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런한 독서가 정신적 성장을 돕는다

 

책을 귀하게 여기며 살았기 때문인지 내 제자들이 책을 사랑하지 않고 책을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보면 이해가 안 된다. 심지어는 교재를 프린트해 가지고 시험만 치르면 되는 듯이 착각하는 학생들도 있다. 공부는 학점을 따기 위해 하는 것이니까 대학을 나오면 전혀 책을 읽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런 모습을 보면 이상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 학생들은 '학문'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를 한다. 따라서 체계적이며 문제의식을 갖춘 독서와는 담을 쌓고 있다. 이런 곳에서는 전혀 대학다운 분위기가 자라지 못한다.

 

아마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대학 출신자들이 많으면서 독서의 불모지인 나라는 없을 것 같다. 우리가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독서의 빈곤 때문이 아닐까 한다. 기차를 타거나 비행기를 타면 곧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은 대개가 외국인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는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화투를 치는 사람들까지 보인다. 그들이 모두 대학 출신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크게 잘못된 사회 풍토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메스컴이 다양하게 발달했고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사회로 변했기 때문에 독서의 필요성도 줄어들었을 것이다. 또 경제와 산업이 발달하면서 책에 매달릴 시간적 여유가 없다는 핑계는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선진국가의 지성인들은 여전히 독서를 하고 있으며 정신적인 성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후진국가를 여행해 본 사람이라면 그들이 우리보다도 독서를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두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은 한 권의 책을 읽는 사람을 지배하게 된다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독서의 수준이 곧 그 국민의 수준이라고 보아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경제발전을 위해 기술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기술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기초교육이 앞서야 한다. 모든 분야의 기초과학은 연구와 더불어 가능하며 기초과학의 연구는 책을 통하지 않으면 안 된다. 손쉽게 얻을 수 있는 정보의 습득만으로는 불가능하다.

 

학문적 성장에 필요한 체계적인 독서 필요

 

나무가 크게 자라 많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뿌리가 깊어야 하고 튼튼한 밑동과 줄기가 있어야 한다. 그런 후에야 잎사귀들이 자라고 꽃이 피어 열매를 맺게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열심히 받아들이고 있는 정보와 지식은 그 잎과 꽃에 해당하는 것이다. 그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체계적인 지식과 학문적인 성장이다. 그런 의미에서 학문 성장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뿌리처럼 튼튼한 기초이다.

 

뿌리에 해당하는 것이 사상적 고전이며, 줄기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체계적인 학문과 지식이다. 지금은 대학을 나온 사람들까지도 컴퓨터나 모바일로 정보만 얻으면 그것이 지식의 전부인 것처럼 착각한다. 그것은 기술이나 기능적인 역할에 속한다. 그 정보에 의미와 내용을 부여하고 그것을 지식으로 만들어 내는 체계적인 학문이 필요하다. 그런 중요한 역할을 감당하기 위한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이 유감이다.

 

세계 역사도 그렇다. 선진사회에서는 인간개발이 앞서고 그 뒤에 사회개발, 그리고 경제발전과 경제개발이 뒤따른다. 그것이 역사의 과정이었다. 그런데 우리는 그 정신사적 절차를 밟지 못했다. 서양에서는 르네상스와 휴머니즘을 먼저 겪은 후 인간과 사상과 인문학이 발전했고, 그 뒤에 사회과학이 발전했다. 그리고 정치의 변화와 사회문제의 해결이 모색되었다. 그 후에 자연과학과 기계과학이 발달하면서 오늘의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우리는 불행하게도 그 과정을 밟지 못했다. 오히려 경제개발을 먼저 추구하다 보니까 사회개발이 없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고, 사회개발을 계획하는 동안에 인간의 정신적 가치가 탐구되지 못했다는 현실을 발견하기에 이른 것이다.

 

정신적 측면을 책임져야 할 종교계도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신앙인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의 종교인들 중에는 주목할 만한 개신교학자나 불교학자도 없고, 신학교가 그렇게 많으면서도 체계적이고 신학서다운 저작도 없는 실정이다. 우리처럼 많은 대학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 탁월한 학자나 사상가를 배출해 내지 못하고 정신적 빈곤을 겪고 있다는 것도 숨길 수는 없는 사실이다.

 

이제라도 책을 읽는 풍토와 독서를 생활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지 않으면 사회 모든 면에서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어떤 친구의 한탄스러운 이야기가 생각난다. 텔레비전을 아무리 보아도 책을 읽는 장면은 없다는 것이다. 또 한 친구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들이 문화운동을 책임지고 있으니 문화가 발전할 수 없다고도 했다. 어딘가 잘못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김형석 교수를 만든 백년의 독서

 

 

by 미스터신 2021. 9. 12. 10:30

이 책을 읽는 분들에게

 

내가 어렸을 때는 우리 집에 어린애들이 읽을 만한 책이 한 권도 없었다. 우리 집만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교회 다니는 사람들의 집에 있는 성경과 찬송가책을 제외하고는 마을에 거의 책이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나도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과서 이외의 책을 읽어 보지 못했다. 우리말로 된 아동문고쯤은 학교에 갖추어 두었음 직도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평양에 있는 숭실중학교에 입학한 것이 14살 때였다. 다행스럽게도 우리 학교가 숭실전문학교와 같은 캠퍼스에 있었기 때문에 전문학교를 위한 도서관이 있었다. 이층으로 된 도서관에는 많은 장서가 있었고 상급생들이 이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대부분의 장서는 일본어로 된 책들이었고 전문학교 학생과 선교사들을 위한 영어책들도 있었다. 그러나 한글 책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생각해 보면 1930년대에는 우리글로 출판된 책들이 그리 많지 않았던 것 같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나는 그 도서관을 이용하면서 적지 않은 책들을 읽었다. 독서에 굶주려 있기도 했지만, 사실 독서를 하지 않고 학교 공부만 하는 것은 성에 차지 않기도 했다. 그것이 반드시 좋은 일은 아니었으나 나는 학교 공부보다 책 읽기에 더 많은 흥미를 느꼈고 책을 읽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 당시 만일 좋은 스승이나 부모님이 나의 학업과 독서를 조화롭게 이끌어 주었다면 크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지나친 독서는 어린 나에게 큰 부담이 되었다. 물론 지금 후회하지는 않는다. 그 습관이 나로 하여금 오늘의 사상과 문필을 육성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사람들이 종종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 물론 내가 좋은 글을 쓰는 편은 못 되지만, 그때마다 나는 좋은 글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 그러면 자연히 좋은 글을 쓰게 될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다독과 정독의 조화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묻는다. 나는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책은 많이 읽을수록 좋다"고 대답한다. 전공 분야의 독서는 자연히 정독이 될 테니까.

 

또 어떤 이들은 "오늘날과 같은 각종 미디어와 정보사회에 살면서도 예전처럼 독서가 필요한가?" 하고 묻는다. 나는 "그렇기에 독서는 더욱 필요하다"고 대답한다. 정보는 생활에 필요한 보도일 뿐 내 삶을 키워 주지는 못한다. 신문과 텔레비전 등은 살아가는 데 상식을 제공할 수는 있느나 내 영혼을 살찌게 하고 삶의 내용을 풍부하게 해주지는 못한다. 역시 독서는 인간적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방법임을 의심할 수 없다.

 

이런 생각을 품고 반세기에 걸친 세월을 이어 오고 있을 무렵, 한 출판사에서 나의 독서 이야기를 정리해 주기를 청해 왔다. 내가 그 분야의 전문가도 못 되고 나의 독서 생활이 어떤 기준이 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망설였다.

