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을 잘하는 아이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공부도 잘한다. 논술에 필요한 여러 기술이 다른 모든 공부를 잘하는 데도 꼭 필요한 기본기 이기 때문이다."

 

미국과 캐나다 교사들이 많이 하는 말이다. 논술은 독서를 많이 하고 '글쓰기의 요령'을 익혔다고 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도 덧붙인다.

 

그러면 논술에 꼭 필요한 기술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할까? 논술을 잘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시문을 주의 깊게 보고 생각하며 잘 읽어야 하는 사고력 독해 능력, 자신이 써야 하는 글을 체계적으로 짜임새 있게 잘 구성하기 위한 종합적인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각각의 문장을 잘 쓰기 위한 어휘력과 문장구성력 등이 필요하다.

 

거기다 자신만의 독창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해야 하는 경우라면 창의력이 필요하고, 어떤 한 이슈에 대해 두 세 가지의 서로 다른 의견들을 분석하고 글을 써야 한다면 그 현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비교분석하는 능력, 원인을 잘 분석하는 능력, 자신이 알고 있는 교과 지식까지 문맥상에서 잘 활용해 글을 쓸 수 있는 능력 등이 모두 필요하다.

 

이 모든 능력은 곧 융합사고력의 구성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북미 교사들은 융합사고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키울 수 있는 방법으로 논술을 꼽는다. 결국 이 모든 기술을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잘 키워야 앞으로 아이가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융합사고력을 잘 키우면 논술뿐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점점 더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서술형 시험을 잘 볼 수 있게 된다. 서술형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필요한 능력도 결국은 논술을 잘하면 얻게 되는 능력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이제는 시험에서도 달달 외운 것을 바탕으로 문제를 푸는 단순 기능공 같은 사고력을 지닌 아이들은 점수를 잘 받을 수 없다. 서술형 시험에서는 융합 사고력을 이용해 글을 쓰는 기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우리 아이들은 논술시험뿐 아니라 서술형 시험에도 잘 준비하기 위한 교육을 체계적으로 못 받고 있는 실정이다. 논술과 서술형 시험 같은 선진형의 평가를 껍데기 중심으로 들여오고 그에 걸맞은 알맹이가 아직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탓이다. 그러니 아이들이 서술형 시험이나 논술 같은 선진형의 평가가 어렵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나 교사가 어떻게 가르침으로써 아이들을 좀 더 편안하게 해주면서도 실력을 잘 키울 수 있을까? 그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미국 상위 1% 인재의 비밀은 융합 논술교육

 

그렇다면 교육 선진국들의 논술교육 현실은 어떨까? 우리 교육 현실과는 많이 다르게 논술에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이미 유아 때부터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학교에서 가르치고 있다. 유아부터 고교까지 모든 주요 교과에서 다 다룬다. 즉 무엇을 가르치든 간에 논술과 서술형 시험을 잘 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기술을 어려서부터 수업 주제에 융합해 효율적인 교수법(핸즈온)으로 동시에 다 함께 가르친다. 거기다 인성교육까지도 함께한다. 즉 논술을 가르치며 전인교육을 동시에 하는 것이다. 그런 전인 교육을 받은 결과 전인적인 인재도 나오게 된다.

 

흔히 미국 상위 1% 인재를 웰-라운디드 형 인재라고 하는데, 본인의 전문 분야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능력을 보여줄 뿐 아니라 스포츠도 잘하고 사회성이나 리더십 같은 인격적 덕목까지 잘 훈련되어 있는 사람을 뜻한다. 이런 인재를 키운 교육법이 바로 융합교육이며, 교육 선진국들은 논술을 가르칠 때에도 필요한 모든 기술들을 고루 향상시킬 수 있게끔 융합 논술교육을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교육의 현실은 논술을 사교육에서 따로 배우고 학교에서도 하나의 교과로 따로 분리해 가르친다. 몇 년 전부터 서술형 시험을 준비시켜 준다는 사교육도 성행하고 있다. 이런 것들은 미국 교육을 참고해 시행한 선진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잘못된 형태로 기형화된 것이다. 이 때문에 아이들은 물론이고 부모와 교사 모두 고생이다.

