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마인드 가져야

 

'어릴 때 아이가 돈을 알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물건 하나를 살 때도 아이들이 깊이 생각하게 하면 '경제 마인드'가 생긴다. 아이가 커서 생활현장에서 합리적인 결정과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려면 하루라도 빨리 경제교육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부분에서 합리적인 결정을 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상당히 약한 면을 보인다. 그건 왜 그럴까. 우리나라는 정서적으로 상업적인 것을 폄하하고 감춰 왔다.

 

'커서 장사를 하겠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거의 없지 않은가. 부모들이 '내 자녀는 돈을 모르고 자라야 순수하다'는 선입견을 갖고, 돈에 대한 관심을 철저히 배제하는 가정교육을 하기 때문이다.

 

어려서부터 경제적인 부분에 대해 합리적인 교육을 받지 못했으니 성인이 되었을 때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없는 건 당연한 일이다.

 

1000원, 2000원짜리 주식을 사는 사람들

 

펀드매니저로 일할 때부터 수많은 주식투자가들을 접해 봤는데 대부분의 투자가들은 주식을 살 때 싼 것을 선택한다.

 

'가치에 비해 가격이 싸다'는 분석을 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1000원, 2000원짜리만 산다. 우리나라 주식투자가 중 대부분은 평생 한 주에 10만원 이상 하는 주식을 사본 경험이 없다. 가치지향적이 아니라 단순비교를 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일이다.

 

장사가 잘 되는 허름한 라면집과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속 없는 피자집이 있다고 했을 때, 어떤 집을 선택해야 할까? 1000억짜리 건물의 연간 임대수익이 10억 원이고, 10억 원짜리 건물의 연간 임대수익이 1억 원이라면 어떤 건물을 사야 하겠는가?

 

당연히 허름한 라면집과 10억 원짜리 건물을 사야 한다. 하지만 피자집과 1000억 원짜리 건물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자녀가 올바른 경제 마인드를 갖고 합리적인 판단을 하길 원한다면, 어릴 때부터 돈은 필요한 것이고 소중한 것임을 교육해야 한다.

 

'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돈을 버는 것은 자본주의에 기여하는 일이다. 돈을 벌면 자본주의의 승차요금인 세금을 낼 수 있게 된다. 돈을 못 버는 사람은 승차요금을 낼 수 없다. 무임승차를 하고 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세금 내는 행위는 애국하는 일이다'

 

자녀들과 '돈을 어떻게 벌 것인가'에 대한 얘기를 나눠야 한다. 자본주의 꽃이라는 주식, 채권, 재테크 등을 통해 돈 버는 것에 대해서도 가르쳐야 한다.

 

생활 속에서 경제를 얘기해야

 

나는 세 자녀(고1, 중2, 초2)를 두고 있다. 자녀들에게 일부러 시간을 내서 경제교육을 하지 않는다. 평상시 자연스러운 대화를 통해 자녀들에게 경제관념을 심어 준다.

 

자녀들과 자동차에 관해 이런 얘기를 나눴다.

'외관상 디자인이 똑같은데 A차는 1000만 원, B차는 3000만 원이면 어떤 자동차를 사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디자인이 똑같다면 1000만 원짜리 A차를 사겠다'고 말했다.

 

'B차가 A차보다 다섯 배 오래 쓸 수 있고, A차는 휘발유가 더 많이 든다면 어떤 걸 살래?'

 

이런 전제들을 하나씩 제시하면 아이들은 이모저모 따져 보게 된다. 이런 질문은 가치지향적으로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 조금씩 주식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이가 이해를 못 해도 주식과 관련된 얘기를 들려주다 보면 흥미를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인터넷과 게임에 관심이 많으니 그 얘기부터 시작했다.

 

'인터넷을 많이 사용하니? 게임은 많이 하니?'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아빠는 게임도 안 하면서 왜 게임에 대해서 물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들은 '많이 쓰면 많이 팔린다는 것이고, 많이 팔리면 회사가 좋아지고, 회사가 좋아지면 주가가 오르겠구나. 그래서 아빠가 물어보는구나'라는 걸 저절로 깨닫게 된다.

 

주식이든 부동산이든 한두 번 이해하고 그치면 학습효과가 떨어지니 가끔 되풀이하여 얘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 일부러 얘기를 꺼내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유도하면 아이들이 관심을 가진다.

 

나는 아이들과 슈퍼마켓에 가서 요구르트를 고를 때면 일부러 아이에게 '판매원에게 가서 어떤 게 잘 팔리는지 물어보고 오라'고 시킨다. 아이가 '왜 물어봐요?'라고 하면 '요구르트가 많이 팔리면 그 회사가 좋아질 수도 있잖아. 주가가 오를 수 있잖아'라고 말해 준다. 그러면 아이는 단순히 요구르트만 사는 것이 아니라 많이 팔리는 물건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라면을 먹을 때도 '무슨 라면이야?'라고 물어보는 게 경제공부다. '신라면'이라고 답하면 '농심에서 만든 거구나'라고 말해 브랜드를 익히게 해주는 것이 좋다. 라면 하나만 갖고도 자녀와 얼마든지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아이들이 '앞으로 이 라면이 계속 잘 팔릴까' 생각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다. 라면을 먹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어떤 사물에 대해 미래까지 생각하게 되는 습관을 기를 수 있게 된다.

 

경제에 관심을 가지면 아이들의 사고가 복합적으로 변해

 

몇 년 전 삐삐와 시티폰이 한때 인기를 끌었지만, 휴대전화가 나오면서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얘기와 연계하면 아이들이 물건을 볼 때 앞으로 계속될 제품인지 아닌지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포털사이트에 접속했을 때도 '검색광고가 앞으로 5년 후에도 계속될까? 지금은 돈을 벌지 모르지만, 앞으로도 계속될까?'라고 물으면 아이들은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몇 년 전 mp3와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도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었다. 앞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할지, 아니면 없어질지에 대한 얘기를 먼저 나누었는데, 다양한 얘기가 나왔다. 아이들은 'mp3와 디카가 아주 편리하고 쓸모가 있어서 계속 팔릴 것 같다'고 얘기했다.

 

디카 하나를 갖고도 여러 가지 판단을 할 수 있다. 단순히 디카를 사야겠다는 생각에서부터 디카 사업을 할까, 디카 관련 주식을 살까 등. 디카 얘기를 하다 보면 필름 가게가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대화를 나눌 때, 아이들이 많은 관심을 갖는 물건을 화제로 삼는 게 좋다. 아이들에게 어느 회사의 휴대전화와 디카를 사용하는지 물어봤더니 휴대전화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디카는 롯데 캐논을 많이 쓴다는 대답이 나왔다. 디카는 진입의 장벽을 설명하기 좋은 제품이다.

 

'아빠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야겠다. 애니콜이 많이 팔리는 데다 디카 속에 플래시 메모리가 많이 들어 있으니까 삼성전자가 돈을 벌겠네. 디카가 인기 있으니까 많은 회사들이 만들잖아. 디카를 사는 사람은 많아도 파는 회사가 많으면 경쟁만 치열해지지. 그러면 주가는 안 올라. 디카 회사가 너무 많으니 디카 회사보다는 플래시 메모리를 만드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

 

휴대전화를 놓고 배터리 제조회사 얘기를 할 수도 있다. 이렇게 얘기를 확대해 나가면 아이들은 단순히 눈에 보이는 물건만이 아닌, 부품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그게 확대되면 어떤 현상에 대한 이면까지도 살펴보게 되는 것이다.

 

경제교육에 어머니가 나서야

 

물건뿐만 아니라 영화 얘기를 나눌 수도 있다.

'사람들이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많이 본다는데 영화를 제작한 회사만이 아니라 배급하는 회사도 돈을 번다. 무엇을 만드는 회사만 생각하지 말고 판매하는 회사도 생각해 봐'

 

아이들은 영화배급사가 있다는 사실을 신기해했다. 아이들과 다양한 대화를 하며 세상에 대한 식견을 넓혀 줄 수 있다. 경기도 용인에 살 때 사방에 아파트가 들어섰다. 속속 들어서는 아파트를 보면서도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파트가 계속 들어서면 어떤 회사가 좋을까?'

아이들은 '아파트 회사가 좋겠네요'라고 말하더니 곧이어 '철근, 시멘트, 페인트 회사도 좋아지겠네요'라는 데까지 생각을 확대했다.

 

아파트 하나만 놓고도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다. '길이 막히겠네'로 끝내는 사람도 있겠지만 '시멘트, 철근, 페인트가 잘 팔리겠다'로 연결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면 '아파트를 다 지으면 시멘트는 더 이상 안 팔리지만 도시가스는 계속 쓰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경제는 하나의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것보다 어릴 때부터 삶 속에서 느끼고 깨닫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교육은 아이들과 자주 접하는 어머니들이 담당해야 한다. 자녀들과 대화하는 가운데서 자연스럽게 경제 얘기를 하면 되는 것이다.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주식투자가 피터 린치는 늘 부인을 자신의 스승이라고 말한다. 부인이 슈퍼마켓에 다녀와서 무슨 물건이 많이 팔린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피터 린치는 그 주식을 샀다고 한다.

