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시끄러운 대학_ 예시바

 

아인슈타인, 에디슨, 프로이트, 스티븐 스필버그,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등 세계적인 인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모두 유대인이라는 점이다. 2013년에는 노벨상 수상자 12명 중 절반인 6명이 유대인이었다. 유대인 인구는 세계 인구의 0.2퍼센트에 불과하지만 역대 노벨상 수상자 중 22퍼센트가 유대인이다. 유대인은 금융, 경제,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성공하며 세계적으로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대인이 이처럼 세계적으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이유에 대해서 전문가들이 많은 분석을 내놓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역사적 뿌리다. 즉 수천 년 전부터 숱한 전쟁과 압제를 경험해 온 유대인들은 생존을 위해 명석한 두뇌가 필수였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른 이유로는 어릴 적부터 받은 창의력 계발 교육이다.

 

노르웨이 출신으로 1973년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이바르 게이바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유대인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를 "항상 궁금증을 갖고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의 가정 교육이 유대인의 성공 비결이라는 것이다.

 

예시바 대학은 미국 뉴욕에 있는 유대인 명문 종합 대학이다. 각 언론사에서 매기는 대학 순위에서도 늘 상위를 차지한다. 2009년<US뉴스>가 발표한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학' 9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1866년 초등 교육기관으로 출발한 예시바 대학은 미국에 있는 유대인 계열 대학교 중에서도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이다. 동유럽에서 이민 온 유대인들의 자녀들에게 유대인의 지혜서인 [탈무드]와 영어를 가르치다가 1945년 지금의 종합대학으로 변경되었다. 유서 깊은 대학답게 [탈무드]와 유대인의 가치를 연구하고 배운다.

 

예시바 대학의 도서관에 가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은 도서관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시끄러운 소음이다. 유대인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흰 셔츠 복장을 한 남학생들이 책을 펴놓고 큰 소리로 떠든다. 책상위에는 참고 서적 몇 권과 음료수뿐이다. 서로 마주하고 앉은 두 사람은 언뜻 보면 상대에게 화가 나서 따지는 것처럼 보인다.

 

예시바 대학의 수업은 5명의 소수 정예 수업부터 70명의 대규모 수업까지 다양하다. 규모와 상관없이 수업은 학생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수업에 참여한다는 건 단순히 참석하는 걸 말하지 않는다. 수업에서 말을 많이 한다는 뜻이다. 교수에게 적극적으로 반론을 제기하고, 때로는 논쟁도 불사한다. 자신의 관심 분야를 적극적으로 배우기 위함이다.

 

유대인의 질문 공부법 '하브루타'

 

세계에 유례 없는 이 시끄러운 학습법을 '하브루타'라고 부른다. 하브루타는 '말하는 공부법'이다. 원래 '친구'라는 뜻으로, 친구(파트너)와 함께 질문하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교육 방식을 뜻한다. 하브루타는 2000년 전부터 유대인 전통으로 내려오는 오래된 교육 방식이다. '얌전한 사람은 배우지 못한다'라는 [탈무드]의 글이 말해 주듯이 공부는 혼자서 하는게 아니라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유래된 공부법이다.

 

유대인의 교육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이 하브루타이다. 예시바 대학 심리학 부교수로 전통적인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란 에드워드 호프만 교수는 하브루타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전통적으로 볼 때 하브루타는 [탈무드]에서 '공부하는 파트너를 가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하면 혼자서 공부하는 것보다 더 잘 배울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누군가가 당신에게 도전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받은 교육도 그랬습니다. 유대인 학생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서로를 통해서 배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 호프만 교수는 자신의 어릴 적 가정환경을 이야기하면서 하브루타 교육을 설명했다. 그 성장 과정을 따라가보면 하브루타가 어떻게 인재를 만드는지를 알 수 있다.

 

교사였던 에드워드 호프만 교수의 부모님은 뉴욕에서 자란 유대인이다. 할아버지는 교회에서 노래를 부르는 캔터이자, 미국에서 캔터들을 가르치는 유명한 교사이기도 했다.

