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1991년에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그후 2년간 연수생활을 거쳤다. 1992년에는 사법연수원 내에서 다양한 실무교육을 받았고 1993년에는 법원,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정 기간 수습 과정을 거쳤다.

당시 나는 연수과정을 마치고 나면 당연히 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을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모두 공무원 출신이었기에 공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두 분이 항상 입버릇처럼 "우성이는 반드시 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사회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는 검사의 모습을 동경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1993년 1월부터 4월 말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판사시보 생활을 마친 나는 1993년 5월부터 8월까지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검사시보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지방검찰청에 출근하는 첫날 나는 앞으로 내가 몸담을 검찰에서의 생활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설렘에 무척이나 마음이 들떠 있었다.

검사실에서 내가 할 일은 피의자들을 앞에 두고 경찰에서의 진술과정을 재확인한 다음 빠진 부분을 보완하여 수사기록을 완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 사람은 이런 죄를 지은 것이 확실하니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검사시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므로 복잡한 사건보다 피의자가 이미 경찰에서 자신의 범죄사실을 자백한 사건이나 피해가 크지 않은 사건들을 주로 배당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내가 검찰청에서 처음으로 배당받은 사건은 속히 '아리랑치기(절도죄)' 사건이었다.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아리랑치기라고 한다. 참고로 술에 취한 사람이 정신이 차리는 것을 보고 폭력을 행사하면 그때부터는 속칭 '퍽치기(강도죄)'가 성립된다.

 

'대학생인 김00은 1993년 4월 00일 23시 30분경 부산 북구 만덕동 000 주변에서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최00 의 양복 윗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 5만 원을 절취했다'는 것이 범죄사실의 요지였다.

김 군은 범행 직후 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방범대원에게 적발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이미 경찰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 나는 김 군에게서 범죄사실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들은 뒤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김 군의 사정이 참으로 딱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에 입원중이었는데 꽤 많은 수술비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밖에 없어서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기에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근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됐고 그 피해자가 몸을 뒤척일 때 양복 안주머니가 불룩한 것을 발견하고는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일단 범죄사실에 대한 진술을 정리한 뒤 김 군의 딱한 사정을 상세하게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했다. 그리고 김 군이 현재 대학교에서 장학생이며 학교에서 봉사상을 받은 내역도 알아내어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작성한 조서를 검사님께 보여드렸더니 검사님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 시보님, 이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니라 변호인이 작성한 변론요지서 같습니다. 아랫부분은 전혀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모두 지우세요." 라고 말했다.

 

사실 검사님의 말이 옳았다. 형사 사법 시스템의 구성요소인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검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을 해야 하고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정상참작 사유를 최대한 주장해야 하며,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여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나는 검사의 입장에 있으면서 변호사로서의 주장을 한 셈이었다. 겸연쩍은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멀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건을 맡았다. '직장인 박00는 1993년 4월 00일 21시 45분경 부산 중구 남포동 000번지 소재 포장마차에서 옆자리에 있던 피해자 길00(17세, 고등학생)와 시비를 가리던 중 격분하여 피해자를 주먹으로 가격하여 안면부 타박상 등 전치 3주에 이르는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 범죄 사실의 요지였다.

멀쩡한 직장인이 무슨 이유로 고등학생을 때렸을까.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박 씨에게 피의자를 폭행하게 된 이유를 자세히 물었다.

 

그날 박 씨는 친구와 같이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옆자리에서 아주 시끄럽게 떠들며 담배를 피고 있던 길 군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장교 출신인 박 씨는 고등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모습이 심히 거슬렸다.

그는 점잖게 "어이, 학생들. 좀 조용히 하지?"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길 군이 "거참, 제기랄. 아저씨는 아저씨 일에나 신경 쓰쇼!" 라면서 대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반응에 화가 난 박 씨는 벌떡 일어서며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너 학생 아냐?" 라고 소리쳤고, 길 군은 "학생이든 뭐든, 당신이 연필 한 자루라도 사줘봤어?" 라면서 대들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밀치며 몸싸움을 하다 박 씨가 날린 주먹이 길 군의 뺨을 강타하고 말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마 그 상황에 처했다면 나도 박 씨와 비슷하게 행동했으리라. 나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범죄사실을 간단히 서술한 다음 당시 왜 박 씨가 길 군을 때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써내려갔다. 울분에 찬 눈빛으로 피의자신문조서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나에게 검사님은 다시 혀를 끌끌 차며 말씀하셨다.

 

"허허, 조 시보님. 그럼 조 시보님 의견은 피의자를 처벌하지 말자는 겁니까? 검사가 그런 온정적인 입장을 취하면 도대체 법질서는 누가 지킵니까? 이 아랫부분은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전혀 필요없는 부분이니 싹 지우십시오."

 

그렇게 나의 검사시보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몇 차례 반복하면서 나는 검사란 직업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동기들 중에는 피의자가 아무리 사정을 이야기해도 "그건 당신 사정이고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그 사정은 변호인에게 이야기하세요." 라면서 어렵지 않게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나는 피의자의 범죄행위와 그 사람이 처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몹시 어려웠다.

 

결국 4개월간의 검사시보 생활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은 나의 진로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성격을 갖고 검사로서 일을 한다면 나도 힘들 것이고, 조직에도 바람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변호사의 길을 택했고 수습생활을 했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도울 우 祐' , '정성 성 誠' 으로 지어주시면서 당신 손주가 평생 남들을 돕는 마음으로 살 것을 바라셨다고 한다. 결국 이름을 따라가게 된 건지 변호사로서 보낸 지난 17년을 돌아봤을 때 내가 가장 뿌듯하게 여기는 점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을 고를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되지만 부모님의 기대나 주위의 고려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내가 검사시보로서 수습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고민없이 부모님의 기대를 좇아 검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 상당한 심적 고통이 따랐으리라.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이젠 너무 흔한 충고가 되어버렸지만 나로서는 수습 경험을 통한 적성의 발견이 인생의 큰 줄기를 바꿔놓았기에 이 말에 뼈저리게 공감한다.

