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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오죽하면 고래에게도 칭찬을 하니 춤을 추더라고 하지 않습니까? 하물며 우리 아이들을 칭찬해주면 얼마나 신나게 춤을 출까요? 우리는 어제오늘 아이들에게 무슨 칭찬을 했는지 떠올려봅시다.
우리는 우리 아이들 교육을 외부에 많이 의존하고 있습니다. 영어 발음을 좋아지게 하는 학원이 있다면 학원비가 비싸더라도 그 학원에 보냅니다. 수학 잘 가르치는 학원이 멀리 있다면 차를 태워서라도 보내지요. 예체능 잘하는 학원 알아보느라 여기저기 물어보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기도 합니다. 아이 머리가 좋아진다면 비싼 돈을 주고라도 총명탕을 먹이려고 애씁니다.
그런데 돈도 시간도 들이지 않고 얼마든지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인정, 존중, 지지, 칭찬'에는 참으로 인색합니다. 이런 것을 해주면 아이 자존감이 살고, 그 자존감이 동기부여의 싹을 키워 자기주도 학습 능력이 향상되는데 말입니다. 결국 아이는 자신이 가진 잠재력을 마음껏 발휘하게 됩니다. 그런데 많은 부모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에는 집중하지 않고, 내 아이를 학원에 맡기는 데에만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저는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대학과 대학원, 각종 연수 등에서 수석을 하고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수한 성적을 거둔 사람입니다. 그런데 제가 교육대학과 대학원, 그리고 각종 교사 연수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과목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교육학'입니다. 교육학의 가장 중요한 이론이 뭔지 아십니까? 인정, 존중, 지지, 칭찬 이론입니다. 저는 교육학의 여러 이론들을 열심히 공부하여 모든 과목에서 A+라는 매우 우수한 점수를 받았으나, 정작 실천은 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 교육학은 '죽은 지식'이었던 겁니다.
저는 정말 칭찬에 인색했습니다. 아들이 전교 1등을 한 성적표를 가져와 "엄마, 저 1등 했어요" 라고 목소리에 힘을 줘 말하면 "야, 목소리에 힘 빼고 지난달 성적표 가지고 와" 했습니다. 그리고 두 개의 성적표를 비교하며 말했습니다. "국어는 올랐네. 그런데 수학은 왜 떨어졌어? 너 수학 얼마짜리 학원 다니고 있는 줄 알아? 과학, 사회는 왜 이 점수야? 평균 97점으로 1등 했다고 자만하지 마. 너희 학교 수준이면 강남가면 중간도 못 해"라고 말하며 아이의 기를 죽였습니다.
강남 엄마들보다 아이들을 더 잡는 엄마들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강남 언저리 사는 엄마들입니다. 바로 옆 동네지만, 여러 여건상 그곳에 들어가지 못하니 늘 불안한 것이지요.
저는 오래전 강남에 살다가 첫 발령이 다른 동네로 나는 바람에 아예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에는 서로 비슷하던 집값이 세월이 흐르며 어찌나 차이가 나는지, 다시는 강남으로 갈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늘 강남 언저리를 맴돌면서 우리 아이들 종합학원은 강남으로 보냈고, 어떻게 하면 강남 아이들과 엮어 과외를 시킬까 궁리하곤 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아주 자주 들은 말 중 하나가 '강남'인데, 그래서인지 지금도 강남이라는 말만 들어도 진절머리를 치고 그곳에 잘 가지도 않습니다.
아들은 그나마 공부를 잘해서 덜 혼났습니다. 세 살 때부터 한글을 읽기 시작했기에 저는 아들이 천재라고 여겼고, '내 아이는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딸은 세 살은커녕 일곱 살이 되도록 한글을 못 읽으니 기가 막혔습니다. 더군다나 2월생이다 보니 한글을 못 뗀 일곱 살에 학교에 입학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밤늦도록 열심히 연습하여 학교를 보냈건만 딸이 받아 온 첫 받아쓰기 시험 점수는 60점이었습니다. 정말 말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60점짜리 시험지를 조심스레 내놓으며 딸이 사인을 해달라고 합니다.
"나는 이 점수에 사인 못 한다. 어떻게 이런 점수를 받니? 내 인생에 처음 보는 점수다. 이 점수를 맞고 집에 오고 싶대? 밥이 넘어가? 오빠는 늘 100점 받았어. 너는 어떻게 된 거니? 도대체 누굴 닮았어? 우리 친정 식구들은 다 공부 잘했는데."
이런 말을 하며 야단을 치면 딸은 눈물을 줄줄 흘립니다. 그러면 "뭘 잘했다고 울어. 눈물 뚝 그치고 얼른 들어가 공부 못 해?" 하고 야단을 더 칩니다.
그 후에 딸은 80점을 맞아 왔습니다. 딸은 20점 올랐다고 좋아하는데, 그 점수에 성이 차지 않은 저는 "시험이 좀 쉬웠니?" 라며 비아냥거렸습니다. 100점을 맞으면 신이 나서 시험지를 흔들며 "엄마, 나도 오빠처럼 100점 맞았어"라고 말합니다. 얼마나 칭찬이 그리웠을까요? 그런 딸에게 저는 "너희 반 아이들 다 100점이지? 100점 몇 명이야?" 라며 확인하는 모진 말을 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저는 아들과 딸에게 왜 그런 말을 하며 살았을까요?
나중에 우리 아이들 자퇴하고 폐인 되고 자살 준비하라고 그랬을까요? 아닙니다.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우리 집 아이들을 다른 집 아이들보다 더 사랑했기 때문에, 사랑한다는 핑계로 그런 짓을 한 것이지요. 저는 그렇게 하면 아이들이 더 잘할 줄 알았습니다. 더 겸손할 줄 알았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아들과 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인지, 얼마나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아이들 가슴에 꽂히는지 그때는 미처 몰랐습니다.
그런 말들이 쌓이고 쌓여 아이들의 자존감을 무참히 짓밟아 동기부여의 싹을 자르고, 자기주도 학습 능력을 상실하게 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제가 한 그 비난의 말들이 애초에 신이 우리 아이들에게 주신 어마어마한 잠재력까지 죽이는 엄청난 행위였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엄마 반성문_ 이유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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