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 고전 100권'의 비밀_ 세인트 존스 대학
미국 메릴랜드 주의 작은 도시, 아나폴리스에 특별한 대학이 있다. 학생 수는 600명에 불과한 작은 사립대학이지만 아이비리그와 같은 명문대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세인트 존스 대학이다. 세인트 존스 대학은 1696년 전통적인 교양학과만을 가르치던 킹 윌리엄 스쿨이 전신으로, 1937년 교과를 개정하고 지금의 대학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세인트 존스 대학이 명성을 얻은 이유는 다른 대학과 차별화한 독특한 교육 과정 때문이다. 우선 이 학교에는 별도의 전공이 없다. 선택 과목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학 4년 동안 학생들은 학년별로 모든 교과 과정을 똑같이 배우고 교양 학사 학위를 딴다.
학기 말에는 학생이 들었던 4~5개 수업의 담당 교수들이 모여서 교수들이 구두로 학생을 평가한다. 소수 정예의 수업이라 교수들이 그 학생의 생각 패턴이나 화법을 다 꿰고 있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조언들이 이 자리에서 나온다. 성적표는 원칙적으로 비공개이다. 외부 제출용으로만 사용하고 학생이 원할 때에만 보여준다.
세인트 존스 대학에는 한국에서 온 유학생들이 꽤 있다. 이 대학 2학년 이창재 씨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마치고 이곳으로 유학 온 경우다. 제작진을 만난 그는 대학에 들어와 맞이한 첫 학기를 "죽을 맛" 이었다고 표현했다.
그는 한국에서 아주 평범한 학생이었다고 했다. 대한민국의 학생들이 그러하듯이 수업 시간은 자는 시간이고 공부는 집, 학교 자습실 아니면 학원에서 했다고 한다.
대학에 와서도 토론하고 대화한다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세인트 존스의 모든 수업은 토론 수업이었다. 입학 초기에는 말을 하긴 해야겠는데 정작 말이 안 나와서 한마디도 못한 채 수업을 마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때는 맨날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다.
한국 유학생들은 누구나 창재 씨의 문화 충격을 공감하고 있었다. 현재 1학년인 오현재 씨도 세미나에서 처음 2주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학생들이 느끼는 문화 충격은 그것 말고도 또 있었다.
2학년 박주찬 씨는 "수업이 끝났는데 아무도 안 일어났어요"라고 말했다. 학생들은 밥 먹으러 가서도 수업에서 했던 이야기를 계속했다고 한다.
교수가 강의를 마치자마자 학생들이 서둘러 강의실을 떠나는 우리 대학과는 다르게 학생들은 수업 이후에도 끊임없이 토론을 이어갔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작진이 캠퍼스를 찾았을 때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는 책을 읽는 학생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교내 벤치에서도 책을 읽고 잔디에 누워서도 한 손에 책을 들고 있다. 책을 읽다가 생긴 질문들은 다시 친구들과 열띤 토론으로 이어진다. 캠퍼스 한쪽에 서너 명이 모인 자리에서도, 식당에서도 어김없이 토론이 이뤄졌다. 학생들은 무슨 책을 이처럼 열심히 읽고 토론하는 걸까?
학교에서 만난 니콜라스가 읽고 있는 책은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학자인 토마스 홉스가 1651년에 쓴 책 [리바이어던].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다 괴물 리바이어던을 국가에 비유해 쓴 사상 철학이다. 다른 한쪽에서 한 학생이 읽고 있는 책은 고대 그리스 역사가인 플루타르코스가 고대 영웅들에 대해 기술한 [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이다.
이 대학에서 책 읽기는 수업을 듣기 위한 필수 과정이다. 학생들은 오늘 있을 학년별 세미나 수업에 들어가기 위해 책을 읽으며 궁금한 점을 정리하는 중이었다. 학년별로 교과 과정이 같기 때문에 같은 학년의 학생들은 같은 책을 들고 있다. 학생들이 든 책에 손때가 많이 묻어 있는 흔적으로 보아 적어도 두세 번은 읽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의 구성원도 다양하다. 명문대를 다니다 온 학생, 직장을 다니다 그만두고 온 학생, 안식년인 대학 총장까지.
책 읽는 풍토가 세인트 존스 대학에 자리잡은 이유는 이 학교만의 독특한 커리큘럼에 있다.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는 '100권의 책'이 있다. 100권의 책을 읽고 토론하는 것, 이것이 대학 4년 동안 하는 공부의 전부이다.
