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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10.30 지금 당신은 천직을 찾는 중_ 이대우
영화에 등장하는 경찰은 대부분 강력계 형사이다. 일단 현장에서 범죄자를 추적하고 검거하는 일을 하다 보니 극적이고 역동적인 영상을 담아내기에 좋다. 하지만 경찰이 하는 일은 의외로 많고, 또 다양한 분야가 있다. 사회의 일반 직업인이 가진 적성을 모두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분명 자기 성향에 맞는 부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경찰이 되겠다고 마음먹었거나 이미 준비하고 있더라도 자기 적성에 대해서는 꼭 한번 되짚어야 한다. 경찰시험에 합격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은 '자기 적성 찾기'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자신 같지만, 요즘 청년들은 학창 시절부터 학원공부, 시험공부를 하느라 많은 시간을 빼앗겨 정작 자기 적성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온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싫어하는지 잘 모른다는 이야기다.
다양한 경찰 업무 분야, 적성에 맞는 일을 찾자
사실 어떤 점에서 본다면, 나는 경찰이야말로 자기 적성을 제대로 찾고 그 안에서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편한 공무원 생활과 안정적인 연금'을 바라는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경찰공무원이 되어서까지 꿈과 열정을 가져야 하나?'라고 반문할 수 있다. 물론 형사의 일은 범인을 잡아서 국민을 위한 치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이곳도 결국에는 똑같은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다. 그런 점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기 적성을 찾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일단 적성을 위해서 가장 넓은 범주에서 '내근직' 이냐, '외근직' 이냐를 따져야 한다. 활발한 활동을 좋아하고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는 사람은 사무실 책상에만 앉아 있으면 몸이 근질거린다. 이런 경우에는 수사를 하거나 단속을 하는 외근직을 지원하면 좋다. 반대로 차분하게 앉아 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단연 내근직일 것이다.
수사를 하는 형사라고 해서 무조건 몸으로만 뛴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도 살펴봤지만, 사실 형사는 치열한 두뇌 싸움에 능해야 한다. 그래서 머리 쓰는 일을 싫어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형사가 적성에 맞지 않을 수 있다.
남을 도우며 보살피는 일을 좋아하는 여성이라면 여성청소년계가 맞을 수 있다. 사회적 약자인 아동, 여성, 미성년자를 조사하고 그들의 피해를 복구해 보듬어주는 일을 한다.
일반인이 잘 모르는 경찰 업무 중에 '경무계'라는 곳이 있다. 경찰활동을 홍보하고 이외에 재무, 기획, 인사, 교육, 행정 지원등을 한다. 꼼꼼하고 차분하게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사람에게는 경무계 업무를 추천한다. 적극적인 치안을 가능하게 하는 배후의 업무를 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보람을 느낄 수 있다. 행사도 기획하기 때문에 행사 진행에 관심이 있는 사람도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이다.
곳곳에 숨어 있는 정보에 관심이 많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호기심이 있다면 정보과도 추천할 만하다. 과거에는 '사찰'이라는 불명예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런 부분이 완전히 사라졌다. 정보과에서 하는 일은 기자와 매우 비슷하다. 각종 단체와 기관 등의 사람들과 만나서 정보를 듣고 수집한다. 기자는 그 결과를 기사라는 형식으로 회사에 보내지만, 정보과 형사는 그 내용에 따라 정보, 견문, 범죄, 첩보 보고서라는 형식으로 상부에 보고한다.
외사과에서는 외국인을 많이 만나고 국경을 넘나드는 범죄를 다룬다. 외국 문화나 외국인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적성에 맞는 업무일 것이다. 혹시 은퇴 후에 외국 이민이라도 갈 생각이라면, 현직에 있을 때 외사과에 근무하면서 해당 국가의 언어도 배우고 인맥도 쌓을 수 있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다면 보이스피싱팀에서 근무하는 것은 어떨까. 보이스피싱은 오로지 말로써 사람의 심리를 좌우하여 돈을 갈취하는 범죄이다. 날로 발전하는 보이스피싱 수법을 파헤치고 범인을 검거하면서 사람의 심리를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젊은 시절을 정말로 '빡세지만 멋지게'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경찰특공대도 있다. 이번 장의 마지막 부분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몸은 힘들어도 정말로 보람찬 생활을 할 수 있다. 폭발물을 해체하고 테러가 예상될 때 출동한다. 대통령이 특정 지역으로 이동할 때 보이지 않게 경호를 하기도 한다.
