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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12.24 잘하는 일이 답이다_ 이성동 김승회
왜 좋아하는 일보다 잘하는 일을 해야 하는가
'1만 시간의 법칙'이란 게 있다. 2009년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라는 책에서 "한 분야의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선천적 재능과 관계 없이 1만 시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된다"고 주장한 법칙을 말한다. 누구든 하루 세 시간, 1주일 20시간씩 10년 동안 꾸준히 노력하면 빌 게이츠나 비틀스, 모차르트 등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들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미시간 주립대의 잭 햄브릭 교수 연구팀은 2014년 1만 시간의 법칙이 잘못됐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의 결론은 아무리 노력해도 선천적으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을 따라잡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노력과 선천적 재능의 관계를 조사한 88개 논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학술 분야에서 노력한 시간이 실력의 차이를 결정짓는 비율은 4퍼센트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공부에 재능이 없는 96퍼센트의 사람들은 열심히 노력해도 공부 잘하는 재능이 있는 4퍼센트를 따라잡기 힘들다는 것이다. 음악, 스포츠, 체스 등의 분야는 실력을 높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노력의 비중이 20~25퍼센트였다. 어떤 분야든 선천적 재능이 없으면 아무리 노력해도 대가가 될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결론이다.
2016년에는 이 같은 연구들을 반영한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도 출간했다. 미국의 비즈니스 브릴리언트 설문조사 결과도 잘하는 일을 해야 한다는 중요성을 부각시켜 주고 있다. 중산층의 70퍼센트는 돈을 많이 벌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부자들은 2퍼센트만이 "그렇다"고 응답했고 98퍼센트는 "잘하는 일을 해야 돈을 많이 벌 수 있다"고 응답했다.
물론 어떤 분야에서의 성과를 이루기 위해 매일 세 시간씩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세 시간씩의 노력이 당신이 잘하는 일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고 최고라는 명성을 떨칠 확률도 높기 때문이다. 그러니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즐겨라. "좋아하는 일은 내게 즐거움을 준다. 하지만 잘하는 일은 더 나은 미래를 준다"는 말을 기억하면서.
이제부터는 "당신이 잘하는 일이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을 받으면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다며 얼버무리지 마라. 재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든 면접관의 질문에든 다음과 같이 자신있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애완견과 대화를 잘합니다. 전 세계 그 누구보다 말입니다."
"청소를 세계에서 가장 잘합니다."
"라면 하나는 누구보다도 맛있게 끓입니다."
잘하는 일로 성공한 시니어들
빨래를 잘하는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람이 크린토피아 이범택 회장이다. 청소하는 일,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일 역시 세계에서 가장 잘한다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다. 아니, 라면 끓이는 일은 세계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가장 잘해도 성공할 수 있다. 전 세계가 아니라 당신의 가게 주변사람들만 당신을 찾아와도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것에 집중한 사람들이다. 피카소도 그런 사람이다. 그는 잘하는 재능에 집중해야 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사람은 잠재적으로 같은 양의 에너지를 갖고 있다. 보통사람은 그 에너지를 여러 사소한 일에 낭비한다. 그러나 나는 내 에너지를 단 한 가지, 오직 그림에만 집중한다. 그림을 위해 나머지 모든 것을 포기한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성공한 사람들 역시 잘하는 일을 한 사람들이다. 대표적인 사람이 3백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영국 버진그룹의 창업자 리처드 브랜슨 회장이다. 그가 첫 창업한 회사는 잡지출판사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그가 난독증 환자였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가 잡지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난독증이 있어 좋은 기획서도 만들지 못하고 기사 편집도 못했지만 파는 것은 달인이었다. 즉 기획과 핀집은 잘하는 전문가에게 맡기고 자신은 잡지 파는 것에만 올인해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의 경영철학 역시 마찬가지다. 자신이 다 하려 하지 않는다. 자신은 잘하는 일만 하고 나머지는 모두 관련 분야의 잘하는 전문가에게 맡긴다. '잘하는 일을 하는 것!' 이것이 그를 3백여 개의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게 해준 핵심역량인 것이다.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특별히 잘하는 재능이 있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은 아직 그 재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뿐이다. 당신은 어떤가? 잘하는 일, 또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 그렇다면 다행이다. 이미 성공했거나 가까운 장래에 반드시 성공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생 전반전을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잘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과는 관계 없는 일을 하고 있다. 그들은 부모가 못하게 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를 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잘하는 일을 해야 그 분야의 최고라는 명성을 날릴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인생 후반전은 완전히 달라야 한다.
