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가 좋다는 것은 무엇을 뜻할까? 정신의학적으로는 일단 인지기능이 좋아야 한다. 인지기능은 기억력, 계산력, 지남력, 독해력, 추상적 사고능력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또한 시각 공간 협업 기능, 정보처리 속도 등도 포함되며 지식, 상식 등과도 관련이 높다. 그러나 단지 이러한 역량을 평가하는 소위 아이큐가 높다고 해서 머리가 좋다고는 하지 않는다. 단지 인지기능이 좋다고만 할 뿐이다.

 

심리학적으로 머리가 좋다고 하는 데는 더 광범위한 능력이 포함된다. 여기에는 자기 마음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 심리지능도 포함된다.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절제하고 표현하는 역량, 자기 생각을 언어로 표현해서 상대방에게 전달한 다음 그 반응에 따라서 자기 행동을 조절할 수 있는 역량, 대인관계에서 시의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역량, 즉 자신의 의견을 주장할 때는 주장하고 순응할 때는 순응하고 잘 어울릴 때는 어울리고 혼자서도 건강하게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역량 또한 머리가 좋은 것과 연관이 있다.

 

상담하다 보면 인지기능은 아주 뛰어난데 대인관계 역량이나 감정 조절 능력은 높지 않은 사람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들은 자기가 지금 하는 행동이 남에게 어떻게 보이고 느껴지는지도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심리지능이 발달하지 않은 탓이다. 그들은 마음을 먹으면 어느 정도까지는 사회적 성취를 이룬다. 하지만 어느 시점부터는 더 이상 진척이 없다. 설령 있다 해도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되고는 한다.

 

간혹 성공한 리더들 중에도 그러한 심리지능이 낮아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를 본다. 따라서 머리가 좋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지적인 능력뿐 아니라 삶에서 경험하는 여러 스트레스와 위기를 잘 극복해 내는 능력을 갖춘 것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정신의학적으로 머리가 좋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요소들을 다  살펴봐야 한다. 그렇다면 오행을 통해 그러한 역량을 가진 사람을 가려낼 수 있을까? 물론 가능하다.

 

그동안 여러 기업이나 조직의 리더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의 사주를 분석한 결과 앞서 기술한 인지기능과 심리지능을 모두 갖춘 사람들의 오행학적 특성을 알아볼 수 있었다. 우선 오행의 균형과 조화가 갖추어진 사주가 있다. 화, 수, 목, 금, 토의 오행이 골고루 갖추어진 사주는 어떻게 봐도 좋은 사주다. 그런데 그들 중에서도 그 오행의 균형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는 사주가 있다. 그런 경우에는 인지기능과 심리지능의 역량을 고루 갖추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인수와 식상이 잘 발달한 경우에도 머리가 좋은 사주라고 볼 수 있다. 앞에서도 설명했듯이 인수란 한마디로 나의 뿌리가 되는 오행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인수가 드러나지 않는 사주는 그 뿌리가 튼튼하지 않으므로 심리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본다. 또한 공자의 말씀대로 아는 것은 아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내가 아는 것을 말이나 행동으로 옮기는 역량을 상징하는 식상이 잘 발달해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신을 상징하는 오행이 금이면 토가 인수이고, 식상은 수가 된다. 자신을 상징하는 오행이 수라면 목이 식상이고 금의 오행이 인수에 해당한다. 그러한 오행의 균형과 조화가 잘 발달되어 있는 경우다. 신금이 많은 사주도 머리가 좋을 확률이 높다.(중략)

 

그러나 내 사주가 이런 구조를 갖지 않았다고 좌절할 필요는 없다. 앞서 기술했듯이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소우주를 가지고 있으므로, 그 소우주 안에 들어 있는 보물을 잘 발견해서 키워나가면 되는 것이다.

 

경제적 역량이 우수한 사주와 그렇지 못한 사주

 

요즘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자녀가 공부를 잘하고 적성을 백분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돈을 현명하게 다루는 경제적 역량도 필요하다. 상담 중에 아이들에게 인생의 꿈을 물어보면 대부분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한다. 그런데 바라는 돈의 단위가 보통 백억, 천억 단위다. 그러면서 어떻게 돈을 벌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하거나 단순히 일확천금을 꿈꾸는 경우가 많다. 언젠가 고등학교 교사가 상담을 받으러 왔었는데, 요즘 학생들이 수업 중에도 '주식으로 성공해서 빨리 은퇴하자'는 내용의 책을 몰래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그러니 자녀가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의 경제적 역량을 잘 살펴보고 어릴 때부터 적절하게 교육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머리가 좋고 공부를 잘하는 것과 재물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는 역량은 다른 이야기다. 따라서 자녀의 사주를 살펴봐서 재성이 드러나지 않거나 약한 경우에는 꼭 경제 공부를 시켜야 한다. 그러지 않은 경우, 섣부르게 자기 사업을 시작했다가 좋지 못한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집에 돈이 많아도 자녀가 그것을 나중까지 지켜나가는 것 역시 어렵다. 때로는 재물로 인해 인간관계나 사회생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더욱 자녀의 경제적 역량을 부모가 잘 알아야 한다.

