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위원 만장일치 최우수상으로 손색이 없는 글을 접하게 되어 심사위원의 한 명으로서 기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기 한국 정치사의 여러 주제를 다루는 기존의 연구에 비해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뛰어난 글이며 충분히 최우수상을 수상할 자격이 있는 글이다.
2017년 서울대학교 우수 리포트 공모대회 최우수상 수상작에 대한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안도경 교수의 평이다. 서울대학교 우수 리포트 공모대회는 학기별로 개최되며 다양한 전공의 교수들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학부생들이 작성한 리포트를 받아 수상작을 가리는 권위 있는 대회다. 이 대회에는 전공, 교양 수업 등에서 A+성적을 받은 수천 장의 리포트가 제출되고 오직 소수의 리포트만이 예선을 통과할 수 있다.
이런 대회에서 위와 같은 평을 받은 이는 바로 서울대학교에서 경영학과 정치학을 복수 전공하고 있는 오석 마스터다. 그는 이 대회에서 팀으로 출전해 최우수상을 수상함과 동시에, 같은 대회에서 개인적으로 작성한 리포트로도 소수만이 통과할 수 있는 본선에 합격했다. 서울대학교 학부생 중에서 가장 글을 잘 쓰는 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실력을 가진 것이다. 뛰어난 글쓰기 실력 덕분인지 그는 서울대학교 재학 중 거의 매 학기 성적 우수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높은 학점을 유지했다. 또한 최근 2019학년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학사편입 전형에도 합격했다.
그는 자신의 글쓰기 실력과 뛰어난 공부 성과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두 가지 사이의 연결 고리에 바로 '철학하는 연습'이 있다. 그가 말하는 철학하는 연습이란 '읽고 생각하고 쓰고 말하는' 생각 단련법이다. 그는 일련의 철학하기 연습을 통해 자신의 생각이 트이고 사색을 통해 언제든지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독서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라
오석 마스터는 중학교 시절 비교적 책을 많이 읽는 편이었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 소설가나 '삼국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으로 유명한 이문열 소설가의 작품을 찾아 읽었다. 또한 일본 최고의 지성이라 불리는 다치바나 다카시, 나쓰메 소세키 등 일본의 문학이나 철학책을 즐겨 읽었다. "철학이나 문학 책을 읽다 보니 조금씩 사고가 트이는 게 느껴졌습니다. 어느 날 국어 시험지를 보는데 글이 너무 쉽게 느껴졌어요. 다소 어려운 책들을 읽는 연습을 하다 보니 학교 공부를 하면서 보는 책들은 크게 어려울 게 없었죠."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철학 책을 쉽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철학 관련 서적들은 고도의 집중력과 독해력을 요구한다. 그 또한 처음 철학 책을 읽을 때는 뜻을 알기 어려운 단어들과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뿐이었다고 말한다. 그때마다 그는 포기하지 않고 국어사전을 찾아가며 철학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꼼꼼히 독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글을 독해하는 실력이 또래 학생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
"항상 제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보다 조금 더 높은 곳에 기준을 두고 제 한계를 매번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그 한계를 뛰어넘다 보면 그것보다 쉬운 수준의 책이나 글은 이해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그 덕분에 고등학교 국어 영역 시험은 쉽게 준비할 수 있었어요."
지난 수능에서 국어 영역이 역대 최고 난이도로 출제되어 많은 학생이 혼란에 빠졌다. 영어가 절대평가로 바뀌고 수학에서도 교과 과정이 축소되면서 점점 국어 과목에서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해마다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이 많지 않은 고3 학생들이 아니라면 평소에 수준 높은 책읽기 연습을 통해 독해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키는 것은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공부 마스터들은 꾸준한 독서를 통해서 국어실력을 키우는 것은 물론, 논술과 면접 시험에 대비했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에 재학 중인 유도혁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고교 시절 최대한 꾸준하게 독서를 하려고 했습니다. 선생님들로부터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받고 시험을 위한 공부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인데, 이런 상황에서 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공부로 독서가 최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주로 수준 있는 인문학이나 사회과학 도서를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꾸준한 독서는 글쓰기 및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고 사고의 폭을 넓혀 결과적으로 면접 및 논술 시험에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
오석 마스터가 두 번째로 강조하는 것은 책을 읽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밀고 나가보는 일이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잠시 덮고 내용에 대해 자신만의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철학자 혹은 글의 작가와 끊임없이 대화한다 생각하고 제 생각을 끝까지 밀고 가 보는 겁니다. 그리고 그 내용을 제 삶에 적용해 저를 성찰하고 주변의 사람과 사회 문제에 적용해 보려고 노력합니다."
특히 철학하기 연습을 통해 그는 언제 어디서든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한다. "저는 일상 속에서 책 없이도 공부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어요. 예를 들어 급식실에 줄을 서 있거나 아침 조회를 할 때 밥을 먹으면서도 공부할 수 있었어요. 공부했던 것들을 재료 삼아 머릿속에서 그 내용을 바탕으로 저만의 사유를 끝까지 밀고 나가 보는 겁니다. '어떤 내용이 있었지?', '왜 그렇지?', '그건 무슨 의미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나름대로의 결론을 도출해 보는 거죠. 그게 고전시가든 수학 개념이든 영어 문법이든 머릿속에서 그 내용의 바닥까지 꿰뚫어 볼 수 있을 정도로 깊이 생각해 봅니다."
