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림'은 어렵다. 마음을 비우는 것도 그렇고, 책장이나 옷장 등을 정리하는 것도 그렇다. 하지만 제대로 버릴 줄 알아야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더 가치 있는 것으로 채워 넣을 수 있는 법이다.

 

곤도 마리에는 일본 최고의 정리 컨설턴트이다.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이라는 그녀의 책에는 다음과 같은 충고가 나온다.

 

물건을 버릴지 아니면 남겨 놓을지를 구분할 때, '물건을 갖고 있어서 행복한가', '갖고 있어서 마음이 설레는가'를 기준으로 삼아라.

 

마음이 설레지 않는 책들을 쌓아둔다고 행복해지지 않으며, 마음이 설레지 않는 옷을 입는다고 역시 행복해지지 않는다고 그녀는 말한다. 그러나 그게 어디 그녀만의 말이겠는가? 우리 중에 누군들 그런 경험 한 두 번 없는 사람이 있을까. 설레지도 않는데 끌어안고 있다가 결국은 '버리던' 그 경험 말이다.

 

그녀는 거듭 말한다. "마음이 설레는 물건만 남기고, 나머지는 과감히 버리자." 나는 그녀의 정리 비법은 '물건'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관계, 즉 사람에게도 때때로 적용하면 어떨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버림'과 '비움'을 통해 더 가치 있는 현재를 구성하라는 그녀의 권면을 받아들여, 집 짓고 도배한 지 12년이나 되는 목사관 사택의 아래층 벽지를 새로 발랐다.

 

벽지를 바르는 김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아파트 경비를 하면서 주워다주신 장식장 여러 개도 버렸다. 도배가 끝날 즈음에 어떤 교우가 '목사님 사시는 집이 궁금하다'는 말을 했대서, 그러면 이참에 목사의 집 여기저기를 구경하도록 열어둘 테니 주일예배 마치고 들어와 보시라고들 했다. 아울러 사택에 있는 목사의 물건들 중에 마음에 드는 걸 점찍어 두면 차차 드리겠다는 말도 했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 '정리'일 테니까.

 

한 주가 지나자 목사의 사택을 구경한 교우들의 입에서 이런 이야기가 돌아다닌다고 했다. "목사님 댁엔 쥐뿔도 없어요. 집이 휑해요."

 

그러면 '없는 것'하고 곤도 마리에가 말하는 '버림'하곤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걸까?

 

내 생각에 답한다_ 허태수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12. 30. 1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