 

경제적 역량이 우수한 사주는 식상과 재성의 균형과 조화가 잘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일간의 힘이 튼튼하다. 그래야 재물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또한 재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되는 식상과 그 재물로 명예를 가져오는 관도 좋아야 한다. 그와 같은 경우는 정신의학적 분석에서도 책임감이 강하고 심리적 성숙도도 우수하고 유연한 적응력을 지닌 경우가 많다. 목표 의식도 매우 강해서 자신의 성취를 위해 매진한다. 그렇지 않고 재물을 뜻하는 글자는 많은데 일간의 힘이 약한 경우를 재다신약(財多身弱)사주라고 한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재물로 인해 삶의 흐름이 망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자기 역량에 비해 너무 많은 재물을 탐하기 때문이다. 혹은 돈에 인색하거나 지나치게 실리적인 면만 추구하거나 한다. 그런 경우 정신의학적 분석에서도 현실적 가치를 추구하는 면이 매우 높고 인간관계에서는 경쟁 성향과 자기중심 성향이 높다.

 

또한 사주에 재물을 뜻하는 오행이 드러나지 않거나 균형과 조화가 이루어져 있지 않으면 돈에 대한 집착만 강하고 돈을 벌 수 있는 현실적 과정을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주에 비겁이 많은데 운에서 재물을 상징하는 오행이 들어오는 경우, 그 운에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높다. 재물을 두고 여러 사람이 싸우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부모가 자녀의 경제적 역량을 꼭 살펴보는 것이 중요한데, 이러한 면에 명리학적 분석이 큰 도움이 된다.(중략)

 

두 번째 특징은 어떠한 편견이나 선입견도 없이 내 아이가 어떤 기질 특성을 가졌는지, 잠재력은 어떠한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진다는 점이다. 많은 부모가 내 자녀가 어떤 특성을 갖고 태어났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면서 그들에게 부모의 가치관이나 희망을 강요한다. 그러나 아이는 절대 말랑말랑한 진흙처럼 부모나 주위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성장해 주는 존재가 아니다. 그러므로 부모는 더욱 자녀를 나만의 잣대나 기준으로 살펴보는 태도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그 대신 아이의 특성을 빨리 파악해서 올바른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이 더 필요하다. 명리학은 이 부분에서도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식상이 강한 특성이면 자유롭게 자기 끼를 발휘하도록 도와주고, 인수가 강하면 공부를 도와주되 한편으로는 표현력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또한 지나치게 비겁이 강한 아이는 그 경쟁심을 누그러뜨리도록 도와주고, 관이 많은 아이는 심하게 자기비판을 하거나 불필요한 힘을 쓰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하다. 불필요하게 충이 많은 친구는 그 충동성을 다스릴 방법을 찾도록 해주고, 합이 많은 친구는 우유부단한 특성으로 결정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므로 그것을 보완해 줄 방법을 찾아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중략)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사람을 이루는 것은 선천적 본성인가, 아니면 후천적 양육의 결과인가?"라는 질문이다. 아마도 '반반의 조화'가 가장 적절한 대답일 것이다. 가로와 세로가 만나서 점이 이루어지듯이 한 사람의 삶의 흐름을 구성하는 요소도 마찬가지다. 내가 아무리 부모 역할에 전력을 다해도 나는 결국 아이 인생에 50%의 영향력밖에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라고 해서 자녀 문제에 지나치게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특히 워킹맘의 경우 그러한 자책감은 진정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경험만 봐도 그렇다. 아이에게 엄마 손길이 필요한 시기에 난 늘 일에 파묻혀 있어야만 했고,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아이가 그것을 두고 원망할 때는 더욱 힘들었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부모가 아이에게 믿음과 희망만 지니고 있으면 아이는 결국은 자기 역량을 발휘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아이도 성장한 후에는 엄마의 입장을 이해했다. 자신이 부모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았음을 이제는 안다고 내게 털어놓은 것이다.