 

그러나 우리 시대에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살아 온 사람이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출판을 수용하게 되었다. 게다가 당시 사회적으로 '책의 해'가 선포되었고 독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일이 사회 모든 면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는 데 생각이 닿았다. 또한 그 즈음 '한우리 독서운동'에 작은 뜻이나마 모으고 있던 때여서 그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27회에 걸쳐 연재된 내용이기 때문에 적지 않은 양의 원고가 되었다. 연재를 끝내고 이렇게 단행본으로 엮어 독자들 앞에 책으로 내놓게 되고 보니 독자들을 위해 체계적인 내용과 뜻있는 길잡이가 되는 글들을 썼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없지는 않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내가 대학 강단에 있으면서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갖고 읽었던 전문서적들은 일반 독자와 호흡이 맞지 않아 대부분 실을 수 없었던 점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것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즐겨 읽는 책들을 취급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나 자신도 그중의 몇 권은 읽었고 지금도 계속 그런 책들을 손에 잡기도 한다. 그러나 그 대부분의 나의 정신적 양식이 되어 인간적 성장에 크게 도움을 주거나 영향을 미치지 못했으므로 언급하지 않기로 했다.

 

이다음에 어떤 필자가 나와 같은 독서 이야기를 쓴다고 해도 그럴 것 같다. 역시 독서란 고전적 의미가 있어 값진 것이며 지성적 교양을 갖춘 독자들과의 대화가 가능할 때 그 가치가 있을 것 같다. 나도 신문에 연재되고 있거나 연재되었던 문학책 등을 여러 권 읽었지만, 그런 책들은 왜인지 재음미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았다. 책은 언제나 살아 있어서 객관적 생명력과 의의를 지니고 있을 때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닐까 한다. 

 

이 책을 처음 쓴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나 자신의 마음이 그렇게 늙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좀 지나친 표현인 것 같지만, 나는 책만 손에 잡으면 언제나 그 책의 주인공이 되고 책의 내용과 같은 삶을 호흡하게 된다. 20대의 연애 감정에 잠기거나 종교적 고뇌에 빠져 들기도 하며 철학적 사색의 심연에 머물기도 한다.

 

확실히 독서는 나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삶의 열정과 꿈을 안고 살도록 이끌어 준다. 독서가 영원한 삶을 살게 해준다면 과장이며 거짓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깊이 있는 가치를 추구하면서 살도록 이끌어 준다는 말은 결코 과장도, 거짓도 아니다. 지금도 그런 책에 도취되어 살며 어떤 연구 문제와 씨름하고 싶어 책을 들추는 때가 있다. 14살 때 독서를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그 독서가 나에게 젊음과 꿈을 계속 안겨 주고 있다는 사실에 한없는 감회와 감사를 느낀다.

 

'독서의 길은 영원하다'는 말이 독자들의 고백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2021년 5월

 

김형석

 

김형석 교수를 만든 백년의 독서

by 미스터신 2021. 8. 8. 10:00

무한의 지평을 여는 상상력의 힘

 

만약, "사업을 하면서 가장 필요한 재능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상상력이다"라고 말할 것이다. 상상력은 모든 꿈의 시작이며 현실로 가기 위한 첫 번째 문이다. 모든 현실은 상상으로부터 시작된다. 다행스럽게도 상상에는 제한도 없고 비용도 필요없다. 단지 상상할 수 있는 자유와 사고만 갖추면 된다. 상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인간이 가진 가장 위대한 재능 중 하나다. 인류의 모든 문명과 발전은 누군가의 상상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한 개인의 모든 환경도 결국은 나 스스로의 상상의 잔유물이다.

 

반면, 사업을 하면서 가장 위험한 요소는 무엇이냐 묻는다면 망상이라고 말할 것이다. 상상이 비현실적으로 나타난 형태가 망상이다. 망상은 스스로의 비판과 고뇌를 거치지 않은, 주관적인 자기 욕구의 표현일 뿐이다. 패배주의의 극단적 표현이 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망상이 모든 것을 허물며 모든 것을 사라지게 한다.

 

나는 십 대 청소년 무렵에 좋은 상상을 찾아내어 키우는 재능을 받아들였다. 그것은 바로 독서였다. 독서는 내 생각의 균형을 잡아주고 끊임없이 사고하는 버릇을 안겨주었다. 내 사업의 성공은 독서로부터 태어났고 독서로 유지되고 있다. 미력하나마 이 책이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나 독립적이며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큰 기쁨이 될 것이다. (중략)

 

책을 읽으며 상상하며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독서의 힘이다. 학교공부는 독서를 통해 얻는 사고의 힘을 결코 가르치진 못한다. 나의 인식과 생각을 정리하고 키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스스로의 독서를 통해서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시작한 독서 버릇은 여태껏 한번도 쉬지 않고 이어져 왔다. 처음엔 중고 책방에서 삼중당 문고판 전체를 하나하나 읽기 시작해 첫해에 100권 넘는 책을 읽었다. 등하교 시간의 차 안에서는 항상 책을 붙들고 있었다. 대학에 입학해 가장 좋았던 것은 도서관에서 아무 책이나 빌려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입학식 때 하나씩 주었던 도서관 출입증에는 빌려간 책을 적어 넣는 페이지가 30여 장 있었지만 한 학기도 끝나기 전에 모두 채워버렸다. 인문서적을 즐겨 읽었으며 온갖 세계 문학을 건조한 땅에 비 받아들이듯 읽어나갔다.

 

미국에 올 때도 내가 갖고 있던 모든 책을 남김없이 싸들고 왔다. 그 이후로도 한국에 들를 때나 다른 도시를 방문하면 항상 책방을 먼저 찾아갔다. 요즘도 한 달에 책값으로 평균 300달러 정도를 사용하며 보유하고 있는 책들이 수천 권이 넘는다.

 

나의 관심 독서 방향은 일정치 않았다. 여름 한철은 비교문화에 관련된 책만을 주로 읽다가 가을에는 물리학 관련 자료를 읽었다. 물리학자들이 영향을 받은 철학책을 읽다 보면 수학으로 돌아오고, 그러다 느닷없이 동학관련 서적에 몰두하거나 불교서적을 즐겨 읽기도 했다. 책 속에서 다른 저자의 책이 소개되는 경우는 반드시 그 책을 찾아 읽었다. 노자에서 김용옥에서 오강남에서 김교훈에서 함석헌에서 유영모로 옮겨가듯이 독서를 즐겼다.

 

서른 후반에는 시집도 좋아했다. 좋은 한 편의 시는 소설 한 권과 같은 영향을 준다. 천성적으로 외우는 것이 부족해 전편을 외우는 시는 없어도 많은 시를 기억하고 있다. 흔히 고전 명작이라는 책들은 나이가 들어서 다시 한번 전체를 읽어봤다. 젊어서 이해 없이 읽던 시절과는 또다른 감흥을 주었다.

 

마흔이 넘어서는 물리학과 수학에 빠져 어려서 수학을 공부하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어떤 이들은 나의 이런 독서량을 지켜보며  제목이나 제대로 기억하느냐고 묻는다. 물론 다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의미와 분석은 이미 내 안에서 다시 성장해 나간다. 독서는 읽은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니다. 독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위대한 학자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공부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노자나 러셀 또는 촘스키 같은 분도 독서를 통해서는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스승으로 모시고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런 기회를 통해 나의 사고와 인식의 경계는 넓어져 갔다. 독서는 나를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독립적 인간으로 키워냈다.