이를 바탕으로 오석 마스터는 고3 때까지 7~8시간을 꾸준히 자면서 좋은 공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잠을 줄이면 저는 깊이 있게 생각을 밀고 나가기가 힘들어서 잠을 최대한 충분히 잤어요. 그러다 보니 깨어 있는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노력하게 되요. 일종의 압력이 그쪽으로 작용하게 되는 거죠." 철학하기 연습은 과목별로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도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 수학 문제를 풀 때 문제를 보자마자 손부터 댑니다. 저도 철학 책을 읽기 전까지 20퍼센트 정도만 구상해 놓고 문제를 풀었어요. 그러고는 미지의 목적지를 찾아 망망대해를 떠다니는 식으로 수학 문제를 풀었죠. 그런데 철학 책을 읽고 나서는 60퍼센트 이상을 이미 구상해 놓고 문제를 풀기 시작했어요. 길을 찾고 나서 손을 대기 시작한 거죠. 예전의 저와 철학 책을 읽은 이후의 저는 사고력이 비교가 될 수 없었죠. 그 이후 수학 시험을 볼 때 시간이 부족한 적이 한 번도 없었어요."
수학 과목 외에도 어떤 과목이든 문제를 풀고 나면 문제를 다시 회상하면서 직접 더 선택지를 만들어 보고 자체 테스트를 해 보거나 출제자의 관점으로 생각하며 공부했다. 어떤 참고서든 문제집이든 단순히 받아들이는 방식의 공부보다 한 스텝, 두 스텝을 더 나아간 것이다.
오석 마스터 외에도 모든 마스터는 책에 나온 내용을 주어진 대로 좇아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책에 나와 있지 않은 질문을 스스로 던지고, 그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 필요한 재료로 책의 내용을 활용하는 것이다. 주어진 대로 따라가기만 해서는 결코 만점 받는 공부를 할 수 없다. 내용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자신의 사고 체계에 맞춰 내용을 다시 정렬해야 한다.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송지원 마스터는 이렇게 말한다. "책을 읽을 때 항상 의문을 품으려 노력하고 그것에 대해 책을 찾거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교과서에서 무미건조하게 서술되어 있던 내용이 생생하게 다가오면서 암기식 공부가 아니라 이해식 공부를 할 수 있게 됩니다."
책 한 권으로 사고력 기르는 법
오석 마스터는 철학 책뿐 아니라 다양한 문학 작품을 통해 철학하기 연습을 심화시켜 나갔다. "꼭 철학이라는 걸 좁은 의미로 파악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넓은 의미에서 김훈 소설이나 베르나르 베르베르 소설이나 어떤 책이든 모든 것에는 그 책을 쓴 사람의 철학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오석 마스터는 이러한 사유의 과정을 머릿속에만 가둬 놓는 데 그치지 않고 친구들과 대화를 통해 생각을 공유하며 사고를 심화시켜 나갔다. 고3이 되어서도 학교 친구들과 철학이나 인문학 책을 나눠 읽고 쉬는 시간마다 토론을 통해 각자의 생각을 더 깊이 파고 들어갔다. 그는 고3 시절 9월 모의고사를 1주일 앞두고 철학 책에 빠져 1주일 동안 그 책만 두 번을 봤는데 9월 모의고사에서 만점을 받았다. 그로 인해 단순히 공부를 통해 지식을 늘리는 것보다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고 말한다.
앞서 공부를 잘하는 상위 0.1% 학생들의 공통점이 '메타 인지'에 있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다. 메타의 뜻은 '~의 위에서', '~을 초월하여'이다. 즉, 메타 인지는 자신의 생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오석 마스터는 철학하기를 통해 메타 인지를 끌어올리는 연습을 꾸준히 해 온 것이다. 그는 이 같은 자기 성찰의 과정이 공부에는 물론 고등학교 3학년 때 자기 소개서를 쓸 때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자기 소개서를 쓸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삶에 대한 해석이나 의미 부여가 중요합니다. 저는 철학하기를 통해 제 생각과 마음을 꾸준히 정돈하는 연습을 해 왔고, 그를 통해 우선 선발이라는 성과를 만들어 준 자기 소개서를 써낼 수 있었습니다."
내가 서울대학교에 다니며 가장 인상 깊게 들었던 정치사상 수업을 강의하는 교수님은 늘 이런 말을 했다. "공부는 생각을 연마하는 고도의 훈련 과정입니다. 깊이 있게 생각을 한다는 것은 세 가지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책을 읽거나, 토론을 하거나, 글을 쓰는 것."
오석 마스터는 바로 이 세 가지 방식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단련하고 이를 바탕으로 학습 내용을 누구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처리해 낼 수 있는 뛰어난 사고력을 지니게 된 것이다. 내가 만난 공부 마스터들은 공통적으로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과 몰입력을 보였다. 그 비결은 수업이나 책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자신만의 사고체계에 새롭게 구조화시키고, 그 과정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른 데 있었다.
성장은 편안하고 안락한 상태를 벗어나 한계라고 느껴지는 그 구간을 뛰어넘을 때만 이뤄진다. 내가 쉽게 읽는 수준, 쉽게 생각하는 수준, 그 한계의 끝에서 읽고 생각해야만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다. 꼭 철학 책이 아니어도 좋다. 자신의 수준보다 한 단계만 높은 책을 한 권 정하고, 그 바닥까지 파보겠다는 생각으로 읽어 보자. 그러다 보면 단 한 권의 책을 통해 예전과는 확실히 달라진 자신의 공부 내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공부 마스터 플랜_ 조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