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동발달학과 매리언 울프 교수는 [책 읽는 뇌]에서 "독서가 뇌에 가장 훌륭한 음식인 이유는 풍성한 자극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글자를 이해하고 상징을 해석하는 측두엽, 상황을 파악하고 활자를 시각으로 상상하는 전두엽, 감정을 느끼고 표상하는 변연계 등 독서의 흔적이 남지 않는 영역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매리언 울프는 또한 독서는 선천적인 능력이 아니라 불과 수천 년 전에 발명한 것이며, 그러한 독서가 인간의 인지 발달을 바꾸어 놓았다고 피력하고 있다. 독서는 인류 역사상 최고의 발명품이며 독서를 하는 동안 자의식을 버리고 다른 사람, 다른 시대, 다른 문화의 의식으로 넘어가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언급했다.

매리언 울프가 '독서는 인간의 발명품'이라고 말한 것처럼 '스마트폰도 인간의 발명품'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나 텔레비전, 컴퓨터 같은 디지털 기기에 인간의 뇌가 장시간 노출되면 책을 읽을 때와는 반대되는 현상이 일어난다. 일본 도호쿠대학 의학부 가와시마 교수 연구팀에 의하면 언어 지능이 저하되고 동작성 지능 및 두뇌 전체 지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아침 독서 시간, 아이들 손에는 책이 쥐어져 있지만 책장만 건성건성 넘기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독서가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게임)와 무엇이 다를까?

고전읽기의 장점은 아이로 하여금 책의 재미를 느끼게 해 진정한 독서를 유도한다는 것이다. 최대 경쟁자인 스마트폰이나 컴퓨터(게임)와는 전혀 다른 즐거움으로, 다시금 책에 빠져들게 한다. 무엇보다 고전읽기는 아이의 두뇌를 바꾼다. 따라서 엄청난 학습 효과가 덤으로 주어진다. 고전읽기를 통해 향상된 어휘력과 사고력은 물론 집중력이 자연스럽게 학습효과로 이어지는 것이다. 송재환 교사가 집필한 [초등 고전읽기 혁명](글담 출판사)에 그 이유를 짐작할 만한 대목이 나온다.

고전을 읽으면 사고력이 발달한다. 논리적 구조가 탄탄한 글을 읽는 사이 자연스럽게 논리 구조를 배우게 되며, 내용을 계속 되새김질하며 읽는 사이 사고력이 발달하는 것이다. 사고력이 높은 사람은 처음 보는 문제도 해결법을 찾아내며,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지능과도 많은 상관관계가 있는데, 사고력을 키우면 지능도 함께 향상된다.

이처럼 고전은 사고력을 발달시켜 학습 능력을 높여 준다. 작년에는 5학년 아이들과 인성 고전읽기를 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망설였다. 교실이든 도서관이든 손만 뻗으면 책이 널려 있는데 고전읽기를 위해 굳이 다른 책을 사야 하는 것도 내키지 않는 듯했다. 게다가 학원만으로도 벅차고 피곤한데 고전까지 읽게 되면 더 힘들고 귀찮아지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만약 학습 효과만이 목표였다면 오히려 학습 만화가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들에게 학습을 위해 고전을 권하는 것이 아니었다. 황폐해진 아이들의 마음이 지금보다 풍요롭고 단단해지기를, 책 읽기의 즐거움을 느끼기를, 더 나아가 깊이 있는 읽기를 통해 사고력과 통찰력을 키우기를 바랐다. 이것이 결국에는 지금 당장 문제를 하나 더 풀고 지식 하나를 더 외우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더 가치 있고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보물창고)를 아이들과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당시 조선 시대의 사회, 문화, 정치, 경제에 대해 두루 알게 되는 것은 물론 당시의 생활상도 엿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정약용이 둘째 형님에게 쓴 편지에 이러한 내용이 있다.