 

회사의 회장은 슈퍼마켓에 잘 가지 않는다. 슈퍼마켓에 매일 가는 일반 직원들이 남의 제품과 자기 회사의 제품을 밑바닥부터 알고 있다. 의사결정 통로만 원활하다면 회장은 직원들에게서 정보를 듣게 되고, 그런 직원을 통해서 좋은 회사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삶 속에서 누가 좀더 관심 있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주식투자가나 사업가뿐만 아니라 유능한 직원, 유능한 국민을 만드는 차원에서도 경제 교육은 중요하다.

 

어릴 때부터 우리 국민이 경제적인 마인드로 무장되면 유태인처럼 강한 경제력을 가진 국가로 발전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사 결정이 도외시되는 국가는 사상누각이 된다. 돈을 벌어도 잘못된 결정, 불합리한 투자로 잃어버릴 수 있다.

 

내가 어릴 때에는 부모로부터 경제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요즘도 자녀에게 경제 얘기를 하기가 쉬운 일은 아니다.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해 주면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금융입국 위해 금융고, 경제고 세워야

 

우리나라에는 현재 과학고등학교가 많은데 과학입국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금융입국이라는 것을 당국자들은 깨달아야 한다. 이제 금융고, 경제고를 세워 어릴 때부터 체계적인 영재교육을 시켜야 한다. 금융입국을 위해 금융교육 시스템이 탄생될 때가 왔다.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과 여름방학 때 금융캠프를 개최할 계획이다. 지금 우리나라 아이들은 영어를 익히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방학 때에는 각종 캠프에 가서 즐기고 있는데, 그 가운데 반드시 금융교육이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우리나라 아이들이 경제 마인드를 갖게 되면 그것을 토대로 국가를 부강하게 할 수 있다. 중국이 세계화되면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진다. 중국은 지금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제조업으로 발전하고 있는데, 우리가 제조업으로는 경쟁을 할 수 없다. 중국이 발전하면 우리는 금융으로 접근하면 된다. 중국의 우량기업 주식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경제교육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다양한 사고의 접근을 통해서 다양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필요한 일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경제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월간조선(2005년 11월)

 

강방천의 투자이야기

by 미스터신 2020. 5. 26. 08:39

매일 공부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독서입니다. 그만큼 중요한데도 학원 다니랴, 숙제하랴 책 읽는 시간은 뒷전일 때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많은 초등 부모가 "독서를 많이 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학원 다니면서 숙제하고 문제집 풀 시간도 없는데 독서를 그렇게 꼬박꼬박 하기는 어려워요." 하고 하소연합니다.

 

직언을 드리자면 독서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이라면 그건 지금 아이의 일정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독서 할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고민은 중학교 이후에 할 수는 있어도 아직은 아닙니다. 수치화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교실에 만났던 많은 학생의 경우를 되짚어 큰 틀에서의 결론을 내려본다면 그들의 입시 성적을 결정지은 건 초등학교 때의 성적이 아니라 '독서'였습니다.

 

초등 시절 올백을 맞지 못했지만 꾸준히 폭넓은 독서를 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암기에 능하고 독서를 소홀히 했던 아이들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선배 선생님들이 자녀에게 신경 써서 독서를 시키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보기도 했고요.

 

초등 아이의 성적을 신경 쓰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역시 독서입니다. 독서 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숙제와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10년이 넘는 오랜 학창 시절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힘, 사교육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길러진 논리적 사고력으로 고된 입시를 준비해나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집중력, 어휘력을 키우고 사회, 과학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일, 상식을 넓히는 일은 독서의 기능 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뇌 성장이 가장 활발하고 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초등 시절의 독서는 평생을 사용할 두뇌의 힘과 범위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뇌의 용량과 폭넓은 사고력은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갖게 되는 직업 현장에서도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는 힘이 됩니다.

 

그럼 이제 우리 아이의 매일의 독서 습관을 잡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볼게요.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매일 실천으로 옮겨보세요.

 

초등 독서 적정 시간

 

학년과 상관없이 초등학생들이 매일 해야 하는 독서의 최소 시간은 30분입니다. 그 이상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는 일이 공부, 의무, 숙제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주말이나 방학, 여행, 명절에도 30분 독서를 유지하면 좋습니다. 아직 책 읽는 습관이 자리잡히지 않아 30분 독서를 힘겨워하는 경우라면 평일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평일만큼은 30분 이상의 독서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규칙으로 정하고 습관이 잡힐 때까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주세요.

 

아직 읽기 독립이 되지 않았다면 30분 동안 책을 읽어주고,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혼자 집중해서 30분씩 읽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지루해하고 그만 읽고 싶어하는 아이를 설득하고 혼내기도 하며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늘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도 스마트폰 게임과 텔레비전 시청의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하려고 하니까요.

 

방과후의 일정에 따라 시간의 여유가 있는 날이 있고 아닌 날도 있을 거예요. 일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최소 30분, 혹은 한 시간 이상의 독서 시간을 미리 확보해두세요. 짬이 날 때마다 학교 도서관, 지역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습관을 갖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도서관에 데려갔더니 오히려 만화책 보는 습관만 생겼다며 도서관을 흉가 보듯 멀찍이 피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만화책이라도 읽으며 도서관의 분위기에 적응해가면서 천천히 글 책도 한 권씩 읽기로 약속하면서 습관을 잡아주세요. 재미있게 잘 읽고 있는 책은 등교할 때 챙겨 보내주세요.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개별 과제가 끝나면 독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매일 30분의 독서 시간은 충분히 확보된답니다.

 

초등 매일 공부의 힘_ 이은경 교사

by 미스터신 2020. 5. 21. 14:43

초보자들이 달리기를 처음 시작할 때 좌절을 느끼는 순간은 뛰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완전 초반이다. 처음 1킬로미터가 생각보다 상당히 힘들다. 숨도 많이 차고 몸도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데 그렇게 힘든 순간이 달리기가 끝날 때까지 계속되는 건 아니다. 이 힘든 시기를 조금만 참고 더 달리면 한결 편안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다.

 

뛰어보지 않은 사람들은 마라톤이 처음부터 끝까지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하는데 꼭 그런 건 아니다. 실제로 달려보면 힘든 순간을 지나서 자신에게 맞는 속도를 찾을 수 있다. 그때가 바로 힘든 시기를 무사히 지나는 순간이 된다.

 

한마디로 달리기는 정신력으로 몸을 바꾸는 운동이다. 힘들어도 꾸준히 달리다 보면 심장과 허파의 기능이 내 몸의 운동을 충분히 받쳐줄 수 있게 바뀐다.

 

실제로 달리기를 시작한 초반에 심박 수를 재보면 수치가 높다. 그런데 한창 뛰고 있는 도중에 다시 심박 수를 재보면 그렇게 높지 않다. 달리는 데 필요한 산소 등의 요소들이 이미 충분히 제자리를 잡은 덕분이다. 혈액 순환도 안정적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심장이 무리해서 몸 여기저기에 피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많은 전문가가 드는 예인데, 풍선을 분다고 한번 상상해보라. 처음 풍선을 불 때는 잘 부풀지 않는다. 정말 세게 힘을 주어 불어야 바람이 겨우 조금 들어간다. 이렇게 몇 번 불다 보면 어느 정도 풍선이 부풀고 그제야 바람을 불어넣는 게 한결 수월해진다. 우리 몸과 폐도 마찬가지다. 풍선을 부는 것처럼 처음 달리기를 시작할 땐 힘든 게 당연하다. 1~2킬로미터는 뛰어야 어느 정도 바람이 들어간 풍선처럼 몸도 유연하게 바뀐다. 그 시간이 지나야만 전보다 덜 힘든 상태에서 달리기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심장과 폐도 제대로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다. 다만 풍선을 계속 불면 터져버리는 것처럼 달릴만하다고 해서 계속 더 속도를 내면 부상을 당할 수도 있으니 갑자기 무리한 연습은 금물이다.

 

오래 달리다 보면 다리 근육도 바뀐다. 오래 달릴 수 있는 근육으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원래 사람의 몸은 가만히 있어도 세포들이 죽고 없어지고 또 새롭게 생기곤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오래 달리기를 계속하면 원래 잘 뛰지 못했던 근육이 장거리 달리기를 해도 끄떡없는 모습으로 변화한다. 인체의 신비란 정말 놀랍기 그지없다.

 

간혹 달리기와 관련해 흔한 오해를 하는 분들이 있다. 무릎이 상할까 봐 달리기를 못하겠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다. 의사 입장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런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아도 괜찮다. 요즘 사람들의 무릎은 오히려 너무 안 써서 상하는 것이다. 무릎을 보호하겠다고 가만히 있으면 그게 무릎을 상하게 만드는 지름길이다. 적당히 쓰고 달리는 정도의 충격을 주어야 더 튼튼해지는 게 무릎이다. 물론 너무 무리하면 무릎도 상하겠지만, 천천히 달리기 정도의 운동으로 상하는 건 아니니 걱정 말고 달려도 된다.

