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어린 아이들의 교육 얘기를 하면서 벌써부터 무슨 대입 시험 문제를?' 이라고 의아해할 독자도 있을지 모르겠다. 교육은 아이의 키가 크는 것과 똑같다. 어느 날 갑자기 키가 다 크는 게 아니라 아기 때부터 조금씩 서서히 커 나가고, 그렇게 커 나가는 데는 영양 공급이 잘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도 하루아침에 아이의 능력을 완성시킬 수 없는 것이고, 그런 능력을 잘 갖추려면 영유아 때부터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영양 공급, 즉 '좋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내 아이가 아주 어리더라도 대학 입시에서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대입제도가 워낙 자주 변하기 때문에 미리 알아둬도 소용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미래의 교육제도와 입시제도를 예측할 수만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렇다면 어떻게 예측할 수 있을까? 다른 선진국들이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실제로 우리가 지난 수십 년간 시행해온 교육과 입시제도는 미국 교육을 어느 정도의 시차를 두고 따라가면서 본떠 온 면이 많다. 그리고 미국은 또 다른 교육 선진국들을 참고하며 제도를 만들고 정비해 간다. 그 결과 요즘 선진 교육의 큰 흐름은 세계 어디를 가나 본질적으로는 다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따라서 부모가 '교육 선진화의 흐름'만 잘 알면, 그 '큰 그림'만 전체적으로 잘 볼 줄 알면 자녀교육이 훨씬 수월해질 수 있다. 어려서부터 그런 교육 선진화의 흐름에 발맞춰 아이를 잘 교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런 교육 선진화의 큰 그림에 대해 자세히 소개하면서 어떻게 아이를 가르치는 것이 실력 향상에 효율적일지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다룬다.

 

모든 공부와 시험의 바탕이 되는 네 가지 기술

 

교육 선진화의 핵심은 바로 이 책에서 설명할 융합사고력 훈련이다. 우리 어른들이 학교에 다닐 때 배웠던 것 같은 방식으로는 융합사고력을 잘 키워줄 수가 없다. 구구단이든 영어 단어든 교과 내용이든 무조건 달달 외워선 그런 융합사고력을 기를 수도 없고, 앞으로 점점 더 융합사고력을 많이 요하는 시험 문제를 잘 풀 수도 없다. 즉 교육방법의 혁신 없이는 아이들이 점점 더 힘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교육 선진국에선 이미 오래 전부터 교육 방법을 선진화시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어떤 과목을 가르치든 간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독서와 논술이다. 예를 들어 동화책을 읽을 때에도 그냥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생각의 기술을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읽게 한다. 논술도 모든 교과서에서 다 다루며 어릴 때부터 '논술의 기본 5형태'를 철저히 익히게 한다. 이런 식으로 독서와 논술을 모든 교과에서 선진 교육법으로 배우며 융합사고력을 바탕으로 한 소통의 기술도 자연스럽게 터득해 간다. 최근 들어 교육과 시험에서 소통의 기술, 즉 다른 사람의 글을 잘 이해하며 읽고 글을 잘 쓰고 말을 논리정연하게 잘하는 기술을 강조하는 이유도 시대 변화에 잘 따라가는 사람으로 우리 아이들을 키우기 위함이다.

 

요약하면, 우리 아이들이 익숙해져야 하는 '선진 교육의 구성요소들' 모두가 결국은 생각의 기술, 독서, 논술, 소통의 기술에 기반을 두고 있다. 달리 말하면 이 네 가지에 능하게 되면 앞으로 어떤 시험도 편안히 잘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네 가지를 중심으로 이 책을 엮었다. 편의상 네 부분으로 나누긴 했지만 생각의 기술, 독서, 논술, 소통의 기술은 밀접하게 서로 얽혀 있는 것이어서 그 자체로도 융합을 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두자. 그런 자녀 코칭법, 즉 융합교육법을 이 책을 통해 알아보자.

