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학생 대부분은 대학 입학을 목표로 공부한다. 그런데 그 목표는 대개 자신이 원하는 대학이 아니다. 부모님이 원하는 대학이거나, 자신의 성적에 맞춘 대학이다. 왜냐하면 학생은 자신이 어떤 대학에 가면 좋은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어떤 대학에 가야 자신에게 도움이 되고 진정으로 만족할 수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그 대학을 조사하는 충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우리나라 학생들의 경우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해 그러지 못하고 있다. 자신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선택한 대학이 아니다 보니 아무리 이름난 대학이라도 만족하지 못하고 자퇴를 하는 학생들이 생긴다.

 

자신을 진정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 대학을 선택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먼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그 이후엔 자신이 가고 싶은 대학에 가 보고, 그 대학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체험해 보는 일이 필요하다. 어떤 부모님들은 이러한 일을 할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더 하는 것이 낫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고는 입시 철이 다가오면 자신이 대신 대학 입시 설명회를 다니며 자녀의 공부 시간을 확보한다. 하지만 이는 자녀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을 빼앗는 일일 뿐 아니라, 만족을 주는 대학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를 가로막는 일이기도 하다.

 

만족감을 주는 대학이란 누구나가 다 좋다고 말하는 대학도 아니며, 점수에 맞춰 가는 대학도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의 관심사와 연결되어 있으며, 그 관심사를 최대한 잘 배울 수 있는 대학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채용할 때 진짜 대학 간판을 볼까?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대기업에 들어가려면 스카이(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정도는 나와야 해."

 

아직 세상 경험이 부족한 청소년들은 이러한 말에 쉽게 현혹된다. 그런데 정말 우리나라에서는 명문대를 나와야만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것일까?

 

오늘날 한국의 어떤 기업도 서울대학교를 나왔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뽑지 않는다. 명문대 출신이라고 무조건 채용하는 현상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현재 많은 기업들이 그들만의 인사 시스템을 구축해 회사에 적합한 인재를 찾는다. 그래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뒷받침해 줄 자료도 있다. <다윗과 골리앗>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은 하버드대학의 하위 30퍼센트 학생들보다 지방 대학의 상위 20퍼센트 학생들이 훨씬 더 똑똑하고, 취업한 후에도 더 많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데이터를 통해 알아냈다. 즉, 꼭 명문대가 아니더라도 어느 대학에서도 상위권을 차지하는 학생들은 자신의 학과에 만족하고 몰입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의 많은 기업들이 채용을 할 때 학교 이름만 보고 판단하지 않는다. 이러한 현상은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대학 이름이 아닌 '학과'

 

영수 학생은 심리학과를 가고 싶어 했다. 그리고 실제로 명문대는 아니더라도 수도권에 위치한 한 대학의 심리학과에 들어갈 정도의 성적은 되었다. 그런데 주변 어른들은 학과보다는 대학이 중요하다며 영수 학생에게 무조건 서울대학교를 가야 한다고 설득했다. 영수 학생이 심리학과를 포기한다고 해서 서울대학교를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면 영수 학생이 생각한 학교보다 한 단계 높은 대학은 갈 수 있었다. 다만 그렇게 하면 영수 학생이 가고 싶은 심리학과는 포기해야 했다. 한 단계 높은 대학의 심리학과는 열심히 공부하더라도 승산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영수 학생은 자신이 원하던 심리학과가 아닌, 한 단계 높은 대학의 다른 전공을 선택했다. 영수 학생은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영수 학생의 선택에는 자신의 성향보다 부모님과 주변 어른들의 기대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영수 학생의 부모님은 아들이 좀 더 높은 단계의 대학에 갈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 아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이때 부모님이 생각하는 좀 더 나은 삶이란 좋은 대학을 나와 좋은 직장에 취직하는 것이다. 아들의 적성이나 취향은 좀 더 나은 삶의 범주에 있지 않았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볼 때, 이러한 선택은 결국 영수 학생에게 만족감을 주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원치 않는 공부를 한다는 건 입시 준비를 해야만 했던 고등학교 과정만큼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당연히 제대로 된 공부를 할 수 없고, 그에 대한 결과로 좋은 학점을 받기도 힘들다. 학점이 좋지 않다면, 과연 부모님이 바라는 좋은 직장에 취직할 수 있을까? 단정적인 결론은 내리지 않을 것이지만, 각자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십 대를 위한 공부사전_ 김경일 교수

by 미스터신 2024. 7. 21. 09:58

사람의 뇌는 단순 계산이나 암기를 통해 발달하지 않는다. 깊은 사고와 연결적인 사고를 많이 해야만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앞이마엽(전전두엽)의 면적이 넓어지고 뇌가 발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쉽고 빨리 찾아 주어 편리함을 주지만, 깊은 생각을 하지 않게 해 앞이마엽의 면적을 오히려 줄어둘게 만든다. 원하는 정보를 컴퓨터가 모두 제공해 주어 쉽게 정보 파악이 가능해지다 보니, 마치 모든 정보를 내가 진짜로 이해하고 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정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면 내가 실제로 그 정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뇌의 일부분만 쓰게 만들어 단편적인 사고를 하게 만들며, 뇌의 일부만 발달하게 된다. 이는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만 반응하게 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지는 '팝콘 브레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팝콘 브레인 현상을 막기 위해 우리는 게임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할까? 게임을 무조건 차단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무척이나 이분법적인 생각이다. 마치 19세기 후반, 마차와 자동차의 충돌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3킬로미터로 제한해, 결국에는 독일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만든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2015년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우리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를 맞이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포노 사피엔스는 '지혜가 있는 전화기'라는 뜻으로,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만든 말이다. 즉,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에서 무수히 개발되고 소비되는 게임 역시 무작정 막는다고 될 일은 당연히 아니라는 말이다.

 

진짜 문제는 게임을 '오락'으로만 보는 것이다. 사람은 왜 게임에 빠져들까? 게임은 단순한 놀이나 오락이 아니다. 게임에는 규칙, 목표, 결과, 갈등 등 인간사의 모든 측면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이익이나 이해관계와 무관한 자유로운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적 요소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다. 많이 알고 있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는 2018년 기준으로 시가 총액 세계 10대 기업 안에 드는 기업들로, 모두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직결되는 회사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의 텐센트라는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게임을 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 게임을 무조건 막아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게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거리를 모색한 독일이 붉은 깃발법을 만든 영국 대신 자동차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유추적 사고와 깊은 사고

 

우리는 공부할 때 뇌의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야만 하는 깊은 사고를 사용한다. 덧셈이나 뺄셈처럼 단순한 계산문제나,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과 같은 단순 암기에는 깊은 사고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유추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깊은 사고를 해야만 풀 수 있다. 유추는 구조적 유사성이나 관계성까지 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구절이 있다.눈, 마음, 창은 제각각 다른 범주에 속하므로, 얼핏 생각하기에 이 세 단어는 전혀 연결성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눈과 창은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하는 통로'라는 유사성을 지닌다. 이 유사성을 이어 붙여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문장이 탄생한 것이다. 

