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브루타는 유대인의 공부법이지만 에드워드 호프만 교수는 단지 유대인에게만 좋은 교육법은 아니라고 말한다. 모든 사람이 이를 통해서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하브루타 교육은 생소할 뿐만 아니라 혼자 공부해야 한다는 우리 사고방식과도 많이 차이가 있다. 정말 이 공부법이 일반적인 공부법보다 우월할까? 제작진은 한국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가지 흥미로운 실험을 해보았다.

 

16명의 대학생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의 이름은 '조용한 공부방', 다른 그룹은 '말하는 공부방'이다. 두 그룹은 서양사의 한 부분을 공부하고, 3시간 뒤 시험을 보기로 했다. 조용한 공부방은 독서실처럼 한 사람씩 칸막이로 나뉜 공부방에서 말없이 각자 알아서 공부하도록 했다. 말하는 공부방은 커다란 테이블에 마주 앉아서 서로 묻고 설명하며 하브루타 식으로 공부하도록 했다. 각각의 공부법만을 비교하기 위해 각 그룹에는 다른 그룹이 있다는 사실을 비밀로 했다.

 

조용한 공부방으로 제작진이 찾아갔다. 학교 시험도 아닌데 학생들은 꼼짝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고요하다. 시험 때 하듯이 연도와 국가 이름, 사건 위주로 암기하는 학생이 있는가 하면, 한 학생은 형광펜으로 문장에 줄을 쳐서 한 번씩 읽고, 그 형광펜으로 칠한 문장을 노트에 정리하고 있었다.

 

같은 시간, 말하는 공부방은 조용한 공부방과 분위기부터 달랐다. 시끄러워 공부가 될까 하는 제작진의 우려와 달리 학생들은 서로 묻고 설명하면서 떠들썩하다. 다른 건 몰라도 떠들썩한 공부가 재미있어 보인다. 특이한 현상도 발견했다. 조용한 공부방처럼 줄을 치는 학생은 한 명도 없었다. 한 학생은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고 보지 않고도 말할 수 있어야 하니까 기억을 주입할 때부터 짜임새를 먼저 그리게 된다고 했다.

 

3시간 뒤, 조용한 공부방과 말하는 공부방의 학생들이 시험장에 들어섰다. 제작진이 따로 밝히지 않아 다른 그룹이 있었다는 걸 처음 대면한 상태다. 물론 서로 어떤 식으로 공부했는지 모른다.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문제지 펼치고 시험 문제를 풀어주세요."

제작진의 호령이 끝나기 무섭게 학생들이 시험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시험 시간은 한 시간. 문제는 단답형 문제 다섯, 수능형 유추 문제 다섯, 서술형 문제 다섯, 이렇게 총 15문제다. 대학수학능력 시험 검토위원이 문제를 출제했고 학생들이 문제를 풀고 나면 채점도 하게 된다.

 

시험 결과를 내기에 앞서 각 그룹에 소감을 물었다. 각 그룹의 반응이 미묘하게 차이가 있었다. 조용한 공부방에 한 학생은 "막상 시험지를 받고 문제를 풀려고 하니까 중요한 부분에서 딱 막혔어요"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도 비슷하게 막상 시험지를 보니까 실력 발휘를 하지 못해 아쉬운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말하는 공부방 학생들은 좀더 자신 있는 표정이다. 말하는 공부방 쪽이 더 잘 봤을 거라고 자신한다는 한 학생은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자신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 수 있으니까 아는 것은 제치고 모르는 것부터 먼저 공부할 수 있었거든요"라고 말했다. 다른 학생의 말도 비슷하다. 내가 친구들에게 설명해 줄 때 본인이 잘 모르는 부분을 스스로 잡아낼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시험을 떠나 오늘 배운 부분만큼은 기억에 많이 남을 거라고 자신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전체 평균 점수는 말하는 공부방이 평균 75.81점이고 조용한 공부방은 평균 47.81점이다. 무려 28점의 차이다. 항목별로 비교해도 단답형 평균에서는 약 6점, 수능형 문제에선 약 4점이 차이가 났다. 서술형 평균에서는 19점의 차이를 보였다. 좀더 재미있는 결과도 있었다. 각 그룹에 예상 점수를 물어봤는데 말하는 공부방의 예상 점수는 67.18점, 조용한 공부방의 예상 점수는 70.31점이었다. 말하는 공부방의 경우 실제 점수(75.81)와 예상 점수(67.18)의 차이가 8.6점이었다. 조용한 공부방의 경우는 22.5점이었다. 말하는 공부방은 예상 점수와 실제 점수의 차이가 비슷한 반면 조용한 공부방은 두 점수의 차이가 컸다.