교과 과정도 간명하다. 세미나와 수학, 언어는 4년, 생물학, 화학, 물리학이 포함되는 과학은 3년, 음악은 1년을 배운다. 학점도 매기지 않는다. 세미나 수업은 본격적인 토론 수업으로, 소크라테스, 플라톤 등이 쓴 책부터 단테, 스피노자, 흄이 쓴 책까지 다양하게 공부한다. 그밖에 서양고전을 기초 소양으로 해서 과목별로 나누어 수업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신입생은 논리학을 탄생시킨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책을 생물학을 시작하는 식이다.
수학은 초등학교에서 배운 점, 선을 정의하는 단계부터 시작한다. 단순하고 간단해 보이는 법칙이지만 토론을 하다 보면 내가 아는 것은 진짜 알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된다.
OECD 국가에서도 학업 성취도 1, 2위를 다투는 우리나라 학생들로서는 왜 이런 기초적인 것부터 배워야 하는지 의아해할 정도로 쉽게 느껴지는 수업도 많지만 갈수록 그 수준은 높아진다.
과학은 실험 수업이지만, 실습에 들어가기 전에 충분한 토론을 거친다. 예를 들어 영국의 물리학자 뉴턴의 에너지 보존 법칙을 실험한다고 하자. 두 개의 공이 서로 부딪치면 충돌 전과 후에 공이 같은 속도로 접근하거나 서로 멀어지는데 이때 어떻게 에너지가 보존되는지를 토론하는 식이다. 자신이 하는 실험의 개념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대충 책을 읽고 아는 척하며 수업 시간을 넘기려고 하는 학생은 이 학교에서 버티지 못한다.
시험 공부가 아닌 생각 공부
대학 4년 동안 책 100권을 읽어야 하는 것은 생각보다도 힘든 일이다. 그래서 세인트 존스 대학은 미국에서도 공부 많이 시키는 대학으로 유명하다. 하루 읽어야 할 책의 쪽수만 해도 평균 300~400쪽에 다다른다.
제작진은 한국 유학생인 은지 씨를 따라 세인트 존스 대학의 자랑이라고 하는 세미나 수업에 들어가 실제로 어떤 수업을 하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해가 저물어 어둑해질 무렵, 저녁 8시에 세미나 수업이 시작됐다. 세마나는 보통 일주일에 두 번, 밤늦은 시각에 시작된다. 대학 홈페이지에 들어가 세미나에서 읽어야 할 쪽수를 확인하고 수업 준비를 하고 가야 한다.
커다란 테이블에 빙 둘러 앉은 학생 수는 15명, 놀랍게도 이 교실에는 교수가 두 명 있다. 학생 수도 적은데 왜 수업에 두 명의 교수나 필요한 걸까? 3학년인 매트 브라운은 두 명의 교수가 있어서 책에 대해 두 가지 관점을 갖게 되어 좋다고 했다. 수업에 다른 의견, 다른 목소리가 있으면 새로운 관점들이 생기고 토론도 활발해진다는 것이다.
이 학교 패트리샤 록 교수는 여기에 대해 두 명의 교수가 대화의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대부분의 대화를 이끌어가지만, 두 명의 교수가 글 내용에 관한 상이한 해석을 내리기도 하고 다른 요소들을 제시하기도 한다. 학생들이 서로 다른 시각을 발견할 수 있도록 아이디어에 관한 여러 가지 다양성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수업시 시작되자 질문이 꼬리를 물고 토론이 벌어졌다. 다른 학생들의 말에 기죽은 학생들은 보이지 않는다. 노트 필기를 하는 학생도 없다. 필기를 하다 보면 대화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책 한 권을 펼쳐 놓고 다른 친구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자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학생들은 토론에 열중하고 있지만 이상하게도 교수가 가르치는 말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교수는 조용히 학생들의 말을 들을 뿐이다. 토론을 들으며 간혹 질문을 던지는 것, 이것이 교수가 하는 일이다.
같은 수업에 들어간 제이슨 팁튼 교수는 수업에서 교수가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수업 도중에 흥미롭고 몰입력 있는 말은 교수가 아니라 학생이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아는 척 하는 걸 없애는 데 몇 년이 걸렸다는 제이슨 팁튼 교수의 말처럼 교수가 수업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수업을 하는 건 다른 대학에서는 보기 힘들다.