 

모든 이에겐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으며 이를 거스르며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는 법이다. 내게 맞는 운명의 옷을 입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인생의 이치가 아닐까.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_ 조우성 변호사

by 미스터신 2023. 9. 24. 20:30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은 대부분 강력계 형사이다. 일단 현장에서 범죄자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극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담아내기에 좋다. 하지만 경찰이 하는 일은 의외로 많고, 또 다양한 분야가 있다. 사회의 일반 직업인이 가진 적성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분명 자기 성향에 맞는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었거나 이미 준비하고 있더라도 자기 적성에 대해서는 꼭 한번 되짚어야 한다. 경찰시험에 합격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자기 적성 찾기'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자신 같지만, 요즘 청년들은 학창 시절부터 학원공부, 시험공부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겨 정작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경찰 업무 분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자

 

사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나는 경찰이야말로 자기 적성을 제대로 찾고 그 안에서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편한 공무원 생활과 안정적인 연금'을 바라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찰공무원이 되어서까지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형사의 일은 범인을 잡아서 국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이곳도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기 적성을 찾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적성을 위해서 가장 넓은 범주에서 '내근직' 이냐, '외근직' 이냐를 따져야 한다. 활발한 활동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사무실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몸이 근질거린다. 이런 경우에는 수사를 하거나 단속을 하는 외근직을 지원하면 좋다. 반대로 차분하게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연 내근직일 것이다.

 

수사를 하는 형사라고 해서 무조건 몸으로만 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사실 형사는 치열한 두뇌 싸움에 능해야 한다. 그래서 머리 쓰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형사가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남을 도우며 보살피는 일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여성청소년계가 맞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 여성, 미성년자를 조사하고 그들의 피해를 복구해 보듬어주는 일을 한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경찰 업무 중에 '경무계'라는 곳이 있다. 경찰활동을 홍보하고 이외에 재무, 기획, 인사, 교육, 행정 지원등을 한다. 꼼꼼하고 차분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경무계 업무를 추천한다. 적극적인 치안을 가능하게 하는 배후의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행사도 기획하기 때문에 행사 진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정보에 관심이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호기심이 있다면 정보과도 추천할 만하다. 과거에는 '사찰'이라는 불명예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보과에서 하는 일은 기자와 매우 비슷하다. 각종 단체와 기관 등의 사람들과 만나서 정보를 듣고 수집한다. 기자는 그 결과를 기사라는 형식으로 회사에 보내지만, 정보과 형사는 그 내용에 따라 정보, 견문, 범죄, 첩보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상부에 보고한다.

 

외사과에서는 외국인을 많이 만나고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다룬다. 외국 문화나 외국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적성에 맞는 업무일 것이다. 혹시 은퇴 후에 외국 이민이라도 갈 생각이라면, 현직에 있을 때 외사과에 근무하면서 해당 국가의 언어도 배우고 인맥도 쌓을 수 있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면 보이스피싱팀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떨까. 보이스피싱은 오로지 말로써 사람의 심리를 좌우하여 돈을 갈취하는 범죄이다. 날로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파헤치고 범인을 검거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을 정말로 '빡세지만 멋지게'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경찰특공대도 있다. 이번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몸은 힘들어도 정말로 보람찬 생활을 할 수 있다. 폭발물을 해체하고 테러가 예상될 때 출동한다. 대통령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할 때 보이지 않게 경호를 하기도 한다.

 

매일 꿈을 이뤄가는 경찰 생활

 

그런데 이렇게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머리로 자기 적성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내가 과연 무엇을 잘할까?' 라고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제 '체감'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체감이란 말 그대로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내 생각, 마음, 감각이 하나가 되어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일이다. 범인을 쫓을 때, 검거를 할 때, 주취자를 대할 때.....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내가 나와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멋지게 포장되는 모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진짜 살아 있는 자신을 느껴봐야 한다.

 

아직 현장 경험을 많이 할 수 없다면 선배들과의 친분을 쌓아 간접경험이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절실하게 적성을 찾고 그에 맞는 일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을 그만두는 상황도 생긴다. 어렵고 힘들게 시험 봐서 들어온 경찰을 왜 그만두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이 왕왕 있다. 특히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 술에 만취한 주취자를 대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고 하는 후배도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해 합리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을 설득하고 조사하려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이런 현장 스트레스를 스스로 겪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적성에 달려 있다.

 

이렇게 자기 적성을 찾고, 승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일은 경찰 생활에서 더 강한 열정을 가지도록 자극한다. '나도 언젠가는 수사팀을 지휘하는 형사과장 정도는 되어야지!'라는 목표 설정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힘들기도 한 경찰 생활을 사회에 대한 정의감과 범죄자에 대한 분노만으로 버텨나갈 수는 없다. 사회를 위한 희생정신도 필요하겠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내적 자신감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생활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구체적인 적성을 찾고 꿈과 열정을 발휘한다면 경찰이라는 직업은 은퇴하는 그날까지 훌륭한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_ 이대우

by 미스터신 2021. 11. 28. 09:40

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군 제대, 운전기사 3개월 후 때려치움, 염색 공장 영업사원 1개월 후 때려치움, 과일 노점상 1개월 후 때려치움... 이 삶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경찰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도 경찰을 천직으로 안다니, 어쩌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불타는 정의감으로 경찰을 꿈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경찰이 되었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내 천직이 되었다. 당신은 어떤가? 경찰이 자기 천직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도 상관없다. 지금 어떤 직업을 가질지 몹시 방황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생활하다 보면 결국 자기 천직이 찾아진다고 생각한다. 딱히 자랑할 것 없는 내 과거를 얘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도대체 뭐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내가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 육지의 끝, 강진의 해안가 시골이다. 당시에 시골에서 부유하게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모님은 추운 겨울을 바닷물에 손을 담근 채 김을 뜯어내어 말린 다음 시장에 내다 팔거나, 논밭을 일구어 생산한 곡물을 수매하여 일곱 남매를 모두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키셨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조금이라도 그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굳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돈을 빨리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했고, 국비로 학교에 다니면 그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광주에 있는 광주기계공고 기계과를 지원해 합격했고, 3년간 혼자 자취방을 얻어 학교에 다녔다. 기술도 배우고 국가기술자격증도 땄지만, 막상 졸업할 즈음이 되니 이렇게 해서는 평생 기름 묻은 작업복 인생을 면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때 처음으로 실업계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어쩌랴, 지난 3년의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면 빨리 가자는 생각으로 입대를 선택했다. 그래도 군대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고 약간 내성적인 나의 성격도 고치고 싶어서 특전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내셨다. 위험한 군 생활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에 작은 아버지가 특수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특전사가 아닌 의무경찰로 군 생활을 마치게 됐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있는 날이면 화염병과 짱돌을 피해 그들을 해산하거나, 시위가 없을 때는 관할 경찰서의 파출소나 우범지역에서 방범 순찰 활동을 했다.

