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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4.21 기자가 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_ 임지선 기자 1
- 2015.12.20 여행의 거리는 아이디어의 크기와 비례한다_ 박경애
대부분의 직업이 그렇지만 기자가 되기 위해서 콕 집어 "이것을 해야 하고, 이 자격증을 따야 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변화무쌍한 세상일 자체가 취재의 대상인데, 단순히 '이것만 하면 된다'는 게 있을 리 없잖아요? 그렇지만 너무 막막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미래의 기자를 꿈꾸며 하나 둘 준비하기엔 학생 시절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경험을 통해 깊은 사고력과 통찰력을 기를 수 있으니까요. 이제부터 기자가 되기 위한 초석을 어떻게 다질지 차근차근 알아봅시다.
다양한 책을 읽자
"에잇, 또 책 읽기?" 하면서 김빠진 표정을 짓는 친구들 모습이 보여요. 저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무엇을 하든 어른들이 대체로 '독서' 이야기를 먼저 꺼내니까요. 따라서 여러분에게는 시시하고 뻔한 이야기로 들릴 수도 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그만큼 책 읽기가 중요하다는 뜻이겠지요? 물론 기자가 되기 위해서 준비할 것은 많습니다. 학교 성적도 관리해야 하고,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 실력도 쌓아야 하고, 역사를 비롯한 상식 공부도 꾸준히 해야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 "기자가 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아주세요"라고 요청한다면 저는 "단연코 책 읽기"라 대답하겠습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 세상이 더 잘 보이거든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도 책 읽기는 꼭 필요합니다. 좋은 문장이 담긴 책을 많이 읽어야 머릿속에 그 글들이 입력되었다가 적절한 순간에 자연스레 출력되거든요. 물론 기자가 되고 나서도 책을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하고요.
그러면 어떤 책을 읽는 게 좋을까요? 어른들은 흔히 고전을 많이 강조하고 청소년 교양서로 추천되는 책을 강조하지만 저는 여러분이 반드시 추천 도서만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추천 도서를 읽는 것도 좋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책에 흥미를 붙이는 게 아닐까요? 그러려면 스스로 관심이 가는 책, 손이 닿는 책, 눈길이 가는 책부터 펼치는 게 좋습니다. 소설책이든 만화든 가리지 말고요. 소설책이나 만화에도 우리 사는 세상의 모습이 잘 담겨 있으니까요. 하나씩 섭렵해가면서 독서의 폭과 관심의 영역을 넓혀봅시다. 소설도 읽고 아름다운 수필도 읽고, 그러다가 조금씩 욕심이 생기면 고전도 읽고, 인문서적도 읽고, 과학책도 읽는 거예요.
특히 우리가 '고전'이라 부르는 책들은 청소년 시절에 읽어두면 정말 좋습니다.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동서고금에서 좋은 책이라고 인정받은 글을 읽음으로써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와 문제의식에 다가설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시야를 넓히면서 폭 넓게 사고하게 되거든요. 고전 읽기의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다양한 어휘를 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고전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언어로 쓰인 것들이잖아요?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특정한 언어나 문화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어 나중에 어른이 되어 관련 분야의 일도 할 수 있지요. 제 주변에도 학창시절 헤르만 헤세의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아 독일로 유학간 친구도 있답니다. 물론 고전을 읽는 데엔 인내심도 필요해요. 하지만 자랄수록 시간을 따로 내어 고전을 읽기가 어려울 수 있으므로 방학 때처럼 시간이 많을 때 한번 도전해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저는 대학생 때 방학마다 대하소설을 집중적으로 읽었어요. '토지', '태백산맥', '혼불'처럼 등장인물이 많고 구성이 복잡한 대하소설은 한두 권 읽다 말다 하면 흥미를 갖고 끝까지 읽기 힘들기 때문에 방학처럼 여유가 있을 때 쭉 읽어야만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답니다. 고전이 어렵다면 대하소설을 읽어보세요. 이 역시 읽고 나면 생각해볼 거리가 늘어난답니다.
신문과 TV 뉴스 보기를 생활화하자
기자가 되고 싶다면 기사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신문 읽기는 필수이고, TV뉴스도 꼭 보아야 하지요. 요즈음에는 종이 신문을 잘 읽지 않는 추세지만, 사회의 다양한 소식을 접하고 어떤 이슈가 어떠한 쟁점으로 부각되는지 깊이 알 수 있는 최상의 교재는 종이 신문이라는 것, 꼭 명심하세요.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지만 저는 중학교 때 학원을 안 다녔기 때문에 시간이 많았어요. 그래서 집에 매일 배달되는 종이 신문을 열심히 읽었습니다. 학교갔다 와서 한 일 중 아마 신문 읽기 비중이 가장 컸을 거예요. 그런데 아직 어릴 때였으므로 신문에 나오는 내용을 모두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쭉 읽는 정도였어요. 너무 어렵다 싶은 기사나 용어들은 지나쳤고, 호기심이 생기는 부분은 밑줄을 그어가며 읽었답니다.
