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언니가 조카를 낳았다. 맞벌이인 탓에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게 되었고, 현재는 부모님이 열심히 육아를 담당하고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어머니가 도맡아 애를 보고, 아버지가 옆에서 조금 거든다는 표현이 맞겠다. 아버지는 한 눈으로는 TV를 보고, 다른 한 눈으로는 아이를 본다. 함께 놀아 주는 법을 모르니 TV를 보게 하거나, 무언가를 먹이거나다. 그도 안 되면 재운다.
어머니는 예전에 우리를 키우던 가락이 아직 남았는지 애를 어르고, 노래를 불러 주고, 말도 붙이며 놀아 준다. 이렇듯 아이 대하는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두 분에게도 비슷한 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조카에게 '착한 아이'가 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착한 아이'의 기준은 단순하다. 최대한 당신을 귀찮게 하지 않고, 당신 보시기에 예쁜 짓, 즉 마음에 드는 행동만 하면 된다. 하루에 똥을 세 번 싸는 것은 부모님을 힘들게 하니 '나쁜 아이'의 행동이다. 밖에 나가고 싶다고 떼를 쓰는 것 또한 '나쁜 아이'나 하는 짓이다.
부모님이 원하는 '착한 아이'가 되기 위해선 하루 종일 울지 않고 혼자서 놀다가, 때 되면 밥을 먹고, 아무 것에도 호기심을 보이지 않으며, 누군가 쳐다 보면 방긋방긋 웃어야 하고,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잘 들어야 한다. 이렇게 주욱 늘어놓고 보니 영락없이 어딘가 문제가 있는 아이다.
아이가 크면서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가려면 여러 가지 경험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러나 부모님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육아법에서는 그런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부모님이 생각하는 '착한 아이'는 바꾸어 말하면 그냥 '생각 없이 사는 사람'이다. 아무 것도 시도하지 않으며, 그러므로 실패하지 않는다. 스스로 무언가를 하지 않고, 누군가 시키는 일을 아무런 의심 없이 실행한다.
나라도 조카를 '나쁜 아이'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푸르넷, 책나무 2015년 5월~6월 / 이나영 , 서울시 서초구 서초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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