 

그렇게 군 생활을 끝냈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에 갈 처지가 되지 못했다. 나중에 형사로 생활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하기는 했는데, 당시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아,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

지금도 많은 청년이 이런 고민을 하지만, 나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한숨을 쉬며 살던 때가 있었다.

 

무한 질주를 위한 마음속 에너지

 

그러던 중에 한 지인이 "정식 직업을 구하기 전에 개인 사업을 하는 사장님의 외제 차 운전기사나 하면 우선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 나도 노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사장의 개인 운전기사가 되었다. 하지만 사장은 레커차 운전면허도 없는 나에게 '레커차를 타고 사고 현장에 가서 고장 난 차를 공업사로 끌어오면 수당을 주겠다'라며 부당한 일을 강요하기도 했고, 연예인들을 만나서 돈을 펑펑 쓰기도 했다. 천성이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며 살기가 힘들어 결국 그 일은 3개월만에 끝냈다. 이후에 경기도 포천의 염색 공장에 영업사원으로 들어갔다. 작은 의류 회사와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물량을 수주하는 일을 했지만, 역시 그에 대한 지식도 없고 적성에도 맞자 않아 1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또 한번은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지인의 치킨집 앞에서 과일 노점상을 했는데 역시나 그것마저 내게는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 일 저 일 모두 안되었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경찰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의무경찰로 지내면서 경찰을 가까이에서 봐왔고, 형사기동대 차량과 형사계장의 차량도 몰면서 형사들에 대해 잘 알게 됐을뿐더러 범죄 현장에 자주 가보게 됐다. 결국 경찰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하다가 형사기동대 무도경찰 공채시험이 있다는 공고를 보고서 응시해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여러 직업을 돌아서 스물세 살에 운명처럼 경찰관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직업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나처럼 운명처럼 직업을 찾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처럼' 다가올 수는 있어도 애초에 나에게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생활 속에서도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적성과 자질을 잊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천직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목표를 세우고 끝없이 질주하려는 마음의 에너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경찰을 목표로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도, 이미 경찰관이 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임용됐다고 해서 자기 앞에 아우토반 같은 장밋빛 대로가 열리지는 않는다. 매번 다시 시작이고, 새롭게 가야 하는 길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며 한다. 그럴 때는 슬슬 놀면서 일한다고 해도 몇 배의 능률이 오른다. 범죄자를 많이 잡아서 특진한 것은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어서 매번 즐거웠고 그때마다 기운이 솟았다. 그러다 보니 늘 새로운 길이 열렸고, 그 길로 나아가다 보니 바로 오늘의 내가 있었다. 오늘도 미래가 두렵고 자기 천직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지레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 적성을 찾는 일을 멈추지 말라고 말이다. 그것이 바로 초라했던 나의 과거에서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_ 이대우

by 미스터신 2021. 10. 30. 18:45

 

옛날에 나무 네 그루가 모여 살았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이 최고라고 뽐냈다. 첫 번째 나무가 자랑한다. "나는 단단하고 몸통이 곧게 자라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최고급 가구를 만드는 목수들이 나를 좋아하지." 두 번째 나무는 "나는 아주 맛있는 열매를 많이 맺기 때문에 어린아이들이 나를 아주 좋아하지"라며 으쓱한다. 세 번째 나무가 이에 질세라 뽐낸다. "나는 아주 향기로운 예쁜 꽃들을 많이 맺기 때문에 귀부인들이 나를 아주 사랑하지."

 

구석에 쳐 박혀 있던 네 번째 나무는 아무 자랑도 하지 못한다. 그도 그럴 것이 구불구불 자라고 껍질도 딱딱한 그 나무는 아무 짝에도 쓸모가 없어 보인다. 저마다 자신이 얼마나 쓸모 있는지를 말하던 나무들은 사람들에 의해 하나둘 베어졌다.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이는 네 번째 나무만 덩그러니 남는다. 더운 여름이 오자 사람들이 이 나무 밑으로 모여들었다. "아, 이 나무 그늘 정말 시원하다" 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500여 년 전 중국의 철학자 장자가 말한 '무용지물'. 즉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의 우화다. 왜 장자는 무용지용을 말했을까? 도대체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다는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아, 철학자들은 왜 이렇게 우리의 머리를 아프게 만드는 것일까?

 

한 회사에서 강력접착제를 개발하던 연구원이 있었다. 개발하는 것마다 접착력이 떨어지자 그는 사내 게시판에 공고를 낸다. "이 쓸모없는 접착제가 필요한 사람은 가져다 쓰세요." 이때 성경책 북마크용 접착제를 개발하던 연구원이 그 접착제를 쓰겠다며 찾아온다. 자신이 개발 중인 접착제는 접착력이 너무 강해 한 번 책장에 붙이면 뗄 때마다 종이가 찢어져서 고민이었다. 그런데 접착력이 떨어지는 쓸모없는 접착제를 가져와 사용해보니 떼었다 붙였다를 반복해도 괜찮았다. 이것을 시장에 내놓자 대박이 터진다. 바로 3M의 '포스트잇'이야기다.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이 된 실제 사례다.

 

조롱박으로 물병을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물병은 물을 충분히 담을 수 있고 또 가지고 다니기에도 편리해야 한다. 그 용도에 꼭 맞는 조롱박만을 골라 물병을 만들었다. 어느 해, 엄청나게 큰 조롱박만 주렁주렁 열리자 고민에 빠진다. 큰 조롱박으로 물병을 만들면 너무 무거워서 들고 다니지 못할 것이고, 조롱박을 잘라도 너무 커서 쓸모가 없을 것 같았다. 조롱박을 헐값에 내놓아도 팔리지 않자 가게 밖에 수북이 쌓아 놓았다.

 

그런데 한 사람이 와서 그것을 쓸어 담아가는 게 아닌가. 그러고는 그 큰 조롱박 둘레에 그물을 씌운 다음, 그것을 허리에 동여매고 물에 띄었다. 조롱박이 커서 공기를 충분히 담을 수 있었기에 둥둥 잘 떴다. 조롱박 안에 물을 담는 것이 신통치 않으면, 바깥에 담을 수도 있지 않은가! 장자가 말하는 무용지용의 또 다른 사례다.