신문 특성상 처음에는 어려운 내용이 나오지만, 뒤로 갈수록 문화 관련 부분이 많아지고 재미있잖아요? 텔레비전 드라마나 연예인 이야기도 나오고요. 또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광고도 나옵니다. 저는 특히 광고가 재미있더라고요. '이런 문구로 광고를 하는구나' 감탄하면서요. 그런 식으로 신문 1면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기사와 광고까지 정독하는 데 2~3시간 걸렸는데요. 그때는 그게 정말 재미있었답니다. 나중에 언론사 입사시험 면접 때 그 경험을 이야기하니 면접관들이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더라고요.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부터는 시간이 부족해서 신문을 많이 읽지 못했지만, 어렸을 때 매일 신문을 읽었던 습관은 훗날 기자가 되는 데 여러 모로 좋은 영향을 주었답니다. 저절로 논술 공부를 마친 셈이니까요.
요즈음 글쓰기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신문 읽기가 워낙 강조되다 보니 "매일 신문을 읽으세요"라고 말하면 부담이 될 수도 있을 거예요. 공부처럼 느껴질테니까요. 게다가 영상 세대인 여러분에겐 작은 글씨로 빽빽하게 조판한 신문이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뉴스 하나를 보아도 TV나 인터넷이 더 편하지요? 그렇지만 자신의 관심사를 찾아 하나씩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익숙해질 것입니다. 잘 읽히지 않는 부분은 큰 제목과 소제목만 읽고 지나쳐도 되고요. 이런 식으로 조금씩 신문 읽기에 흥미를 붙이다 보면 나중에는 관심조차 없던 부분에도 눈길이 가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만일 신문 읽기가 정 어렵고 귀찮다면 TV뉴스를 꾸준히 보세요. 같은 뉴스를 다루어도 TV는 영상과 소리를 같이 제공하니까 어려운 내용도 보다 쉽게 이해하게 됩니다. TV뉴스는 한 꼭지를 다루는 데 보통 1분 30초쯤 걸리는데요. 그만큼 압축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뜻입니다. 방송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이지요. 여러분 경우에는 압축이 잘 된 TV뉴스를 먼저 보고 나서 같은 내용을 신문 기사로 찾아 한 번 더 읽는 게 좋을 거예요. 그러면 이해도 잘 되고 신문 읽기가 훨씬 편해지거든요.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흔히 "좋은 글을 쓰려면 다독, 다작, 다상량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아주 고전적인 충고인데요. 제가 어른이 되어 보니 이 말이 진실이더라고요.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것만큼 사람의 내면을 성장시키는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또한 철학자 쇼펜하우어도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사색하고, 문체에 신경 써서 글쓰기를 연습하고, 독서를 많이 하라"고 했는데요. 동양이든 서양이든 강조하는 바가 같은 걸 보면 '다독, 다작, 다상량'이야말로 좋은 글쓰기의 왕도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이미 학교나 가정에서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거예요. 독서와 글쓰기를 숙제로 내주는 학교도 많고요. 또 어떤 친구들은 방문 교사에게 책 읽기와 글쓰기 지도를 받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하기'는 상대적으로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특별히 강조하는 분위기도 아니고요. 특히 요즘처럼 미디어의 홍수 속에서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고 살아가는 시대에는 혼자시 골똘히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생각하기라고 봅니다.
제 경험을 이야기할게요. 저는 대학교 4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자 시험을 준비했는데요. 처음에는 언론사 공채 시험마다 떨어졌습니다. 1차 필기시험에 합격되어도 2차 면접에서 떨어지곤 했어요. 그러다가 졸업하고 나서 소위 말하는 취업준비생이었을 때 지금 다니는 신문사에 합격했습니다. 취업준비생 시절에는 시간이 많았어요. 어딘가 소속된 곳도 없고,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시험이나 리포트에 대한 부담도 없었으니 남아도는 게 시간이었습니다. 저는 이때 책도 많이 읽었지만 무엇보다도 생각할 시간을 많이 가졌답니다.
