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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 리더육성 수업에 해당되는 글 2건
- 2015.12.08 패러다임 변화에 대응하는 자세_ 무라야마 히토시
- 2015.12.08 두뇌 활동의 세 가지 궁리_ 요코야마 요시노리
머리를 쓰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는 것 같습니다. 분석적인 사고는 어느 정도 체계적인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생각에 자꾸 깊이를 더해야 하는 단계가 되면 자기 머릿속에서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하지 않습니까? 그럴 때 뭔가 순간적 깨달음을 얻기 쉽게 하는 방법이라거나 또는 선생님만의 독자적 사고 패턴이 있으면 소개해 주시지요.
그런 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이게 뭐지?'라는 궁금증이 생기면 '아, 그렇구나!'라고 이해가 될 때까지 이리저리 생각하기를 좋아했어요.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는데, 여름에 콜라를 마시려 할 때였습니다. 병에 빨대를 꽂았더니 빨대가 훅 떠오르는 겁니다. 대부분 귀찮게 여기겠지요. 그런데 저는 '어? 이거 뭐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빨대가 왜 떠올랐을까? 빨대와 콜라의 관계에 관해 한동안 생각했지요.
그렇게 해서 빨대 주위에 탄산가스 기포가 가득 생겨서 빨대와 기포의 무게 합이 액체보다 가벼워졌기 때문에 떠올랐다는 답을 얻었습니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 때까지 콜라와 빨대를 끊임없이 주시하는 아이였어요. 그때가 초등학교 3학년 정도였을 겁니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들어가 물이 넘치는 것을 보고 왕관의 무게 측정 방법을 떠올렸다는 이야기를 읽었던 무렵이라 그랬을 거예요.
그리고 따끈따끈한 밥 위에 가쓰오부시(말린 가다랑어를 대패로 아주 얇게 깎아 낸 식재료)를 올리면 가쓰오부시가 춤을 추듯이 마구 움직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재미있어서 '이건 또 뭘까?'하는 의문을 가진 적도 있습니다. 결론은 이랬습니다. 밥의 열기 때문에 따뜻해진 공기가 가벼워져서 상승기류가 생기고, 가쓰오부시가 그 상승기류로 인해 떠오른다. 그런데 밥에서 나는 김이 가쓰오부시에 닿으면 마른 가쓰오부시가 수분을 흡수하게 되어 무거워지기 때문에 다시 밥 위로 내려앉는다. 그 반복 작용이 가쓰오부시가 춤추는 것 같은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을 해야 직성이 풀렸어요.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알아보고, 생각하고 싶었던 것지요. 호기심이 왕성했어요. 조금씩 이해가 되면 가슴이 두근거렸고, 마지막에 가서 의문이 풀리는 순간에는 대단히 기분이 좋았어요. 몰랐던 것을 안 순간 가슴이 후련해지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 느낌을 잊지 못하고 지금도 저 스스로를 납득시키고 싶어서 연구를 계속하는 겁니다.
관찰력이 대단했군요. 그런데 초등학교 때는 보통 '일단 외우라'는 주입식 교육을 받지 않습니까? '왜 그럴까?', '이건 뭘까?' 하는 아이들의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실제 수업은 그런 부분을 별로 크게 여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측면이 확실히 적다고 봅니다. 시간이 한정되어 있으니까 어느 정도는 암기해야 하는 게 사실이고, 구구단을 모르고 초등학교를 졸업해서도 안 되겠지요. 그렇지만 2~3분만이라도 '어떻게 생각하니?', '생각해 봐'라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큰 차이가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전체를 달달 외우는 수업을 싫어했습니다. 백지도에 평야, 하천, 산지의 이름을 써놓고 외우는 수업에는 흥미가 생기지 않아서 도통 점수가 안 나왔습니다. 그래도 한자를 외우는 건 좋아했어요. 한자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배웠으니까요. 상형문자, 형성문자 등의 구분이라든지 부수가 뜻을 나타내고 방은 소리를 나타낸다는 구성 방식을 알면 이치를 알고 접근할 수 있지요.
역사도 연호나 인물명 암기는 젬병이었는데 역사 드라마에는 흥미를 느꼈습니다. 과학자의 전기도 자주 읽었습니다. 대발견의 이면에는 하나하나의 맥락이 있지요. 유소년기의 환경과 경험이 훗날의 대발견으로 이어지는, 지극히 개인적이고도 다이내믹한 드라마에 가슴이 뛰었어요. 우리는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어야 합니다.
요즘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하고,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훈련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생각한다는 것은 뭔가를 부수고 새로 구성하는 작업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담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생각이라는 작업이 성공으로 이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쌓게 해서 대담성을 길러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과학을 하는 사람은 데이터와 추론을 쌓는 과정에서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더 이상 앞으로 나갈 수 없는 순간을 반드시 맞닥뜨리게 됩니다. 그때 잘 판단해서 정말 문제가 있을 때는 미련 없이 기존의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과학의 역사를 보면 그런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패러다임이 전환된 것이 최초의 대전환입니다. 그 이후 '빛은 파장이다'라는 믿음이 깨졌습니다. '빛은 입자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그와 반대로 '전자'라는 소립자는 입자라고만 여겨지다가 파장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입증되었습니다.