 

유추를 하기 위해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앞이마엽과 다른 피질, 혹은 앞이마엽 안에서도 여러 가지가 연결된다. 뇌의 신경 세포들을 연결하는 것은 시냅스인데, 컴퓨터를 하는 동안에는 시냅스가 연결되지 않는다. 인터넷 서핑이나 온라인 게임 등은 우리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그냥 모든 것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분명 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가 깊게 생각하는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책과 같이, 읽는 사람이 글에서 묘사한 장면을 직접 만들어 내야 하는 불친절한 정보 제공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 불친절함은 우리가 우리의 뇌를 더 많이 쓰게끔 만들어 유추적 사고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십 대를 위한 공부사전_ 김경일 교수

by 미스터신 2024. 6. 6. 10:11

직접 경험의 효과가 더 큰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간접 경험이 의미 없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으로 사람은 세상의 모든 일을 다 경험할 수 없다. 간접 경험은 우리가 미처 체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간접적으로나마 알게 해 준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독서는 간접 경험 중에서도 상당히 적극적인 경험에 속한다. 텔레비전이나 영화는 시각과 청각 정보를 다 제시해 주기 때문에 우리의 뇌가 할 일이 별로 없다. 하지만 독서는 글을 읽으며 시각적인 것을 떠올려야 되고 촉각을 만들어 내야 되며, 이 외에도 다른 여러가지 것들을 상상해야 한다. 이때 우리의 뇌는 왕성한 활동력을 보인다. 즉, 독서는 수동적으로 입력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인 입력을 필요로 하는 일인 것이다.

 

독서를 통해 입력되는 정보는 뇌의 시냅스 형성을 자극하며 뇌질환에 대한 면역력을 높여 줄 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에도 도움을 준다. 영국의 서식스대학교 인지신경심리학 데이비드 루이스 박사 연구팀은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독서를 권하기도 했다. 이 연구팀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책을 6분 정도 읽을 경우 스트레스는 68퍼센트 감소하고, 심장 박동수는 낮아지며 근육의 긴장이 풀린다고 한다.

 

독서의 효과는 이뿐만이 아니다. 독서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만들기도 한다. 이제까지 자신이 알고 있었던 세상은 한 권의 책만으로도 더 확장될 수 있다. 독서를 통해 경험하지 않아 몰랐던 세상의 일, 감각, 정서, 철학 등을 접함으로써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세상을 보게 되는 것이다. 이는 곧 지금의 자신을 반성하게 하거나 성장시키는 일이며,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을 높여 주는 일이다.

 

마지막으로 독서는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이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도파민의 분비를 늘려 행복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십 대를 위한 공부사전_ 김경일 교수

 

by 미스터신 2024. 5. 18. 19:23

EBS 다큐멘터리 <뇌로 보는 인간 - 돈>을 보면, 미국의 과학자 찰스 넬슨이 방글라데시와 같은 빈곤 국가 아이들의 뇌 발달을 연구한다. 몇 년에 걸쳐 방글라데시를 방문해서 연구한 결과, 아이가 3세가 됐을 때 눈에 띄게 아이큐가 낮아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평균 아이큐가 100 정도일 때 방글라데시의 아이들은 85 수준이었는데 더 심각한 문제는 생후 2개월만 돼도 뇌의 회백질 양이 적었다고 한다. 이는 뇌의 정보 처리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다음 세대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가난이 뇌에 영향을 미치고, 결국 가난은 계속해서 대물림된다는 얘기다.

 

부유한 나라에 사는 빈곤층도 마찬가지이다. 보스턴에 사는 빈곤층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뇌 발달의 이상이 확인되었다. 소득과 교육 수준이 낮아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환경에 처해 있는 가정의 아기들을 2~24개월에 걸쳐 연구한 결과, 스트레스가 많은 가정환경일수록 아이의 뇌 활동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가난한 환경과 높은 스트레스가 뇌에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의 결론이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보다 나은 삶을 살길 바란다면 더는 가난을 물려주지 말아야 한다. 재산을 물려줘서 편안하고 안정된 삶을 살게 해주자는 게 아니다. 어학연수라도 보내주고, 결혼할 때 전세금이라도 보태주기 위해서 부자가 되자는 말이 아니다. 가난한 환경이 지능을 떨어뜨리고, 떨어진 지능으로 인해 더욱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 있다.

 

당장 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 환경을 만드는 거다. 가난 자체를 해결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스트레스는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 가족 간의 관계는, 삶을 대하는 태도는 충분히 바꿀 수 있다. 가진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면서, 더 나은 삶을 향해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는 부모를 보며 자란 아이들의 뇌 활동은 절대 부정적일 수 없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부자들의 태도와 마인드를 보여줌으로써 부자의 DNA를 자연스럽게 물려줄 수 있다. 설혹 살아생전에 나는 부자가 못 된다 해도 DNA를 물려받은 우리 아이들은 부자, 반드시 될 수 있다.

 

돈은 모든 것을 바꾼다_ 김운아

by 미스터신 2024. 4. 28. 19:13

공부는 타고난 재능일까, 후천적 노력일까

 

뇌는 우리가 처한 환경과 경험에 영향을 받으며 적응하고 변화한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를 '뇌가소성' 또는 '신경가소성'이라 부릅니다. 코알라의 뇌를 보면 전두엽 부분이 텅 비어 있습니다. 오래전 코알라의 뇌는 두개골의 크기에 맞게 꽉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생활이 단조로워지자 뇌, 특히 전두엽의 역할이 축소되었고 자연스럽게 뇌의 크기도 작아졌다고 합니다.

 

실제로 코알라의 행동을 살펴보면 뇌가 작아진 이유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온종일 나무에 매달려 유칼립투스잎만 먹고 있으니까요. 먹이를 찾아 고생할 이유가 사라진 코알라의 뇌는 퇴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뇌가소성이라는 특징에 의해 뇌가 환경에 적응한 것이지요.

 

바위나 특정한 곳에 붙어서 고착생활을 하는 말미잘 역시 뇌가 없는 대표적인 생물 중 하나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말미잘이 바닷속을 헤엄치며 살던 유충 시기에는 뇌가 있었다는 겁니다. 그러나 머리를 바위에 박고 고착하는 시기가 되면 뇌가 사라집니다. 뇌는 복잡하고 다양한 움직임과 문제해결을 위해 존재하는데, 이제 복잡한 움직임이 필요 없어졌으니까 뇌를 버리는 것이지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한 자세로 앉아 게임만 하고 자신을 위해 아무 노력도 하지 않는 사람의 뇌는 그 환경에 맞게 뇌가 적응하며 게으르게 변할 것입니다. 반대로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아 필사적으로 공부하는 수험생의 뇌는 공부에 최적화될 테고요. 물론 사람은 자극이 없더라도 코알라나 말미잘처럼 아예 뇌가 사라지는 일까지는 생기지 않겠지요. 하지만 학습의 영역에서는 그 미세한 차이가 큰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노력하면 지능도 높아진다

 

'지능, 즉 IQ는 아무리 노력해도 안 변하는 거 아닌가요?'