이러한 태도는 교수를 프로페서가 이나라 튜터라고 부르는 데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차이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튜터는 수업의 안내자, 또는 배움에 도움을 주는 사람으로 정리할 수 있다. 과거 지식의 소유자로 여겨졌던 교수와 구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이다. 학생 스스로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해주고, 대화가 주제에서 벗어나면 방향을 다시 잡아주는 교수의 역할을 잘 표현한 말이다.
책 읽기와 토론 중심의 세미나를 1년 넘게 하게 되면 입을 뗄 줄 모르던 평범한 한국 학생들도 자기 생각을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데 익숙해진다.
처음 이 대학에 와서 문화 충격을 느꼈던 창재 씨도 대학에 다니면서 일어난 변화를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슨 아이디어가 생각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얘기해요. 다른 사람이 얘기하고 있고, 만약에 틈을 안 주면 이런 식(두 손으로 자신을 가리키는 등의 제스처)으로 '나 얘기하고 싶다'는 걸 보여줘요."
자기 의견을 말하는 데 막힘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말하는 건 실전의 문제라며 배움에 있어서 계속 말하려고 시도하는 게 중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했다.
2시간의 세미나가 끝난 밤 10시. 학교 안 뜰은 방금 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여기서도 토론을 그치지 않았다. 각자 세미나를 끝낸 학생들은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다. 이 시간을 위해 저녁에 세미나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시간이 다 되어서도 학생들은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우리는 책 읽기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지만, 정작 책 읽기가 배움에 어떤 도움을 주는지 잘 모른다. 특히 고전을 요약 정리본으로 읽고, 책 한 권 읽을 시간조차 없는 초, 중, 고교 생활을 보낸 유학생들은 책 읽기를 통해서 달라진 점을 이렇게 말했다.
2학년 박주찬 학생은 "궁금증이 계속 생긴다고 해야 하나, '왜?'라는 질문을 계속 하게 돼요. 그게 가장 핵심인 것 같아요. 원래 알지만 말을 하면 또다른 게 보이니까. 얘가 이 말을 했으니까 나도 이 생각이 나서 생각이 끊이지 않게 돼요" 라고 말했다.
2학년 송원경 학생도 말을 하면 "아 내가 진짜 이걸 배우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구나"라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책 읽기는 스스로 공부하고 답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지식도 만나고, 알지 못하는 것이 나오면 '왜?'라는 궁금증이 발동하기도 한다.
책 읽기가 토론과 만나면 더욱 폭발적인 힘을 갖는다.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들을 경청하면서 새로운 질문이 생기고, 그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한 공부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암기로는 얻을 수 없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책 읽기의 목적은 생각하기라고 할 수 있다. 책은 저자의 생각과 주장이 실린 글이다. 이를 테면 고전을 읽으면서 사람들은 길게는 몇백 년 전 저자가 살아온 시대의 생각과 주장을 마주하게 된다. 소설을 읽으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세태 등을 알게 된다. 전체의 흐름이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하면 책을 넘기기가 힘들다. 그래서 책 읽기를 두고 맥락을 이해하고 지식들을 구조화하는 과정이라고도 말한다.
이렇게 책 읽기를 통해 지식과 정보를 쌓으면 저절로 질문이 생긴다. 이를 통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게 된다. 질문을 통해 기존의 선입견이나 편견 등 사고의 틀이 깨지고 생각의 폭은 깊어진다.
책을 읽고 나서 한국에서는 주로 독후감 쓰기와 같은 글쓰기와 연결한다. 그런데 세인트 존스 대학은 독서를 질문을 바탕으로 한 토론 수업과 병행시킨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세인트 존스 대학 총장인 크리스 닐슨은 이를 '대화의 예술'이라고 표현했다. 책을 읽고 나서 대화를 함으로써 좀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고력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홉스의 [리바이어던]으로 세미나 수업을 할 때 교수는 '홉스의 사상은 서양 철학에서 위험한 사상으로 인식되는데, 과연 그것이 사실일까?'라는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질문은 '그가 완벽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서 노력을 했는가?' '위험할 수 있는 다른 사상이나 아이디어들은 무엇인가?' '부정적이고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책들을 대중들은 읽지 말아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으로 발전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 읽고 있었는지, 무엇을 몰랐는지 깨달을 수 있다. 특정한 한 가지 해답이 아니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다른 사람의 아이디어를 존중하게 된다.
물론 교수 중에는 세미나가 끝난 뒤에 학생들이 1~2페이지 정도로 글을 쓰도록 해서 자기 생각을 더욱 논리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격려하는 경우도 있다.