기존에 당연시되던 사항들을 전제로 사물을 이해하던 사고의 토대는 수없이 무너져 내렸습니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은 '시간'에 대한 개념조차 바꾸었습니다. 시간은 모두에게 똑같이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빠르게 달리는 누군가에게는 느리게 흐르는 것이었습니다. 이처럼 과학은 이전의 사고방식을 버려야만 하는 순간을 끊임없이 맞이하는 과정을 통해 현재의 성과를 이루었습니다. 지금 상식이라 여겨지는 내용들도 머지않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될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런 변화 속에서 탐구를 업으로 삼고 있는 것입니다.
21세기 들어 물리학의 세계에서는 사물을 보는 방식에 엄청난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물리학의 바깥 영역에서는 실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책을 읽어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어느 정도의 변화가 있었습니까?
제가 학위를 따고 연구자의 길로 들어선 때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입니다. 당시 소립자론에서는 표준 모델, 우주론에서는 빅뱅 모델이 정립되었습니다. 그 두 이론이 잘 수렴되면서 기본 방향성이 옳다는 분위기가 확립되던 시기였지요. 학계로서는 한편으로 뿌듯한 상황이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장차 무엇을 더 알아내야 할지 앞이 보이지 않는 교착상태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탓에 과학자들이 일자리도 얻지 못하고 퇴짜를 맞기 일쑤였어요.
그런데 그 후 10년가량 지났을 때, 그 지식적 토대의 취약성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덕분에 물리학이 갑자기 재미있어지기 시작했지요. 가장 놀라웠던 것은 1998년에 발견된 '암흑에너지'입니다. 암흑에너지가 발견됨으로써 '우주는 빅뱅이라는 폭발로 인해 시작되었으나, 중력의 영향으로 점점 그 세력이 약해져 팽창이 느려지고 있는 상태다'라는 종래의 사고방식이 뒤집히게 되었습니다. '알고 보니 무언가가 중력에 반하는 작용을 해 우주의 팽창을 부추기고 가속화하고 있더라'라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2003년에는 우주 에너지의 정체가 상당히 정확하게 규명되었습니다. 그 가운데, 우리가 흔히 '물질'이라 불렀던 원자가 우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4%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명확해졌습니다. 초등학교 때 '만물은 원자로 구성된다'라고 배웠던 기억이 있습니다만, 그건 터무니없는 거짓말이었던 것지요. 또 사람들은 우주라는 단어를 들으면 밤하늘에 빛나는 아름다운 별들을 떠올리지만, 별과 은하가 우주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5%밖에 되지 않습니다. 원자를 제외한 나머지 95%의 정체를 보면, 22%가 '암흑물질'이고, 73%가 '암흑에너지'입니다.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는 모두 현재로서는 그 정체가 베일에 싸여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해 우주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차 있고, 우주의 95%는 아직 수수께끼라는 겁니다. 이렇게 해서 기존의 물리학 이론에 거대한 균열이 발견된 셈이고, 이를 계기로 물리학은 엄청난 패러다임 전환기에 돌입했습니다. 거대한 균열을 발견한 이들이 줄줄이 노벨상을 수상했고, 전 세계 연구자들은 그 균열을 어떻게 수선할지를 놓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문제에 대한 접근 방법을 생각하는 데에만 지난 10년가량이 흘렀습니다. 이제 겨우 실제 실험과 관측에 들어가, 뭔가가 발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안게 된 상황이지요. 최근의 흐름은 그렇습니다.
암흑에너지, 암흑물질 이야기가 아주 흥미롭습니다. 이쯤에서 지극히 아마추어적인 질문을 할까 하는데요. 어째서 그런 사실을 이제야 발견한 걸까요?
실은 1930년대에 중력만으로는 설명하기에 뭔가 부족하다고 느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은하단을 관측하던 연구자들이었지요. 은하단에는 수많은 은하가 모여 있는데, 각 은하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데도 불구하고, 위치가 고정적인 것을 보고 연구자들이 이상하게 여긴 것입니다. 은하들이 중력의 작용으로 서로 끌어당기고 있다지만, 고정적으로 그 자리에 머무르려면 눈에 보이는 별의 중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지요.
그래서 무언가 보이지 않는 무거운 물질이 존재하고, 그로 인한 중력이 발생하는 것이 틀림없다는 가정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관측기술이 미흡했고, 관측 데이터가 있다 한들 그것을 해석할 이론이 발달하지 못해 그 이상을 알아내거나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1970년대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그런 물질의 존재를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에 관해 '빛을 내지는 않지만 거대질량을 가진 물질'일 거라 추측했고, '암흑물질'이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암흑물질은 현재 관측 가능한 일반 물질의 약 5배나 되는 질량을 가졌고, 우주 탄생의 기원이라는 점이 분명해졌습니다. 즉 빅뱅으로 인해 암흑물질이 생겼고, 암흑물질들이 모이자 그 중력으로 인해 보통의 원자들이 끌려들어와 별이 형성되었으며, 그것이 바로 은하로 성장했다는 줄거리입니다.
