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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24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_ 이성동 김승회
"퇴직 후 뭐하며 살래?" 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 다섯 가지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해도 대개 좋아하는 일을 택한다. 전문가들 중에도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권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 즐겁고 신바람이 난다. 또한 열정적으로 일에 몰입하다 보면 창의적 아이디어도 나오고 아웃풋 또한 좋다"고 말한다.
하지만 금전적 노후준비가 끝난 시니어일지라도 좋아하는 일을 주업으로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 게 좋은 이유 다섯 가지
1.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다 보면 삶이 점점 더 무료해질 수 있다.
2. 인생 후반전에 하는 일은 가치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3. 연령에 따라 좋아하는 일도 변한다.
4. 어떤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5. 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긴다는 열정은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1. 자신이 좋아하는 일만 하다 보면 삶이 점점 더 무료해질 수 있다
서울대 황농문 교수는 '몰입, 두번째 이야기'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을 추구한다 해도, 이를 통해 누릴 수 있는 행복은 매우 제한적이다"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일은 대부분 소비하는 일이어서 지루하고 무료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좋아하는 일이 아예 심신이 고달픈 노동이 될 수도 있다. 또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는 데서 오는 실망과 좌절감을 갖게 만든다는 것도 그 이유다.
2. 인생 후반전에 하는 일은 가치를 만드는 일이어야 한다
즉 돈이나 명성이라는 의미있는 가치를 창출하든지, 자신이 속한 사회공동체의 삶의 질 개선과 같은 가치를 창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데 좋아하는 일은 대부분 그렇지 못한 편이다. 자기만족을 위해 소비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일이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가치를 만드는 일인 경우는 어떨까? 그래도 마찬가지다. 잘하는 일에 비해 가치창출의 성과가 낮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나는 금전적 노후준비가 잘돼 있으니 내가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겠다"는 사람들은 되도록 유효기간이 없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그림을 그리는 일은 유효기간이 없다. 90세가 되든 100세가 되든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시나 소설을 쓰는 것, 책을 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운동은 유효기간이 있다. 건강을 위해서라면 모를까, 운동 그 자체로 남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려면 최대한 40대 초반까지가 한계이기 때문이다.
3. 연령에 따라 좋아하는 일도 변한다
"당신이 20대 때 좋아했던 일과 40대 때 좋아하는 일이 같은가?" 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다. 20대엔 축구를 좋아했는데 40대에는 골프를 좋아할 수 있는 것이다. 50대 중반에 좋아하는 일과 80대 중반에 좋아하는 일 역시 다를 가능성이 높다.
4. 어떤 일을 좋아한다고 해서 그 일을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만약 노래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50대 초반부터 매일 세 시간씩 연습을 한다고 치자. 10여 년, 1만 시간 동안 그렇게 노력하면 훌륭한 가수가 될 수 있을까? 아니다. 재능이 따라주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물론 좋아하는 일이 가장 잘하는 일인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정말 축북받은 사람이다. 하지만 극소수다. 그들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운좋게도 잘하는 일이어서 성공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좋아하는 일을 해야 열정이 생긴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의 후일담일 뿐,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해서 성공한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5. 좋아하는 일을 하면 생긴다는 열정은 우선순위를 매기기 어렵다
실리콘밸리의 대표적 벤처투자자인 벤 호로위츠는 콜롬비아대학 졸업 축사에서 "자신의 열정을 따라가지 마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면서 졸업생들에게 "당신은 수학과 엔지니어링 중에서, 혹은 역사와 문학 중에서 1) 어떤 것에 더 열정이 있습니까? 2) 무엇을 더 잘 합니까?" 라는 질문을 던졌다.
벤 호로위츠에 의하면 어떤 것에 더 열정이 있는지 답하는 것보다 무엇을 더 잘 하는지 비교하는 것이 더 쉽다고 한다. 그렇다면 좋아하는 일은 아예 하지 말라는 말인가? 아니다. 잘하는 일을 좋아하든지 취미나 여가활동으로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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