미국의 인지심리학자 레이몬드 카텔은 지능을 '유동성 지능'과 '결정성 지능'으로 구분했는데요. 유동성 지능은 타고나는 반사적인 학습 지능이고, 언어성 지능이라고도 불리는 결정성 지능은 경험을 통해 습득한 학습 지능입니다. 어휘력이나 배경지식은 다 결정성 지능과 관련이 깊지요.

 

유동성 지능은 태어나서 20대 중반까지 발달하다가 점점 쇠퇴합니다. 반면 결정성 지능은 후천적으로 경험과 지식을 습득하면서 점점 향상됩니다. 학창시절 이해하기 어려워했던 학습 내용을 성인이 된 지금 다시 살펴보면 생각보다 쉽게 느껴질 때가 있지요. 그 이유가 바로 결정성 지능이 향상됐기 때문입니다. 어떤 노력과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우리 지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간혹 지긋한 나이에 공부를 시작하는 만학도분들이 "이제 공부해서 젊은 학생들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묻곤 합니다. "공부도 다 때가 있다"라는 말도 많이 하는데, 이는 나이가 들수록 공부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나이가 들면 유동성 지능은 쇠퇴할지 몰라도 노력에 따라 결정성 지능은 얼마든지 키울 수 있습니다.

 

결정성 지능은 단순 암기 영역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새로운 정보를 이해하는 데는 큰 도움을 줍니다.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쌓인 배경지식이 새롭게 배우는 정보와 쉽게 결합되면서 이해력이 높아지지요. 이해력이 높아지면 암기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높은 이해력 덕분에 새로운 지식이 단기기억에서 장기기억으로 가는 데 큰 도움을 줍니다.

 

저는 공부에 타고난 재능이 전혀 상관없다는 이상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분명히 개인차는 있고, 그에 따라 들이는 노력도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서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인 재능을 이길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더 이상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는 핑곗거리를 찾는 것에 불과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을 합리화하며 앞으로 나아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여러분도 공부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면, 뇌가 공부에 더 최적화되도록 꾸준히 집중하고 노력해보세요. 우리 뇌는 재능을 뛰어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공부는 틀리지 않았다_ 사오TV

by 미스터신 2024. 4. 27. 18:12

나는 경영학자이자 미래학의 대가로 잘 알려진 피터 드러커의 책들을 거의 다 본 편인데 그 중에서도 '피터 드러커 자서전'을 최고로 꼽는다. 이 책은 피터 드러커가 그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끼쳤던 사람들에 대해 시간순으로 기록해 놓고 있다. 그가 첫 번째로 꼽은 사람은 할머니였다. 그의 할머니는 비록 많이 배우지는 못했어도 모든 사람에게 친절했다. 사람들이 경멸하는 매춘부 리치에게도 먼저 말을 걸었다.

 

"오늘은 춥고 바람이 많이 불어요. 리치 양,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목도리를 단단히 하고 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리치가 감기에 걸려 고생하는 모습을 본 할머니는 불편한 몸으로 6층까지 걸어 올라가 그녀에게 감기약을 건네준다. 드러커는 그런 할머니에게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배웠다고 한다. 그 밖에도 이 책에는 그에게 참다운 교육자의 길을 보여 준 초등학교 선생님, 심리학의 대가 프로이트, '타임' '포춘' 등 잡지왕국을 만든 헨리 루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야기 자체도 흥미진진했지만 무엇보다도 평범한 인물에게서조차 대단함을 발견하는 그만의 '시선'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말한다.

 

"지금까지 나름대로 흥미로운 점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 그가 얼마나 인습에 순종적인지, 또는 얼마나 보수적인지, 얼마나 지적으로 능력이 떨어지는지 등과는 상관없이 일단 그가 자신의 일이나 지식, 흥미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매력적인 존재로 돌변하게 된다."

 

그는 인생의 길목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 대한 관찰과 분석을 통해 인생에서 무엇이 중요하며, 자신은 어떤 사람이며, 어떻게 살아가야 좋을지를 깨달았다. 그가 최고의 경영학자와 미래학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어쩌면 열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배울 점을 찾는 노력 때문이 아니었을까.

 

내가 부모들에게 늘 공부하라고 말하는 까닭

 

내가 지금까지 책을 내고 부모들을 만나면서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바로 공부하라는 이야기다. 그러면 대뜸 어떤 사람들은 푸념하듯 말한다.

"공부해라, 공부해라 하지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모르겠어요. 육아서를 뒤져 봐도 답답하기만 하고요. 선생님이 답좀 일러 주시면 안 되나요?"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 또한 그런 말을 내뱉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경모가 중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풀리지 않았던 문제가 있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지각에 관한 문제였다. 경모는 원체 늦게 일어나는 데다 늑장을 부려 아침마다 꼭 지각을 하곤 했다. 날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내 속은 까맣게 타들어 갔지만 정작 경모는 태연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경모가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해 혼도 내고 달래도 보면서 버릇을 고치려고 무진장 노력했다. 그 다음에는 기분조절이 잘 안 되는 아이의 고유한 기질 때문인가 싶어 놔두기도 했다. 하지만 뭔가 답답한 마음이 내내 나를 짓눌렀다. 그래도 해답은 쉽사리 보이지 않았다.

 

그러던 중 경모가 중1 여름 방학 때 같이 여행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풀리지 않던 문제의 원인을 그날 밤 알게 되었다. 아이와 같이 한 이불에서 자는 게 참 오랜만이었는데 자다 보니 경모가 껌뻑 숨이 자주 막히는 게 아닌가. 아무래도 이상하다 싶어 병원에 데리고 갔더니, 다른 사람에 비해 편도가 지나치게 커서 그것이 기도를 막고 있었다. 그럴 경우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그 길로 바로 경모는 편도 수술을 받았고 그 뒤 늦잠 자는 버릇이 없어졌다.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많은 숙제들을 떠안고 그것을 하나씩 풀어 가는 과정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많은 경우 숙제를 풀려면 먼저 자신이 성장해야만 한다. 문제를 보는 시선 자체를 바꾸어야 하는데 그것은 배움을 통한 성장에서만 얻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부란 특별한 게 아니다. 내가 경모에게 그랬듯이 지속적으로 아이를 관찰하고, 풀리지 않는 문제를 놓고 계속해서 다른 해결책이 없나 살펴보고 고민해 보는 것이다. 육아서를 뒤적이든, 신문을 펼쳐 보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참고하든 그것은 자기 하기에 달렸다. 드러커가 그랬듯 어쩌면 바로 옆에 있는 사람에게서 찾고 있던 해답을 얻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다른 사람들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지 관찰하고, 그 해결책이 지금 내가 처한 상황에서도 효과가 있을지 분석해야 한다. 내가 요즘도 가끔 들여다 보는 '데미안'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한다. 알은 새의 세계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력 없이 알을 깰 수는 없으며 그 과정은 무수한 고통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알에서 빠져나온 순간 느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경모의 지각 문제를 처음 접하고 그것을 해결하기까지 5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 과정은 힘들었지만 나는 경모를 더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을 넓히면서 나 또한 어느새 성장해 있었던 것이다.