 

장자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사물의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은 사물에 내재된 속성이 아니다.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다. 용처를 아는 사람에게는 쓸모 있는 것이고, 용처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쓸모없는 것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이 세상에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다. 다만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자리만이 있을 뿐이다.

 

철학과 입시생들의 면접을 해보면 예나 지금이나 모두 부모와 싸우고 온다. 철학을 전공하겠다고 하는 순간 전쟁 시작이다. "하고 많은 전공 중에 왜 하필 철학을 하겠다는 거냐."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말이 있다. "너 그럼 굶어 죽어.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거 공부해서 뭐 하려고 그래." 1973년에 연세대 철학과 원서를 쓸 때의 나도 그랬다. 부모님은 완강히 반대하셨다. 그래도 나는 무슨 생각인지 철학을 공부하고 싶었다. 그리고 지금, 그 쓸모없는 철학으로 더 오래 살아남았다. 철학, 인문학의 그 쓸모없음에 쓸모 있음이 있다.

 

실용을 앞세우는 분야일수록 정신없이 쏟아지는 이론들이 다음날이면 폐기 처분된다. 그러나 철학은 2500년 전 스승들의 말씀이 그대로 남아 우리에게 지혜와 통찰을 준다. 그 쓸모없음으로 인해 고전으로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철학의 힘은 현실에서 힘이 없다는 사실에서부터 나온다. 철학한다고 돈이나 권력이 생기지 않는다. 그럼 철학은 우리에게 어떤 힘을 주는 것일까? 바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다. 무엇이 쓸모 있고 없는지는 바로 우리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다. 쓸모없는 것이 쓸모 있는 것이고, 쓸모 있는 것이 쓸모없는 것이라고 말한 장자는 이 모든 것이 우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는가. 부디 철학을 만나시길. 인문학을 만나시길. 그 만남이 얼마만큼 쓸모 있을지는 온전히 당신에게 달려 있다.

 

철학의 힘_ 김형철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12. 31. 13:50

 

학교 성적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능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하며, 아이의 이런 능력을 찾아내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교육환경에서는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나쁘면 부모들은 곧장 절망에 빠진다. 어떻게 해서든 성적을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불법 과외나 수천만 원에 달하는 고액과외를 시키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학교 성적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것이다. 학업 성적이 나쁠 때 부모들은 아이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개그맨 전유성은 중, 고등학교 시절, 60명 중에 항상 57등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그가 공부를 못한다고 해서 잔소리를 하거나 그를 외면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항상 웃어줄 뿐이었다. 만약 그때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로 매일 꾸중을 들었다면, 그는 지금처럼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재치를 가진 사람이 되진 못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생각하는 사람> <지옥의 문> <칼레의 시민>을 조각한 프랑스의 조각가 로댕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어린 시절 그의 학교 성적은 늘 하위권이었다. 이를 걱정한 그의 어머니는 로댕의 아버지와 함께 로댕이 잘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의논했다. 그들은 못하는 것을 억지로 시켜봐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로댕이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었다. 평소 로댕이 그림을 곧잘 그린다는 것을 관찰한 어머니는 로댕을 미술학교에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당시의 미술학교는 여러 가지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서민층의 학교였다. 그는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시작하자 정말 열심히 몰두했고, 마침내 미술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만약에 로댕의 부모가 억지로 그를 공부만 하게 했다면 우리는 그의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적어도 한 가지는 좋아하고 또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찾고 아이의 진로와 연결시킬 수 있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다중지능 이론은 보통 이상의 지능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적어도 어느 한 가지 영역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그는 누가 비범한가를 묻지 말고 어디에 비범성이 있는가를 물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이 낳은 피겨 여왕 김연아, 세계적인 디자이너 배상민, 세계적인 발레리나 강수진, 축구선수 박지성, 수영선수 박태환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은 진정 자신들이 재미있어 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서 일로매진 했기에 세계인이 찬탄하는 업적을 거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앞서 예를 든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이상묵 교수 역시 자기가 좋아하는 직업을 가졌기에 갑작스러운 사고에도 좌절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재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그는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부모가 아무리 강요해도 무조건 의대나 법대에 가지 말고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 소명의식을 가지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고 권한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누구라도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적어도 한 가지는 있다는 확신을 심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부모는 아이의 이런 능력이 어디에 있는지 세심하게 살피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공부를 못한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아름다운 인생을 생의 초반부터 고뇌하고 살아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자신을 들여다보라. 그 안에는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별이 천 개나 빛나고 있다. 그곳으로 여행을 떠나라. 그리고 그 우주의 주인이 되어라_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 박경애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12. 20. 19:57

 

전 아직 제가 뭘 좋아하는지, 뭘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어요. 주변 사람들이 꿈이나 장래희망을 물어볼 때마다 솔직히 말할 용기가 나질 않아요. 부모님은 제가 하고 싶은 일보다는 그저 돈을 잘 벌고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길 바라세요. 그래서 장래희망을 적을 때마다 요즘 많이들 하고 싶어 하는 공무원을 써서 내곤 해요. 남들이 보면 저는 꿈이 있는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전 꿈이 없어요.

 

나는 변호사다.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행정고시와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사법고시는 수석으로 합격했다. 그리고 검사와 소장, 교수라는 직업으로 수십 년을 살았다. 많은 이들이 말하는 '성공한 인생'처럼 보이지만 60년이 넘게 살아온 시점에서 나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내가 살아온 삶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돌아보면 나는 공부를 좋아하던 학생이 아니었다. 공부보단 글쓰기를 좋아하고, 말하기와 연설에 더 소질이 있었다. 슬픈 이야기를 들으면 곧잘 눈물을 흘렸을 만큼 감수성도 풍부했다. 방송반 활동도 열심히 하고 종교에도 관심이 많았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적성에 맞추지 않고 성적에 따라 진로를 결정하고 보니 검사라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고 엉뚱한 일을 하게 된것이다. 그러니 나는 스스로 성공했다고 할 수 없었다. 내가 삶을 통해 이루고 싶은 목적을 정확히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검사로 일하면서 우연히 비행 청소년의 눈물을 봤다. 그 눈물이 나를 운명처럼 청소년운동의 길로 이끌었다. 먼 길을 돌아 드디어 진정한 '나의 길'을 찾았다. 지금은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낀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신기루를 쫓지 않고 자신의 타고난 적성을 발견하여, 하고 싶은 일 중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진정 좋아하는 목적을 이루며 사는 것이다. 뒤늦게나마 적성의 중요성을 깨닫고, 하고 싶은 일, 잘할 수 있는 일, 이 두 가지가 맞아떨어진 적성을 사람들이 찾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타고난 적성 찾기 국민실천본부'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적성을 찾다 보면 경제적인 문제가 걱정되는 부분이 많을 수 있다. 생활고를 겪어서 먹고살기가 힘들 수도 있다. 경제적 자립은 꿈도 꾸기 어려운 상황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적성을 찾게 되면 경제적인 걱정을 덜 하게 된다는 점이다. 적성을 찾으면 심리적으로 행복해지고, 돈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다. 더 나아가 적성을 찾아서 행복하게 일하게 되면 먹고살 길이 열릴 가능성도 굉장히 높아진다.