 

달리기가 우리 몸에 변화를 가져오는 부분이 하나 더 있다. 정말 중요한데도 사람들이 많이 놓치고 사는 것, 바로 '우울'이다. 달리기는 우울한 마음도 건강하게 바꾸어놓는다. 미국의 경우, 전체 인구 중 10%가 우울증이라는 통계가 있다. 미국의 전체를 3억 명이라고 봤을 때 무려 3,000만 명 정도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는 뜻이다. 나는 우리나라도 이 수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선진국에서 인생의 행복도를 보면 20는 높고, 30대와 40대는 점점 낮아진다. 그러다 50대와 60대가 되면 다시 높아진다. 전형적인 V 라인이다. 일도 많이 하고 가정을 꾸린 뒤 육아도 해야 하는 3,40대의 삶이 제일 힘겹게 느껴지다가, 나이가 들수록 평온하고 편안한 노후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니다. 20대가 그나마 제일 높았다가 30대, 40대, 50대, 60대가 될수록 점점 수치가 낮아진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의 만족도가 반비례하는 역슬래시(\) 라인이다. 열심히 성실하게 사는데도 힘든 시간이 계속 쌓이기만 한다. 행복보다 불행지수가 너무 높은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상적인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에서 발표한 자살률, 특히 노인 자살률도 우리나라가 1위인 것이다.

 

달리기가 이 모든 우울과 불행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겠지만, 나는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전 세계적으로 달리기 인구가 느는 것도 달리기가 우울증에 효과가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사람은 원래 달리는 동물인데, 삶이 힘들어진 데다 더 이상 달리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더 우울하고 몸이 아픈 것일 수도 있다.

 

'러너스 월드' 객원 편집기자인 스콧 더글러스는 '나는 달리기로 마음의 병을 고쳤다'라는 책에서 달리기가 어떻게 우울함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알려준다.

 

우울증의 전형적인 특징은 '내가 하는 일은 중요하지 않아' '삶의 낙이 없어'처럼 자기 패배적인 생각을 자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임상심리사이자 러너인 브라이언 배시 박사에 따르면, 달리기는 이러한 생각들이 잘못되었음을 증명하는 일이다. 달리기로부터 얻게 되는 커다란 심리적 이점 중 하나는 자아존중감의 향상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다는 데에서 자신감을 얻는 것으로,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좋게 생각하는 기회를 갖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스콧 더글라스는 이러한 배시 박사의 말을 실제로 겪어 본 사람이다. 그는 기분이 불완전한 기분부전장애와 만성 우울증을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앓아왔다. 10대 시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대마초를 피우는 등 쾌락을 추구해도 나아지지 않던 그의 기분이 달리기를 하며 점차 극복 가능한 것으로 바뀌게 되었다. 달리기 덕분에 그는 정신적, 신체적 활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달리기를 시작한 30분 만에 긍정적이고 열의에 찬 행복한 기분을 경이롭다고 표현했다.

 

지난 20여 년간 우울증 치료를 위한 잠재적 방법으로 운동에 관한 연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연구들은 우울증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에 운동이 항우울제만큼 효과적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 운동에 해당하는 활동은 대부분 유산소 운동을 말한다.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달리기를 내가 계속 추천하는 이유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by 미스터신 2020. 4. 11. 11:25

물론 마음이 몸의 태도를 결정하기도 하지만, 몸의 태도가 마음을 결정하기도 한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를 위해서는 내 태도에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공부를 할 때 집중해서 하다 보면 저절로 허리가 앞으로 숙여진다. 공부가 하기 싫고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나도 모르게 의자에 기댄 채 몸을 최대한 책과 멀리 두게 된다. 마음가짐이 태도에 그대로 반영이 되는 것이다. 반대로 아무리 느슨하게 늘어진 상태에서도 일부러 몸을 앞으로 숙여 책을 보게 되면 집중력이 점점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아무리 집중하고 있는 상태에서도 몸을 뒤로 기대버리면 마음도 덩달아 느슨하게 바뀌어 버린다.

 

달리기에도 이 원칙을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달리는 중에 힘들 때마다 억지로라도 웃어보면, 기분이 한결 좋아진다. 기분이 좋아서 웃기도 하지만 얼굴 근육을 이용해 미소를 지으면 기분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달리다가 너무 지쳐서 다리에 힘이 빠진다면 팔을 힘차게 흔들어봐도 된다. 팔을 흔들면 다리에 저절로 힘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신기하다.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영향을 주고받는다. 좋은 영향일지, 나쁜 영향일지는 내가 선택하기 나름일 것이다.

 

안철수, 내가 달리기를 하며 배운 것들

by 미스터신 2020. 4. 11. 10:55

교육열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내가 처음부터 '맹모'들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사교육 현장에서 대치동 엄마들을 만나며 내 생각은 점차 달라졌다. 무엇보다 그들은 자녀교육 때문에 많은 것을 희생하는 듯 보였다. "선생님, 이 동네에서 살려면 나 하고 싶은 거 다 못해요" "애가 대학교에만 들어가면 이 동네 떠날 거예요" 등 종종 학부모들은 내게 이런 하소연을 늘어놓곤 했다.

 

왜 굳이 주거비용도 많이 들고 이렇게 치열한 곳에 입성해서 아이들은 공부에 치이고 엄마들은 그렇게 희생하면서 사는지 아이가 없을 땐 이해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 교육을 아웃사이더 입장에서만 바라봤던 것이다. 차츰 경력이 쌓이면서 나는 대치동(교육열의 상징적인 동네로서 강남 인근 맹모들이 모인 지역을 편하게 '대치동'이라고 부르겠다) 학부모들의 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 이사를 간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는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많았다. 대다수는 영어 유치원 출신이었고, 외국에서 생활했던 아이들도 꽤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영어 실력을 한층 더 발전시키기 위해 사립초등학교에 아이를 진학시킨 학부모들은 하교 후에도 영어 수업보충을 위해 나 같은 사람을 필요로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학생들은 대개 강남 근처에 사는 등 비교적 거주지역이 다양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이가 초등학교 6학년 2학기에 접어들면 모두 약속이나 한 것처럼 대치동 인근으로 이사를 했다. 특히 아이가 공부에 두각을 드러내는 가정이면 더욱 그랬다.

 

왜일까? 대치동이 아닌 지역에서는 상위권 성적의 아이를 받아줄 동네 학원이 없기 때문이다. 아이의 성적 수준에 맞는 학원이 없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그 학생은 자연스럽게 자신의 수준에 맞게 지도해줄 선생님과 학원을 찾아 대치동으로 가는 것이다. 강남 인근 지역 학생들은 모두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며, 방이동, 잠실, 강동구, 광진구 심지어 남양주에서도 아이가 조금만 공부를 잘해도 엄마가 직접 운전을 해서라도 아이를 대치동 학원가로 보낸다. 심지어 유명한 강사의 수업을 듣기 위해 일산의 초등학생들이 팀을 짜서 주말에 대치동과 송파동까지 오는 경우도 있다.

 

결국 대치동이 아닌 곳에 거주하면서 대치동 학원까지 차를 운전해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엄마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난 뒤 수업이 끝날 때까지 두어 시간을 인근 카페에서 기다린다.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본의 아니게 찬찬히 그 동네를 살피던 엄마들은 종국에는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아, 이 동네로 이사 오고 싶다."

 

엄마들의 눈에 보이는 대치동은 '노는 아이들이 하나도 없는' 동네다. 거친 욕을 하는 아이들도 없고, 유해시설도 없다. 실제 대치동 스타벅스에 들어가면 대부분 열심히 숙제를 하고 있는 학생들과 이 학원과 저 학원 수업 사이 비는 시간에 잠시 머물며 공부하는 학생들로 면학 분위기가 조성되어 조용하다. 이른바 '스타벅스 도서관'이 형성되는 것이다!

 

한번은 네 살짜리 아들을 데리고 대치동 스타벅스에 들렸다. 한창 저지레를 일삼는 나이의 어린 아들이 조용히 있을 리가. 큰 소리를 내며 산만하게 움직이는 아들과 나를 바라보는 누나와 형들의 눈초리가 무척이나 매서워 나는 서둘러 아이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곁에 있던 아들도 한마디 했다. "엄마, 이 동네 누나들은 다 책을 들고 다니네."

 

어린 아이들까지 감지하는 동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아무래도 내신성적에서는 불리할 수 있지만, 공부하라는 잔소리 없이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들 틈에서 자녀를 키우고 싶은 부모들이 자꾸 대치동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놀고 싶어도 함께 놀 친구들이 없는 동네와 친구들이 우르르 몰려가서 노는데 우리 아이에게만 공부하라고 잔소리해야 하는 동네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물론 대치동의 십대들이라고 아이돌에 무관심하고 패션에 신경 안 쓰겠는가? 나이대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그들 역시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고 스타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공부를 손 놓을 정도로 푹 빠져서 사는 아이들은 많지 않다. 무엇보다 대치동 아이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입이 거친 아이들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서울 서쪽의 대치동격인 목동 역시 분위기가 비슷하다. 근방에 유흥가도 없거니와 대부분 학원 다니느라 아이들이 바쁘다 보니 어쩌다 친구들과 시간 맞춰서 놀려면 시험이 끝난 당일이나 아주 특별한 날에만 미리 약속을 잡아 논다고 한다. 서대문구에 위치한 가재울뉴타운에서도 학원을 보내기 위해 목동까지 운전을 해서 아이를 데려오는 부모들이 있을 정도다.

