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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2.20 아이와 함께 살면서 가르치고 길러라_ 박경애
아이에겐 최적의 학습환경과 학습 시기가 있다. 그 환경과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더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적의 학습시기보다 최적의 학습환경이 더 중요하다. 부모와 함께하는 환경보다 더 나은 최적의 조건은 있을 수 없다.
한때 조기유학에 대한 찬반양론이 무성했던 적이 있었다. 조기유학을 찬성하는 부모의 대부분이 유학의 시기는 아이가 언어형성이 되기 전,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고 주장한다. 아이를 남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교육시키면 더 나은 삶의 고지를 점령하게 되리란 막연한 기대 때문에 아이를 서둘러 유학 보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강요된 학습환경은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새로운 학습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면 아이는 자신감을 상실한다. 어릴 때부터 자신감을 상실하면 자신이 가진 능력을 다 발휘하지 못한다. 실제로는 지능이 떨어지는 아이가 아닌데 모자란 듯이 행동하는 등 여러 가지 정서 장애를 겪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은 국제전화로 어떻게 하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냐고 상담을 해오기도 한다. 이들의 부모들 또한 아이 때문에 겪는 여러 가지 고통을 호소한다.
제대로 따라간다는 것은 남보다 특별히 잘한다는 뜻이 아니다. 남이 하는 것만큼 한다는 뜻이다. 언어가 다른 것은 접어두더라도 조기 유학에서 같이 공부하는 외국 아이는 자기 나라에서 자기 부모와 함게 생활하는 아이다. 이들은 심리적으로 안정된 아이들이다. 결코 같은 생활환경이라고 볼 수 없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유학을 간다 해도 사고 수준이 아직은 '피아제의 인지발달단계'에서 말하는 구체적 조작기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면에서 부모가 기대하는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구체적 조작기에는 가설적인 사고가 불가능하고 판단력이 정확하게 서지 않는다. 즉 보이는 것이 A라면 A밖에 모르고 그 외에 B나 C가 미치는 영향이나 가상의 경우를 생각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이가 사고의 논리성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머리에 무조건 주입하려고만 한다면, 그 아이는 한계를 크게 느끼게 되어 도중하차할 가능성이 높다.
아이는 태어나서 2년 동안은 자신이 타고난 반사적 신체능력을 습득하고, 이후 7살까지는 외부 환경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훈련을 한다. 이 시기에 말로써 표현하는 방법을 습득하지만 구체적으로 유사성과 연관성을 추론해내는 것은 그 이후에나 가능하다. 조기유학을 통해 외국어를 마치 모국어처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고 할지라도, 다른 많은 것을 잃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언어학자들은 언어형성기를 대개 만 13 세 전후로 보고 있다. 그래서 부모들은 외국어를 모국어처럼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도록 아이가 막 중학생이 되었을 때 유학을 보내고 싶어한다. 그러나 아이에겐 최적의 학습환경과 학습시기가 있다. 그 환경과 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더 못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최적의 학습시기보다 최적의 학습환경이 더 중요하다. 부모와 함께하는 환경보다 더 나은 최적의 조건은 있을 수 없다.
부모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세계를 발견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안내자 역할을 해야 한다. 조기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숨겨진 능력을 찾고 계발해 최대한의 가치를 창출해내고 행복하게 살기 위함이다. 그러나 부모 없이는 올바른 인간관계를 설정하기 어려울뿐더러, 올바른 가족관계에 기초하지 않은 아이는 언어를 잘 구사하는 사람으로 자랄 수는 있어도 내면이 성숙된 인간이 되는 데에는 많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자식을 잘 기르기로 소문난 부산의 장덕기내과의 장덕기 원장은 조기유학에서 실패한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장 원장의 아이들도 호주에서 조기유학을 했고 호주에 있는 동안 영어실력이 많이 늘었지만, 다시 시간을 되돌릴 기회를 준다면 아이들을 조기유학 보내지 않겠다고 말한다. 유학을 하고 돌아온 아이들이 모국어인 한국어를 제 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유학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이 걸렸고, 그보다 심각한 것은 아버지와 아이들과의 단절감이었다고 한다.
이것은 거의 모든 기러기 아빠들의 비애일 것이다. 아내가 아이들과 호주에 함께 머무는 동안 전화나 메신저, 이메일 등을 통해 함께 하려고 많이 노력했지만 아이들은 차츰 아버지를 잊어갔고 나중에는 찾지도 않았다 하니 아무리 아이가 지적인 인간의 조건을 훌륭히 갖추었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2005년 8월까지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우지 마노르 대사의 부인 나오미 마노르 여사는 한국의 조기유학 붐을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외국에 내보내기에 중학생은 너무 어리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조기유학은 물론 집을 떠나 공부하는 기숙학교도 거의 없다고 했다. 세계적 인재를 무수히 배출한 유대인들의 교육지침은 주로 탈무드와 구약성경을 토대로 하는데, 여기에는 아이들의 아버지에게 자녀 교육의 의무를 분명히 부과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한다. 부모의 행동과 사고가 그만큼 아이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부모의 그늘 아래 성장해야 아무리 세찬 비바람과 강한 폭풍우라도 견뎌낼 수 있는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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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 박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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