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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은 대개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면 잘 자라고 있다고 안심을 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이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한국 학생들의 국어, 수학, 과학 등의 학력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국가 중 최상위권에 든다. 한편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실시한 국제 시민의식 교육연구를 바탕으로 36개국 청소년의 사회적 상호작용 역량 지표를 분석한 결과, 한국은 35위에 그쳤다. 한국 청소년은 책상에서 보는 시험 성격이 강한 부분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은 반면 사회적 활동과 관련해서는 전혀 점수를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2년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공동 조사한 한국 청소년 행복 지수는 4년 연속 OECD 회원국 중 꼴찌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조사 결과를 증명하듯, 1년에 200명이 넘는 학생이 자살을 하고, 학생 10명 중 4명이 학교를 떠나고 싶어 한다. 그 이유의 대부분이 학업성적 때문이며, 자신의 삶에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에 절반 이상이 아니라고 답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에서도 으뜸으로 꼽을 정도로 뜨겁다. 아이들은 부모의 등쌀에 못 이겨 학원과 과외를 전전하고 있다. 늦은 밤 학원에 다녀오는 아이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아이 스스로 배우고 싶어 하고 부족한 것을 보충하고자 학원을 다니는 것이라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의 선택과 결정이 아닌, 부모가 일방적으로 학원이나 과외로 내모는 것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임에 틀림없다. 어릴 때부터 학업 스트레스와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은 마음깊은 곳에 분노와 좌절감, 무력감이 자리 잡게 된다.
오래 전, 틱 장애를 가진 초등학교 4학년 아이를 상담한 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부모는 아이가 유치원 때부터 받아쓰기를 가르쳤고 하나 틀릴 때마다 손바닥을 한 대씩 때리는 체벌을 가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100점을 받아야 한다는 부모의 압박은 더욱 심해졌고, 아이는 스트레스때문에 무의식중에 눈을 깜빡이는 증상이 생겼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틱 장애 증상은 더욱 심해졌고, 이로 인해 친구들의 놀림을 받았다. 결국 정신과 진료까지 받는 상황에 이르렀지만 상황은 좋아지지 않았다. 안타깝게도 그 아이는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공부를 멀리하고 가출을 반복하며 방황하고 있는 듯했다.
중국 모소 대나무는 그 성장 유형이 매우 독특하다. 중국의 극동지방에서만 나는 희귀종인데, 처음 4년 동안은 물과 거름을 주어도 잘 자라지 않는다. 4년간 3센티미터 자라는 게 고작이다. 그러다가 5년이 지나면 하루에 30센티미터씩 폭발적으로 성장하여 6주 만에 15미터 이상 자란다. 얼핏 보면 6주 만에 놀라운 기적이 일어난 것 같지만, 실은 그 4년이란 시간동안 수백 미터에 이르는 뿌리를 뻗치며 폭풍 성장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들이 여기에 주목해 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아이 교육 역시 여유를 가지라고 조언하고 싶다. 아이들은 시기에 따라 단계적으로 성장하고 발달한다. 저마다 지니고 있는 재능이 다르고 그 재능이 표출되는 시기 역시 다르다. 아이는 어느 순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모소 대나무와 같다. 그때를 믿고 지긋이 기다려 주는 여유를 가져야 한다. 그리고 그때를 위해 미리미리 충분한 영양분을 주기를 바란다.
여기서 영양분이란 머리를 키우는 지식 교육만이 아니라 마음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마음 교육이 한동안 뒷전으로 밀린 사이 아이들에게 친구는 경쟁자가 되었고, 성적이 아이 삶에 전부가 되어 버렸다. 국영수와 같은 주요 과목이 아닌 다른 교과를 가르치는 교사는 수업 시간에 잠자는 아이를 깨워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한다고 한다. 수업에 대놓고 잠자는 아이가 많아 학교를 그만두어야 할지 속상한 마음을 털어놓는 비교과 교사도 많다.
하지만 이 정도 행동은 이제 애교에 불과하다. 중학생이 등굣길에 불량한 복장을 지적하는 교사에게 욕설을 하며 멱살을 잡아 흔든 일이 발생했다.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이 여교사들의 치마 속을 몰래 촬영해 오다 적발되기도 했다.
2012년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교사, 일반인 모두 '학생에 대한 인성 교육 강화가 시급하다'라는 데 마음을 같이 하고 있다. 10명 중 4명꼴인 35.8퍼센트가 학생의 도덕성과 인성 약화를 정부가 우선해야 할 문제로 꼽았다.
지나친 학업 위주의 교육으로 청소년 자살률 1위, 우울증 발생률 1위인 우리나라에서 뒤늦게나마 마음 교육, 즉 인성 교육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아이를 행복한 성공자로 키우려면 당장의 학력보다 아이의 인성이 더 중요하다.
[인재혁명]이란 책을 쓴 조벽 교수는 성공적인 인생을 누리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밝힌 한 연구자의 논문을 소개한 바 있다. 1940년대 하버드대학교 학생과 보스턴 빈민가 청년을 72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인간관계였다고 한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란 늘 만나는 사람뿐만 아니라 처음 만나는 사람을 포함하여 호감과 존중, 배려를 베풀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인생의 성패가 판가름 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생의 행복과 성공을 좌우하는 것은 인성이며, '사람됨'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인지 능력이 뛰어나고 좋은 대학을 졸업했다 해도 존경받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세계적 사회학자 전혜성 박사 역시 "재능만으로 성공한 사람은 없다. 능력에 걸맞은 사람됨이 글로벌 인재가 되는 열쇠"라고 말했다.
인성 교육의 목표를 오로지 착하고 바르게 행동하도록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긍정적인 생각을 갖는 것, 스스로 사고해 올바른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것 또한 인성 교육의 주요 목표다. 무엇보다 인성이란 마음의 가치관이다. 이에 따라 삶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고, 인성의 크기에 따라 아이의 역량과 재능의 크기 그리고 발현 방식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성이란 아이의 능력을 담아내는 그릇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그릇의 크기가 향후 아이가 만들어 나갈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것임은 불 보듯 훤한 이치다.
초등인성 고전읽기의 힘_ 이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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