 

영광삼촌 : "서울대 졸업, 사법고시 수석합격, 검사와 변호사." 흔히 말하는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이야기 같지? 하지만 실제 이 삶의 주인공인 강지원 변호사라는 분은 본인의 삶을 후회한다고 했어. 왜냐하면 타고난 적성과 맞지 않는 삶을 살았기 때문에, 삼촌은 네가 이 이야기를 통해서 꿈에 대한 조급함, 꿈에 대한 강박관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 수 있길 바라.

 

많은 선생님과 책들이 원대한 꿈을 가지라고 이야기해. 중요한 이야기지. 마치 젊어서 꿈을 갖지 못한 사람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는 식이야. 그런데 강지원 변호사를 봐. 정말 그런지. 급하게 떠밀리듯 발견한 꿈이나 직업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흘러서 큰 후회로 남기 마련이라고 그 분은 고백하지. 혹시나 지금 우리는 꿈이나 성공이라는 단어에 지나치게 함몰되어 있는 건 아닐까? 어떤 직업을 갖고 사는지보다 더 중요한 인생의 질문이 있지 않을까? 삼촌은 이 이야기를 네게 해 주고 싶어.

 

돌잔치에서 하는 돌잡이서부터 어른들은 '직업'을 이야기해. 유치원때부터 지금까지 어른들이 꿈을 물으면 우린 직업을 대답해야 했어. 부모님이나 어른들이 만족할 만한 대답들을 말이야. 나는 정말 내 적성이 뭔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앞으로 무슨 일을 하며 어떻게 살고 싶은지, 무엇을 이루고 싶은지 충분히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 누구도 그럴 기회조차 준 적이 없는데 말이지. 청소년은 꿈을 가져야 한다는 어른들의 암묵적인 압력이 우리로 하여금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꿈을 '정해 버리는' 실수를 하게 하는 건 아닐까?

 

청소년이 선호하는 직업을 조사한 결과를 보자. 의사, 공무원, 교사, 연예인이 언제나 맨 앞에 자리하고 있어. 그런데 정말로 원해서 이 꿈을 희망하게 된 걸까? 이 꿈들이 정말 청소년들이 좋아하고, 그들의 가슴을 뛰게 하는 꿈일까? 여기서 재미있는 건 청소년들의 선호직업 순위와 학부모들의 선호직업 순위가 거의 똑같다는 사실이야. 부모님이 청소년의 꿈을 따르게 된 걸까, 아니면 반대로 청소년이 부모의 꿈을 대신 꾸고 있는 걸까?

 

꽃마다 피는 시기가 달라. 진달래처럼 봄에 피는 꽃이 있고, 봉숭아처럼 여름에 피는 꽃도 있고, 국화처럼 가을에 피는 꽃도 있어. 심지어 동백꽃처럼 겨울에 피는 꽃들도 있어. 다 꽃피는 자기만의 때가 있는 거야. 어떤 사람은 자기 꿈을 빨리 찾기도 하지만, 또 어떤 사람은 60이 넘은 뒤늦은 나이에 찾기도 하지. 기억할 건 꿈을 빨리 찾는다고 해서 꿈을 빨리 이루는 것이 아니라는 거야. 늦게 찾는다고 해서 늦게 이루는 것도 아니고. 중요한 건 꿈을 결정하는 시기가 아니라, 그 꿈이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내 적성에 맞는 꿈이냐 하는 것이지.

 

그러니 지금, 꿈이 없어도 괜찮아. 조금 늦더라도 정말 원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니까. 네겐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더 많은 꿈을 탐색할 기회와 시간이 아직 많아. 오히려 부족한 경험과 좁은 시야로 아주 뚜렷한 꿈이나 희망 직업을 정하는 게, 너무 이르고 이상하고 억울한 선택일 수 있어. 이런 경우 부모님이나 주위 다른 사람들의 영향을 받은 꿈들이 많거든.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야. 다만 그 꿈을 붙들고 평생을 달렸는데 나이가 들어 그게 내가 정말 원한 게 아니었다는 걸 깨닫게 된다면 얼마나 허무할까 생각해 보자는 말이야.

 

지금, 꿈이 없어도 괜찮아 / 박승오, 김영광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8. 17. 12:12

 

평균수명 80세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평생 적어도 40년은 일을 해야 한다. 대개 20대 중후반에서 60대 후반까지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셈이다. 그래도 남은 노년이 20년 이상이나 된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를 살게 될 우리 자녀들은 과연 평생 몇 년이나 일을 해야 노후를 무사히 보내게 될까? 아마 부모 세대보다도 최소한 10년은 더 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적어도 50년간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자녀가 직업(진로)을 선택하는 일은 그 자녀의 인생의 절반, 황금기의 전체를 결정하는 중차대한 일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부모들은 그런 인식도 없이 오로지 당장 레벨이 좀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는 데만 목을 매고 있으니 딱한 노릇이다. 이른바 남들이 알아주는 명문대에 들어가는 것을 최고의 보람과 자랑으로 삼고 있다는 말이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방치하거나 깨닫지도 못한 채로.

 

인생의 목적이 대학일 수는 없다. 남들이 알아주는 일시적인 과시일 수도 없다. 어떤 직장이나 직업 자체일 수도 없다. 그 모든 것은 인생의 목적을 이루는 데 필요한 수단이자 과정일 뿐이다. 인생의 목적이 서야 비로소 그 적절한 수단들을 조합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네 부모들은 대부분 자녀들의 인생 목적에는 관심이 없고 온통 수단에만 관심이 쏠려 있다. 선후와 주객이 전도된 것이다. 그러니 아이가 공부만 잘하면 버릇이나 예의가 없어도 괘념치 않고, 오로지 부와 명성만을 거머쥐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치열한 경쟁으로 내몰 뿐이다.