 

그러니 부모가 흔들리지 않고 아이를 믿어주고, 아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태도가 가장 중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부모가 아이의 적성과 진로를 찾아주는 일에 성공하려면 아이 앞날에 지나치게 자기 발자국을 남기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아이에게는 아이만의 우주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정신과 의사의 명리육아_ 양창순

by 미스터신 2025. 3. 22. 18:44

EBS 다큐멘터리 <뇌로 보는 인간 - 돈>을 보면, 미국의 과학자 찰스 넬슨이 방글라데시와 같은 빈곤 국가 아이들의 뇌 발달을 연구한다. 몇 년에 걸쳐 방글라데시를 방문해서 연구한 결과, 아이가 3세가 됐을 때 눈에 띄게 아이큐가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 아이큐가 100 정도일 때 방글라데시의 아이들은 85 수준이었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생후 2개월만 돼도 뇌의 회백질 양이 적었다고 한다. 이는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난이 뇌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가난은 계속해서 대물림된다는 얘기다.

 

부유한 나라에 사는 빈곤층도 마찬가지이다. 보스턴에 사는 빈곤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뇌 발달의 이상이 확인되었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처해 있는 가정의 아기들을 2~24개월에 걸쳐 연구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가정환경일수록 아이의 뇌 활동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난한 환경과 높은 스트레스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면 더는 가난을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재산을 물려줘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게 해주자는 게 아니다. 어학연수라도 보내주고, 결혼할 때 전세금이라도 보태주기 위해서 부자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가난한 환경이 지능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지능으로 인해 더욱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만드는 거다. 가난 자체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스트레스는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 가족 간의 관계는, 삶을 대하는 태도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더 나은 삶을 향해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부모를 보며 자란 아이들의 뇌 활동은 절대 부정적일 수 없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부자들의 태도와 마인드를 보여줌으로써 부자의 DNA를 자연스럽게 물려줄 수 있다. 설혹 살아생전에 나는 부자가 못 된다 해도 DNA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은 부자, 반드시 될 수 있다.

 

돈은 모든 것을 바꾼다_ 김운아

by 미스터신 2024. 4. 28. 19:13

나는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의 대가로 잘 알려진 피터 드러커의 책들을 거의 다 본 편인데 그 중에서도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최고로 꼽는다. 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그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에 대해 시간순으로 기록해 놓고 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사람은 할머니였다. 그의 할머니는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다. 사람들이 경멸하는 매춘부 리치에게도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요. 리치 양,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목도리를 단단히 하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리치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6층까지 걸어 올라가 그녀에게 감기약을 건네준다. 드러커는 그런 할머니에게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웠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그에게 참다운 교육자의 길을 보여 준 초등학교 선생님,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 '타임' '포춘' 등 잡지왕국을 만든 헨리 루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했지만 무엇보다도 평범한 인물에게서조차 대단함을 발견하는 그만의 '시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얼마나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는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를 깨달았다. 그가 최고의 경영학자와 미래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배울 점을 찾는 노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부모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말하는 까닭

 

내가 지금까지 책을 내고 부모들을 만나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대뜸 어떤 사람들은 푸념하듯 말한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육아서를 뒤져 봐도 답답하기만 하고요. 선생님이 답좀 일러 주시면 안 되나요?"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그런 말을 내뱉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모가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지각에 관한 문제였다. 경모는 원체 늦게 일어나는 데다 늑장을 부려 아침마다 꼭 지각을 하곤 했다. 날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정작 경모는 태연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모가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해 혼도 내고 달래도 보면서 버릇을 고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그 다음에는 기분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의 고유한 기질 때문인가 싶어 놔두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마음이 내내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해답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모가 중1 여름 방학 때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풀리지 않던 문제의 원인을 그날 밤 알게 되었다. 아이와 같이 한 이불에서 자는 게 참 오랜만이었는데 자다 보니 경모가 껌뻑 숨이 자주 막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다른 사람에 비해 편도가 지나치게 커서 그것이 기도를 막고 있었다. 그럴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 길로 바로 경모는 편도 수술을 받았고 그 뒤 늦잠 자는 버릇이 없어졌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숙제들을 떠안고 그것을 하나씩 풀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경우 숙제를 풀려면 먼저 자신이 성장해야만 한다. 문제를 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은 배움을 통한 성장에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란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경모에게 그랬듯이 지속적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를 놓고 계속해서 다른 해결책이 없나 살펴보고 고민해 보는 것이다. 육아서를 뒤적이든, 신문을 펼쳐 보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든 그것은 자기 하기에 달렸다. 드러커가 그랬듯 어쩌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찾고 있던 해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그 해결책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을지 분석해야 한다. 내가 요즘도 가끔 들여다 보는 '데미안'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력 없이 알을 깰 수는 없으며 그 과정은 무수한 고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알에서 빠져나온 순간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경모의 지각 문제를 처음 접하고 그것을 해결하기까지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나는 경모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면서 나 또한 어느새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마이 솔루션'을 되도록 많이 만들어라

 

알코올 중독인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던 엄마가 있었다. 아이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녀는 어쩔 수 없지 않냐며 푸념만 늘어놓았다. 답답한 마음에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도 못해 봤다고 했다.