 

'마이 솔루션'을 되도록 많이 만들어라

 

알코올 중독인 남편 때문에 괴로워하던 엄마가 있었다. 아이까지 피해를 입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그녀는 어쩔 수 없지 않냐며 푸념만 늘어놓았다. 답답한 마음에 "남편과 잠시 떨어져 있어 보면 어떨까요"라고 말했다. 그러자 그녀는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것은 미처 생각도 못해 봤다고 했다.

 

내가 말하는 공부는 바로 이것이다. 문제를 현명하게 풀기 위해서 더 많은 방식으로 그 문제를 볼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 인생은 고통의 바다지만 우리에게는 덜 고통스러울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할 자유 의지와 힘이 있다. 그래서 어떤 상황이든 "내 해결책(My solution)은 뭐냐면~" 이라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가진 문제가 다른 사람들과 같을 리 없다. 내 아이가 다른 사람의 아이와 다르고, 내가 처한 상황이 그들과 똑같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문제에 대한 최선의 답은 나만이 알 수 있다.

 

경모의 지각 문제를 푸는 과정만 해도 그렇다. 만약 내가 그 문제를 단순히 경모의 게으름으로만 치부해 버렸다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뿐더러 아이와 나의 관계는 점점 멀어졌을 것이다. 경모 역시 자꾸만 엄마를 실망시키는 자신을 싫어하게 되거나 자신을 이해해 주지 않는 엄마에게 반항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다른 부모와 다를 게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내 아이들 앞에서도 부끄럽지 않은 것 하나는 '마이 솔루션'을 찾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이 솔루션'을 많이 가질수록 나와 아이들이 더 행복해진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아이를 정말 사랑한다면 부모는 반드시 성장해야만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 한 치 앞도 모르는 불확실한 세상에서 나와 내 아이가 행복하게 잘 사는 방법은 그것밖에 없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26. 09:49

간혹 사람들은 성공해야 행복해진다고 말하는데 성공이 반드시 행복을 낳지는 않는다. 그러나 행복은 반드시 성공을 낳는다. 이와 관련된 흥미로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지금 사회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코스닥 상장업체의 사장과 그의 친구들의 어린 시절을 추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어떤 면이 지금의 그들을 만들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그들의 초등학교 시절 성적, IQ, 정서 발달 등과 현재의 월 소득과의 상관관계를 따져 보았다.

 

그런데 결과가 무척 흥미로웠다. 초등학교 때의 성적과 IQ, 정서 발달 가운데 지금의 월 소득과 상관관계가 높은 것은 바로 정서 발달이었다. 반면 성적이나 IQ는 현재의 성공과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어렸을 때 행복한 아이들이 자라서 성공을 거두고, 행복한 어른으로 잘 살아간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그밖에도 행복한 사람은 고통을 잘 참고 위기관리 능력이 탁월하다고 한다. 비록 상황이 나빠도 주저앉기보다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기 위해 애쓰기 때문에 인생의 어려움들을 잘 헤쳐 나가는 것이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부딪히는 위기를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삼으니 행복한 사람이 성공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다섯 살 된 아이들에게 30초 동안 '펄쩍 펄쩍 뛸 정도로 기뻐할 일' 이나 '가만히 앉아서 웃음이 나올 만큼 행복해질 일'을 생각하게 하면 그렇지 않은 아이들에 비해 읽기와 받아쓰기, 수학 등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행복하다고 느낄 때가 우울할 때보다 정신적인 활동이 왕성해서 더 빨리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행복한 아이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 아이의 학업 성적이 걱정되는 부모일수록 목표를 아이의 행복에 두어야 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베트남의 승려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행복을 창조하는 기술을 배울 필요가 있다. 그런데 어린 시절에 엄마 아빠가 가족 안에서 행복을 창조하는 모습을 보았다면 우리는 이미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고 있다."

 

이것만은 꼭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신이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해진다. 아이가 성공하길 바란다면 더더욱 당신이 먼저 행복해져야 한다. 그래야 아이가 행복해지는 법을 배워 당신이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성공을 보여 줄 것이다.(중략)

 

0~3세 아이를 둔 엄마가 힘들 수밖에 없는 이유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의 심리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우선 영국에서 공무원들을 상대로 실시한 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총책임자보다 병에 걸릴 확률이 세 배나 높게 나타났다.

 

왜 이런 결과가 나타난 걸까? 답은 삶의 통제권을 쥐느냐, 쥐고 있지 못하느냐에 있다. 직장에서 총책임자는 일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쥐고 있다. 그래서 언제든 자기가 결정을 내리고 그에 따라 움직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낮은 위치에 있을수록 일에 대한 결정권을 갖기가 힘들다. 그들은 일을 할지 말지, 하면 언제까지 해야 할지를 선택할 권리가 없다. 그것은 총책임자의 권한이기 때문이다. 내일까지 끝내라고 하면 밤을 새서라도 오늘 일을 끝마쳐야 하고, A를 하고 있는데 B를 먼저 끝내라고 하면 하던 일을 접고 B를 해야 한다. 주말에도 꼼짝없이 일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니 그 스트레스가 어떻게 건강을 해치지 않겠는가.

 

이처럼 자기 결정권은 사람의 건강과 행복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미국에서는 한 양로원을 상대로 연구를 했는데, 노인들에게 일상의 사소한 일을 직접 결정하고 관리하게 했다. 그 결과 삶에 대해 한결 만족스러운 태도를 보였으며 동시에 사망률이 반으로 줄었다.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이 힘들 수밖에 없는 가장 큰 이유를 나는 이 연구 결과들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예측 불가능한 일이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른다. 그래서 24시간 내내 온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그런 날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고 생각해 보라. 어쩌면 미치지 않고 살아 있는 것만도 천만다행인지 모른다.

 

그냥 죽었다고 생각하라

 

0~3세 아이를 둔 엄마들, 특히 첫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한결같이 묻는 질문이 하나 있다.

"정말 끝날까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다잡고 이렇게 말한다.

"딱 3년만 죽었다 생각하고 참으세요."

 

아이를 키워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엄마 자신의 욕구를 완전히 제쳐 놓고 아이만을 위해 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하지만 그 고통은 3년이면 끝난다. 어쩌면 2년 안에 끝날 수도 있다. 아무리 늦어도 3년만 지나면 아이는 스스로 작은 일상들을 처리해 나간다. 아이가 세 돌쯤 되면 말이 통하기 때문에 돌보기가 훨씬 수월해진다.