 

그런 식으로 논술 따로, 교과 따로 교육을 시행하며 다른 한편으론 입시에서 갈수록 융합 능력을 요구하는 문제를 늘리고 있다. 즉 아이들이 배우는 것과 시험 문제 경향 사이에서 괴리가 상당한 것이다. 그러니 사교육이 그 괴리를 파고들어와 번성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라 할 수 있다.

 

논술을 따로 가르치려 하지 말자

 

지금 우리 방식처럼 논술을 하나의 과목으로 분리해 따로 가르치거나 사교육으로 따로 가르치는 것은 교육 선진국의 전문가들이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일 것이다. 어릴 때부터 모든 과목에서 논술에 필요한 기술을 융합하고 일상생활 속에 녹여 함께 가르쳐야 아이들도 편하고 시험에도 잘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융합사고력을 잘 키워 논술, 서술형 시험, 스토리텔링 수학, 사고력 영어, 서술형 과학, 사고력 독해, 자기소개서 쓰기, 구술 및 면접 등을 편안히 잘할 수 있게 된다. 이 책에서 소개할 교육 방법이 논술교육을 중심으로 여러 교과 교육을 융합하는 것도 바로 이런 맥락에서다.

 

우리나라의 현 정부는 사교육비를 줄이겠다며 대입제도에서 논술시험 비중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그런 것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예상된다.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은 또 바뀐다. 우리 교육제도가 참고해온 교육 선진국들이 다들 비슷한 선진 교육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지금 어린 아이들이 대입시험을 준비할 때에는 오히려 더 정교하고 복잡한 형식의 논술시험을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미국뿐 아니라 유럽 선진국들도 이미 오래 전부터 우리의 논술시험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운 글쓰기를 대입 시험에서 요구하고 있다. "모든 종교는 이성에 반하는가?"(프랑스), "과학의 진보는 '지혜'라고 여겨지는 것에 의해 항상 방해받아 왔는가?"(영국) 등이 그런 예다. 제시문도 주어지지 않은 이런 어려운 주제로 논술을 잘할 수 있을 정도의 교육을 우리도 아이들에게 어려서부터 차근차근 잘 시킬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성인이 되었을 때 국제 경쟁력에서도 다른 선진국 인재들에게 밀리지 않을 것이다. 결국 앞으로의 시대는 이런 선진형의 논술시험에서 필요로 하는 융합사고력이 개인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하나 더 주목해야 할 사실이 있다. 지금 당장 입시에서 논술의 비중이 늘어날지 아닐지를 떠나, 앞에서 이미 살펴본 것처럼 모든 교과 공부에 필요한 기술의 공통분모 역시 논술에서 필요로 하는 여러 기술, 즉 융합사고력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논술을 잘하는 아이가 다른 과목도 잘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더라도 지금 당장 논술시험에 대한 정책이 어떻든 간에 부모는 앞날을 잘 예측하고 아이를 교육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도 대입제도에선 논술을 약화시키고 있지만 고교 교육에선 논술을 하나의 과목으로 신설해 가르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런 식으로 앞뒤가 맞지 않고 별로 오래 가지도 못할 정책에 번번이 휘둘리기보다는 부모가 '선진 교육의 전체 그림'을 잘 들여다보고 아이를 어릴 때부터 일관성 있게 교육시켜 나가는 것이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득이 되는 교육이 될 것이다.

 

하루 20분, 미국 초등학교처럼_ 심미혜 뉴욕주립대 종신교수

 

★ 구리시 인창동 현대홈타운 아파트 영재교실

by 미스터신 2016. 10. 6. 15: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