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주변 사람들에게 "예쁜 아이들 많아?", "말은 잘 들어?" 라는 말을 종종 듣곤 합니다. 보통은 "당연히 아이들은 예쁘지. 가끔은 아닐 때도 있지만!" 하며 웃어넘깁니다. 하지만 "선생님들은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아?" 라고 묻는 말은 약간의 선입견이 포함된 느낌이라 절대 쉽게 넘어가지 않습니다.
저는 저 말에 절대 '아니!'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나머지 생활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서 선행학습을 통해 성적만 우수한 학생들은 더욱 예쁘지 않습니다. 주입식 교육 또는 학원 공부에 한껏 취해 자신이 또래보다 앞서 있다는 착각에 빠진 아이를 데리고 수업하면 속된 말로 '가르칠 맛'이 안 납니다. 수업 내용은 이미 기계적으로 배워왔기 때문에 아이는 교사에게 집중하지 않고 다른 행동을 하게 되는데, 이것이 쌓이다 보면 교사와 친구들과는 점점 멀어지기 때문이지요. 자신은 답을 알고 있다고 답을 툭툭 말하는 경우까지 있는데, 그렇게 수업을 방해하지만 않는다면 양반입니다.
그렇다면 교사는 어떤 아이를 좋아할까요? 공부를 잘하는 아이도 아니고, 운동을 잘하는 아이도 아니고, 리더십이 좋은 아이도 아닙니다. 바로 '인사'를 잘하는 아이입니다. 물론 리더십이 좋고 운동도 잘하며 공부까지 잘한다면 너무 훌륭한 학생이지요. 하지만 그런 장점을 모두 갖고 있어도 '인사'를 잘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으면 '땡!'입니다. 인사는 너무나도 기본적이고 중요한 것이지만, 우리 아이들은 생각보다 그 기본적인 것들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인 예를 들어 보면, 아이들은 등교할 때 또는 하교할 때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안녕히 계세요!'라고 인사합니다. 이런 인사는 정말 기본이라서 대부분 잘 지키지요. 여기서 제가 강조하는 인사는 세심한 '감사'의 인사말, '미안함'의 인사말, '배려'의 인사말입니다. 수업을 할 때 활동 중에 수업자료를 나누어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각 모둠의 나눔이들은 나와서 자료를 받아가세요~"라고 말하면 아이들은 나와서 두 손으로 자료를 받고 그냥 자리로 돌아갑니다. 어떨 때는 그 누구도 "감사합니다!" 또는 '꾸벅' 하나 하지 않습니다. 평소에 그렇게 인사가 중요하다고 교육하는데도 실천에 옮기지 않는 모습을 보게 되면 고민이 늘어납니다. '오늘(지금) 인사교육을 시켜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고 뫼비우스의 띠를 돌 듯이 수없이 생각합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틈이 날 때마다 인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하지만 한두 명을 제외한 아이들은 한 번 하고 잊어버립니다. 자료를 나누어줄 때마다 '어른에게 물건을 받을 때에는 양손으로 받고 감사를 표하는 거예요. 가벼운 목례도 좋습니다'라고 말하기는 참 어렵고 껄끄럽습니다. 그래서인지 "감사합니다" 하고 인사하는 아이는 기억에 콕 박힐 만큼 너무나 예뻐 보입니다.
'인사성'이란 단순히 인사를 얼마나 잘하는가를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매사에 감사함을 표현하고, 필요할 때는 사과와 유감을 표하며, 자신의 주변을 보살피는 행동입니다. '인사와 진로가 도대체 무슨 관계야?'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인사는 민주시민으로서 기본 자질이고, 기본 자질은 한 사람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줍니다. 인사가 누군가에겐 꿈을 이루는 데 윤활제가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중략)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태는 중, 고등학교와는 다른 방식으로 흘러갑니다. 우선 초등 수준의 학교폭력은 아이들 사이의 사소한 장난이나 다툼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관계가 지속적으로 유지되거나 또는 일대다 구도로 변화하는 순간, 다툼은 학교폭력 사안으로 확대됩니다. 그리고 아이들 사이의 틀어진 감정이 부모에게 옮겨가고, 부모들 간에 감정이 상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소송까지 이어지기도 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부모가 법적 책임을 논하며 싸우고 있을 때 아이들끼리는 화해하고 잘 노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쉽게 화해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상황의 원인을 되짚어 보면 초등학생의 학교폭력 사건은 대부분 단순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감정이 격한 상태에서는 실수하기 마련이고, 시간이 지나고 보니 충분히 사과할 법한 일이라서 서로 사과하고 훌훌 털어버리는 것이지요. 물론 사건의 정도에 따라 다르지만 말입니다. 그래도 대부분의 사건은 이렇게 쉽게 해결 가능한데, 아이들 사이에서 왜 해결되지 못했을까요?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을까요?
사건 당시 양쪽이 서로 솔직하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의 말 한마디를 할 수 있다면 초등학교의 학교폭력 사건은 어느 정도 종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과의 말 한마디, 다시 말해 '인사' 한마디가 부족한 것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사는 단순히 "안녕하세요!"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에서 사소한 일에도 "고맙습니다"라고 감사를 표현하고,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전하며, 상대를 존중한다고 표현하는 것이 바로 인사입니다.
학교폭력을 예방하고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제일 중요한 것은 '인사'입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얽히고설킨 문제를 해결하듯 인사가 만능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인사 잘하는 아이는 친구들과 싸우지 않습니다. 물론 사소한 다툼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입니다. 평소에 인사를 잘하는 아이는 친구들에게 인정받고 존중받으며 신뢰감이 높습니다. 그래서 어쩌다 실수해도 친구들이 너그럽게 받아주고 이해해 줍니다. 애초에 어떤 실수를 하거나 오해받을 만한 행동을 해도 다른 친구들이 그 학생을 믿고 지지해 줍니다. 잘못한 일이면 사과할 테니까, 또 좋은 일에는 예쁜 말을 해 주는 친구니까, 어느 쪽이든 믿고 지지해 주는 겁니다. 마치 우리 어른들이 사회성이 좋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친구가 한 실수는 비교적 쉽게 넘길 수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아이들의 세계도 어른들의 사회생활과 똑같습니다.
학교에서 교직원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예방교육, 대처교육 등의 연수를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근무하는 학교 외에 타 학교에서 발생한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됩니다. 실제 학폭위가 열린 사례들을 확인해 보면 공통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끼리 서로 사과의 인사가 부족했던 것, 부모님끼리 연락하는 과정에서 서로 존중과 위로의 말을 전하지 않았다는 것, 그 두 가지로 사건이 더욱 확대되었다는 것이지요.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피해자의 부모님은 물론 가해자의 부모님도 무척이나 속상해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을 위해서는 서로의 입장을 인정하고 상대를 존중하며 사과의 인사, 존중의 말 한마디를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그 어느 곳보다 안전해야 합니다.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서는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님, 그리고 선생님과 학교 등의 교육공동체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합니다.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인사교육' 아닐까요? 학교폭력과 안전문제를 걱정하는 만큼 어른인 우리가 나서서 모범을 보이고 문화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초등 진로교육이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를 만든다_ 이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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