 

나는 지금 어떤 학문이나 어떤 종교나 어떤 문화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나를 가르친 스승들로부터도 '독립인'이다. 특별히 역사인식이나 사고의 영역을 넓혀준 수많은 자유사상가들에게 감사를 드린다. 나는 내 인생 어느 때보다도 스스로의 자유의지를 잘 사용하고 있다. 독서가 아니었다면 이룰 수 없는 꿈이었다.

 

독서 습관을 가진 이후로는 늙어가는 것도 기쁘다. 죽기 전까지 항상 무엇인가 할 일이 있고, 언제까지고 배워나간다는 행복을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 나는 '아들에게 주는 교훈' 이라는 글을 발표했다가 갑자기 유명세를 탄 일이 있었다. 그 때 평소의 여러 글들을 모아서 <좋은아빠>라는 제목으로 책을 낸 적이 있었다. 일전에 무료함을 달래려 우연히 검색창에 내 이름과 책의 이름을 검색해 보니 수도 없이 많은 곳에서, 여러 글들이 과도한 칭찬을 받으며 담겨져 있었다. 내가 여러 책에서 영향을 받았듯이 내 작은 글들도 여러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음을 알고 너무 기뻤다. 오늘도 나는 책이 만드는 기적을 본다. 바로 인간을 바꾸는 것을 보기 때문이다.

 

김밥 파는 CEO_ 김승호

by 미스터신 2021. 6. 25. 10:00

얼마 전 인지심리학자 키스 스타노비치는 읽기에 관한 연구에서 단어 지식의 발달에 관해 그와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는 유년 시절 어휘가 풍부했던 아이가 나중에도 어휘가 풍부해지는 반면 어휘가 빈곤했던 아이는 자라서도 어휘가 빈곤해진다면서 이런 현상에 '마태 효과'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신약성서의 복음서 이름에서 따온 말이지요. 배경 지식에 관한 마태-에머슨 효과라는 것도 있습니다. 즉 폭넓게 제대로 책을 읽은 사람은 읽기에 적용할 자원이 많아지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적용할 자원이 적어지면서 추론과 연역, 비유적 사고의 기초가 부실해지고 결국에는 가짜 뉴스든 날조 뉴스든 불확실한 정보의 희생물로 전락하기 쉽다는 말이지요. 그렇게 되면 청소년들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도 알지 못할 것입니다.

 

다른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배경 지식이 충분하지 않으면, 깊이 읽기의 나머지 과정이 작동하는 빈도도 줄어들어 이미 알고 있는 것 바깥으로는 나가지 않게 되지요. 지식이 진화하려면 계속 배경 지식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역설적이게도 오늘날 대부분의 사실 정보는 증명될 수도 없고 확증될 수도 없는 외부 원천에서 옵니다. 이런 정보를 우리가 어떻게 분석하고 활용할 것인지, 새로운 정보에 대한 비판적 사고를 계속할 것인지 그만둘 것인지가 우리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배경 지식과 분석적 사고를 통한 견제와 균형이 사라진다면,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의 질이나 우선순위가 정확한지, 혹시 외부의 동기와 선입견이 개입된 것은 아닌지 물어보지도 않은 채 정보를 받아들이는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에드워드 테너는 "뛰어난 기술을 생산해낸 지성이 되레 그 기술로부터 위협받는다면 수치스러운 일" 이라고 썼지요. 인간이 그런 덫에 빠지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최근 컨퍼런스에서 앨버타 대학교 도서관의 제럴드 비즐리 관장은 디지털 전환이 책의 운명에 미칠 영향에 관해 이렇게 말했지요. "현재 상황은 해결될 수 없습니다.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책의 특성을 지키는 수호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 말은 독자의 특성에도 적용되어야 합니다. 독자의 특성은 독자가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되고 끝이 납니다.

 

루이 파스퇴르는 획기적인 과학 연구에 관한 이런 말을 남겼지요. "행운은 준비된 정신에만 찾아온다." 이 우아한 발언은 깊이 읽는 뇌에서 배경 지식의 역할을 설명하는 말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것은 준비된 정신을 어떻게 읽기에 적용하고, 우리가 구축하는 정보를 어떻게 분석적인 기술로 분석하며, 그렇게 걸러진 생각들을 어떻게 완전히 새로운 생각과 통찰의 재료로 사용하느냐의 주제로 논의를 이어가기 위한 적절한 연결부라고 하겠습니다.

 

다음 논의로 넘어가기 전에 과학소설 작가인 에일린 건이 남긴 '아주 짧은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그녀의 여섯 단어짜리 소설은 얼핏 우주여행에 관한 것으로 보이는데, 제대로 이해하려면 여분의 STEM 세포가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 '마태 효과'라는 말을 처음 만든 사람은 미국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이다. 아내인 사회학자 해리엇 주커먼과 함께 고안했다고 한다. 마태복음 25장 29절 '무릇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구절에서 따왔다. 일종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뜻하는 말로, 사회학계에서 연구자의 명성에 따라 지원도 격차도 벌어지는 것을 지칭했는데 그 후 다른 연구 분야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 STEM은 21세기 융합교육의 주요 과목인 '과학, 기술, 공학, 수학'의 영문 약자이면서, stem cell은 만능 세포인 줄기세포를 뜻한다.

 

다시, 책으로_ 매리언 울프

by 미스터신 2020. 11. 22. 11:49

누구나 살면서 무수한 불행과 실패의 순간을 마주합니다.

그중에는 삶을 놓아버리고 싶을 만큼 너무 큰 불행도 있어요.

 

저도 1997년 외환 위기 때 심각한 순간을 경험했어요.

결혼 7년 만에 겨우 장만한 집도 잃고,

수중에 돈 한 푼 없이 지방으로 내려가

전전긍긍하며 살아야 했어요.

 

그때 저는 사람이 돈 때문에 궁지에 몰리면

죽음을 생각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어요.

'여기서 핸들을 꺾어서 중앙선을 침범하면

간단하게 죽을 수 있겠구나.'

저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만큼 뼈아프게 힘들었던 시간이었어요.

 

그때 제가 뭘 했는지 아세요?

이 악물고 책을 읽었어요.

끊임없이 생각하고 수없이 고민하며 책을 썼어요.

그 책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저는 다시 강단에 설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사람은 불행한 순간에 하나의 운이 풀리기 때문이에요.

가장 최고치로 몰입할 수 있는 힘이요.

 

불행의 한가운데에 있을 때는

내 불행이 전부인 것 같고, 슬픔과 좌절에 쉽게 빠져요.

이 말은 곧 몰입하기 쉬운 상태라는 거예요.

그래서 가장 불행할 때 책을 읽어야 해요.

 

힘들 때 책 읽으라고 하면 미쳤냐는 소리를 듣겠죠.

"이 상황에 책이 눈에 들어오냐?"

아마 이렇게 반문하는 사람이 많을 거예요.

그런데 사람은 불행할 때 가장 몰입이 잘돼요.

책 한 권을 읽어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요.

 

예전 같으면 다른 사람의 아픈 이야기를

미담 정도로 치부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을 거예요.

그런데 내가 불행에 빠져 있을 때는 감정 이입이 되면서

마치 내가 그 사람이 된 것처럼 펑펑 눈물을 쏟아내요.

어떤 책을 읽어도 다 내 이야기 같고,

'나라면 이렇게 할 텐데'라며 아이디어가 막 샘솟아요.

 

불행 때문에 예민해진 내 마음이 공명하는 거예요.

이미 바닥을 쳤기 때문에

가장 순수한 마음으로 지푸라기를 잡는 거예요.

책 속에는 잡고 싶은 지푸라기가 너무 많아서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신선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거예요.

 

그다음은 어떻게 될까요?

책 속에서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발견하지 못했을

새로운 길을 만나요.

그게 너무 신나서 '내일은 무슨 책을 읽을까' 하며

열심히 책을 읽어요.