예전에는 논술 주제가 나오면 우선 관련 자료를 찾아보고, 어떤 부분은 외우기도 하면서 오직 공부하는 데만 급급했어요. 정보를 흡수하는 데만 집중하느라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나만의 논리와 주장을 정립하고, 나만의 독특한 아이디어를 계발할 여유를 갖지 못했던 거예요. 그러니 논술시험이나 면접에서 떨어질 수밖에요. 그런데 시간이 많아지고 여유가 생기면서 수많은 정보 속에서 내 생각을 정리해보게 되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도 깊이 하게 되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하면서 나름대로 고민하고 말입니다.
생각을 키우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 내용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세요. 소설책을 읽었다면 주인공이 왜 그런 행동을 했을까, 캐릭터가 사건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 이야기에 개연성이 있었나 등등 이것저것 고민해보는 거지요. 과제로 흔히 나가는 독후감 쓰기보다 이처럼 혼자서 깊이 생각해 보는 훈련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반드시 책이 아니라도 좋아요. 만화를 본 뒤에나 영화를 보고 나서도 여러 가지 생각을 끌어낼 수 있으니까요. 이렇게 매체를 통해 간접 경험한 내용들을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연결해보면 여러분의 생각도 쑥쑥 자랄 것입니다.
많이 써보자
앞서 언급한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기는 어떻게 보면 크게 어렵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직접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은 생각보다는 어려워요. 일단 글 쓴다는 것 자체를 망설이는 친구들도 있을 테고요. 게다가 요즘 교육 환경은 여러분에게 글을 직접 쓸 기회를 많이 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따금 학교 숙제로 나오는 독후감이나 글짓기 때문에 괴로워하는 사람이 생기는 것이지요. 여러분도 이런 숙제를 받아들고 "뭘 쓰나?" 하면서 막막해한 적이 있지요? 하지만 기자의 꿈을 이루고 싶은 친구들이라면 먼저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야 합니다. 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글을 쓰는 일이 주 업무이기 때문이에요.
학생 시절에는 가장 단순한 글쓰기인 '일기 쓰기'를 습관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매일 매일 일기를 쓰는 거죠. 우선 하루 일과를 써내려가는 것부터 시작해보세요. 그러다 일기 쓰기가 조금 만만해지면 주제를 잡아서 써보고요. 이때 그날 읽은 책에 대해 간단히 정리한다면 그것이 바로 독후감이 됩니다.
언론사 입사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시기에는 보통 '스터디'라고 불리는 그룹을 구성해요. 그러고는 스터디 모임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보고 서로 평가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언론사 입사 시험 과목인 논술과 작문은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학생 때부터 이렇게 연습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글쓰기와 친해지는 거예요. 시간의 압박을 받기보다는 혼자 깊이 생각해서 그 내용을 글로 풀어내는 연습을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기자 체험도 중요해
언론사 입사준비를 하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합니다. 요즈음은 '엄격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밑에서...'처럼 천편일률적인 글로 자기소개서를 쓰지 않아요. 이 정도는 다 알고 있지요? 이렇게 쓴 자기소개서는 면접관의 책상이 아니라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답니다. 그래서 다들 자기소개서를 독창적으로 쓰려고 고민을 많이 하지요. 저 역시 여러 번 실패한 후에 저만의 자기소개서 쓰는 방법을 찾았답니다. 바로 제 경험을 살리는 거였어요.
"저는 경력 10년차 기자입니다."
제가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면서 썼던 자기소개서의 첫 줄이에요. 기자가 되고 난 뒤 생각해보니 무척이나 당찬 발언이었는데요. 그러나 눈길을 사로잡기엔 좋은 문구였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떻게 경력이 10년이나 되냐고요? 입사 시험을 치르는 마당에?
저는 중학생 때부터 동아리 활동으로 교지 편집부에서 학생기자를 했습니다. 중학생 때는 직업 탐방 코너를 맡아 학교 동문 선배들을 찾아가 인터뷰하고 기사를 썼는데요. 그때 인터뷰한 기억은 아직도 생생해요. 그중 하나가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취재하러 선배님 회사를 찾아갔던 일입니다. 그 회사는 지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광고기획사였는데요. 그런 대단한 곳을 찾아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엄청 설렜답니다.