 

그러나 그 기간을 견디지 못하고 아이 돌보기를 외면하거나 우울증에 빠져 버리면 아이는 아이대로 병이 나고, 엄마는 엄마대로 더 불행해진다. 도둑질하기, 거짓말하기, 떼쓰기, 때리고 도망가기등 부모를 속 터지게 만드는 아이들의 모든 행동은 첫 3년 동안 잘 돌보지 못해서 생긴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약 3년을 잘 견디면서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 낸다면 두 가지를 얻는다. 하나는 부모라는 이름이 주는 헌신의 기쁨과 행복이고, 또 하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고 헤쳐 나갈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이다. 그것은 3년 동안 자신을 낮추는 경험을 온전히 해낸 부모에게만 주어지는 값진 선물이다.

 

이제 나는 누가 나를 '코끼리 같다'라고 놀려도 그때처럼 상처받지 않을 자신이 있다. 또 아이들 시험 성적이 내 기대만큼 나오지 않아도 속상해하지 않는다. '때가 안 되었나보다' 라고 생각할 뿐 '내가 부모 노릇을 잘 못했구나' 하고 자책하지 않는다. 딱 3년이다. 그 시간만 잘 견디면 당신도 '나르시시스틱 인저리'에서 벗어나 나처럼 될 수 있다. 아니 분명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_ 신의진

 

 

by 미스터신 2023. 11. 19. 18:49

사실 공부에는 여러 방법이 있지만 나는 '독서'만 한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엄마들에게 책을 읽느냐고 물으면 "책 읽을 시간이 어디 있어요?"라고 대꾸한다. 실제로 아이를 위해서는 각 성장 단계에 맞추어 고가의 전집을 주문하면서, 자신을 위해서는 책 한 권 사는 걸 아까워하는 엄마들도 많다.

 

엄마가 되고 나면 책 읽는 시간을 내는 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두 아이를 키우면서 직장 생활을 하는 나에게도 따로 책을 읽을 시간을 낸다는 건 매우 힘든 일이다. 특히 평일에는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이들 숙제를 봐주다 보면 어느새 취침 시간이 된다. 받아쓰기나 만들기 같은 숙제를 도와주기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던 어느 날, 드디어 내가 좋아하는 숙제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독서록 작성'이었다.

 

아이의 학교에서는 매일 아이들을 학교 내 도서관에 데리고 가서 책을 한두 권 대여하도록 한다. 아이들은 대여 도서를 읽고 그 내용을 두세 줄 정도로 간단하게 요약해야 한다. 50권의 독서록을 쓰면 선물을 받고 100권의 독서록을 쓰면 더 큰 선물을 받게 된다. 그 숙제를 귀찮아하던 아이도 독서가 습관이 되자 책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되었고, 나 역시 잠들기 전에 누워서 아이가 빌려 온 책을 읽어주며 뿌듯함을 느꼈다.

 

책은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인생의 조력자이다. 살아가면서 어떤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 책을 읽으면 해답을 얻게 된다. 외로울 때 책을 읽으면 잃었던 소중한 친구가 나를 찾아와준 양 마음이 따뜻해진다. '도대체 어떻게 사는 게 맞는 걸까?'를 고민할 때 책은 '인생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행복한 여정'임을 일깨워준다. 바쁜 일상에서도 시간이 날 때마다 펼쳐보는 책은 나에게 휴식과 평안을 준다.

 

엄마들이 우울증에 걸리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일까? 아이가 태어났을 때의 행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 말이 통하지 않는 아이와 온종일 함께 있다 보면 나와 대화하며 나를 이해해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진다. 그러나 아이를 돌보느라 그나마 만나던 친구들도 보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인간관계의 폭은 점점 좁아진다.

 

그래서일까? 아이를 낳고 나면, 그동안 소중했던 친구나 친한 선후배와의 관계는 소원해지고, 옆집이나 같은 동에 사는 아기 엄마들이 인간관계의 전부가 되어버린다. 하지만 단지 아이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관계 속에서 얼마나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을까? 분명히 많은 시간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이상하게 마음은 더욱 공허해진 채 돌아서는 경우가 더 많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책이다.

 

엄마가 되면서 더 많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삶의 각 시기에 책이 주는 기쁨, 위로, 희망 등을 경험하면서 나는 점점 더 많은 책을 읽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만의 독서 노하우도 생겼다. 과거에는 책을 대여해서 읽는 것에 만족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반드시 사서 내 것으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심이 생겼다. 그러면서 책을 고르고, 읽는 방법도 점차 다양해졌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먼저 책을 고르는 노하우를 정리해보았다.

 

세 가지 유형의 책을 골고루 섭렵한다.

 

지금 아무리 바빠도 한 달에 반드시 세 권 이상의 책을 구매하여 읽도록 하자. 이때 세 종류의 책을 골고루 사도록 한다.

 

1. 지식을 얻기 위한 책

이는 전문 분야와 관련된 책을 말한다. 영어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영어 학습 책, 마케팅에 관심이 있다면 마케팅 기법, 블로그 운영법 등과 관련된 책을 택한다. 운동에 관심이 있다면 스트레칭, 홈 피트니스 관련 책을 사고,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요리법을 다룬 책을 선택한다. 이처럼 자신의 관심 영역과 관련된 책으로 시작해 점차 범위를 넓혀가면서 책을 선택한다.

 

2. 이익을 얻기 위한 책

삶에서 직접적으로 활용하여 눈에 보이는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정보를 담은 책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재테크와 같은 자산 관리 책이나 아이와의 대화법 등 나에게 필요한 지식을 주는 책이 이에 속한다.

나의 경우, 투자를 시작하면서부터 재테크와 관련된 신간은 나오는 대로 거의 다 읽었다. 돈이나 재테크에 막연한 공포가 있는 엄마들에게 내가 추천하고 싶은 도서는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 '보도 섀퍼의 돈', '세상 모든 왕비를 위한 재테크'이다. 재테크 도서는 단순히 투자 방법을 전하기도 하지만, 부가 우리의 삶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즉 부에 대한 전반적인 가르침을 준다.

 

3. 심장을 뛰게 하는 책

심장을 뛰게 하는 책은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드는 책'과 '가슴을 울리는 책'으로 나뉜다.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책'은 장기적으로 나의 삶을 바라볼 수 있게 하고, 나에게 비전을 줄 수 있는 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생의 후반기에 세계 여행을 통해 삶의 기쁨을 발견한 린 마틴 부부의 '즐겁지 않으면 인생이 아니다'를 읽을 때마다 가슴이 뛴다. 이렇게 자신의 심장을 뛰게 하는 책을 보면, 꿈꾸는 삶을 더욱더 구체적으로 그리게 되면서 꿈을 펼칠 수 있는 길도 찾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을 위한 '멘토'를 발견하기도 한다. 나는 그런 저자를 찾으면 그 저자가 쓴 책을 모두 구입하여 읽는다.