'왜?'라는 물음이 있을 때 배움에 힘이 생긴다
크리스 닐슨 총장은 심리학 개론과 같은 일반적인 대학 교과서를 없애고 고전 작품들로 커리큘럼을 정한 이유를 "다른 책의 기준이 되는 책을 실제로 쓴 저자들의 책"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상이나 이론을 정립한 원저자들의 책은 흥미롭고 활력이 넘친다. 단순하게 개요를 정리한 게 아니라 중대한 의견을 논리적으로 구성해냈기 때문이다. 그 열정과 상상력 넘치는 주장들을 학생들은 질문을 통해 이해하려고 하고, 자기 스스로 타당성을 검토한다.
사람들이 질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도 질문에는 배움이 있기 때문이다. 공부는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배움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질문은 수동적인 학습 상태에서는 생기지 않는다. 스스로 배움을 얻으려고 하는 의지가 있고 배움의 과정에 적극 참여할 때 비로소 생긴다. 수업에서 자기 목소리를 내기보다 선생님의 말에 따르도록 훈련된 한국 학생들에게 질문하기란 더더욱 힘든 일이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들이 세인트 존스 대학에 입학해 교수에게 많이 듣는 말은 "말을 많이 하라, 네가 그냥 말을 한다고 해도 그게 이상한 것은 아니다"라는 독려다. 세인트 존스 대학과 같이 책 읽기로 생각을 키우고 그것을 토론으로 표현하는 환경을 만나면 그 다음에는 폭발적인 배움이 일어난다. 자신이 아는 것을 사람들과 공유하기 위해 입을 여는 것이다. 이는 세인트 존스 대학에서 만난 한국 유학생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경험담이기도 하다.
취업을 위한 공부는 책 읽기나 토론을 멀리하게 만든다.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영어 한 단어라도 더 외우는 게 낫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로 세인트 존스 대학 졸업생들은 혼다, <뉴욕 타임즈> 등에서 일하며 세계 곳곳의 유명 기업에서도 선호한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있다. 업무와 창의적 사고에 도움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기술과 분석력, 비판적 사고력을 대학교 때부터 훈련받은 학생들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매력적인 인재들이다. 실질적인 업무 경험은 없어도 그것을 배울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은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질문이 배움을 촉발한다는 메시지는 2009년부터 건국대에서 국제무역학 수업을 하고 있는 레데스마 교수에게서도 들을 수 있었다. 레데스마 교수는 자신의 수업 방식을 '소크라테스 수업'과 비슷하다고 소개했다. 학생들에게 질문을 거듭하면서 학생들이 참여를 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이 능동적으로 참여할 때만 수업에서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20여 년간 교직 생활을 하고 있는 레데스마 교수는 처음부터 이런 방법을 썼던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학생들이 수업에서 나온 정보를 기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점차 질문하는 수업으로 바꾸어 갔다고 했다.
게임을 하는 사람은 판을 깨기 위해서 주도적으로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려고 한다. 수업도 마찬가지로 학생이 참여하는 활동이 있으면, 더 많은 양의 정보를 기억하고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게 된다.
학생 참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레데스마 교수는 학점을 산출할 때 참여 점수를 10퍼센트 반영한다. 자신의 질문에 답하거나 질문하는 학생에게 점수를 주는 것이다. 그는 "질문을 하기 시작할 때 학생들은 배우기 시작할 수 있어요. 더 좋은 점은 실수를 하기 시작할 때(학생들의)배움은 가속도를 얻기 시작합니다. 더욱 빠르게 배우지요"라고 말한다.
흥미롭게도 학기 시작에는 참여 점수가 없다가 학기가 끝나가면서 학생들의 참여 점수가 늘어난다고 한다. 참여 점수를 받기 위해서라는 점도 있겠지만, 참여 점수는 질문에 대한 동기 부여일 뿐 학생들이 점차적으로 자신감을 가지고 수업에 참여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진지하게 호기심을 가진 학생들이 나오면 그때는 수업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다른 그룹과 함께 지식을 공유하려고 하고, 다른 학생들의 호기심도 폭발한다. 이른바 전시 효과, 남의 행동을 모방하려는 효과다.
다만 교수가 "그것은 바보 같은 질문이야"라고 말하지 않고 모든 질문과 응답에 "괜찮다"고 말해 주거나 "더 좋은 응답이 나오는지 봅시다"정도로 말할 뿐인데도 말이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다큐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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