 

이 글을 읽으면서 대치동이나 목동 분위기에 거부감이 드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한창 즐겁게 뛰어놀고 많은 경험을 쌓으며 자유롭게 살아야 할 아이들이 너무 공부에만 목을 매는 게 아닌가 싶을 수 있다. 초등학교 때는 아이를 놀려야 한다는 교육관을 가진 이들도 많다. 본인이 겪은 입시 지옥을 자녀에게도 겪게 하고 싶지 않을 수도.

 

나 역시 사교육이 모든 아이들의 학습 효과를 보장한다거나 명문대가 그들의 인생에 더없는 행복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교육관을 가지고 있다면, 그 어떤 주변의 움직임에도 동요 없이 일관성 있게 지켜나가는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아이들이 중학교에 입학함과 동시에 그러한 교육관이 흔들리고 변하기 시작하면서 터진다. 느긋한 마음으로 초등학교 시절을 보낸 후 아이가 중학교에 들어갔는데 첫 성적표에 엄마 아이 할 것 없이 '멘붕'이 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 학원가를 기웃거리고 실력있는 과외 교사를 찾아 수소문하게 되는 것이다. 혹은 부모는 가만히 있는데 아이가 선포하기도 한다. "엄마, 나 학원 좀 좋은 데 알아봐주세요. 과외 좀 시켜주세요."

 

이와 같은 상황이 아이의 성적이 나쁠 때만 일어나는 건 아니다. 아이의 성적이 좋으면 더 큰 욕심이 생겨서, 성적이 나쁘면 위기감이 생겨서 그런다. 심지어 현재 성적이 형편없는 데다 아이 역시 공부에 의지가 거의 없어서 사교육을 시킨다고 해도 교육비용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이 될 게 뻔한데도, 이성적으로 판단해 자녀의 대학 진학을 '쿨'하게 포기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무리해서라도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과외시키는 에듀 푸어(교육비를 대느라 빚을 내다가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람들을 일컬음)의 길로 들어서게 되는 것이다.

 

하우스 푸어도 모자라 에듀 푸어까지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층은 대한민국 중산층일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 약 70%가 중산층이기 때문이다. 고소득층은 대한민국 제도권 교육 밖에 있는 이들이라 열외로 두고자 한다. 저소득층은 사실상 아이 학업에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으니 열외로 두고자 한다. 중산층을 나누는 기준은 각종 자료와 통계를 기반으로 작성된 객관적인 분류일 테지만, 스스로 보기에 나는 도시 서민에 해당하는 것 같다. 매달 대출이자를 갚느라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는 상황에서 자녀교육비와 노후자금에 대한 걱정도 겸하고 있으니 말이다.

 

어찌 됐든 모두 중산층이라고는 해도 그 형편에는 적지 않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일단 결혼할 때 양가의 도움으로 집을 장만할 수 있었던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신혼부부는 집을 마련하기 위해 대출을 받는다. 그후 맞벌이를 하며 대출이자를 갚아나가던 어느 날, 아이가 생긴다. 결혼할 때부터 '하우스 푸어(집을 보유하고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인한 이자 부담 때문에 빈곤하게 사는 사람들을 일컬음)'의 길로 들어선 이들은 아이가 자라면서 '에듀 푸어'의 길로 접어들게 되는 것이다.

 

에듀 푸어는 아마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지 않을까 싶다. 사실 자녀교육에 조금이라도 관심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 부모라면 줄이기 힘든 것이 바로 교육비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기하급수적으로 하향곡선을 이루게 된 것도 이 교육비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세대와는 달리, 요즘 아이들은 스스로 자라지 않는다. 학교에 들어가면, 아니 유치원에 들어가면, 아니 심할 경우 영유아기 때부터 아이들은 반강제적으로 교육 시장에 진입한다. 이것이 너무나 당연하기에 결혼을 한 젊은이들도 그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이다. 아예 아이를 낳지 않음으로써!

 

대한민국 교육 시장은 그 규모가 큰 것은 물론, 약육강식의 전형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왜 우리나라 중산층들이 아이 교육에 올인하는 걸까? 그 이유는 단 하나다. 전통적으로 그래왔고 변하지도 않는 이유. 바로 '우리 아이만큼은' 잘 살았으면 하는 부모의 마음. 나는 비록 하우스 푸어이고 에듀 푸어가 됐지만, 내 아이만큼은 이렇게 살지 않길 바라는 마음. 나는 비록 못 배워서 가난하지만 내 자식만큼은 이렇게 살지 않았으면 하는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마음이 대를 이어 이렇게 전해 내려온 것이다.

 

무엇보다 이 시대에는 계층 간의 이동이 더욱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애초에 부자 부모를 두지 않은 이상, 좋은 직업을 가지고 최소한 남들처럼 살려면 교육을 통한 사회적 지위 상승밖에 답이 없다. 물론 교육의 방법이 이전 시대보다 다양해진 것은 사실이다. 영어 때문에 사회에서 불리한 대우를 받은 경험을 가진 부모라면 아이의 영어교육에 특별히 힘을 쏟는다. 반면 좋은 대학을 졸업했음에도 남과 다를 바 없이 언제 잘릴지 모르는 월급쟁이 신세를 한탄하는 부모는 공교육의 대안인 혁신학교에 열광한다. 부모들의 교육열은 다양해지고 더욱 치열해졌다.

 

중산층일수록 자녀교육에 더욱 올인하는 것도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실제 중산층들은 어느 정도의 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는 걸까? <조선일보> 기사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가계 지출 중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28%이며 이는 약 81만 원이라고 한다. 가계가 적자 상태이거나 부채가 있는데도 평균 이상으로 교육비를 지출하는 에듀 푸어도 전국적으로 82만 4,000가구에 이른다. 자녀가 유치원 이상에 재학 중인 가구 9곳 중 1곳 꼴이다.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_ 월천대사(이주현)

by 미스터신 2020. 1. 28. 21:10

사교육 시장에 오래 몸담았던 나 역시 미취학 아동들에게 너무 많은 선행 학습과 무리한 학원 스케줄을 권장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놀게만 두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 생각 없이 놀기만 하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 이제 저는 공부할 나이가 되었으니 그만 놀고 공부에 매진하겠습니다" 라고 할 리는 없지 않은가?

 

그냥 아무 걱정 없이 노는 게 공부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다. 어른도 마찬가지 아닌가? 인간은 으레 편한 쪽을 선택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어릴 적부터 공부가 아니더라도 무엇 하나라도 정확하고 완벽하게 해내는 훈련을 시킬 필요가 있다. 끝을 보고 성과를 경험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나도 경험을 통해 알게 되었다.

 

어릴 때 자유롭게 놀면서도 어느 정도의 제약을 가하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조금씩 학습량이 늘어도 큰 거부감 없이 이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반면 어릴 적 그 어떤 제약도 없이 마냥 자유롭게 노는 분위기 속에서 성장한 아이는, 어느 날 엄마가 이젠 공부해야 할 나이라며 다잡을 때 갑자기 엄마가 나한테 왜 이러는지 당황하면서 반발할 수 있는 것이다. 함께 놀던 친구들은 지금도 노는데 왜 나는 못 놀게 하는 건가 싶은 원망까지 생겨 부모와 자녀 사이에 금이 생기기도 한다. 이는 내가 교육 현장에서 수차례 겪은 사례들이다.

 

초등학생 때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해 제약을 하지 않던 엄마가 중학생이 된 아이를 갑자기 학원에 보내거나 과외를 시키게 되면, 아이가 선생에게도 반발하게 된다. "선생님 왜 이렇게 단어가 많아요?", "선생님 이걸 어떻게 하루에 다 풀어요?" 하며 불만을 품는다. 엄마가 아이보다 기가 세다면 마지못해서라도 아이가 수업을 따라 오지만, 아이가 엄마보다 기가 세다면 결국 선생과 맞지 않는다며 수업을 중단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을 잡게 되었을 것이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우리나라 교육 실태의 옳고 그름을 논하는 건 다른 문제다. 우리가 봐야 할 것은 현실이다. 부모에게 있어 소중하지 않은 아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들을 잘 키우고 싶은 것은 모든 부모의 마음이다. 현실을 회피할 수 없다면 현명하게 맞닥뜨려야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대한민국이 도무지 교육비를 줄일 수 없는 사회라면, 좀 더 현명한 방식으로 '교육열'을 불사를 필요가 있다.

 

사교육계에 몸담은 지 10년 그리고 부동산에 대해 공부한 지 3년만에, 엄마로서 또 부동산 투자자로서 내가 찾은 답은 바로, '학군 부동산 투자'였다. 자녀교육이라는 단 하나의 목적으로 무리해서까지 좋은 학군 지역으로 이사를 간 사람들은 결국 유해시설이 없는 면학 분위기의 명문 학교에서 아이를 교육시키고 아이가 대학에 들어갈 때 쯤엔 자연스럽게 부동산 시세 차익까지 덤으로 얻게 되는 '일석이조'의 이득을 본다. 이것이 내가 숱하게 목격해온 진실이었다.

 

"맹모에게 상을 주는 사회인 것 같아요. 친구 하나가 자녀교육 때문에 강남으로 이사를 갔어요. 학원가도 가깝고 학교 분위기도 좋아서 아이 공부를 수월하게 시켰죠. 그런데 살다 보니 아파트 가격까지 올라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았다고 하더라고요."