 

한편, '가슴을 울리는 책'은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나의 영혼을 달래주는 책을 말한다. 워킹맘이었던 나는 아이를 양육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내 인생과 아이 인생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수많은 예화를 들으며 어머니는 자식을 위해 무조건 희생해야 하고, 자식의 성공이 곧 어머니의 성공이라고 믿었다. 실제로 내 어머니도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 나와 동생을 위해 한평생 노력하고 희생하셨기에 나도 크면 자연스럽게 그런 어머니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나는 엄마가 되었는데도 여전히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물론 아이와 놀아주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아이에게 좋은 교육을 시켜주고 싶은 것 또한 나의 욕망이었지만, 나는 나의 존재와 아이의 존재를 일치시킬 수가 없었다. 아이만 바라보며 살았다고 치자. 실제로 아이가 대성한다고 해서 과연 나도 성공한 것처럼 느낄 수 있을까? 과연 나는 아이를 위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포기하며 살 수 있을까?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나는 내 아이의 삶과 내 삶을 동일시할 생각이 없다. 나는 아이의 삶은 아이의 삶 자체로 인정하고, 내 삶은 내 삶 자체로 인정하는 엄마가 되고 싶다.

남편 역시 가정과 아이들을 위해 희생만 하는 삶을 살게 하고 싶지 않다. 남편도 자신의 삶을 즐길 수 있기를 바라고, 남편에게만 무거운 짐을 안기고 싶지 않다. 아이가 공부를 못해도 기러기 아빠는 만들고 싶지 않다. 학군이 안 좋아도 가족이 지방으로 가야만 한다면 같이 갈 것이다.

 

(중략) 어쩌면 엄마들이 읽어야 하는 책 중 가장 필요한 건 '가슴을 울리는 책'일지도 모른다. 이 책들은 우리가 겪는 내면의 고통을 보듬어주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지금 힘들다면 반드시 가슴을 울리는 책을 찾아야 한다. 그 책을 찾아 자기 것으로 만들 때, 비로소 마음속 깊이 숨어 있는 영혼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중략) 이렇게 내가 존경하는 저자인 멘토의 책을 저자별로 모아두면 마치 그 멘토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들의 책을 모두 사는 이유는 가르침을 하나라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한 저자의 책을 보다 보면 비슷한 메시지가 반복될 때도 있고, 영문판과 한국어판은 똑같은 내용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읽을 때마다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이렇게 모은 책은 나의 보물과도 같다.

 

나는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책을 통해 풍부한 지식을 쌓고, 실생활에서 이익을 얻고, 심장을 뛰게 하는 경험을 하게 되길 바란다. 멘토를 바로 옆에 두고 그 멘토를 닮아가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책의 앞 장과 중간에 메모함으로써 자신만의 기록을 남길 수 있기를 바란다. 책은 엄마인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가장 소중한 스승이 되어주고, 마침내 당신에게 성공과 행복의 문을 여는 열쇠를 건네줄 것이다.

 

(경제적 자유를 위한 난생처음 부자 수업) 엄마의 돈 공부_ 이지영

by 미스터신 2023. 10. 22. 19:48

지속 가능한 노년생활의 포트폴리오

 

자연스러운 식사와 충분한 수면, 꾸준한 운동을 통해 정신력과 체력, 마음챙김을 건강한 상태로 유지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머릿속의 보상체계와 몰입력을 갖춘 상태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나 역시 이러한 도메인들의 위력을 직접 경험했다. 한참 호른 연주에 빠져 있을 적에 더 잘하기 위해 연습시간을 무턱대고 늘리던 때가 있었다. 업무시간 외의 시간을 확보하려다 보니 자는 시간을 줄이고 운동시간도 빼내고 끼니도 거르며 연습시간을 마련했다. 지금 돌아보면 무척 어리석은 판단이었다. 매일 연습했지만 연주의 질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소리는 더욱 거칠어졌고 실수는 늘었다. 오기가 생겨서 연습량을 매일매일 더 늘리는 최악의 선택을 하고 말았다.

 

몇 개월 동안 이러한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가 노르웨이 음악원의 호른 연주자 율리우스 프라네비키우스의 글을 읽고 생각을 바꿨다. 그는 호른 연주자가 되려면 악기 연주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먼저 건강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스트레칭과 명상, 요가, 알렉산더테크닉을 연습하고 수영과 조깅 등의 운동을 하며 무엇보다 잘 먹고 잘 자야 한다고 역설했다. 프라네비키우스는 4M의 도메인들이 상호작용을 통해 만드는 선순환을 알았던 것이다. 그의 조언을 따라 4M 도메인을 점검했고 연습시간은 줄이는 대신 나머지 도메인에 시간을 더 할애했다. 이후 몇 달에 걸쳐 소리는 제자리를 찾아갔다.

 

베움 자체도 마찬가지다.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연구자가 정리한 지식의 요약본 또는 그중에서도 핵심만 모은 것을 시험에 대비해서 외우기만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렇게 공부하면 시험성적을 향상시키는 데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금까지 사람들이 어떻게 학문의 전선을 넓혀왔는지를 알기는 어렵다. 반대로 번거롭더라도 꾸준히 근본적인 사실관계와 전문가들의 사고과정을 따라가는 연습을 하면 전체적이고 통합적인 생각의 틀을 만들 수 있다. 또한 학문적 지식이 형성되는 과정에 토대가 되었던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할 수 있다. 저명한 투자자 찰리 토머스 멍거는 다양한 전문 분야의 지식을 끊임없이 공부하면서 머릿속에 생각의 격자를 만드는 것이 세상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하다고 했다. 

 

예를 들어 연관성이 별로 없는 A, B, C 세 가지 학문 분야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분야의 어떤 질문에 대해서 좁고 깊게 반복해서 고민하기보다 B, C 분야에서는 비슷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이해하면 A분야를 보다 새롭고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지식과 사고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는 것이 제대로 된 공부라고 생각한다.