그렇게 내 인생이 불행의 공간에서

책 읽는 공간으로 장소를 옮겨요.

그러다 문득 '나 잘 살아내고 있구나' 희망을 봐요.

그렇게 서서히 불행의 시간을 빠져나오고,

책을 통해 얻은 나 자신에 대한 희망을 지렛대 삼아

다시 일어나야겠다고 다짐해요.

그렇게 순차적으로 불행의 시간을 견뎌내고 빠져나와서

결국 털어내요.

 

그래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어요.

슬프고 외롭고 힘들고 울고 싶은 날에는

반드시 책을 읽으라고요.

지금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안 돼도

내 인생이 불행의 수렁에 빠져 있다는 생각이 들면

책을 꺼내 읽으세요.

당신을 다시 일상으로 건져낼 동아줄이 될 거예요.

 

MKTV 김미경TV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불행은 잠시 당신을 스쳤을 뿐이에요."

 

김미경 선생님은 이렇게 말한다. 불행이 나한테 주는 선물이 있을까? 모든 불행은 방향을 두 개 갖고 온다. 하나는 이것 때문에 잘못될 방향. 하나는 이것 때문에 도약할 방향.

오늘부터 나는 나의 불행했던 모든 과거와 작별하기로 다짐했다. 그리고 불행 대신 감사로 가득 채울 것이다. 그렇게 감사하다 보면 '불행이라는 녀석'이 내 마음을 다시는 흔들지 않을 것이다. 다시는 불행에 빠지지 않도록 마음관리를 잘해야겠다.

'선실아, 불행은 말이야. 잠시 너를 스쳤을 뿐이다. 이제 날개를 달고 다시 도약하면 내 삶은 더욱 위대해질 것이다.

'최초 고백! 미경 언니가 삶을 놓아버릴 뻔했던 서른넷 가장 힘들었던 순간'

이라는 영상이 내게 힘이 되었듯이 훗날의 나도 누군가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타인에게 힘을 주려면 스스로를 성장시켜야 한다. 열심히 성장해서 내년에는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메신저가 되고 싶다. - 최선실 님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_ 김미경

by 미스터신 2020. 7. 11. 06:47

아파트에만 조망권이 있는 게 아니에요.

사람의 생각에도 조망권이 있어요.

다른 사람의 기준에 휘둘리지 않고

내 삶을 더 높게 멀리 보려면

생각의 조망권이 높아야 합니다.

 

특히 엄마의 생각 조망권이 정말 중요해요.

엄마의 선택이 곧 자녀의 인생이 되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봐왔거든요.

 

아들이 자퇴를 선택했을 때,

당시 제가 물리학이며 양자 역학이며 주역 등에 심취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아들의 사건을 엄마의 관점이 아니라

우주의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었거든요.

 

'고작 16살에 평생 하고 싶은 것을 알아내다니,

나중에 엄청 잘되려고 지금 학교를 그만두는 거구나.'

마치 남의 집 아들이 자퇴한 것처럼

내 아들의 사건을 객관적인 위치에서 바라보게 된 거예요.

 

반면 우리 남편은 엄청 겁을 먹었어요.

기존의 사회적 잣대로만 아들의 자퇴를 바라보니까

엄청난 불행이라고 생각할 수박에요.

 

그래서 부단히 책을 읽고 공부를 해야 해요.

책을 읽는다는 건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하는 거예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을수록

다양한 관점으로 세상의 현상을 해석할 수 있게 됩니다.

남의 생각과 남의 시선과 남의 철학을 빌려서

깨닫는 연습을 해야

더 높은 곳에서

내 문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할 수 있어요.

이게 바로 생각의 조망권을 높이는 방법입니다.

 

생각 조망권이 낮은 사람의 특징이 뭔지 아세요?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요.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내가 이런 큰 병에 걸렸지?'

'나쁜 친구들 꾐에 넘어가서 잠깐 방황하는 걸 거야.'

이렇게 눈앞의 현실조차도 엉뚱하게 해석해버려요.

자신의 생각과 관점이 전부인 사람은

자신의 이해를 벗어나는 문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그리고 물귀신처럼 주변 사람들을

자신이 있는 지하까지 끌어내려요.

'엄마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감히 나를 배신해?'

자신의 꿈을 좇아 자퇴를 선택한 아들에게

온갖 죄책감을 강요하면서

기어이 꿈을 포기하게 만들어요.

엄마의 생각 조망권이 아들의 인생까지 지하로 끌어내리는 거죠.

 

생각 조망권까지 포함해서 엄마예요.

좋은 어른, 좋은 엄마로 살고 싶다면

생각 공부를 게을리하면 안 돼요.

자녀의 생각 조망권을 지상 15층으로 끌어올리느냐,

아니면 지하 5층으로 끌고 내려가느냐,

이 차이가 진짜 부모의 실력입니다.

 

MKTV 김미경TV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지적인 힘이 부족하면 스스로의 불행을 크게 해석하게 돼요. 비참한 오늘을 살지 않을 방법은 미래를 사는 거예요. 그러니 공부하세요. 모든 메시지는 해석하기 나름이에요. 꺾인 나뭇가지는 반드시 다른 방향을 가리키죠. 책을 읽으면 다른 문을 열고 나가서 다른 곳을 보게 되고 층이 다른 조망권이 생겨요. 인생을 바라보는 조망권이 달라지면 인생을 다르게 해석하고,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달라지고, 특히 나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져서 늘 나를 위한 좋은 선택을 하게 돼요. 조망권이 달라지면 사랑하는 내 아이들을 위한 좋은 선택을 자신 있게 할 수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원인을 남이 아닌 나에게서 찾다 보니 스트레스가 줄고 불평불만이 줄었다. 내가 나를 사랑해주며 자존감이 높아졌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도 예전과는 다른 각오로 임하게 됐다. 더욱 적극적으로 더욱 열정적으로 마지막으로 평생 책을 읽고 공부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성장할 나의 모습이 설레고 너무 기대가 된다.  - 박시연 님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_ 김미경

by 미스터신 2020. 7. 3. 11:49

지금과 다른 삶을 꿈꾸고 있나요?

그렇다면 일상에서 멀리 떨어진 곳과 '연결' 되십시오.

다른 생각, 다른 경험을 한 사람들과 나를 연결시켜야

다른 차원의 삶으로 건너갈 수 있어요.

 

제가 피아노 학원 선생님을 하던 시절,

하루 종일 아이들을 가르치고 나면

허무한 감정이 밀려들곤 했어요.

다른 사람들과 좋은 책도 읽고 싶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토론도 해보고 싶은데

제 주변에는 그걸 같이할 만한 사람이 없었거든요.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학부모들, 동네 사람들,

매일 마주치는 그 사람들은 매일 같은 이야기만 했으니까요.

 

그러다 우연히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세미나를 알게 됐고,

수강료가 꽤나 비쌌지만 돈을 열심히 모아서 수업을 들었어요.

과장을 좀 섞어 말하자면,

그 세미나는 마치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연 것 같은 기분이었어요.

나보다 5단계쯤 고수인 사람들과 마주 보고 앉아서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는데,

저도 모르게 평소에는 쓰지도 않던 고급 단어가 막 나오는 거예요.

각자 읽은 책 내용을 발표했는데,

저는 제가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잘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깨달았죠.

내 안에 숨은 재능을 밖으로 꺼내려면

같은 재능을 가진 사람들과 연결돼야 하는 거구나.

그 사람들과의 만남이 나의 재능을 꺼내는

연결의 파이프였구나.