 

내 강의를 듣고 난 수강생 중 한 분이 남긴 강의 후기다. 내가 이 책을 쓴 목적은 분명하다. 자녀교육 문제로 노후 준비는 엄두도 못 내는 중산층들이 똘똘한 부동산 한 채를 장만함으로써 자녀교육과 노후 준비까지 함께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녀교육과 노후자금, 이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변화무쌍한 우리나라 교육 시장의 현황을 이해하고 이에 따라 아이를 좋은 교육 환경에서 공부시킬 수 있는 학군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자산 수준으로 선택할 수 있는 전략을 짜보는 것이다. 자, 그럼 학군을 염두에 두고 우리나라 교육 시장의 현실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_ 월천대사(이주현)

by 미스터신 2020. 1. 24. 12:11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뛰어난 리더십과 활동성, 좋은 성적 등으로 자신감과 성취욕이 넘치는 이른바 '알파걸'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대학 입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여학생들의 평균 성적이 남학생들보다 압도적으로 우수하다. 현행 수행평가 체제도 여학생들에게 매우 유리한 구조다. 비교적 꼼꼼하고 멀티플레이가 가능한 여학생들이 프로젝트성 수업이나 발표 수업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물론, 수업시간에 배포된 학습 프린트 모으기 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에서도 남학생들을 능가한다. 기본 교과 시험에서 여학생들이 상위권을 점령하는 분위기다. 의대나 법대의 수석을 여학생이 차지하는 것도 놀랄 일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남녀의 기본적인 학력 차이를 초등학교 때부터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자아이들은 대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짝궁인 여자 친구가 알림장을 써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른 채 해맑게 귀가한다. 오죽하면 남자아이를 키운 선배 엄마들이 후배 남자아이 엄마에게 가능하면 같은 반 여자 친구의 엄마와 꼭 친해질 것을 귀띔해줄까?

 

학부모들은 늘 아이들이 학교에서 무얼 배우는지, 무슨 일이 생기진 않았는지 등을 궁금해하는데, 남자아이들은 단체로 기억을 잃어 버리는 병이라도 걸린 것처럼 그저 "몰라" 라고 시큰둥하게 대답한다. 학교에서 싸움이라도 한 날이면 자초지종을 알고 싶은데, 통 말을 안 해주고 본인은 이미 그 일을 잊어버린 것처럼 행동한다. 사소한 일 하나하나까지 따지듯 담임교사에게 연락할 수도 없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그럴 때, 바로 같은 반의 친한 여자아이 엄마가 있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말은커녕 본인이 불리할 땐 귀도 막아버리는지 대답도 잘 않는 남자아이들에 비해 여자아이들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미주알고주알 엄마에게 말하길 좋아하지 않는가. 이런 남녀의 기본적인 성향 차이로, 화성에서 온 남자아이들은 금성에서 온 여자아이들에게 상위권 성적을 양보해주기 마련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이런 경험을 해온 남학생의 부모들은 고등학교만큼은 아들을 남고에 진학시키고 싶어 한다.

 

남학생 부모들이 아들을 남고에 진학시키고 싶어 하는 건, 성적의 불리함 때문만은 아니다. 사춘기 학생들에게 있어 가장 큰 시험, 바로 '연애'도 걱정되기 때문이다. 같은 공간에서 공부하고 생활하다 보면 한창 피 끓는 아이들이 이성에게 관심을 가질 수밖에.

 

문제는, 남학생 여학생이 함께 연애를 하는데도 연애 따로 공부 따로 알아서 척척 잘하는 여학생과 달리, 남학생들은 한번 연애를 시작하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빠져버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성적 관리에도 상당한 지장이 초래된다. 이래저래 멀티플레이를 하지 못하는 남자아이들의 성향은 연애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

 

그렇다면 아들이 연애를 시작한 것을 감지했을 때 엄마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불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을 애써 감추고 무조건 아들의 여자 친구에게 잘하라는 것이 선배 아들 엄마들의 충고다. 혹여 여학생의 마음이 식어 아들을 차버리기라도 하면, 단순한 남학생들은 실연의 아픔을 견디지 못하고 성적까지 뚝뚝 떨어지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에서 아들의 여자 친구를 만난 엄마들은 "얘, 수능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우리 아들한테 헤어지자고 먼저 말하지 말아주라"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온다고 한다.

 

이제 고작 다섯 살 된 아들을 둔 나 역시 우리 아들이 남고에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재미 삼아 포털 검색창에 '서울 남자고등학교' 라는 단어로 검색을 했다. 그런데 역시 나와 같은 엄마들이 많은 모양이다. 서울에 있는 남자고등학교를 알려달라는 질문이 꽤 있었다. 서울시 고등학교는 고교 선택제이다. 따라서 남자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인근 단지의 경우 꾸준히 수요가 있을 것이다. 특히나 그 학교가 단대부속고등학교나 보성고등학교처럼 명문이기까지 하다면 더더욱 말이다.

 

나는 부동산으로 아이 학비 번다_ 월천대사(이주현)

by 미스터신 2020. 1. 19. 11:10

이준석 최고위원께서는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운영하면서 청소년들을 많이 만났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한국 교육의 문제들을 나름대로 느꼈을 텐데,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교육에 대한 환상을 깼으면 좋겠어요. 우리나라는 암기식 교육을 하고 있고, 교육 선진국에 가면 굉장히 창의적인 교육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해요. 그게 착각입니다. 암기는 대단히 중요해요. 암기는 좋은 공부이고, 공부하지 않고 교육이 잘 되는 나라는 없어요. 미국은 정말로 책을 외울 정도로 많이 읽거든요. 거의 모든 과목이 그래요. 나중에 인용하려고 해도 우선 외우고 있어야 하잖아요. 외우지 않고 이해한다는 게 가능한 일이 아니에요. 그 문장이 암기 상태로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어야 이해가 가능합니다.

 

놀면서 공부하자, 저는 그런 공부는 없다고 봐요. 제가 '배움을 나누는 사람들'을 하면서 아이들을 많이 상대했는데, 당시 크게 느낀 점이 뭔지 아세요? 원리를 공부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풀어 보는 거였어요. 문제를 풀면서 익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었거든요. 문제 풀이는 오직 시간을 투여해 공부하는 것밖에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외국에서도 수학 공부를 할 때 문제 풀이를 다 하거든요.

 

저는 아이에게 약간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공부를 시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우리나라 학교에서 없어진 성취도 평가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험을 보면 국어, 영어, 수학 등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나옵니다. 그런 학생들을 공부시킬 방법을 찾아야 해요. 그것을 하지 않고 의무교육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봐요.

 

조지 부시가 했던 교육정책 중에서 NCLB(No Child Left Behind)라는 게 있어요. '어떤 아이도 뒤에 남겨두지 않는다.' 라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퍽 낭만적인 표현인데 우리나라에서는 '낙오 방지법'으로 번역되었어요. 그 교육정책이 아주 성공적이었어요. 성취도 평가를 학교마다 보고, 금방 결과가 나오겠죠.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많이 나온 학교에 대해서는 선생을 교체하고, 지원금을 끊는 등의 강력한 조치를 취했어요. 학생이 아니라 학교를 채찍으로 때리는 겁니다. 그랬더니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오르게 되었거든요.

 

교육에서는 경쟁 체제를 도입해야 해요. 제가 자주 말하는 공정한 경쟁입니다. 현재 한국 교육은 경쟁 둔화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요. 저는 학교교육에 바람직한 경쟁을 만들고, 성취도 평가 제도를 도입해 기초학력이 미달인 학생을 찾아내 그들에게 교육을 집중해야 한다고 봐요. 이렇게 되어야 의무교육이라 할 수 있죠.

 

현재 고등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하는 방법은 정시와 수시로 나뉘어 있습니다.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이 수시, 그중에서도 학생부 종합 전형입니다. 이준석 최고위원께서는 미국 대학에 수시 전형으로 입학했는데, 특별히 우리나라의 수시 제도에 대해 문제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먼저 아직 신뢰 사회가 구축되지 않아 생긴 일로 보는데요. 제가 미국 하버드 대학에 제출한 에세이는 한국에서 작성해서 보냈던 것입니다. 내용은 제가 과학고 다닐 때 학생회 부회장으로 있으면서 삼성에 연락해서 새 컴퓨터를 지원받았던 일에 대한 것이었어요. 그 일과 중국 지도자가 댐 공학도라는 사실에 착안해 공학도 역시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썼어요. 당시 하버드 대학 입학사정관이 그것을 보고 다른 학생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어가 부족한 저를 뽑은 겁니다. 하버드 대학에서는 제가 공부하는 데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판단한 거예요. 나중에 제 에세이를 채점해 놓은 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에세이가 하버드 대학 입학하는 데 결정적이었다는 것을 그때 알았어요.

 

하버드 대학 다닐 때 저보다 학업 성적이 많이 떨어지는 팔레스타인 친구가 있었어요. 저런 친구를 하버드 대학에서 왜 뽑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어요. 그 친구를 뽑은 것은 그가 하버드 대학에서 공부하고 조국으로 돌아가 지도자가 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인 것 같아요. 그 친구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업도 일취월장했습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냈고요. 괄목상대라는 말을 실감했습니다. 하버드 대학 입학사정관들의 판단이 옳았던 거죠.