 

인생의 목표 또는 목적이 먼저 서야 평생 후회하지 않고 종사할 직업을 찾아 가질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거꾸로다. 의사나 변호사가 안정된 직업에다 명예도 높고 돈을 많이 번다니까 다들 법대나 의대를 보내느라 난리다. 재벌 대기업에 취직하기 유리한 명문 경상대학에 보내느라 혈안이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의시나 변호사에 관심은 있는지, 조직생활에 맞기는 한지, 다른 더 특출한 재능은 있는지 하는 것 따위는 생각지도 않는다. 그러면서 누구에게나 딱 맞는 일이 정해진 것도 아닌데, 일단 되어 놓고 거기에 맞춰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들 그렇게 산다고 말한다. 너도 사회에 나가 철이 들면 부모 말이 옳다는 걸 깨닫게 될 거라고 열변한다.

 

그러나 진정 당신의 아이가 행복하기를 바란다면 지금까지의 그런 생각은 잠시 멈추고 다시 원점에서 출발하기를 바란다. 우리 부모들에게 혜민 스님이 전하는 말 한마디만 음미해보자.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노후에 고생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직 오래 살아보지는 못했지만 노후 30년을 어떻게 보내는가에 따라 인생의 행복이 결정되는 것 같다. 그러니 짧게 보지 말고 길게 보며 아이의 장래를 결정하는 일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당장 중간고사 성적을 올리는 것보다 몇 백배는 더 중요한 일이다. _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우리나라 학사체계는 고등학교 2학년부터 이과/문과로 구분해 진로의 큰 줄기가 갈라진다. 대다수가 대학 전공도 자신의 적성을 모른 채 결정하는 현실에서 고등학교 2학년부터 진로를 선택한다는 것은, 이과/문과의 구분 자체가 학문적으로 모호하다는 점은 놔두고라도 불합리한 일이다. 자신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자신의 대학 진학에 이과가 유리한지 문과가 유리한지를 따져서 선택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처럼 자신의 적성과 진로가 아니라 대입에의 유리/불리를 기준으로 선택하는 이과/문과의 구분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교육현장에서의 실태가 이러한데도 이 오래 묵은 '고2 문과/이과 선택'제도는 여전히 건재하고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필자 역시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갈 때 이 제도 앞에서 막막했다. 이때 나는 누구에게서도 이과와 문과의 명확한 차이를 듣지 못했다. 더욱이 내가 어떤 부분에 재능이 있는지, 무엇을 전공할 것인지, 진로에 대한 어떤 방향도 잡지 못한 상태에서 이과를 선택했다. 왜 이과를 선택했는지조차 기억에 없다. 이과를 선택했으니 대학 전공 역시 자연계열이 당연한 것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수능을 보고 점수에 맞는 학과를 고르다 보니 생물학과를 선택했다. 생물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관련 분야에 취업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으로 취업준비도 했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첫 단추를 잘못 끼워 먼 길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회생활하며 느낀 것이지만 필자는 자연계열과는 전혀 맞지 않는 인간이다. 생물학자가 되지 않는 한 생물학이 내 사회생활에 무슨 도움이 되겠는가? 생물학을 전공했다고 하니까 여자친구가 툭 하면 "자기야, 저 꽃 이름이 뭐야?" "저 나무 이름은 뭐야?" 하며 물어대는 통에 진땀만 빼야 했다. 그때 나는 속으로 그랬다. '너도 모르는데 내가 어찌 알겠니?'

 

나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다시 했다. 성인이 되어서야 내가 어떤 것에 재능이 있고, 호기심이 깊고 좋아하는지 알게 되었다. 지금도 학창시절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크다. 그 배움의 황금기를 내게 맞는, 그러니까 내 꿈(인생의 목표)과 직결된 분야를 공부하며 보냈다면 지금의 나의 삶이 훨씬 풍부해져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쓰기 시작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나는 내 아이들만큼은 그런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랐다. 그래서 아이들이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울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2015년 현재 중학교 1학년생이 고교생이 되는 2018년부터 고교에서 문과/이과 계열 구분이 사라지는 등 교육과정이 개편된다고 한다. 우리나라 교육정책은 정권교체에 따라 수시로 바뀌고 교육부장관이 바뀌면 또 바뀐다. "교육 백년대계"는 말뿐으로, 현실은 오년대계도 못된다. 이것이 교육을 망치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이공계 출신의 취업이 힘들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이미 수년 전부터 상황이 역전되었다. 취업시장에서 이공계 출신이 각광받는 가운데 인문계 출신은 갈 데가 없어진 것이다. 대학에서는 인문 관련 강의가 속속 폐강되고 있고, 관련 학과마저 정원이 대폭 축소되거나 아예 폐지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그에 따라 인문 관련 출판시장도 고사 위기를 맞고 있다.

 

이는 산업지도의 변화에서 비롯한 지각변동이다. 먼저 새로운 일자리 자체가 이공계 분야를 중심으로 파생, 확산되고 있는 반면 인문계 분야의 일자리는 빠르게 축소되고 있는 추세다. 또 주로 인문계 전공자들의 일자리였던 기획, 관리, 마케팅 분야가 고도로 자동화됨으로써 채용 인원 또한 대폭 줄어들며 이공계 출신들도 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당장 인문계 자원은 남아서 넘쳐나는 가운데 이공계 자원은 없어서 못 뽑는다고 기업들이 아우성이니, 앞으로 이공계 쏠림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인문학의 융성 없이는 과학의 발전도 한계에 직면할 것이라는 데에 있다. 인류문명 발달의 원천은 인문학에 있다는 사실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는 바다. 그래서 걱정이다.

