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늘 쉽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놀지 말고 일하라 한다. 부자들은 돈을 쓰지 말고 저축하라고 한다. 나도 공부를 잘하려면 유혹거리를 끊으라고 말한다. 이 얼마나 간단한가.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간단한 말을 실천하지 못한다. 몰라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알면서도 못 한다. 지속적으로 실천하기가 어렵다.

 

나 또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절제하는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무기력했고 답답했다. 처음 며칠은 그럭저럭 버텼다. 공부하겠다고 다른 것들은 포기하겠다고 마음먹은 효과가 좀 있었다. 그러나 2주가 거의 다 되었을 때부터 숨이 막히기 시작했다.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2주가 지나고 3주가 지나고 나니까 뭔가 달라졌다. 그렇게 강렬했던 유혹거리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다지 하고 싶다는 생각도 안 들었다. 한 달이 넘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르자 나중에는 왜 그렇게 빠져들었던 것인지 생각도 잘 나지 않았다. 신기했다.

 

동시에 참고 공부한 성과가 크진 않았지만 아주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공부하는 시간 자체가 늘었으니 공부한 양도 전보다 늘어난 것이다. 기뻤다.

 

'이거 별거 아닌데? 안 한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고, 왜 그렇게 매달렸을까?'

 

그 누구보다도 유혹에 약했던 내가 어떻게 절제를 하고 유혹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을까? 비결이 있었다. 바로 한 번에 완전히 끊었다는 것이다. 예전처럼 조금씩 줄이겠다는 생각을 아예 하지 않았다.

 

유혹거리를 조금씩 끊어 성공한 예는 거의 없다. 조금이라도 머릿속에서 계속 생각나고 또 하게 된다. 게임을 예로 들어 보자. 학생들 중에는 열심히 공부하고 그 보상으로 게임을 하는 친구들이 있다. 실제로 열심히 공부한 다음 게임을 한다. 나 또한 그랬던 적이 많은데, 게임을 할 때마다 그대로 무너졌다. 게임을 하다 보면 약속한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칼같이 끊지 못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면서 게임을 계속하기 일쑤였고, 단호하게 게임을 중지하고 공부를 한 적이 손에 꼽을 정도밖에 안 된다.

 

전에는 숱하게 유혹거리를 끊겠다고 선언했지만 단 한 번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했다. 조금씩 줄여 나가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조금씩 끊기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게 가능하다면 유혹이라 불리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길 수 있다면 그것은 이미 유혹이 아니니까.

 

'딱 한 판만, 딱 한 개비만, 딱 한 잔만'

 

이런 이야기를 누가 가장 많이 할까? 바로 알코올 중독, 마약 중독, 도박 중독 등 중독 환자들이다. 이미 중독되어 있다면 끊기가 더 어렵겠지만 금단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고통스럽더라도 단칼에 끊는 것이 결과적으론 가장 낫다.

 

이미 게임, 스마트폰, 인터넷 등에 중독되어 있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다. 중독의 정도가 심할수록 고통도 크겠지만 딱 3주일까지만 참아 보길 바란다. 유혹의 노예였던 나도 시간이 가면 갈수록 잊혔고, 3주가 지나자 하고 싶은 마음 자체가 별로 들지 않았다. 나중엔 머릿속에서 아예 떠오르지가 않았다. 재차 강조하지만 한 번에, 완전히 끊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설프게 줄이려고 했다면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줄이지 못했을 것이다.

 

내 경험상 학창 시절 유혹들은 'yes' 아니면 'no'밖에 없는 것 같다. 게임뿐 아니라 무언가를 끊겠다면 아예 끊어야 한다. 사람이라면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어 한다. '10분만 더', '1분만 더' 하고 싶다. 도박, 마약 중독과 다를 것이 없다. 대부분의 유혹들은 이미 우리가 지게 돼 있는 싸움이다. 아예 시비를 걸지 마라.

 

주변에 공대를 나와 게임 업계로 진출한 친구들이 많다. 돈도 많이 번다. 그 친구들이 게임을 만들면서 가장 관심을 갖는 화두가 무엇인지 아는가? 중독이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정신 줄 놓고 자신들이 만든 게임에만 빠져들게 할지, 그래서 어떻게 돈을 쓰게 할지 심리학과 공학을 전공한 천재들이 밤낮으로 그것만 연구한다. 매년 게임회사들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다.

 

게임회사에서 잘 나가던 나의 친구는 큰돈을 받고 좋은 조건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하고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하는 것이 종종 죄책감이 들 때가 있었고, 이것보다 사회에 좀 더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 이유였다.

 

게임은 훌륭한 콘텐츠 산업이고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수출품목 중 하나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게임만큼 유망한 분야도 드물지만 게임 업계에 감춰져 있는 이런 내막을 여러분들도 알았으면 좋겠다. 여러분의 소중한 인생과 꿈을 버리고 멍하니 생각 없는 허수아비에게 돈을 바치는 노예가 되는 것을 나는 절대로 바라지 않는다. 여러분은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니까.

 

미쳐야 공부다_ 강성태

by 미스터신 2016. 2. 21.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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