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에 만난 나의 돈보스코

 

나의 십대는 얼어붙은 겨울이였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학교마저 압류당한 나는 가장 가난한 소녀였다.

그 꽁꽁 언 시절에 그분을 만났다.

 

책가방 없는 소녀는

하루하루 공처럼 뒹굴다

중졸 이력서를 들고

을지로에 있는 출판사에 취직했다.

 

소녀는

'사환'으로 돈을 벌면서

얇은 지폐뭉치에 꿈을 눌러버렸다.

쉽게 살고 싶었다.

 

1년이 흘렀다.

그분이 공채 합격 사원으로 들어왔다.

'김양'이라 부르는 다른 어른들과 달리

소녀를 '인숙씨'라 불러줄 때

어색했으나 존중받는 것 같았다.

 

퇴근 길, 어느 날

그분이 막내뻘 소녀를

조용한 찻집에 데리고 가

준비한 말을 심어주었다.

 

"여기서 멈추기엔 아까운 나이에요.

하고 싶은 것을 포기하지 말아요."

 

처음이자 마지막이던 짧은 몇 마디

소녀는 픽, 웃었다. 당신이 뭘 안다고.....

하지만 나쁘게 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분이 사직서를 썼을 때

소녀는 알고 있었다.

좋은 곳과 원하는 곳은 다르다던

그분은 늦었으나 꿈을 향해 떠났다.

 

나는 사람들 이름을 잘 기억 못한다.

그러나 그분의 이름 석 자는

죽을 때까지 못 잊는다.

머리가 아닌 마음이 알고 있기에

 

그분

가난한 소녀의 이름을 불러주고

존중해주고

포기한 꿈을 흔들어 깨운 그분은

십대에 만난 나의 돈보스코였다.

 

출처 : 너는 늦게 피는 꽃이다 ㅣ김인숙 수녀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3. 17. 00:14
| 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