매일 꿈을 이뤄가는 경찰 생활
그런데 이렇게 적성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다. 머리로 자기 적성을 찾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책상에 앉아서, 혹은 침대에 누워서 '내가 과연 무엇을 잘할까?' 라고 생각해봐야 답이 나오지 않는다. 몸으로 부딪치면서 실제 '체감'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체감이란 말 그대로 몸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현장에 있는 내 생각, 마음, 감각이 하나가 되어 내가 진심으로 느끼는 일이다. 범인을 쫓을 때, 검거를 할 때, 주취자를 대할 때..... 자기 마음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내가 나와 만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멋지게 포장되는 모습이 아니라, 현장에서 진짜 살아 있는 자신을 느껴봐야 한다.
아직 현장 경험을 많이 할 수 없다면 선배들과의 친분을 쌓아 간접경험이라도 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스스로 절실하게 적성을 찾고 그에 맞는 일을 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얼마 되지 않아 경찰을 그만두는 상황도 생긴다. 어렵고 힘들게 시험 봐서 들어온 경찰을 왜 그만두느냐고 의아해할지 모르지만, 이런 사람이 왕왕 있다. 특히 일선 파출소에서 근무할 때 술에 만취한 주취자를 대하는 일이 정말 힘들다고 하는 후배도 있었다. 술에 잔뜩 취해 합리적으로 말이 통하지 않는 그들을 설득하고 조사하려면 극도의 스트레스에 휩싸인다. 이런 현장 스트레스를 스스로 겪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는 전적으로 적성에 달려 있다.
이렇게 자기 적성을 찾고, 승진에 대한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일은 경찰 생활에서 더 강한 열정을 가지도록 자극한다. '나도 언젠가는 수사팀을 지휘하는 형사과장 정도는 되어야지!'라는 목표 설정은 스스로를 성장시키는 매우 중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때로는 힘들기도 한 경찰 생활을 사회에 대한 정의감과 범죄자에 대한 분노만으로 버텨나갈 수는 없다. 사회를 위한 희생정신도 필요하겠지만, 스스로 성장하고 있으며 자기 꿈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내적 자신감이 없다면 지속하기 어려운 생활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구체적인 적성을 찾고 꿈과 열정을 발휘한다면 경찰이라는 직업은 은퇴하는 그날까지 훌륭한 자기 성장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경찰_ 이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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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계 고등학교 졸업, 군 제대, 운전기사 3개월 후 때려치움, 염색 공장 영업사원 1개월 후 때려치움, 과일 노점상 1개월 후 때려치움... 이 삶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나이다. 어떤 이들은 내가 처음부터 주도면밀하게 경찰이 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지금도 경찰을 천직으로 안다니, 어쩌면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불타는 정의감으로 경찰을 꿈꿨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경찰이 되었고, 열심히 일하다 보니 내 천직이 되었다. 당신은 어떤가? 경찰이 자기 천직이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도 상관없다. 지금 어떤 직업을 가질지 몹시 방황하는 상황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무엇이든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생활하다 보면 결국 자기 천직이 찾아진다고 생각한다. 딱히 자랑할 것 없는 내 과거를 얘기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
도대체 뭐 해서 먹고살아야 하지?
내가 태어난 곳은 대한민국 육지의 끝, 강진의 해안가 시골이다. 당시에 시골에서 부유하게 살기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부모님은 추운 겨울을 바닷물에 손을 담근 채 김을 뜯어내어 말린 다음 시장에 내다 팔거나, 논밭을 일구어 생산한 곡물을 수매하여 일곱 남매를 모두 고등학교까지 졸업시키셨다.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고생하시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조금이라도 그 고생을 덜어주고 싶었다. 그래서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하라는 권유를 뿌리치고 굳이 실업계 고등학교에 들어갔다. 돈을 빨리 벌어야겠다는 생각도 강했고, 국비로 학교에 다니면 그게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광주에 있는 광주기계공고 기계과를 지원해 합격했고, 3년간 혼자 자취방을 얻어 학교에 다녔다. 기술도 배우고 국가기술자격증도 땄지만, 막상 졸업할 즈음이 되니 이렇게 해서는 평생 기름 묻은 작업복 인생을 면할 수 없겠다는 깨달음이 왔다. 그때 처음으로 실업계를 선택한 것을 후회했지만, 이미 어쩌랴, 지난 3년의 세월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결국 어차피 가야 할 군대라면 빨리 가자는 생각으로 입대를 선택했다. 그래도 군대 생활을 알차게 보내고 싶었고 약간 내성적인 나의 성격도 고치고 싶어서 특전사에 지원했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내셨다. 위험한 군 생활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과거에 작은 아버지가 특수부대에서 임무를 수행하다가 연락이 끊겼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특전사가 아닌 의무경찰로 군 생활을 마치게 됐다. 대학생들의 시위가 있는 날이면 화염병과 짱돌을 피해 그들을 해산하거나, 시위가 없을 때는 관할 경찰서의 파출소나 우범지역에서 방범 순찰 활동을 했다.