 

취업 포털사이트 인크루트는 대학 4학년 졸업예정자 3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6명이 여전히 진로를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중 절반이 진로를 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로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무엇인지 잘 몰라서'라고 했다. 그렇다면 이미 진로를 정한 4명은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알고서 진로를 정했을까? 그중 절반 이상이 적성과 흥미에 상관없이(혹은 모른 채로) 진로를 정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학 졸업을 앞둔 청년들 절반 이상이 그때껏 자신의 적성과 흥미를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교생으로 내려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의 적성과 소질도 모른 채 학과를 선택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더구나 일단 좀 더 레벨이 높은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식의 입시경쟁이 만연한 가운데 설령 자신의 적성과 소질이 뭔지를 안다 한들 그런 것이 선택의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현실이니, 이래저래 우리의 교육은 아이들의 적성이나 소질과는 거의 무관하게 되고 말았다. 아이들이 타고 갈 인생 버스의 종점을 SKY로 생각한 부모들의 욕심과 착각이 이런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대학입시에서 전공학과보다는 대학의 레벨을 우선해온 관행은 역사가 깊다. 우리 사회의 보여주기식 성과주의의 폐해다. 필자가 알고 지내는 한 선배는 지방 명문고 출신인데, 어느 술자리에서 고3 때 대학입시에 얽힌 비극을 전했다. 그때도 학교의 평판이나 교사의 능력이 서울대를 비롯한 SKY에 몇 명 보내느냐로 가름되었는데 특히 학력고사 300점 이상 몇 몇, 서울대 진학 몇 몇은 전국 고등학교 랭킹을 매기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그래서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담임선생님들이 '서울대 많이 보내기'를 진학지도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원래 의대에 뜻이 있어 점수에 맞춰 Y대 의대에 가려는 학생을 강압하여 서울대 수의과대로 보내고, K대 경영대학에 가려는 학생을 강압하여 서울대 농대에 보내는 식으로 서울대 진학률을 2퍼센트나 더 올린 결과 그해 전국 톱을 차지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강압에 의해 서울대에 간 그 학생들 대부분이 결국 휴학이나 자퇴를 하고 다시 대입을 치러 이듬해 자신이 원하는 학과를 찾아 갔다는 것이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인가.

 

요즘에는 이런 식의 강압은 없을지 모르지만 대학의 레벨에 우선순위를 두고 점수에 맞춰 학과를 선택하는 짜 맞추기는 여전하다. 자신의 적성이나 소질에 따른 인생 목표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입이 끝나면 많은 학생들이 노량진 고시학원으로 몰려드는 것이다. 전공은 전공일 뿐 자신의 진로와 무관한 경우가 허다하다. 이런 현상으로 인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사회생활을 하는 데 전공을 전혀 살리지 못하게 된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기업에서도 신입사원을 뽑으면서 무슨 전공을 했으니 업무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를 버린 지 오래되었다. 그러니까 대학은 소질을 계발하고 전공을 연마하는 장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위한 간판으로 전락했다는 얘기다. 이는 우리 사회에서 연고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좀처런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전국 초중고 교장, 교감의 97%가 '학교현장에서 노동교육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한 일이다. 교육은 "인간의 가치를 높이고자 하는 행위 또는 그 과정" 이라 정의된다. 지식과 기술 따위를 가르치며 인격을 길러주는 것이다.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궁극적인 목적은 그것의 활용을 통한 사회적 기여다. 지식과 기술을 익히는 교육은 장기간 이루어지고 있지만, 익힌 지식과 기술을 활용하는 장에 대한 교육은 전무한 실정이다.

 

성년인 대학생들조차 대부분 직업의식과 직업관이 바로 서 있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취업한 뒤에 대부분 새롭게 가르쳐야 한다. 김정일 교수(한국노동교육원)의 조사에 따르면, 가장 비중 있게 다뤄야 할 노동교육으로 직업의식과 직업관(39.7%)이 꼽혔고 노동의 가치관과 윤리(35.7%), 노동문제의 이해와 해결(9.0%), 노사관계의 특징과 본질(7.9%)이 뒤를 이었다.

 

필자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제안하고 싶다. 적잖은 이들이 직업에 대한 명확한 인식과 정보 없이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야 다급한 마음에 직장을 찾기 시작한다. 그러나 자신이 희망하는 직업을 선정해 놓고 그 직업에 필요한 계발을 꾸준히 실행하여 그 직업을 실현할 직장을 선택하는 것이 올바른, 아니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먼저 직업을 정하고 그에 맞춰 직장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일반적인 직업 선택 기준은 사회 통념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의 규모, 연봉과 복지, 안정성 등 몇몇 통념이 대다수에게 기준이 되어 버린다. 인간은 제각기 기질과 역량(소질)이 다르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통념만으로 개개인에 맞는 직업을 찾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가장 큰 모순은 무슨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하지 않고 일할 장소를 선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직업관을 갖고 일한다는 것이 어찌 보면 무리다.

 

미국과 덴마크의 경우, 초등학생 때부터 학교 내 진로지도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 탐색, 진로 계획에 대한 교육을 하고, 개인별 진로계획 기록부를 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학생, 학부모, 교사가 학생의 진로 선택을 위한 정보를 제공, 판단, 권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또 많은 선진국들이 중등기간 중 직업현장 체험을 의무화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2004년 9월부터 14~16세 모든 학생들이 '일 관련학습'을 경험해야 하는 것을 법률상 필수요건으로 규정했다. '일 관련학습'은 일에 관한 체험을 통한 학습, 일 또는 직업 활동에 관한 학습, 일에 필요한 스킬의 학습 등 일과 일에 유용한 지식, 스킬, 이해를 개발하기 위해 일과 관련된 상황을 이용하는 계획된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학생들이 일을 통해 배우고, 일에 관해 배우며, 일을 위해 배울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핀란드는 '직업생활 소개기간 TET'을 교육과정 일부로 두어 8~9학년과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실제 작업현장에서의 직업생활에 관한 경험을 갖게 하고 있다.

 

프랑스는 교과과정을 통해 '발견 과정', '직업세계 발견'과 같은 교과목을 학습하고, 비 교과과정을 통해 '기업체 견학활동'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 독일은 지역고용안정센터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학생들에게 진로상담을 제공하거나, 현장실습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덴마크는 7~9학년 학생에게 의무교육 기간 이외 1~2주 가량의 직업체험 활동을 제공하고 있다. (출처 : 비전진로교육 연구소 김희수,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진로정보센터 진미석 선임연구위원, 인용 및 재조합)

 

우리나라도 최소한 초등학교에서 이런 직업교육과 경제교육을 시작해야 한다. 맹목적으로 지식을 주입하고 공부만 하라고 하는 방식으로는 창의적인 인재, 주체적인 인간을 육성할 수 없다. 이론적인 지식과 실용적인 지식을 병행할 때 비로소 교육의 본 의미가 살아날 것이다.