 

격자를 구성하는 공부체계를 만들지 않으면 본인이 직접 배우고 경험한 것만 아는 화석형 전문가가 된다. 화석형 전문가의 특성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니다. 공예나 예술, 순수과학 등 90의 완벽성을 99.99로 담금질하기 위해 평생 노력해야 하는 분야의 전문가는 무척 좁은 범위에서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분야에서조차 다른 분야의 지혜가 필요할 수 있다. 전문성을 현실의 다양한 상황에 응용하거나,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모하는 과정은 광범위하게 연결된 격자틀의 도움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용 영역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화석형 전문가로 전락하면 두 가지 비극이 발생한다. 첫째는 개인적 비극이다. 사회와 환경은 변화하는데 자신이 보유한 부가가치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으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다.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크고 작은 기능들을 갖추지 못하는 상황도 생긴다. 워드프로세서를 전혀 사용하지 못한다는 일본의 고위 관료들이 그 예다. 둘째는 사회적 비극이다. 잘못된 피드백으로 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는다. 화석형 전문가는 우물 안 개구리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융합연구를 하더라도 다양한 분야의 화석형 전문가들이 모여 앉아 있다면 의미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직업 현장에서는 업무영역이 아무리 전문적일지라도 그 일을 하는 개개인은 스스로 제너럴리스트적 자질을 보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거대한 격자를 형성하는 역량 포트폴리오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보수하는 능력은 끊임없는 읽기와 생각하기, 쓰기를 통해 갖출 수 있다. 영상이나 사진, 짧은 글이 주는 인공적인 자극원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이 능력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특별한 규율과 노력이 필요하다. 술이나 당분, 담배를 끊을 때와 마찬가지로 심리적, 신체적으로 어떤 상태일 때 스마트폰이 주는 싸구려 자극원에 탐닉하는지 스스로 분석해보고 그러한 상황이 되면 마음챙김이나 책으로 우회할 습관 통로를 만드는 것이 좋다. 각종 알림을 끄고 책이나 머릿속 생각에 집중할 시간을 30분에서 1시간 단위로 달력 앱에 표시하고 이 시간에는 약속이나 다른 일정을 잡지 않는 방법도 있다.

 

무엇이든 배우고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생존기술이자 내재역량의 밑거름이 된다. 만약 선천적 자질을 타고났더라도 일정 수준에 도달해서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지속적인 훈련시간이 상당히 필요하다. 글쓰기든 악기 연주든 관심이 취미를 넘어 경력이 되려면 다음의 결과값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투입한 시간 x 몰입 정도(시간 밀도) x 습득 능력(인지기능)

 

이 때문에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는 여정은 잠재력만을 보고 아직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과도 비슷하다. 초기에 투입한 노력이나 시간이 눈에 보이는 결과물로 나타나기까지는 상당한 기다림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배우고 기량을 갈고닦는 습관과 체계를 유지하면 나이나 바쁜 정도와 무관하게 능력의 포트폴리오는 두텁게 만들 수 있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작은 일부를 잠재력이 높은 작은 회사에 투자하는 것처럼, 일주일에 2~3시간 정도는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기 위해 노력해봐도 좋다는 의미다.

 

이러한 방식으로 역량을 관리하다 보면 몰입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 경제적 보상을 얻을 수 있는 것들의 순서가 조금씩 바뀔 것이다. 자산을 관리하듯이 자신의 능력들을 확인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하다 보면 점진적으로 본업, 부업과 취미가 바뀔 수 있다. 몰입하고 싶으면서 잘할 수 있는 영역에서 경제적 보상을 끌어낼 수도 있다. 사회경제적으로는 은퇴가 필요 없는 삶이지만 정신적으로는 은퇴한 것과 마찬가지로 충만하고 여유 있는 삶을 즐길 수 있게 된다. 굳이 파이어 FIRE 나 욜로 YOLO 처럼 삶의 한 극단을 선택하는 방식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

 

견고한 역량 포트폴리오는 더 고차원적인 욕구 충족으로 연결 되기 때문에 보상회로는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충분한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 건강한 보상회로와 고차원적 욕구 충족이 '나에게 중요한 것'의 중심을 잡아주면서 싸구려 자극원에 기댈 필요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저절로 가속노화 요인들을 피하는 삶의 방식을 선택해서 도파민 분비 방식을 바로잡는 삶으로 이어진다. 내적 충만은 외적인 것을 비교하는 마음을 잠재워 쓸데없는 지출을 줄여준다. 결과적으로 더 적게 일해도 경제적으로는 더 풍요롭다. 이렇게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생기면 스스로의 4M을 돌보는 데 더 많은 자원을 투자할 수 있는 선순환이 발생한다. 불편하고 번거로워 보이는 공부의 습관이 거대한 보상으로 돌아오는 기전이다. 점차 낙도를 즐기는 삶이 완성되는 것이다.

 

(중략) 예를 들어 젊은 성인은 동물성 단백질, 특히 붉은 고기의 섭취를 줄이고 체지방이 쌓이지 않게 하는 식단이 4M의 내재역량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이미 신체가 쇠약하고 영양결핍 상태인 노년기 인구는 근육 생성을 촉진하는 동물성 단백질을 절제하면 오히려 4M이 전반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

 

(중략) 스마트폰과 SNS의 사용량은 우울감과 연관되어 있다. SNS의 사용량이 많은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또래에 비해 외로움을 더 많이 느낀다. 몇몇 실험에 따르면 스마트폰 사용을 제한하는 것만으로도 외로움은 감소된다. 왜 그럴까? SNS는 이름 그대로 사회관계망이지만 사람과의 진짜 관계를 통해 생성되는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을 분비시키지는 못한다. 또한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플랫폼에 매여 있도록 설계된다. 스크롤을 하다가 새로운 정보가 보이면 사용자의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타인이 자신의 게시물에 '좋아요'를 누르면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분비된다. 팔로워가 늘어나면 또 도파민이 나온다. 하지만 자극이 멈추면 곧바로 따분함과 권태감이 찾아온다. 결국 마음에는 스트레스, 공허감, 옥시토신과 세로토닌의 결핍만 남는다. 인스타그램 같은 SNS는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마음을 자극하기도 한다. 현재의 불만족을 자극해서 소비를 부추기고 우울감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_ 정희원

by 미스터신 2023. 9. 28. 17:56

나는 1991년에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 그후 2년간 연수생활을 거쳤다. 1992년에는 사법연수원 내에서 다양한 실무교육을 받았고 1993년에는 법원, 검찰청, 변호사 사무실에서 일정 기간 수습 과정을 거쳤다.

당시 나는 연수과정을 마치고 나면 당연히 검사가 되어야 한다는 신념 같은 것을 갖고 있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모두 공무원 출신이었기에 공직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었고 두 분이 항상 입버릇처럼 "우성이는 반드시 검사가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사회정의를 위해 불의와 맞서는 검사의 모습을 동경하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1993년 1월부터 4월 말까지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판사시보 생활을 마친 나는 1993년 5월부터 8월까지 부산지방검찰청에서 검사시보 생활을 시작했다. 부산지방검찰청에 출근하는 첫날 나는 앞으로 내가 몸담을 검찰에서의 생활을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는 설렘에 무척이나 마음이 들떠 있었다.

검사실에서 내가 할 일은 피의자들을 앞에 두고 경찰에서의 진술과정을 재확인한 다음 빠진 부분을 보완하여 수사기록을 완성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이 사람은 이런 죄를 지은 것이 확실하니 처벌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청원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검사시보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므로 복잡한 사건보다 피의자가 이미 경찰에서 자신의 범죄사실을 자백한 사건이나 피해가 크지 않은 사건들을 주로 배당받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사하는 과정에 큰 어려움은 없는 편이다.