하나라의 속담에 "무리 지어 다니면서 양식을 먹어 치워, 굶주린 사람은 먹지 못하고 힘든 사람은 쉬지 못한다. 백성들이 서로 흘겨보고 비방하는데도 왕의 명령을 어기고 백성을 학대한다. 그리하여 음식을 물흐르듯 낭비하고, 이곳저곳을 놀러 다니며 주색에 빠짐으로써 제후에게 근심을 끼친다." 라고 했으니, 지금의 관찰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이 내용을 통해 조선 시대 관찰사라는 직책의 사람이 그 역할을 제대로 못해 백성들이 고통을 겪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당시 관찰사는 각 도에 파견되어 지방 통치의 책임을 맡았던 최고의 지방장관이었다. 이렇듯 [유배지에서 보낸 정약용의 편지]를 통해 조선 시대 유배 제도와 부패한 권력가의 횡포는 물론 백성들의 피폐한 생활상도 알 수 있다. 아래는 이 책을 읽고 쓴 아이의 글이다.

정약용은 조선 시대 실학자로 정조를 도와 수많은 실생활의 문제를 해결하였다. 그는 1789년 스물여덟의 나이에 대과에 급제하여 정조의 개혁정치를 적극 도왔다. 규장각에서 중요한 정책을 연구하고 정조가 화성에 행차할 때 한강에 배다리를 설치하고, 수원 화성을 설계했다. 나도 작년에 수원 화성에 가본 적이 있는데 정약용이 설계한 것인 줄 몰랐다.

이런 훌륭한 학자가 모함을 받아 강진에 유배되었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유배지에서도 당시 지방 통치 책임을 진 관찰사의 부패상을 꾸짖고 백성들을 먼저 생각하는 편지를 보면서 정약용의 훌륭한 정신을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는 "지방관은 언제나 청렴결백하고, 명예와 재물을 탐내지 않으며, 절대로 뇌물을 받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백성에게 봉사하고 백성을 보호하는 것이 지방 관리의 임무"라고 밝히며 [목민심서]를 지었다. 다음에는 [목민심서]를 읽고 싶다.

마침 5학년 때 아이들은 역사를 배운다. 오늘날과 너무 다른 과거의 이야기인지라 아이들에게 낯설 수 있는 내용을 담은 책이지만, 교과 과정과 맞물려 긍정적 시너지를 이끌 수 있었다. 생생한 과거를 엿보는 기회이자 낯선 어휘들에 익숙해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고전이 주는 학습 효과는 이 밖에도 많이 있다. 그동안 밝혀진 학습 효과를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집중력이 향상된다

고전읽기를 하면서 가장 먼저 나타나는 변화는 집중력이다. 건성건성 읽거나 오래 집중하지 못하던 아이들이 고전을 읽고부터 집중력이 높아진다. 고전은 생각을 깊이 해야 이해할 수 있는 구절이 많다. 사건이나 인물들 간의 갈등을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할 부분이 많은 까닭에 자신도 모르게 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이렇게 형성된 집중력은 공부할 때도 이어져 학습 능력 향상이라는 결과를 낳는다.

서술형 문제를 두려워하지 않게 된다

국어는 도구 교과이기에 국어를 잘하지 못하면 다른 과목도 잘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최근에는 출제 유형이 바뀌면서 배점이 높은 서술형 문제가 시험 결과를 좌우하는데, 이러한 문제들은 문장을 잘 이해해야 풀 수 있다.

고전을 읽으면 사고력이 깊어지고 다양한 어휘를 접할 수 있어 어휘력이 향상된다. 고전에 나오는 한자어나 고어는 새로운 언어 자극이 되어 어휘 세계를 넓혀 준다. 자연히 국어 능력이 좋아져 국어 점수가 높아진다.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고전을 읽은 아이들은 진학하면서 배우게 되는 고전을 미리 접하는 계기가 되어 언어 영역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논술과 토론 능력이 향상된다

논술과 토론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를 이야기할 때 독서를 빼놓을 수 없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 보고, 많이 써보고, 많이 대화해 봐야 늘기 때문이다. 논술은 단지 글쓰기 기술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이나 삶 속의 문제를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것이다. 고전에는 위대한 저자들의 생각이 담겨 있다. 고전을 읽으면서 그들의 사고 과정을 따라갈 수 있으며, 하나의 사건을 다양한 각도에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리고 글이 주는 감동은 읽는 이에게 자신의 생각을 펼치고 싶게 만든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례를 통해서도 고전을 읽은 뒤 토론이 활성화되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고전을 읽다 보면 논설과 토론 능력이 향상된다.

