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때도 없이 화가 나는 윤석이

 

선생님, 화가 나면 참을 수가 없어요. 요즘 제 별명이 뭔지 아세요? 시한폭탄이에요. 대충 짐작 가시죠? 예전에는 그러지 않았어요. 오히려 화를 참는 편이었어요. 동생이 둘 있는데, 동생도 잘 돌본다고 부모님한테 칭찬도 많이 받았죠.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동생 공부 봐주고, 설거지도 하고, 집안 청소도 하면서 바쁘게 지내 왔어요. 엄마 아빠가 다 일하셔서 저라도 도와 드려야 했거든요.

 

엄마는 고맙다는 말 많이 하세요. 지금 집안일을 배워 두면 나중에 장가 잘 갈 거라고도 하시죠. 그런데 그 말 들으면 오히려 화가 더 나요. 솔직히 다 필요 없으니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어요.

 

혹시 제가 화가 나고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는 것이 집안일이나 동생 돌보는 거랑 관련이 있는 걸까요? 그렇다고 해도 집안일을 한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요즘 들어 왜 갑자기 힘들고 짜증나는 걸까요?

 

집에서만 화가 나는 게 아니라 학교에서도 그래요. 애들이 조금만 떠들거나 소란을 피워도 신결질이 나요. 그럼 소리를 지르고 말죠. 터뜨리고 나면 곧바로 후회돼요. 하지만 그걸 알면서도 터뜨리지 않고는 못 견디겠어요. 참자니 돌아 버릴 것 같거든요. 이거 혹시 병인가요?

 

무거운 짐 때문에 불만스럽다면

 

올해 중학교 3학년인 윤석이는 얼굴빛이 잔뜩 흐려 있어 첫눈에도 심상치가 않습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참을성 많다고 칭찬도 받았다는 윤석이가 지금은 왜 툭하면 화를 터뜨릴까요?

 

평상시에도 사소한 일에 성질을 내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화를 터뜨리는 청소년들이 늘어나, 최근에는 이를 병으로 진단하기까지 하는 추세입니다. 정신 의학적으로는 우울증과 비슷한 정서 장애로 보고 있지요. 겉으로는 화를 내고 있지만 사실은 우울하고 아픈 마음이 문제의 뿌리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화를 많이 내는 윤석이. 그렇게 뿜어 내는 분노로 누가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을까요? 형의 도움이 필요한 동생들일까요? 큰아들을 믿고 집안일을 맡긴 엄마 아빠일까요? 윤석이에게 기대가 컸던 선생님일까요? 윤석이의 고함에 깜짝 놀란 친구일까요? 아닙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윤석이 자신입니다. 잔뜩 찌푸린 얼굴로 상담실을 찾은 것부터가 그렇다는 걸 말해 주지요.

 

윤석이는 내 것을 챙기기보다 늘 다른 사람을 돌보고 챙겨야 했습니다. 남을 배려하는 것은 참 좋은 일이지요. 동생들을 돌보는 것도 마땅하고 귀한 일이고요. 그렇지만 그것이 내 기쁨과 즐거움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니라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우울하고 힘들어질 수 있어요. 아무도 없는 곳에서 혼자 편하게 지내고 싶다는 윤석이의 말에는 마음이 짠해지기까지 합니다.

 

내가 가장 먼저 돌보아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 즉 내 마음과 몸, 그리고 내 생활입니다. 내가 나를 돌보지 않은 채 해야 할 일만 늘 하고 있다면 그 상태는 나무를 베기만 하고 새로 심지 않은 숲과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숲은 더 이상 숲이 아닌 황무지로 변하겠지요.

 

지금이라도 윤석이가 자신의 마음을 돌보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혼자서는 힘들 수 있으니, 시간을 내어 부모님께도 말씀드렸으면 해요. 가뜩이나 바쁜 분들께 짐을 더 얹어 드릴 것 같다고요? 시한폭탄이 되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폭탄의 피해자로 만드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자신을 우울하고 지치게 만드는 짐을 남과 나누어 질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말하고 싶어요, 문지현 박현경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5. 9. 14.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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