가서 질문을 하나하나 던질 때마다 조마조마했던 게 기억나요. '혹시 내 질문이 너무 유치하다고 생각하면 어쩌나?' 하면서 말입니다. 취재를 무사히 마치고 쓴 기사를 담당 선생님께서 교정봐주시던 순간도 어제 일처럼 눈에 선합니다. 그 후 고등학생 때에도 교지 편집부 활동을 했고, 대학생 때에는 학교 잡지에서 학생기자로 활동했지요. 대학생 때는 학과 수업 중 하나로 언론사 현장 실습을 3개월 동안 나간 적도 있었고, 2002년 한일 월드컵 때엔 광화문 응원 열기를 취재해서 기사로 쓰기도 했답니다. 이때 쓴 기사는 인터넷 기사였는데 아직도 남아 있답니다. 실제로 제 이름을 달고 세상에 나간 첫 기사인 셈이지요. 어때요, 여러분! 그러니까 총 10년이 채워진 거, 맞지요?
물론 아쉬움도 큽니다. 학창 시절부터 줄곧 교지 편집부에서 학생기자 활동만 했기에 악기를 다루거나 연극을 하는 등 다른 활동을 못 해봤으니까요. 하지만 직업을 기자로 정한 친구들이라면 학창 시절 어느 시기이든 한 번쯤 학생기자로 활동해보면 좋을 거예요. 예를 들어 학교 축제가 열렸어요. 학생기자가 아니라면 그저 축제에 참여하는 데 그치겠지만 축제를 취재해야 하는 임무를 맡았다면 태도 자체가 달라집니다.
우선 어떤 행사가 있는지 관찰할 거고, 어떤 행사가 가장 인기 있는지, 진행에 문제는 없었는지, 개선할 점은 무엇인지 등등 다양한 관점에서 축제를 바라보게 되거든요. 제가 중학생 때 우리나라 최대의 광고회사를 방문해서 전문가를 만나는 기회를 가졌던 것처럼 그 나이 대에 접하기 힘든 특별한 경험도 할 수 있고요. 그리고 실제로는 연습 삼아서라도 기사를 써볼 기회는 학생기자가 아니고는 접하기 어렵답니다.
요즘은 학교 안은 물론 학교 밖에도 학생기자 활동을 할 기회가 많이 있어요. 어린이 신문을 비롯해 지역 신문의 청소년 기자단, 인터넷 잡지, 각종 동아리활동 리포터 등등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생이 되어서는 언론사의 인턴기자에 지원할 수도 있고요. 이런 기회들을 놓치지 마세요. 직접 취재해보면서 인터뷰하는 법도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사람과 사건을 마주하면서 경험도 풍부하게 쌓을 수 있으니까요.
여행을 자주 떠나자
청소년 시절이 아니면 하기 어려운 것 중 하나가 여행입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그리고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직장인이 되는 과정을 거치는 동안 시간이 점점 줄어들거든요.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는 탓일 수도 있고요.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청소년기에 여행을 가능한 한 많이 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을 당해낼 수 없듯이 경험을 많이 한 사람도 당해낼 수 없거든요.
세상을 이해하는 통로는 여러 가지입니다. 책이나 신문, 방송 등 매체를 통한 간접 경험이 있고, 여행처럼 몸으로 부딪히는 직접 경험도 있는데요. 어떤 경우이든 넓은 세상을 보게 해주는 좋은 기회들이죠. 경험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사고가 넓어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여행의 좋은 점은 여러 사람과 어울리면서 다양한 경험, 책으로 배울 수 없는 직접적인 경험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아도 여러분의 머리와 가슴에 각인될 테니까요. 여행 경험은 자기소개서를 쓸 때나 면접을 치를 때, 혹은 친구를 사귈 때에도 자신을 설명해주는 유쾌한 통로 역할을 합니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는 대개 여행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최근에는 대기업이나 학교에서 연수 형식을 통해 해외여행을 보내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런 프로젝트에 응모하여 선발 과정을 거치면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어요. 이때 여행은 주 목적이고, 다양한 친구 관계는 덤으로 얻을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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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체험이 부족할수록 고정관념의 노예가 된다. 고정관념은 인간을 인간이기에 하는 주요한 기능인 사고과정을 생략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귀한 자식일수록 여행을 보내라'. '만 권의 책을 읽는 것보다 만 리를 여행하는 것이 낫다.' 라는 말이 있다. 인생의 길이는 여행의 길이라고 한다. 여행이 인간의 삶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말이다. 인간은 몸을 움직여 행동했을 때 비로소 새로운 아이디어의 단서와 사색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책에서 읽었던 내용이나 영화를 통해서 보았던 세상이 사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여행을 통해서 알게 된다. 그것을 계기로 자신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트리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무한히 재생산해 낸다.