 

미국 대학은 우리와 다르게 대학이 다양한 기준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그 책임도 학교가 지는 구조입니다. 제가 앞에서 말한 식으로 입시 제도를 개편하고, 사립대가 학생 선발의 자율권을 가진다면 우리나라 대학도 미국처럼 될 거라고 믿어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 교육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준석 최고위원께서는 과학도이고, 전공이 컴퓨터라 남다른 견해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논리학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 정치도 치열하게 논리적 대결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진영 논리로 가지 않습니까.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계 때문에 일을 빼앗기는 사람들과 기계를 이용해 돈을 버는 사람 사이에 치열한 갈등이 있을 것인데, 그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것은 논리밖에 없을 것이라고 보는 거지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백과사전식 지식은 가치를 많이 잃을 겁니다. 그것은 컴퓨터가 감당할 테니까요. 그래서 학교교육에서 논리 교육이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고 봐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무기가 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여기서 제가 말하는 논리라는 것은 정량적인, 이성적인 논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에요. 비이성적인, 계량화가 불가능한 가치들을 포함한 겁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창의성은 바로 비이성적인 논리라고 할 수 있거든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긴 신의 한 수, 그 힘도 논리를 이길 수 있는 비논리에서 나왔다고 봐요.

 

공정한 경쟁_ 이준석

by 미스터신 2019. 11. 2. 13:56

지식도서 다독가는 강제로 만들 수 없다

 

제대로 읽은 지식도서 한 권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책을 읽으며 습득하는 지식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핵심은 방대한 분량의 지식을 이해하고, 상호 연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 처리 전용 '광통신망'이 깔린다는 사실입니다. 이 광통신망은 성능이 매우 뛰어나서 일단 깔고 나면 지식 습득에 있어서 엄청난 성능을 발휘합니다.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이런데 10권, 100권을 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실 저는 이런 경우를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감히 단언하자면 <코스모스> 수준의 지식도서를 10권 이상 제대로 읽은 학생은 전국을 탈탈 털어 0.01%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례를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지적능력으로 놀라운 업적을 이룬 위인급 인물을 아무나 고른 후에 그 사람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거기 죄다 모여있습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저처럼 아주 적은 수의 지식도서를 꼭꼭 씹어먹듯 읽는 경우와 전혀 다른 방식의 독서를 합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책을 한 번만 읽죠. 그런데도 여러 번 읽은 것처럼 책 속에 담긴 지식을 완벽에 가깝게 흡수해냅니다. 이런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지식도서를 제대로, 많이 읽은 덕분입니다. 폭넓고 탄탄한 기초 지식,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 지식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에 어떤 지식도서든 훤히 꿰뚫어 보며 읽을 수 있습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거대한 고래가 바닷물을 집어삼키듯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집어삼킵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매일 새로운 지식을 자양분으로 삼아야만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그 결과 그들은 더 강한 '광통신망', 압도적인 지식, 세계를 꿰뚫어 보는 눈을 얻습니다. 이쯤 되면 학교 공부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 대부분은 이미 다 아는데다 설사 모르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보잘것없을 만큼 쉽기 때문이죠. 학습에 있어서 이들은 초능력자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지식도서 다독가는,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발견된 적은 없는 멸종 위기종 동물과 같습니다. 우리의 교육현실이 이들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저 멀리 별천지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만약 자녀가 어리다면 이 장을 특별히 신경 써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식도서 다독가에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이 네 유형의 경계선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1번 유형이 2, 3번 유형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고, 3, 4번 유형이 1번 유형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유형 분석은 아이를 지식도서 다독가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로 성장하는 원리를 알면, 아이가 다독가의 자질을 보일 때 그 싹을 꺾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식도서 다독가는 강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절대로 되지 않습니다. 강제로 시도했다가는 부작용만 낳을 뿐입니다.

 

유형 1. 활자중독형

 

활자중독형은 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는 유형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서관 서가의 A열부터 Z열까지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버리는 식입니다. 발명완 에디슨,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연쇄 창업마라는 별칭을 가진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등이 이 유형에 속합니다.

 

도서관을 정복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에디슨은 초등학교 때 퇴학을 당하는 바람에 시간과 열정을 얻을 수 있었고, 빌 게이츠는 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책만 읽다가 아들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여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었던 엘론 머스크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도 저 혼자 독서를 하는 기행을 일삼았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읽은 책의 권수가 만 권을 돌파했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도서관 어린이실을 통째로 정복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독서를 하면 아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인재가 됩니다.

 

도서관 어린이실 서가는 어른들이 이용하는 문헌정보실 서가와 구조가 같습니다. 역사, 과학, 철학, 사회, 정치, 문학 등 모든 분야의 책이 다채롭게 비치돼있죠. 다른 점은 책의 수준이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뿐입니다.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 유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상에 유치한 문학, 유치한 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어렵고 복잡한 것을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놓았을 뿐이죠. 따라서 어린이실의 서가를 정복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종류의 지식을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어떤 아이가 어린이실에 비치된 역사책 전부를 제대로 읽는다고 가정해보죠.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는다는 것은 그 분야의 지식을 반복 확장해서 학습함을 의미합니다. 한국사 통사 책을 한 권 읽으면 아이는 한국사의 대략적 흐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도서관에는 한국사 통사 책만 수십 종 넘게 비치돼있습니다. 담고 있는 지식은 비슷하지만 책마다 조금 다른 관점, 조금 다른 강조점, 조금 다른 서술 방식을 갖고 있죠. 따라서 수십 종에 이르는 한국사 통사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사 통사 지식을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수십 번 반복 학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교과서를 달달 외워 습득한 지식과는 전혀 다른 입체적이고도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됩니다.

 

처음 통사 책을 읽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웠구나', '고구려라는 나라에는 광개토대왕이라는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접합니다. 이렇듯 처음 통사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사라는 새로운 지식을 만나는 행위입니다. "안녕. 반가워" 하고 인사를 하는 거죠.

 

두 번째 통사 책을 읽을 때는 다른 관점, 다른 서술 방식으로 같은 지식을 다시 습득합니다. 단군왕검이 다시 고조선을 세우고, 광개토대왕이 다시 북방을 정복하죠. 그러면서 아이는 첫 번째 통사책을 읽는 과정에서 획득했던 지식을 강화하고, 놓쳤던 지식을 새로이 머릿속에 입력하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활약했다는 것만 알았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시기가 조선 중기였고, 50년 후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닫는 식이죠. 한국사 지식이라는 커다란 퍼즐망이 서서히 채워집니다.

 

이렇게 6~7권의 한국사 통사 책을 읽고 나면 아이는 이제 다음장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훤히 알 정도로 한국사 지식에 능통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책들 사이에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스무 권, 서른 권을 읽고 나면 사건들의 상호 관계까지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한국사 통사라는 지식 체계 하나가 완전한 형태로 세워지는 것입니다. 이제 아이는 자기가 원할 때 언제든지 그 지식을 꺼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가 원하지 않을 때도 툭툭 튀어나옵니다. 한국사 지식이 내면화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식을 생각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점이자 성장입니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가 유람선을 봤다고 해보죠. 가뜩이나 도로가 막혀 심심했던 아이는 자연스레 거북선을 떠올립니다. 처음에는 한강 위에 거북선을 띄워 유람선을 공격하는 상상 놀이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문득 거북선의 유별난 모습에 생각이 미칩니다. '거북선은 왜 등딱지 같은 덮개로 덮여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거죠. 그리고 '거북선은 전쟁용 배니까 당연히 잘 싸우기 위해서겠지. 그런데 등딱지가 있는 게 왜 싸움에서 유리하지?' 하는 식으로 생각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고대 해군의 전쟁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전쟁 방식을 알아야 등딱지가 왜 유리한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는 고대 해군의 전쟁 방식을 모릅니다. 자기가 아는 지식의 한도 내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죠. 아이가 본 해상 전투라고는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영화 속 장면뿐입니다. 해적들은 유람선을 약탈할 때 사다리나 줄을 이용해 그 배로 건너갑니다. 그런데 등딱지가 있으면 그렇게 건너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거북선의 등딱지에는 무수히 많은 송곳이 박혀있습니다.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거북선의 등딱지는 적군이 우리 배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입니다. 여기서 생각이 더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등딱지로 왜군이 넘어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은 왜군이 그만큼 배 위에서 전투를 잘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군사인데 왜 왜군이 배 위에서 더 잘 싸울까?' 아이는 책에서 읽은 전투 지식을 머릿속에서 찾습니다. '중국의 주무기는 창, 한국의 주무기는 활, 일본의 주무기는 칼'이라는 내용을 떠올립니다. 아이는 다시 사고 실험을 합니다. 조선 배와 왜의 배가 만납니다. 조선 배가 주무기인 활을 쏩니다.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배의 나무 기둥이나 선실로 몸을 숨기면 화살을 맞지 않을 테니까요. 왜군이 배를 바짝 붙이고 조선 배로 넘어옵니다. 칼을 잘 쓰는 왜군이 조선군을 쉽게 이깁니다. 그런데 왜 창이 아니고 칼일까? 아이는 잠시 생각합니다. 배 위의 공간이 좁습니다. 긴 창을 휘두르면 이것저것 걸리적거리는 게 많을 겁니다. 짧은 칼이 훨씬 유리하겠죠.

