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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12.12 지식이라는 근육이 있어야 창의성이라는 역기를 들 수 있다_ 김경범 교수
- 2017.07.29 마음의 크기가 아이의 미래다_ 이화자
어떤 학생이 미래에 창의적인 인재가 될지, 어떤 분야에서 그러한 역량을 발휘하게 될지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가상의 신화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기존의 연구들은 뭔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학생이 지식을 많이 습득하고, 그 지식을 활용하여 호기심을 해결해 보는 경험을 많이 쌓을 때 미래에 창의적인 인재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한다. 다른 용어로 표현한다면 지식의 양과 질, 지식을 습득하는 기술,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 호기심과 의지 같은 자질들이 창의적 인재로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는 뜻이다. 따라서 지식의 양을 늘리고 지식의 질을 높이며, 지식을 습득하고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보는 기술을 익히고, 호기심 같은 개인적 자질을 키울 수 있는 학교 교육이 이루어져야 창의성이 길러진다.
어떤 학생이 무게 100kg의 역기를 들려고 한다. 그런데 그 학생은 지금 50kg밖에 들지 못한다. 자신의 현재 역량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100kg의 역기를 들고자 하는 마음이 곧 호기심과 의지라는 잠재력이다. 그런데 호기심만으로 100kg의 역기를 들 수는 없다. 역기를 들려면 근육의 힘이 필요하고, 그 힘을 쓸 줄 아는 기술도 필요하며, 꾸준한 연습과 훈련도 필요하다. 의지, 근육, 기술을 갖추면 누구나 100kg의 역기를 들 수 있다고는 단언할 수 없지만, 다른 방법으로 그 학생이 100kg의 역기를 들어 올릴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여기서 역기를 들 수 있는 근육이 바로 지식이다.
기존의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면 새로운 지식을 만들지 못한다. 고등학생에게 지식이란 교과서에 한정된 지식만 의미하지 않는다. 교과서는 학생이 고등학교에서 배워야 할 지식의 기본 골격이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교과서에 나온 지식만 배워야 한다면 지식을 확장하려는 시도를 할 수 없게 된다. 학생은 전수된 지식만이 아니라 학교 안팎에서 접하게 되는 모든 지식을 받아들이고, 교육과정과 교과서는 학생이 더 많은 영역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가이드가 되어야 한다.
교육과정과 교과서가 학생의 사고를 가두는 울타리가 되면 창의성 교육은 작동하지 않는다. 학교 밖에서 이루어지는 사교육의 필요성을 인정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정규 수업과 다양한 활동을 통해서 학생 스스로 지식을 채워 갈 수 있도록 자극하고 장려하자는 말이다. 교사의 역할은 여기에 있다. 교사는 지식의 전수자이면서 동시에 학생 스스로 지식을 얻을 수 있도록 자극을 주고 환경을 마련해 주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무엇'을 아는 것도 지식이고, 그 지식이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를 아는 것도 지식이다. 수학 공식에 수치를 대입하여 답을 찾았다고 해서 그 공식을 "알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수학 공식이 어떤 원리와 개념 정의에 근거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그 공식이 고안되었고, 그 문제는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쳐 해결되었는지를 아는 것이 지식이 만들어진 '과정'과 '의미'를 안다는 뜻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 지식의 내용만이 아니라 '과정'과 '의미'를 알고 있을 때 지식은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근육이 된다.
교과 학습량이 줄더라도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는 근력을 갖추고 있으면 '학력'은 오히려 높아진다. 과거의 학력은 '지식'만 평가했지만 지금은 지식을 넘어 사고력, 판단력, 표현력, 주체성, 다양성, 협동성 등이 포함된다. 이것이 미래 사회에 필요한 역량, 곧 새로운 '학력'이다. 고등학교 교육의 일부분에서라도 학생들은 지식의 근육을 키우는 경험을 해야 한다. 창의적인 생각을 만드는 도구로서 지식은 양적인 측면과 질적인 측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넓이와 깊이로 측정되는 지식의 양
그릇이 넓고 깊을수록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양이 늘어나듯이 지식의 양은 넓이와 깊이로 표현된다. 넓이의 '최소 기준'은 교과서 지식이다. 학생이 교과서 지식조차 알지 못한다면 지식의 최소 넓이를 갖추지 못했다는 의미가 된다. 과도하게 세분된 과목 구분, 선택형 교과과정, 문이과 구분(교과에 의한 구분은 명목상 해소되었지만, 수능에 의한 구분은 여전히 유지되어 이수 교과에도 문이과 구분이 실재한다) 등이 교과지식의 최소 넓이를 확보하는 데 장애가 되고 있다. 여러 과목을 통합하여 교과목의 수를 줄이고 모든 학생이 기본적으로 이수해야 할 교과의 폭을 더 확장할 필요가 있다. 학생은 스스로 지식을 넓혀야 한다. 교실은 지식의 확장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그런데 EBS 교재에 나오는 문제 풀이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고 있다면 교실은 지식의 확장을 막는 공간이 된다.