 

예를 들면 2014년 대입수능시험의 영어 시험 문제를 분석한 영어 교사들은 이구동성으로 "이젠 영어를 영어로만 봐선 안 된다. 수능 영어도 이제 영어가 아니라 '사고력 시험' 이다"라고 한다. 앞으로 영어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선 글을 잘 읽어내는 독해 능력이 중요한데 인문, 사회, 자연과학적 배경 지식이 그 기본에 깔려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다양한 분야에 걸쳐 독서를 많이 하고 글을 많이 써보며 그런 과정을 통해 융합사고력을 키워야만 영어시험도 잘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이젠 무슨 과목을 공부하든 간에 생각의 기술, 독서, 논술, 소통의 기술 등 네 가지에 기반을 둔 교육을 해야만 우리 아이들도 선진국 아이들처럼 공부를 좀 편하게 하고 시험도 잘 볼 수 있을 것이다.

 

융합사고력은 배우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키워지는 것

 

아이들에게도 하루는 24시간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도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내실 있는 교육을 못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정작 배울 것은 못 배우고 쓸데없는 것만 달달 외우느라 시간을 많이 낭비하는 경향이 있다.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여전히 참담하고 너무나 안타까운 사건이지만, 세월호 참사에 대한 얘기부터 시작해서 우리 교육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그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현재 우리 교육과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함축적으로 드러낸, 생각할수록 너무나 가슴 아픈 사건이기 때문이다.

 

북미 아이들은 학교 밖으로 나가는 현장학습, 캠핑 여행 등을 앞두고는 행사와 관련된 교육을 받는다. 따로 시간을 내서 그런 교육을 받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일반 교과에 자연스럽게 융합시켜 배운다. 예를 들어 캠핑 여행을 가는데 배를 타고 가게 되어 있다면, 여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가상의 사건들에 대해 스스로 탐구하며 과학이나 사회 교과 지식도 익히고, 그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력,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력을 키우는 수업을 받는다. 과학 시간에 배가 뜨는 원리, 잠수함의 원리 등에 배우거나 혹은 사회 시간에 여행할 곳에 대한 지리 및 역사 지식을 배우며, 그와 동시에 문제해결력과 의사결정력을 키울 수 있는 과제를 받아 공부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탄 배가 만약 항해 도중에 기울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친구들과 함께 탐구학습을 해보라는 식이다. 이런 주제에 대해 공부하려면 관련된 과학 지식을 익히고 논리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의사결정력, 친구들과 함께 토론을 잘 진행할 수 있는 능력, 협동 능력 등이 필요한데 이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융합시켜 교육을 받는 것이다.

 

만약 고등학생 정도라면 아이들은 그룹별로 나뉘어 깊이 있는 학습을 한다. 언젠가 필자가 참관한 수업에서 미국 아이들은 배가 뜨는 원리를 심층적으로 공부하면서 만약 자신들이 탄 배가 20도 이상 기울었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었다. 탐구학습과 토론 끝에 아이들이 내린 결론은 누구 지시가 있든 없든 간에 무조건 갑판으로 나와서 탈출을 위해 대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아이들이 탐구학습을 한 바에 따르면 배가 기울어 침몰할 때의 크리티컬 라인은 20도란다. 즉 20도라는 각도가 그 배가 침몰하느냐 아니냐를 가르는 위험선이란 얘기다. 세월호를 탔던 우리 아이들은 안내방송만 믿은 채 20도보다 훨씬 더 많이 기운 배 안에서 침착하게 기다리다 참변을 당했다. 만약 우리 아이들이 같은 수업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아프다.

 

생활 속 융합사고력 훈련이 성적까지 올려준다

 

교과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부딪히게 될 크고 작은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능력까지 키운다는 것이 바로 선진국들이 하고 있는 융합교육의 장점이기도 하다. 이런 북미의 교육 현실과 비교해볼 때 대체 우리는 아이들에게 여태껏 학교교육에서 무엇을 가르쳐온 것인지, 필자도 교육전문가로서 참으로 죄송하고 참담한 마음이다.