앞으로 어떤 사람들과 연결되느냐에 따라

내 안의 무수한 재능이 밖으로 꺼내지겠구나.

 

책을 읽어서 배우는 건 절반에 불과해요.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배워야 비로소

나머지 절반이 채워집니다.

책에는 없는 살아 있는 배움은

사람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어요.

 

지금과 다른 삶을 원한다면

새로운 사람과 만나고 연결되는 것에 게을러지지 마세요.

그 연결 속에 새로운 시작과 성공이 숨어 있습니다.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_ 김미경

by 미스터신 2020. 6. 25. 11:10

"꿈이 뭐예요?"

"하고 싶은 게 뭔가요?"

 

혹시 이 질문에 선뜻 답하지 못하겠다면

일단 책을 읽으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른다는 건

내 머릿속에 생각의 재료가 없다는 뜻이에요.

그럴 때는 일단 채워야 합니다.

생각의 재료를 채우는 데 책만큼 좋은 게 없거든요.

 

일단 책을 읽다 보면 힌트가 하나둘씩 생길 겁니다.

그리고 생각이 발동을 걸기 시작하겠죠.

머릿속에 떠다니는 생각의 재료들이

서로 다양한 조합을 만들고 해체하는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답을 찾아낼 거예요.

 

뭔가 배우고 싶지만 시간과 돈이 없다고요?

그럼 책을 읽으세요.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힌트를 만나게 되는데,

그중 상당수는 새로운 나를 만나는 거예요.

다른 사람의 아픔에 함께 눈물을 흘리며

타인에게 공감하는 나를 만나기도 하고,

누군가의 깨달음에 깊이 몰두하며

평소에는 생각조차 안 해본 일들을 고민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만의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도 합니다.

 

책을 읽는다는 건 곧 나를 만난다는 겁니다.

일상에서는 절대 만나지 못하는

상상력이 풍부한 나, 모험을 즐기는 나를

책을 읽으며 수없이 만나는 거죠.

그 만남이 나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고,

때로는 새로운 도전의 시작이 되기도 합니다.

 

혹시 요즘 외롭거나 자존감이 낮아진 것 같나요?

그렇다면 책을 읽어보세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삶인지 헷갈릴 때,

나 자신을 위로하고 싶은데 방법을 모를 때,

책을 읽으면 많은 문제가 해결됩니다.

 

'이까짓 책이 무슨 도움이 되겠어?'

혹시 이런 생각이 들어도 질문하지 말고

그냥 무조건 책을 읽어보세요.

 

책을 읽는다는 건 나를 읽는다는 거예요.

나의 성장을 멈추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열심히 살다가 멈춘 사람이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든,

책을 읽다 보면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발견하게 될 거예요.

 

때로는 책이 나를 살리는 귀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_ 김미경

by 미스터신 2020. 6. 18. 11:09

매일 공부의 힘을 키우기 위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를 꼽으라면 독서입니다. 그만큼 중요한데도 학원 다니랴, 숙제하랴 책 읽는 시간은 뒷전일 때가 많아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많은 초등 부모가 "독서를 많이 하는 건 당연히 좋은 일이지만 학원 다니면서 숙제하고 문제집 풀 시간도 없는데 독서를 그렇게 꼬박꼬박 하기는 어려워요." 하고 하소연합니다.

 

직언을 드리자면 독서 할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쁜 일정이라면 그건 지금 아이의 일정에 문제가 있는 겁니다. 독서 할 시간이 충분치 못하다는 고민은 중학교 이후에 할 수는 있어도 아직은 아닙니다. 수치화된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교실에 만났던 많은 학생의 경우를 되짚어 큰 틀에서의 결론을 내려본다면 그들의 입시 성적을 결정지은 건 초등학교 때의 성적이 아니라 '독서'였습니다.

 

초등 시절 올백을 맞지 못했지만 꾸준히 폭넓은 독서를 한 아이들은 중고등학생이 되어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암기에 능하고 독서를 소홀히 했던 아이들은 뒷심을 발휘하지 못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 비밀을 잘 알고 있는 선배 선생님들이 자녀에게 신경 써서 독서를 시키는 모습을 오랜 시간 지켜보기도 했고요.

 

초등 아이의 성적을 신경 쓰고 있다면 가장 중요한 한 가지는 역시 독서입니다. 독서 시간을 확보한 상태에서 숙제와 공부를 해나가야 합니다. 10년이 넘는 오랜 학창 시절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힘, 사교육의 도움이 아닌 스스로 길러진 논리적 사고력으로 고된 입시를 준비해나가는 힘이 되어주는 것이 독서이기 때문입니다.

 

책을 통해 집중력, 어휘력을 키우고 사회, 과학 분야의 지식을 습득하는 일, 상식을 넓히는 일은 독서의 기능 중 일부분일 뿐입니다. 뇌 성장이 가장 활발하고 결정적으로 이루어지는 초등 시절의 독서는 평생을 사용할 두뇌의 힘과 범위를 키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 시기에 만들어진 뇌의 용량과 폭넓은 사고력은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었을 때 갖게 되는 직업 현장에서도 최대의 능력을 발휘하는 힘이 됩니다.

 

그럼 이제 우리 아이의 매일의 독서 습관을 잡기 위한 방법을 함께 고민해볼게요. 미루지 말고 오늘부터 매일 실천으로 옮겨보세요.

 

초등 독서 적정 시간

 

학년과 상관없이 초등학생들이 매일 해야 하는 독서의 최소 시간은 30분입니다. 그 이상 할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아이에게 책을 읽는 일이 공부, 의무, 숙제로 느껴지지 않는다면 주말이나 방학, 여행, 명절에도 30분 독서를 유지하면 좋습니다. 아직 책 읽는 습관이 자리잡히지 않아 30분 독서를 힘겨워하는 경우라면 평일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적어도 평일만큼은 30분 이상의 독서 시간을 지킬 수 있도록 규칙으로 정하고 습관이 잡힐 때까지 적절한 보상을 제공해 주세요.

 

아직 읽기 독립이 되지 않았다면 30분 동안 책을 읽어주고, 스스로 읽을 수 있는 아이라면 혼자 집중해서 30분씩 읽는 습관을 들여주세요. 지루해하고 그만 읽고 싶어하는 아이를 설득하고 혼내기도 하며 독서 시간을 확보하고 늘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래 책을 좋아하는 아이라도 스마트폰 게임과 텔레비전 시청의 기회가 있다면 그것을 먼저 하려고 하니까요.

 

방과후의 일정에 따라 시간의 여유가 있는 날이 있고 아닌 날도 있을 거예요. 일정에 따라 융통성 있게 최소 30분, 혹은 한 시간 이상의 독서 시간을 미리 확보해두세요. 짬이 날 때마다 학교 도서관, 지역 도서관에서 시간을 보내는 습관을 갖게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도서관에 데려갔더니 오히려 만화책 보는 습관만 생겼다며 도서관을 흉가 보듯 멀찍이 피하시는 분들도 계시는데요, 만화책이라도 읽으며 도서관의 분위기에 적응해가면서 천천히 글 책도 한 권씩 읽기로 약속하면서 습관을 잡아주세요. 재미있게 잘 읽고 있는 책은 등교할 때 챙겨 보내주세요. 학교에서는 수업 시간에 개별 과제가 끝나면 독서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시간을 잘 활용하면 매일 30분의 독서 시간은 충분히 확보된답니다.

