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뇌는 단순 계산이나 암기를 통해 발달하지 않는다. 깊은 사고와 연결적인 사고를 많이 해야만 고차 사고를 담당하는 앞이마엽(전전두엽)의 면적이 넓어지고 뇌가 발달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는 우리가 궁금해하는 것에 대한 답을 쉽고 빨리 찾아 주어 편리함을 주지만, 깊은 생각을 하지 않게 해 앞이마엽의 면적을 오히려 줄어둘게 만든다. 원하는 정보를 컴퓨터가 모두 제공해 주어 쉽게 정보 파악이 가능해지다 보니, 마치 모든 정보를 내가 진짜로 이해하고 안다고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그 정보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면 내가 실제로 그 정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특히 온라인 게임은 뇌의 일부분만 쓰게 만들어 단편적인 사고를 하게 만들며, 뇌의 일부만 발달하게 된다. 이는 팝콘처럼 곧바로 튀어 오르는 것에만 반응하게 될 뿐,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진짜 현실에는 무감각해지는 '팝콘 브레인'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렇다고 팝콘 브레인 현상을 막기 위해 우리는 게임을 아예 하지 말아야 할까? 게임을 무조건 차단 대상으로만 보는 것은 무척이나 이분법적인 생각이다. 마치 19세기 후반, 마차와 자동차의 충돌 사고가 빈번히  발생하자 자동차의 속도를 시속 3킬로미터로 제한해, 결국에는 독일에 자동차 산업의 주도권을 빼앗기게 만든 영국의 '붉은 깃발법'과 같은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2015년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제 우리 인류는 포노 사피엔스를 맞이한다고 언급한 적이 있다. 포노 사피엔스는 '지혜가 있는 전화기'라는 뜻으로,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에 빗대어 만든 말이다. 즉, 우리는 이제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새로운 시대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그러니 스마트폰에서 무수히 개발되고 소비되는 게임 역시 무작정 막는다고 될 일은 당연히 아니라는 말이다.

 

진짜 문제는 게임을 '오락'으로만 보는 것이다. 사람은 왜 게임에 빠져들까? 게임은 단순한 놀이나 오락이 아니다. 게임에는 규칙, 목표, 결과, 갈등 등 인간사의 모든 측면들이 존재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현실적인 이익이나 이해관계와 무관한 자유로운 도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게임적 요소를 이해하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꿔 나가고 있다. 많이 알고 있는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페이스북, 알리바바는 2018년 기준으로 시가 총액 세계 10대 기업 안에 드는 기업들로, 모두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직결되는 회사들이다. 더 놀라운 것은 중국의 텐센트라는 모바일 게임을 만드는 회사도 이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게임을 하면서 정체성을 형성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 게임을 무조건 막아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좋은 게임'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마차와 자동차가 공존하는 거리를 모색한 독일이 붉은 깃발법을 만든 영국 대신 자동차 산업의 선두 주자가 된 것처럼 말이다.

 

유추적 사고와 깊은 사고

 

우리는 공부할 때 뇌의 이곳과 저곳을 연결해야만 하는 깊은 사고를 사용한다. 덧셈이나 뺄셈처럼 단순한 계산문제나, '세종대왕이 만든 것은?'과 같은 단순 암기에는 깊은 사고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유추적 사고를 필요로 하는 문제는 깊은 사고를 해야만 풀 수 있다. 유추는 구조적 유사성이나 관계성까지 보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구절이 있다.눈, 마음, 창은 제각각 다른 범주에 속하므로, 얼핏 생각하기에 이 세 단어는 전혀 연결성을 가지지 않는다. 하지만 눈과 창은 '무언가를 볼 수 있게 하는 통로'라는 유사성을 지닌다. 이 유사성을 이어 붙여 "눈은 마음의 창이다."라는 문장이 탄생한 것이다. 

 

유추를 하기 위해선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이어 붙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이때 앞이마엽과 다른 피질, 혹은 앞이마엽 안에서도 여러 가지가 연결된다. 뇌의 신경 세포들을 연결하는 것은 시냅스인데, 컴퓨터를 하는 동안에는 시냅스가 연결되지 않는다. 인터넷 서핑이나 온라인 게임 등은 우리에게 생각할 틈을 주지 않고 그냥 모든 것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컴퓨터는 분명 친절한 정보 제공자이지만, 우리가 깊게 생각하는 기회를 차단한다. 따라서 책과 같이, 읽는 사람이 글에서 묘사한 장면을 직접 만들어 내야 하는 불친절한 정보 제공자를 활용하는 것이 좋다. 이 불친절함은 우리가 우리의 뇌를 더 많이 쓰게끔 만들어 유추적 사고와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십 대를 위한 공부사전_ 김경일 교수

by 미스터신 2024. 6. 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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