지식의 깊이란 암기-이해-적용-융합의 각 단계 가운데 어느 수준에 도달하고 있는지를 말한다. 융합의 단계를 논외로 한다면, 지식의 깊이에는 세 단계가 있다. 가장 기초적인 단계가 암기된 지식이다. 암기에 의한 학습은 동일한 문제가 동일한 상황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지식을 얻게 해 준다. 하지만 단순 암기된 지식은 다른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 지식이 만들어진 원리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리를 이해하여 얻은 지식은 암기된 지식이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를 해결한다. 그런데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는 영역의 문제들에 한정된다.
하나의 원리를 알아서 열 가지 원리를 깨우치려면 알고 있는 하나의 원리를 다른 영역에 적용해 보는 훈련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 두 문제가 같은 원리에 의해서 풀릴 수 있는지, 풀리지 않는다면 원리를 어떻게 바꾸어 적용해야 하는지, 아니면 새로운 원리가 필요한지 경험해 보는 훈련이 영역 전이적 통찰력을 키우는 학습이다.
영역 전이적 통찰력이란 한 영역에서 얻은 지식을 그와는 맥락이 다른 영역에 적용하고 활용하는 것이다. 이런 형태의 적용 훈련을 통해 얻은 지식은 훨씬 더 넓고 깊은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게 해준다. 주어진 규칙이나 틀에 맞춰진 기계적 사고가 아니라,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문제를 새롭게 규정할 때 새로운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 해결의 목적은 무엇인지, 현재 문제의 본질은 무엇인지, 중심 개념이 무엇인지, 문제 해결을 위해 현재 활용되는 지식은 무엇이고 어떤 지식이 더 필요한지, 핵심 주장은 무엇인지, 행간에 숨어 있는 함축이 무엇인지, 생략된 전제가 무엇인지, 관점이 무엇인지, 맥락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비판적 사고가 창의적 지식을 만들어 내는 생각이 도구다.
하지만 대개 고등학교 교육은 암기와 이해에 머문다. 원리 이해가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단순한 원리 이해만으로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 내기는 어렵다. 목욕탕 물이 넘치는 것을 본 사람이 아르키메데스뿐일까.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본 사람도 뉴턴만이 아니고, 주전자에서 수증기가 뿜어 나오는 장면을 와트만 본 게 아니다. 교과 지식의 이해를 넘어서 교과 지식을 다른 영역에 적용하고 관찰하는 경험과 훈련이 필요하다.
주도적인 학습 경험이 만드는 지식의 질
암기-이해-적용의 단계로 지식이 깊어지는 과정을 학생 스스로 주도할 때 지식의 질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정규 교과 수업에서 학생이 주도적인 학습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교실 수업이 바뀌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 학생 스스로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영역은 대개 독서와 탐구 활동이다. 하지만 학생에서 읽으라는 책을 읽고 학교에서 준비한 탐구 활동 프로그램에 수동적으로 참여하여 얻은 지식은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리 유용하지 않다. 독서와 탐구 활동은 뭔가를 알고 싶은 호기심에서 시작되어야 하고, 지식을 알아가는 과정도 학생이 주도적으로 수행하여 얻어야 창의력을 높이는 근육으로 발전한다. 그렇게 하려면 학교는 학생이 학습을 스스로 설계하고 실행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모든 수업을 그렇게 할 필요는 없지만 어떤 수업은 그러해야 한다. 지식의 넓이와 깊이를 학생 스스로 갖추면 지식의 질이 높아지고, 지식을 습득하는 기술도 함께 따라온다. 그래서 지식을 넣어 주는 수업보다 스스로 배우고 익히는 기술을 길러 주는 수업이 학교에 필요하다.
지식을 습득하는 몇 가지 기술
우리는 수업 방식을 두고 이런 비유를 들곤 한다.
A. 교사가 학생의 식탁 위에 생선 요리를 차려 주고 먹으라고 하는 교육
B. 교사가 물고기를 잡은 후 학생에게 요리법을 가르쳐 주고 학생이 직접 요리하여 먹는 교육
C. 교사가 물고기를 잡는 법을 가르쳐 주고 학생은 스스로 물고기를 잡아서 요리하여 먹는 교육
D. 교사는 여러 가지 음식의 재료를 알려 주고, 학생은 스스로 원하는 재료를 구해서 요리해 먹는 교육
A 방식은 우리에게 익숙한 교사 주도형 학습이고, D 방식은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교육이다. D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하기는 어렵다. 현실적으로는 소수의 학생을 대상으로 일부 수업에서만 할 수 있는 방식이다. A 방식은 나쁘고 B,C,D 방식으로 갈수록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 네 가지 방식은 학생의 수준과 교육 목표에 따라서 혼합적으로 조합할 수 있다. 모든 학생이 배타적으로 하나의 방식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그것은 창의성을 위한 교육이 아니다. 창의력 중심의 교육을 위해서 A 방식 위주로 진행되던 기존 수업의 일부라도 B,C,D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지식의 폭이 넓어지고 깊이는 심화된다. 지식을 얻는 기술은 새로운 교수, 학습 방법이 필요하다. 학생이 다양한 수업 방식을 경험하고 스스로 지식을 채워 가는 훈련을 한다면 창의성 교육은 실현될 수 있다. 교실 수업과 관련하여 교수법 권위자인 조벽 교수는 <인재 혁명>에서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한다.
