의 조언을 따라 4M 도메인을 점검했고 연습시간은 줄이는 대신 나머지 도메인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 이후 몇 달에 걸쳐 소리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베움 자체도 마찬가지다.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가 정리한 지식의 요약본 또는 그중에서도 핵심만 모은 것을 시험에 대비해서 외우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시험성적을 향상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학문의 전선을 넓혀왔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반대로 번거롭더라도 꾸준히 근본적인 사실관계와 전문가들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는 연습을 하면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생각의 틀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학문적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에 토대가 되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저명한 투자자 찰리 토머스 멍거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을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생각의 격자를 만드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관성이 별로 없는 A, B, C 세 가지 학문 분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분야의 어떤 질문에 대해서 좁고 깊게 반복해서 고민하기보다 B, C 분야에서는 비슷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면 A분야를 보다 새롭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식과 사고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라고 생각한다.

 

격자를 구성하는 공부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배우고 경험한 것만 아는 화석형 전문가가 된다. 화석형 전문가의 특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공예나 예술, 순수과학 등 90의 완벽성을 99.99로 담금질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야 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무척 좁은 범위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조차 다른 분야의 지혜가 필요할 수 있다. 전문성을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거나,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모하는 과정은 광범위하게 연결된 격자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용 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화석형 전문가로 전락하면 두 가지 비극이 발생한다. 첫째는 개인적 비극이다. 사회와 환경은 변화하는데 자신이 보유한 부가가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기능들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워드프로세서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일본의 고위 관료들이 그 예다. 둘째는 사회적 비극이다. 잘못된 피드백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화석형 전문가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융합연구를 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화석형 전문가들이 모여 앉아 있다면 의미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직업 현장에서는 업무영역이 아무리 전문적일지라도 그 일을 하는 개개인은 스스로 제너럴리스트적 자질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거대한 격자를 형성하는 역량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보수하는 능력은 끊임없는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를 통해 갖출 수 있다. 영상이나 사진, 짧은 글이 주는 인공적인 자극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 능력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율과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당분, 담배를 끊을 때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상태일 때 스마트폰이 주는 싸구려 자극원에 탐닉하는지 스스로 분석해보고 그러한 상황이 되면 마음챙김이나 책으로 우회할 습관 통로를 만드는 것이 좋다. 각종 알림을 끄고 책이나 머릿속 생각에 집중할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달력 앱에 표시하고 이 시간에는 약속이나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기술이자 내재역량의 밑거름이 된다. 만약 선천적 자질을 타고났더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속적인 훈련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글쓰기든 악기 연주든 관심이 취미를 넘어 경력이 되려면 다음의 결과값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투입한 시간 x 몰입 정도(시간 밀도) x 습득 능력(인지기능)

 

이 때문에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여정은 잠재력만을 보고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초기에 투입한 노력이나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량을 갈고닦는 습관과 체계를 유지하면 나이나 바쁜 정도와 무관하게 능력의 포트폴리오는 두텁게 만들 수 있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작은 일부를 잠재력이 높은 작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는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봐도 좋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식으로 역량을 관리하다 보면 몰입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의 순서가 조금씩 바뀔 것이다. 자산을 관리하듯이 자신의 능력들을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다 보면 점진적으로 본업, 부업과 취미가 바뀔 수 있다. 몰입하고 싶으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경제적 보상을 끌어낼 수도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은퇴가 필요 없는 삶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은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충만하고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굳이 파이어 FIRE 나 욜로 YOLO 처럼 삶의 한 극단을 선택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견고한 역량 포트폴리오는 더 고차원적인 욕구 충족으로 연결 되기 때문에 보상회로는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건강한 보상회로와 고차원적 욕구 충족이 '나에게 중요한 것'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싸구려 자극원에 기댈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저절로 가속노화 요인들을 피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서 도파민 분비 방식을 바로잡는 삶으로 이어진다. 내적 충만은 외적인 것을 비교하는 마음을 잠재워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더 적게 일해도 경제적으로는 더 풍요롭다. 이렇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스스로의 4M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불편하고 번거로워 보이는 공부의 습관이 거대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기전이다. 점차 낙도를 즐기는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략) 예를 들어 젊은 성인은 동물성 단백질, 특히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고 체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는 식단이 4M의 내재역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신체가 쇠약하고 영양결핍 상태인 노년기 인구는 근육 생성을 촉진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절제하면 오히려 4M이 전반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략)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량은 우울감과 연관되어 있다. SNS의 사용량이 많은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몇몇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감소된다. 왜 그럴까? SNS는 이름 그대로 사회관계망이지만 사람과의 진짜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키지는 못한다. 또한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플랫폼에 매여 있도록 설계된다. 스크롤을 하다가 새로운 정보가 보이면 사용자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또 도파민이 나온다. 하지만 자극이 멈추면 곧바로 따분함과 권태감이 찾아온다. 결국 마음에는 스트레스, 공허감,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의 결핍만 남는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재의 불만족을 자극해서 소비를 부추기고 우울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_ 정희원

by 미스터신 2023. 9. 28.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