내가 검찰청에서 처음으로 배당받은 사건은 속히 '아리랑치기(절도죄)' 사건이었다. 술에 취해 정신이 혼미한 사람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아리랑치기라고 한다. 참고로 술에 취한 사람이 정신이 차리는 것을 보고 폭력을 행사하면 그때부터는 속칭 '퍽치기(강도죄)'가 성립된다.

 

'대학생인 김00은 1993년 4월 00일 23시 30분경 부산 북구 만덕동 000 주변에서 술에 취해 길거리에 쓰러져 있던 피해자 최00 의 양복 윗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 5만 원을 절취했다'는 것이 범죄사실의 요지였다.

김 군은 범행 직후 마침 근처를 순찰하던 방범대원에게 적발되어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는데 이미 경찰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으므로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는 중이었다. 나는 김 군에게서 범죄사실에 대한 세부적인 사항을 모두 들은 뒤 왜 이런 범행을 저질렀는지 이유를 물어보았다. 그런데 김 군의 사정이 참으로 딱했다.

 

김 군의 어머니는 신장이식을 위해 병원에 입원중이었는데 꽤 많은 수술비가 필요했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린 동생밖에 없어서 현재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자신뿐이었기에 낮에는 학교에 다니고 밤에는 근처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날도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우연히 술에 취해 쓰러져 있는 피해자를 발견하고 됐고 그 피해자가 몸을 뒤척일 때 양복 안주머니가 불룩한 것을 발견하고는 순간적으로 나쁜 마음을 먹었다는 것이다.

 

설명을 듣고 있자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일단 범죄사실에 대한 진술을 정리한 뒤 김 군의 딱한 사정을 상세하게 피의자신문조서에 기재했다. 그리고 김 군이 현재 대학교에서 장학생이며 학교에서 봉사상을 받은 내역도 알아내어 피의자신문조서 내용에 포함시켰다. 이렇게 작성한 조서를 검사님께 보여드렸더니 검사님은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조 시보님, 이건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가 아니라 변호인이 작성한 변론요지서 같습니다. 아랫부분은 전혀 필요 없는 부분입니다. 모두 지우세요." 라고 말했다.

 

사실 검사님의 말이 옳았다. 형사 사법 시스템의 구성요소인 판사, 검사, 변호사에게는 각자의 역할이 있다. 검사는 범죄사실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을 해야 하고 변호사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죄를 저지른 사람의 정상참작 사유를 최대한 주장해야 하며, 판사는 검사와 변호사의 주장을 종합하여 판단을 내려야 한다. 그런데 나는 검사의 입장에 있으면서 변호사로서의 주장을 한 셈이었다. 겸연쩍은 마음에 머리를 긁적이며 멀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으로는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건을 맡았다. '직장인 박00는 1993년 4월 00일 21시 45분경 부산 중구 남포동 000번지 소재 포장마차에서 옆자리에 있던 피해자 길00(17세, 고등학생)와 시비를 가리던 중 격분하여 피해자를 주먹으로 가격하여 안면부 타박상 등 전치 3주에 이르는 상해를 입혔다'는 것이 범죄 사실의 요지였다.

멀쩡한 직장인이 무슨 이유로 고등학생을 때렸을까. 솔직히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박 씨에게 피의자를 폭행하게 된 이유를 자세히 물었다.

 

그날 박 씨는 친구와 같이 포장마차에 들렀다가 옆자리에서 아주 시끄럽게 떠들며 담배를 피고 있던 길 군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장교 출신인 박 씨는 고등학생들이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는 모습이 심히 거슬렸다.

그는 점잖게 "어이, 학생들. 좀 조용히 하지?"라고 타일렀다.

그러자 길 군이 "거참, 제기랄. 아저씨는 아저씨 일에나 신경 쓰쇼!" 라면서 대꾸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반응에 화가 난 박 씨는 벌떡 일어서며 "야!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너 학생 아냐?" 라고 소리쳤고, 길 군은 "학생이든 뭐든, 당신이 연필 한 자루라도 사줘봤어?" 라면서 대들었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 밀치며 몸싸움을 하다 박 씨가 날린 주먹이 길 군의 뺨을 강타하고 말았다. 설명을 들으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 아마 그 상황에 처했다면 나도 박 씨와 비슷하게 행동했으리라. 나는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면서 범죄사실을 간단히 서술한 다음 당시 왜 박 씨가 길 군을 때릴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설득력 있게 써내려갔다. 울분에 찬 눈빛으로 피의자신문조서의 검토 결과를 기다리는 나에게 검사님은 다시 혀를 끌끌 차며 말씀하셨다.

 

"허허, 조 시보님. 그럼 조 시보님 의견은 피의자를 처벌하지 말자는 겁니까? 검사가 그런 온정적인 입장을 취하면 도대체 법질서는 누가 지킵니까? 이 아랫부분은 피의자신문조서에서는 전혀 필요없는 부분이니 싹 지우십시오."

 

그렇게 나의 검사시보 생활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경험을 몇 차례 반복하면서 나는 검사란 직업이 내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 동기들 중에는 피의자가 아무리 사정을 이야기해도 "그건 당신 사정이고 잘못을 저지른 것은 사실이잖습니까? 그 사정은 변호인에게 이야기하세요." 라면서 어렵지 않게 단호한 입장을 보이는 친구들도 꽤 있었다. 그런데 나는 피의자의 범죄행위와 그 사람이 처한 어쩔 수 없었던 상황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몹시 어려웠다.

 

결국 4개월간의 검사시보 생활을 마치면서 내린 결론은 나의 진로가 검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런 성격을 갖고 검사로서 일을 한다면 나도 힘들 것이고, 조직에도 바람직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나는 변호사의 길을 택했고 수습생활을 했던 법무법인에서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나의 할아버지는 내 이름을 '도울 우 祐' , '정성 성 誠' 으로 지어주시면서 당신 손주가 평생 남들을 돕는 마음으로 살 것을 바라셨다고 한다. 결국 이름을 따라가게 된 건지 변호사로서 보낸 지난 17년을 돌아봤을 때 내가 가장 뿌듯하게 여기는 점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업을 고를 때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하게 되지만 부모님의 기대나 주위의 고려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다. 나 역시 검사가 아닌 변호사로 진로를 바꾸는 과정에서 부모님을 설득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만약 내가 검사시보로서 수습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별다른 고민없이 부모님의 기대를 좇아 검사가 되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아마 상당한 심적 고통이 따랐으리라. 직업을 선택할 때 적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말은 이젠 너무 흔한 충고가 되어버렸지만 나로서는 수습 경험을 통한 적성의 발견이 인생의 큰 줄기를 바꿔놓았기에 이 말에 뼈저리게 공감한다.

 

모든 이에겐 자기에게 맞는 일이 있으며 이를 거스르며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힘들어지는 법이다. 내게 맞는 운명의 옷을 입는 것이야말로 참으로 중요한 인생의 이치가 아닐까.

 

내 얘기를 들어줄 단 한 사람이 있다면_ 조우성 변호사

by 미스터신 2023. 9. 24. 2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