 

내가 말하는 공부는 바로 이것이다. 문제를 현명하게 풀기 위해서 더 많은 방식으로 그 문제를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인생은 고통의 바다지만 우리에게는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자유 의지와 힘이 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내 해결책(My solution)은 뭐냐면~" 이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문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을 리 없다. 내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와 다르고, 내가 처한 상황이 그들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은 나만이 알 수 있다.

 

경모의 지각 문제를 푸는 과정만 해도 그렇다. 만약 내가 그 문제를 단순히 경모의 게으름으로만 치부해 버렸다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더러 아이와 나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을 것이다. 경모 역시 자꾸만 엄마를 실망시키는 자신을 싫어하게 되거나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반항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다른 부모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아이들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것 하나는 '마이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이 솔루션'을 많이 가질수록 나와 아이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부모는 반드시 성장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26. 09:49

간혹 사람들은 성공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데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낳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복은 반드시 성공을 낳는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의 사장과 그의 친구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어떤 면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 성적, IQ, 정서 발달 등과 현재의 월 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보았다.

 

그런데 결과가 무척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때의 성적과 IQ, 정서 발달 가운데 지금의 월 소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바로 정서 발달이었다. 반면 성적이나 IQ는 현재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어렸을 때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서 성공을 거두고, 행복한 어른으로 잘 살아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밖에도 행복한 사람은 고통을 잘 참고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비록 상황이 나빠도 주저앉기보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인생의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가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으니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섯 살 된 아이들에게 30초 동안 '펄쩍 펄쩍 뛸 정도로 기뻐할 일' 이나 '가만히 앉아서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해질 일'을 생각하게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읽기와 받아쓰기, 수학 등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우울할 때보다 정신적인 활동이 왕성해서 더 빨리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아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학업 성적이 걱정되는 부모일수록 목표를 아이의 행복에 두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을 창조하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가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창조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이것만은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아이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더더욱 당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성공을 보여 줄 것이다.(중략)

 

0~3세 아이를 둔 엄마가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선 영국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총책임자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게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답은 삶의 통제권을 쥐느냐, 쥐고 있지 못하느냐에 있다. 직장에서 총책임자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자기가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낮은 위치에 있을수록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가 힘들다. 그들은 일을 할지 말지, 하면 언제까지 해야 할지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총책임자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내일까지 끝내라고 하면 밤을 새서라도 오늘 일을 끝마쳐야 하고, A를 하고 있는데 B를 먼저 끝내라고 하면 하던 일을 접고 B를 해야 한다. 주말에도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가 어떻게 건강을 해치지 않겠는가.

 

이처럼 자기 결정권은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한 양로원을 상대로 연구를 했는데, 노인들에게 일상의 사소한 일을 직접 결정하고 관리하게 했다. 그 결과 삶에 대해 한결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동시에 사망률이 반으로 줄었다.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를 나는 이 연구 결과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그래서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런 날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 어쩌면 미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 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한결같이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끝날까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말한다.

"딱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참으세요."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엄마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제쳐 놓고 아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하지만 그 고통은 3년이면 끝난다. 어쩌면 2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 아무리 늦어도 3년만 지나면 아이는 스스로 작은 일상들을 처리해 나간다. 아이가 세 돌쯤 되면 말이 통하기 때문에 돌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 돌보기를 외면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버리면 아이는 아이대로 병이 나고, 엄마는 엄마대로 더 불행해진다. 도둑질하기, 거짓말하기, 떼쓰기, 때리고 도망가기등 부모를 속 터지게 만드는 아이들의 모든 행동은 첫 3년 동안 잘 돌보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3년을 잘 견디면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 낸다면 두 가지를 얻는다. 하나는 부모라는 이름이 주는 헌신의 기쁨과 행복이고,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그것은 3년 동안 자신을 낮추는 경험을 온전히 해낸 부모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이다.