 

우리도 정부와 관료가 말로는 '융합교육', '실생활과 연계한 교육'을 외친 지 꽤 됐다. 그런데도 막상 수업 현장을 보면 여전히 실생활에는 별 쓸모도 없는 단편의 지식을 밑줄 긋고 필기하고 달달 외우게 한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만든다. 초등학교는 좀 낫지만,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더욱 심해져서 대입을 앞둔 고2~3 땐 그야말로 절정을 이룬다. 마치 외우기의 달인을 뽑는 듯하다. 생각해서 문제를 풀어야 할 경우조차도 학원에서 배운 얄팍한 요령으로 문제를 풀고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런 얄팍한 요령이 통하지 않는 시험 문제들이 갈수록 늘고 있기에 점수를 잘 받기 힘들다.

 

앞에서 예로 든 수업은 '과학+논술'을 함께 가르치는 융합교육의 한 예다. 주어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과학 지식을 배우고 그렇게 배운 지식과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킨다. 그렇게 연결시킨 후에는 실생활에서 위기 시 어떤 식으로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친구들과의 토론과정을 통해 결론을 도출해낸다.

 

사실 이런 종류의 문제는 한국도 대입을 위한 자연계 논술시험에서 많이 나오는 문제다. 주어진 문제 해결을 위해 알고 있는 지식을 논리적으로 연결시키고 합리적인 결론을 이끌어내는 능력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학교 교육에서 제대로 가르쳐 놓지도 않고서 느닷없이 대입 시험에선 이런 능력을 평가하니 아이들도 죽을 맛이다.

 

한편 북미 아이들은 이렇게 공부한 과정을 저널로도 남긴다. 현장학습이나 여행이 끝난 후엔 반드시 저널을 쓴다. 저널을 쓰는 과정에서 작문력, 논리적 사고력, 주어진 정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능력이 자연스럽게 길러진다. 이 모든 능력은 서술형 시험과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한 능력이다.

 

이런 선진형 융합교육은 앞에서 예로 든 수업에서도 봤듯이 시험과 실생활 모두에 강한 아이로 키우는 교육 방식이다. 사실 안전교육, 인성교육, 창의력 교육, 논술교육 등은 그냥 일반 교과에 융합해서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실제로 선진국들은 그렇게 하고 있다. 인성교육만 하더라도 도덕이니 윤리니 하는 교과가 있는 나라는 사실 별로 없다. 우리와 일본, 그리고 근대 교육을 시작하는 데에 있어서 일본의 영향을 받은 몇몇 나라들뿐이다. 다른 선진국들은 도덕 대신 철학이란 교과를 두고 꽤 깊이 있는 공부를 시킨다. 논리적 사고력, 비판적 사고력, 문제해결력 등을 키울 수 있는 심도 있는 교육을 하는 것이다.

 

융합하는 아이가 공부하는 아이를 이긴다

 

인성교육에서든 안전교육에서든,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려 할 때 그 문제의 어떤 부분은 어느 과목 소속인지를 세분화시켜 파악하고 종합적으로 문제 해결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과목과 과목의 경계를 넘나들며 통합적이고 다면적으로 사고하는 아이들로 키우는 융합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즉 그런 것들을 교과 교육과 굳이 분리시킬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아이들이 치르는 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독자들도 이미 앞 장에서 확인한 것처럼 지금부터 우리 아이들이 치를 시험에선 융합사고력을 요하는 문제의 비중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융합교육을 못 받는다면 앞으로 아이들은 시험을 잘 볼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실전(즉 시험과 실생활 모두)에 강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선 반드시 모든 영역을 제대로 융합시킨 교육을 해야 한다.

 

이런 식의 선진 융합교육에선 대입과 평생을 준비하는 교육이 나란히 함께 간다. 실제로 교육 선진국에선 '입시형 수업'과 '내신형 수업'의 구분이 없고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동시에 다 융합시켜 한꺼번에 가르친다. 그런 융합교육을 받으며 대입뿐 아니라 평생을 위한 융합사고력을 키운다.

 

바로 이런 식의 효율적인 교육 방식 덕분에 북미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가 우리 아이들보다 훨씬 덜하고 편히 공부할 수 있다. 우리도 아이들에게 이런 편안한 교육 현실을 하루빨리 만들어줘야 한다.

 

하루 20분, 미국 초등학교처럼_ 심미혜 뉴욕주립대 종신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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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터신 2016. 10. 7. 1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