 

호프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온 지는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 당시 러시아 혁명으로 동유럽, 특히 폴란드와 러시아에 살던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많이 떠났다. 호프만 교수의 가족도 그중 하나였다. 당시 미국으로 이민 온 유대인 수는 3백만 명이었다. 이후 1세대가 정착해 유대인 전통 문화와 종교를 유지하며 미국 사회에서 큰 영향력을 가진 민족으로 부상했다.

 

미국에 정착했다고 해도 유대인의 가정에서는 전통적인 유대인의 삶을 따른다. 전통 모자인 키파를 쓰고, 검은 양복을 입고 수염을 기른다. 하루 3번 기도를 하고, 음식은 코셔만 먹는다. 코셔는 히브리어로 '적절한'이라는 뜻으로, 육류와 유제품을 섞어 사용하지 않는 등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유대인의 율법에 따라 조리한 정결한 음식이다. 또한 전통 유대교의 의식 절차를 지켜 토요일에는 일하지 않고, 운전도 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어릴 적부터 하브루타 교육을 배운다. 아이가 글을 읽을 만한 나이가 되면 가정에서는 [탈무드]를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공부를 시작한다. 평균 열 살이 되면 일주일에 두세 번 부모와 함께 [탈무드]를 공부한다. 본격적인 토론은 열다섯 살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그때까지는 [탈무드]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공부한다.

 

저녁 식사 시간에도 떠들썩한 분위기는 여전하다. 현재의 이슈나 아이들이 학교에서 배우는 것들에 대해 의견을 묻고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 아시아권에서는 식사를 할 때 얌전히 앉아서 밥을 먹어야 하고 부모의 말씀에 아이가 질문하는 것을 무례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지만, 유대인 가족은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격려한다. 가정에서부터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괜찮다'는 지지감을 심어주고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성장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셈이다.

 

영어 교사였던 아버지는 어린 시절의 호프만 교수에게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것을 절대로 창피해 하지 마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스스로 이해하지 못하면 다른 학생들도 이해하지 못했을 거라는 게 그 이유였다. 글자를 읽을 수 있는 나이부터 "떠들지 말고 공부해" "조용히 해"라는 말을 듣는 한국의 가정과는 그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제작진이 찾아간 예배당과 유치원은 호프만 교수가 말한 분위기와 비슷했다. 토요일 저녁이면 아이들이 있는 곳은 아이들 말소리로 혼이 나갈 만큼 소란스럽다. 아버지와 아들이 짝을 지어 [탈무드]를 읽고 친구들끼리 마주보면서 큰소리로 열심히 외친다.

 

유대인들은 유대인 학교인 프로키오 학교에 입학해 고등학교까지 마치는데, 유치원에서의 수업도 학교와 다를 바 없다. 수업 시간이 되면 아이들은 짝을 지어 큰 소리로 책을 읽는다.

 

어릴 적부터 가정과 학교에서 하브루타 교육을 자연스레 몸에 익힌다. 살아가는 모든 과정이 하브루타를 몸에 익히는 과정이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진짜다

 

왜 하브루타 교육일까? 하브루타 교육의 장점을 예시바 대학생 케빈 포이치는 이렇게 말한다.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다 보면 사고가 명확해지고 자신이 배우는 걸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유대인의 격언 중에 '말로 설명할 수 없으면 모르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혼자 생각할 때는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고 느끼지만 막상 말로 표현하면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릴 때가 많다는 뜻이다.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생겨 논리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내가 안다고 생각하는 지식과, 실제로 내가 아는 지식을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의 경우 막상 남에게는 설명하지 못하기 쉬운데 사실상 제대로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하브루타 방식은 이러한 착각에서 벗어나 좀더 명확히 생각하고 지식을 체계화하여 설명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는가, EBS 다큐프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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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신 2015. 7. 1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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