 

초등 매일 공부의 힘_ 이은경 교사

by 미스터신 2020. 5. 21. 14:43

지식도서 다독가는 강제로 만들 수 없다

 

제대로 읽은 지식도서 한 권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합니다. 책을 읽으며 습득하는 지식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핵심은 방대한 분량의 지식을 이해하고, 상호 연결하는 과정에서 아이의 머릿속에 지식 처리 전용 '광통신망'이 깔린다는 사실입니다. 이 광통신망은 성능이 매우 뛰어나서 일단 깔고 나면 지식 습득에 있어서 엄청난 성능을 발휘합니다. 한 권만 제대로 읽어도 이런데 10권, 100권을 읽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사실 저는 이런 경우를 직접 본 적이 없습니다. 감히 단언하자면 <코스모스> 수준의 지식도서를 10권 이상 제대로 읽은 학생은 전국을 탈탈 털어 0.01%도 안 될 겁니다. 그런데도 이런 사례를 찾기는 아주 쉽습니다. 지적능력으로 놀라운 업적을 이룬 위인급 인물을 아무나 고른 후에 그 사람의 성장기를 살펴보면 되기 때문입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거기 죄다 모여있습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저처럼 아주 적은 수의 지식도서를 꼭꼭 씹어먹듯 읽는 경우와 전혀 다른 방식의 독서를 합니다. 같은 책을 여러 번 읽는 경우도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책을 한 번만 읽죠. 그런데도 여러 번 읽은 것처럼 책 속에 담긴 지식을 완벽에 가깝게 흡수해냅니다. 이런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어린 시절부터 지식도서를 제대로, 많이 읽은 덕분입니다. 폭넓고 탄탄한 기초 지식, 높은 수준의 언어능력, 지식 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 덕분에 어떤 지식도서든 훤히 꿰뚫어 보며 읽을 수 있습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들은 거대한 고래가 바닷물을 집어삼키듯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집어삼킵니다. 그게 무엇이 됐든 매일 새로운 지식을 자양분으로 삼아야만 살아있다고 느낍니다. 그 결과 그들은 더 강한 '광통신망', 압도적인 지식, 세계를 꿰뚫어 보는 눈을 얻습니다. 이쯤 되면 학교 공부는 더 이상 고민거리가 아닙니다. 교과서에 나오는 지식 대부분은 이미 다 아는데다 설사 모르는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보잘것없을 만큼 쉽기 때문이죠. 학습에 있어서 이들은 초능력자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 학교에서 지식도서 다독가는, 어딘가에 생존해 있을지도 모르지만 발견된 적은 없는 멸종 위기종 동물과 같습니다. 우리의 교육현실이 이들의 생존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제가 지금부터 드리는 말씀은 저 멀리 별천지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만약 자녀가 어리다면 이 장을 특별히 신경 써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식도서 다독가에는 크게 네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이 네 유형의 경계선은 명확하지 않습니다. 1번 유형이 2, 3번 유형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고, 3, 4번 유형이 1번 유형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이 유형 분석은 아이를 지식도서 다독가로 성장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로 성장하는 원리를 알면, 아이가 다독가의 자질을 보일 때 그 싹을 꺾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여기서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식도서 다독가는 강제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절대로 되지 않습니다. 강제로 시도했다가는 부작용만 낳을 뿐입니다.

 

유형 1. 활자중독형

 

활자중독형은 책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읽는 유형입니다. 쉽게 말하면 도서관 서가의 A열부터 Z열까지 한 권도 빼놓지 않고 다 읽어버리는 식입니다. 발명완 에디슨,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연쇄 창업마라는 별칭을 가진 테슬라 CEO 엘론 머스크 등이 이 유형에 속합니다.

 

도서관을 정복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열정이 필요합니다. 에디슨은 초등학교 때 퇴학을 당하는 바람에 시간과 열정을 얻을 수 있었고, 빌 게이츠는 도서관에서 미친 듯이 책만 읽다가 아들의 정신이 이상하다고 여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병원 진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손에서 책을 놓는 법이 없었던 엘론 머스크는 친구들이 집에 놀러 와도 저 혼자 독서를 하는 기행을 일삼았습니다. 그 결과 청소년이 되기도 전에 이미 읽은 책의 권수가 만 권을 돌파했습니다. 경위야 어떻든 도서관 어린이실을 통째로 정복하거나 그에 버금가는 독서를 하면 아이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인재가 됩니다.

 

도서관 어린이실 서가는 어른들이 이용하는 문헌정보실 서가와 구조가 같습니다. 역사, 과학, 철학, 사회, 정치, 문학 등 모든 분야의 책이 다채롭게 비치돼있죠. 다른 점은 책의 수준이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뿐입니다. 어린이에게 맞춰져 있다는 것이 유치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세상에 유치한 문학, 유치한 지식은 없습니다. 다만 어렵고 복잡한 것을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놓았을 뿐이죠. 따라서 어린이실의 서가를 정복한다는 것은 세상 모든 종류의 지식을 머릿속에 데이터베이스화하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어떤 아이가 어린이실에 비치된 역사책 전부를 제대로 읽는다고 가정해보죠. 한 분야의 책을 여러 권 읽는다는 것은 그 분야의 지식을 반복 확장해서 학습함을 의미합니다. 한국사 통사 책을 한 권 읽으면 아이는 한국사의 대략적 흐름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도서관에는 한국사 통사 책만 수십 종 넘게 비치돼있습니다. 담고 있는 지식은 비슷하지만 책마다 조금 다른 관점, 조금 다른 강조점, 조금 다른 서술 방식을 갖고 있죠. 따라서 수십 종에 이르는 한국사 통사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사 통사 지식을 조금씩 다른 관점으로 수십 번 반복 학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교과서를 달달 외워 습득한 지식과는 전혀 다른 입체적이고도 해박한 지식을 얻게 됩니다.

 

처음 통사 책을 읽을 때는 모든 것이 새롭습니다. '단군왕검이 고조선을 세웠구나', '고구려라는 나라에는 광개토대왕이라는 사람이 있었구나' 하고 새로운 사실들을 접합니다. 이렇듯 처음 통사 책을 읽는다는 것은 한국사라는 새로운 지식을 만나는 행위입니다. "안녕. 반가워" 하고 인사를 하는 거죠.

 

두 번째 통사 책을 읽을 때는 다른 관점, 다른 서술 방식으로 같은 지식을 다시 습득합니다. 단군왕검이 다시 고조선을 세우고, 광개토대왕이 다시 북방을 정복하죠. 그러면서 아이는 첫 번째 통사책을 읽는 과정에서 획득했던 지식을 강화하고, 놓쳤던 지식을 새로이 머릿속에 입력하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활약했다는 것만 알았는데, 두 번째 읽을 때는 임진왜란이 일어난 시기가 조선 중기였고, 50년 후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이 발생한다는 것을 깨닫는 식이죠. 한국사 지식이라는 커다란 퍼즐망이 서서히 채워집니다.

 

이렇게 6~7권의 한국사 통사 책을 읽고 나면 아이는 이제 다음장에 무슨 내용이 나올지 훤히 알 정도로 한국사 지식에 능통해집니다. 그뿐만 아니라 책들 사이에 서로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도 느끼게 됩니다. 스무 권, 서른 권을 읽고 나면 사건들의 상호 관계까지 세세하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머릿속에 한국사 통사라는 지식 체계 하나가 완전한 형태로 세워지는 것입니다. 이제 아이는 자기가 원할 때 언제든지 그 지식을 꺼낼 수 있습니다. 심지어 자기가 원하지 않을 때도 툭툭 튀어나옵니다. 한국사 지식이 내면화됐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지식을 생각의 재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엄청난 이점이자 성장입니다.