1) 학생들에게 무언가를 탐색해 보고 그것에 대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시간을 주라. 학생들이 어떤 과제에 대해 생산적으로 몰입해 있고 그 과제를 끝마치는 일에 완전히 몰입해 있을 때는 간섭하지 말라.
2) 무언가 하고 싶은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흥분시키는 교실환경을 조성하라.
3) 흥미롭고 유용한 교수 자료를 풍부하게 제공하라.
4) 학생들이 실수가 허용되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이 독려된다고 느끼는 교실 분위기를 조성하라. 적절한 정도의 소음과 어수선함, 자율이 허용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하며, 학생에게 자유를 허락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식을 습득하는 기술은 배우고 익힐 수 있다. 창의성 교육이 이루어지려면 학교 수업에서 가르치고 배우는 내용과 방법이 바뀌어야 하며, 학교가 변화하려면 대학 입시가 창의성 중심으로 달라져야 한다. 대학이 학생을 선발할 때 창의적인 사람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고등학교도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대학 입시가 먼저 변화되어야 초, 중, 고등학교에서 창의성 교육이 이루어지며, 호기심, 의지, 협력, 공감과 같은 인성적 특성도 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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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잘 자라고 있다고 안심을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한국 학생들의 국어, 수학, 과학 등의 학력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든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실시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를 바탕으로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35위에 그쳤다. 한국 청소년은 책상에서 보는 시험 성격이 강한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사회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전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2년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한국 청소년 행복 지수는 4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증명하듯, 1년에 200명이 넘는 학생이 자살을 하고,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 이유의 대부분이 학업성적 때문이며,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에서도 으뜸으로 꼽을 정도로 뜨겁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쌀에 못 이겨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고 있다. 늦은 밤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아이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자 학원을 다니는 것이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선택과 결정이 아닌, 부모가 일방적으로 학원이나 과외로 내모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어릴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마음깊은 곳에 분노와 좌절감, 무력감이 자리 잡게 된다.
오래 전, 틱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받아쓰기를 가르쳤고 하나 틀릴 때마다 손바닥을 한 대씩 때리는 체벌을 가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100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고, 아이는 스트레스때문에 무의식중에 눈을 깜빡이는 증상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틱 장애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이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결국 정신과 진료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공부를 멀리하고 가출을 반복하며 방황하고 있는 듯했다.
중국 모소 대나무는 그 성장 유형이 매우 독특하다. 중국의 극동지방에서만 나는 희귀종인데, 처음 4년 동안은 물과 거름을 주어도 잘 자라지 않는다. 4년간 3센티미터 자라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나면 하루에 30센티미터씩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6주 만에 15미터 이상 자란다. 얼핏 보면 6주 만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 같지만, 실은 그 4년이란 시간동안 수백 미터에 이르는 뿌리를 뻗치며 폭풍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들이 여기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 교육 역시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이들은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한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재능이 다르고 그 재능이 표출되는 시기 역시 다르다. 아이는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와 같다. 그때를 믿고 지긋이 기다려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때를 위해 미리미리 충분한 영양분을 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영양분이란 머리를 키우는 지식 교육만이 아니라 마음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 교육이 한동안 뒷전으로 밀린 사이 아이들에게 친구는 경쟁자가 되었고, 성적이 아이 삶에 전부가 되어 버렸다. 국영수와 같은 주요 과목이 아닌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를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고 한다. 수업에 대놓고 잠자는 아이가 많아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비교과 교사도 많다.
하지만 이 정도 행동은 이제 애교에 불과하다. 중학생이 등굣길에 불량한 복장을 지적하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아 흔든 일이 발생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해 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교사, 일반인 모두 '학생에 대한 인성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라는 데 마음을 같이 하고 있다. 10명 중 4명꼴인 35.8퍼센트가 학생의 도덕성과 인성 약화를 정부가 우선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지나친 학업 위주의 교육으로 청소년 자살률 1위, 우울증 발생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뒤늦게나마 마음 교육, 즉 인성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이를 행복한 성공자로 키우려면 당장의 학력보다 아이의 인성이 더 중요하다.
[인재혁명]이란 책을 쓴 조벽 교수는 성공적인 인생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밝힌 한 연구자의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1940년대 하버드대학교 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늘 만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포함하여 호감과 존중, 배려를 베풀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인성이며, '사람됨'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사회학자 전혜성 박사 역시 "재능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능력에 걸맞은 사람됨이 글로벌 인재가 되는 열쇠"라고 말했다.
인성 교육의 목표를 오로지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스스로 사고해 올바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인성 교육의 주요 목표다. 무엇보다 인성이란 마음의 가치관이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성의 크기에 따라 아이의 역량과 재능의 크기 그리고 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성이란 아이의 능력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그릇의 크기가 향후 아이가 만들어 나갈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불 보듯 훤한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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