 

머릿속에서 하나의 지식 체계를 완벽하게 입력해두면 이런 식으로 곱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곱씹는 과정에서 아이는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흡수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와 완전히 일체화된, 살아있는 지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지식은 다른 유형의 역사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반복 학습됨과 동시에 세밀화됩니다. 아이는 시대 배경을 훤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 위인전을, 유물에 관한 책을 읽습니다. 지식이 상호 연결되며 강화됩니다.  어린이실의 역사 서가를 정복할 때쯤이면 아이는 준전문가급의 지식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이 많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상호 연결해 복잡다단한 하나의 지식 체계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처리하는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이런 식으로 문학, 과학, 사회, 정치, 철학 분야의 도서를 모조리 독파합니다. 아이가 쓸 수 있는 생각의 재료가 점점 늘어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역사의 지식 체계를 머릿속에 넣은 아이가 읽는 문학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읽는 문학과 전혀 다릅니다. 역사와 문학을 독파한 아이가 읽는 과학책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읽는 과학책과 전혀 다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 분야가 머릿속에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그런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과 전혀 다릅니다.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지식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석할 수 있고, 그 해석의 과정을 통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통섭적 인재, 세상을 읽는 눈을 가진 지식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교과서를 봅니다. 교과서는 자신의 지식 네트워크에 이미 구축된 내용을 앙상하게 추려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언어수준도 턱없이 낮습니다. 교과서를 한 번 읽으면 공부가 끝납니다. 따로 공부할 과목은 수학과 영어뿐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금세 끝납니다. 아이의 지식 처리 능력이 외국어의 지식 체계, 교과 수학의 연산 수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내는 사람은 천재입니다. 이들의 천재성은 뛰어난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칠 듯한 독서 욕구에 있습니다. 운동 중독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온몸이 근질근질한 것처럼 잠시도 활자를 읽지 않으면 뇌가 근질거려 견디지 못하는 것, 그래서 항상 책을 손에 달고 다니고, 어쩌다 책이 없을 때는 하다못해 광고판이나 제품설명서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바로 이것이 천재성의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독서에 대한 강렬한 열망 말고 그 무엇도 이렇게 책을 읽게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형 2. 탐구형

 

탐구형은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읽는 유형입니다. 활자중독형이 방사형 독서를 한다면 탐구형은 선형 독서를 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최연소 박사인 송유근 씨는 어린 시절 바람을 무척 신기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바람을 다룬 책을 읽었습니다. 바람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이번엔 바람의 힘을 이용한 요트나 돛단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요트나 돛단배를 다룬 책들을 읽었고, 항해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탐구형은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쫓아가며 책을 읽습니다. 독서를 통해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쌓이고, 지식이 쌓이는 과정에서 다시 호기심이 생기는 거죠. 독서 방식 자체가 '지식의 구조'와 꼭 닮아있습니다.

 

탐구형은 공격적인 독서를 합니다. 책을 읽는 원동력이 호기심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왜?', '어떻게?'라는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발생하는 사고의 양이 많고, 책 속의 지식도 깊이 흡수합니다. 책 한 권 한 권의 독서 효과가 클 수밖에 없죠. 또 탐구형은 종종 본인의 언어능력을 몇 단계 뛰어넘는 책을 읽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 기계 문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고 해보죠. 아이는 어린이책을 통해 '기계 문명은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호기심이 풀리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제임스 와트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증기기관 발명에 도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고, 그 사실에 의문을 품을 테니까요. '그전에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증기기관을 왜 하필 그때 여러 사람이 만들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이렇게 의문을 쫓다 보면 아이는 결국 어린이책의 경계선을 넘게 됩니다. 자신의 언어능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책에 손을 대게 되는 거죠. 청소년용 도서, 심한 경우 성인용 도서까지 독서 지평을 넓힙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또래의 수준을 뛰어넘는 언어능력과 지식,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을 탑재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교과 학습 정도는 우습게 해치울 수 있는 능력자가 됩니다. 만약 아이의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면 아이는 결과적으로 활자중독형과 마찬가지로 전 분야의 지식을 폭넓고도 깊게 쌓게 될 겁니다.

 

사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독서 이력을 본다는 것은 탐구형 독서가의 선형 독서, 다시 말해 독서 목록을 통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이 어떤 궤적을 그리고 있는가를 보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고등학생 필독서 위주로 독서 이력을 작성하죠. 그래서 서울대학교 입학처장이 매년 추천도서를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지적 여정'을 보려는 거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유형 3. 마니아형

 

활자중독형, 탐구형과 함께 지식도서 다독가의 3대 유형을 이루는 것이 바로 마니아형입니다. 활자중독형이 팔방미인, 탐구형이 지식탐험가라면 마니아형은 한 우물만 파는 특정 분야 전문가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마니아형이 될 기본 자질을 갖고 태어납니다. 아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하는 분야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는 로봇이나 비행기를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는 공룡이나 화산을 좋아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관심사를 잃게 됩니다. 어른들이 아이의 관심사를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한 분야만 좋아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돈에 열광한다고 해보죠. 고작 열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경제에 관한 책만 읽고, 투자나 창업, 주식 같은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겁니다. 다른 책은 손도 안 대려 합니다. 이 경우 부모님은 자연히 걱정을 하게 됩니다. 어린아이가 벌써부터 돈, 돈 하는 것도 마뜩잖고, 지금 돈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돈에 대해서도 이런데 만약 공륭이나 로봇, 패션 등에 열광한다면 정말 한숨만 나올 겁니다. "그런 책 읽을 시간 있으면 영어 단어나 외워"라는 말이 절로 나오겠죠.

 

어른의 눈에 아무리 한심해 보이는 분야라도 열광하는 관심사가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설사 그 지식이 실제로 쓸모없다 하더라도 말이죠. 왜냐하면 그 강렬한 관심사가 지식도서를 읽는 힘이 되어주고 더 나아가 언어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좋아해서 로봇 책만 읽는 아이가 있다고 해보죠. 원하는 대로 책을 공급해준다면 이 아이는 이내 시중에 나와있는 로봇 책을 모조리 독파하게 될 겁니다. 로봇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 멈추지 못한다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기계 공학으로 관심사를 확장하거나 자기 연령대보다 높은 수준의 로봇 공학책을 읽는 것입니다. 진정한 마니아라면 독서의 지평이 양방향으로 확장될 겁니다. 기계 공학을 읽으면서 동시에 수준 높은 로봇 공학책도 읽는 거죠. 물론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책도 포함될 겁니다. 이런 식으로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청소년용 도서를 넘어 성인용 도서까지 정복한다면 아이는 또래를 압도하는 언어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로봇이라는 특정 분야의 지식 체계를 준전문가급으로 소화한 아이에게 고등학교 교과 공부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습니다.

 

마니아형에게는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마니아형의 강렬한 관심사는 강렬한 꿈을 낳습니다. 이것은 위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입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마오쩌둥은 혁명가와 영웅들의 전기를 끼고 살았던 영웅 마니아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 전문가인 워런 버핏은 여덟 살 때부터 경제, 투자, 주식 책을 끼고 살았던 돈 마니아였고,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외계인 마니아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이가 열광하는 분야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주세요. 황당한 것이든, 돈이 안 되는 분야든 상관없습니다.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아이는 스스로 발전할 것입니다. 입시 정도는 손쉽게 해결할 거고요.

 

유형 4. 활용형

 

활용형은 책을 일종의 사용설명서로 여기는 유형입니다. 무언가를 배울 목적으로 책을 읽죠. 바둑을 배우기로 했다면 바둑 이론서들을 먼저 읽고, 컴퓨터를 새로 샀다면 컴퓨터 이론서들을 섭렵하는 식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 그 특징이 드러나는 나머지 세 유형과 달리 활용형은 보통 청소년이 되어야 그 특징이 발현됩니다. 대부분의 실용 이론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세 유형과 마찬가지로 활용형도 언어능력이 높습니다. 실용적인 정보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에 교과 관련 지식이 쌓인다거나, 세계관이 성장하는 효과는 거의 없지만 공부머리의 상승효과만큼은 큽니다. 독서의 목적상 책을 사용설명서 읽듯 꼼꼼하게,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해가며 읽기 때문이죠.

 

활용형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기 위해 만전을 기합니다. 그래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부분은 표시해뒀다가 거듭해서 읽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따로 정리해서 외우기도 하죠. 활용형에게 독서는 책 속의 정보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파악하는 훈련인 셈입니다. 게다가 활용형들은 이렇게 정리하고 파악한 지식을 곧바로 실전에서 써봅니다. 바둑 이론서로 공부한 내용을 바둑을 배우며 써먹고, 컴퓨터 관련 서적으로 쌓은 지식을 컴퓨터를 다루며 쓰죠.

 

이 과정에서 활용형은 자신이 어떤 부분을 잘못 파악했는지, 어떤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추가 독서를 합니다. 글 속의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계속 업그레이드됩니다. 그 위력은 예상외로 커서 교과 학습에서 어마어마한 효율성을 발휘합니다.

