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그리스 철학자인 소크라테스는 아직도 권장도서 목록에서 그의 책이 빠지지 않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그가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플라톤이라는 후학의 덕이 크지만, 그의 독특한 교수법 때문이기도 하다.
소크라테스는 산파가 아이를 낳을 때 산모를 돕듯, 스승은 제자들이 진리를 깨닫게끔 산파의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이를 낳는 사람은 산모이고 산파는 보조할 뿐이듯, 스승은 제자에게 정해진 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스스로 깨닫도록 '질문'을 던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산파술이라고 한다.
그런데 당시 지식층이던 소피스트들은 모호한 추측을 진리인 양 떠들고 다녔고 궤변으로 대중을 혼란시켰다. 그렇다면 소피스트의 궤변과 소크라테스의 산파술이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자.
소피스트 당신은 노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까?
제자 네
소피스트 왜 노을이 아름답지요?
제자 정열적인 붉은색과 변화무쌍함 때문이지요.
소피스트 정열적인 붉은색과 변화무쌍함이 아름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다친 사람이 흘리는 피는 붉지만 끔찍하잖아요. 게다가 노을이 지는 강가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게 된다면 더 이상 노을이 아름답게 여겨지지 않을 텐데요. 그런데도 노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나요?
제자 아니오.
이렇듯 소피스트는 대화를 전적으로 주도하며 상대방이 자신의 의견에 수긍하게 만든다. 이번에는 소크라테스의 대화법을 살펴보자.
소크라테스 당신은 노을이 아름답다고 생각합니까?
제자 네.
소크라테스 왜 노을이 아름답지요?
제자 정열적인 붉은색과 변화무쌍함 때문이지요.
소크라테스 그렇다면 정열적인 붉은색과 변화무쌍함이 왜 아름다울까요?
제자 붉은색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소크라테스 하지만 피의 붉은색은 기분 나쁘잖아요. 게다가 다친 사람이 흘리는 피는 죽음을 느끼게 하는데요. 모순이지 않은가요?
제자 그렇다면 매번 볼 때마다 변화무쌍함이 지루하지 않아서요.
소크라테스 그렇지만 아름다운 명화는 볼 때마다 바뀌지 않지만 지루하지 않잖아요. 모순이지 않은가요?
제자 ......
소크라테스 정리해보면, 노을의 아름다움 자체는 분명히 느끼지만 그 내용에 대해서는 막연하게 생각한 거네요. 왜 노을의 정열적인 붉은색과 변화무쌍함이 아름다운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겠어요?
이렇듯, 산파술은 소피스트의 궤변처럼 말싸움에서 이기고 절대적인 진리를 부정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다만 상대방이 진리를 좀 더 명확히 정리할 수 있게 해준다. 즉, 산파술은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답변을 끌어내게 하는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거듭되는 질문을 통해 자기 자신부터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고, "너 자신을 알라"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자신의 무지를 인식하고 질문을 통해 진리를 깨닫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다.
그로부터 2400년이 지난 현재,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진리라고 착각한 채, 그릇된 확신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은 무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질문하는 힘, 권귀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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