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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2.20 여행의 거리는 아이디어의 크기와 비례한다_ 박경애
인간은 체험이 부족할수록 고정관념의 노예가 된다. 고정관념은 인간을 인간이기에 하는 주요한 기능인 사고과정을 생략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 '만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만 리를 여행하는 것이 낫다.' 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길이는 여행의 길이라고 한다. 여행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말이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 행동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서와 사색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나 영화를 통해서 보았던 세상이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트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한히 재생산해 낸다.
인간은 체험이 부족할수록 고정관념의 노예가 된다. 고정관념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주요한 기능인 사고과정을 생략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신문 <딴지일보>를 창간해 정곡을 찌르는 유머로 우리 시대의 모순을 간파한 김어준 씨도 배낭여행으로 45개국을 다녔다.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헐리웃 영향에 길들여져 흔히 아랍인이라고 하면 과격한 테러리스트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막상 김어준 씨가 만나본 아랍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중동을 자신의 시각이 아닌, 미국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처음에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베낭여행이었지만 자신의 안목을 넓히고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딴지일보>도 그 여행에서 얻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아테네를 여행하던 중 그곳 건물이 모두 다 원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방송국이었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렸고, 이 생각은 몇 년 후 <딴지일보> 창간의 최초 아이디어가 되었다. 당시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는데 그는 인터넷이 아크로폴리스가 되면,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디지털 아테네를 구축한 것이 바로 <딴지일보>가 되었다.
여행은 살아 있는 깨달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 여행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박상환 회장이 인도 갠지스 강가의 인근 마을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박 회장은, 돈을 모아 자신을 화장할 때 쓸 장작을 구하는 노인들의 덤덤하고 편안한 모습에서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의 경험이 어릴 적부터 삶의 기둥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행은 또한 인간을 큰사람으로 성장시킨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책이 담고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은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탐험하고 그것을 조직해 문자화한 것이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인류를 위해 크게 공헌한 박애주의자가 되었다.
'동심을 찾아서, 자연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났던 강원규 씨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처음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갔을 때 부모들의 반응은 '안 된다'였다. 방학 동안 여행을 하면 여러 가지 학습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부보다 여행이 아이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훨씬 클 거라고, 그러니 자신을 무조건 믿어달라고 부모들을 설득했다.
비바람과 싸우고 밥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서 밭에 나가 일을 하거나 축사를 청소하기도 하고 밤이면 들판에 누워 별을 보면서 잠이 들었던 한 달의 여행 동안 아이들은 스스로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을 뒤엎고 모두 성적이 부쩍 올랐으며 잔병치레를 하던 아이들은 감기조차 걸리지 않았다. 제 할 일을 찾아 가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인사성도 밝아지는 등 모두 새사람이 되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고 난 후 아이들의 행동이 바람직하게 변하자 그 이후로 가겠다고 신청한 아이들이 너무 많아 대기자 명단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여행은 이렇게 새로운 체험을 통해 쉽게 변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놀라울 정도로 변화시킨다. 자녀 교육에 독특한 뜻을 두어 간혹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아이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한국유선방송협회 사무국장과 전자신문 기자였던 조영호 씨의 가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가족과 함께 327일간 모두 27개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의 가족은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들의 것이다.'라는 가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훈이 그대로 그들의 삶 속에서 실천되고 있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중학교 시절에 [김찬삼의 세계여행] 시리즈를 읽으며 '나는 언제 이런 데 가보냐?' 하고 꿈같은 해외여행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 어린 시절의 꿈을 마침내 가족과 함께 이룬 셈이 되었다.
여행은 무한한 창작의 원천이며 여행의 거리는 아이디어의 크기와 비례한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가지는 아이디어의 크기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사람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큰 꿈을 꾸게 해주어야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과거를 잊게 하는 묘약이라고 해서 사람마다 모두 같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여행은 모든 사람에게 효과를 나타낸다_ 토마스 만
지혜로운 부모가 행복한 아이를 만든다 / 박경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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