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친한 친구 중에 '귀엽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친구가 있다. 지나가는 강아지도 귀엽다, 작은 그릇 속 반찬도 귀엽다, 와플 위에 뿌려진 초콜릿 가루도 귀엽단다. 정말로 친구의 눈에는 세상 모든 것이 귀여워 보이나 보다. 친구는 이야기했다. '무엇이든지 저마다 귀여운 구석이 있다니깐' 저마다의 귀여운 구석, 왜 친구는 그 '귀여운 구석'을 봤고 나는 보지 못했을까?
나태주 시인은 풀꽃을 보며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시를 자꾸 되뇌어 볼수록 '자세히 보아야', 그리고 '오래 보아야' 라는 말이 마음에 닿았다. 나태주 시인이 풀꽃을 보듯, 친구는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보았을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귀여움'을 발견했을 것이다.
사실 나의 세상은 무채색이었고, 나는 '색채가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 입학 전까지 목표는 '대학진학'이었다. 그래서 학창시절 동안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고민해보고 경험하고 배울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아무튼 그렇게 성공적으로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스스로가 굉장히 쓸모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고 말았다. 주변 사람들은 저마다 잘하는 것이 있었다. 반면에 나는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심지어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내가 잘하는 게 뭘까' 고민했지만, 결국 답을 찾지 못해서 낙담했다.
귀여움이 가득한 세상에 사는 친구와, 나태주 시인은 나에게 세상을 '자세히' 그리고 '오래'보는 눈을 선물했다. 그 순간부터 나는 다른 무엇보다 나 자신을 그런 방식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했다. 나는 얼굴이 예쁘지는 않았지만, 짝눈이 단조로운 얼굴의 포인트가 되어주는 것 같았다. 밝고 활달한 성격은 아니지만 진지하고 깊게 자신을 성찰하고 반성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림을 못 그렸지만, 글씨를 잘 썼고, 피아노를 못 쳤지만 좋은 피아노곡을 많이 알고 있었다. 재미있게 이야기할 줄은 몰랐지만,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것에는 자신 있었다. 깊고 넓게 책을 읽지는 못했지만 좋아하는 시 하나쯤은 늘 마음속에 지니고 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며 끊임없이 자신을 열등감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기는 정말 쉬웠다. 하지만 그 구렁텅이가 너무나도 싫어서 노력했다. 사람들이 나에게 해주는 작은 칭찬도 새겨 들었고, 매일매일 일기를 쓰면서 목표를 세우고, 하루하루를 돌아봤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들을 관찰하면서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배웠고, 그들의 좋은 점을 따라 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해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끄는 일이라면 가볍게 시작했다. 하지만 과정까지 가볍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2014년을 보내면서 열등감의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와 제대로 나 자신을 마주할 수 있게 됐다.
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어떤 상황에서든 나의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내가 작아질 이유가 없다. 사람들은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더 크게 보기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 사람은 대단하고, 나는 부족해'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각자의 삶을 각자의 방식대로 가꾸어나가면 되는 것이다.
사람마다 다 예쁜 구석이 있다. 나는 이제 '나'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나의 시선을 점점 넓혀가고 싶다. 그 '예쁜 구석'이라는 것을 어디에서나, 누구에게서나 찾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태주 시인처럼 '자세히' 그리고 '오래' 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보잘것없다고 생각되는 '풀꽃'에서도 예쁨과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싶다. 그래서 나는 예쁨과 아름다움이 가득한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그랬으면 좋겠다. 그 예쁘고 아름다운 세상에서 당신과 같이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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