그렇게 군 생활을 끝냈지만, 가정 형편상 대학에 갈 처지가 되지 못했다. 나중에 형사로 생활하면서 시간을 쪼개어 한국방송통신대 법학과를 졸업하기는 했는데, 당시에는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이었다.
"아, 도대체 뭘 하면서 먹고살아야 할까!"
지금도 많은 청년이 이런 고민을 하지만, 나 역시 이런 고민 속에서 한숨을 쉬며 살던 때가 있었다.
무한 질주를 위한 마음속 에너지
그러던 중에 한 지인이 "정식 직업을 구하기 전에 개인 사업을 하는 사장님의 외제 차 운전기사나 하면 우선 어떻겠냐?"라고 제안했다. 나도 노는 것보다는 낫겠다 싶어 사장의 개인 운전기사가 되었다. 하지만 사장은 레커차 운전면허도 없는 나에게 '레커차를 타고 사고 현장에 가서 고장 난 차를 공업사로 끌어오면 수당을 주겠다'라며 부당한 일을 강요하기도 했고, 연예인들을 만나서 돈을 펑펑 쓰기도 했다. 천성이 누군가에게 굽신거리며 살기가 힘들어 결국 그 일은 3개월만에 끝냈다. 이후에 경기도 포천의 염색 공장에 영업사원으로 들어갔다. 작은 의류 회사와 공장을 돌아다니면서 물량을 수주하는 일을 했지만, 역시 그에 대한 지식도 없고 적성에도 맞자 않아 1개월 만에 그만두고 말았다. 또 한번은 강동구 고덕동에 있는 지인의 치킨집 앞에서 과일 노점상을 했는데 역시나 그것마저 내게는 흥미로운 일이 아니었다.
이 일 저 일 모두 안되었기에 많은 고민이 있었지만, 결국 경찰시험을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의무경찰로 지내면서 경찰을 가까이에서 봐왔고, 형사기동대 차량과 형사계장의 차량도 몰면서 형사들에 대해 잘 알게 됐을뿐더러 범죄 현장에 자주 가보게 됐다. 결국 경찰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하다가 형사기동대 무도경찰 공채시험이 있다는 공고를 보고서 응시해 합격할 수 있었다. 그렇게 나는 여러 직업을 돌아서 스물세 살에 운명처럼 경찰관이 되었다.
어떤 사람은 어릴 때부터 꿈꿔오던 직업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나처럼 운명처럼 직업을 찾곤 한다. 그러나 그것이 '운명처럼' 다가올 수는 있어도 애초에 나에게 정해져 있는 '운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희망이 없어 보이는 생활 속에서도 주어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계속 자신의 적성과 자질을 잊지 않는다면 누구나 자신만의 천직을 찾을 수 있다. 다만 목표를 세우고 끝없이 질주하려는 마음의 에너지를 잃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경찰을 목표로 시험공부를 하는 사람도, 이미 경찰관이 된 사람도 마찬가지다. 경찰에 임용됐다고 해서 자기 앞에 아우토반 같은 장밋빛 대로가 열리지는 않는다. 매번 다시 시작이고, 새롭게 가야 하는 길이다.
누구나 자신이 잘하고 좋아하는 일은 누가 시키거나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알아서 찾아가며 한다. 그럴 때는 슬슬 놀면서 일한다고 해도 몇 배의 능률이 오른다. 범죄자를 많이 잡아서 특진한 것은 나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다. 좋아하는 일이어서 매번 즐거웠고 그때마다 기운이 솟았다. 그러다 보니 늘 새로운 길이 열렸고, 그 길로 나아가다 보니 바로 오늘의 내가 있었다. 오늘도 미래가 두렵고 자기 천직을 찾지 못할지도 모른다며 지레 포기하는 청년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자기 적성을 찾는 일을 멈추지 말라고 말이다. 그것이 바로 초라했던 나의 과거에서 청년들이 배울 수 있는 하나의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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