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손을 드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
손을 들어라! Raise your hands!
나는 수업 시간에 캠페인처럼 학생들에게 손 들기를 강조한다. 나의 수업은 자발적인 참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에 팀을 구성하는데 팀장을 뽑으려고 손을 들라고 하면 학생들은 나와 눈이 마주칠까 고개를 숙인다. 손을 드는 학생들은 거의 미국, 프랑스, 독일, 스폐인 등 외국 학생들이다. 보다 못한 내가 한국 학생들을 지목하면 그제야 슬며시 손을 든다.
손을 들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 이건 명명백백하다. 기회는 길목을 지키고 서 있다가 나를 반겨 주지 않는다. 기회로 보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손을 들고 그것을 잡아야 그다음 순서로 나아갈 수 있다. 손을 들지 않으면 그것으로 끝이다. 손을 드는 것은 자기를 표현하는 것이다. 동시에 내 자신이 나를 위해, 내가 되고 싶은 나를 위해 열심히 살고 있다는 것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신호이다.
수업을 예로 들면 손을 들어 팀장이 되는 학생들은 그 직책을 맡아야만 느낄 수 있는 조직에 대한 전체적인 시각, 구성원 간의 역학 관계, 개별 구성원의 특징 파악 등에 관한 것들을 비로소 알 수 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 나를 표현할 수 있는 발표의 기회를 갖게 될 수도 있다. 손을 들지 않고 그저 묻혀 있듯 지내다 보면 스쳐 지나가 기억에도 없는 사람이 되고 만다.
학생들은 손을 들어 주목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모든 사람이 자신은 주목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실수를 하게 되면 어쩌나 미리 걱정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설령 실수를 한다 해도, 그래서 친구에게 창피를 당한다 해도 그것은 인생에서 그렇게 의미 있을 큰 일이 아니다. 내가 누릴 수 있는 경험,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치를 영영 떠나보내는 것에 비하면 순간의 두려움은 먼지처럼 가볍고 보잘것없다.
자신을 드러내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도 알게 된다. 타인의 시선은 두 번째이다. 손을 들지 않으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 반응하고, 어떤 기회를 포착하고자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무리 속의 한 명, 드러날 것도 주목받을 것도 없는 사람, 존재감 없는 사람이 되고 말 뿐이다.
내가 대학 강의를 통해 손 들기 운동을 펼치는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시도하지 않으면 실패는 하지 않는다. 이 말은 패배한 적 없지만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의 공통된 변명이다. 시도하면 실패했을 것이라는 확신을 돌려 말한 것뿐이다. 그리고 실제로 이렇게 말하면서 시도조차 하지 않는, 손 한 번 들어보지 못한 채 젊음을 보낸 이들은 거개가 실패한 인생을 살게 마련이다.
실패할 것을 미리 생각하고, 실패가 기다리고 있으니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서 '나는 실패한 적은 없어. 왜? 손을 들지 않았으니까' 하는 자기변명으로 시간을 보내기에는 청춘이 그리 길지 않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그 시기에 부단히 손을 들며 도전을 했던 기억은 가슴 뻐근한 성취의 쾌감만이 아니라, 때로는 참담한 실패의 기억까지도 머지않은 미래의 비옥한 자양분이 되어 새로운 나를 만든다는 사실이다. 실패는 나를 진화하게 하는 동력이다.
손을 들어야 다음 기회가 생긴다. 몰랐던 것을 알 수도 있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도 역시 손을 들어야 알 수 있다. 손을 들어 기회를 잡았다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거나 못하는 일이라는 것도 손을 들었기 때문에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더 빨리 알 수 있다. 손을 드는 일은 그 순간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원하는 방향이거나 그렇지 않거나 다음 순서를 볼 수 있는 유일한 티켓이 바로 손 들기이다. 그것으로 많은 일이 연결될 수 있다. 시키지 않아도 내가 하겠다고 하는 것, 내가 한번 이뤄 보겠다고 마음먹는 것은 결과적으로는 언제나 성과가 있다. 자신이 맺은 유무형의 네트워크는 한 단계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문은 당신의 문입니다
2014년 1월 17일, 북경 시내 캠핀스키 호텔에서 자그마한 행사가 열렸다. 쓰촨성 야안시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한국의 청소년들이 선플 본부 홈페이지에 올린 1만여 개의 추모의 글이 담긴 추모집과 선플 음악회를 통해 마련한 2만 달러를 전달하는 행사였다. 행사가 끝난 후, 나는 나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던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수많은 공익 프로그램과 <나는 가수다>를 만든 MBC TV 김영희 국장이 갑자기 한 가지 제안을 했다. 2014년 소치올림픽이 20일 앞으로 다가오고 있으니 한,중 양국의 네티즌이 상대 국가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동영상을 제작하면 어떻겠느냐는 것이었다. 옳다고 판단되면 실행에 바로 옮기지 않고는 못 배기는 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에게 "추진하겠습니다"라고 선포했다. 만일 제작된다면 한,중 양국에서 최초로 이루어지는 일로 양국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을 것이었다. 그리고 나는 그 자리에 함께했던 영상물 제작자 심영인 사장에게 촬영을 의뢰했다.
그는 다음 날 아침 일찍 북경 천안문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중국 시민들을 만나 촬영을 했다. 심영인 사장은 영상 제작의 귀재이다. 그가 촬영하는 비디오는 모두 풍부한 감성이 담긴 뛰어난 예술적 영상으로 태어났다.
심 대표와 나는 귀국하자마자 광화문 광장에 나가 한국 시민들이 중국 선수들을 응원하는 영상을 촬영했다. 나중에 이 영상은 한중 네티즌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영상으로 태어났다. 내가 하는 이런 일련의 일들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들에 불과하다. 물론 이 책을 읽는 당신도 쉽게 할 수 있다. 다만 하고 싶은 일을 하겠다고 선언하고, 두드려야만 이루어진다.
내 생각을 실현시키기 위한 첫 단계는 바로 이 손 들기에서 시작한다. 아무리 좋은 생각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실행하지 않으면 그것은 한낱 공상에 지나지 않는다. 누군가 내 생각을 다 알아주고 모든 것을 다 준비한 뒤에 나를 그 자리에 앉히는 일 같은 건 이 세상에 없다. 죽음의 문턱에 이른 어떤 사람이 평생 동안 기다렸지만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그 문을 지키는 문지기에게 이렇게 말했다.
"들어가지 못하도록 문을 지키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러자 문지기가 말했다.
"이 문은 당신의 문입니다. 나는 당신이 말하면 열어 드리려고 이곳에 줄곧 있었습니다."
문지기에게 열어 달라고 했으면 벌써 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을 터인데, 단 한 번도 문을 열어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기에 들어갈 수 없었던 것이다. 살아가면서 내가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이루어 낼 수 없음을 시사하는 이야기이다.
기회는 내가 만들어야 하고 표현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내가 원하면 내가 먼저 손짓을 해야 기회가 비로소 내게 미소를 보낸다. 기회를 내 것으로 만드는 맨 처음 시작은 바로 손 들기이다. 정말 쉬운 방법이다.
결국, 좋은 사람이 성공한다_ 민병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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