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산다고 해서 이금희가 아무 노력도 안하고, 그냥 개성있게 다닐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열심히 하고 그 다음에 나다움을 인정받은 것이지 약속도 안 지키고, 직무에 소홀히 하면서 나다움을 견지했다면 그것도 오래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강점이라고 해서 강점만 부각시킨다고 되는 것 같진 않고, 그 이면에 여러 노력이 어우러져야 그 강점이 빛이 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을 따라 하기 보단 나다움을 견지하고 성실하게 임해온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본다. 그래도 대학이라도 졸업하고 높은 경쟁률의 아나운서에도 합격을 하여 촌스러운 아나운서라는 소리도 들어본 것이 아니었을까.

 

지금도 그렇지만 대학 시절 나는 무척이나 촌스러웠다.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막 시작할 때가 되어서도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이 대학생들과 별로 다를 게 없었다. 화장도 할 줄 몰랐고, 머리도 손질할 줄 몰랐으며, 옷도 청바지 외에는 별로 없었다.

 

그러던 내가 취직을 했는데, 그곳은 유행의 최첨단을 걷는 사람들이 모인다는 방송국이었다. 시골 사람 서울 구경이 그랬을까? 신입 사원 연수 때부터 나는 어리벙벙하기만 했다.

 

신입 사원들의 연수를 위해 단체 합숙을 하는 첫날, 순진하게도 나는 안내문에 써 있는 대로 세면도구와 속옷 몇 벌만 달랑 챙겨 갔다. 하지만 나와는 달리 동기 아나운서들은 여벌의 옷가지들은 물론, 드라이어와 화장 도구 일체를 챙겨 와서는 갖가지 화장품을 풀어 놓고 아침마다 정성껏 얼굴을 두드리는데, 나는 제대로 된 화장이 그런 것인 줄 그때 처음 알았다.

 

그 친구들에 대한 열등감은 아마도 그때부터 시작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텔레비전 화면에 모습을 비춰야 하는 직업이라서 아나운서에게는 화장, 머리 모양, 의상 등이 중요하다. 그런데 그런 쪽에는 도통 관심도 없었고 눈썰미도 없었던 나는 동기들에 비해 뒤처질 수밖에... 세련된 그들에 비해 촌스러운 나를 누가 눈여겨보기나 할까 하는 열등감과 함께, 어쩌면 방송 프로그램에 나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을지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다.

 

그래서 어리석게도 뱁새가 황새 따라가는 짓을 하기 시작했다. 동료 아나운서들이 값비싸고 유명한 상표의 옷을 입으면 나는 남대문 시장이나 동대문 시장에 가서 비슷한 옷을 사들였다. 화장품도 이것저것 사서 얼굴에 덕지덕지 발랐다. 눈썹도 더 진하게, 입술 색깔도 더 강렬하게... 원래 잘하는 화장일수록 은은하고 자연스러운 법인데, 나는 무조건 진하게 그리고 발랐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딘지 내 색깔이 없어져 가는 것 같았다. 화면에 나온 내 모습은 내가 봐도 어색하기만 했고, 옷도 남의 옷을 빌려 입은 듯 불편했다.

 

그러면서 점차 깨닫게 된 것이 바로 '나다움'이었다. 아무리 그들을 의식하고 흉내 낸다 하더라도 나는 결국 나다. 나는 어떻게 해도 그들이 될 수 없다. 그들을 좇아 가려고 애쓰다 보면 결국 나다운 것조차 잃어버리게 된다.

 

그런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은 당시에 내가 맡았던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신입 사원 시절, 나는 어린이 동요 대회 프로그램과 고향 소식을 전하는 프로그램을 맡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당시 그 프로그램의 담당자들은 나의 그 촌스러움, 즉 소박함을 높이 사서 나를 그 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추천했다고 한다.

 

그런 것이다. 모자란 부분도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장점이 될 수 있다. 촌스러움이 순수함으로 비칠 수 있고, 세련되지 못한 점이 친근감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의 기준과 잣대이다. 내가 나를 제대로 봐 주지 않으면 누구도 나를 제대로 봐 줄 리 없고,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테니까 말이다.

 

출처 : 금성출판사, 리더스 중학 국어 1, 김소현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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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신 2015. 3. 16. 2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