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교사로서 많은 학생을 관찰하시잖아요. 명문대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조언해 주세요.
세 가지로 나누어서 말씀드릴게요. 만고의 진리 중의 하나가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정말 다양한 분야의 책을 많이 읽어요. 왜냐하면, 시험이라는 건 결국 사회에서 사용하는 언어거든요. 시험을 잘 보려면 사회의 언어로 쓰여 있는 책들을 많이 봐야 해요.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데 사회적인 사고와 언어로 되어 있기 때문에 많이 읽을수록 체계적인 사고에 익숙해져요. 내가 사회 공부를 잘하고 싶은데 사회적 갈등, 사회적 합의 등과 같은 사회 용어를 모르면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할 수가 없어요. 책을 많이 읽는다는 건 그런 어휘력을 배경지식처럼 공부한다는 의미일 거예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책 읽는 즐거움을 타고 나는 것 같아요. 어린아이를 지켜보면 대부분 책을 좋아해요. 어떤 지식과 세계를 접하기 위한 가장 쉬운 매체인 것 같아요. 책을 다양하고 즐겁게 읽는 습관으로 이 세계에 대한 풍부한 배경 지식을 쌓아 올리고, 그 배경지식으로 인해서 학습 능력이 한 단계 뛰어 올라가는 거죠. 공부를 잘하고 싶다면 관련된 분야의 다양한 책을 읽으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책 읽는 게 어렵다고 느끼는 학생들에게 저는 만화책도 좋다고 이야기해요. 초등학생이 읽는 만화책도 좋아요. 우선 책을 만나서 책을 읽기 시작하는 노력이 정말 중요합니다.
두 번째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책상에 오래 앉는 연습을 해야 돼요. 진부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 연습 없이는 명문대학교에 진학할 수 없어요. 물론 학습은 양보다 질이라서 한 시간을 하더라도 제대로 집중해서 하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그 한 시간을 제대로 공부하기 위해서는 무수한 연습이 필요해요. 책상과 의자를 아주 편하게 느끼는 연습을 하라고 조언해 주고 싶어요. 책상을 편하게 느껴서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습관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님께 저는 책상을 사주라고 권해요. 식탁이나 밥상이 아니라 내 책상에 앉아서 책을 읽고 공부하는 게 좋아요.
고등학생이라면 학교에서 많은 공부를 하는 게 좋아요. 저는 독서실보다 교실의 공부 환경이 좋다고 생각해요. 물론 독서실이 어두워서 집중하기 편할 수도 있지만, 학교는 학생이 8시간 이상 머무르는 곳이잖아요. 여기서 공부가 안되면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잘 안되죠. 물론 100명 중에 한두 명은 정말 학교 이외의 장소가 더 편할 수도 있어요. 지하철같이 시끄러운 곳에서 공부가 잘 되는 학생들도 있잖아요. 그런 학생이 아닌 이상은 학교에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게 중요해요.
세 번째로 추천하고 싶은 건 잘 먹고 잘 자야 해요. 성적이 안 좋은 학생들의 특징 중 하나가 체력이 약하다는 거죠. 엄마들이 놓치는 것 중 하나가 아이의 건강 상태예요. 몸이 안 좋아서 집중이 안 되는 건데, 무조건 공부하라고 학원에 보내고 과외 선생님을 붙여요.
미래의 공부 체력을 위해서 어렸을 때는 운동을 많이 하면 좋겠어요. 적어도 초등학교 6학년까지 축구나 농구 등 몸을 많이 쓸 수 있는 운동을 해서 기초 체력을 다지는 게 좋아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보면 점심시간에 나가서 축구를 한 경기를 뛰고 들어와요. 그런데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은 쉬는 시간에 게임을 하죠. 체력은 체력대로 나빠져서 몸도 계속 비만해지고요. 그럼 혈액순환이 안 돼서 피곤하니까 수업 시간에 자는 악순환이 돼요.
자녀를 명문대학교에 보내고 싶은 학부모님께 드리는 조언은 이 세 가지예요. 책 읽고, 책상에 앉아 있는 연습을 어렸을 때부터 하고, 잘 먹고 잘 자라는 거죠. 사실 고3 수험생을 둔 어머니께서는 영양제나 보약도 권해요. 고3은 아무래도 운동할 수 있는 시간이 없거든요.
서울대학교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뭐가 좀 특별한가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잘해야 돼요. 머리가 좀 독특한 것 같아요. 노력으로 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죠. 학습 몰입도도 굉장히 높아요.
그럼 공부는 노력이 아니라 재능에 가까운 건가요? 선생님의 개인적인 의견이 듣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공부는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투자 대비 효과로 나오는 게 아니에요. 제가 아무리 좋은 선생님께 훌륭한 레슨을 받고 연습을 해도 김연아가 될 수 없어요. 우리 부모님이 나에게 투자를 안 했기 때문에 내가 김연아 같은 피겨 선수가 못된 게 아니라 김연아는 김연아로 태어난 거고 저는 저로 태어난 거죠. 그건 그냥 재능이에요. 부모님들께서 그 부분을 인정하면 좋을 것 같아요.
(Job Propose 12) 긍정적이라면 중등교사_ 김선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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