 

예를 들어 차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다가 유람선을 봤다고 해보죠. 가뜩이나 도로가 막혀 심심했던 아이는 자연스레 거북선을 떠올립니다. 처음에는 한강 위에 거북선을 띄워 유람선을 공격하는 상상 놀이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다 문득 거북선의 유별난 모습에 생각이 미칩니다. '거북선은 왜 등딱지 같은 덮개로 덮여있을까? 하고 의문을 품게 되는 거죠. 그리고 '거북선은 전쟁용 배니까 당연히 잘 싸우기 위해서겠지. 그런데 등딱지가 있는 게 왜 싸움에서 유리하지?' 하는 식으로 생각을 이어가게 됩니다.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고대 해군의 전쟁 방식으로 이어집니다. 전쟁 방식을 알아야 등딱지가 왜 유리한지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이는 고대 해군의 전쟁 방식을 모릅니다. 자기가 아는 지식의 한도 내에서 생각할 수밖에 없죠. 아이가 본 해상 전투라고는 <캐리비안의 해적> 같은 영화 속 장면뿐입니다. 해적들은 유람선을 약탈할 때 사다리나 줄을 이용해 그 배로 건너갑니다. 그런데 등딱지가 있으면 그렇게 건너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고 보니 거북선의 등딱지에는 무수히 많은 송곳이 박혀있습니다.

 

이제 확실해졌습니다. 거북선의 등딱지는 적군이 우리 배로 넘어오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입니다. 여기서 생각이 더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등딱지로 왜군이 넘어오는 것을 막으려 했다는 것은 왜군이 그만큼 배 위에서 전투를 잘했다는 뜻입니다. '같은 군사인데 왜 왜군이 배 위에서 더 잘 싸울까?' 아이는 책에서 읽은 전투 지식을 머릿속에서 찾습니다. '중국의 주무기는 창, 한국의 주무기는 활, 일본의 주무기는 칼'이라는 내용을 떠올립니다. 아이는 다시 사고 실험을 합니다. 조선 배와 왜의 배가 만납니다. 조선 배가 주무기인 활을 쏩니다. 별 소용이 없을 것 같습니다. 배의 나무 기둥이나 선실로 몸을 숨기면 화살을 맞지 않을 테니까요. 왜군이 배를 바짝 붙이고 조선 배로 넘어옵니다. 칼을 잘 쓰는 왜군이 조선군을 쉽게 이깁니다. 그런데 왜 창이 아니고 칼일까? 아이는 잠시 생각합니다. 배 위의 공간이 좁습니다. 긴 창을 휘두르면 이것저것 걸리적거리는 게 많을 겁니다. 짧은 칼이 훨씬 유리하겠죠.

 

머릿속에서 하나의 지식 체계를 완벽하게 입력해두면 이런 식으로 곱씹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곱씹는 과정에서 아이는 지식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흡수합니다. 현실과 동떨어진 책 속의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사고와 완전히 일체화된, 살아있는 지식을 갖게 됩니다. 그리고 이 지식은 다른 유형의 역사책을 읽으며 다시 한번 반복 학습됨과 동시에 세밀화됩니다. 아이는 시대 배경을 훤히 알고 있는 상태에서 세종대왕과 광개토대왕 위인전을, 유물에 관한 책을 읽습니다. 지식이 상호 연결되며 강화됩니다.  어린이실의 역사 서가를 정복할 때쯤이면 아이는 준전문가급의 지식 체계를 갖추게 됩니다. 이는 단순히 지식이 많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수많은 정보를 상호 연결해 복잡다단한 하나의 지식 체계를 머릿속에 집어넣은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식을 처리하는 능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죠.

 

이런 식으로 문학, 과학, 사회, 정치, 철학 분야의 도서를 모조리 독파합니다. 아이가 쓸 수 있는 생각의 재료가 점점 늘어납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입니다. 역사의 지식 체계를 머릿속에 넣은 아이가 읽는 문학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읽는 문학과 전혀 다릅니다. 역사와 문학을 독파한 아이가 읽는 과학책은 그렇지 않은 아이가 읽는 과학책과 전혀 다릅니다. 세상의 모든 지식 분야가 머릿속에 하나의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그런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렇지 않은 아이가 바라보는 세상과 전혀 다릅니다. 아이는 세상 모든 것을 자신의 지식 네트워크를 이용해 해석할 수 있고, 그 해석의 과정을 통해 강화할 수 있습니다. 진정한 의미의 통섭적 인재, 세상을 읽는 눈을 가진 지식인이 되는 것입니다.

 

이 아이들이 교과서를 봅니다. 교과서는 자신의 지식 네트워크에 이미 구축된 내용을 앙상하게 추려놓은 것에 불과합니다. 언어수준도 턱없이 낮습니다. 교과서를 한 번 읽으면 공부가 끝납니다. 따로 공부할 과목은 수학과 영어뿐입니다. 그런데 그마저도 금세 끝납니다. 아이의 지식 처리 능력이 외국어의 지식 체계, 교과 수학의 연산 수준을 훌쩍 뛰어넘기 때문입니다.

 

도서관을 통째로 읽어내는 사람은 천재입니다. 이들의 천재성은 뛰어난 머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칠 듯한 독서 욕구에 있습니다. 운동 중독자가 운동을 하지 않으면 온몸이 근질근질한 것처럼 잠시도 활자를 읽지 않으면 뇌가 근질거려 견디지 못하는 것, 그래서 항상 책을 손에 달고 다니고, 어쩌다 책이 없을 때는 하다못해 광고판이나 제품설명서라도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것, 바로 이것이 천재성의 핵심입니다. 왜냐하면 독서에 대한 강렬한 열망 말고 그 무엇도 이렇게 책을 읽게 만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유형 2. 탐구형

 

탐구형은 호기심에 이끌려 책을 읽는 유형입니다. 활자중독형이 방사형 독서를 한다면 탐구형은 선형 독서를 합니다. 예를 들어 국내 최연소 박사인 송유근 씨는 어린 시절 바람을 무척 신기해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동안 바람을 다룬 책을 읽었습니다. 바람에 관한 책을 읽다 보니 이번엔 바람의 힘을 이용한 요트나 돛단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요트나 돛단배를 다룬 책들을 읽었고, 항해술에 대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탐구형은 이런 식으로 호기심을 쫓아가며 책을 읽습니다. 독서를 통해 호기심을 충족하는 과정에서 지식이 쌓이고, 지식이 쌓이는 과정에서 다시 호기심이 생기는 거죠. 독서 방식 자체가 '지식의 구조'와 꼭 닮아있습니다.

 

탐구형은 공격적인 독서를 합니다. 책을 읽는 원동력이 호기심이기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왜?', '어떻게?'라는 질문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때문에 책을 읽는 동안 발생하는 사고의 양이 많고, 책 속의 지식도 깊이 흡수합니다. 책 한 권 한 권의 독서 효과가 클 수밖에 없죠. 또 탐구형은 종종 본인의 언어능력을 몇 단계 뛰어넘는 책을 읽는 괴력을 발휘합니다.

 

예를 들어 '현대 기계 문명은 어떻게 시작됐을까?'라는 호기심이 들었다고 해보죠. 아이는 어린이책을 통해 '기계 문명은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만으로는 호기심이 풀리지 않습니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제임스 와트 말고도 수많은 사람이 증기기관 발명에 도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될 테고, 그 사실에 의문을 품을 테니까요. '그전에는 아무도 만들지 않았던 증기기관을 왜 하필 그때 여러 사람이 만들려고 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거죠. 이렇게 의문을 쫓다 보면 아이는 결국 어린이책의 경계선을 넘게 됩니다. 자신의 언어능력으로는 감당이 안 되는 책에 손을 대게 되는 거죠. 청소년용 도서, 심한 경우 성인용 도서까지 독서 지평을 넓힙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또래의 수준을 뛰어넘는 언어능력과 지식, 지식을 습득하는 능력을 탑재합니다. 이것만으로도 아이는 교과 학습 정도는 우습게 해치울 수 있는 능력자가 됩니다. 만약 아이의 호기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이어진다면 아이는 결과적으로 활자중독형과 마찬가지로 전 분야의 지식을 폭넓고도 깊게 쌓게 될 겁니다.