 

지식도서 다독가의 유형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탐구형이 활자중독형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고, 마니아형이 활용형처럼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무수히 다양한 변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변용에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는 자발성에 의해서만 태어날 수 있고, 그 자발성의 근원은 호기심이라는 사실입니다.  활자중독형은 세상 모든 지식을 궁금해하고, 탐구형은 마음속에서 떠오른 호기심을 쫓습니다. 마니아형은 열광하는 분야에 대한 활화산 같은 호기심을 품고 있으며, 활용형은 자신이 새로이 발을 내딛는 분야를 알고 싶어합니다.  부모님께서 '이런 지식은 알아야 하니 읽어라'라고 말하는 순간, '이 전집은 네 나이 때 꼭 읽어야 해'라고 강제하는 순간, 호기심의 싹은 사그라지고 맙니다. 자발성은 호기심의 짝입니다.

 

공부머리 독서법_ 최승필

by 미스터신 2019. 7. 6. 11:55

독서를 통해 공부머리를 끌어올린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적인 변화가 아닙니다. 컴퓨터의 부품을 업그레이드하듯 아이의 뇌가 구조적, 물리적으로 전혀 다른 뇌로 변신함을 뜻합니다.

 

인간의 뇌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뉴런)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1000억 개의 신경세포들은 시냅스라는 틈으로 서로 연결돼있습니다. 이 틈이 얼마나 조밀하고 원활하게 연결되어있느냐가 그 사람의 지적, 정신적 능력을 결정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 뇌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이 연결 방식이 계속해서 달라진다는 점입니다. 뇌 과학에서는 이것을 '뇌의 신경가소성'이라고 합니다.

 

뇌를 많이 쓰면 시냅스의 연결 방식이 개선, 강화되고 많이 쓰지 않으면 연결이 퇴보하거나 끊어집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수학 공부를 많이 하면 수학 문제를 풀 때 쓰이는 시냅스의 연결이 조밀해지고 더 나아가 자동화됩니다. 처음 덧셈 뺄셈을 배울 때는 한참을 고민해야 합니다. 관련 시냅스의 연결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단 덧셈 뺄셈을 익히고 나면 숫자가 달라져도 쉽게 문제를 풀 수 있습니다. 관련 시냅스의 연결이 완성되어 뇌 속에 덧셈 뺄셈이라는 도로가 하나 뚫린 셈입니다. 이 상태에서 계속 반복해서 문제를 풀면 덧셈 뺄셈에 관한 시냅스 연결 조합이 자동화됩니다. 덧셈 뺄셈 문제를 보자마자 조건반사적으로 순식간에 풀 수 있게 되죠.

 

반대의 현상도 일어납니다. 영어를 완벽하게 구사했던 어떤 사람이 10년 넘게 영어를 쓰지 않으면 관련 시냅스 조합의 연결이 끊어집니다. 영어를 할 수 없게 되는 겁니다. 시냅스의 연결이 이어지고 끊어지는 것은 특정 지식의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사고력, 언어능력의 수준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집니다.

 

2014년 OECD는 22개 회원국의 국민 15만 명을 대상으로 실질 문맹률 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실질 문맹이란 글자를 소리로 읽을 줄은 알지만 뜻을 파악하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를 말하는데, 그 조사 결과가 자못 충격적입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실질 문맹률이 22개국 중 3위를 기록한 것입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 중 상당수는 전자제품 설명서나 약 사용법 같은 간단한 글조차 제대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 중장년층의 언어능력이 이렇게 낮은 것은 세계 최저 수준의 독서율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평소 길고 어려운 글을 읽는 훈련을 거의 하지 않으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시냅스 연결이 죄다 풀려버린 것이지요.

 

말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뇌에는 말을 관장하는 전문 영역인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이 있기 때문입니다. 말은 우리 유전자 속에 프로그래밍된, 타고난 능력인 셈입니다. 반면 글 읽기는 타고난 능력이 아닙니다. 글은 인위적으로 배워야만 익힐 수 있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현생 인류가 등장한 것이 20만 년 전인데 문자가 만들어진 것은 기껏해야 6천 년 전의 일이니까요.

 

우리 뇌에는 읽기를 관장하는 영역이 따로 없기 때문에 글을 읽으려면 뇌의 여러 부위가 축구 경기를 하듯 팀플레이를 펼쳐야 합니다. 후두엽은 눈으로 받아들인 시각 정보를 측두엽에게 패스합니다. 측두엽은 시각 정보를 재빨리 표음 해독합니다. '사람'이라는 글자를 사람이라고 읽고, '손가락'이라는 글자를 손가락이라고 읽는 식으로 말입니다. 측두엽으로부터 해독한 글자를 넘겨받은 전두엽은 그 글자의 의미를 추론합니다. '사람'이라는 글자와 실제 사람을 연결짓고, '손가락'이라는 글자와 실제 손가락을 연결짓습니다. 다음은 이렇게 해독한 단어들을 연결합니다. 비로소 '그 사람의 손가락에는 영문을 알 수 없는 큰 상처가 있었다'라는 문장을 이해하게 됩니다. 뒤이어 감정을 관장하는 변연계가 '아프겠다', '안됐다'는 식의 감상을 내놓습니다.

 

이렇듯 문장 하나를 해석하려면 뇌의 거의 모든 부분이 총동원되어야 합니다. 숙련된 독서가라면 여기서 그치지 않고 '왜 상처를 입었을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남자일까? 여자일까?'와 같은 의문도 떠올리게 됩니다. 이런 의문들은 글을 보다 깊고 긴밀하게 이해하도록 만듭니다.

 

책을 읽을 때 뇌가 전방위적으로 활성화된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이미 확인되었습니다. 일본 도후쿠대학교 의학부의 가와시마 류타 교수도 그런 연구를 진행한 사람 중의 한 명입니다. 자기공명영상을 이용해 뇌 활동을 촬영했는데, 다른 활동을 할 때와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책을 읽을 때 뇌 활동이 활발했습니다.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집니다. 책 읽기는 머리를 활발하게 쓰는 활동입니다. 독서야말로 두뇌를 업그레이드하는 가장 쉽고 훌륭한 방법입니다.

 

이제 막 초등 6학년이 된 학생 둘이 있다고 해보겠습니다. 한 아이는 숙련된 독서가이고, 다른 한 아이는 독서 경험이 없는 초보 독서가입니다. 두 아이에게 뇌 활동을 측정할 수 있는 장치를 부착한 후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를 읽게 합니다. 두 아이의 뇌 활동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터프츠대학교에서 인지신경학과 아동 발달을 연구하는 매리언 울프 교수는 자신의 저서 <책 읽는 뇌>를 통해 초보 독서가와 숙련된 독서가의 차이를 설명한 바 있습니다. 그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책을 읽는 동안 초보 독서가의 뇌는 뇌 전체가 활발하게 활동합니다. 반면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뇌의 일부만 활발해집니다. 이는 초보 독서가는 초등 6학년 사회 교과서를 이해하기 위해 뇌를 풀가동해야 하는 반면 숙련된 독서가는 뇌를 조금만 써도 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앞서, 특정한 지적 활동을 반복하면 관련 시냅스 조합의 연결이 자동화된다고 했습니다. 책 읽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초보 독서가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과정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단어 뜻을 파악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문장 하나를 이해하기 위해 우뇌와 좌뇌를 모두 활용해야 하는 거죠. 매리언 울프 교수는 이것을 '배측 경로를 이용한다'라고 표현합니다. 반면 숙련된 독서가는 독서 과정 중 상당 부분이 자동화돼있습니다. 글자의 모양을 파악하고, 뜻을 연결하고, 그렇게 파악한 어휘들을 조합해 문장의 뜻을 이해하는 복잡한 과정이 쭉 뻗은 고속도로처럼 하나의 세트로 간결하게 구조화돼있는 겁니다. 그래서 숙련된 독서가는 좌뇌만으로 글을 읽는 효율적인 방식을 쓰는데, 이것을 '복측 경로 혹은 하측 경로를 이용한다'라고 합니다.

 

공부를 요리에 비유하자면 배측 경로를 사용하는 초보 독서가는 요리를 처음 해보는 자취생과 같습니다. 이 자취생이 요리를 하려면 먼저 인터넷으로 레시피부터 찾은 후 필요한 재료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마트에 가서 요리 재료를 사서 돌아온 후에야 어설프게나마 요리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반면 복측 경로를 사용하는 숙련된 독서가는 유능한 팀원이 10명쯤 딸린 특급 음식점의 주방장과 같습니다. 필요한 재료는 이미 냉장고 안에 완벽하게 준비돼있고, 레시피는 머릿속에 빈틈없이 정리돼있습니다. 일단 요리가 시작되면 재료 손질과 같은 기초 조리 과정은 팀원들이 알아서 대령합니다. 주방장은 오로지 요리 자체에만 집중하면 되죠. 빠른 시간 안에, 큰 힘 들이지 않고, 훌륭한 결과물을 만들어냅니다.

 

자취생과 특급 음식점 주방장이 요리 경연대회에 나가면 누가 이길까요?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결과는 자명합니다.

 

1, 2차 급변동 구간을 어떻게 통과하느냐가 아이의 성적을 결정합니다. 그 운명을 결정하는 것은 기초가 아니라 언어능력입니다. 언어능력을 끌어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책을 읽는 것입니다. 책을 읽을 이유가 더 필요한가요? 책 속에 답이 있습니다.

 

공부머리 독서법_ 최승필

by 미스터신 2019. 7. 6.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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