별은 생명의 원천이니까 그 별을 만든 암흑물질이 없었으면 우리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되지요. 암흑물질은 우리 주위에도 대량으로 존재하면서 우리 신체를 통과하고 다닌다고 여겨집니다. 신체를 통과한다고 하면 뭔가 기묘하고 무서운 느낌도 들겠지만, 보통의 물질과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도 암흑물질의 특징입니다. 우리가 사는 태양계는 은하계 안에서 초속 220km라는 말도 안 되는 속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은하계로부터 튕겨 나가지 않고 그 안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것도 암흑물질 덕분입니다. 지구의 공전속도도 무려 초속 30km나 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초등학교에서 우리가 매초 30km 로 움직이는 구체 위에 있다고 가르쳤다가는, 상상만 해도 현기증을 일으키는 아이가 나올까 봐 안 가르치는 거라는 농담을 할 정도로 빠른 속도지요.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문제해결의 사고력편_ 요코야마 요시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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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은 쓰면 쓸수록 지치지만 머리는 쓰면 쓸수록 좋아진다' 라는 말이 있다. 어지간한 청개구리가 아니라면 사람은 누구나 남보다 머리가 좋아지기를 원한다. 사람은 모든 것을 타고나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의 규율을 획득하고 노력한다면 머리가 좋아지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단순히 머리를 쓰기만 하면 되느냐? 그렇지 않다. 두뇌 사용법에는 궁리가 필요하다. 그 방법으로 세 가지를 들어본다.
두뇌 활동의 세 가지 궁리
우선 두뇌의 컨디션이 좋은 시간대를 최대한으로 활용해야 한다. 하루 중에도 머리 회전이 잘될 때와 그렇지 않은 때가 있다. 대부분은 이른 아침에 머리가 가장 잘 돌아간다고 한다. 실제로 경험해 보면 단순히 머리가 잘 돌아갈 뿐 아니라 지금까지 각기 별개로 보이던 현상을 정리하고 통합하는 사고가 가능하다. 명확한 단계를 밟기보다 순간적으로 각 부분이 전체 틀 속으로 수렴되는 느낌이 든다는 의미다.
두 번째로 남보다 10배 더 생각해야 한다. 남이 한 번 생각할 때 나는 열 번, 남들이 열 번 생각할 때 나는 백 번 생각하면 된다. 통상 백 번씩이나 생각하는 사람이 드물다 보니 천 번까지 생각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다. 그런데 여러 번 반복해 생각하면 뇌 속에서 뉴런이 동시에 작동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스스로도 의외라고 여길만큼 사고가 순조롭게 전개된다. 이렇다 할 목표 없이도 계속 생각할 수 있는 인내력을 획득하려면 그런 순간을 경험해야 한다.
세 번째로 가능한 오감을 동원해 생각해야 한다. 오감 중에서는 특히 눈과 손이 중요하다. 손을 써서 생각한 것을 눈을 통해 비판적으로 바라본 후, 개선점을 발견해 다시 한 번 손을 써서 생각하는 작업을 스스로 만족스럽게 여길 때까지 계속해야 한다.
이 세가지 방법의 공통점은 '분석하는 사고'가 아니라 '구성하는 사고'라는 점이다. 그것이 바로 '문제해결력을 디자인하는 사고'다. 다시 말해 디자인 작업은 가설의 설정과 검증을 반복하는 일이다. 단 가설은 분석으로부터 귀납적 또는 연역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번뜩임이 필요하다. 번뜩임에도 훌륭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 처음부터 훌륭한 무언가가 나오지는 않는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생각하는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는 법이다. 그 과정을 통해야 가설은 눈에 띄게 좋아진다. 따라서 우리는 우선 가설을 만들고, 그 타당성과 유효성을 시험해 봐야 한다. 제대로 안 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버리면 된다. 그런 후 마음을 다잡고 다시 새로운 가설을 만들어 시도해야 한다. 그런 과정을 몇 번이고 반복하는 작업을 인내심 있게 계속해야 최초의 가설이 유치해 보일 정도로 단련된, 아무나 쉽게 생각해 내지 못하는 가설에 도달할 수 있다.
문제해결 디자인이란 귀납적이지도 연역적이지도 않으며, 하물며 학문도 아니다. 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딸 수 있는 분야도 아니지만 긴 훈련이 필요한, 고도의 전문적 기능이다. 그 가설검증형 추론은 '경험지'적 훈련을 통해 반복 연습해야 한다. 통합은 방법론이 없는 작업이지만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유일한 접근법은 반복 작업이다.
도쿄대 리더육성 수업, 문제해결의 사고력편 / 도쿄대학 EMP, 요코야마 요시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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