 

우리 아이 진로 찾아주기, 오평선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8. 2. 21:19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퇴사를 생각할 때가 있을 것이다. 특히 상사가 자신을 우습게 보고 인격 모독을 서슴지 않는다든가, 제대로 업무도 지시하지 못하면서 자신만 몰아붙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봉급은 개미 눈물만큼 주고 복지도 엉망인데, 일마저 점점 재미가 없어진다면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아진다. 게다가 비전마저 없다면 회사를 때려치우고 다른 일을 하든가. 치킨집이라도 열어야 하나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2010년에 15.7%였던 것이 2012년에는 23.6%, 2014년에는 25.2%로 증가했다. 10대 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고 취업하는 영예를 누린 사람들이 1년도 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노동시장을 조사한 결과, 과잉 학력과 과잉 스펙이 노동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에서 기업이 요구하는 기술이나 역량을 교육시키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취업난이 심해지다 보니 취업하기 위해 따로 돈과 시간을 들여 스펙을 쌓아야 하고, 학교 공부와는 별개로 준비하다 보니 졸업하자마자 취업하기도 힘들어졌다. 해외로 어학연수를 가는 사람도 많고, 요즘에는 제2외국어는 필수가 되었다. 그런데 취업하기 위해 과하게 쌓은 스펙은 오히려 임금이나 일자리의 질이 상대적으로 낮게 느껴지게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어떤 전문가들은 평생직장이라는 인식이 사라진 상황에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자란 신입사원들이 수직적인 조직문화를 받아들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따로 있지 않을까?

 

리더는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구해야 한다. 이 말은 짐 콜린스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과 훌륭한 CEO의 특징으로 언급한 것이다. 언뜻 보면 당연한 말처럼 보이지만,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모든 조직의 리더라면 간절히 원할 만큼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스스로 동기를 부여하고 업무를 찾아서 한다. 그러니 리더는 어떤 인센티브를 주어야 그가 열심히 일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적합한 사람'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 자체를 즐긴다. 쉬는 날이면 회사에 출근하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다. 그 자리에 '적합한 사람'은 일에 열정을 느끼며, 자신의 일을 생각하면 심장이 뜨거워진다. 그들은 일을 사랑하고,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당신은 어떠한가? 출근해야 하는 월요일이 기다려지는가? 또는 일을 생각하면 힘이 솟아나는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할 때 설레고 기쁜가? 그렇지 않다면, '적합하지 않은' 자리에 있는 것이다. 큰 실적은 기대도 할 수 없고, 개인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기도 힘들다.

 

누구나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고 항변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살다 보면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할 때가 많다. 그러나 업으로 삼은 '일'만큼은 자신에게 '적합'해야 한다.

 

물론 적합한 일자리라고 해도 늘 즐겁고 기쁘지는 않으며, 힘들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그래도 일에서 열정, 에너지, 설렘을 느끼고 하기 싫은 순간보다는 하고 싶은 순간이 훨씬 많아야 한다. 사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하루의 절반 이상을 일하느라 보낸다. 그런데 그 일이 나와 맞지 않다면 인생의 절반을 잘못 쓰는 셈이지 않은가?

 

신입사원의 이직률이 높은 것은 그들이 적합하지 않은 자리에 있기 때문이다. 취업 준비생들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회사의 간판과 연봉만 보고 지원한다. 회사의 가치관과 비전이 자신과 맞는지 아닌지는 상관없다. 우선 회사에 들어가고 나면 다니면서 적당히 맞춰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신입사원에게 적합한 자리를 찾아주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어차피 들어오겠다는 사람은 줄을 서 있으니, 그 자리에 맞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을 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취업 준비생들은 어른들이 정해준 대로 무작정 대기업을 목표로 스펙을  쌓는다.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자소서를 쓰는 법을 배우고, 스터디그룹에 참여한다. 그렇게 어렵사리 취업에 성공하면 삶이 잘 돌아갈 것이라고만 생각한다.

 

그런데 누구나 부러워하는 대기업에 들어가도 공허함과 후회만 밀려온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상사가 시키는 대로 일을 하다 보면 소모되는 기분이다. 당신은 어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하는가? 기쁨과 보람을 느끼는가?

 

지금 일자리는 나에게 적합한가?

 

모든 변화는 나에게서 시작된다. 지금 나의 자리가 나에게 적합한지, 내가 선택한 일인지 살펴보자. 아래의 질문에 답한 후, 처방에 따라 변화를 시도해보자.

 

1. 다시 태어나도 이 일을 할 것인가? (Yes, No)

2. 일과 관련하여 2~3년 후 자신의 모습이 기대되는가? (Yes, No)

3. 아이들에게 지금 나의 일을 추천할 것인가? (Yes, No)

4. 잠자리에 들어서도 일에 관한 아이디어를 메모한 적이 있는가? (Yes, No)

5.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는가? (Yes, No)

6.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나만의 장점이 있는가? (Yes, No)

7. 지금 하는 일의 성과가 사회를 이롭게 하는가? (Yes, No)

8. 일로 인해 건강이나 가족과 같은 가치를 희생하지 않는가? (Yes, No)

9. 나의 일은 나를 긴장하게 하고 도전정신을 자극하는가? (Yes, No)

10. 일을 하면서 감사하고 희망을 느끼는가? (Yes, No)

11. 내일이 기다려지는가? (Yes, No)

12. 새로운 기획안이나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스스로 제시하는 편인가? (Yes, No)

13. 상사의 모습에서 밝은 미래가 보이는가? (Yes, No)

14. 일과 관련하여 실질적이고 확고한 롤 모델이 있는가? (Yes, No)

15. 자신이 하는 일의 의미를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Yes, No)

 

처방전

그렇다(13~15개)

☞ 자신에게 잘 맞는 일을 하고 있다. 재능을 발휘하면서 성과도 얻는 지금의 일이 자아를 실현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가정에도 행복을 가져다줄 것이다. 지금처럼 일을 사랑하라.

 

그렇다(9~12개)

☞ 대체적으로 일에 만족한다. 부족한 부분이 문젯거리가 되지 않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가족과 건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렇다(5~8개)

☞ 일에서 큰 기쁨이나 보람을 찾지 못한다. 일과 관련하여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자신의 마음을 다잡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다(1~4개)

☞ 자신에게 맞지 않는 일을 하고 있다. 가슴 뛰는 일을 찾아보라. 그 일이 바로 당신의 행복과 성공을 안겨주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길고 멀리 보라.

 

질문하는 힘, 권귀헌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6. 2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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