 

이것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학습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말하는 공부가 자신의 상태를 좀더 잘 파악할 수 있게 하고, 그래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결과 전체 점수가 높아졌을 뿐 아니라 예상 점수 또한 실제 점수와 가까워질 수 있었다. 조용한 공부방 학생들의 경우 예상 점수가 실제 점수보다 훨씬 높았는데, 이는 자신을 과대 확신했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말하는 공부에는 어떤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는 것일까?

 

나 자신을 아는 또 하나의 눈, 메타 인지

 

말하는 공부와 조용한 공부의 성과가 두 배 가까이 격차가 벌어진 이번 실험 결과는 심리학자들이 보기에 그다지 놀라운 결과가 아니라고 한다. 아주대 심리학자의 김경일 교수는 이 현상에 대해 '메타 인지'라는 개념을 들어 설명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들(인지)을 바라보고 있는 또다른 눈이 메타 인지다. 메타 인지는 바로 나의 사고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이자 내가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하고 파악하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메타 인지를 상승시킬 수 있을까?  김경일 교수는 바로 설명에 그 해답이 있다고 말한다. "설명을 해보면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구분이 명확해지고 내가 알고 있는 지식들이 인과 관계, 즉 원인과 결과의 관계를 그리면서 정리가 됩니다."

 

김 교수는 설명하기 위해서는 파편화된 사실을 단순히 나열하는 게 아니라 일정한 흐름, 즉 스토리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설명을 하다 보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분에서 막히게 된다. 자신이 막히는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되겠구나 하고 알아차릴 수 있다. 이러한 과정들을 거치다 보면 설명하는 내용을 좀더 확실히 알고, 활용하게 되어 보다 지혜롭고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 강국 핀란드는 이러한 메타 인지를 높이는 교육으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핀란드에서는 전교1등하는 학생이 전교2등 하는 학생도 가르치고, 전교 꼴등 하는 학생도 가르친다. 이른바 '상생 교육'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자기 아이가 손해를 본다고 생각해서 이를 반대하는 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김경일 교수는 이 교육 방식을 '아이를 천재로 만드는 교육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1등과 꼴등에게 무언가를 설명해 납득시켰다고 가정해 보자. 공부 잘하는 1등 학생에게는 전문적인 용어를 제시해서 설명하고, 꼴등인 학생에게는 다른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해야 한다. 한 사람이 두 사람을 납득시킨다는 것은 메시지의 구체성과 추상성을 왔다 갔다 하면서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능력이 있는 아이가 진짜 똑똑한 것이다.

 

설명하는 것이 학습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은 각종 연구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미국 버지나아의 연구 기관인 NTL이 가장 효과적인 공부 방법을 연구해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로 만든 자료가 있다. NTL에서는 사람들이 알고 있는 다양한 학습 방법을 적용해 공부하고 24시간 뒤에 배운 내용을 얼마나 기억하는지 알아보았다. 그 결과에 의하면 배운 내용을 가장 많이 기억하게 하는 학습 방법은 '서로 설명하기(90퍼센트)'였다. 반면 배운 내용을 가장 기억하지 못한 학습 방법은 '강의 듣기(5퍼센트)'였다.

 

이러한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뇌과학적 근거도 있다. 뇌에는 크게 두 개의 언어중추가 있다.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다. 베르니케 영역은 언어를 이해하는 기능을 담당하고 브로카 영역은 말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이 때문에 TV, 라디오를 보거나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 배르니케 영역은 단련되지만 브로카 영역은 그만큼 단련되지 않는다.

 

하지만 대화를 하거나 소리 내어 말을 할 때는 두 개의 언어중추인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상호 긴밀하게 연결되어 작동한다. 그만큼 이해력도 활성화되고 깊이 있는 사고가 가능해진다.