고전읽기를 진행하다 보면 아이들의 관심 분야가 바뀌거나 확대되는 것을 보곤 한다.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읽다가 위인에 관심을 갖기도 하고, 위인전을 읽다가 과학 분야로 관심이 옮겨 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폭넓은 독서를 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다양한 분야를 접하게 된다. 고전에는 아이가 평상시 접할 수 없는 여러 상황들과 주제들이 등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것들이 아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는 모양이다. 이는 두뇌의 힘을 강화시키고 배경지식을 확장시켜, 아이들이 수업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_ 이화자

by 미스터신 2017. 7. 29. 17:05

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잘 자라고 있다고 안심을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한국 학생들의 국어, 수학, 과학 등의 학력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든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실시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를 바탕으로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35위에 그쳤다. 한국 청소년은 책상에서 보는 시험 성격이 강한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사회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전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2년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한국 청소년 행복 지수는 4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증명하듯, 1년에 200명이 넘는 학생이 자살을 하고,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 이유의 대부분이 학업성적 때문이며,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에서도 으뜸으로 꼽을 정도로 뜨겁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쌀에 못 이겨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고 있다. 늦은 밤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아이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자 학원을 다니는 것이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선택과 결정이 아닌, 부모가 일방적으로 학원이나 과외로 내모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어릴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마음깊은 곳에 분노와 좌절감, 무력감이 자리 잡게 된다.

오래 전, 틱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받아쓰기를 가르쳤고 하나 틀릴 때마다 손바닥을 한 대씩 때리는 체벌을 가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100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고, 아이는 스트레스때문에 무의식중에 눈을 깜빡이는 증상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틱 장애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이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결국 정신과 진료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공부를 멀리하고 가출을 반복하며 방황하고 있는 듯했다.

중국 모소 대나무는 그 성장 유형이 매우 독특하다. 중국의 극동지방에서만 나는 희귀종인데, 처음 4년 동안은 물과 거름을 주어도 잘 자라지 않는다. 4년간 3센티미터 자라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나면 하루에 30센티미터씩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6주 만에 15미터 이상 자란다. 얼핏 보면 6주 만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 같지만, 실은 그 4년이란 시간동안 수백 미터에 이르는 뿌리를 뻗치며 폭풍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들이 여기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 교육 역시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이들은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한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재능이 다르고 그 재능이 표출되는 시기 역시 다르다. 아이는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와 같다. 그때를 믿고 지긋이 기다려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때를 위해 미리미리 충분한 영양분을 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영양분이란 머리를 키우는 지식 교육만이 아니라 마음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 교육이 한동안 뒷전으로 밀린 사이 아이들에게 친구는 경쟁자가 되었고, 성적이 아이 삶에 전부가 되어 버렸다. 국영수와 같은 주요 과목이 아닌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를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고 한다. 수업에 대놓고 잠자는 아이가 많아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비교과 교사도 많다.

하지만 이 정도 행동은 이제 애교에 불과하다. 중학생이 등굣길에 불량한 복장을 지적하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아 흔든 일이 발생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해 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교사, 일반인 모두 '학생에 대한 인성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라는 데 마음을 같이 하고 있다. 10명 중 4명꼴인 35.8퍼센트가 학생의 도덕성과 인성 약화를 정부가 우선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지나친 학업 위주의 교육으로 청소년 자살률 1위, 우울증 발생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뒤늦게나마 마음 교육, 즉 인성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이를 행복한 성공자로 키우려면 당장의 학력보다 아이의 인성이 더 중요하다.

[인재혁명]이란 책을 쓴 조벽 교수는 성공적인 인생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밝힌 한 연구자의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1940년대 하버드대학교 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늘 만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포함하여 호감과 존중, 배려를 베풀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인성이며, '사람됨'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사회학자 전혜성 박사 역시 "재능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능력에 걸맞은 사람됨이 글로벌 인재가 되는 열쇠"라고 말했다.

인성 교육의 목표를 오로지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스스로 사고해 올바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인성 교육의 주요 목표다. 무엇보다 인성이란 마음의 가치관이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성의 크기에 따라 아이의 역량과 재능의 크기 그리고 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성이란 아이의 능력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그릇의 크기가 향후 아이가 만들어 나갈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불 보듯 훤한 이치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_ 이화자

by 미스터신 2017. 7. 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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