 

사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독서 이력을 본다는 것은 탐구형 독서가의 선형 독서, 다시 말해 독서 목록을 통해 아이의 지적 호기심이 어떤 궤적을 그리고 있는가를 보겠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보통은 고등학생 필독서 위주로 독서 이력을 작성하죠. 그래서 서울대학교 입학처장이 매년 추천도서를 얼마나 많이 읽었느냐를 보려고 하는 게 아니라 '학생의 지적 여정'을 보려는 거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유형 3. 마니아형

 

활자중독형, 탐구형과 함께 지식도서 다독가의 3대 유형을 이루는 것이 바로 마니아형입니다. 활자중독형이 팔방미인, 탐구형이 지식탐험가라면 마니아형은 한 우물만 파는 특정 분야 전문가입니다.

 

아이들은 모두 마니아형이 될 기본 자질을 갖고 태어납니다. 아이라면 누구나 흥미로워하는 분야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아이는 로봇이나 비행기를 좋아하고, 또 어떤 아이는 공룡이나 화산을 좋아하는 식으로 말이죠. 그런데 대부분의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관심사를 잃게 됩니다. 어른들이 아이의 관심사를 쓸데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한 분야만 좋아하는 것을 나쁜 것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아이가 돈에 열광한다고 해보죠. 고작 열 살밖에 안 된 아이가 경제에 관한 책만 읽고, 투자나 창업, 주식 같은 것에만 관심을 두는 겁니다. 다른 책은 손도 안 대려 합니다. 이 경우 부모님은 자연히 걱정을 하게 됩니다. 어린아이가 벌써부터 돈, 돈 하는 것도 마뜩잖고, 지금 돈에 관해 공부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돈에 대해서도 이런데 만약 공륭이나 로봇, 패션 등에 열광한다면 정말 한숨만 나올 겁니다. "그런 책 읽을 시간 있으면 영어 단어나 외워"라는 말이 절로 나오겠죠.

 

어른의 눈에 아무리 한심해 보이는 분야라도 열광하는 관심사가 있다는 것은 아주 중요합니다. 설사 그 지식이 실제로 쓸모없다 하더라도 말이죠. 왜냐하면 그 강렬한 관심사가 지식도서를 읽는 힘이 되어주고 더 나아가 언어능력의 한계를 뛰어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로봇을 좋아해서 로봇 책만 읽는 아이가 있다고 해보죠. 원하는 대로 책을 공급해준다면 이 아이는 이내 시중에 나와있는 로봇 책을 모조리 독파하게 될 겁니다. 로봇에 대한 흥미도가 높아 멈추지 못한다면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입니다. 기계 공학으로 관심사를 확장하거나 자기 연령대보다 높은 수준의 로봇 공학책을 읽는 것입니다. 진정한 마니아라면 독서의 지평이 양방향으로 확장될 겁니다. 기계 공학을 읽으면서 동시에 수준 높은 로봇 공학책도 읽는 거죠. 물론 로봇이 등장하는 이야기책도 포함될 겁니다. 이런 식으로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청소년용 도서를 넘어 성인용 도서까지 정복한다면 아이는 또래를 압도하는 언어능력을 갖추게 될 것입니다. 로봇이라는 특정 분야의 지식 체계를 준전문가급으로 소화한 아이에게 고등학교 교과 공부는 그다지 어려울 게 없습니다.

 

마니아형에게는 또 다른 장점이 있습니다. 마니아형의 강렬한 관심사는 강렬한 꿈을 낳습니다. 이것은 위인들의 또 다른 공통점입니다. 중국 공산당 정권을 수립한 마오쩌둥은 혁명가와 영웅들의 전기를 끼고 살았던 영웅 마니아였습니다. 세계 최고의 투자 전문가인 워런 버핏은 여덟 살 때부터 경제, 투자, 주식 책을 끼고 살았던 돈 마니아였고, 저명한 천체물리학자 칼 세이건은 외계인 마니아였습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아이가 열광하는 분야가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응원해주세요. 황당한 것이든, 돈이 안 되는 분야든 상관없습니다. 열정을 잃지 않는 한 아이는 스스로 발전할 것입니다. 입시 정도는 손쉽게 해결할 거고요.

 

유형 4. 활용형

 

활용형은 책을 일종의 사용설명서로 여기는 유형입니다. 무언가를 배울 목적으로 책을 읽죠. 바둑을 배우기로 했다면 바둑 이론서들을 먼저 읽고, 컴퓨터를 새로 샀다면 컴퓨터 이론서들을 섭렵하는 식입니다. 초등 저학년 때 그 특징이 드러나는 나머지 세 유형과 달리 활용형은 보통 청소년이 되어야 그 특징이 발현됩니다. 대부분의 실용 이론서가 성인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세 유형과 마찬가지로 활용형도 언어능력이 높습니다. 실용적인 정보 위주의 독서를 하기 때문에 교과 관련 지식이 쌓인다거나, 세계관이 성장하는 효과는 거의 없지만 공부머리의 상승효과만큼은 큽니다. 독서의 목적상 책을 사용설명서 읽듯 꼼꼼하게, 구체적인 정보를 기억해가며 읽기 때문이죠.

 

활용형은 책의 내용을 완벽하게 기억하기 위해 만전을 기합니다. 그래야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으니까요. 중요한 부분은 표시해뒀다가 거듭해서 읽기도 하고, 필요하다면 따로 정리해서 외우기도 하죠. 활용형에게 독서는 책 속의 정보들을  꼼꼼하게 정리하고 파악하는 훈련인 셈입니다. 게다가 활용형들은 이렇게 정리하고 파악한 지식을 곧바로 실전에서 써봅니다. 바둑 이론서로 공부한 내용을 바둑을 배우며 써먹고, 컴퓨터 관련 서적으로 쌓은 지식을 컴퓨터를 다루며 쓰죠.

 

이 과정에서 활용형은 자신이 어떤 부분을 잘못 파악했는지, 어떤 부분을 파악하지 못했는지를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추가 독서를 합니다. 글 속의 정보를 파악하는 능력이 계속 업그레이드됩니다. 그 위력은 예상외로 커서 교과 학습에서 어마어마한 효율성을 발휘합니다.

 

지식도서 다독가의 유형은 고정된 것이 아닙니다. 탐구형이 활자중독형의 특징을 가질 수도 있고, 마니아형이 활용형처럼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 외에도 무수히 다양한 변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그 어떤 변용에도 바뀌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지식도서 다독가는 자발성에 의해서만 태어날 수 있고, 그 자발성의 근원은 호기심이라는 사실입니다.  활자중독형은 세상 모든 지식을 궁금해하고, 탐구형은 마음속에서 떠오른 호기심을 쫓습니다. 마니아형은 열광하는 분야에 대한 활화산 같은 호기심을 품고 있으며, 활용형은 자신이 새로이 발을 내딛는 분야를 알고 싶어합니다.  부모님께서 '이런 지식은 알아야 하니 읽어라'라고 말하는 순간, '이 전집은 네 나이 때 꼭 읽어야 해'라고 강제하는 순간, 호기심의 싹은 사그라지고 맙니다. 자발성은 호기심의 짝입니다.

 

공부머리 독서법_ 최승필

by 미스터신 2019. 7. 6.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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