 

학습 효율성 피라미드

 

5% 강의듣기

10% 읽기

20% 시청각 수업듣기

30% 시범강의 보기

50% 집단 토의

75% 실제 해보기

90% 서로 설명하기

 

출처 : NTL

 

 

틀려도 일단 말하는 것이 낫다

 

제작진은 대학에서 실제 말하기 공부법을 적용하고 있는 한 교수를 찾아갔다. 산타모니카 대학에서 13년째 유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수잔 디렌데 교수다. 그가 강조하는 공부법은 '소리 내어 생각하기'. 생각을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시끄럽고 불쾌하고 공격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겠지만, 교수가 생각하는 '소리 내어 생각하기'는 오히려 상대에게 관대하고 솔직하고 격려하는 방법이다.

 

수잔 디렌데 교수는 한국 학생들과도 인연이 깊다. 실제 교수가 수업하는 강의실이 절반은 한국 유학생들이다. 한국 유학생들을 위해 대학에 적응하는 법이라든지 영어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기초 영문법을 강의하는 책을 내기도 했다. 예전에는 일본 유학생이 많았으나 한국의 해외 유학이 활발해지면서 이제 한국 학생들이 유학생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디렌테 교수가 지켜본 한국 유학생들은 성적도 훌륭하고 우수한 학생들도 많지만 안타깝게도 미국 대학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학에 적응하지 못하고 그만두는 한국 유학생들은 대부분 그 이유를 '영어가 서툴러서' '어휘력이 부족해서'와 같이 언어 문제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지켜본 바로는 그들의 대부분은 영어가 아니라 '말하기'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디렌데 교수의 설명은 이러했다. 영어는 45만 개의 단어로 이뤄져 있지만 그중에 사람들이 실제로 쓰는 어휘는 극히 적다. 영어를 원어민으로 하는 사람들은 초등학생을 포함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대화에 400~600개의 단어만을 쓴다.

 

대학에서 전공에 쓰이는 용어들을 알긴 알아야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400~600개의 단어를 알면 적어도 대화의 80퍼센트는 알아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대다수의 유학생들이 대략 4000~5000개의 단어들을 익히고 온다는 점을 감안하면 어휘력 문제는 그리 크지 않다는 뜻이다.

 

중요한 것은 대학에서 일어나는 배움의 과정에 학생들이 어떻게 반응하고 행동하느냐이다. 유학생에게 좋은 배움이란 토론과 질문 등 이질적인 수업 문화에 어떻게 적응하고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는 어휘력 이상으로 중요한데도, 한국 유학생들은 이러한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유학생들이 중도에 포기하는 또하나의 이유가 있다. 그것을 디렌데 교수는 질문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라고 정리했다.

 

유럽 학생들은 답이 옳고 그름을 따지기 전에 말하면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우선 말을 하려는 시도부터 한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거나 답이라는 확신이 들 때라야 답을 하는 한국 유학생들과는 다르다. 질문을 불편하게 여기고 오답을 두려워하는 사고방식은 한국 유학생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러한 특징은 동양의 학생들에게서 전반적으로 많이 나타난다고 수잔 디렌데 교수는 말했다.

 

질문을 하면 동양 학생들이 가장 먼저 하는 대답은 "모른다"이다. "괜찮다. 이것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재차 물어도 대답은 여전히 모른다고 한다. 그러고는 스스로 입을 닫아버린다. 교수가 학생이 대답할 수 있도록 다시 기회를 주는 행동을 오해해 교수가 벌을 주고 있다고 생각하거나 꼭 알아야 하는 걸 몰라서 교수가 창피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렌데 교수는 질문을 두려워하지 말고 일단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걸 말해 보라고 강조했다. 교실에서 목소리르 내는 것은 적극적인 참여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적극적인 참여자가 되기 위해서는 바보같아 보이는 말이라도 일단 하고 보는 것이 낫다. 하다못해 교수가 3초를 기다려줬는데도 할 말이 생각나지 않는다면 "다시 질문해 주시겠어요?"라는 말이라도 하라고 그는 당부한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 EBS 다큐프레임 중에서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10. 10.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