그렇다면 잘하는 일을 하면 모든 시니어가 성공할 수 있을까? 물론 잘하는 일을 하고 그 분야의 최고가 된다고 해서 모두 명성을 날리고 금전적 성취를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성공의 정의가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어떤 분야에서 잘하는 경지에 올랐다면 이것 또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성공의 척도를 금전적 성과와 연관지어 판단한다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가령 잘하는 일이 오토바이 타는 것인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가 그 일로써 금전적 성공의 결실을 맺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오토바이를 잘 타는 것으로 금전적 성취도 함께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이 금전적 성취와 연계성이 높다면 금상첨화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따라서 금전적 성취와 연계성이 높은 잘하는 일, 또는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좋다. 물론 금전적 노후준비가 잘된 사람은 관계 없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시니어는 금전적 성취와 연계성이 낮은 잘하는 일 역시 그냥 취미로 즐기는 것이 좋다.
잘하는 일을 한다고 모든 시니어가 반드시 성공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잘하는 분야의 경쟁이 치열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라는 시니어가 잘하는 일이 무언가를 잘 파는 것이라고 해보자. 그가 잘 파는 것에 자신이 있어서 보험이나 자동차 세일즈를 시작한다면 과연 많이 팔 수 있을까? 연고관계가 있는 인맥을 활용할 수 있는 1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서도 잘 팔 수 있을까? 영업인으로 성공할 수 있을까? 그가 자신의 경쟁자들보다 더 잘 판다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즉 그보다 잘 파는 경쟁자들이 많다면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잘하는 일도 남들이 안 하는 분야, 경쟁이 너무 심하지 않은 분야가 가치를 만들어내거나 성공하기 수월하다는 것이다.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는 당신에게
그렇다면 특별히 잘하는 일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10대와 20대 중에 이런 사람들이 많지만 50~60대에도 제법 있다. 직장에서 주로 사무직, 관리직 부서에만 근무한 사람들이 그런 경우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 사상가 랄프 왈도 에머슨에 의하면 재능이 없는 사람은 없다. 그는 "나는 특정 영역에서 나보다 탁월한 사람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만났다"고 말했다. 글로벌기업 IBM의 창업자 토마스 왓슨도 에머슨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는 "나는 천재가 아니다. 하지만 특정한 분야에서는 뛰어나다. 그래서 나는 내가 잘하는 분야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렇다. 누구나 특정 분야에서는 천재가 될 수 있다. 그러니 당신이 잘하는 일,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에 올인하라. 인간 욕구의 5단계설로 유명한 심리학자인 매슬로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인간이 가진 재능에 대해 "우리가 가진 재능은 쓰여지기 위해 아우성치고 있다. 우리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때만 이러한 내면의 아우성을 잠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에머슨과 왓슨, 매슬로의 주장을 체계화한 사람이 하버드대 발달심리학 교수 하워드 가드너다. 그는 모든 사람은 "언어, 음악, 논리-수학, 신체운동, 대인관계, 자기성찰, 자연친화" 지능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의 재능을 갖고 출발한다고 말한다.
당신은 왜 재능을 못 썼을까? 인생 전반전에는 부모의 강압 내지 권유, 가족 부양이라는 굴레 때문에 못 썼을 수도 있고 안 썼을 수도 있다. 아니, 아직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든 당신이 상상도 못할 거대한 재능이 당신 안에 숨어 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 거대한 힘은 쓰여지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러니 잘하는 일이 없다고 도전도 하지 않은 채 포기하지 말고 다양한 시도를 해봐라.
하워드 가드너 교수의 주장처럼 자신의 내면에 잠들어 있는 재능을 깨워야 한다. 앞에서 소개했던 81세에 그림 그리기를 배워 화가가 된 미국의 리버맨, 92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한 일본의 100세 시인 시바타 도요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부딪쳐봐야 한다. 시나 에세이, 소설도 써보고, 그림도 그려보고, 작곡도 해보고, 요리도 해봐야 한다. 혹시 누가 알겠는가? 당신의 내면에 헤밍웨이를 능가할 재능이나 최고 요리사가 될 엄청난 재능이 숨겨져 있을지. 그렇게 부딪쳐보면 분명 당신이 가장 잘하는 일, 잘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부모와 스승, 성공한 선배 등 훌륭한 멘토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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