인간은 체험이 부족할수록 고정관념의 노예가 된다. 고정관념은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주요한 기능인 사고과정을 생략시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방해가 된다. 많이 보고, 체험하고, 여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디지털 신문 <딴지일보>를 창간해 정곡을 찌르는 유머로 우리 시대의 모순을 간파한 김어준 씨도 배낭여행으로 45개국을 다녔다. 여행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기회라는 것이다. 우리는 헐리웃 영향에 길들여져 흔히 아랍인이라고 하면 과격한 테러리스트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막상 김어준 씨가 만나본 아랍인은 그렇지 않았다고 한다. 그는 중동을 자신의 시각이 아닌, 미국이라는 창을 통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처음에는 막연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베낭여행이었지만 자신의 안목을 넓히고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그에게 새로운 인생을 열어준 <딴지일보>도 그 여행에서 얻은 아이디어 중 하나에서 출발한 것이었다. 아테네를 여행하던 중 그곳 건물이 모두 다 원형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때는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방송국이었구나.'라는 생각을 떠올렸고, 이 생각은 몇 년 후 <딴지일보> 창간의 최초 아이디어가 되었다. 당시에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만드는 게 유행이었는데 그는 인터넷이 아크로폴리스가 되면,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고, 그 디지털 아테네를 구축한 것이 바로 <딴지일보>가 되었다.
여행은 살아 있는 깨달음을 제공하기도 한다. 국내 여행 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박상환 회장이 인도 갠지스 강가의 인근 마을을 방문했던 적이 있다. 그곳에서 박 회장은, 돈을 모아 자신을 화장할 때 쓸 장작을 구하는 노인들의 덤덤하고 편안한 모습에서 결국 삶과 죽음은 하나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때의 경험이 어릴 적부터 삶의 기둥이었던 어머니의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여행은 또한 인간을 큰사람으로 성장시킨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책이 담고 있는 방대한 양의 지식은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하면서 자신이 원하는 지식을 탐험하고 그것을 조직해 문자화한 것이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은 어렸을 때부터 부모를 따라 유럽 각지를 여행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며 많은 경험을 쌓았고, 그런 경험을 토대로 인류를 위해 크게 공헌한 박애주의자가 되었다.
'동심을 찾아서, 자연을 찾아서'라는 주제로 아이들과 함께 세계일주를 떠났던 강원규 씨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처음 아이들의 부모를 찾아갔을 때 부모들의 반응은 '안 된다'였다. 방학 동안 여행을 하면 여러 가지 학습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공부보다 여행이 아이들에게 가져다 주는 것이 훨씬 클 거라고, 그러니 자신을 무조건 믿어달라고 부모들을 설득했다.
비바람과 싸우고 밥 한 끼를 얻어먹기 위해서 밭에 나가 일을 하거나 축사를 청소하기도 하고 밤이면 들판에 누워 별을 보면서 잠이 들었던 한 달의 여행 동안 아이들은 스스로의 세계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여행이 끝나고 학교로 돌아온 아이들은 어른들의 예상을 뒤엎고 모두 성적이 부쩍 올랐으며 잔병치레를 하던 아이들은 감기조차 걸리지 않았다. 제 할 일을 찾아 가며 매사에 적극적이고 인사성도 밝아지는 등 모두 새사람이 되었다는 칭찬이 자자했다고 한다. 여행을 하고 난 후 아이들의 행동이 바람직하게 변하자 그 이후로 가겠다고 신청한 아이들이 너무 많아 대기자 명단이 있었을 정도라고 한다.
여행은 이렇게 새로운 체험을 통해 쉽게 변할 수 없는 인간의 행동을 놀라울 정도로 변화시킨다. 자녀 교육에 독특한 뜻을 두어 간혹 회사까지 그만두면서 아이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부모들이 있는데, 한국유선방송협회 사무국장과 전자신문 기자였던 조영호 씨의 가족이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잘 다니던 회사에 사표를 던지고 1997년과 2002년 두 차례에 걸쳐 가족과 함께 327일간 모두 27개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그의 가족은 '미래는 도전하는 사람들의 것이다.'라는 가훈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가훈이 그대로 그들의 삶 속에서 실천되고 있었다. 그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초, 중학교 시절에 [김찬삼의 세계여행] 시리즈를 읽으며 '나는 언제 이런 데 가보냐?' 하고 꿈같은 해외여행을 희망했다고 한다. 그 어린 시절의 꿈을 마침내 가족과 함께 이룬 셈이 되었다.
여행은 무한한 창작의 원천이며 여행의 거리는 아이디어의 크기와 비례한다.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가지는 아이디어의 크기는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고 있는 사람과 매우 큰 차이가 있다. 따라서 여행을 통해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새로운 세상이 있음을 깨닫게 해주고 큰 꿈을 꾸게 해주어야 앞으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중심 국가로 우뚝 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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