 

이제 나는 누가 나를 '코끼리 같다'라고 놀려도 그때처럼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 또 아이들 시험 성적이 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때가 안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할 뿐 '내가 부모 노릇을 잘 못했구나' 하고 자책하지 않는다. 딱 3년이다. 그 시간만 잘 견디면 당신도 '나르시시스틱 인저리'에서 벗어나 나처럼 될 수 있다. 아니 분명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19. 18:49

처음에 태어났을 때 아이는 이 세상에서 '자기'와 '자기가 아닌 것'을 구별할 수 없다. 아이가 '자기'라는 감각을 깨닫기까지는 몇 개월이나 걸린다.

 

조금 자란 아이가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이며 노는 것은 곧 '자기'라는 것을 발견한 기쁨을 나타내는 것이다. 아이는 자기가 마음먹은 대로 손가락과 발가락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한동안 손가락과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놀곤 한다.

 

처음에는 희미했던 세계가 다양한 지적 자극을 통해 점점 또렷하게 그 모습을 아이에게 드러낸다. 유명한 교육학자인 프뢰벨의 말처럼 아이들은 보고 듣는 것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욱더 보고 듣고 싶어지게 된다.

 

그런 면에서 아이의 지능은 부모가 생애 초기에 얼마나 풍부한 지적 자극을 주었느냐에 따라 달라지게 된다. 물론 유전이 영향을 미치기는 하지만, 유전은 아이 지능의 상한선과 하한선을 결정할 뿐이다. 아이의 지능이 상한선과 하한선 중 어느 위치에 존재하느냐는 72개월 이내에 부모가 만들어 주는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는 부모의 유전적인 요소가 매우 우수해서 지능의 하한선은 100, 상한선은 200으로 태어날 수 있고, 어떤 아이는 그보다 조금 떨어져서 지능의 하한선은 80, 상한선은 180으로 태어날 수 있다.

 

유전적으로 뛰어난 아이를 낳은 부모가 아이가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초기 환경을 잘 이해하지 못해 풍부한 지적 자극을 주지 못했다고 하자, 그러면 아이의 최대 지능은 그 아이의 하한선인 100에 머무르고 만다.

 

반면 유전적으로는 조금 떨어지지만 초기 환경을 잘 이애한 부모는 부지런히 아이에게 지적 자극을 줌으로써, 그 아이가 발전할 수 있는 최대 능력인 지능이 180인 아이로 키울 수 있다.

 

즉 부모의 유전보다는 부모가 사랑과 배려로 아이를 키우면서 섬세하게 지적 자극을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뜻이다. 결국 아이에게 잠재된 최대 지능이 천재의 지능이라 할지라도 부모에게서 풍부한 지적 자극을 받지 못하면 아이는 평균 이하의 지능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아이에게 풍부한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장난감은 부모이다. 부모가 아이를 쳐다보는 것, 아이와 즐겁게 대화를 나누는 것, 자연에 나가 신나게 자연을 경험시켜 주는 것, 아이를 칭찬해 주고 아이와 재미있게 노는 것, 열심히 책을 읽어 주는 것 등은 모두가 아이의 오감을 자극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순수해야 한다. 먼저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아야 하는데, 이것을 상호 주시라 한다. 부모가 아이를 즐겁게 바라보는 것은 별로 특별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있어서는 다른 사람과 첫 번째로 맺는 관계를 의미한다. 이것이 발전되어 아이는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려면 상대를 배려하고 주의해야 한다는 협력의 기본을 배우게 된다.

 

엄마가 종종 전화 통화나 요리, 청소 등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어 아이와의 관계를 중단시키는 일이 있는데  그러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본능적으로 자기가 엄마를 볼 때 엄마도 자기를 바라봐 주기를 원한다.

 

생후 4~6개월 사이에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아이가 보고 있는 것을 부모도 함께 바라보는 공통 인식이다. 아이가 흥분된 소리나 몸짓으로 장난감을 가리킬 때, 아이가 기대한 대로 부모가 아이의 시선을 좇아 아이의 신호나 몸짓을 정확하게 읽어 주면 아이는 여기서 협력을 배운다.

 

그러나 이 작업을 실패하면 아이가 아장아장 걷는 시기가 되었을 때, 다른 아이들과 협력하는 법을 알지 못한다. 그래서 장난감을 나누어 쓰지도 않고 혼자서 독차지하거나, 차례를 기다리며 서 있는 아이들을 밀치는 등 독선적인 아이가 된다. 뿐만 아니라 작은 일에도 화를 잘 내는 아이로 성장할 수도 있다.

 

배려 깊은 사랑이 행복한 영재를 만든다_ 푸름아빠 최희수

by 미스터신 2020. 7. 25.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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